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2012헌마811 약사법제45조제2항제2호위헌확인
청구인주식회사 ○○코리아 (대리인 법무법인 ○케이파트너스 담당변호사 ○○○ ○ ○○)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현재 면적이 187. 4제곱미터인 창고를 보유하고 의약품 도매업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법인이다. 그런데 2011. 3. 30. 법률 제10512호로 개정된 약사법 제45조 제2항 제2호 및 부칙 제5조에 의하면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264제곱미터 이상의 면적을 가진 창고를 갖추어야 하며, 기존의 허가를 받은 의약품 도매상의 경우에는 법 시행일인 2012. 3. 31. 부터 2년 이내에 해당 시설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청구인은 약사법 제45조 제2항 제2호가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중소기업 보호·육성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2. 10.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대상으로 신규 허가에 관한 약사법 제45조 제2항 제2호만을 들고 있지만, 청구인과 같이 기존에 영업허가를 받고 의약품 도매업을 영위하는 경우는 부칙 제5조에 의해 비로소 개정규정의 창고 면적조건이 적용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약사법(2011. 3. 30. 법률 제10512호로 개정된 것) 제45조 제2항 제2호 중 창고 면적과 관련된 ‘264제곱미터’ 부분과 약사법 부칙(2011. 3. 30. 법률 제10512호) 제5조(이하 전자를 ‘이 사건 면적조항’, 후자를 ‘이 사건 부칙조항’이라 하며, 모두 통틀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의 내용은 [별지]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약사법(2011. 3. 30. 법률 제10512호로 개정된 것)
제45조(의약품 판매업의 허가) ② 제1항에 따라 허가를 받으려는 한약업사 또는 의약품 도매상은 다음 각 호의 구분과 같이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2. 의약품 도매상은 영업소와 창고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맞는 시설. 이 경우 창고의 면적은 264제곱미터 이상이어야 한다. 다만,수입의약품·시약·원료의약품만을 취급하는 경우에는 창고의 면적이 66제곱미터 이상이어야 하고, 한약·의료용고압가스 및 방사성의약품만을 취급하는 경우에는 창고의 면적기준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약사법 부칙(2011. 3. 30. 법률 제10512호)
제5조(기존의 허가를 받은 의약품 도매상에 대한 경과조치)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따라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받은 자는 제45조의 개정규정에 따른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 다만, 이 법 시행일로부터 2년 이내에 제45조의 개정규정에 따른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의무적으로 264제곱미터 이상의 창고를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의약품 도매업을 영위하고 있던 기존의 도매상과 장래에 의약품 도매업을 영위하려는 일반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264제곱미터 이상의 창고를 보유한 의약품 도매상과 264제곱미터 미만의 창고를 보유한 의약품 도매상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의약품 도매상을 식품판매업자, 먹는샘물 등 먹는물관련영업자, 주류도매상 (이하 ‘식품판매업자 등’이라 한다)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들로 인해 중소규모의 상인 및 기업들의 의약품 도매업 진출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대규모 의약품 도매상들에게 독점권과 비슷한 특혜가 부여될 우려가 있고, 거대 자본을 보유한 경우에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는바, 이것은 헌법 제12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중소기업 보호·육성의무 조항에 역행하는 것이다.
4. 판 단
가. 입법연혁
의약품도매업에 대한 시설기준은 1965. 4. 3. 법률 제1694호로 개정된 약사법 제37조 제2항의 위임을 받아 1965. 7. 1. 대통령령 제2170호로 제정된 약국 및 의약품 등의 제조업·수출입업과 판매업의 시설기준령(이하 ‘시설기준령’이라 한다) 제9조에 처음 규정되었다. 이에 따르면 의약품 도매상은 영업소 및 창고를 보유해야 하며, 영업소 면적은 33평방미터 이상, 창고 면적은 50평방미터 이상으로 규정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시설기준은 현실적으로 의약품 도매상의 허가를 지나치게 용이하게 하였고, 결국 도매업체의 과도한 난립현상이 문제가 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82. 6. 14. 대통령령 제10838호로 개정된 시설기준령 제12조에서 의약품 도매상의 시설기준 중 창고의 면적을 최소 264제곱미터 이상으로 강화하였다.
한편, 1996. 12. 31. 대통령령 제15237호로 개정된 시설기준령에서는 의약품 도매상 영업소 및 창고 면적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삭제하는 대신, 관련 시설에 대한 세부기준을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였다. 이에 따라 1997. 4. 8. 보건복지부령 제48호로 제정된 약국 및 의약품 등의 제조업·수출입업과 판매업의 시설기준령시행규칙(이하 ‘시설기준령시행규칙’이라 한다) 제13조 제1항 제5호에서 영업소 면적은 33제곱미터 이상으로, 창고 면적은 264제곱미터 이상으로 규정하였다가, 행정규제기본법에 의한 규제정비계획에 따른 규제완화 차원에서 2000. 6. 9. 보건복지부령 제151호로 시설기준령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의약품 도매상의 면적 기준이 완전히 폐지되었다.
그런데 2000년 의약분업의 시행으로 의약품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의약품 유통시장이 활기를 띠게 되고, 위와 같이 의약품 도매상의 영업소 및 창고 면적기준이 폐지되면서 도매업체의 수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업계의 과다경쟁이 유발되어 불법 리베이트가 성행하고, 보관창고나 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영세 도매상의 난립으로 인해 유통과정에서의 의약품 안정성과 유효성 확보에 문제점이 드러나게 되었다. 이에 도매업소의 난립과 그로 인한 과당경쟁을 막고, 의약품 관리를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2011. 3. 30.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보관창고의 면적기준이 추가되었다.
