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구 군형법 제92조의5는 예시적 입법형식을 취하는데 예시조항인 ‘계간’이 남성 사이의 항문성교를 의미하는 점, 동성 간에 폐쇄적으로 단체생활을 하는 군의 특성상 동성 사이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점, 심판대상조항의 주된 보호법익이 사회적 법익인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인 점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의 ‘그 밖의 추행’은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1962년 개정된 구 군형법은 모든 단계의 강제력 행사로 인한 추행을 단일조항인 제92조의 ‘기타 추행’으로 규제하여 처벌범위의 광범위성으로 인한 문제가 있었으나, 2009년 개정된 구 군형법은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죄(제92조의2)와 심신상실·항거불능을 이용한 준강제추행죄(제92조의3)를 별도의 조항으로 분리하여 규정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의 ‘그 밖의 추행’은 강제추행 및 준강제추행을 제외한 범위에서의 추행으로 제한되게 되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말하는 ‘그 밖의 추행’이란 강제추행 및 준강제추행에 이르지 아니한 추행으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며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그 해당 여부는 법원의 통상적인 법률해석·적용의 문제에 불과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헌법재판소는 헌재 2002. 6. 27. 2001헌바70 결정 및 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결정에서, “구 군형법 제92조의 ‘기타 추행’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의 확립을 입법목적으로 하는데,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며, 우리나라의 안보상황과 징병제도 하에서 단순한 행정상의 제재만으로는 동성 군인간의 추행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우므로, 위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라고 판단하였다. 위 조항은 이후 심판대상조항으로 개정되면서 2년 이하의 징역으로 법정형이 상향되었으나, 여전히 다른 법률에 규정된 추행 관련 범죄와 비교하여 그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구체적 사정에 따라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에서 위 선례의 판단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군인의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을 그 적용범위에 포함하지 않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죄의 적용을 받는 ‘군인’과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의 적용을 받는 ‘일반 국민’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단지 동성 군인 사이에 성적 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며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만을 처벌하는 규정이므로, 가사 그로 인하여 동성 군인이 이성 군인에 비하여 차별취급을 받게 된다 하여도 이는 앞서 살펴본 군의 특수성과 전투력 보존을 위한 제한으로써 차별취급의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도 위반하지 아니한다.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
형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은 강제력에 의하여 개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과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으면서 선량한 풍속을 침해하는 ‘음란한 행위’를 엄격히 구별하고 있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범죄구성요건을 ‘그 밖의 추행’이라고 규정하면서 강제성 수반 여부에 대해서는 불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와 강제성이 강한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을 동일한 형벌조항에서 동등하게 처벌하도록 하여 형벌체계상 용인될 수 없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예시적 입법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일반조항인 ‘그 밖의 추행’은 적어도 그 예시조항인 ‘계간’에 준하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정도에 관하여도 불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행위자 및 재판기관으로 하여금 법률에 의하여 처벌받을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견할 수 없게 하였고, 그 결과 ‘기타 추행’은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로 보아 음란의 정도가 계간보다 약하여도 무방하다고 해석되게 되었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객체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그 밖의 추행’이 남성간의 추행만을 대상으로 하는지, 아니면 여성간의 추행이나 이성간의 추행도 그 대상으로 하는지 모호하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군인간의 추행만 처벌하는 것인지, 군인이 일반국민을 추행한 것까지 처벌하는 것인지를 알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군형법 제정 당시부터 군대에서의 추행을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과 달리 규정하게 된 이유를 ‘군영 내에서 동성간 집단숙박을 하고 엄격한 상명하복관계에 있어 상관의 지시를 사실상 거역하기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면,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 추행은 ‘동성 군인간 군영 내에서 이루어진 음란한 행위’로 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시간·장소에 관하여도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설시된 보호법익마저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보니, ‘군영 외에서 이루어진 음란행위’ 등이 심판대상조항에 해당되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박탈하고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 법해석 가능성을 초래하였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구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고,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의5 중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군복무 중이던 2011. 10. 초순경부터 같은 해 12. 13. 까지 소속 부대 생활관 또는 해안초소 대기실에서 후임병인 피해자의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피해자의 성기를 만지는 등 총 13회에 걸쳐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2012. 2. 22.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육군 제○○사단 보통군사법원 2012고1).
