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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가. 청구인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지 아니한 법률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를 부적법하다고 본 사례 나. 민사소송절차의 소장에 일률적으로 인지를 첩부하도록 하면서 인지액의 상한을 규정하지 아니한 ‘민사소송 등 인지법’(2011. 3. 7. 법률 제10430호로 개정된 것) 제1조 본문 중 ‘민사소송절차의 소장’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인지첩부조항’이라 한다)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 ‘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2조에 대하여는 청구인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지 아니하였고, 법원이 그 위헌 여부를 실질적으로 판단한 것도 아니며, 위 조항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의 대상이 되었던 이 사건 인지첩부조항과 필연적 연관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심판청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나. 인지제도는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특정 개인을 위한 역무에 대한 수수료의 성질을 가짐과 아울러 성공가능성이 없는 소송 및 법원 업무의 효율성 저하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바, 민사소송법상 자력이 부족한 자를 위한 소송구조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점, 민사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점, 다종·다양한 소송사건을 계량화·표준화하여 인지액의 상한을 규정하기는 용이하지 아니한 점, ‘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2조는 소송목적의 값이 증가할수록 첩부할 인지의 비율을 낮추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인지첩부조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인지첩부조항에 대한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반대의견 재판유상주의를 채택하여 소송제도를 이용하는 국민에게 일정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 자체는 입법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소송물 가액과 소송에 투입되는 시간·비용은 결코 단순 비례관계에 있지 아니하고, 소송비용은 실질적으로는 소송물 가액보다 소송의 내용에 따라 결정되며, 국가가 개별 사건에 투입하는 비용 및 남소 방지라는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적정 금액의 인지액 상한을 정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므로, 이 사건 인지첩부조항이 소장에 첩부하여야 할 인지액의 상한을 정하지 아니한 것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참조판례

가. 헌재 1997. 11. 27. 96헌바12, 판례집 9-2, 607, 618, 헌재 2001. 2. 22. 99헌바93, 판례집 13-1, 274, 280-281 나. 헌재 2011. 8. 30. 2010헌바427, 판례집 23-2상, 353, 359, 헌재 1996. 8. 29. 93헌바57, 판례집 8-2, 46, 58-60

사건
2014헌바61 민사소송등인지법제1조위헌소원
청구인
구○년 (국선대리인 변호사 ○○○)
판결선고
2015. 06. 25.

주 문

1. 민사소송 등 인지법(2009. 5. 8. 법률 제9645호로 개정된 것) 제2조에 대한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2. 민사소송 등 인지법(2011. 3. 7. 법률 제10430호로 개정된 것) 제1조 본문 중 ‘민사소송절차의 소장’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소장에 인지를 붙이지 아니하고 국가를 상대로 8,300억 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후(청주지방법원 2013가합3207), 그 소송 계속 중 ‘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1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4. 1. 15. 기각되었고(위 법원 2013카기666), 2014. 1. 24. 당해사건 역시 인지 미보정을 이유로 소장각하명령을 받았다. 청구인은 2014. 1. 20. ‘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1조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국선대리인은 2014. 4. 15. 같은 법 제1조제2조가 인지액의 상한을 정하지 아니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하였다. 2. 심판대상 국선대리인은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에서 ‘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1조 전부를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당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인 같은 법 제1조 본문 중 ‘민사소송절차의 소장’에 관한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사소송 등 인지법’ (2011. 3. 7. 법률 제10430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1조 본문 중 ‘민사소송절차의 소장’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인지첩부조항’이라 한다) 및 ‘민사소송 등 인지법’(2009. 5. 8. 법률 제9645호로 개정된 것) 제2조(이하 ‘이 사건 인지액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이 사건 인지첩부조항의 경우 밑줄 친 부분)의 내용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의 내용은 [별지]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사소송 등 인지법(2011. 