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피청구인이 2013. 7. 29. 수원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45595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3. 7. 29. 피청구인으로부터 감금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데(수원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45595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대리운전 기사인바, 2013. 6. 7. 00:10경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소재 상호불상의 노래방에서 대리운전 기사를 부른다는 전화를 받고 피해자 방○엽(남, 56세) 소유의 경기22나○○○○호 그랜저 차량에 피해자를 태워 피해자의 집으로 대리운전을 하여 가던 중, 같은 날 00:45경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성복동성당 사거리에서 신호위반 문제로 피해자와 말다툼을 시작한 후 피해자의 정차 요구를 묵살한 채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1241 앞길까지 약 3킬로미터를 그대로 질주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내리지 못하도록 하여 약 4분간 피해자를 감금하였다.”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3. 10. 2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이 대리운전을 하여 피해자의 집으로 가던 중 피해자가 청구인이 신호위반을 하였다고 주장하며 대리운전 요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겠다고 하여 시비를 하다가 정차를 요구하여 정차하였는데, 정차한 곳이 인적이 드문 외진 곳이라 청구인이 출발지인 수원으로 되돌아오기 어렵고 술에 취한 피해자 또한 안전하게 귀가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이에 청구인은 피해자에게 출발지로 돌아가서 다른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주겠다고 하였는데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지 아니하여 출발지로 돌아가려고 회차하였고, 출발지로 돌아가던 중 주유소에 이르러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정차한바, 청구인이 피해자를 태우고 회차하여 운행하였다 하더라도 감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3. 판 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청구인이 대리운전을 하여 피해자의 집으로 가던 중 피해자가 청구인이 신호위반을 했다며 과태료가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청구인은 만약 과태료가 나올 경우 대리운전 회사에 연락하면 지급하겠다고 답변하였으나, 피해자는 청구인을 못 믿겠으니 대리운전 요금을 못 주겠다고 하면서 청구인에게 계속 욕설을 하였다.
(2)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계속 욕설을 하자, 청구인은 같은 날 00:45경 피해자에게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출발지로 가서 다른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주겠다’고 하면서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성복동성당 사거리에서 출발지 방향으로 유턴(U-Turn)하여(이하 ‘이 사건 회차’라 한다) 약 3km를 운행하였는데, 회차 당시 피해자의 명시적 동의는 없었다.
(3) 청구인이 출발지로 돌아가던 중 피해자는 정차를 요구하였고, 청구인은 같은 날 00:50경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1241 앞길(이하 ‘최종 정차지점’이라 한다)에 정차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112로 전화를 걸어 청구인을 감금 혐의로 신고하였다.
나. 감금죄의 성립 여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구인이 피해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출발지 방향으로 회차하여 약 3km를 운행한 사실은 청구인과 피해자 간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감금죄가 성립되려면 청구인에게 감금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감금이란 사람을 일정한 장소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여 신체의 자유를 장소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므로, 감금의 고의란 타인의 신체의 자유를 장소적으로 제한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과 의사를 의미하고, 미필적 고의도 이에 포함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다음과 같이 청구인에게 감금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이 사건은 청구인이 피해자의 차량에 피해자를 태우고 대리운전을 하여 주행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청구인과 피해자의 진술 외에는 달리 청구인의 고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회차 이후 피해자가 수차례 정차 요구를 하였다’는 경찰 수사과정에서의 피해자의 진술만을 근거로 청구인에 대하여 감금 혐의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은 수사과정 및 심판청구서에서 일관되게, ‘청구인이 신호를 위반하였다며 피해자가 대리운전 요금을 못 주겠으니 차를 세우라고 하여 일단 정차하였고, 피해자에게 출발지로 되돌아가서 다른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주겠다고 한 후 차를 유턴하여 출발지로 가던 중 피해자가 다시 차를 세우라고 하여 최종 정차지점에서 정차하였고 피해자가 주행 중 정차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 처음 정차한 장소가 터널 부근의 외진 산 밑이어서 피해자가 음주운전을 하여 귀가하거나 밤새 그곳에 있을 수 있고 청구인도 그곳에서 되돌아오기 힘들 것 같아 출발지로 가려고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고, 피해자 또한 수사과정에서 ‘청구인이 자신을 못 믿으면 다른 대리운전 기사를 쓰라면서 원위치로 가서 내려주겠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이 사건 회차 지점 및 최종 정차지점의 위치, 이 사건 회차 이후 최종 정차지점까지의 거리 및 주행 시간, 피해자는 이 사건 회차 이후 주행 중에도 자유롭게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최종 정차 이후에 비로소 112에 전화신고를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수차례 정차를 요구하였음에도 청구인이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주행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2)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이 피해자의 정차 요구를 무시하고 계속 주행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 이 사건 발생 당시 신호위반 및 대리운전 요금 지급 문제로 청구인과 피해자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여 피해자가 정차를 요구하였는데 청구인은 이 사건 회차 지점부터 최종 정차지점까지의 구간이 인적이 드문 외진 곳이어서 피해자와 차량을 그대로 두고 올 경우 청구인도 되돌아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술에 취한 피해자가 안전하게 귀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하고 피해자에게 ‘출발지로 되돌아가서 다른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주겠으니 출발지로 가서 내려주겠다’고 하면서 회차하였고, 당시 피해자는 명시적인 동의를 하지는 아니한 점, 이 사건 회차 지점에서 최종 정차지점까지의 거리는 약 3km 정도이고 주행시간은 3-4분에 불과한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이 회차하여 출발지 방향으로 주행한 것은 청구인과 피해자 사이의 다툼으로 더 이상 대리운전이 곤란하다고 판단하여 피해자에게 출발지로 되돌아가겠다고 이야기한 후 복귀하기 위한 것일 뿐, 청구인에게 피해자를 감금하려는 의도나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청구인에게 감금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그렇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의 발생 경위, 피해자 및 청구인의 진술과 사건 당시의 모든 상황을 면밀히 살펴 청구인에게 감금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하고, 앞서 인정된 사실만으로 감금의 고의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면 피해자와 청구인에 대한 대질신문의 실시 등 추가적인 수사를 통해 감금의 고의 여부를 규명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경찰 수사과정에서의 피해자의 진술 및 청구인이 피해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출발지 방향으로 회차한 사실만을 근거로 곧바로 청구인에게 감금의 혐의를 인정하고 말았는바,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