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자수를 형의 임의적 감면사유로 규정한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52조 제1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 의 평등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자수하지 않은 사람과 자수감면을 받은 사람을 비교집단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나. 자수를 필요적 형감면사유로 규정한 형법 각칙이나 특별법과 달리 임의적 형감면사유로 규정한 심판대상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 자수하지 않은 사람과, 자수하였으나 자수감면을 받지 못한 사람은 그 전제가 되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서로 달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이라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자수한 사람들 중에 자수감면을 받은 사람과 자수하였으나 자수감면을 받지 못한 사람은 모두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을 받는 집단이므로 상호 배타적인 ‘두 개의 비교집단’이라고 할 수 없고, 단지 심판대상조항의 적용 여부에 따라 결과적으로 다른 효과를 받은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본질적으로 동일한 두 개의 비교집단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자수를 필요적 형감면사유로 규정한 형법의 개별 조항이나 공직선거법 및 국가보안법 해당 조항은 해당 범죄의 성질상 자수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의 감소 또는 오판방지 내지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라는 정책적 목적을 보다 중요하게 고려하여 자수를 필요적 감면사유로 규정한 것으로서, 이러한 범죄와는 성질이 다른 일반 범죄를 저지를 자에 적용되는 심판대상조항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52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자산운용 주식회사의 경영지원팀 차장으로 위 회사의 자금관리업무에 종사하던 중 청구인이 개인적으로 모집한 투자자들에게 이자와 원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자, 2008년 4월경부터 2010년 11월경까지 사이에 위 회사의 자금 85억여 원을 횡령하고 잔고증명서 등을 위조하는’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과 관련하여, 2011. 12. 23. 제1심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죄 등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고합369, 2011고합1248(병합)]. 청구인은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2노19) 을 거쳐 상고를 제기하였다(대법원 2012도5182) .
(2) 청구인은 상고심 계속 중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한 사실이 인정됨에도 형을 필요적으로 감면받지 못한 것은 형법 제52조 제1항이 자수를 형의 임의적 감면사유로 규정하였기 때문인데, 실제 자수감면을 받은 사람에 비해 불평등한 결과가 초래되므로, 위 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대법원 2012초기251), 2012. 6. 28. 위 신청이 기각되자 2012. 7. 2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52조 제1항의 위헌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52조(자수, 자복) ① 죄를 범한 후 수사책임이 있는 관서에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관련조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55조(법률상의 감경) ① 법률상의 감경은 다음과 같다.
3.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한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가. 심판대상조항은 자수감면을 임의적인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자수한 사람도 자수감면을 받지 못하여, 자수하지 않은 사람과 동일하게 처벌받을 수 있게 되거나 같은 사안에서 함께 자수한 사람들 중에 자수감면을 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을 수 있게 되는 등 불평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자수감면을 필요적인 것으로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62조 제1항, 국가보안법 제16조 제1호, 형법 제90조 제1항 등과 비교해 볼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청구인과 같이 위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3. 판 단
가. 심판대상조항의 연혁과 의의
(1) 1953년 형법 제정 이전의 의용 형법 제42조 제1항은 ‘죄를 범하여 아직 관에 발각되기 전에 자수한 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발각 전의 자수에 한하여 형의 감경사유로 삼았음에 비하여, 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심판대상조항은 ‘발각되기 전’이라는 표지를 삭제하고 감경만이 아니라 면제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범죄자가 형사법절차 속으로 스스로 들어왔다는 것에서 비난가능성 내지 양형책임이 감소된다는 점과 오판을 방지하고 국가형벌권을 적정하게 행사하는 것을 그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다.
(2) 자수란 범인이 스스로 수사책임이 있는 관서에 자기의 범행을 자발적으로 신고하여 그 처분(소추)을 구하는 의사표시를 말한다. 자수는 범인이 수사기관에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성립하기 때문에 내심적 의사만으로는 부족하고, 외부로 표시되어야 자수로 인정할 수 있다.
범인이 자기의 범행으로서 범죄성립요건을 갖춘 객관적 사실을 자발적으로 수사관서에 신고하여 그 처분에 맡기는 것으로 족하고, 더 나아가 법적으로 그 요건을 완전히 갖춘 범죄행위라고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있을 필요까지는 없다.
(3) 피고인이 자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자수한 자에 대하여는 법원이 임의로 형을 감경할 수 있음에 불과하고, 자수감경을 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2항에 규정된 법률상 형의 가중감면의 이유가 되는 사실이라 함은 법률상 형의 필요적 가중감면의 이유가 되는 사실을 말하는 것으로서, 법원의 임의적 감면사유에 해당하는 형법 제52조 제1항 소정의 자수에 관한 주장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85. 3. 12. 선고 84도3042 판결).
