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주관적 권리보호의 이익이 소멸하였음에도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한 사례
나. 사법경찰관인 피청구인이 위험발생의 염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종결 전에 압수물을 폐기한 행위가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재판요지
가. 피청구인이 현행범 체포과정에서 청구인으로부터 압수한 과도 등(이하 ‘이 사건 압수물’이라 한다)을 폐기한 행위는 이미 종료하였고, 청구인은 형사재판에서 무죄의 확정판결을 받음으로써 이 사건 헌법소원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였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에 대한 주관적 권리보호의 이익은 없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은 압수물 폐기행위는 계속 반복될 위험성이 있고, 압수물의 위법한 폐기는 압수물에 대한 증거조사를 통하여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자 하는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이에 따라 압수물 폐기의 요건 및 한계에 대한 헌법적 해명은 헌법질서의 수호를 위해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할 것이므로 심판의 이익이 있다.
나. 압수물은 검사의 이익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증거신청을 통하여 무죄를 입증하고자 하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서도 존재하므로 사건종결 시까지 이를 그대로 보존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사건종결 전 일반적 압수물의 폐기를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130조 제2항은 엄격히 해석할 필요가 있으므로, 위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이란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재산에 위해를 줄 수 있는 물건으로서 보관 자체가 대단히 위험하여 종국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보관하기 매우 곤란한 압수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압수물에 대하여는 설사 피압수자의 소유권포기가 있다 하더라도 폐기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압수물을 보관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보관하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는 물건임이 명백함에도 압수물에 대하여 소유권포기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사건종결 전에 폐기하였는바, 위와 같은 피청구인의 행위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하고,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의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 부분에 대한 각하의견
이 사건 압수물인 과도 등이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법문언의 내용상 명백하므로,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는 법률을 잘못 해석하여 위법하게 적용한 권력적 사실행위로서 개별적, 예외적으로 행하여진 것이라고 할 수 있어도 일반적, 계속적으로 반복하여 행하여지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구체적인 반복의 위험성도 없으며, 당해 사건을 떠나 일반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헌법질서의 유지·수호를 위하여 그 해명이 긴요한 경우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주관적 권리보호의 이익뿐만 아니라 예외적인 심판청구의 이익도 없어 부적법하다.
1. 피청구인이 2010. 12. 20. 청구인으로부터 제출받아 보관하고 있던 정신과치료제(수량미상), 태권도교본 1권을 폐기한 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2. 피청구인이 2010. 12. 20. 청구인으로부터 압수하여 보관하고 있던 플라스틱 생수병 1개, 과도 1개, 책가방 1개, 일회용라이터 1개를 폐기한 행위는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고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임을 확인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2010. 11. 20. 부천 원미구 ○○동 355-1에 있는 ○○ 점포 내에서, 강도예비 및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면서 소지하고 있던 플라스틱 생수병 1개, 과도 1개, 책가방 1개, 일회용라이터 1개(이하 ‘이 사건 압수물’이라 한다)를 경기부천원미경찰서 소속 경찰관에게 임의제출하여 경찰관이 이를 압수하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은 청구인으로부터 청구인이 소지하고 있던 정신과치료제(수량미상)와 태권도교본 1권(이하 ‘이 사건 임치물’이라 한다)도 함께 제출받아 이를 보관하게 되었다.