3. 7. 법률 제10430호로 개정된 것) 제1조(인지의 부착) 민사소송절차, 행정소송절차, 그 밖에 법원에서의 소송절차 또는 비송사건절차에서 소장이나 신청서 또는 신청의 취지를 적은 조서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이 법에서 정하는 인지를 붙여야 한다. 다만,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인지를 붙이는 대신 그 인지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금이나 신용카드·직불카드 등으로 납부하게 할 수 있도록 하되, 신용카드·직불카드 등으로 납부하는 경우 인지납부일, 인지납부대행기관의 지정 및 운영과 납부대행 수수료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민사소송 등 인지법(2009. 5. 8. 법률 제9645호로 개정된 것) 제2조(소장) ① 소장(반소장 및 대법원에 제출하는 소장은 제외한다)에는 소송목적의 값에 따라 다음 각 호의 금액에 해당하는 인지를 붙여야 한다. 1. 소송목적의 값이 1천만 원 미만인 경우에는 그 값에 1만분의 50을 곱한 금액 2. 소송목적의 값이 1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그 값에 1만분의 45를 곱한 금액에 5천원을 더한 금액 3. 소송목적의 값이 1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그 값에 1만분의 40을 곱한 금액에 5만 5천 원을 더한 금액 4. 소송목적의 값이 10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그 값에 1만분의 35를 곱한 금액에 55만 5천원을 더한 금액 ② 제1항에 따라 계산한 인지액이 1천원 미만이면 그 인지액은 1천 원으로 하고, 1천 원 이상이면 100원 미만은 계산하지 아니한다. ③소송목적의 값은 민사소송법 제26조 제1항제27조에 따라 산정하되, 대법원규칙으로 소송목적의 값을 산정하는 기준을 정할 수 있다. ④ 재산권에 관한 소로서 그 소송목적의 값을 계산할 수 없는 것과 비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의 소송목적의 값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⑤ 1개의 소로서 비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과 그 소송의 원인이 된 사실로부터 발생하는 재산권에 관한 소송을 병합한 경우에는 액수가 많은 소송목적의 값에 따라 인지를 붙인다. 3.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인지첩부조항이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에서까지 개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이 사건 인지액조항은 소송목적의 값에 비례하여 인지액을 납부하도록 함으로써 소송목적의 값이 고액인 소송을 제기하려는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위 조항으로 인하여 인지액이 실제 재판업무에 소요되는 비용을 현저히 초과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어 소송목적의 값이 고액인 소송을 제기하려는 자를 소액인 소송을 제기하려는 자에 비하여 불합리하게 차별하고 있다. 위 조항들은 인지액의 상한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아니하여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4. 판 단 가. 이 사건 인지액조항에 대한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은 법원이 법률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각하 또는 기각한 경우에만 당사자가 직접 헌법재판소에 청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법원이 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 기각결정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 규정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추가한 경우 그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헌재 1997. 11. 27. 96헌바12 참조). 다만, 당사자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고 또한 법원이 기각결정의 대상으로도 삼지 않았음이 명백한 법률조항이라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기각 또는 각하한 법원이 당해 조항을 실질적으로 판단하였거나, 당해 조항이 명시적으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한 조항과 필연적 연관관계를 맺고 있어서 법원이 위 조항을 묵시적으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으로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법률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도 적법하다(헌재 2001. 2. 22. 99헌바93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 인지액조항에 대하여는 청구인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지 아니하였고, 법원도 이를 기각결정의 대상으로 삼지 아니하였다. 또한, 당해사건 법원이 위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위 조항은 인지의 첩부를 전제로 그 구체적 액수의 산정 기준을 규정한 것으로 민사소송절차의 소장에 인지를 첩부하도록 한 이 사건 인지첩부조항과 필연적 연관관계를 맺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인지액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심판청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나. 