나.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
(1) 심사기준
평등위반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엄격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 완화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는 입법자에게 인정되는 입법형성권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될 수 있다. 헌법이 스스로 차별의 근거로 삼아서는 아니되는 기준을 제시하거나 차별을 특히 금지하고 있는 영역을 제시하고 있다면, 그러한 기준을 근거로 한 차별이나 그러한 영역에서의 차별에 대하여 엄격하게 심사하는 것이 정당화된다.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된다면 입법형성권은 축소되어 보다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헌재 1999. 12. 23. 98헌마363, 판례집 11-2, 770, 787) .
심판대상조항의 경우,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거나,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신체의 자유 등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경우라고 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평등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심사는 자의금지라는 완화된 기준을 따라야 할 것이다.
(2) 구체적 검토
(가) 형벌법규가 자수한 자에게 어떠한 요건 아래, 형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혜택을 줄 것인지의 문제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시대적 상황, 자수한 자에게 선처하는 것에 대한 국민 일반의 가치관과 법감정,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한 형사정책의 측면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할 수 있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자수에 관한 각 국의 입법례를 살피더라도,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일반적인 형법총칙상의 자수 규정을 두지 않는 입법례(독일)에서부터, 자수의 시기를 제한하고 그 효과 역시 감경으로 제한하는 입법례(일본), 다른 여러 양형감경사유와 같이 규정하는 입법례(오스트리아) 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에서는 자수의 요건, 시기 및 방법 등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어, 범죄사실과 범인이 누구인가가 발각된 후라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자기의 범죄사실을 신고하면 자수로 보고 있고(대법원 1965. 10. 5. 선고 65도597 판결), 제3자를 통하여서도 자수를 할 수 있다(대법원 1964. 8. 31. 선고 64도252 판결). 이처럼 자수가 폭넓게 인정되는 상황에서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필요적으로 자수감면을 하도록 규정한다면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법관이 피고인이 자수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이를 형의 감면사유로 삼을 것인지 재량에 의하여 판단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나) 심판대상조항으로 말미암아 자수한 사람과 자수하지 않은 사람, 자수한 사람 중에서 자수감면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불평등한 결과가 초래되는지 살펴본다.
평등원칙 위반의 특수성은 대상 법률이 정하는 ‘법률효과’ 자체가 위헌이 아니라, 그 법률효과가 수범자의 한 집단에만 귀속되어 ‘다른 집단과 사이에 차별’이 발생한다는 점에 있기 때문에, 평등원칙의 위반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적용과 관련하여 상호 배타적인 ‘두 개의 비교집단’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서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헌재 2003. 12. 18. 2002헌마593, 판례집 15-2하, 637, 652) .
청구인이 주장하는 비교집단으로서 자수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자수하였으나 자수감면을 받지 못한 사람과는 그 전제가 되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서로 달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차별 취급 여부를 논할 수 없다.나아가 자수한 사람들 중에 자수감면을 받는 사람의 경우, 자수하였으나 자수감면을 받지 못한 사람과 같이 모두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을 받아 형을 감면받을 수 있는 집단에 포함되기 때문에 상호 배타적인 ‘두 개의 비교집단’이라고 할 수 없고, 단지 심판대상조항의 적용 여부에 따라 결과적으로 다른 효과를 받은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평등원칙 위반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본질적으로 동일한 두 개의 비교집단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심판대상조항과 형법 각칙이나 특별법에 개별적으로 규정된 자수 관련 조항을 비교해 보기로 한다.
입법자는 자수를 임의적 형감면사유로 정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을 일반 규정으로서 두고, 자수자에 대한 비난가능성 내지 양형책임이 감소된다는 점 또는 중대한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정책적 목적을 중요하게 고려하거나(형법 제90조 제1항 단서, 제101조 제1항 단서, 제111조 제3항 단서, 제120조 제1항 단서, 제175조 단서, 제213조 단서 등), 오판을 방지하고 국가형벌권을 적정하게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여(형법 제153조, 제154조, 제157조 등) 일정한 요건하에 형을 필요적으로 감면하는 형법의 개별 조항을 두고 있다.
입법자는 형법 이외에 특별법상 자수의 효과로서 형의 필요적 감면을 규정하기도 한다. 국가의 안전 및 국민의 생존·자유의 확보나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공직후보자의 선출과 같이 그 법익이 중대하고 발각이 어려운 범죄의 자수를 권유하거나 오판을 방지하기 위하여 공직선거법상 선거부정관련 범죄에 대한 자수(공직선거법 제262조 제1항) 및 국가보안법상 자수(국가보안법 제16조 제1호)에 대하여 형의 필요적 감면을 규정한 것이 그 예이다.이와 같이 자수를 필요적 형감면사유로 정한 형법의 개별 조항이나 공직선거법 및 국가보안법 해당 조항은 자수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의 감소 또는 오판방지 내지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라는 정책적 목적을 보다 중요하게 고려한 입법이다.이를 두고 청구인과 같이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을 받는 사람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라) 따라서심판대상조항이형벌체계상의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