(2) 청구인은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1고합36, 2011감고4(병합)로 강도예비 및 현주건조물방화예비죄로 기소됨과 아울러 치료감호가 청구되었는데, 심리결과 2011. 7. 22. 강도예비죄에 대하여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현주건조물방화예비죄에 대하여는 형법 제10조 제1항에 의하여 벌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각 무죄가 선고되었고, 다만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청구인을 치료감호에 처한다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 서울고등법원 2011노2195)하였으나 항소기각으로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3) 청구인은 제1심 공판 도중인 2011. 4. 22. 경 강도예비 혐의에 대해 무죄를 다투기 위해 이 사건 압수물 중 과도에 대한 검증신청을 하였는데, 피청구인이 2010. 12. 20. 경 수사검사의 지휘 아래 이 사건 압수물을 모두 폐기하였고, 그때 이 사건 임치물도 함께 폐기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 이에 청구인은 2011. 5. 1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 위한 국선대리인 선임신청을 하였고, 이에 따라 선임된 국선대리인은 2011. 7. 5. 피청구인이 이 사건 압수물을 폐기한 행위가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였다며 그 취소를 구하고, 이 사건 임치물을 제대로 보관하지 못한 부작위로 말미암아 재산권을 침해받았다며 부작위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이 사건 임치물’을 폐기한 행위는 개인의 재산권을 보장하여야 하는 국가가 그 작위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부작위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부작위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한다고 주장하나,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부작위는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의 주체가 행정행위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의 주체가 그 의무를 해태하는 경우라 할 것인데( 헌재 1996. 11. 28. 92헌마237, 판례집 8-2, 600, 606),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임치물에 대한 보관의무를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로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이 사건 임치물 폐기행위를 부작위로 인한 행위로 볼 수는 없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이 사건 임치물 폐기행위 자체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선해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이 2010. 12. 20. 이 사건 압수물을 폐기한 행위(이하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라 한다)와 그 무렵 이 사건 임치물을 폐기한 행위(이하 ‘이 사건 임치물 폐기행위’라 한다)가 각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며, 관련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관련 법률조항]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218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 검사,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7496호로 개정되고, 2011. 7. 18. 법률 제108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9조(준용규정) 제106조, 제107조, 제109조 내지 제112조, 제114조, 제115조 제1항 본문, 제2항, 제118조 내지 제135조, 제140조, 제141조, 제333조 제2항, 제486조의 규정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본장의 규정에 의한 압수, 수색 또는 검증에 준용한다. 단, 사법경찰관이 제130조 및 제132조부터 제134조까지의 규정에 따른 처분을 함에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130조(압수물의 보관과 폐기)
②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은 폐기할 수 있다.
2. 당사자의 주장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청구인은 청구인의 동의 없는 피청구인의 압수물 폐기행위로 인하여 중요한 증거를 무죄의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는바, 이는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압수물은 위험발생의 염려가 없음에도 피청구인이 임의로 이를 폐기하였는바, 이는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다.
(2) 피청구인은 이 사건 임치물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서 이를 보관할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폐기하였는바, 이는 개인의 재산권을 보장하여야 하는 국가가 그 의무에 반하여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의 주장요지
피청구인은 청구인을 상대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할 당시 청구인에게 이 사건 압수물에 대한 반환의사를 물어 청구인으로부터 반환받을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고 소유권포기서를 작성받아 이 사건 압수물을 폐기하게 된 것이고, 이 사건 압수물에 대한 소유권포기서를 작성받을 당시 이 사건 임치물에 대해서도 함께 반환받을 의사의 유무를 물어 청구인이 반환받을 의사가 없다고 진술하여 이를 이 사건 압수물과 함께 폐기하였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압수물 및 임치물에 대한 폐기행위는 모두 청구인의 소유권포기의 의사를 받아 이루어진 것이므로 적법하고, 따라서 위 각 행위로 인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3. 적법여부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임치물 폐기행위에 대한 심판청구
어떤 행정행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행정주체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사실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의사·관여정도·태도, 그 사실행위의 목적·경위, 법령에 의한 명령·강제수단의 발동 가부 등 그 행위가 행하여질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헌재 2005. 3. 31. 2003헌마87, 판례집 17-1, 437, 446).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임치물은 범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이에 대해서 압수조서나 압수물목록이 작성된 바도 없으며, 피청구인도 이를 압수할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치물은 경찰관의 압수의사에 기하여 압수된 물건이 아니라, 단지 경찰관의 권유에 의해 청구인이 임의로 제출하여 피청구인이 이를 보관하게 된 단순한 임치물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임치물의 폐기행위를 피청구인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행한 권력적 사실행위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임치물 폐기행위는 단순한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불과할 뿐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나.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에 대한 심판청구
(1) 헌법소원은 국민의 기본권침해를 구제하는 제도이므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려면 심판청구 당시는 물론 결정 당시에도 권리보호이익이 있어야 함이 원칙이다( 헌재 2008. 7. 31. 2004헌마1010, 판례집 20-2상, 236, 247). 그런데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는 2010. 12. 20. 경 종료하였고, 법원의 심리결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이후인 2011. 7. 22. 청구인에 대한 강도예비 혐의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무죄가 선고되었으며, 이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하였으나 항소가 기각되고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는바, 이로써 이 사건 압수물에 대한 검증을 통하여 강도예비 혐의에 대한 무죄를 입증하려고 하였던 청구인으로서는 이미 주관적 목적을 달성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일단 주관적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그러나 헌법재판은 객관적 헌법질서의 보장 기능도 겸하고 있으므로 심판 계속 중 발생한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주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이 소멸된 경우라도 그러한 기본권 침해행위가 장차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유지·수호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헌재 2008. 7. 31. 2004헌마1010, 판례집 20-2상, 236, 247-248 등 참조).
