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2012헌마271 방송광고판매대행등에관한법률제5조제2항위헌확인
청구인주식회사 ○○방송 (대리인 법무법인 ○평지성 담당변호사 ○○○ ○ ○○)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공익재단인 방송문화진흥회가 대주주이며, 경영은 광고수익에 의존하는 주식회사 형태의 공영방송사이다.
(2) 헌법재판소는 2008. 11. 27. 2006헌마352 사건에서, 지상파방송사업자는 한국방송광고공사(이하 ‘구 공사’라 한다)와 구 공사가 출자한 회사가 위탁한 방송광고에 한해서만 방송광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구 방송법 제73조 제5항(2000. 1. 12. 법률 제6139호로 폐지·제정되고, 2007. 1. 26. 법률 제83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구 방송법시행령 제59조 제3항(2000. 3. 13. 대통령령 제16751호로 폐지·제정되고, 2007. 8. 7. 대통령령 제202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및 당시 시행 중이던 방송법 제73조 제5항(2007. 1. 26. 법률 제8301호로 개정된 것)과 방송법시행령 제59조 제5항(2007. 8. 7. 대통령령 제20219호로 개정된 것)에 대해 2009. 12. 31. 을 시한으로 하여 계속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다(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위 방송법령 전체에 대해 이하에서는 ‘구 방송법령’이라 한다).
(3) 국회는 입법시한을 넘긴 2012. 2. 22. 위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한 개선입법으로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는바(2012. 5. 23. 시행), 이 법률 제5조 제1항에서는 구 공사가 독점하던 방송광고 판매 대행업에 허가제를 도입함으로써 복수의 방송광고 판매 대행업체가 존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위 법률 제5조 제2항에서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 등의 경우 구 공사의 후신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신 공사’라 한다)가 위탁하는 방송광고에 한하여 방송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청구인은 신 공사만을 통해 방송광고를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4) 이에 청구인은 2012. 3. 16. 위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에 대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전부를 심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청구인은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에 해당하여 위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 것이므로 심판의 대상은 위 규정 중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설립된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 부분으로 한정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2012. 2. 22. 법률 제11373호로 제정된 것, 이하 ‘방송광고판매법’이라 한다) 제5조 제2항 중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설립된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 부분(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인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고, 관련조항들의 내용은 [별지]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2012. 2. 22. 법률 제11373호로 제정된 것)
제5조(방송광고의 판매대행) ②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방송법에 따른 한국방송공사,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설립된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 및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른 한국교육방송공사는 제24조에 따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위탁하는 방송광고에 한정하여 방송광고를 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청구인은 상법상의 주식회사로 설립목적, 소유구조, 수익구조,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의 면에서 공법인인 한국방송공사(이하 ‘KBS’라 한다)나 한국교육방송공사(이하 ‘EBS’라 한다)보다는 민영방송사인 서울방송(이하 ‘SBS’라 한다)이나 종합편성방송채널사용사업자(이하 ‘종편사업자’라 한다)와 유사하므로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된다.
(2) 이 사건 규정은 청구인과의 관계에서는 여전히 헌법불합치결정이 선고된 구 방송법령과 동일하게 공영미디어렙인 신 공사에 의한 방송광고 판매만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이는 헌법불합치결정의 기속력에 반한다.