나. 이에 청구인은 항소하였고(부산지방법원 2012노1042), 항소심 계속 중 구 군형법 제92조의5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2. 6. 15. 기각되자(부산지방법원 2012초기1261), 2012. 7. 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구 군형법 제92조의5 전체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고 있으나, 당해 사건에서 재판의 전제가 되는 부분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고,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의5 중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의 내용은 [별지]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고,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의5(추행) 계간(鷄姦)이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그 밖의 추행’을 형사처벌하면서도 강제성 필요 여부, 범죄행위의 주체, 객체, 행위 장소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한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그 적용범위가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강제력이 없는 성적 만족 행위뿐만 아니라 강제력이 있는 성적 만족 행위까지 모두 하나의 규정에서 처벌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 심판대상조항이 폭행·협박으로 추행하였으나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여 공소권이 없어진 사안까지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를 범하였으나 피해자의 고소가 취소되어 불기소처분을 받게 된 일반 국민의 경우와 비교하여 군인을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고, 심판대상조항이 동성 군인 사이에만 적용된다면, 동성 사이의 성적 행위를 한 군인을 이성 사이의 성적 행위를 한 군인과 비교하여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또한 ‘합의 없이 이루어진 동성 사이의 성폭력’과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동성 사이의 성적 행위’를 동일한 조항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자기책임원칙에 반하는 비합리적인 차별로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4. 판 단
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연혁 및 보호법익
(1)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연혁
1962년 법률 제1003호로 제정된 구 군형법 제92조(추행)는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위 규정 중 ‘기타 추행’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논의되어 왔으나, 헌법재판소는 2002. 6. 27. 선고 2001헌바70 결정 및 2011. 3. 31. 선고 2008헌가21 결정에서 위 규정 중 ‘기타 추행’에 관한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2009년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된 구 군형법에서는 제92조의2에 폭행이나 협박으로 군형법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이하 ‘군인’이라고만 한다)을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강제추행죄’를, 제92조의3에 ‘군인’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준강제추행죄’를 별도로 신설하고, 제92조의8에 이들 범죄를 친고죄로 규정하는 한편, 종전에 제92조에 규정되어 있던 ‘추행죄’를 제92조의5(심판대상조항)로 이동하여 “계간(鷄姦)이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법정형을 높이고 친고죄의 대상에서는 제외하였다.
그 후 2013년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된 군형법은 기존의 친고죄 규정을 삭제하는 한편, 기존의 추행죄를 제92조의5(심판대상조항)에서 제92조의6으로 이동하면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추행행위의 객체를 ‘군인’으로 명시적으로 한정하고, 통상 남성 사이의 성교행위를 지칭하는 용어인 ‘계간’을 ‘항문성교’로 바꾸어 규정하였다.
(2)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과 보호법익
형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에서 추행과 관련된 일반적인 형벌규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형법 제298조, 제302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1조 등), 심판대상조항이 추행에 관하여 별도의 처벌규정을 둔 것은,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과 집단적 공동생활을 본질로 하는 군대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즉 군 내부에 성적으로 문란한 행위가 만연하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군의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 발생을 예방하기 위하여 심판대상조항을 제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군 내부의 건전한 공적생활을 영위하고, 군 조직 전체의 성적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서, 주된 보호법익은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니라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라 할 것이다(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나. 쟁점의 정리
이사건의쟁점은심판대상조항이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군인들의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합의 없이 이루어진 동성 사이의 성폭력’과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동성 사이의 성적 행위’를 동일하게 형사처벌하는 것은 자기책임원칙에 반하는 비합리적인 차별로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는 심판대상조항이 합의 여부를 불문하고 ‘그 밖의 추행’을 모두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인바, 이러한 심판대상조항이 합리적인지에 관하여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에서 판단하는 이상 이를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명확성원칙과 예시적 입법형식
헌법 제12조 및 제13조에서 보장하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하게 규정될 것을 요구한다. 형벌조항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더러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헌재 2007. 7. 26. 2006헌가4 참조).
범죄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특정되어야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가는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헌재 1997. 9. 25. 96헌가16 참조), 당해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함으로써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당해 법규범이 구체적이고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함으로써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의 자의적인 법 해석이나 집행이 배제되고 있는지 여부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할 것이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참조).
