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피청구인이 2011. 7. 27. 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11년 형제36170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11. 7. 27. 피청구인으로부터 상해죄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바(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11년 형제36170호),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서울지하철공사의 계약직 직원으로서 지하철 내 잡상인 단속 등을 하는 질서유지 요원인바, 2011. 6. 29. 13:45경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지하철 2호선 ○○역 내에서 역무원 김○훈을 도와 잡상인 활동을 하던 강○철을 관할지구대 경찰관에게 인도하는 과정에서, 위 강○철의 동료인 피해자 정○덕이 나타나 역무원 김○훈에게 욕설을 하며 단속에 항의하자 청구인이 추후 질서유지 단속의 증거로 남기기 위해 자신의 휴대폰으로 당시 상황을 촬영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청구인의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하자, 청구인이 피해자의 오른쪽 복숭아뼈 부분을 발로 차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족관절염좌상을 가한 것이다. 』
나. 이에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1. 8. 29.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은 피해자의 폭행에 의해 오히려 손가락 등에 상해를 입었을 뿐, 피의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상해를 가한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피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이르렀는바, 이는 증거가치 판단을 그르치거나 수사미진의 위법에 기인한 것이다.
3. 판 단
가. 이 사건의 쟁점
피해자는 이 사건 경위에 대하여, 청구인이 자신의 얼굴을 휴대폰으로 촬영하자 촬영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청구인이 불응하여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하였는데 청구인이 이를 피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오른발 복숭아뼈 부분을 발로 찼다고 주장하고 있다(수사기록 38면).
반면, 청구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휴대폰을 빼앗는 과정에서 청구인의 양쪽 손가락, 팔 등을 폭행하여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다발성 타박상 및 찰과상 등을 입었고(수사기록 58면),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져 액정이 손상되는 피해를 입었을 뿐, 자신이 피해자를 발로 찬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수사기록 63면).
이와 같이 두 사람은 사건의 경위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으므로 청구인과 피해자, 두 사람 중 누구의 말이 맞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라 할 것이다. 기록상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해자의 진술 및 상해진단서가 있는바 그 증거의 신빙성 여부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나. 관련 증거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
(1) 피해자의 진술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청구인에게 “휴대폰 촬영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 촬영하길래 휴대폰을 잡자 안 뺏기려고 당기면서 내 오른발 복숭아뼈 부분을 발로 한 대 찼습니다.”라고 진술하고 있다(수사기록 38-39면). 따라서 청구인의 폭행은 피해자가 청구인의 휴대폰을 빼앗는 행위와 시간적으로 거의 동시에 행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피해자가 청구인의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시도하는 장면은 ○○역 내에 설치된 씨씨티브이에 녹화되었고 청구인은 위 씨씨티브이 동영상 파일을 시디롬에 담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 첨부·제출하였는바, 이를 확인한 결과 사건 당시 피해자가 오른팔로 청구인의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시도하자 곧바로 청구인 옆에 있던 노란색 근무복을 입은 여성, 경찰관, 그리고 역무원 김○훈이 청구인과 피해자 사이를 가로막고 피해자의 팔을 잡아당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뿐(동영상 7분 29초부터 7분 36초 사이), 피해자가 청구인을 발로 차는 모습은 확인할 수 없다. 그리고 청구인으로부터 같은 동영상을 증거물로 제출받은 검찰수사관 역시, 동영상 상으로는 청구인이 피해자를 발로 차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고 수사보고한 바 있다(수사기록 89면).
반면 피청구인은, 씨씨티브이가 당시 상황을 전부 녹화한 것이 아니고 청구인과 피해자가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위 씨씨티브이 동영상만으로는 청구인의 무혐의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2011. 10. 25. 자 답변서 참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주장하는 청구인의 폭행은 피해자의 카메라 탈취와 거의 동시에 일어난 것이고 그렇다면 해당 장면은 고스란히 씨씨티브이 동영상에 담겨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상의 점을 종합할 때 사건의 경위에 대하여 피해자 진술보다는 청구인 진술이 일응 더 신빙성이 있다 할 것이다.
(2) 피해자에 대한 상해진단서
피해자는 피의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서 청구인의 폭행으로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족관절염좌상’을 입었다는 내용의 상해진단서를 제출한 바 있다(수사기록 50면).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피해부위를 ‘오른쪽 발’로 진술하고 있는 반면, 상해진단서상에는 좌족관절, 즉 ‘왼쪽 발’에 상해를 입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위 상해진단서상에는 ‘좌족관절염좌상’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그 발생원인, 피해 정도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위 상해진단서가 이 사건 피의사실을 입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위법성 조각 여부
설령 이 사건 피의사실이 일응 인정된다고 보는 경우에도, 이 사건 피의사실에 나타난 청구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폭행 및 휴대폰 탈취로부터 자신의 신체와 재산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것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청구인의 휴대폰 촬영에 불만을 품고 이를 빼앗으려고 하다가 청구인의 손가락, 팔 등에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다발성 염좌 및 찰과상을 가하여 청구인은 3일간 입원까지 하였으며(심판기록 23면, 입퇴원 확인서 참조), 이로 인해 피해자에 대하여 상해 및 재물손괴 혐의로 벌금 70만 원의 약식명령이 청구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심판기록 49면 공소장 참조).
그렇다면 청구인의 행위는 위와 같은 피해자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 저항수단으로서의 한도 내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전후의 경위와 정황 등을 종합해 볼 때 청구인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 있는 행위라고 못 볼 바도 아니다.
따라서 청구인의 폭행 행위가 사실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것이 형법상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한 피청구인으로서는 과연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였어야 할 것인바, 피해자의 주장만을 섣불리 받아들여 청구인에게 곧바로 상해의 혐의를 인정한 것은 수사미진의 위법을 범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라. 소결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기록상 나와 있는 증거만으로는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여 상해를 가하였다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청구인에게 위법성 조각의 여지도 없지 아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관련 증거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아니한 채 청구인의 상해혐의를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이르렀는바, 이는 중대한 수사미진 내지 현저한 증거판단의 잘못에 터 잡아 이루어진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송두환 박한철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