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2012헌마840 투표소내수화통역인배치부작위위헌확인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청각장애 4급인 사람으로서 2012. 4. 11. 동대문갑 ○○동 제3투표소에서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 투표하였다. 청구인은, 국회의원선거 당일 투표소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인을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할 입법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청구인의 선거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12. 8. 24. 국선대리인선임신청을 거쳐 2012. 10. 15. 위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국회의원선거 당일 투표소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인을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이하 ‘이 사건 입법부작위’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관련조항의 내용은 별지와 같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제19대 국회의원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수화통역이 가능한 인력이 없어서 어디서 투표용지를 받고, 어디에다 투표용지를 넣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안내받지 못하여 선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었는바, 투표소 내 수화통역인을 배치하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이 사건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의 선거권이 침해되었다.
3. 판 단
가. 이 사건의 쟁점
(1) 청구인은 선거관련 특정 법조항 자체의 불완전성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투표소에 수화통역인을 배치하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입법부작위를 적극적으로 다투고 있고, 현재 국회의원선거를 비롯한 공직선거의 투표와 관련하여 투표소에 청각장애인을 위하여 수화통역인을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어떠한 법률도 제정된 바가 없으므로 이는 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
(2) 그런데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헌법에서 기본권 보장을 위해 법률에 명시적으로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경우이거나, 헌법 해석상 특정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헌재 2003. 5. 15. 2000헌마192등, 판례집 15-1, 551, 558 참조).
나. 헌법상의 명시적인 입법위임이 있는지 여부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라고 하여 선거권의 형성적 법률유보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헌법에서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 청각장애인을 위하여 투표소 내에 수화통역인을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입법의무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다른 헌법조항을 살펴보아도 위와 같은 사항에 대한 명시적인 입법위임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다. 헌법 해석상 입법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
(1) 선거권은 ‘국민에 의한 국가권력의 구성과 창설’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국민은 선거를 통하여 직접적으로는 국가기관의 구성원을 선출하고 간접적으로는 어떠한 정부를 원하느냐에 관한 국민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므로 입법자는 이를 위한 실질적 기회를 보장함으로써선거권이실효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특히 헌법 제11조, 제34조 제5항, 제41조에 의하면 입법자는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 보통·평등·직접·비밀 선거 등의 선거원칙이 존중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형성하여야 하며, 장애인의 선거권이 부당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한 입법을 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2) 이에 따라 입법자는 장애인복지법 제26조 및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등을 통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장애인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필요한 편의시설·설비를 설치하는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서도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없는 사람은 선거일 전에 전국에 설치된 부재자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 특히 ‘신체에 중대한 장애가 있어 거동할 수 없는 자’ 등은 자택 등 자신의 거소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공직선거법 제38조), 시각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을 위하여 특수투표용지 또는 투표보조용구를 제작·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공직선거법 제151조 제7항). 또한 시각 또는 신체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자신의 투표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하는 투표 보조인 제도(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 등을 마련함으로써 입법자는 장애인의 선거권이 부당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의무를 이미 이행하였다고 할 것이다.
(3) 나아가 헌법 해석상 국가에게 입법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려면 특정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명백히 발생하는 경우, 즉 입법의 공백을 방치할 경우 선거권의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할 것인데, 청구인과 같이 보행성 장애가 없는 청각장애인은 투표소까지의 이동에 아무런 불편이 없는 점, 공직선거법 제153조에 따라 투표소의 위치, 투표할 수 있는 시간, 투표할 때 가지고 가야 할 지참물, 투표절차 및 방법이 기재된 투표안내문이 발송될 뿐만 아니라, 각 투표소에 장애인을 위한 다수의 투표안내도우미 등이 배치되어 있고 투표소 내에 각종 시각적인 투표안내 정보가 존재하여 기표행위를 함에 있어 음성안내정보를 대체하는 수화통역이 필수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청구인은 제19대 국회의원선거 당일 투표소에 가서 실제로 투표권을 행사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은 기존의 입법 외에 투표소 내에 청각장애인을 위하여 수화통역인을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구체적·개별적 사항에 대한 입법의무가 헌법해석상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
4. 결 론
결국 국회의원선거의 투표소 내에 수화통역인을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의 명시적인 입법위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헌법해석상 그러한 입법의무가 새롭게 발생된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그러한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다. 따라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