심판대상조항의 경우, 범죄구성요건적 수단 등에 대하여는 문언적 제한을 가하지 아니하면서 대표적 구성요건인 ‘계간’을 판단지침으로 예시한 다음, 어느 정도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용어인 ‘추행’을 그대로 일반조항으로 사용하는 예시적 입법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예시적 입법형식의 경우 구성요건의 대전제인 일반조항의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통하여 그 적용범위를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 그러므로 예시적 입법형식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으려면 예시한 구체적인 사례들이 그 자체로 일반조항의 해석을 위한 판단지침을 내포하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그 일반조항 자체가 그러한 구체적인 예시들을 포괄할 수 있는 의미를 담고 있는 개념이어야 한다(헌재 2009. 3. 26. 2007헌바72 참조).
(2) “그 밖의 추행”의 의미
심판대상조항 중 일반조항에 해당하는 ‘추행’이란 정상적인 성적 만족 행위에 대비되는 다양한 행위태양을 총칭하는 것으로서, 그 구체적인 적용범위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변동되는 동태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이 ‘추행’의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사례로 ‘계간’을 들고 있고 ‘계간’의 사전적 의미가 ‘사내끼리 성교하듯이 하는 짓’으로서 남성 사이의 항문성교를 뜻하는 점, 자유로운 외부출입이나 독립적인 사생활이 보장되지 못한 채 폐쇄적으로 단체생활을 하면서 동성 사이에 생활관, 화장실, 샤워실 등의 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하여야 하는 군대 내에서는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일반 사회생활에서와 달리 비정상적인 동성 사이의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바, 심판대상조항은 바로 이러한 문제 발생을 예방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서 그 주된 보호법익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인 점 등의 사정을 앞서 본 예시적 입법형식에 있어서의 명확성원칙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은 계간과 마찬가지로 동성 사이의 성적 행위에만 적용되고, 또한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에만 적용될 뿐 ‘군인’과 ‘민간인’ 사이의 사적 생활관계에서의 성적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이 2009년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된 구 군형법은 제92조의2에 강제추행죄를, 제92조의3에 준강제추행죄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이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제추행은 더 이상 심판대상조항의 적용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청구인은 당해 사건에서 폭행·협박에 의하여 추행을 하였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하여 기소할 수 있었던 것은 심판대상조항의 불명확성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폭행·협박에 의하여 추행을 한 경우 그것이 강제추행에 해당하는지, 그에 이르지 않는 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하는지는 사실인정의 문제이므로,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행위를 구 군형법 제92조의2에서 규정한 강제추행죄로 인정하여 불기소하지 않고 심판대상조항에서 규정한 추행죄로 인정하여 기소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때문에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이 불명확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은 합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나 행위의 시간, 장소 등에 대한 구성요건요소를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주된 보호법익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인 점에 비추어, 합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나 행위의 시간, 장소 등에 관한 별도의 제한은 없는 것으로 해석되고, 이에 관한 불명확성도 없다.
이상을종합하여보면,심판대상조항에서말하는 “그 밖의 추행”이란 결국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이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제추행을 제외하고,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면서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하며, 구체적 사건에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의사, 구체적 행위 태양,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 그 행위가 공동생활이나 군기에 미치는 영향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할 법원의 통상적인 법률해석·적용의 문제라 할 것이다.(3) 소결
따라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군인’은 어떠한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되고, 그 전형적인 사례인 ‘계간’은 심판대상조항에서 ‘추행’이 무엇인지를 해석할 수 있는 판단지침이 되는 이상, 법집행기관이 심판대상조항을 자의적으로 확대하여 해석할 염려도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라.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헌법재판소의 선례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으로 개정되기 전의 구 군형법(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되고, 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 중 ‘기타 추행’ 부분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판단을 하였는데(헌재 2002. 6. 27. 2001헌바70; 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정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군 내부의 건전한 공적 생활을 영위하고, 군 조직 전체의 성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 확립을 목적으로 하는바, 그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며,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으로 인정된다.