(3) 이 사건 규정은 청구인으로 하여금 신 공사 이외의 대행사를 통해서는 방송광고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여 청구인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직업을 수행할 자유 및 계약 상대방을 선택할 자유를 침해하고 있고, 민영방송사업자 등에는 제한적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혜택을 부여하면서 그 수입구조나 설립근거가 유사한 청구인에 대해서는 이를 제한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
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견
(1) 방송문화진흥회법, 방송법, 공직선거법 등에 따르면 청구인은 공영방송으로서 공법인에 해당하므로 직업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
(2) 기존의 헌법불합치결정은 제한적 경쟁체제를 전혀 도입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것이므로 제한적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 청구인의 경우 공영방송으로서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 공사에 의한 방송광고 판매만을 허용한 이 사건 규정은 종전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3) 이 사건 규정은 방송의 지나친 상업화를 방지하기 위해 공영방송사의 경우 신 공사에만 방송광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4) 청구인은 SBS와 같은 민영 방송사업자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공영방송사업자로서 그 공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여야 하는바, 이를 위해 공영미디어렙인 신 공사를 통해서만 방송광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의견
(1) 청구인은 KBS, EBS 등과 같이 공영방송으로서의 지위가 부여되어 있으므로 기본권의 수범자이지 기본권의 주체라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 규정은 2006헌마352 결정의 취지에 따라 공영미디어렙인 신 공사 이외에 민영미디어렙이 방송광고 판매대행업에 진입하여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였으므로 이 사건 규정이 헌법불합치결정의 기속력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도 볼 수 없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청구인의 기본권 주체성 인정 여부
(1) 기본권 보장 규정인 헌법 제2장은 그 제목을 ‘국민의 권리와 의무’로 하고 있고, 제10조 내지 제39조는 “모든 국민은 ……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권력의 행사자인 국가, 지방자치단체나 그 기관 또는 국가조직의 일부나 공법인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는 주체로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없다(헌재 1994. 12. 29. 93헌마120, 판례집 6-2, 477, 480; 헌재 1995. 9. 28. 92헌마23등, 판례집 7-2, 343, 351; 헌재 2006. 2. 23. 2004헌바50, 판례집 18-1상, 170, 179).
(2) 다만 공법인이나 이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자라 하더라도 공무를 수행하거나 고권적 행위를 하는 경우가 아닌 사경제 주체로서 활동하는 경우나 조직법상 국가로부터 독립한 고유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그리고 다른 공권력 주체와의 관계에서 지배복종관계가 성립되어 일반 사인처럼 그 지배하에 있는 경우 등에는 기본권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이들이 기본권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3) 청구인의 경우 공법상 재단법인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로서 방송법 등 관련규정에 의하여 공법상의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만, 상법에 의하여 설립된 주식회사로 설립목적은 언론의 자유의 핵심 영역인 방송사업이므로 이러한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당연히 기본권 주체가 될 수 있고, 그 운영을 광고수익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해 사경제 주체로서 활동하는 경우에도 기본권 주체가 될 수 있는바, 이 사건 심판청구는 청구인이 그 운영을 위한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방송광고를 판매하는 지위에서 그 제한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
(4)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에서 청구인에게는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된다.
나. 기본권침해의 법적 관련성 등 충족 여부
이 사건 규정은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에 대해 신 공사가 위탁하는 방송광고에 한정하여 방송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규정 자체가 청구인을 특정하여 규율대상으로 삼고 있지는 아니하다. 그런데 청구인의 경우 방송문화진흥회가 70%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을 받아 신 공사가 위탁하는 방송광고에 한하여 방송광고를 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신 공사에 의하지 않고는 방송광고를 판매할 수 없게 된 것이므로 청구인은 이 사건 규정에 대해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 직접성, 현재성이 모두 인정된다.
다. 소결
이 사건 심판청구와 관련하여 그 밖에 다른 적법요건의 흠결은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
4. 청구인의 법적 지위 및 미디어렙 제도
가. 청구인의 법적 지위
(1) 설립 연혁과 지배구조
청구인은 상법에 의해 설립된 주식회사로 전국 18개 지방 계열사를 통해 전국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10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운영에 필요한 대부분의 재원을 광고수익으로 조달하고 있다.
청구인은 1961년 김○태가 출자하여 설립한 국내 최초의 민간 상업방송으로 1979년경에는 그 주식을 ○○장학회가 주식의 30%, 소액주주들이 70% 소유하고 있었지만, 1981년 소액주주들의 주식 모두가 국가에 헌납되고, 다시 KBS에 그 주식이 현물 출자되었다가 이후 국가에 반환되는 과정을 거쳐 1988. 12. 31. 방송문화진흥회법에 의해 발족된 방송문화진흥회에 정부가 이를 출연함으로써 방송문화진흥회가 청구인의 주식의 70%를 소유한 대주주가 되었다. 현재 청구인의 주식은 방송문화진흥회가 70%, ○○장학회의 후신인 □□장학회가 30%를 소유하고 있다.
