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2012헌마166 대한민국과미합중국간의자유무역협정위헌확인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2011. 11. 22.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이 청구인의 국민투표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2012. 2. 20.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2012. 3. 12. 조약 제2081호, 이하 ‘한미무역협정’이라 한다) 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아래 판단 부분에서 필요한 경우 개별적으로 살피기로 하고,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관련조항]
대한민국헌법(1987. 10. 29. 헌법 제10호로 개정된 것)
제6조 ①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제60조 ①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제72조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제130조 ② 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대한민국헌법 부칙(1987. 10. 29. 헌법 제10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이 헌법 시행 당시의 법령과 조약은 이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그 효력을 지속한다.
2. 청구인의 주장
가. 한미무역협정은 대한민국의 입법권의 범위, 사법권의 주체와 범위를 변경하고, 헌법상 경제조항(제119조 및 제123조)에 변경을 가져오는 등 실질적으로 헌법 개정에 해당함에도, 국민투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 국민인 청구인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
나. 한미무역협정 제11장 제2절 제11. 16. 조를 포함한 한미무역협정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사법권과 입법권을 침해하며, 재산권의 사회적 구속성을 침해하고, 미국 투자자만을 우대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
3. 판 단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자신의 기본권을 현재 직접적으로 침해당한 자만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법령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당해 법령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이어야 하며, 어떤 법령조항이 헌법소원을 청구하고자 하는 자의 법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애당초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없으므로 그 법령조항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헌재 2008. 2. 28. 2006헌마582, 판례집 20-1상, 305, 308-309 참조).
나. 한미무역협정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국민투표권, 평등권 등 기본권이 침해되는지 살펴본다.
(1) 헌법 제72조에 따른 국민투표권의 침해가능성 유무
(가) 우리 헌법은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된 국민의 대표자가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대의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중요 정책에 관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국민의 직접적인 의사를 확인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전체적인 헌법체계와 조화를 이룰 수 없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에게 국민투표의 실시 여부, 시기, 구체적 부의사항, 설문내용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임의적인 국민투표발의권을 독점적으로 부여한 것이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49 참조). 따라서 특정의 국가정책에 대하여 다수의 국민들이 국민투표를 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이러한 희망과는 달리 국민투표에 회부하지 아니한다고 하여도 이를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고, 국민에게 특정의 국가정책에 관하여 국민투표에 회부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인정된다고 할 수도 없다. 결국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은 대통령이 어떠한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의한 경우에 비로소 행사가 가능한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헌재 2005. 11. 24. 2005헌마579등, 판례집 17-2, 481, 519 참조).
(나) 대통령이 한미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이전에 그에 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국민투표권이 행사될 수 있는 계기인 대통령의 중요정책 국민투표 부의가 행해지지 않은 이상 청구인의 국민투표권이 행사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침해의 가능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2) 헌법 제130조 제2항에 따른 국민투표권의 침해가능성 유무
(가) 우리 헌법상 헌법 개정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되고(제128조 제1항),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의 20일 이상 기간의 공고를 거쳐(제129조)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따른 국회의 의결을 거친 다음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 확정된다(제130조).
위와 같은 우리 헌법의 개정 절차에 의하면, 성문헌법의 개정은 헌법의 조문이나 문구를 수정, 삭제, 보완, 삽입하는 등의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헌법개정안의 제출에 의하여야 하고, 하위규범인 법률의 형식으로, 일반적인 입법절차에 의하여 개정될 수는 없다.
따라서 성문헌법과 양립할 수 없는 내용의 법률이 제정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법률은 위헌적인 법률로서 헌법이 정한 규범통제의 대상이 될 뿐 헌법을 개정하는 효력이 없다.
반드시 헌법에 의하여 규율되어 법률에 대하여 효력상 우위를 가져야 할 만큼 헌법적으로 중요한 기본적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형식적 헌법전에 기재되지 아니한 사항의 경우, 어떤 사항이 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일반·추상적 기준이 존재하지 아니함에 따라 반드시 헌법에 의하여 규율되고 개정되어야 할 사항을 입법자가 법률의 형태로 규정하여 국민이 헌법 제·개정에 관하여 가지는 권한을 침해할 수 있으나(헌재 2004. 10. 21. 2004헌마554등, 판례집 16-2하, 1, 39-51 참조), 성문헌법 조항의 경우는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아니한다.
(나) 우리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헌법 부칙 제5조는 “이 헌법 시행 당시의 법령과 조약은 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그 효력을 지속한다.”고 규정하는바, 우리 헌법은 조약에 대한 헌법의 우위를 전제하고 있으며, 헌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이른바 헌법적 조약을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볼 것이다.
한미무역협정의 경우, 헌법 제60조 제1항에 의하여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우호통상항해조약의 하나로서 법률적 효력이 인정되므로, 규범통제의 대상이 됨은 별론으로 하고, 그에 의하여 성문헌법이 개정될 수는 없다.
이같이 한미무역협정이 성문헌법을 개정하는 효력이 없는 이상, 한미무역협정의 체결로 헌법 개정 절차에서의 국민투표권이 행사될 수 있을 정도로 헌법이 개정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침해의 가능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3) 청구인의 그 밖의 기본권 침해가능성의 유무
(가) 한미무역협정 제11장 제2절 제11. 16. 조는 투자자와 국가 사이의 분쟁해결에 관하여 규정([별지]와 같음, 이하 ‘분쟁해결조항’이라 한다) 하고 있다. 그 주요한 내용은, 분쟁 당사자가 협의 및 협상을 통하여 투자분쟁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투자자는, 자신이나 피투자국의 법에 의하여 설립된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지배·소유하는 법인을 위하여, 피투자국이 한미무역협정 제11장 제1절의 의무(내국민대우, 최혜국대우 등)를 위반했거나 투자 인가 내지 계약을 위반하였고, 투자자(또는 지배 기업)가 그로 인하여 손해,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한미무역협정 제11장 제2절에 의한 중재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어떠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헌법의 기본원리 혹은 헌법상 보장된 제도의 본질이 훼손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곧바로 국민의 기본권이 직접 현실적으로 침해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헌재 1998. 10. 29. 96헌마186, 판례집 10-2, 600, 606 참조). 청구인의 주장은 우리나라 헌법의 이념적 기초, 헌법상 권한 배분, 기본권 보장 범위 등이 한미무역협정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으로서, 청구인 자신의 법적 지위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한 주장이 아니다. 또한, 청구인은 한미무역협정으로 인하여 자신의 재산권 내지 그 행사가 직접 제한되거나 법원에 대한 재판청구가 제한된다고 볼 구체적 사정 등에 관하여 전혀 주장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청구인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변호사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만이 확인될 뿐이다. 청구인 자신이 투자자 내지 투자 기업 등을 지배·소유하고 있는 자에 해당한다거나, 청구인의 투자행위와 관련하여 대한민국과의 관계에서 어떤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구체적 사정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이 없는 이 사건에서, 위 분쟁해결조항이나 그 밖의 한미무역협정 조항으로 인하여 현재 청구인이 미국 투자자와 비교하여 어떠한 차별취급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한미무역협정으로 인하여 앞서 살핀 국민투표권 이외의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다. 결국 한미무역협정으로 인하여 청구인 자신의 기본권이 현재 직접 침해받는다거나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어떠한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