(나) 침해의 최소성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및 보호법익, 그리고 범죄예방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헌재 2001. 11. 29. 2001헌가16 등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군 내부의 건전한 공적생활을 영위하는 것이고, 그 주된 보호법익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며, ‘개인의 성적 자유’ 등 개인적 법익은 주된 보호법익이 아니므로, 군형법상 피적용자가 행한 추행의 유형이나 그 상대방의 피해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구분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은 사회적 법익을 침해한 모든 추행행위에 대하여 일괄적으로 1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는 사유만으로는 입법재량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안보상황과 징병제도하에서 단순한 행정상의 제재만으로는 효과적으로 추행행위를 규제하기 어렵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른 법률에 규정된 추행 관련 범죄와 비교하여 그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볼 수 없으며,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되어 있어 구체적인 사안을 고려하여 선고유예도 가능하다는 점을 종합해 보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군인들이 받게 되는 성적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제한 정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 및 군기의 보호’, 나아가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라는 공익보다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을 일탈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군인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선례 변경의 필요성 여부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상향되었으나, 여전히 다른 법률에 규정된 추행 관련 범죄와 비교하여 그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구체적 사안을 고려하여 선고유예·집행유예도 가능한 점에서, 이는 위 선례를 변경할 만한 사정이라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2009년 법률 제9820호로 군형법이 개정되어 폭행·협박에 의하거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한 행위는 심판대상조항의 적용범위에 포함되지 않게 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에서 처벌되는 추행의 유형 등이 개정 전의 위 규정보다 축소되었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에서 위 선례의 판단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 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선례의 취지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군인들의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마. 평등원칙 위반 여부
(1)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을 폭행·협박으로 추행하였으나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여 공소권이 없어진 사안까지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를 범하였으나 피해자의 고소가 취소되어 불기소처분을 받게 된 일반 국민의 경우와 비교하여 ‘군인’을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의 경우를 그 적용범위에 포함하고 있지 아니하는바(당해 사건에서 검찰관은 청구인의 추행행위를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군형법 제92조의2에서 규정한 강제추행죄에 해당하지 않고 심판대상조항에서 규정한 추행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 서로 그 구성요건을 달리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죄를 적용받는 ‘군인’과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를 적용받는 일반 국민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이라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의 경우에도 2012. 12. 18. 법률 제11574호로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 구 형법 제306조가 삭제되어 고소가 없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게 됨으로써, 양자 사이의 차별도 없어졌다.
(2) 또한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동성 군인 사이에만 적용된다면, 동성 사이의 성적 행위를 한 군인을 이성 사이의 성적 행위를 한 군인과 비교하여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동성 군인 사이에 성적 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면서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만을 처벌하는 규정일 뿐이고, 동성 사이의 성적 행위를 한 군인과 이성 사이의 성적 행위를 한 군인을 차별하기 위한 목적에서 규정된 것이 아니다. 심판대상조항이 동성 사이의 성적 행위를 한 군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군대는 동성 사이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으며, 상급자가 하급자를 상대로 동성 사이의 성적 행위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방치할 경우 군의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군대 내의 특수한 사정에 따른 것이므로, 이성 사이의 성적 행위를 한 군인과 비교하여 어떠한 차별취급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는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된다(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참조).
(3)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지도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 과 같은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6.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형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강제성’ 필요 여부의 불명확성
형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은 ‘추행’과 ‘음란한 행위’를 준별하여 규정하고 있다. 즉, ‘추행’이 강제력에 의하여 ‘개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임을 전제로,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에서 폭행, 협박에 의한 추행을, 제299조(준강제추행)에서 피해자의 심신상실,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한 추행을, 제302조(미성년자등에 대한 추행)에서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한 추행을 각 범죄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고, 성폭력처벌법 제10조에서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한 추행(제1항)과 법률에 의하여 구금된 사람에 대한 추행(제2항) 및 보호 감독의 대상이 되는 장애인에 대한 추행(제3항) 등을 범죄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으면서 ‘선량한 풍속’이라는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형법에서 ‘음란한 행위’(제22장 ‘성 풍속에 관한 죄’ 참조)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범죄구성요건으로 오로지 ‘계간이나 그 밖의 추행’이라고만 규정함으로써,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에서와 같이 ‘강제성을 수반하는 행위’만이 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는 음란한 행위’까지 이에 해당하는지를 법해석기관에 맡겨놓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법원도 군형법상 추행죄의 보호법익을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닌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제 아래, 2009년 개정되기 전의 구 군형법 제92조의 ‘기타 추행’에는 강제력 행사를 수반하지 않는 추행행위도 이에 해당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참조).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형벌체계상 용인될 수 없는 모순을 초래하게 된다. 먼저 ‘강제력에 의한 추행’과 ‘당사자 간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는 그 보호법익이 다를 뿐 아니라 가벌성 및 비난가능성에 있어서도 현저한 차이가 있고, ‘강제력에 의한 추행’도 그 강제성의 정도에 따라 처벌을 달리하여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성이 없는 ‘당사자 간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가 강제성이 가장 강한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과 동일한 형벌조항에 따라 동등하게 처벌되는 불합리성이 발생하게 된다(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중 반대의견 참조).
