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피청구인이 2012. 8. 31. 서울서부지방검찰청 2012년 형제29423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2. 8. 31. 청구인에 대하여 감금미수죄로 기소유예처분(서울서부지방검찰청 2012년 형제29423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2. 7. 27. 03:30경 서울 용산구 ○○동에 있는 ○○ 주점 앞 계단에 술에 취해 앉아 있는 피해자 우○희(여, 25세)에게 다가가 ‘함께 술 한 잔 더 하자’며 피해자의 팔을 잡아끌어 청구인의 승용차에 강제로 태워 피해자를 감금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에 불응하며 즉시 문을 열고 하차함으로써 미수에 그쳤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2. 11. 5.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인정되는 사실 및 쟁점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청구인은 ○○학교 학생으로서, 2012. 7. 27. 03:00경 서울 용산구 ○○동에 있는 119 안전센터 앞길을 쏘나타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던 중, 술에 취해 ○○ 주점 앞 계단에 앉아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승용차를 길가에 주차한 후 피해자에게 다가가 “술 한 잔 더 하자.”며 피해자의 양 팔을 잡고 길가에 주차되어 있던 위 쏘나타 승용차로 데려가 조수석에 태웠다.
(2) 청구인이 피해자를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석으로 이동하는 사이에 피해자는 즉시 하차한 후 청구인에게 자신을 승용차에 태운 이유를 따졌고, 청구인은 함께 술 한 잔 더 하고 싶어 승용차에 태웠다고 설명하였으나 피해자가 지나가던 외국인의 조언에 따라 경찰에 신고하자, 청구인은 승용차를 운전하여 현장을 떠났다가 되돌아와 피해자와 함께 경찰관을 기다리던 중 현행범인으로 체포되었다.
(3) 청구인은 혐의를 부인하며 피해자와의 대질조사를 요구하였으나, 피해자의 연락 불능으로 대질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나. 쟁점
감금죄는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여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심히 곤란하게 하는 죄로서,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심히 곤란하게 하는 그 장해는 물리적, 유형적 장해뿐만 아니라 심리적, 무형적 장해에 의하여서도 가능하고, 또 감금의 본질은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으로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그 수단과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어서 유형적인 것이거나 무형적인 것이거나를 가리지 아니하며, 감금에 있어서의 사람의 행동의 자유의 박탈은 반드시 전면적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5286 판결 참조).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피해자를 승용차에 태운 후 승용차에서 내리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여 피해자의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고자 하였는지 여부이다.
3. 판 단
가. 증거관계
이 사건의 경우 목격자나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CCTV 동영상 등은 존재하지 않고, 청구인과 피해자의 상반된 진술이 있을 뿐이다. 즉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는 피해자의 진술뿐이므로 피해자의 진술서와 진술조서의 요지를 살펴본다.
(1) 피해자의 진술서 : 술에 취해 매장 앞에 앉아 있는데 청구인이 다가와서 “아가씨 뭐 하세요. 어디가세요. 저랑 같이 가요.”라고 하면서 억지로 원치도 않은 자신의 몸에 손을 대고 승용차 조수석에 태웠고, 조수석에서 발버둥치면서 원하지 않는다고 하자 청구인은 당황한 듯 이런 저런 얘기를 물어 보았고, 자신이 장기 매매자가 아니냐고 물어 보니 청구인은 아니라고 하면서 다른 길로 갔다가 되돌아와 나쁜 사람이 아니니 경찰에 신고하였다면 경찰이 올 때까지 함께 기다리겠다고 하여 경찰서에 오게 되었다는 취지이다.
(2) 피해자의 진술조서 : 대학교 친구들과 ○○에서 술을 마시고 나와 술에 취해 잠시 계단에 앉아 있는데 청구인이 승용차를 갓길에 세우고 다가와 “아가씨 여기서 뭐해요.”라고 하였으나 정신이 없어서 대답하지 못하였는데 자신의 손을 잡더니 “아가씨 왜 이래 그냥 타.”라고 하면서 억지로 승용차 조수석에 태웠고, 청구인이 운전석으로 이동하는 사이에 곧바로 승용차에서 내려 “아저씨 인신매매에요 사람을 왜 억지로 차에 태워요. 신고할 거예요.”라고 하면서 신고하자, 청구인이 승용차를 몰고 어디론가 갔다가 되돌아와서 “아가씨 합의하시죠. 그냥 저희들끼리 얘기 하시죠.”라고 하여 이미 신고하였다고 하자, 경찰관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여 함께 경찰서에 오게 되었다는 취지이다.
나 판단
(1) 피해자는 청구인의 승용차에 타게 된 경위에 대하여, “억지로 몸에 손을 대면서 저를 앞좌석 조수석에 앉히더니”(수사기록 11면), “억지로 저의 손을 잡더니 ‘아가씨 왜 이래 그냥 타’ 하면서 차량에 억지로 태웠습니다.”(수사기록 13면)라고 진술하는 등 청구인이 억지로 승용차 조수석에 태웠다고 진술하고 있을 뿐, 감금을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나 방법에 관하여는 아무런 진술이 없다.
(2) 피해자는 승용차에서 내리게 된 경위에 대하여, “제가 차에 타고 나서 ‘아저씨 인신매매에요. 사람을 왜 억지로 차에 태우세요. 신고할 거예요.’라고 하면서 제가 곧바로 차에서 내렸습니다.”라고 진술하고 있을 뿐이고, 피해자가 차에서 내리는 과정에서 청구인이 피해자가 차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승용차 문을 잠그거나 몸싸움을 하는 등 피해자가 차에서 내리지 못하도록 제지하였다는 내용이 없음을 알 수 있다.
(3) 피해자가 승용차에서 내린 이후의 정황을 살펴보더라도, 피해자는 청구인에게 인신매매, 장기매매 등을 운운하며 화를 내자 청구인은 피해자가 마음에 들어서 술 한 잔 하고 싶어서 차에 태운 것이라고 말하였다. 전혀 모르는 사람을 승용차에 감금하려다 실패하였다면 곧바로 현장을 이탈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대로변에서 피해자와 계속 대화를 시도한 점,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보고 현장을 이탈하였다가 다시 돌아와 피해자에게 사정을 설명하면서 경찰관이 올 때까지 기다린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를 감금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청구인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4) 소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감금의 수단과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이 없고, 사건이 발생한 일시와 장소, 피해자가 승용차에서 내린 과정, 이 사건 전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청구인이 피해자를 승용차에 감금하려다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이 있거나 잘못된 증거판단에 따른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러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