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피청구인이 2013. 11. 29. 수원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7518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3. 11. 29. 피청구인으로부터 재물손괴 혐의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수원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75189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그의 처 안○숙과 공동하여 2013. 1. 22. 고소인 이○규(이하 ‘고소인’이라 한다)가 대표로 있는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 ○○번지 ‘○○타워’ 상가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 1층에 위치한 배전함 및 계량기함에 ○○타워 측이 설치한 시가 4만 원 상당의 자물쇠 1개를 열쇠수리공을 불러 교체하는 방법으로 파손하여 손괴하고(이하 ‘이 사건 1차 행위’라 한다), 2013. 1. 28. 이 사건 건물 1층에 있는 배전함 및 계량기함에 ○○타워 측이 설치한 시가 4만 원 상당의 자물쇠 1개 및 6층 옥상에 있는 고압변압기실 철책 출입문에 ○○타워 측에서 설치한 시가 2만 원 상당의 자물쇠 1개를 열쇠수리공을 불러 교체하는 방법으로 손괴하였다(이하 ‘이 사건 2차 행위’라 하고, 이 사건 1차 행위와 함께 ‘이 사건 행위들’이라 한다). 」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4. 2. 11.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이 이 사건 건물 중 103호(이하 ‘103호’라 한다)를 아들 명의로 경락 받았으나 고소인 측의 위법한 단전단수행위로 인하여 이를 전혀 사용·수익하지 못하였고, 법원으로부터 가처분 결정 및 판결까지 받는 등 가능한 모든 법적구제수단을 취하였음에도 고소인 측이 계속하여 전기 공급을 차단하였기 때문에 부득이 청구인이 이 사건 행위들에 나아간 것으로, 이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3. 판 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행위들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나.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1)고소인은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고 그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주식회사 ○○세컨드’의 대표이사로서, 103호를 분양받은 사람(우○수)으로부터 임차하여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청구인은 103호를 임의경매 절차에서 아들 박○호 명의로 경락받아 2011. 8. 16.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나, 고소인은 임차보증금 1억 원의 지급을 요구하면서 이를 인도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박○호 명의로 고소인을 상대로 하여 2011. 9. 30. 청주지방법원으로부터 부동산인도명령(2011타기884)을 받아 2011. 11. 16. 103호를 인도받았다.
그러나 위 인도집행 직후 고소인 측이 103호에 대하여 단전단수조치를 취하였고, 이에 청구인은 박○호 명의로 주식회사 ○○세컨드를 상대로 하여 청주지방법원으로부터 2012. 7. 27. ‘위 회사는 103호에 대한 전기 및 수도를 공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단전단수금지가처분 결정(2012카합178)과 2012. 11. 14. ‘위 회사는 박○호에게 한국전력공사 및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가 103호에 대하여 전기 및 수도를 공급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하라’는 판결(2012가합6377)을 받았다(이하 ‘이 사건 가처분결정 및 판결’이라 한다).
(2) 이 사건 가처분 결정 및 판결에 따라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되자, 2012. 12. 29. 청구인의 처 안○숙은 박○호를 대리하여 103호를 권○윤에게 임대하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권○윤은 103호에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는 도중 고소인 측의 단전으로 전기가 공급되지 않자 이를 청구인에게 알렸다.
이에 청구인은 2013. 1. 22. 이 사건 1차 행위를 한 후 전기공사업자를 통해 103호에 전기를 연결하였으나 고소인 측은 그 다음날 103호에 연결된 전기공급선을 절단하였고, 청구인은 2013. 1. 28. 이 사건 2차 행위를 한 후 전기공사업자를 통해 103호에 전기를 연결하였으나 고소인 측은 다시 103호에 연결된 전기공급선을 절단하였다.
(3) 결국 임차인 권○윤은 103호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음을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박○호를 상대로 2013. 3. 21. 보증금반환청구 및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다. 정당행위 성립 여부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도6187 판결;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도381 판결 등 참조).
(1)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이 사건 건물의 103호로 연결되는 배전함 및 계량기함 등의 전기 시설은 구분소유자의 공용(共用)에 제공되는 공용부분으로서, 고소인이나 주식회사 ○○세컨드 등 개인의 구분소유권의 목적으로 할 수 없고(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참조), 103호의 구분소유자는 위 시설에 대한 공유자로서 그 용도에 따라 이를 사용할 권리를 갖는다. 한편, 고소인이나 주식회사 ○○세컨드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관리단집회의 결의나 이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 선임된 적법한 관리인이라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가사 고소인이나 주식회사 ○○세컨드가 사실상 이 사건 건물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었더라도, 이 사건 가처분결정 및 판결에 비추어 103호에 대한 전기 공급을 거부하고 있는 고소인 측은 이미 관리자로서의 직무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 행위들은 위법한 단전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를 배제하기 위한 행위로서,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2)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청구인은 이 사건 행위들을 하기 전 이 사건 건물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던 직원 윤○희를 만나고, 이 사건 건물의 전기안전담당자와도 통화를 하여 이 사건 가처분결정 및 판결에 따라 103호에 전기를 공급해줄 것을 요청한 후 전기안전담당자로부터 “전기 배선업자를 직접 불러서 설치하라”는 답변을 들었으며, 위 윤○희에게 전기시설의 열쇠를 요구하였으나 이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알아서 하라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고 진술하는 점, 청구인은 이 사건 행위들이 있은 후 새로운 잠금장치를 설치하고 그 열쇠를 위 윤○희에게 전달하였다고 진술하는 점, 가사 청구인의 위와 같은 진술과 달리 이 사건 건물 관리담당자 측이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하더라도, 103호에 전기를 연결하기 위해 전기 시설을 사용할 권리가 있는 청구인의 요구가 있었다면 관리담당자 측은 이 사건 가처분결정 및 판결에 따라 잠금장치를 해제해줘야 할 의무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행위들은 그 수단의 상당성을 갖춘 행위이다.
(3) 법익의 균형성
고소인은 이 사건 행위들로 인해 시가 4만 원 상당의 자물쇠 2개와 시가 2만 원 상당의 자물쇠 1개가 훼손되었을 뿐인데(청구인은 나아가 새로운 자물쇠를 설치하고 열쇠를 반납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청구인은 103호를 아들 명의로 경락받은 이후 이 사건 행위들이 발생하기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고소인 측의 위법한 단전행위로 말미암아 103호에 대한 사용·수익이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임차인으로부터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해지 및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 당하는 등의 커다란 손해를 입은 점, 고소인은 위와 같은 단전행위 등으로 인한 업무방해죄로 기소되어 2014. 8. 21.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은 점[2013고단855, 655(병합)] 등에 비추어, 이 사건 행위들은 그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4) 긴급성 및 보충성
이 사건 행위들은 103호를 임차한 권○윤이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던 중 고소인 측의 일방적인 단전조치로 전기가 공급되지 아니하자 권○윤이 청구인에게 전기 공급을 요청하여 발생한 점, 전기 공급은 부동산의 사용·수익에 필수적이고 가까운 시일 내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을 경우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해지될 가능성이 높은 점, 청구인은 고소인 측을 상대로 이 사건 가처분결정 및 판결까지 받는 등 가능한 모든 법적 구제수단을 취하였을 뿐만 아니라(이 점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결정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간접강제 신청 등의 수단으로는 위와 같은 피해를 막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행위들은 그 긴급성 및 보충성도 인정된다.
라. 소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구인이 이 사건 행위들을 하게 된 경위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행위들은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재물손괴죄에 있어서 정당행위의 법리를 잘못 판단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