앞서 본 것처럼 구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고,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종전부터 규정된 ‘추행죄’를 제92조의5(추행)로 이동하여 규정하면서,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죄를 제92조의2(강제추행)에,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추행죄를 제92조의3(준강제추행)에 별도로 신설하여 규정하였고, 그 법정형도 추행죄보다 가중하였다. 이처럼 군형법에 강제추행죄와 준강제추행죄를 따로 신설한 이상, 폭행·협박에 의하거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한 행위는 심판대상조항의 적용범위에 더 이상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군대 내에서의 추행을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과 달리 규정하여야 하는 이유가, 군의 특성상 군인은 군영 내에서 동성간 집단숙박을 하여야 하고, 엄격한 상명하복관계에 있어 상관의 지시를 거역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빈발할 수 있는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한 추행행위’에 관하여는 군형법상 여전히 별도의 규정이 없다. 그러므로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한 추행행위’의 경우는 심판대상조항으로 규율할 수밖에 없을 터인데, 이 역시 ‘강제성 없는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와 ‘강제성을 수반한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한 추행’을 형사처벌상 동등하게 취급하게 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한편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는 당사자 간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가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모호하다 보니, 실제로 군사법기관들은 추행행위에 대한 강제성을 입증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추행 상대방의 고소가 없거나 취소된 경우 추행행위자에 대하여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하여 기소하고 처벌하는 경향이 있어 왔다. 이처럼 추행행위에 강제성이 있었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동일한 법률조항에 의거하여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은 불합리할 뿐 아니라, 형법이나 군형법상 강제추행죄 등을 친고죄에 포함시킨 것은 범죄피해자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인데, 고소가 없거나 취소된 경우 이를 친고죄가 아닌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처벌받게 하는 것은 형법이나 군형법의 입법취지를 법원의 해석이나 실무상 운용에 의하여 멸각시키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이 범죄구성요건으로 ‘추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강제성’의 수반 여부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수사기관, 공소제기기관 및 재판기관의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을 허용하고 형벌체계상 용인될 수 없는 모순을 초래하게 되었다(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중 반대의견 참조).
나. 행위의 정도의 불명확성
심판대상조항은 제목을 ‘추행’이라 명시하고, 개별적 구성요건해당행위로 ‘계간(鷄姦)’을 예시한 다음, ‘그 밖의 추행’이라고 기술함으로써, 예시적 입법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예시적 입법’의 경우 예시조항은 그 자체로 일반조항의 해석을 위한 판단지침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계간’은 통상적으로 남성간의 항문성교를 의미하는 개념이고, ‘그 밖의’는 계간에 준하는 정도의 추행으로 구성요건을 한정하는 문언이므로, ‘그 밖의 추행’은 적어도 ‘계간에 준하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
그러나 앞에서 본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통상적 해석과는 달리 ‘기타 추행’을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로 보아 음란의 정도가 계간보다 약하여도 무방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계간’이 그 기준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음란정도가 어느 정도에 이를 때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지에 관한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정도에 관하여도 모호하게 규정함으로써, 행위자로 하여금 법률에 의하여 처벌받을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견할 수 없게 하고, 수사기관, 공소제기기관 및 재판기관의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을 초래하게 되었다(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중 반대의견 참조).