이 사건 인지첩부조항의 위헌 여부 (1) 이 부분 심판청구의 쟁점은 이 사건 인지첩부조항이 일률적으로 소장에 미리 일정액의 인지를 첩부하게 하면서도 인지액의 상한을 규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인지를 첩부할 자력이 부족한 자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이들을 불합리하게 차별하고 있는지 여부이다. (2)인지제도는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특정 개인을 위하여 행하는 역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수수료의 성질을 가짐과 아울러 불필요하고 성공가능성이 없는 소송을 방지하고 남소에 따른 법원의 과중한 업무 부담에서 오는 법원 업무의 양질성과 효율성 저하의 방지를 그 목적으로 하는바, 인지대를 어떠한 형태로,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가는 재판제도의 구조와 완비 정도, 인지제도의 연혁, 재판제도를 이용하는 국민의 법의식, 국가의 경제여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민의 권리보호와 소송제도의 적정하고 합리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입법자가 법률로 정할 성질의 것이다(헌재 2011. 8. 30. 2010헌바427 참조). 물론, 국가가 재판제도의 이용을 용이하게 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이른바 ‘재판유상주의’를 취하면서도 지나치게 적은 재판비용만을 당사자에게 부담시킬 경우 소송 제기 및 상소가 남발되어 국민의 권리구제가 지연되고 국가가 그에 따른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될 것인바, 그 경우 종국적으로는 재판자원의 공평하고 공정한 이용을 저해하거나 국민의 부담을 그만큼 가중시키게 되는 역기능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헌재 1996. 8. 29. 93헌바57 참조). 국가가 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한 민사소송제도를 운영하면서 소송제도를 이용하는 당사자에게 개개의 소송수행에 필요한 경비를 부담시키고, 그 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한 자에 대하여도 소송 제기를 위하여 지나치게 많은 인지를 첩부하도록 하고 인지를 첩부하지 아니하는 경우 소장을 각하하도록 한다면, 자력이 부족한 자에 대하여는 제소의 기회를 형식상 보장할 뿐 실질적으로는 소송에 의한 권리구제의 기회를 이용하기 심히 어렵게 만들어 결국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헌재 1996. 8. 29. 93헌바57 참조). (3) 민사소송법은 법원이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한 자에 대하여는 그 신청과 소명에 의하여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각 심급에서 소송상의 구조를 할 수 있게 하고(제128조), 이에 따라 소송상의 구조를 받는 자는 인지대 등 재판비용의 납입이 유예되므로(제129조) 소장의 인지액이 소송을 제기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자력으로는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인 경우에는 그 당사자가 패소할 것이 명백하여 소송의 실질적 이익이 없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소장에 인지를 붙이지 아니하고도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 있다. 또한, 민사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하므로(민사소송법 제98조) 국민이 정당한 권리를 소구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소송비용을 회수할 수 있어 인지대를 선납하는 부담이 있더라도 그러한 부담 때문에 일반적으로 소 제기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일반적으로 소송목적의 값이 큰 경우에는 사건의 난이도가 높고 소송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소송수행에 따르는 법원의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날로 소송사건이 다종·다양해지는 현실에서 사건의 난이도, 재판에 소요되는 기간, 사건에 투입되는 법관 및 법원사무관의 업무 강도 등을 계량화·표준화하여 인지액의 상한을 규정하기는 용이하지 아니하며, 인지액의 상한을 정해놓을 경우 소송목적의 값을 무한정 높게 설정할 수 있어 남소방지라는 인지제도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법 제2조는 소송목적의 값이 고액인 경우 그 값이 증가할수록 첩부하여야 하는 인지의 비율이 줄어들도록 규정함으로써 소송당사자가 지나치게 많은 인지액을 부담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4)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인지첩부조항에서 민사소송절차의 소장에 일률적으로 인지를 첩부하도록 하면서 인지액의 상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것이 인지를 첩부할 자력이 부족한 자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5) 그 밖에 청구인은 국가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소송의 경우에도 인지를 첩부하도록 하는 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인지 첩부는 청구원인과는 무관하게 소송목적의 값에 따라 일률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이 사건 인지첩부조항이 국가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소송을 구하는 경우에도 소장에 인지를 첩부하도록 규정하였다고 하여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인지액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고, 이 사건 인지첩부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6. 과 같은 이 사건 인지첩부조항에 대한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6. 이 사건 인지첩부조항에 대한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반대의견 재판제도를 이용하는 국민에게 일정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재판유상주의를 채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소장에 첨부하여야 할 인지액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데는 입법자에게 입법형성권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법정의견과 뜻을 같이 한다. 