(2) 먼저 반복될 위험성에 관하여 본다.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30조 제2항은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은 폐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수사기관의 압수물 폐기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수사실무상 위 법률조항의 적용과정에서 위험발생의 염려가 없는 압수물임에도 사건 종결 전에 폐기되는 사례가 가끔 발생하고 있는바, 국가를 상대로 하여 수사기관의 압수물의 위법한 폐기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소가 종종 제기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피청구인은 이 사건 압수물에 대하여 소유권포기서가 작성되었기 때문에 폐기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피청구인의 주장 및 답변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과 같은 압수물 폐기행위는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이 사건에서 경기부천원미경찰서 소속 사법경찰리가 사법경찰관에게 한 수사보고에 의하면 “피의자와 피의자의 형이 압수품에 대해 돌려받을 의사가 없다고 하므로, 보관시 멸실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폐기코자 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수사기관이 이같이 보관상의 불편 등을 이유로 편의에 따라 압수물 폐기의 요건을 자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이 사건과 같은 압수물 폐기행위가 반복될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3) 다음으로 헌법적 해명의 중대성에 관하여 본다.
압수물의 위법한 폐기는 압수물에 대한 증거조사를 통하여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자 하는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방어력이 취약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이에 따라 압수물 폐기의 요건 및 한계에 대한 헌법적 해명은 헌법질서 수호를 위해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은 압수물 폐기행위에 대하여 위헌선언을 하는 것은 압수물 폐기의 요건 및 그 한계를 명백히 하고 공권력의 행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는 점을 재차 확인함으로써 압수물폐기가 남용되어 온 관행을 시정하고 편의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압수물을 폐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긴요하다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통하여 다투고자 하는 것은 피청구인이 압수물 폐기의 근거 법령조항을 해석함에 있어 관련 기본권의 효력을 간과하거나 오해함으로써 위 법령조항을 위헌적으로 해석·적용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점에 대한 다툼인 것이지, 단순한 법률의 해석·적용에 대한 다툼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은 압수물 폐기행위는 앞으로 반복될 위험성이 있고, 또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갖추었다.
4.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의 위헌 여부
가. 압수물 폐기의 요건
(1) 압수물이란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법령에 의하여 압수한 증거물, 몰수할 것으로 사료되는 물건(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항, 이하 법률명의 표기없이 조항만 기재한 경우에는 모두 형사소송법 조항을 지칭한다), 우편물( 제107조), 제출명령에 의하여 제출된 증거물, 몰수대상물( 제106조 제2항) 또는 임의제출물, 유류물( 제108조) 등을 말한다. 대부분의 압수는 증거물이거나 몰수물을 대상으로 한다.
(2) 압수의 궁극적 목적이 증거물 또는 몰수대상물을 수집, 보전하여 장차 공판절차에 있어 증거물로 이용하거나 이를 몰수하고자 하는 데 있으므로, 압수물은 재판의 확정시까지는 압수 당시의 성질, 상태, 형상을 그대로 보전·유지하여 보관함이 원칙이다. 따라서 압수자는 환부 등에 이르기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가지고 신속·적정하게 압수물을 보관하여야 한다.
