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및 장물보관 혐의를 인정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들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본 사례
재판요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 정○영이 지갑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지갑을 가져간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절도죄의 구성요건인 절취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청구인 정○영에게 지갑을 자신의 소유물과 같이 이용·처분하거나 피해자를 지갑 소유자의 지위에서 영원히 배제하려는 의사, 즉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장물죄에 있어 본범의 객관적·주관적 구성요건이 흠결된 경우에는 장물죄도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사정만으로 청구인 이○연의 장물보관 혐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에 대하여 절도 또는 장물보관 혐의를 인정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은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에 기한 것으로서 청구인들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피청구인이 2014. 7. 16. 수원지방검찰청 2014형제44299호 사건에서 청구인 정○영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 및 2014. 7. 17. 수원지방검찰청 2014형제44522호 사건에서 청구인 이○연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모두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 정○영은 “2014. 5. 15. 20:40경 경기70바○○호 ○○번 버스 안에서 피해자 정○경이 떨어뜨린 현금 150,000원, ○○상품권 50,000원, 인감도장 1개, ○○카드 등이 들어있는 시가 380,000원 상당의 지갑을 가져가 이를 절취하였다”는 피의사실에 대하여 절도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2014. 7. 16. 수원지방검찰청 2014형제44299호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나. 청구인 이○연은 청구인 정○영의 어머니로서, “2014. 5. 15. 아들이 버스에서 주워온 피해자 정○경의 지갑을 보관하였다”는 피의사실에 대하여 장물보관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2014. 7. 17. 수원지방검찰청 2014형제44522호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이하 위 두 기소유예처분을 통칭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다. 이에 청구인들은 2014. 10. 7.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한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 침해를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가.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청구인 정○영은 피해자 정○경이 버스에서 떨어뜨린 지갑(이하 ‘이 사건 지갑’이라 한다)의 주인을 찾아주려고 이를 다른 여성 승객으로부터 받아 버스에서 내렸으나 이미 피해자가 정류장에서 사라진 상태였고, 주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자의 행방을 물어보았지만 아는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지갑을 그대로 집에 가져온 것이다. 청구인 정○영은 귀가한 후 어머니인 이○연에게 다음 날 지갑을 경찰서에 맡겨 주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하였는데, 이○연이 지갑의 존재를 깜빡 잊어버려 곧바로 주인을 찾아주지 못한 것일 뿐이므로 청구인 정○영에게는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
장물보관죄는 재산범인 본범의 성립을 전제로 하는바, 위와 같이 본범의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장물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청구인 이○연의 장물보관 혐의를 인정한 기소유예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당시의 정황, 시간, 장소 등을 살펴볼 때 청구인 정○영이 버스에서 이 사건 지갑을 받아 들고 하차한 장소는 넓은 인도로 시야에 장애가 없는 곳이므로, 피해자가 보이지 않아 지갑을 돌려주지 못하였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 설령 하차 직후 바로 지갑 주인을 찾을 수 없었다 하더라도, 그 이후 지갑을 우체통에 넣거나 경찰에 연락하는 등 주인을 찾아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충분히 있었는데 청구인 정○영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어머니인 이○연에게 이 사건 지갑을 1개월 이상 이를 보관하게 하였으므로 절도죄의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
청구인 이○연은 아들이 습득한 물건임을 알면서도 1개월 이상 아무런 조치 없이 이 사건 지갑을 보관하였으므로 장물보관 혐의가 인정된다.
3. 판 단
가. 인정되는 사실
청구인 정○영에 대한 수원지방검찰청 2014형제44299호 기소유예처분의 수사기록(이하 ‘제1수사기록’이라 한다) 및 청구인 이○연에 대한 수원지방검찰청 2014형제44522호 기소유예처분의 수사기록(이하 ‘제2수사기록’이라 한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청구인 정○영은 2014. 5. 15. 20:19:41경 수원버스터미널에서 ○○대 정문앞 부근 친구들과의 약속장소로 가기 위하여 경기70바○○호 ○○번 버스를 승차하였다. 그 후 이 사건 지갑의 소유자인 피해자 정○경이 같은 버스를 탑승하여 청구인 정○영의 바로 옆 자리에 앉았다(제1수사기록 9-10, 27면).
