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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청구인에 대하여 재물손괴죄의 피의사실을 인정한 기소유예처분이 정당행위의 법리를 잘못 판단하여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본 사례

재판요지

청구인은 아들 명의로 상가 건물의 103호를 경락받은 후, 고소인 측을 상대로 단전단수금지가처분 결정과 전기 공급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인 측이 전기를 공급하지 아니하여 임대차계약이 해지될 위험에 처하자, 청구인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하여 공용부분인 건물 전기 시설의 잠금장치를 해제하였다. 즉 청구인은 건물의 구분소유자로서 전기시설에 대한 공유자이며, 가처분 결정 및 판결에 따라 건물 관리자 측은 청구인에게 잠금장치를 해제하여 줄 의무가 있다. 또한 청구인은 모든 법적 구제절차를 거쳤으며,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막기 위해 전기를 공급받아야 할 긴급성도 인정된다. 따라서 청구인의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 그렇다면 청구인의 재물손괴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형법 제20조, 제366조

사건
2014헌마106 기소유예처분취소
청구인
박○길 (국선대리인 변호사 ○○○)
피청구인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판결선고
2014. 10. 30.

주 문

피청구인이 2013. 11. 29. 수원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7518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3. 11. 29. 피청구인으로부터 재물손괴 혐의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수원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75189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그의 처 안○숙과 공동하여 2013. 1. 22. 고소인 이○규(이하 ‘고소인’이라 한다)가 대표로 있는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 ○○번지 ‘○○타워’ 상가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 1층에 위치한 배전함 및 계량기함에 ○○타워 측이 설치한 시가 4만 원 상당의 자물쇠 1개를 열쇠수리공을 불러 교체하는 방법으로 파손하여 손괴하고(이하 ‘이 사건 1차 행위’라 한다), 2013. 1. 28. 이 사건 건물 1층에 있는 배전함 및 계량기함에 ○○타워 측이 설치한 시가 4만 원 상당의 자물쇠 1개 및 6층 옥상에 있는 고압변압기실 철책 출입문에 ○○타워 측에서 설치한 시가 2만 원 상당의 자물쇠 1개를 열쇠수리공을 불러 교체하는 방법으로 손괴하였다(이하 ‘이 사건 2차 행위’라 하고, 이 사건 1차 행위와 함께 ‘이 사건 행위들’이라 한다). 」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4. 2. 11.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이 이 사건 건물 중 103호(이하 ‘103호’라 한다)를 아들 명의로 경락 받았으나 고소인 측의 위법한 단전단수행위로 인하여 이를 전혀 사용·수익하지 못하였고, 법원으로부터 가처분 결정 및 판결까지 받는 등 가능한 모든 법적구제수단을 취하였음에도 고소인 측이 계속하여 전기 공급을 차단하였기 때문에 부득이 청구인이 이 사건 행위들에 나아간 것으로, 이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3. 판 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행위들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나.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1)고소인은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고 그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주식회사 ○○세컨드’의 대표이사로서, 103호를 분양받은 사람(우○수)으로부터 임차하여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청구인은 103호를 임의경매 절차에서 아들 박○호 명의로 경락받아 2011. 8. 16.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나, 고소인은 임차보증금 1억 원의 지급을 요구하면서 이를 인도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박○호 명의로 고소인을 상대로 하여 2011. 9. 30. 청주지방법원으로부터 부동산인도명령(2011타기884)을 받아 2011. 11. 16. 103호를 인도받았다. 그러나 위 인도집행 직후 고소인 측이 103호에 대하여 단전단수조치를 취하였고, 이에 청구인은 박○호 명의로 주식회사 ○○세컨드를 상대로 하여 청주지방법원으로부터 2012. 7. 27. ‘위 회사는 103호에 대한 전기 및 수도를 공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단전단수금지가처분 결정(2012카합178)과 2012. 11. 14. ‘위 회사는 박○호에게 한국전력공사 및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가 103호에 대하여 전기 및 수도를 공급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하라’는 판결(2012가합6377)을 받았다(이하 ‘이 사건 가처분결정 및 판결’이라 한다). (2) 이 사건 가처분 결정 및 판결에 따라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되자, 2012. 12. 29. 청구인의 처 안○숙은 박○호를 대리하여 103호를 권○윤에게 임대하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권○윤은 103호에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는 도중 고소인 측의 단전으로 전기가 공급되지 않자 이를 청구인에게 알렸다. 이에 청구인은 2013. 1. 22. 이 사건 1차 행위를 한 후 전기공사업자를 통해 103호에 전기를 연결하였으나 고소인 측은 그 다음날 103호에 연결된 전기공급선을 절단하였고, 청구인은 2013. 