(2) 청구인에 대한 방송문화진흥회의 관리 감독
청구인은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로서 방송문화진흥회법 제5조 제2호에 따라 그 경영에 관하여 방송문화진흥회의 관리 감독을 받는다. 방송문화진흥회는 자신이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공적 책임 등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공익재단으로 청구인의 공적 책임, 기본운영계획, 결산승인, 경영평가, 정관변경 승인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함으로써(방송문화진흥회법 제10조) 청구인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및 감사는 정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하여 임명되며(방송문화진흥회법 제6조 제4항, 제5항), 이사장은 국회에 출석하여 청구인에 대한 관리, 감독을 포함한 방송문화진흥회 소관 사무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하고, 국회가 요구하는 경우 출석하여 보고하거나 답변하여야 하는바(방송문화진흥회법 제7조), 결국 청구인은 방송문화진흥회를 매개로 국가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공영방송사업자로서의 공적 책임과 방송법상의 특별한 취급
방송법 제44조 제1항이 ‘(한국방송)공사는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제1조가 ‘이 법은 한국교육방송공사를 설립하여 교육방송을 효율적으로 실시함으로써 학교교육을 보완하고 국민의 평생교육과 민주적 교육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같이 방송문화진흥회법 제1조는 ‘이 법은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 라고 규정하여 청구인에게도 KBS나 EBS와 같은 특별한 공적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방송법 제8조 제2항 본문은 ‘누구든지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가 소유하는 주식 또는 지분을 포함하여 지상파방송사업자 및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 총수의 100분의 40을 초과하여 소유할 수 없다’고 하여 민영방송사 등에는 지분 소유 제한을 두면서도, 단서 제2호에서 방송문화진흥회가 방송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하는 경우에는 KBS, EBS와 마찬가지로 지분 소유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그리고 방송법 제8조 제6항 및 동법 시행령 제4조 제5항 제1호 본문은 지상파방송사업자·종합유선방송사업자 및 위성방송사업자는 매출액 점유율 33%를 초과하여 상호간 겸영하거나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여 방송사간 상호겸영을 제한하고 있지만, 위 시행령 규정 단서에서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청구인의 경우는 이러한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방송법 제8조 제8항은 지상파방송사업자의 경우 다른 지상파 방송사업을 겸영하거나 그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으나 청구인의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나아가 방송법 제69조 제6항은 지상파방송사업자의 경우 다른 방송사업자의 제작물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 이상 편성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제작물 편성에 제한을 가하면서도 KBS, EBS와 마찬가지로 청구인은 그 제한에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청구인은 KBS, EBS와 함께 공영방송사로서 방송법상 특별한 취급을 받는다.
(4) 공직선거법과 정당법상 청구인의 특별한 권한과 의무
공직선거법 제8조의7 제2항 제1호는 각급 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구성에 있어 청구인처럼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에게도 다른 공영방송사와 동일하게 그 위원 추천권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공직선거법 제82조의2 제10항은 청구인을 포함한 공영방송사의 경우 자신의 비용으로 대통령선거 등의 대담·토론회를 텔레비전방송을 통하여 중계방송을 하도록 하고 있고, 제137조의2 제4항은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 공영방송사를 이용해 정강 정책을 알리기 위한 방송연설을 하는 경우 월 1회의 방송연설비용은 공영방송사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정당법 제39조 제2항도 청구인을 포함한 공영방송사에게 정책토론회를 중계 방송할 의무를 부과하면서 비용을 공영방송사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청구인은 선거 등과 관련해서도 공영방송으로서 특별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
나. 우리나라의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 대행) 제도
(1) 지상파 방송광고의 특성과 규제 및 헌법불합치결정
방송광고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거래되는 사적 재화이지만, 방송광고를 거래하는 매개 수단인 방송의 공공재적 성격 때문에 시장적 접근을 배제하고 정부의 개입이나 규제를 정당화한다. 방송광고는 다른 언론매체와 달리 전통적으로 엄격한 법적 규제를 받아 왔는데, 종래 그 규제의 일환으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직접 거래를 금지하고 그 거래를 중간에서 제3자가 중개하도록 하는 제도, 다시 말해 미디어렙 제도를 도입하여 지상파 방송광고의 경우 여기를 통해서만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즉 입법자는 1980. 12. 31. 법률 제3317호로 한국방송광고공사법을 제정하여 한국방송광고공사, 즉 공영미디어렙인 구 공사에게만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대행의 독점적 영업권을 부여하였던 것이다.
