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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대한민국 또는 헌법상 국가기관에 대하여 모욕, 비방, 사실 왜곡, 허위사실 유포 또는 기타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안전, 이익 또는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구 형법(1975. 3. 25. 법률 제2745호로 개정되고, 1988. 12. 31. 법률 제40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4조의2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재판요지

심판대상조항의 신설 당시 제안이유에서는 ‘국가의 안전과 이익, 위신 보전’을 그 입법목적으로 밝히고 있으나, 언론이 통제되고 있던 당시 상황과 위 조항의 삭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진정한 입법목적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고, 일률적인 형사처벌을 통해 국가의 안전과 이익, 위신 등을 보전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타 방법”,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위신” 등과 같은 개념은 불명확하고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며, 이미 형법, 국가보안법, 군사기밀보호법에서 대한민국의 안전과 독립을 지키기 위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점, 국가의 “위신”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표현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자유로운 비판과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는 점, 형사처벌조항에 의하지 않더라도 국가는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정보를 활용해 스스로 국정을 홍보할 수 있고, 허위사실 유포나 악의적인 왜곡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나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갖는 가치에 비추어 볼 때,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매우 중대하여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사건
2013헌가20 구형법제104조의2위헌제청
제청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제청신청인
양○우 (대리인 법무법인 자우 담당변호사 김주원)
판결선고
2015. 10. 21.

