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2. 1. 28. 채권자인 대부업자와의 사이에 금전채무 보증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주채무자가 위 금전채무를 모두 변제하지 못하자 채권자가 보증채무자인 청구인에 대하여 재산명시신청을 하였고(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12카명1159), 위 법원은 2012. 9. 10. 청구인에게 재산명시결정을 하고 위 결정과 재산명시기일출석요구서를 송달하였으나, 청구인은 2012. 11. 26. 위 법원이 실시한 재산명시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위 법원은 같은 날 감치재판개시결정을 하고(같은 법원 2012정명414), 2012. 12. 17. 15:00 감치재판기일을 열어 청구인이 재산명시기일에 출석요구를 받고도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사집행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여 청구인을 7일간 감치에 처하는 결정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2013. 1. 7. 민사집행법 제68조 제1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사집행법(2002. 1. 26. 법률 제6627호로 제정된 것) 제68조 제1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사집행법 (2002. 1. 26. 법률 제6627호로 제정된 것)
제68조(채무자의 감치 및 벌칙) ①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다음 각 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법원은 결정으로 20일 이내의 감치(監置)에 처한다.
1. 명시기일 불출석
2. 재산목록 제출 거부
3. 선서 거부
[관련조항]
별지 기재와 같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명시기일에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의 제출 또는 선서를 거부한 경우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위 감치제도는 형법 규정에 존재하지 않는 형벌을 규정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며, 간접강제 등의 방법을 통해서도 채무자의 재산공개의 투명성이라는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에도 감치라는 구금방법을 택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법원이 감치결정을 함에 있어 채무자의 각 행위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심리하도록 하고 있으나 정당한 사유에 관한 기준이 애매모호하여 채무자에게 개인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까지 감치에 처해질 수 있고, 채무자가 감치재판기일에 불출석하여 변명 등 방어의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도 감치결정을 할 수 있으므로 실체적·절차적 적법절차를 위반한 것이다.
다. 심판대상조항이 감치의 제재를 통해 채무자에게 재산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채무자의 양심의 자유와 진술거부권을 침해한다.
4. 판 단
가. 재산명시의무 위반자에 대한 감치제도의 도입 배경 및 취지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24조의8 제1항은 재산명시명령을 송달받은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명시기일에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선서를 거부하는 경우 및 채무자가 허위의 재산목록을 제출한 경우에 채무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위 규정은 2002년 제정된 민사집행법에서 채무자가 거짓의 재산목록을 낸 때에만 형사처벌을 하고(민사집행법 제68조 제9항), 나머지 경우에는 채무자를 감치에 처하는 것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위와 같이 제도가 바뀐 이유는, 구 민사소송법이 재산명시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를 검사의 기소가 필요한 형벌에 의존함으로써, ① 재산명시절차의 민사적 성격을 감소시키고, ② 절차 지연과 처벌의 예측 곤란 등으로 인하여 채무자에 대한 압박수단으로서의 효과를 약화시키며, ③ 채무자가 채무의 변제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을 받게 되어 간접강제적 의미도 약화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민사집행법(이하 민사집행법은 ‘법’, 민사집행규칙은 ‘규칙’, 법정 등의 질서유지를 위한 재판에 관한 규칙은 ‘법정질서규칙’이라 약칭한다)은 채무자가 거짓의 재산목록을 낸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하고(제68조 제9항), 나머지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채무자를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되, 감치의 집행 중이라도 채무자가 재산목록의 제출 및 선서를 하거나 그 채무를 변제하면 즉시 석방하도록 함으로써(제68조 제6항), 감치제도의 간접강제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고 채무변제와 석방을 연계하여 강제집행의 실효성도 높이는 한편, 민사집행절차상의 의무 위반이 바로 형사절차로 이행되는 것을 원칙적으로 부정함으로써 제재수단이 갖는 민사적 성격을 분명히 하였다.
나.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
(1) 신체의 자유의 침해 여부
채무자에 대한 감치는 구금을 통하여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민사소송의 목적인 분쟁해결 또는 권리보호는 집행권원이 있는 채권자가 집행을 통하여 종국적인 만족을 얻음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것인데, 채권자에게 금전지급청구권에 기초한 집행권원을 부여한 국가로서는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채무자에게 책임재산의 목록을 명시하는 절차를 마련하여 이를 강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재산명시의무의 위반행위에 대한 감치의 제재를 규정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이러한 재산명시의무의 간접강제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고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여 강제집행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나) 침해의 최소성
구 민사소송법에서 모든 재산명시의무 위반행위에 대해 형벌을 부과했던 것과는 달리, 심판대상조항은 명시기일 불출석, 재산목록의 제출 거부 및 선서 거부의 경우에는 사후적인 형사절차 대신 재산명시에 연계된 절차 내에서(규칙 제30조 제1항) 신속하고 유연한 간접강제로서 감치의 제재를 하고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감치는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의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고, 채무자의 책임재산 탐색과 직접 관련이 있는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집행권원에 기초한 경우에만 인정되며(법 제61조 제1항), 채무자로서는 재산명시기일에 출석하여 재산목록을 제출하고 그 재산목록이 진실하다는 선서를 하기만 하면 감치의 제재를 받지 않게 되는데, 집행채무자라는 지위상 그러한 의무가 과도한 부담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한편, 감치재판개시결정은 감치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20일이 지난 때에는 할 수 없고(규칙 제30조 제2항 후문), 감치재판절차를 개시한 후라도 감치결정이 있기 전에 채무자가 재산목록을 제출하거나, 고령·질병 또는 집행채무의 액수나 변제능력·변제전망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감치에 처하는 것이 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법원은 불처벌결정을 할 수 있고(규칙 제30조 제3항), 감치를 명하더라도 그 기간은 최대 20일을 초과할 수 없으며(법 제68조 제1항), 감치의 집행 중이라도 채무자가 재산목록의 제출 및 선서를 하거나 그 채무를 변제하면 감치결정은 취소되어 채무자는 즉시 석방된다(법 제68조 제6항).
