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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의 성립 여부에 대한 수사미진으로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한 사례

재판요지

청구인은 대출중개업자를 가장한 불상자의 거짓말에 속아 오로지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불상자에게 통장 등의 접근매체를 일시 사용하도록 위임한 것으로 보일 뿐, 청구인에게 통장 등의 접근매체를 불상자에게 양도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음에도, 접근매체 양도의사 여부에 대하여 보다 더 면밀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아니하고 청구인에 대하여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각 기소유예처분에는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

사건
2012헌마489 기소유예처분취소
청구인
윤○민 (대리인 법무법인 ○목 담당변호사 ○○○ ○ ○○)
피청구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
외 1인
판결선고
2013. 10. 24.

주 문

피청구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가 2012. 1. 12. 같은 검찰청 2012년 형제1526호 사건에서, 피청구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가 2012. 2. 28. 같은 검찰청 2012년 형제16845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각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모두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피청구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는 청구인 명의의 통장이 금융사기 범죄(속칭 ‘보이스 피싱’)에 이용된 정황을 수사한 후 2012. 1. 12. 청구인에 대하여 전자금융거래법위반혐의로기소유예처분(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12년 형제1526호)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1. 11. 28. 서울 강남구 ○○동에 있는 ○○은행 ○○역 지점에서 자신 명의의 ○○은행 계좌(○○○○○○)를 개설한 후, 같은 날 오후 서울 강남구 ○○동 897-2 ○○빌딩 6층 ‘○○교육원’ 사무실에서 오토바이 퀵서비스를 이용하여 은행통장, 현금카드 및 비밀번호 등 전자금융거래에 필요한 접근매체를 이름을 알 수 없는 대출업자에게 양도하였다.” 나. 피청구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또한 청구인 명의의 동일한 통장 등이 다른 피해자에 대한 금융사기 범죄에 이용된 정황을 수사한 후 2012. 2. 28. 청구인에 대하여 위 가. 항 기재 기소유예처분과 동일한 피의사실 및 죄명으로 기소유예처분(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2년 형제16845호)을 하였다. 다. 이에 청구인은 피청구인들의 이 사건 각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자신의 평등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2012. 5. 2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피청구인들의 답변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은 통장 등을 보내주면 대출을 해주겠다는 김○임이라는 자의 말에 속아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청구인 명의의 통장과 현금카드, 비밀번호를 그에게 보낸 것이므로, 청구인에게는 전자금융거래법위반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 나. 피청구인들의 답변요지 청구인은 불상자와 사이에 구체적인 대출의 시기와 방법, 교부한 통장 등의 반환시기와 방법, 사용 목적 등에 대하여 협의를 한 바가 없고, 교부한 통장 등을 돌려받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은 통장 등의 접근매체를 종국적으로 타인에게 양도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청구인에게는 전자금융거래법위반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 3. 판 단 가. 접근매체 양도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고의에 대한 판단 기준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호같은 법 제6조 제3항 제1호를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바, 일반적으로 ‘양도’라고 하면 권리나 물건 등을 남에게 넘겨주는 행위를 지칭하는데,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 점, 민법상 양도와 임대를 별개의 개념으로 취급하고 있는 점, 이른바 ‘대포통장’을 활용한 범죄에 적극 대처하기 위하여 2008. 12. 31. 법률 제9325호로 구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하면서 ‘대가를 매개로 접근매체를 대여 받거나 대여하는 행위’에 대한 금지 및 처벌 조항을 신설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전자금융거래법에서 말하는 ‘양도’에는 단순히 접근매체를 빌려 주거나 일시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1도16167 판결 참조). 따라서 대출을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예금통장 및 현금카드와 비밀번호 등 접근매체를 교부한 경우 그 접근매체의 일시 사용을 위임한 데 지나지 않는다면 이를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양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다만, 전자금융거래법이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그 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을 입법목적의 하나로 하고 있는 점(제1조) 등을 고려하면, 접근매체를 교부하게 된 동기 및 경위, 교부 상대방과의 관계, 교부한 접근매체의 개수, 교부 이후의 행태나 정황, 교부의 동기가 된 대출에 관하여 그 주체, 금액, 이자율 및 대출금의 수령방식 등에 관한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 등 관련 사정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볼 때, 그 접근매체의 교부가 대출을 받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대출의 