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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횡령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업무상횡령 피의사실을 인정한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본 사례

재판요지

청구인은 최초 조사 당시부터 일관되게 ‘청구인의 내비게이션을 피해자 회사에 빌려주고 대신 피해자 회사의 이 사건 내비게이션을 청구인의 승용차에 부착하여 오랜 기간 사용해오다 보니 퇴사 당시에는 반환해야 한다는 생각을 특별히 하지 못하였고 피해자 회사에서도 반환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수사기관에서 청구인의 주장에 관한 조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점, 피해자 회사도 퇴사 당시에는 이 사건 내비게이션의 반환을 요청하지 않다가 청구인이 피해자 회사를 상대로 임금 체불 진정을 제기하자 피해자 회사가 보관하고 있던 청구인의 내비게이션을 돌려주면서 이 사건 내비게이션의 반환을 요청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에게 횡령의 범의나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데도,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기소유예 처분에는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1항

사건
2012헌마786 기소유예처분취소
청구인
김○일 (대리인 법무법인 ○온 담당변호사 ○○○ ○ ○○)
피청구인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
판결선고
2013. 06. 27.

주 문

피청구인이 2012. 6. 21.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2012형제19595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12. 6. 21. 피청구인으로부터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2012형제19595호, 다음부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경기 시흥시 ○○동에 있는 주식회사 ○○(다음부터 ‘피해자 회사’라고 한다)의 직원으로 근무하다 2012. 3. 9. 경 피해자 회사를 퇴직하면서 자신의 경기30루○○호 ○○승용차에 부착하여 업무상 사용하고 있던 피해자 회사 소유 시가 42만 원 상당의 ○○내비게이션 1개를 반납하지 않고 가져가 횡령하였다. 」 나. 피청구인은 위 사건에 대하여 수사한 뒤,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에게 동종전력이 없고 추후 피해물품을 돌려주고 피해자 회사와 원만히 합의하는 등 정상참작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2012. 6. 21. 청구인에 대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이에 청구인은 혐의없음을 주장하며 2012. 9. 2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기본적인 사실관계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청구인은 2012. 3. 9. 경까지 피해자 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하다 퇴사하였다. 나. 청구인은 피해자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피해자 회사 소유의 이 사건 내비게이션을 청구인의 승용차에 부착하여 영업상 사용하였고, 퇴사하면서 이 사건 내비게이션을 피해자 회사에 반납하지 않고 가지고 나왔다. 다. 청구인은 퇴직 이후에 피해자 회사를 상대로 급여, 퇴직금, 연차수당 등 임금 체불에 관한 진정을 제기하였는데, 그 진정사건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회사로부터 이 사건 내비게이션의 반환을 요청받았다. 라. 피해자 회사의 반환 요청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은 이 사건 내비게이션을 바로 반환하지 않았고, 피해자 회사는 2012. 5. 7. 경 청구인이 이 사건 내비게이션을 절취하였다고 경찰에 신고하였다. 마. 청구인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밀린 임금을 지급받은 뒤 2012. 5. 11. 경 이 사건 내비게이션을 피해자 회사에 반환하였고, 피해자 회사는 2012. 5. 23. 경 이 사건에 관한 합의서를 경찰에 제출하였다. 3. 청구인의 주장과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가.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 김○중의 형 김○준이 청구인 소유의 내비게이션을 빌려가 피해자 회사 소유 차량에 부착하여 사용하였고, 청구인은 그 대신 회사의 승낙을 얻어 이 사건 내비게이션을 청구인의 승용차에 부착하여 업무상 용도로 장기간 사용하였다. 청구인은 2012. 3. 9. 경 개인적 사정으로 퇴사를 하게 되었는데, 당시 피해자 회사는 이 사건 내비게이션을 반환하라고 요청하지 않았고, 청구인도 내비게이션을 반환해야 한다는 인식 없이 종전 그대로 내비게이션이 부착된 청구인의 승용차를 운행하였을 뿐이고, 이를 횡령할 의사는 전혀 없었다. 나. 그런데 청구인이 2012. 4. 3. 경 피해자 회사를 상대로 임금 체불에 관한 진정을 제기한 뒤 그 진정사건에 대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피해자 회사의 여직원 김○아를 통해 피해자 회사가 보관하고 있던 청구인 소유의 내비게이션을 돌려받으면서 비로소 이 사건 내비게이션의 반환을 요청받게 되었다. 당시 청구인은 이 사건 내비게이션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청구인이 부담한 이 사건 내비게이션에 대한 수리비 8만 원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김○아가 김○중과 상의하고 연락을 준다고 하였으나 그 뒤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다. 이후 청구인은 다른 회사에 취업하였고 그 일을 잊고 있었는데 2012년 5월 초순경 갑자기 절도죄로 신고 되었다며 경찰서로부터 출석요구를 받게 되었다. 라. 청구인은 2012. 5. 9. 경 피해자 회사로부터 밀린 급여를 모두 지급받은 뒤 2012. 5. 11. 경 이 사건 내비게이션을 반환하면서 김○중에게 청구인을 고소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였다. 그러자 김○중이 무고로 고소하지만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2012. 