위와 같은 독점적 미디어렙 제도에 대해 비판이 끊이질 않자 방송개혁위원회가 민영미디어렙의 시장 진출 허용을 통한 제한 경쟁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제안하게 되었고, 마침내 2000. 1. 12. 방송법과 한국방송광고공사법을 제·개정하기에 이르러 구 공사의 방송광고 판매대행 독점 조항을 삭제하고, 지상파방송사업자는 구 공사와 구 공사가 출자한 대행업체를 통해 방송광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법률 개정에도 불구하고 구 공사의 출자는 이루어지지 않아 여전히 구 공사의 독점체제가 유지되었다.
이러한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제도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2008. 11. 27. 2006헌마352 사건에서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고, 그 결과 2012. 2. 22.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으며, 이 법률에서는 방송광고 판매대행업에 허가제를 도입하여 제한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다만 KBS, EBS 및 청구인처럼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경우에는 구 공사의 후신인 신 공사가 위탁하는 방송광고에 한정하여 방송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공영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2) 현행 미디어렙 제도와 공적 기능의 부여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미디어렙을 통하지 않고서는 방송사업자가 방송광고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하여 방송사와 광고주 사이에 방송광고 직접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미디어렙에는 공영미디어렙과 민영미디어렙이 있고, 공영미디어렙은 정부가 전액을 출자한 공기업 형태의 신 공사가 있으며, 공영방송사의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독점하고 있다. 민영미디어렙으로는 민영방송사인 SBS가 주식의 40%를 소유한 주식회사 미디어크리에이트가 있는데, 주로 모회사격인 SBS의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한다.
우리나라의 미디어렙 제도는 기본적으로 공영이든 민영이든 미디어렙이 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방송광고판매법 제3조는 미디어렙의 공적 책임으로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명시하고 있다. 그 예로 방송광고판매법은 민영미디어렙의 경우 그 공공성 등의 실현을 위해 허가요건을 엄격하게 하고(제6조),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할 수 있는 지분을 40%로 제한하고 있으며(제13조), 미디어렙이 그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그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방송사업자 등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하는 행위와 같은 특정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제15조 제1항), 수수료를 법정하여 과다한 수수료 책정을 막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미디어렙의 회계 등을 감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고 있다(제16조, 제17조).
특히 군소매체보호라는 미디어렙의 기능을 민영미디어렙에서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중소지상파방송사의 신청을 통해 방송통신위원회가 특정 미디어렙을 지정하여 그 지상파방송사업자의 광고를 판매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제19조), 기존 공영미디어렙 독점체제에서 군소매체 보호방안으로 이용되던 결합판매(패키지판매) 방식을 새로운 제한 경쟁체제에서도 유지하여 미디어렙으로 하여금 중소지상파방송사업자의 방송광고를 일정비율 이상 전국 네트워크 지역지상파방송사업자의 방송광고와 함께 강제로 결합판매하도록 하고 있다(제20조).
나아가 방송사업자의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과 관련하여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25조, 동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 제5항에 따라 2013 회계연도 방송광고 매출액에 대한 분담금 징수부터는 KBS, EBS의 경우는 방송광고매출액의 2. 94/100, 청구인과 SBS의 경우는 4. 4/100의 금액을 분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렇게 마련된 재원 등으로 공익적 프로그램의 제작을 지원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22조).
5.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쟁점의 정리
이 사건 규정은 구 공사와 이로부터 출자를 받은 회사가 아니면 지상파방송사업자에 대해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할 수 없도록 하던 구 방송법령 규정이 2008. 11. 27.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후, 이에 대한 개선입법으로 탄생되었다.
이에 대해 청구인은 이 사건 규정이 종전 헌법불합치결정의 기속력에 반한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대해 살펴본다.
한편, 청구인은 이 사건 규정이 직업의 자유와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사건 규정이 결과적으로 청구인의 경우 신 공사만을 통해 방송광고 판매를 하도록 강제한다는 점에서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 사건 규정은 개별 방송광고 판매에 대한 제한에 초점이 있다기보다 청구인 사업 목적의 하나인 방송광고 판매를 신 공사라는 공영미디어렙을 통해서만 할 수 있도록 하여 그 방송광고 판매업무 전체의 수행 방식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직업수행의 자유 제한과 더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나아가 청구인은 이 사건 규정이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청구인과 다른 방송사업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사건 규정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내용에는 이미 청구인을 다른 민영방송사업자 등과 달리 취급하는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 문제를 다루는 이상 평등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로 살피지 않는다.