다. 행위의 객체 및 장소 등의 불명확성
(1) 군형법은 군형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대한민국의 군인에게 적용되므로(제1조 제1항)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의 주체는 군형법의 적용대상자인 현역에 복무하는 군인, 군무원 등(제1조 제2항, 제3항, 제5항)이 될 것임이 명백하고,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 성별은 묻지 않는 것도 명백하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2009년 개정 시 신설된 구 군형법상의 ‘강제추행죄’(제92조의2)나 ‘준강제추행죄’(제92조의3)가 행위의 객체를 현역에 복무하는 군인(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 군무원 등 ‘군형법 제1조 제1항에서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이하 편의상 이들을 모두 ‘군인’이라 한다.)으로 구체적으로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음에 반하여,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객체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심판대상조항의 ‘그 밖의 추행’이 과연 남성간의 추행만을 대상으로 하는지, 아니면 여성간의 추행이나 이성(異性)간의 추행행위도 그 대상으로 하는지 여부가 애매모호하다. ‘계간’을 심판대상조항에서 규정하는 ‘추행’의 예시로 본다면, ‘계간’은 이른바 남자끼리의 성교행위를 말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은 남성간의 추행만을 의미한다고 보게 될 것이다. 군형법에 추행죄가 처음 규정된 1962년 당시에는 군대가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계간을 ‘기타 추행’에 대한 예시로 규정하여 ‘남성간의 추행행위’만을 규제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일응 보여 진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이 시행될 당시인 2010년에는 종래부터 있어 왔던 여군 간호장교 외에도 육·해·공군 사관학교에 여성의 입학을 허용하고 여군 부사관 제도가 신설되는 등 여군의 숫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었으므로 군기유지를 위해서 군형법 피적용자인 남성간의 추행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면 마찬가지 이유로 여성간의 추행이나 이성간의 추행도 금지되어야 할 것이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은 동성간인지 이성간인지 여부를 묻지 않고 군대 내에서 일체의 추행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헌재 2002. 6. 27. 2001헌바70 중 반대의견 참조).
또한 심판대상조항의 ‘그 밖의 추행’이 ‘군인간’의 추행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군인과 군인 아닌 일반 국민 사이’의 추행도 포함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 2013년에 개정된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은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여, 그 추행행위의 객체를 군인 등으로 구체적으로 한정하여 규정하였으므로, 2013년 개정된 군형법상의 추행죄는 ‘군인간’의 추행만을 처벌하는 것이 명백하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에는 행위의 객체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군인이 일반 국민을 추행한 경우도 문언상 그 적용범위에 포함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군형법 피적용자로서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남성간의 추행만 처벌되는 것인지, 아니면 여성간의 추행이나 이성에 대한 추행도 처벌되는 것인지, 나아가 군인간의 추행만 처벌되는 것인지, 아니면 군인이 일반 국민을 추행한 것까지 처벌되는 것인지 여부를 도저히 알기 어렵게 되었다.
(2) 군형법 제정 당시부터 군대 내에서의 추행을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과 달리 규정하게 된 이유를, 군의 특성상 군인, 특히 병(兵)의 경우는 군영 내에서 동성간 집단숙박을 하여야 하고, 엄격한 상명하복관계에 있어 상관의 지시를 거역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본다면,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 ‘추행’은 ‘동성 간에 군영(軍營) 내에서 하는 음란한 행위’로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이 행위의 객체나 시간 및 장소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고, 위 대법원 판례가 설시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보호법익의 개념도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보니, ‘군인인 이성간의 군영 내 또는 군영 외 음란행위’나 ‘군인과 비군인과의 군영 내에서의 음란행위’ 등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게 되었다.
앞서 본 것처럼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는 당사자 간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모호하지만, 만약 이러한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까지도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이 경우에는 군의 전투력 보존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의 범위에서 제외함이 마땅하고, 설사 아직 우리나라 군의 현실을 고려하여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도 형사처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더라도 ‘군영 내’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만 처벌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병(兵)이 정당한 절차에 따른 휴가·외박 등으로 영외로 벗어난 경우 또는 장교, 준사관, 부사관, 군무원 등이 업무시간 종료 후 영외로 벗어난 경우와 같이 공적인 시간과 장소를 벗어난 이후에 이루어진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과 보호법익을 벗어난 과잉 처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추행’의 시간이나 장소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군인이 동성간 또는 이성간에 업무시간 외, 군영 외에서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를 한 경우도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마저 불명확하게 되었다.
라.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강제성 필요 여부, 행위의 정도, 행위의 객체·시간·장소 등에 관하여 아무런 구체적인 기준을 규정하지 아니한 채, 범죄구성요건을 단순히 ‘계간이나 그 밖의 추행’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포괄적인 용어만을 사용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어떤 행위가, 누구와 누구의 행위가, 그리고 언제, 어디에서의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를 수범자가 예측할 수 없도록 할 뿐 아니라 법 해석·집행기관의 자의적 법해석 가능성을 초래하고 있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형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