대가로 다른 사람이 그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임의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미필적으로라도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이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양도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고의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접근매체의 교부가 단지 접근매체의 일시 사용을 위임한 것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접근매체를 양도한 것인지는 위에서 본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사건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1도12789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에 대한 판단 (1)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청구인은 2011. 11. 28. 경 불상자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수 있다’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고 그에게 전화를 하였는데, 상대방이 ‘자신은 ○○금융대부의 팀장 김○임인데 요즘 직장인들이 바빠서 자기들이 은행과 대출희망자 사이에 중개를 하고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다, 우선 먼저 통장과 현금카드를 보내 달라, 그러면 차후에 은행에서 연락이 갈 것이고, 그때 직접 은행으로 가서 주민등록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인감증명서 등을 제출하면 은행에서 자세한 안내를 해 줄 것이다’라고 하였다. 청구인은 또 위 김○임으로부터 ‘대출절차가 끝나면 통장과 현금카드를 우리 쪽에서 보내줄 수도 있고, 은행에서 수령할 수도 있는데, 우리 쪽에서 보내줄 때에는 택배를 이용하여 보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나) 이에 청구인은 ○○은행 ○○역 지점으로 가 계좌를 개설한 후 같은 날 오후에 근무지인 서울 강남구 ○○동 897-2 ○○빌딩 6층 ‘○○교육원’ 사무실에서 김○임이 보낸 오토바이 퀵서비스 기사를 통하여 통장, 현금카드를 보내준 후, 김○임에게 전화하여 현금카드의 비밀번호도 알려 주었다. (다) 당시 김○임은 청구인에게 마이너스 대출은 2,000만 원을 한도로 하며 이자율은 연 8∼10%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라) 그런데 김○임에게 통장 등을 보내 준 다음날 확인을 위해 그에게 전화하였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마) 청구인은 수사 받는 과정에서 통장이 당연히 대출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될 것으로 알았다, 보이스 피싱에 사용될 것으로 알았다면 당연히 주지 않았을 것이다, 통장을 교부하면서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바) 한편, 청구인은 김○임이 보내온 문자메시지를 계속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에 의하면 김○임의 전화번호는 ‘○○○○’이고, 사무실 주소는 ‘부산 부산진구 ○○동 474-80 ○○빌딩 8층’으로 되어 있다. (2) 판단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청구인은 김○임에게 통장 등을 보내 주면 마이너스 대출통장으로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이를 교부한 점, 비록 그 시기나 장소 등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교부한 통장 등을 돌려받을 방법에 관하여 어느 정도 김○임과 이야기가 이루어진 점, 청구인은 수사 과정에서 만일 통장 등이 대출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알았다면 이를 김○임에게 교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체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또한 청구인은 김○임의 전화번호와 그가 근무한다는 사무실 주소를 계속 지니고 있었던 점, 김○임에게 보낸 통장과 그에 연결된 현금카드는 1개뿐인 점, 청구인이 통장 등을 교부하고 대가를 지급받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은 대출중개업자를 가장한 김○임의 거짓말에 속아 오로지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그에게 통장 등의 접근매체를 일시 사용하도록 위임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비록 청구인이 통장 등을 수령할 구체적 시기나 장소에 대하여 김○임과 사이에 명확한 협의를 한 바가 없고, 적극적으로 통장 등을 돌려받을 노력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청구인은 통장 등을 김○임에게 보내 준 뒤 은행에 확인한 후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김○임에게 연락하였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바(2011. 12. 14. 자 청구인에 대한 ○○경찰서 사법경찰리 작성 경찰피의자신문조서 제5쪽), 이 점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통장 등을 돌려받기 위해 전혀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청구인들로서는 ○○은행에 대한 사실조회나 청구인의 휴대전화 발신내역 조회 등을 통하여 진정으로 청구인이 대출이나 통장 등을 돌려받기 위한 행동을 하였는지 여부에 대해서 추가조사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도 보인다] 이것만으로 청구인에게 통장 등의 접근매체를 양도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소결 위와 같이 청구인에게 통장 등의 접근매체를 김○임에게 양도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음에도, 청구인의 접근매체 양도의사 여부에 대하여 보다 더 면밀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각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피청구인들의 수사와 증거판단에 있어서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할 것이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각 기소유예처분을 모두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