나. 이 사건 규정이 헌법불합치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지 여부
헌법재판소가 2008. 11. 27. 2006헌마352 결정에서 구 공사와 구 공사가 출자한 회사에게만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허용하던 구 방송법령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이유는 이러한 제도가 방송광고 판매대행 시장에 있어 외관상으로만 제한적 경쟁체제를 도입한 것일 뿐 그 실질에 있어서는 구 공사에게 방송광고 판매대행의 독점권을 부여한 것으로서 전혀 경쟁체제를 도입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즉, 구 방송법령 규정은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대행 시장에 제한적 경쟁체제를 도입함과 동시에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다양성 확보를 위해 구 공사와 이로부터 출자를 받은 미디어렙에서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구 공사의 재량적 판단에 방송광고 판매대행 시장의 경쟁체제 실현 여부를 맡겨 놓음으로써 구 공사가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독점하도록 한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위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제정된 방송광고판매법에서는 기존의 공영미디어렙 이외에 민영미디어렙도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한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방송광고판매법은 지상파방송사업자, 지상파방송채널사용사업자 또는 종편사업자와 같은 방송사업자의 경우 민영미디어렙이 위탁하는 방송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규정이 독점의 위헌성을 지적하였던 종전 헌법불합치결정의 기속력에 반한다고는 볼 수 없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이 사건 규정이 제한적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의 경우에는 여전히 공영미디어렙인 신 공사를 통해서만 방송광고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지적한 위헌성을 완전히 제거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구 방송법령에 대한 종전 결정의 취지는 방송사업자가 자신이 판매할 방송광고 판매 대행업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구 공사 독점체제를 제거하여 방송광고 판매대행 시장에 제한적이나마 실질적인 경쟁체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는바, 방송광고판매법이 공영과 민영 복수의 미디어렙 설립을 허용하여 실질적으로 제한적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다만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경우에는 그 특수성을 고려해 국가의 관리 감독이 엄격하게 미치는 공영미디어렙에서 위탁한 방송광고에 한정하여 방송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결과, 이에 해당하는 청구인의 경우 공영미디어렙인 신 공사만을 통해 방송광고 판매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므로 이 사건 규정이 구 방송법령에 대한 종전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반하는 입법이라고 볼 수 없다.
다. 이 사건 규정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1) 심사기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규정이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경우에는 신 공사가 위탁한 방송광고에 한정하여 방송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결과, 청구인의 경우 방송광고 판매를 신 공사를 통해서만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한다. 직업수행의 자유란 그가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결정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자유로서 헌법 제15조에 의해 보장된다. 그런데 직업수행의 자유가 보장된다 하더라도 기본권 제한 입법의 한계조항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이를 제한할 수 있고, 이 경우 직업선택의 자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폭넓은 입법적 규제가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경우 그 수단은 목적달성에 적절한 것이어야 하고, 또한 필요한 정도를 넘는 지나친 것이어서는 아니된다(헌재 2009. 9. 24. 2007헌마1345, 판례집 21-2상, 792, 801; 헌재 2012. 6. 27. 2011헌마288, 판례집 24-1하, 773, 785 등 참조).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이 사건 규정이 공영방송사의 경우 신 공사만을 통해 방송광고 판매를 하도록 한 것은 미디어렙 경쟁 체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방송의 상업화 등 부작용을 방지하고, 공영방송사에 대한 광고주나 특정인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차단하여 방송의 공공성, 공정성,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그리고 청구인에 대해 공영미디어렙인 신 공사를 통해서만 방송광고를 판매하도록 하면 공영미디어렙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통해 방송의 상업화 방지는 물론, 공공성, 다양성 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송광고 판매제도는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적절한 수단이 된다.