(3) 그러나 압수물에 따라서는 수사절차나 소송절차가 종료하기 전에라도 일정한 경우 처분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를 사건종결전의 압수물처리라고 하는데 압수물의 폐기처분( 제130조 제2, 3항)도 그 중의 하나이다.
수사기관 또는 법원은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을 폐기할 수 있다( 제130조 제2항, 제219조). 또한, 법령상 생산·제조·소지·소유 또는 유통이 금지된 압수물로서 부패의 염려가 있거나 보관하기 어려운 압수물은 소유자 등 권한 있는 자의 동의를 얻어 폐기할 수 있다( 제130조 제3항, 제219조).
그런데 여기서 제130조 제2항의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이 어떠한 물건을 의미하는지 해석상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압수물은 증거가 될 물건이 대부분이고 피압수자의 재산권 등 기본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히 이 조항에 의한 압수물 폐기처분에 있어서는 이해관계인에의 통지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등( 제135조 참조) 이 조항으로 인하여 피압수자의 기본권에 중대한 제약을 가져오므로, 이 조항에서 의미하는 압수물은 이를 엄격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즉, 제130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이란 폭발물, 유독물질 등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재산에 위해를 줄 수 있는 물건으로서 보관 자체가 대단히 위험하여 종국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보관하기 매우 곤란한 압수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따라서 형법상 가중적 구성요건 요소의 하나인 흉기나 위험한 물건이라도 보관 자체에 위험이 없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이라 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의 위헌 여부
(1) 쟁점의 정리
(가) 청구인은 이 사건 압수물이 위험발생의 염려가 없음에도 피청구인이 이를 폐기한 행위는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민법상 물건의 소유자는 언제라도 그 물건에 관하여 소유권을 포기할 수 있고, 그 소유권포기의 의사표시는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로서 포기의 의사표시가 있는 즉시 소유권이 소멸하고 물건의 소유자는 그 물건에 대하여 더 이상의 재산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법리는 압수물에 대한 소유권포기에도 그대로 타당하여 압수물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 자는 그 압수물에 대하여 더 이상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수사기관이 피압수자인 피의자의 소유권포기가 있는 압수물을 임의로 폐기하였다고 하여 피의자의 재산권이 침해될 여지는 없다. 따라서 청구인이 피청구인에게 이 사건 압수물에 대한 소유권포기서를 작성, 제출하여 이 사건 압수물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 이상 이 사건 압수물에 대한 폐기행위는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
(나) 그런데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공정하고 신속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재판청구권은 재판절차를 규율하는 법률과 재판에서 적용될 실체적 법률이 모두 합헌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비밀재판을 배제하고 일반 국민의 감시 하에서 심리와 판결을 받음으로써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 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 및 증거재판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가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을 하는 등 공격,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
위와 같은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의 재판구조를 가지고 있는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의 증거신청권( 제294조)은 단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권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안에서 청구인은 이 사건 압수물 중 과도에 대한 증거조사를 통하여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려 하였으나 이미 폐기되어 증거조사를 하지 못함으로써 자신의 방어권 행사를 제한받았다. 결국 피청구인의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가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배하여 헌법 제27조에서 정한 재판청구권, 그 중에서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
(가) 압수물은 사건종결 시까지 이를 보관함이 원칙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압수물이 증거물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따라서 사건종결 시까지 그 증거가치를 그대로 보존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형사소송절차에서는 검사에게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고, 수사상 압수도 검사가 공소사실에 대한 물적증거를 얻기 위한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압수물은 공소사실의 입증책임이 있는 검사에게 그 존재가치가 큰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압수물의보존이형사소송절차에있어서 검사의 입증 편의만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형사소송절차에서는 피고인에게도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신청권이 있고, 압수물은 공소사실의 입증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도 유리한 자료(반증 및 양형자료 등)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입장에서 압수물의 증거조사를 통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사정을 입증하고자 하여도 압수물이 폐기되어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이는 증거신청권을 포함하는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
(나) 따라서 사건 종결 전의 압수물에 대한 폐기는 이를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즉 제130조 제3항은 ‘법령상 생산·제조·소지·소유 또는 유통이 금지된 압수물로서 부패의 염려가 있거나 보관하기 어려운 압수물’에 한하여 소유자 등 권한 있는 자의 동의를 받아 폐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제130조 제2항은 그 이외의 압수물에 대하여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때’(여기서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때’의 의미는 앞에서 이미 살펴보았다. )에 한하여 폐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제130조 제3항 이외의 일반적인 압수물로서 제130조 제2항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압수물에 대하여는 설사 피압수자의 소유권포기가 있거나 동의가 있다 하더라도 폐기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소유권포기나 동의에 의한 압수물의 일반적 폐기를 허용한다면 국가형벌권의 실현절차인 형사소송절차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만 의하도록 한 형사절차법정주의를 무의미하게 할 수 있다.