다만, 인지액의 상한을 규정하기 어렵고 인지액의 상한을 정해 놓을 경우 남소방지라는 인지제도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 이 사건 인지첩부조항이 소장에 첩부하여야 할 인지액의 상한을 정하지 않은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가. 국가가 소송제도를 이용하는 당사자에게 이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재판청구권에 대한 지나친 제한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소송제도 이용에 필요한 비용 이상의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부담하도록 하여 경제력이 부족한 사람의 소송제도 이용 기회를 박탈하여서는 안 된다. 나. 소송물 가액이 증가할수록 소송 진행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소송물 가액에 비례하여 인지액을 산정하여 당사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 자체는 합리성을 지닌다. 그러나 소송물 가액과 소송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은 결코 단순 비례관계에 있지 않다. 소송물 가액이 매우 적은 사건이라도 그 해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고 그 소송결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이 있는가 하면, 소송물 가액이 일반인이 평생 만져볼 수 없는 큰 금액인 사건도 별다른 다툼 없이 간단히 해결되는 사건도 많다. 오히려 실무에서는 소송물 가액은 매우 크지만 큰 노력 없이 간단히 해결되는 사건의 수가 소송물 가액에 비례하여 그 해결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사건보다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소송물 가액이 커진다고 하여 그에 비례하여 소송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계속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소송비용은 실질적으로는 소송물 가액보다는 소송의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 예컨대, 금융기관과 기업 사이의 금전소비대차계약 불이행에 따른 대여금 청구 소송의 경우 소송물 가액은 크지만 증거서류 등이 완비되어 있고 사실관계 다툼이 많지 않아 간단히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개인과 개인 사이의 소액 금전 거래의 경우 소송물 가액은 적지만 그 해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 한편, 국가가 운용하는 사법제도와 소송절차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으므로, 소송물 가액이 아무리 커도 개별 사건에 투입할 수 있는 비용과 시간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사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인지액에도 일정한 상한을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사건과 같이 청구인이 주장하는 손해액이 8,300억 원이라고 하여 29억 원이 넘는 인지를 첩부하도록 하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이 사건 해결에 29억 원이 넘는 국가 비용이 투입되리라고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고, 일반적으로 보더라도 개별 사건의 해결에 수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경우를 상정하기는 어렵다. 라. 법정의견은 인지액의 상한을 규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가 소송제도 유지에 투입하고 있는 비용은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소송 사건 수와 전체 소송물 가액 등에 대한 통계자료도 확보되어 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가 개별 사건에 투입하는 비용을 산출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고, 여기에 남소를 막기 위한 입법취지를 반영하여 적정 금액의 인지액 상한을 정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또 남소를 막기 위해서는 인지액에 상한을 두면 안 된다고 하지만, 인지액의 상한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지만 않는다면 남소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예컨대 1억 원이나 수천만 원의 인지를 붙여가며 소송을 함부로 제기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마. 뿐만 아니라 현행 제도에 따르면 경제력이 취약한 사람은 높은 소송물 가액의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 경제력이 없는 사람은 고액 소송의 피고가 되어 패소한 경우 상소하기도 어렵다. 소송구조제도가 있다고 하여 경제력이 취약한 사람의 이와 같은 재판청구권에 대한 제한이 실질적으로 다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바. 우리가 민사소송제도를 도입하고 개선하면서 참고하였던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소송비용을 당사자에게 부담시키지 않거나 당사자에게 부담시키더라도 소송물 가액과 상관없이 일정액의 수수료만 받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운용하면서도 남소로 인하여 우리보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어본 바 없다. 재판유상주의를 채택하여 소송제도를 이용하는 국민에게 일정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입법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기본권 침해를 줄일 수 있는 인지 상한제도 등 보완책을 두지 않고 소송물 가액에 단순 비례하는 인지를 붙이도록 강제하여 재판청구권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 제도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