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대상조항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는 중소기업의 형태와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대기업이 위장 중소기업을 설립하거나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방식 또한 다양하다. 나아가 변화하는 법적·경제적 상황에 따른 대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진출 시도에 능동적·탄력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지배 또는 종속 관계’의 구체적 내용을 대통령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일반적으로 기업 간의 지배·종속 관계는 해당 기업의 소유 또는 경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령에 규정될 ‘지배 또는 종속의 관계’에는, 예컨대 대기업이 일정비율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거나, 임원을 겸임하거나, 사업 또는 거래활동을 위임받아 수행하거나, 일정금액 이상의 채권채무관계를 갖는 등 물적·인적·사업적·경제적지배력이인정되는 경우가 규정될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구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2012. 6. 1. 법률 제11462호로 개정되고, 2014. 3. 18. 법률 제124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의2 제1항 제2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들은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자로서, 레미콘 생산 및 판매업을 하는 회사들이다. 청구인들은 중소기업청장으로부터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판로지원법’이라 한다) 제8조 제2항에 따른 중소기업 확인서를 발급받은 후, 공공기관이 판로지원법 제7조에 따른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의 방식으로 발주하는 레미콘 공급계약의 입찰에 참여하여 왔다.
중소기업청장은 [별지 2] 기재와 같이 2014. 1. 14.부터 2. 18.까지 사이에 청구인들이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 참여제한 대상기업’에 해당한다고 확인하였고(유효기간 2014. 3. 31.까지, 이하 ‘제1차 확인’이라 한다), 조달청장 역시 2014. 2. 4. 청구인들이 참여제한 대상기업에 해당하여 관급레미콘 물량배정을 중지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통보하였다. 또한 중소기업청장은 [별지 3] 기재와 같이 2014. 3. 3.부터 2014. 4. 2.까지 사이에 청구인들이 참여제한 대상기업에 해당한다고 재차 확인하였다(유효기간 2014. 4. 1.부터 2015. 3. 31.까지, 이하 ‘제2차 확인’이라 한다). 이에 청구인들은 2014. 3. 4. 중소기업청장의 제1차 확인 및 조달청장의 통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였으며, 그 후 2014. 4. 3. 피고 중소기업청장에 대하여 제2차 확인의 취소를 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4구합4665). 청구인들은 소송 계속 중 구 판로지원법 제8조의2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서울행정법원 2014아10484), 2014. 10. 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① 구 판로지원법(2012. 6. 1. 법률 제11462호로 개정되고, 2014. 3. 18. 법률 제124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판로지원법’이라 한다) 제8조의2 제1항 제2호와 ② 판로지원법(2014. 3. 18. 법률 제12499호로 개정된 것) 제8조의2 제1항 제2호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구하고 있다.
당해사건에서 그 위법성을 다투는 처분들은 [별지 2], [별지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4. 1. 14.부터 4. 2.까지 행하여진 것들인데, 현행 판로지원법(2014. 3. 18. 법률 제12499호로 개정된 것) 제8조의2 제1항 제2호는 2014. 9. 19.부터 시행되어 당해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므로, 당해사건에 적용되지 않는 현행 법률조항은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판로지원법(2012. 6. 1. 법률 제11462호로 개정되고, 2014. 3. 18. 법률 제124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의2 제1항 제2호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2012. 6. 1. 법률 제11462호로 개정되고, 2014. 3. 18. 법률 제124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의2(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 참여제한 등) ① 공공기관의 장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의 공정한 경쟁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을 영위하는 자의 참여를 제한하여야 한다.
2. 대기업과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고 그 대기업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배 또는 종속의 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집단에 포함되는 중소기업
[관련조항]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3. 4. 3. 대통령령 제24492호로 개정된 것)
제9조의3(지배 또는 종속의 관계) 법 제8조의2 제1항 제2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배 또는 종속의 관계”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관계를 말한다.