(2) 피해자 정○경은 지갑을 손에 들고 깜빡 졸다가 승차한지 약 6분 후에 ‘○○대삼거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서 이 사건 지갑을 버스 안에 떨어뜨렸다(제1수사기록 4, 6, 15면).
(3) 이 사건 지갑이 버스 안에 떨어져 있는 것을 버스 하차문 주변에 앉은 다른 여성 승객이 발견하였다. 그 지갑을 발견한 승객은 지갑을 손에 들고 버스 안에 있던 불특정 다수의 승객들에게 이야기를 하였는데, 청구인 정○영이 이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 사건 지갑을 받아 들고 버스에서 하차하였다(제1수사기록 11, 28면).
(4) 청구인 정○영은 버스정류장에서 지갑을 주인에게 돌려주지 못하였고, 지갑을 자신의 가방 속에 넣고 친구들과 만난 후 귀가하여 어머니인 청구인 이○연에게 건네주었다.
(5) 청구인 이○연은 정○영으로부터 이 사건 지갑을 건네받은 후 약 한 달간 주인을 찾아주지 않고 집안의 장롱 속에 보관하였다.
(6) 청구인들은 2014. 6. 17.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하면서 이 사건 지갑을 경찰에 임의제출 하였고, 위 지갑은 피해자 정○경에게 그대로 반환되었다. 피해자 정○경은 2014. 6. 20. 청구인들과 원만히 합의되었으므로 청구인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제1수사기록 37면).
나. 청구인 정○영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의 당부
(1) 절도죄 구성요건 해당 여부
(가) 절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 중 하나인 ‘절취행위’는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재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에서 점유의 배제는 점유자 또는 처분권자의 의사에 반할 것을 요하므로 점유자 또는 처분권자의 동의가 있는 때에는 절도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조각된다.
(나) 이 사건에서 위와 같이 인정되는 사실에 의하면, 청구인 정○영은 지갑을 최초 발견한 여성 승객에게 자신이 주인을 찾아줄테니 지갑을 달라고 하여 이를 건네받은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청구인의 행위가 지갑 점유자인 여성 승객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를 배제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청구인 정○영의 행위는 절도죄에 있어 절취행위로 보기는 어렵고, 절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2) 횡령죄 구성요건 해당 여부
(가) 횡령죄는 위탁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횡령이나 반환거부행위를 함으로써 불법영득의사를 표현하는 경우 성립한다. 횡령죄에서의 위탁관계는 반드시 소유자에 의하여 행하여져야 하는 것은 아니고,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제3자에 의해 이루어져도 무방하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 정○영은 지갑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며 지갑을 점유하게 되었으므로 제3자(다른 여성 승객)에 의해 지갑의 보관을 위탁받은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위탁관계는 소유자인 정○경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지 않는다. 따라서 청구인 정○영은 위탁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
(나) 나아가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행위를 하여야 하고, 이로써 불법영득의사를 표현하여야 한다. 횡령죄의 경우에는 행위자가 이미 재물을 점유하고 있으므로 영득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외부에 표현될 것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 정○영이 직접 지갑 주인을 찾아주지 않고 지갑을 어머니에게 맡긴 행위는 횡령행위 등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바, 그렇다면 청구인 정○영의 혐의 인정 여부는 불법영득의사의 인정 여부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
(3) 청구인 정○영의 불법영득의사 인정 여부
(가) 불법영득의사의 의의와 판단방법
불법영득의사라 함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하거나 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하는데,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영구적으로 그 물건의 경제적 이익을 보유할 의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점유의 침해만으로는 부족하고, 소유권 또는 이에 준하는 본권을 침해하는 의사, 즉 소유자 등을 종래 지위에서 영원히 제거한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0. 10. 13. 선고 2000도3655 판결; 대법원 1992. 9. 8. 선고 91도3149 판결 참조).
