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2년 형제19908호 폭행 피의사건에서 피청구인이 2012. 3. 8.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12. 3. 8.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로부터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바(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2년 형제19908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의자는 2012. 2. 26. 피해자 박○훈(46세)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폭행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위 사건에 대하여 수사한 후,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그 동기에 참작할 바가 많고, 그리 과격한 폭력이 아니었으며, 청구인도 피해자 박○훈(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으로부터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은 점을 참작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고, 이에 청구인은 2012. 4. 9.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와 피청구인의 답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은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고, 설령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어떠한 유형력을 행사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택시 뒷자리에 타고 있던 피해자가 운전 중이던 택시 운전사인 청구인의 뒤통수를 수회 때리자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할 것인데, 그럼에도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지하여 청구인의 폭행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피해자와 목격자 김○임의 진술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인정되고, 다만 여러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청구인에게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이므로 이는 정당하다.
3. 판 단
가. 인정되는 사실
(1)청구인은 서울31사○○○○호 택시 기사로서, 사건 당시인 2012. 2. 26. 23:30경 피해자와 김○임을 승객으로 태운 채 원당사거리에서 복개사거리로 우회전을 하던 중 즉시 우회전을 하지 않고 시간을 지체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와 김○임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2)청구인은 위 택시를 30m 더 운행하다가 서울 관악구 봉천동 1667-45 앞길에 택시를 세운 후 택시에서 하차하였고, 청구인을 따라 하차한 피해자로부터 옆구리와 이마 등을 폭행당하였다.
(3)한편, 피해자는 폭행사건에 대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택시가 우회전할 때 청구인이 오른손 주먹으로 자신의 오른쪽 눈을 폭행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이에 경찰은 청구인과 피해자를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였다.
(4)피청구인은 이 사건을 송치 받은 후 청구인과 피해자를 불러 피의자신문조서나 진술조서를 작성하는 등의 추가 조사를 함이 없이 목격자 김○임, 신○하에 대한 전화진술청취 수사보고를 첨부하고, ‘청구인은 피해자를 전혀 폭행한 바 없고 맞기만 하였다’는 취지로 청구인이 작성하여 제출한 서면 및 상해진단서만을 첨부하여 사건을 마무리한 후, 2012. 3. 8. 청구인에 대하여는 폭행 혐의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피해자에 대하여는 상해 혐의로 약식명령청구를 하였다.
나.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인정되는지 여부
청구인은 경찰 수사 이래로 일관되게 폭행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와 김○임은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피해자의 진술에 관하여 보건대, 피해자는 자신이 조수석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고 주장하나, 청구인은 피해자가 운전석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고 진술하여 피해자와 청구인의 진술이 어긋날 뿐만 아니라 청구인의 진술대로 피해자가 운전석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면 청구인이 오른손 주먹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얼굴을 가격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청구인이 언제 피해자를 폭행하였는지에 대하여도 청구인이 음주단속 중인 경찰관 앞에 차를 세우기 전에 자신을 폭행하였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 후에 폭행하였다는 것인지 피해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해자의 진술만을 믿고서 청구인의 폭행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김○임은 청구인이 경찰관 앞에 택시를 세우면서 오른손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때리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나, 김○임은 피해자의 직장동료일 뿐만 아니라 목격자 신○하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피해자와 김○임 모두 술에 많이 취한 상태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무척 흥분한 상태였던 점, 시비를 가리기 위해 경찰관 앞에 택시를 세운 이후에 택시 운전사인 청구인이 승객인 피해자를 폭행하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다는 김○임의 진술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과 피해자, 김○임, 기타 목격자에 대하여 대질조사 등을 통한 추가진술을 확보하고, 피해자와 김○임의 주취 상태나 피해자와 김○임의 관계, 각 진술의 신빙성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과연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밝혔어야 하였음에도 피청구인은 이 사건을 송치 받은 후 추가 조사를 거의 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증거가치의 판단을 잘못하거나 수사미진으로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경우라 할 것이다.
다.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설령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목적, 그 수단 및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그 행위가 상대방의 부당한 공격에서 벗어나거나 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헌재 2002. 5. 30. 2001헌마733 참조).
따라서 피청구인으로서는 피해자가 먼저 운전 중인 청구인의 뒤통수를 때렸다는 청구인 진술의 진위 여부를 판단한 다음, 청구인과 피해자의 나이나 신체 상태 등(피해자는 만 46세로 키 180cm, 몸무게 85kg인 데에 반하여, 청구인은 만 59세로 키 170cm, 몸무게 69kg으로 피해자에 비하여 왜소한 편이다. )을 감안하여 청구인의 피해자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가, 운전 중인 청구인의 뒤통수를 때리는 피해자로부터 벗어나고자 뿌리치는 과정에서의 소극적인 저항행위로서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였어야 함에도 피청구인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만연히 청구인의 폭행 혐의를 인정하고 말았다.
라. 소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는지 여부 및 그러한 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이 있어 정당방위나 정당행위로 인정될 여지가 없는지 여부 등을 검토하여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다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청구인에게 폭행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여기에는 수사미진, 증거 취사선택의 오류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할 것이고, 이로써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김종대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박한철 이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