1. 28. 이 사건 2차 행위를 한 후 전기공사업자를 통해 103호에 전기를 연결하였으나 고소인 측은 다시 103호에 연결된 전기공급선을 절단하였다. (3) 결국 임차인 권○윤은 103호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음을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박○호를 상대로 2013. 3. 21. 보증금반환청구 및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다. 정당행위 성립 여부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도6187 판결;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도381 판결 등 참조). (1)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이 사건 건물의 103호로 연결되는 배전함 및 계량기함 등의 전기 시설은 구분소유자의 공용(共用)에 제공되는 공용부분으로서, 고소인이나 주식회사 ○○세컨드 등 개인의 구분소유권의 목적으로 할 수 없고(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참조), 103호의 구분소유자는 위 시설에 대한 공유자로서 그 용도에 따라 이를 사용할 권리를 갖는다. 한편, 고소인이나 주식회사 ○○세컨드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관리단집회의 결의나 이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 선임된 적법한 관리인이라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가사 고소인이나 주식회사 ○○세컨드가 사실상 이 사건 건물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었더라도, 이 사건 가처분결정 및 판결에 비추어 103호에 대한 전기 공급을 거부하고 있는 고소인 측은 이미 관리자로서의 직무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 행위들은 위법한 단전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를 배제하기 위한 행위로서,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2)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청구인은 이 사건 행위들을 하기 전 이 사건 건물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던 직원 윤○희를 만나고, 이 사건 건물의 전기안전담당자와도 통화를 하여 이 사건 가처분결정 및 판결에 따라 103호에 전기를 공급해줄 것을 요청한 후 전기안전담당자로부터 “전기 배선업자를 직접 불러서 설치하라”는 답변을 들었으며, 위 윤○희에게 전기시설의 열쇠를 요구하였으나 이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알아서 하라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고 진술하는 점, 청구인은 이 사건 행위들이 있은 후 새로운 잠금장치를 설치하고 그 열쇠를 위 윤○희에게 전달하였다고 진술하는 점, 가사 청구인의 위와 같은 진술과 달리 이 사건 건물 관리담당자 측이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하더라도, 103호에 전기를 연결하기 위해 전기 시설을 사용할 권리가 있는 청구인의 요구가 있었다면 관리담당자 측은 이 사건 가처분결정 및 판결에 따라 잠금장치를 해제해줘야 할 의무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행위들은 그 수단의 상당성을 갖춘 행위이다. (3) 법익의 균형성 고소인은 이 사건 행위들로 인해 시가 4만 원 상당의 자물쇠 2개와 시가 2만 원 상당의 자물쇠 1개가 훼손되었을 뿐인데(청구인은 나아가 새로운 자물쇠를 설치하고 열쇠를 반납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청구인은 103호를 아들 명의로 경락받은 이후 이 사건 행위들이 발생하기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고소인 측의 위법한 단전행위로 말미암아 103호에 대한 사용·수익이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임차인으로부터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해지 및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 당하는 등의 커다란 손해를 입은 점, 고소인은 위와 같은 단전행위 등으로 인한 업무방해죄로 기소되어 2014. 8. 21.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은 점[2013고단855, 655(병합)] 등에 비추어, 이 사건 행위들은 그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4) 긴급성 및 보충성 이 사건 행위들은 103호를 임차한 권○윤이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던 중 고소인 측의 일방적인 단전조치로 전기가 공급되지 아니하자 권○윤이 청구인에게 전기 공급을 요청하여 발생한 점, 전기 공급은 부동산의 사용·수익에 필수적이고 가까운 시일 내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을 경우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해지될 가능성이 높은 점, 청구인은 고소인 측을 상대로 이 사건 가처분결정 및 판결까지 받는 등 가능한 모든 법적 구제수단을 취하였을 뿐만 아니라(이 점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결정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간접강제 신청 등의 수단으로는 위와 같은 피해를 막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행위들은 그 긴급성 및 보충성도 인정된다. 라. 소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구인이 이 사건 행위들을 하게 된 경위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행위들은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재물손괴죄에 있어서 정당행위의 법리를 잘못 판단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