나.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여부
(1) 심사기준
헌법은 제15조에서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여 직업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은 ‘직업선택의 자유’만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선택한 직업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 역시 포함하는 개념이다(헌재 2002. 7. 18. 99헌마574 참조).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경우 인격발현에 대한 침해의 효과가 일반적으로 직업선택 자체에 대한 제한에 비하여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폭 넓은 법률상의 규제가 가능하다(헌재 1993. 5. 13. 92헌마80; 헌재 2009. 3. 26. 2007헌마988등). 그러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할 때에도 그 제한의 방법이 합리적이어야 하고, 과잉금지원칙이 지켜져야 함은 물론이다(헌재 2009. 4. 30. 2007헌마103).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의약품 도매업의 개설·영업행위 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여 직업선택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고, 이미 선택한 직업을 영위하는 방식과 조건에 대한 규제로서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로 인해 청구인이 제한받는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위헌심사기준으로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과잉금지원칙을 적용하되,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에 비하여 다소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함이 상당하다.
한편,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새로이 의약품 도매업에 진출하려는 일반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 역시 제한한다고 주장하나, 그러한 제한은 이미 의약품 도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청구인과는 자기관련성이 없으므로 더 이상 살피지 않는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입법목적은 의약품 도매업의 허가를 받으려는 경우 일정 기준 이상의 의약품 보관창고를 확보하도록 함으로써, 의약품 도매업소의 난립을 막고 과당경쟁을 방지하여 의약품 도매업의 건전한 육성을 유도하고 의약품 유통질서와 거래질서를 개선하여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창고면적의 최소기준을 규정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수단의 하나로 볼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나) 침해의 최소성
이 사건 면적조항이 설정한 264제곱미터라는 기준은 과거 의약품 도매상 창고면적에 대한 기준이 있었던 때에 시행되었던 면적과 같다. 의약품 도매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입법자는 의약품 도매상 창고 면적의 최소기준을 폐지 이전의 기준으로 환원할 것을 선택한 것인데, 이러한 시설기준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사정을 찾을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부칙조항은 청구인과 같은 기존의 의약품 도매상이 새로운 창고기준에 부합하는 시설을 갖추도록 2년의 유예기간을 마련하였다. 더욱이 개정법이 공포 후 1년이 경과된 날부터 시행되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총 3년이라는 준비기간이 있는 셈인데, 이는 기존의 의약품 도매상들이 법규개정으로 인한 상황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의약품 도매상 창고면적 관련 지침에 따르면, 청구인과 같이 법 개정 후 시행되는 새로운 기준에 맞추기 위해 기존 창고면적을 늘려야 하는 의약품 도매업체의 경우 반드시 264제곱미터 이상의 단일 창고를 구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165제곱미터 이상인 창고 1실을 갖춘 경우 264제곱미터에 모자라는 면적만큼 인접 지역에 다른 창고를 구비하면 면적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창고를 보유하지 않아도 약사법 시행령 제31조의2 제3항 및 시행규칙 제37조 제2항에 따라 의약품유통관리기준을 충족하는 800제곱미터 이상의 창고 시설을 갖춘 도매상에 의약품의 보관, 배송 등 유통관리 업무를 위탁하는 방법으로 영업이 가능하도록 해 놓았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다)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들로 인해 기존에 264제곱미터 미만의 창고를 보유하고 의약품 도매업을 운영하고 있던 청구인의 경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창고를 법률에서 정한 새로운 기준에 맞추어 확장하여야 하므로 직업수행의 자유가 다소 제한됨은 인정할 수 있으나, 그 제한의 정도가 의약품 도매업소의 난립을 막고 과당경쟁을 방지하여 의약품 도매업의 건전한 육성을 유도하고, 의약품 유통질서와 거래질서를 개선하여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하려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공익에 비해 결코 중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법익의 균형성에 반하지 않는다.
(3) 소결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평등권 침해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의약품 도매상으로 하여금 264제곱미터 이상의 창고를 보유하도록 규정한 것이 식품판매업자 등과 비교해 볼 때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인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식품위생법상 “식품”이란 의약으로 섭취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음식물을 말하며(식품위생법 제2조 제1항), 먹는물관리법상 “먹는물”이란 먹는 데에 통상 사용하는 자연 상태의 물, 자연 상태의 물을 먹기에 적합하도록 처리한 수돗물, 먹는샘물, 먹는염지하수, 먹는해양심층수 등을 말하며(먹는물관리법 제3조), 주세법상 “주류”란 주정 또는 알코올분 1도 이상의 음료(주세법 제3조 제1항)를 말한다. 그런데 식품, 먹는샘물 등의 먹는물 또는 주류는 해당 법규정의 의미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규율하는 대상인 의약품과 동일한 성질의 물품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물품을 매매하는 식품판매업자 등은 평등원칙을 심사함에 있어 의약품 도매상과 비교집단이 될 수 없으므로 양자간에 차별취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청구인과 같이 264제곱미터 미만의 창고를 보유한 의약품 도매상을 264제곱미터 이상의 창고를 보유한 의약품 도매상과 비교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이것은 결국 의약품 도매상에게 264제곱미터 이상의 창고를 보유하도록 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이어서, 앞서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여부에서 이에 관하여 판단한 이상 이를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라. 중소기업 보호 육성·의무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입법취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여 그 영업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며, 그 내용도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면적의 창고를 보유해야 한다는 것일 뿐 중소기업을 특정하여 이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규정이 아니므로 헌법 제123조 제3항에 규정된 국가의 중소기업 보호·육성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