(나) 방송사업자가 방송광고를 어떤 방법으로 누구에게 판매할 것인가의 문제는 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하여 내보내는 좁은 의미에서의 방송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방송내용과 시청률은 방송광고를 매수하는 광고주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방송광고 판매는 좁은 의미의 방송과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방송광고 판매에 대한 규제는 방송의 공공성 측면에서 불가피하다. 특히 투입된 재원의 원천이 국민의 재산인 공영방송사의 경우 그 존립근거나 운영주체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공공성을 요구받을 것이므로 방송광고의 가격이나 광고총량을 통제함으로써 방송이 시청률 위주의 지나친 상업적 방송이 되는 것을 막고, 시청률은 낮더라도 공익성이 높은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적정한 가격에 방송광고를 판매할 수 있도록 그 규제가 가능한 공영미디어렙을 통해 방송광고를 판매하도록 하는 것은 지나친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
청구인은 비록 민영방송사로 출발하였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5. 16 장학회라는 재단법인을 거쳐 국가에 반납된 주식 70%가 1988년 방송문화진흥회에 출연된 것이 계기가 되어 공영방송사로서 국가의 관리 감독을 받게 된 것으로, 방송문화진흥회법은 2000년 개정에서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공적 책임과 이에 대한 방송문화진흥회의 관리 감독권을 명시하여 청구인에 대한 공영성과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였는바, 국가 재정 투입을 계기로 보다 높은 공영성을 요구받게 된 청구인에 대해 그 규제가 비교적 덜한 독자적 미디어렙이나 민영미디어렙이 아닌 공영미디어렙을 통해 방송광고를 판매하도록 하였다 하여 이것이 과도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이 아니더라도 국가의 재원이 70%나 투입되어 국가의 관리 감독을 받는 청구인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여 주주권을 행사하여야 할 것이므로 그 주주권 행사는 공익적 관점을 떠나서는 상정할 수 없을 것인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영미디어렙을 통해 경제적 이익 창출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방송광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면 그 공익성을 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공영미디어렙을 이용하도록 하여 그 규제를 강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현행법은 민영미디어렙에 대해서도 미디어렙허가제도, 결합판매 의무제도, 허가취소제도, 겸영금지제도 등을 통해 일정 수준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민영미디어렙은 기본적으로 민간의 출자에 의해 설립되는 회사이므로 방송의 공공성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 이외에 더 높은 수준의 부담을 기대하기 어렵고, 더구나 민영미디어렙에 대한 소유 지분 상한 40%는 특정 방송사 또는 특정인이 미디어렙을 충분히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지분 구조라는 점에서 청구인과 같은 공영방송사가 그 방송광고 판매와 관련하여 공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려면 공영미디어렙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공영미디어렙인 신 공사는 민영미디어렙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공익적 기능, 즉 네트워크 지역지상파방송사업자와 중소지상파방송사업자에 대한 지원, 방송광고제작 산업 육성, 광고 표준화, 광고효과 측정, 광고 유통기반 구축·운영, 광고 관련 조사·연구·교육, 공익광고 등 방송 통신의 광고 산업 진흥과 관련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신 공사의 위와 같은 사업을 위한 재원 마련의 기초로서 국가 재정에 기반을 둔 청구인이 신 공사를 통해 방송광고를 판매하도록 함으로써 그 공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요청일 것이다.
이상과 같이 이 사건 규정에서 청구인과 같은 공영방송사의 경우 더 강한 규제가 가능한 공영미디어렙을 통해 방송광고 판매를 하도록 한다고 하여 이것이 과도한 입법이라고는 볼 수 없다.
청구인은 상법에 설립 근거를 둔 주식회사로서 그 운영 재원을 방송광고 판매에 의존하고 있고, SBS와 마찬가지로 그 목적사업에 광고사업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SBS처럼 민영미디어렙을 통한 방송광고 판매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목적사업에 광고사업이 명시되어 있다고 하여 언제나 민영미디어렙을 통한 방송광고 판매를 허용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공영방송사라 하더라도 수신료와 같은 국가 재정이 아닌 방송광고 판매와 같은 영업 수익에 의한 재원으로 운영 자금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이 경우 입법자에게는 공영미디어렙을 통해 방송광고를 판매하도록 하는 것과 같이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이 요구될 뿐이다. 또한 청구인은 KBS나 EBS가 아닌 SBS와 동일한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분담한다는 이유를 들어 방송광고 판매에 민영미디어렙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청구인은 공영방송사이면서도 대부분의 수익을 방송광고를 통해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한 수익구조를 가진 민영방송사와 동일하게 분담하도록 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볼 수는 없다.
(다) 한편, 이 사건 규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 및 다양성 확보로서 매우 중대한 반면, 청구인이 제한받는 것은 방송광고 판매 자체가 아니라 신 공사를 통해서만 방송광고를 판매하도록 하는 영업방식에 대한 제한에 불과하므로 그 제한이 공익이 비해 중대하다고 할 수 없다.
(3) 소결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규정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는 볼 수 없다.
6.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