불법영득의사는 내심의 의사에 해당하므로,행위자가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675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도 수사기록에 나타난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 등에 비추어 청구인 정○영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나) 이 사건에 대한 판단
1) 제1수사기록에 첨부된 CCTV 영상 사진에 의하면, 이 사건 지갑이 다른 여성 승객에 의해 발견되었을 당시 버스에서 하차하고 있는 다른 승객이 2명 정도 있었으나 피해자 정○경의 모습은 보이지 않으므로(제11면 위쪽사진), 이때 이미 피해자 정○경은 버스에서 하차한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카드(교통카드) 단말기 결제시각(제1수사기록 15면)과 CCTV 영상시각은 약 29분 25초의 차이가 있는데(CCTV 영상이 더 빠르게 표시됨), 청구인 정○영이 버스에서 하차하기 직전의 CCTV 영상 시각(21:06:12, 제11면 아래쪽 사진)을 □□카드 결제시각 기준으로 환산하여 보면, 청구인 정○영은 20:36:47경 버스에서 하차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해자 정○경은 20:36:22 버스에서 하차하면서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결제하였으므로, 청구인과 피해자의 하차시각 사이에는 약 25초의 간극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시간 차이와 함께 당시 이미 해가 지고 어두워진 상태였던 사정 등을 고려하면, 정류장에서 피해자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는 청구인 정○영의 진술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
2) 제2수사기록에 첨부되어 있는 피해품 사진을 살펴보면(제16-21면), 이 사건 지갑 안에는 현금과 백화점상품권, 신용카드 등이 들어 있었을 뿐 피해자의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는 물건이 없었다. 따라서 청구인 정○영이 버스 정류장에서 피해자를 놓친 이상,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3) 만약 청구인 정○영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면, 그 안에 들어 있던 현금·상품권 등을 소비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위 청구인은 습득한 지갑을 그대로 집에 가져와 어머니에게 주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하였고, 결국에는 이 사건 지갑과 그 안의 귀중품 등이 피해자에게 반환되기까지 하였으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구인 정○영에게 이 사건 지갑을 자신의 소유물과 같이 이용·처분하거나 피해자를 소유자 지위에서 영원히 제거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4) 위와 같은 정황증거 또는 간접증거들에 의하면 청구인 정○영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점
그렇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정○영이 사건 당일 하차했던 정류장에 CCTV는 없었는지, 만약 있었다면 청구인 정○영이 하차한 직후의 행동은 어떠했는지, 위 청구인이 하차한 지점에서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까지 가는 도중 다른 방법으로 분실신고를 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니었는지, 청구인 정○영이 친구들과 만난 후 귀가하기까지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어떠했는지, 위 청구인이 귀가하는 도중에도 다른 방법으로 분실신고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는지, 위 청구인이 이 사건 지갑을 자신의 어머니인 이○연에게 맡긴 후 이○연에게 반환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를 묻거나 확인한 적은 없는지, 그동안 이○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등에 관한 추가적인 수사를 하여, 청구인 주장의 진위를 판단했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그러한 추가조사 없이 곧바로 청구인 정○영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음을 전제로 혐의를 인정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그 결정에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다.
(5) 소결
청구인 정○영의 행위는 절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횡령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관적 구성요건인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청구인 정○영에 대한 수원지방검찰청 2014형제44299호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위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다. 청구인 이○연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의 당부
형법 제362조의 장물이라 함은 ‘재산죄인 범죄행위에 의하여 영득된 물건’을 말하는데, 여기에서 재산죄인 범죄행위는 본범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일 것’을 요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5350 판결; 헌재 2015. 3. 17. 2015헌바43 참조).
이 사건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 정○영의 행위가 절도죄 또는 횡령죄의 객관적·주관적 구성요건요소를 흠결한 것이라면, 청구인 이○연이 보관한 이 사건 지갑을 ‘절도 또는 횡령행위에 의하여 영득된 물건’이라고 할 수 없고, 장물보관죄에서의 장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청구인 이○연에게 장물보관 혐의를 인정한 수원지방검찰청 2014형제44522호 기소유예처분 또한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으로서, 청구인 이○연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아니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