주 문

구 형법(1975. 3. 25. 법률 제2745호로 개정되고, 1988. 12. 31. 법률 제40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4조의2는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제청신청인은 1975년 12월경 우리나라의 현실을 주제로 하여 ‘○○수첩’이라는 제목의 장편 시를 작성함에 있어, 대한민국은 독재국가로서 국민들은 무자비한 인권탄압으로 최소한의 기본권도 누리지 못한 채 억압당하고 있고, 정부는 비밀흥정에 의해 몇 푼의 대가를 미끼로 군인들을 월남으로 보내 죽게 하였다고 묘사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정세 전반 및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에 관한 사실을 왜곡한 내용의 표현물을 작성한 후 보관하고 있다가 1976년 4월과 1977년 4월 말에 일본인, 미국인 등에게 교부하여, 일본인 잡지 ‘○○’ 1977년 6월호에 번역·게재되도록 함으로써 외국인을 이용하여 대한민국의 안전, 이익과 위신을 해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국가모독죄 및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1975. 5. 13.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로 제정되고, 1979. 12. 7. 대통령공고 제67호로 해제된 것)위반으로 기소되었다. 나. 제청신청인은 1977. 12. 26. 위 범죄사실로 1심에서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고(서울형사지방법원 77고합586), 항소(서울고등법원 78노196) 및 상고(대법원 78도1992)가 기각되어 1978. 9. 26. 그 형이 확정되었다. 제청신청인은 2012. 10. 26. 위 서울형사지방법원 77고합586 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3. 4. 19. 재심개시결정을 하였다(2012재고합23). 다. 제청신청인은 재심 계속 중인 2013. 6. 5. 국가모독죄를 규정한 구 형법 제104조의2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3. 6. 13. 위 제청신청에 따라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2013초기1930).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형법(1975. 3. 25. 법률 제2745호로 개정되고, 1988. 12. 31. 법률 제40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4조의2(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 형법(1975. 3. 25. 법률 제2745호로 개정되고, 1988. 12. 31. 법률 제40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4조의2(국가모독 등) ① 내국인이 국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모욕 또는 비방하거나 그에 관한 사실을 왜곡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이익 또는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② 내국인이 외국인이나 외국단체 등을 이용하여 국내에서 전항의 행위를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③ 제2항의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 3. 제청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이유 심판대상조항은 그 의미와 적용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위신’이나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기타 방법’ 등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어 의미내용이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국가를 제도화된 기구로 보지 않고 국가기관 담당자의 인격적 발현으로 보거나 국가유기체론과 같은 비민주적인 사상을 전제로 하면서, 국가의 참된 권위를 보호하기 보다는 정권의 기득권을 방어하기 위한 정치적 억압수단의 하나로 국민의 건전한 비판까지 금지하고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4. 판 단 가. 국가모독죄의 도입배경 및 심판대상조항의 내용 국가모독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한 심판대상조항은 형법이 1975. 3. 25. 법률 제2745호로 개정되면서 신설되었다. 신설 당시 형법개정안 제안이유를 보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세계화시대에 자주독립국가로서의 자각과 긍지를 고양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사대정신으로 외국이나 외국단체 등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비굴한 자세를 취하면서 대한민국과 헌법상의 국가기관에 대하여는 비방, 모욕하거나 사실을 왜곡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국가모독행위로 국가의 독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처벌함으로써 고질적인 사대풍조를 뿌리 뽑고, 자주독립국민으로서의 자각과 긍지를 드높여 국민윤리와 도의를 앙양함과 아울러 국가의 안전과 이익, 위신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심판대상조항은 구 형법 제104조의2에서 “국가모독 등” 이라는 제목 하에 내국인이 대한민국 또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모욕 또는 비방하거나 그에 관한 사실을 왜곡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이익 또는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게 한 때 이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내국인이 국외에서 행한 행위(제1항)와 내국인이 국내에서 외국인이나 외국단체 등을 이용하여 행한 행위(제2항)를 나누어, 모두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하였으며, 제2항의 행위에 대하여만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국가모독죄는 국가의 안전·이익과 위신의 보전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위태범으로서, 내국인, 즉 대한민국 국민을 행위주체로 한정하고, 대한민국 또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행위객체로 규정하였다. 당시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에는 대통령, 정부, 국회, 법원, 헌법위원회, 감사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있었다. 나. 심판대상조항의 삭제 국가모독죄는 국가나 헌법기관에 대한 모욕, 비방, 사실 왜곡 또는 허위사실 유포 등 국민의 표현행위를 규제 및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국내 언론이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언론이나 외국 단체, 외국인과의 접촉을 억제하여, 정부에 대한 국민의 비판 등 정치적 표현을 억압하기 위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1988년 제13대 국회가 구성되면서 발족된 ‘민주발전을 위한 법률개폐특별위원회’는 국민의 건전한 비판을 통한 민주사회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으로 국가모독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개정안을 제출하였고, 1988. 12. 31. 법률 제4040호로 개정된 형법에서는 위 조항이 삭제되기에 이르렀다. 다.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심판대상조항은 대한민국의 안전·이익 또는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모욕, 비방, 사실 왜곡, 허위사실 유포 등의 행위를 처벌하므로, 이는 결국 국가가 법률로써 국민의 표현행위를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처럼 국가가 개인의 표현의 자유, 특히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엄격한 요건 하에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앞서 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그 제안이유에서 ‘대한민국과 헌법상의 국가기관에 대하여 비방, 모욕하거나 사실을 왜곡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등을 형사처벌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이익, 위신 등을 보전’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당시 국내 언론이 통제되고 있었던 상황에서 위 조항이 국민의 건전한 비판을 억제하고 반정부 인사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었던 점, 이에 따라 1988년 개정형법에서 위 조항이 삭제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제안이유상의 입법목적을 진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설령 그 입법목적을 진정한 것으로 보더라도, 형사처벌을 통해 국민의 표현행위를 일률적으로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이익 또는 위신을 보전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고, 실질적인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국가라는 대외적 평가가 오히려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위신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것은 “대한민국 또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모욕 또는 비방하거나 그에 관한 사실을 왜곡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이익 또는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다.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규제대상이 되는 행위태양으로 “기타 방법”을 규정하면서, “기타 방법” 앞에 “모욕, 비방, 사실 왜곡, 허위사실 유포”라는 행위태양을 열거하는 예시적 입법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이들 사이에 공통적인 징표나 특징이 존재하지 않아 “기타 방법”이 과연 무엇인지를 해석하기 위한 판단지침이 되지 못한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안전과 이익,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기만 하면 대부분의 표현행위가 “기타 방법”에 포함될 수 있을 정도로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또한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위신”과 같은 개념 역시 구성요건으로서의 구체적인 표지를 가지지 못한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위신”을 실제로 해한 경우는 물론 그러한 우려가 있는 행위까지도 그 처벌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어, 정치적·학술적 토론이나 의견교환 과정에서 사용된 일부 부정적인 언어나 민감한 정치적·사회적 사안에 관한 비판, 현실 세태를 빗댄 풍자나 해학을 담은 문학적 표현마저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그 의미내용이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국가와 국가기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고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대한민국의 “안전”, “이익”, “위신”을 보전하기 위하여 내국인의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형법은 대한민국의 안전과 독립을 지키기 위하여 제2편 제2장 외환의 죄에서 외환유치죄(제92조), 여적죄(제93조),모병이적죄(제94조),시설제공이적죄(제95조), 시설파괴이적죄(제96조), 물건제공이적죄(제97조), 간첩죄(제98조), 일반이적죄(제99조) 등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고, 국가보안법이나 군사기밀보호법에서도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하여 심판대상조항을 별도로 둘 필요가 없다. 또한 대한민국의 “이익”은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으로서, 일의적으로 확정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며, 민주국가에서는 토론과 타협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하여 조정·수렴되는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이다. 진정한 대한민국의 “이익” 보전은 형사처벌을 통한 획일적인 판단의 강요가 아닌 다양한 토론과 논의의 장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이를 형사처벌로 강제하는 것은 과도하다. 그리고 국가는 그 사회 공동체를 이루는 국민들을 대표하는 조직이므로, 국민들은 자유로이 국가에 대해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형성된 국가에 대한 평가는 사회공동체의 사회 공동체 스스로에 대한 평가라 할 수 있다. 국민과 분리된 국가를 전제로 국민들의 비판이나 부정적 판단에 대하여 국가의 “위신”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다) 물론 국가가 일정한 정책이나 업무를 수행하거나 대외적인 관계를 형성해 감에 있어서는 국가의 “안전”과 “이익”, “위신”을 보전할 필요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허위사실의 유포나 악의적인 왜곡, 비방 등을 방치하지 않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이익” 또는 “위신”을 보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그런데 국가나 국가기관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를 활용하여 스스로 진상을 밝히거나 국정을 홍보할 수 있고, 허위사실의 유포나 악의적인 왜곡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가나 국가기관 스스로 국가의 “안전”과 “이익”, “위신” 보전이라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라) 이상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고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방법이 있음에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가장 큰 형사처벌을 그 수단으로 삼고 있으므로, 기본권 제한입법이 준수해야 할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은 대한민국의 안전·이익 또는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국가모독행위로부터 국가의 안전·이익과 위신을 보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형사처벌을 통하여 획일적으로 국민의 표현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국가의 안전·이익이나 위신을 지키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갖는 가치에 비추어 볼 때, 이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는 매우 중대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4) 소결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