이 사건에 있어서 피청구인은 이 사건 압수물이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폐기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압수물은 그 물건의 성상이나 형태 등에 비추어 볼 때 종국판결까지 보관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보관하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는 물건임이 명백하다. 그럼에도 위와 같이 법에서 정한 압수물 폐기의 요건과 무관하게 단지 압수물에 대한 소유권포기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임의로 압수물을 폐기한 것은 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원리로서의 적법절차원칙을 위반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되고,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다) 피청구인의 주장을 검찰압수물사무규칙(2010. 9. 10. 법무부령 제720호로 개정된 것) 제29조, 제48조의 규정을 근거로 소유권포기서가 작성된 경우에는 제130조 제2항의 사유와는 상관없이 압수물 폐기행위가 가능하다는 주장으로 선해하더라도 위 주장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위 규칙 제48조 제1항은 소유권 포기의사가 있는 압수물은 국고에 귀속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에 의하여 국고에 귀속된 압수물의 처분에 관하여는 제29조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위 규칙 제29조는 몰수물이 ‘무가물인 때, 유가물이라 하더라도 ① 위험물인 때, ② 자동차·선박·항공기 또는 건설기계가 노후·파손 등으로 인하여 공매할 수 없는 때, ③ 그 밖의 물건으로서 파괴 또는 폐기하여야 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검사가 이를 폐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압수물은 공판절차에서 증거로 사용되므로 재판확정 시까지 이를 보관함이 원칙임은 앞서 강조하였고, 위 규칙 제29조도 몰수물(판결에 의하여 몰수의 선고가 있는 압수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의 경우에 이를 폐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위 규칙 제48조 제2항에 의하여 제29조를 준용하는 소유권포기대상 압수물의 경우에도 몰수물에 준할 정도의 단계, 즉 몰수되지는 아니하였지만 재판이 확정되고 사건이 종결되어 증거로 사용될 여지가 없어진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폐기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한다.재판이 확정되기도 전에 단지 보관이 불편하다는 이유 등으로 소유권포기서를 받아 이를 폐기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 것이 위 규칙 조항의 입법목적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는 위 규칙에서 정한 요건 및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도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임치물 폐기행위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 부분은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고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므로 선언적 의미에서 위헌임을 확인한다.
이 결정은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 부분에 대한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의 아래 6. 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6.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의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 부분에 대한 각하의견
우리는,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주관적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점과, 일정한 이유로 헌법적 해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수의견과 그 뜻을 같이한다. 그러나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는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므로 아래와 같이 그 의견을 밝힌다.
가. 예외적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는 경우
(1)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없더라도 예외적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는 경우는 권력적 사실행위 등이 장차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헌법질서의 유지·수호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때이다( 헌재 1994. 7. 29. 91헌마137, 판례집 6-2, 122, 134 참조).