나아가 금전지급청구권에 기초한 강제집행의 경우 재산명시의무를 위반한 채무자에게 과태료 등의 금전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큰 실효성이 없을 것이므로, 채무자의 의무이행이 있으면 즉시 석방하도록 하는 조건부 구금의 성격을 갖는 감치제도 외에 현실적으로 덜 침해적인 간접강제 수단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이 입게 되는 불이익은 감치의 제재를 통해 달성하려는 강제집행의 실효성 확보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라)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2) 명확성원칙의 위반 여부
심판대상조항의 ‘정당한 사유’의 의미내용이 불확실하여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문제된다.
명확성원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하여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인바, 법규범에게 이러한 원칙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만일 법규범의 의미내용이 불확실하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고 법집행 당국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법규범의 문언은 어느 정도 일반적·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법문언이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11. 11. 24. 2010헌바254 참조).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 내지 입법취지, 입법연혁과 법규범의 종합적 체계에 비추어 볼 때, 여기서의 ‘정당한 사유’란 ① 당사자가 일반적인 주의를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재산명시명령 또는 재산명시기일을 알지 못한 경우나, ② 재산명시명령 또는 재산명시기일을 알고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질병·사고나 교통기관의 두절, 천재지변 등으로 명시기일에 출석하지 못한 경우에 인정될 것으로 해석되고, 달리 법관에 의한 자의적인 해석의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정당한 사유’의 의미내용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의 ‘정당한 사유’라는 표현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적법절차원칙의 위반 여부
심판대상조항은 법원이 감치결정을 함에 있어서 채무자에게 변명 등 방어의 기회를 제공하지 아니하여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되는지가 문제된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적법절차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는 이 원칙이 형사소송절차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국가작용 전반에 대하여 적용된다고 밝힌 바 있으므로(헌재 1992. 12. 24. 92헌가8; 헌재 1998. 5. 28. 96헌바4 참조), 재산명시의무를 위반한 채무자에 대한 감치재판절차에 있어서도 적법절차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절차적 요청 중의 하나로,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를 할 것, 당사자에게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들 수 있으나, 이 원칙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절차를 어느 정도로 요구하는지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규율되는 사항의 성질, 관련 당사자의 사익(私益), 절차의 이행으로 제고될 가치, 국가작용의 효율성,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 불복의 기회 등 다양한 요소들을 형량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참조).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감치재판절차는 재산명시명령을 한 법원의 감치재판개시결정에 따라 개시되는데, 우선 위 재산명시명령의 채무자에 대한 송달은 민사소송법 제187조(등기우편) 및 제194조(공시송달)에 의한 방법으로는 할 수 없으므로(법 제62조 제5항) 교부송달에 의하여야 하고, 결정에 따르지 아니할 경우 법 제68조에 규정된 감치 및 벌칙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지하여야 한다(법 제62조 제4항). 감치재판개시결정을 한 경우 법원은 감치재판기일을 열고 채무자를 소환하여 재산명시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심리하여야 하므로, 재산명시기일에 출석한 채무자에게 감치재판개시결정을 하고 이를 고지하는 경우에는 감치재판기일을 지정하여 말로 고지하면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채무자에게 감치재판기일통지서를 송달하여 고지하여야 한다. 감치재판기일은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출석 없이는 열 수 없지만, 채무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거나(가사소송에서의 의무불이행자에 대한 감치와 달리 구인 규정이 없으므로 채무자를 구인할 수 없다), 재판장의 허가 없이 퇴정하거나 퇴정명령을 받은 때에는 채무자의 출석 없이도 기일을 열 수 있다(규칙 제30조 제8항, 법정질서규칙 제6조 제1항). 감치재판기일에는 법원은 채무자의 출석 없이 재판을 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채무자에게 감치사유를 고지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규칙 제30조 제8항, 법정질서규칙 제6조 제2항). 채무자가 출석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감치재판을 선고한 때에는 지체없이 재판서 또는 재판의 내용을 기재한 조서의 등본을 채무자에게 송달하여야 한다(규칙 제30조 제8항, 법정질서규칙 제10조 제2항). 채무자는 감치결정을 고지받은 날부터 1주 이내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법 제68조 제4항, 제15조 제2항).