1.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제3조의2에 따른 지배 또는 종속의 관계
2.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
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른 대기업(이하 이 호에서 “대기업”이라 한다)의 대표·최대주주 또는 최다지분 소유자나 그 대기업의 임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에 따른 임원을 말한다. 이하 이 호에서 같다)이 중소기업의 임원을 겸임하고 있거나 중소기업의 임원으로 파견되어 있는 경우
나. 대기업이 중소기업으로부터 그 중소기업의 주된 사업 및 영업활동 또는 거래의 주된 부분을 위임받아 수행하고 있는 경우
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그 중소기업의 발행주식총수 또는 출자총액(개인사업자의 경우에는 자산총액을 말한다)을 초과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자산을 대여하거나 채무를 보증하고 있는 경우
라. 대기업 또는 대기업과의 관계가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제1호 가목에 해당하는 자가 중소기업의 다른 주요 주주(누구의 명의로 하든지 자기의 계산으로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0 이상의 주식을 소유하거나 임원의 임면 등 해당 중소기업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하여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주주를 말한다)와의 계약 또는 합의에 의해 중소기업의 대표이사를 임면하거나 임원의 100분의 50 이상을 선임하거나 선임할 수 있는 경우
마.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경쟁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을 시작하는 데 드는 공장설립비(임차하는 경우 임차료를 말한다), 생산설비 설치비 등 총비용의 100분의 51 이상을 투자, 대여 또는 보증한 경우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에서 ‘지배 또는 종속의 관계’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 참여자격을 제한하는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요소라 할 것인데, 그 입법취지 및 다른 규정들과의 상호관계를 고려해 보더라도 ‘지배·종속 관계’의 실체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찾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나. 대기업과 ‘지배·종속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을 확정하는 것이 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화될 내용이라거나, 전문적·기술적 영역에 놓인 문제로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지배 또는 종속’이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개념만으로는 대통령령에 어떠한 내용이 규정될지를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
4. 판 단
가. 심판대상조항의 도입배경
중소기업청장은 중소기업자가 직접 생산·제공하는 제품으로서 판로 확대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제품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할 수 있고(판로지원법 제6조 제1항), 공공기관의 장은 경쟁제품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중소기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경쟁 또는 중소기업자 중에서 지명경쟁 입찰에 따라 조달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제7조 제1항). 이러한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 제도는 공공기관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제품의 판로를 확보하고 중소기업자 간에 기술 및 가격경쟁을 통해 경쟁력 향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공공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제품 구매 규모가 늘어나는 한편 중소기업의 범위기준이 강화되자, 대기업이 기업의 특정 사업부를 분할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장 중소기업을 만들어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일정한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에 따라 2012. 6. 1. 법률 제11462호로 판로지원법 제8조의2가 도입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장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의 공정한 경쟁을 위하여 ① 대기업 등으로부터 분할에 의하여 설립된 중소기업이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② 대기업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배 또는 종속의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이 그 대기업과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③ 중소기업이 정당한 사유 없이 중소기업청장의 입찰참여제한 확인 조사를 거부한 경우에는 해당 중소기업의 참여를 제한하여야 한다(구 판로지원법 제8조의2 제1항).
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
(1) 명확성원칙과 포괄위임금지원칙의 관계
일반적으로 법률에서 일부 내용을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경우 위임을 둘러싼 법률규정 자체에 대한 명확성의 문제는, 그 위임규정이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는 내용과는 무관하게 법률 자체에서 해당 부분을 완결적으로 정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즉 법률에서 사용된 추상적 용어가 하위법령에 규정될 내용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규율 내용을 정하기 위한 것이라면 별도로 명확성 원칙이 문제될 수 있으나, 그 추상적 용어가 하위법령에 규정될 내용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주기 위한 역할을 하는 경우라면 명확성의 문제는 결국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의 문제로 포섭된다(헌재 2015. 7. 30. 2013헌바204).
심판대상조항에서 ‘지배 또는 종속의 관계’라는 문구는 대통령령에서 담아내야 할 범위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고, 그 자체로 독자적인 규율내용을 정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의 문제는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의 문제로 포섭되므로,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2) 위임의 필요성
중소기업 경쟁제품의 품목은 200개가 넘고 그 가운데는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 등 다양한 업종이 포함되어 있으며,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의 숫자가 3만여 개에 이르는 등, 심판대상조항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는 중소기업의 형태와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대기업이 위장 중소기업을 설립하거나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방식 또한 다양할 수 있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중소기업을 ‘대기업과 지배 또는 종속의 관계에 있는 기업’으로 취급할 것인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물적 관련성, 인적 관련성, 사업의 위·수탁 관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변화하는 법적·경제적 상황에 따른 대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진출 시도에 능동적·탄력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법률에 이와 같은 사항을 일일이 규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 참여가 제한되는 중소기업을 판단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인 ‘지배 또는 종속 관계’의 구체적 내용을 대통령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3) 예측가능성
심판대상조항은 대기업과 ‘지배 또는 종속의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경쟁입찰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바, 일반적으로 기업 간의 지배·종속 관계는 해당 기업의 소유 또는 경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기업 간의 인적·물적 결합관계나 사업 관련성 등이 그 영향력을 판단하는 징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위임에 의하여 대통령령에 규정될 ‘지배 또는 종속의 관계’에는, 예컨대 대기업이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거나, 임원을 겸임하거나 임원의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사업이나 영업 또는 거래활동을 위임받아 수행하거나, 일정 금액 이상의 채권채무관계를 갖는 등 물적·인적·사업적·경제적 지배력이 인정되는 경우가 규정될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또한 심판대상조항의 도입취지 가운데 하나가 대기업의 위장 중소기업 설립 방지에 있는 점 및 구 판로지원법 제8조의2 제1항 제1호가 대기업으로부터 분할된 중소기업을 참여제한 대상기업으로 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경쟁제품 생산설비 설치 등 초기사업비용을 물적으로 지원하는 내용 또한 포함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더욱이 심판대상조항의 수범자는 불특정 다수의 국민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영위하면서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에 참여하고자 하는 자로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대체적인 구별기준이나 시장진입이 규제되는 대기업의 범위 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의 문언과 취지 및 관련 유사조항의 내용에 비추어 대통령령에 규정될 지배 또는 종속의 관계를 대략적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헌재 2016. 6. 30. 2014헌바456등 참조).(4)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