(2)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성’이란 단순히 추상적이거나 이론적인 가능성이 아니라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 헌재 1994. 7. 29. 91헌마137, 판례집 6-2, 122, 134 참조). 따라서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성’이란 권력적 사실행위 등이 일반적, 계속적으로 이루어져 구체적으로 반복될 위험성이 인정되는 것을 의미하고, 그러한 행위 등이 개별적, 예외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침해행위의 반복 위험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먼저, 권력적 사실행위 등의 근거법령이 행정청에 재량권을 부여하거나 그 해석이 다양한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권력적 사실행위 등에 의한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성’을 인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행정청에 의해 이루어지는 권력적 사실행위 등이 ① 행정청에 재량을 부여한 법령과 관련한 훈령, 예규 등 행정규칙에 직접 근거하여 일반적,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헌재 1998. 10. 29. 98헌마4 판례집 10-2, 637, 645; 헌재 2003. 12. 18. 2001헌마163, 판례집 15-2하, 562, 572; 헌재 2006. 6. 29. 2004헌마826, 공보 제117호, 938, 941; 헌재 2010. 10. 28. 2009헌마438, 공보 제169호, 1956, 1960 등 참조) ② 개별 행위에 대한 직접적 근거없이 법령의 포괄적 재량범위 내라는 인식하에 계속적, 반복적으로 행하여지거나 관행으로서 지속되어 온 경우( 헌재 1999. 5. 27. 97헌마137, 판례집 11-1, 653, 661; 헌재 2002. 7. 18. 2000헌마327, 판례집 14-2, 54, 60; 헌재 2006. 7. 27. 2005헌마277, 판례집 18-2, 280, 285; 헌재 2009. 9. 24. 2007헌마738, 판례집 21-2상, 725, 732; 헌재 2011. 12. 29. 2009헌마527, 판례집 23-2하, 840, 846 등 참조) 등에 있어,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성’을 인정하고 있다. 즉, 헌법재판소의 선례들은 행정청이 법령상 재량범위 내의 행위라고 인식되는 영역에서 훈령, 예규 등 행정규칙에 근거하거나 행정관행 등에 의해 권력적 사실행위 등을 일반적, 계속적으로 반복하는 경우에는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성’이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관계 법령의 내용이 명확하여 달리 해석되거나 재량의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두 가지 상황을 고려할 수 있다. 우선, 행정청이 명확한 법령의 내용에 따라 권력적 사실행위 등을 일반적, 계속적으로 반복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이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성’이 인정될 수 있다( 헌재 1995. 7. 21. 92헌마144, 판례집 7-2, 94, 103; 헌재 1998. 8. 27. 96헌마398, 판례집 10-2, 416, 426; 헌재 2011. 5. 26. 2009헌마341, 판례집 23-1하, 201, 207 참조).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행정청이 명확한 법령의 내용에 반하여 권력적 사실행위 등을 한 경우에는 행정청이 고의로 또는 과실로 그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명확한 법령의 내용을 위반하여 권력적 사실행위 등을 행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 것이므로 침해행위의 추상적 가능성은 있으나 구체적으로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한편, 헌법적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는 당해 사건을 떠나 일반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헌법질서의 유지·수호를 위하여 그 해명이 긴요한 경우를 의미하는바, 행정청이 적용법률의 해석에 있어서 법규정에 미치는 기본권의 효력을 간과하거나 오해함으로써 법규정을 위헌적으로 해석, 적용한 경우에는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되나, 단순히 법률의 해석과 적용의 문제 즉 행정청의 행위가 법률이 정한 바에 부합하는가 하는 위법성을 문제삼고 있는 경우에는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헌재 2003. 2. 27. 2002헌마106, 판례집 15-1, 223, 238-239 참조).
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한 헌법적 해명은 그 사건으로부터 일반적인 헌법적 의미를 추출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하여야 하는바, 비록 1회적이고 특정한 상황에서 벌어진 사실행위에 대한 평가일지라도 거기에 일반적인 헌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헌재 2006. 6. 29. 2005헌마703 결정 참조), 행정청이 일반적, 계속적으로 관련 법규정을 합헌적으로 해석·적용하고 있음에도 그 구성원 중 누군가가 예외적인 상황에서 법령에 대한 명백한 오해로 인하여 위법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가 위법하다는 평가 외에 일반적인 헌법적 의미를 부여하여 헌법적 해명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볼 것이다.
