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은 범죄에 대한 제재로서 그 본질은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된 행위에 대한 비난이다. 만약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과의 발생이 어느 누구의 잘못에 의한 것도 아니라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형벌을 가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이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에 내재하는 원리인 동시에, 헌법 제10조의 취지로부터 도출되는 원리이고, 법인의 경우도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책임주의원칙이 적용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관하여 비난할 근거가 되는 법인의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 즉 종업원 등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과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하여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문언상 ‘법인의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 기타 귀책사유’가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와 같은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러한 합헌적 해석을 전제로 할 때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구 도로법(2005. 12. 30. 법률 제7832호로 개정되고, 2006. 12. 28. 법률 제81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6조 중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83조 제1항 제4호의 규정에 의한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사건개요 및 심판대상
가. 사건개요
(1) 당해사건의 피고인인 주식회사 ○○운송은 ‘그 사용인인 김○호가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강원98바○○○○ 화물트럭을 운전하다가 2006. 12. 15. 08:20경 강릉시 옥계면 도직리 국도 7호선 이동운행제한(과적) 차량검문소 앞에서 적재량의 측정을 요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았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700,000원의 약식명령을 고지받아 확정되었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08고약7678).
(2) 피고인이 2010. 8. 2. 약식명령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자, 법원은 재심을 개시하고 사건을 공판절차에 회부하였으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0고단574), 그 재심개시 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3) 그리고 법원은 2011. 1. 13. 당해사건에 적용될 구 도로법(2005. 12. 30. 법률 제7832호로 개정되고, 2006. 12. 28. 법률 제81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6조 중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83조 제1항 제4호의 규정에 의한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에 대하여 직권으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도로법(2005. 12. 30. 법률 제7832호로 개정되고, 2006. 12. 28. 법률 제81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6조 중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83조 제1항 제4호의 규정에 의한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아래 밑줄 친 부분으로,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 및 관련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도로법(2005. 12. 30. 법률 제7832호로 개정되고, 2006. 12. 28. 법률 제81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6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 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 의 업무에 관하여 제81조 내지 제85조 의 규정에 의한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 에 대하여도 각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관련 조항]
구 도로법(2005. 12. 30. 법률 제7832호로 개정되고, 2006. 12. 28. 법률 제81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3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3. 생략
4. 정당한 사유 없이 제54조 제4항의 규정에 의한 관리청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자
제54조(차량의 운행제한) ① 관리청은 도로의 구조를 보전하고 운행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차량( 자동차관리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자동차 및 건설기계관리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건설기계를 말한다. 이하 같다)의 운행을 제한할 수 있다. 다만, 차량의 구조 또는 적재화물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관리청의 허가를 받아 운행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③ 생략
④ 관리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운행제한에 대한 위반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차량의 운전자에 대하여 적재량의 측정 및 관계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운전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 이유 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하여 책임의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그 종업원 등을 고용한 법인에게도 종업원 등에 대한 처벌조항에 규정된 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법인의 가담 여부나 이를 감독할 주의의무의 위반 여부를 법인에 대한 처벌요건으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달리 법인이 면책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규정하지 아니하고 있어, 결국 종업원 등의 일정한 행위가 있으면 법인이 그와 같은 종업원 등의 범죄에 대해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를 전혀 묻지 않고 곧바로 영업주인 법인을 종업원 등과 같이 처벌하는 것이다.
나. 형벌은 범죄에 대한 제재로서 그 본질은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된 행위에 대한 비난이다. 만약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과의 발생이 어느 누구의 잘못에 의한 것도 아니라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형벌을 가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이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에 내재하는 원리인 동시에 헌법 제10조의 취지로부터 도출되는 원리이고, 법인의 경우도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책임주의원칙이 적용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할 경우, 법인이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까지도 법인에게 형벌이 부과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처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관하여 비난할 근거가 되는 법인의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 즉 종업원 등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과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하여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 헌재 2009. 7. 30. 2008헌가14, 판례집 21-2상, 77 참조).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법률의 위반행위를 한 자 이외에 영업주인 법인을 그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종업원 등의 그와 같은 위반행위가 종업원 등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함이거나 그 종업원 등 개인의 윤리성의 결여에 기인하기보다는, 대개의 경우 법인의 이익을 위하여 행해지거나 실제로는 법인의 기관 또는 중간관리자의 무언의 지시나 묵인·방치 또는 해당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에 기인한 것임에도, 법인의 복잡하고 분산된 업무구조의 특성상 이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백히 가리기 어렵고, 나아가 넓게는 그러한 위반행위 방지를 감독하기에 부족한 법인의 운영체계 내지 의사결정구조의 하자 등에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 법인도 직접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언에 의하더라도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처벌되는 법인의 범위는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관련 없는 법인까지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에 관하여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가 있는 경우에 한정되는 것으로, ‘법인의 종업원 등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이란 것이 법인의 ‘업무’와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를 연결해 주는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로서 추단될 수 있다.
대법원도 일관되게 법인의 종업원 등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위반 즉 과실책임을 근거로 법인의 책임을 묻되 다만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에 대한 법인의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추정된다는 입장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언상 ‘법인의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와 같은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 해석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서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도 부합되고, 이러한 해석을 전제로 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헌재 2010. 7. 29. 2009헌가18등 결정 중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