위와 같이 채무자에 대한 재산명시명령의 송달은 불이행시 감치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고지와 함께 교부송달로 하도록 하고 있고, 감치재판절차가 개시된 경우 그 결정과 감치재판기일을 다시 통지함으로써 채무자를 소환하여 감치사유를 고지하고 변명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감치결정에 대한 불복의 절차도 마련되어 있는바, 그 절차의 내용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었다. 나아가 채무자가 현실적으로 감치재판절차에서 변명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정당한 이유 없이 재판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재판장의 허가 없이 퇴정하거나 퇴정명령을 받아 출석 없이 기일이 진행되는 경우 뿐인데, 이는 심판대상조항이 채무자에게 적절한 고지와 변명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채무자 스스로 변명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절차를 거부하여 그 불이익을 감수하게 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감치재판절차가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4) 양심의 자유의 침해 여부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채무자에게 재산을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채무자의 양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헌법 제19조에서 말하는 ‘양심’은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가치적·도덕적 마음가짐으로,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 형성과 변경에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가 있어서는 아니되는 인간의 윤리적 내심영역이다. 보호되어야 할 양심에는 세계관·인생관·주의·신조 등은 물론, 이에 이르지 아니하여도 보다 널리 개인의 인격형성에 관계되는 내심에 있어서의 가치적·윤리적 판단도 포함될 수 있으나, 단순한 사실관계의 확인과 같이 가치적·윤리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경우는 그 보호대상이 아니다(헌재 2002. 1. 31. 2001헌바43 참조).
이 사건에서 채무자가 부담하는 행위의무는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관계를 명시한 재산목록을 제출하고 그 재산목록의 진실함을 법관 앞에서 선서하는 것으로서, 개인의 인격형성에 관계되는 내심의 가치적·윤리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단순한 사실관계의 확인에 불과한 것이므로, 헌법 제19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양심의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5) 진술거부권의 침해 여부
(가)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은 채무자에게 형사상 불이익이 될 수 있는 진술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 진술거부권의 의미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형사책임에 관하여 자신에게 불이익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것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진술거부권은 형사절차뿐만 아니라 행정절차나 국회에서의 조사절차 등에서도 보장되며, 현재 피의자나 피고인으로서 수사 또는 공판절차에 계속중인 사람 뿐만 아니라 장차 피의자나 피고인이 될 사람에게도 보장된다. 또한 진술거부권은 고문 등 폭행에 의한 강요는 물론 법률로써도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함을 의미한다(헌재 1997. 3. 27. 96헌가11 참조).
(다) ‘진술’에 포함되는지 여부
헌법상 진술거부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진술’이라 함은 언어적 표출 즉, 개인의 생각이나 지식, 경험사실을 정신작용의 일환인 언어를 통하여 표출하는 것을 의미한다(헌재 1997. 3. 27. 96헌가11 참조). 채무자가 재산명시기일에 제출하는 재산목록에는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일정한 범위 내의 유상양도 및 무상처분 등의 거래사항을 명시해야 하는바(법 제64조 제2항), 이는 채무자의 경험사실을 문자로 기재하도록 한 것이므로 ‘진술’의 범위에 포함된다.
(라) ‘형사상 불이익한 진술’에 해당하는지 여부
진술거부권에 있어서의 진술이란 형사상 자신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는 진술이므로 범죄의 성립과 양형에서의 불리한 사실 등을 말하는 것이고, 그 진술내용이 자기의 형사책임에 관련되는 것일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감치는 형사적 제재가 아니라 재산명시의무를 간접강제하기 위한 민사적 성격의 제재이다. 즉, 채무자가 재산목록의 작성·제출이라는 형태의 진술을 거부하였을 때 그에게 가해지는 제재는 형사상 책임이 아니라 민사적 구금제도로서의 감치이다.
물론 채무자가 거짓의 재산목록을 낸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나(법 제68조 제9항), 심판대상조항이 채무자로 하여금 재산명시기일에 출석하여 재산목록을 제출하고 선서를 하도록 강제한다고 하여, 그것이 법 제68조 제9항의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와 관련하여 채무자에게 불이익한 진술을 강요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법 제68조 제9항의 요건사실은 “채무자가 거짓의 재산목록을 내는 것”인데, 심판대상조항이 채무자에게 자신이 제출한 재산목록의 내용이 거짓인지 여부를 밝히도록 강제하는 것은 아니며, 민사집행법 제68조 제9항이 재산목록이 거짓인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을 이유로 형벌을 부과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채무자의 재산명시기일에서의 재산목록 작성·제출행위는 형사상 불이익한 진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마) 소결
따라서 감치의 제재를 통해 채무자에게 재산목록을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형사상 불이익한 진술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6) 죄형법정주의 위반 여부에 대한 심사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감치제도는 형법 규정에 존재하지 않는 형벌을 규정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감치는 형벌에 해당하지 않아 죄형법정주의의 영역에 포섭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의 주장은 결국 형법상의 형벌이 아닌 감치를 통하여 채무자를 구금하는 것이 채무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므로, 이 부분 주장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