나.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에 대한 판단
(1) 먼저,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가 반복될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를 살핀다. 일반적 압수물 폐기의 근거조항인 형사소송법 제130조 제2항의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이란 폭발물, 유독물질 등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재산에 위해를 줄 수 있는 물건으로서 보관 자체가 대단히 위험하여 종국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보관하기 매우 곤란한 압수물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압수물인 과도 등이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법문언의 내용상 명백하다. 따라서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는 법문의 내용이 명백하여 달리 해석되거나 재량여지가 없는 법률을 잘못 해석하여 위법하게 적용한 권력적 사실행위라고 할 것인바, 수사기관이 명백히 위법한 행위를 고의로 또는 과실로 그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 것이므로, 위법한 압수물 폐기행위가 있다고 해도 이는 개별적, 예외적으로 행하여진 것이라고 할 수 있어도 일반적, 계속적으로 반복하여 행하여진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법정의견은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와 같은 위법한 압수물 폐기행위가 가끔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침해행위의 반복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성’이란 단순히 추상적, 이론적 가능성이 아니라 구체적 위험성이 있어야 하는바, 위법한 압수물 폐기행위가 개별적, 예외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침해행위의 구체적 반복위험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압수물 처분 등에 관한 전반적 지휘를 담당하고 있는 대검찰청에서는 이 사건 압수물인 과도 등이 형사소송법 제130조 제2항에 해당하는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로 해석하여 폐기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면서 2012. 11. 21. 자 지시공문을 통해 전국 검찰청에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게 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는 명백히 법률의 내용에 위반한 것으로서, 경찰이나 검찰에 의해 고의로 또는 과실로 법령의 범위 내라는 인식 하에 일반적, 계속적으로 반복하거나 관행으로서 지속적으로 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법률 내용의 명확성 및 대검찰청의 조치 등에 비추어,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성’이 인정된다 할 수 없다.
(2) 다음으로, 헌법질서의 유지·수호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인지 여부를 살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적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는 당해 사건을 떠나 일반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헌법질서의 유지·수호를 위하여 그 해명이 긴요한 경우를 의미하는바, 이 사건 압수물은 형사소송법 제130조 제2항의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에 해당하지 않고, 이에 대한 피압수자의 소유권포기나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 폐기할 수 없음은 검찰압수물사무규칙( 제48조 제2항, 제29조)의 해석에 의해서도 명백하며, 대검찰청 차원에서도 형사소송법 제130조 제2항의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에 대한 합헌적 해석을 통해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지적하면서 이와 같은 유형의 압수물 폐기행위의 재발을 방지토록 조치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는 법령에 대한 오해로 인해 통상의 합헌적 해석·적용과 달리하여 위법하게 법령을 해석·적용한 것으로서 개별적, 예외적이라고 할 것인바, 당해 사건을 떠나 일반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헌법질서의 유지·수호를 위하여 그 해명이 긴요한 경우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는 법률을 잘못 해석·적용한 사안으로서 ‘법률의 해석과 적용의 문제’, ‘위법의 문제’로 귀착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은 압수물 폐기행위는 법원의 재판을 통하여 위법성 판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압수물 폐기행위가 위법하게 행하여진 경우, 피고인 등은 국가 등을 상대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통하여 그 행위의 위법성을 확인하고 금전적 배상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형사재판에서 거증책임과 관련하여 법원의 판단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검사에게 거증책임이 있으므로 압수물이 폐기되어 현존하지 아니하다면 검사가 입증에 있어 불이익을 부담할 뿐 피고인이 이를 반증으로 적극 제시할 의무는 없다. 즉, 피고인으로서는 폐기된 압수물에 의하여 검사가 입증하려고 하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법관으로 하여금 의문을 갖게 할 정도의 주장만 하면 되고, 이 경우 검사는 압수물 이외의 다른 증거를 통하여 공소사실을 적극 입증하여야 할 부담을 지게 된다. 나아가 이러한 위법한 압수물 폐기행위가 행위자의 고의에 기인한 것이라면, 행위자가 증거인멸죄나 공용물건손상죄 등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등 최종적으로 법원의 재판에 의해 압수물 폐기행위의 위법성 등에 대한 전반적인 법적 판단이 이루어지게 된다.
(3)그렇다면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는 ‘침해가 반복될 위험성’이 없고,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 해명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볼 수도 없는바,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주관적 권리보호이익 뿐만 아니라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권리보호이익도 없다 할 것이므로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