5. 23. 자로 합의서를 작성하여 경찰서에 제출하였다. 4. 판 단 가. 청구인이 회사를 퇴사하면서 회사의 내비게이션을 그대로 사용하였고 그 이후 반환요청에 바로 응하지 않았다는 객관적 사실 이외에, 청구인에게 횡령의 범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기록상 증거로는 ‘차량 앞 유리에 부착되어 있는 내비게이션을 보지 못하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퇴사 당시 청구인이 사용하던 사진기 등 다른 업무용 물품은 모두 반환한 것으로 보아 이 사건 내비게이션은 의도적으로 가져간 것으로 생각된다.’는 피해자 회사의 직원이자 이 사건 신고자인 김○준의 진술이 있다. 나. 형법 제355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반환의 거부’라 함은 보관물에 대하여 소유권자의 권리를 배제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반환의 거부’가 횡령죄를 구성하려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단순히 그 반환을 거부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반환거부 이유와 주관적인 의사들을 종합하여 반환거부행위가 횡령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한편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에게 그 보관의 취지에 반하여 정당한 권원 없이 스스로 소유자와 같이 이를 처분하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의 반환을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반환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면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도126 판결 등 참조). 다. 이 사건에서 보면, 청구인은 내비게이션을 반납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최초 조사 당시부터 일관되게 ‘오랜 기간 청구인의 승용차에 부착된 상태에서 그대로 사용해오다 보니 퇴사 당시에는 내비게이션을 반환해야한다는 생각을 특별히 하지 못하였다’, ‘퇴사 당시에는 반납을 요청받은 적 없고, 2012년 4월 초순경 반납을 요청받고 피해자 회사 측과 서로 협의 중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계속 범행을 부인해 왔다. 그런데도 수사기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편 청구인이 피해자 회사에 자신의 내비게이션을 빌려주고 대신 회사의 내비게이션을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청구인의 주장처럼 퇴직 당시 이 사건 내비게이션의 반환에 대한 특별한 인식이 없었을 수도 있다. 또 청구인이 이 사건 내비게이션 수리비용을 부담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비용을 지급받기 위해 반환요구에 바로 응하지 않은 것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그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 여하에 따라 주관적 구성요건의 성부가 달리 판단될 수 있다. 피해자 회사 측의 김○준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청구인의 주장처럼 2012. 3. 9. 경 퇴사 당시에는 피해자 회사에서 청구인에 대해 이 사건 내비게이션의 반납을 요청하지 않다가 이후 청구인이 피해자 회사를 상대로 임금 체불 진정을 제기한 이후에 비로소 피해자 회사가 보관하고 있던 청구인의 내비게이션을 돌려주면서 이 사건 내비게이션의 반환을 요청하고 사건을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확인된다. 이 사건 수사기록 및 심판기록에 나타난 위와 같은 제반사정을 고려해 보면, 청구인이 피해자 회사를 퇴사하면서 내비게이션을 반납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거나 그 이후 반환요청에 바로 응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청구인에게 횡령의 범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라. 따라서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의 횡령 혐의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청구인,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 김○중, 김○중의 형이자 직원인 김○준 등 관련자들을 상대로 청구인이 회사의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게 된 경위와 사용기간, 이 사건 내비게이션의 사용·관리 방식, 최초 퇴직 당시에 바로 피해자 회사에서 청구인에게 이 사건 내비게이션의 반환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 등을 조사하여 퇴직 당시 내비게이션 반환에 대한 특별한 인식이 없었다는 청구인 주장의 진위를 가렸어야 했다. 또 피해자 회사가 청구인에게 이 사건 내비게이션의 반환을 요구했을 당시 청구인의 주장처럼 내비게이션 수리비 8만 원 지급여부에 대하여 양측이 협의한 상황이 실제 있었는지, 청구인이 이 사건 내비게이션 수리비를 부담한 것이 사실인지, 아니면 그런 사실이 없는데도 임금 체불 문제로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반환을 거부한 것인지 등도 충분히 조사하고 검토하였어야 했다. 마. 그런데 피청구인은 범행 부인 취지의 청구인에 대한 1회 피의자신문조서와 동일한 취지의 진술조서, 청구인 주장의 진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 조사 내용이 없는 피해자 회사의 직원 김○준에 대한 1회 진술조서만으로 이루어진 이 사건 기록을 경찰로부터 송치 받은 뒤, 아무런 추가 수사 없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이와 같이 횡령죄의 범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기초가 되는 기본적 사실관계를 충분히 수사하지 아니한 채 바로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에 따른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인정된다. 5. 결 론 따라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를 받아들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