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청구인들의 개인통보에 대하여 자유권규약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가 채택한 견해(Views, 이하 ‘이 사건 견해’라 한다)에 따른, 전과기록 말소 및 충분한 보상을 포함한 청구인들에 대한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이행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한지 여부(소극)재판요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규약’이라 한다)의 조약상 기구인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는 규약을 해석함에 있어 중요한 참고기준이 되고, 규약 당사국은 그 견해를 존중하여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유권규약을 비준함과 동시에,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개인통보 접수·심리 권한을 인정하는 내용의 선택의정서에 가입하였으므로, 대한민국 국민이 제기한 개인통보에 대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Views)를 존중하고, 그 이행을 위하여 가능한 범위에서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만, 자유권규약위원회의 심리가 서면으로 비공개로 진행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개인통보에 대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Views)에 사법적인 판결이나 결정과 같은 법적 구속력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가 규약 당사국의 국내법 질서와 충돌할 수 있고, 그 이행을 위해서는 각 당사국의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 등이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으므로, 우리 입법자가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Views)의 구체적인 내용에 구속되어 그 모든 내용을 그대로 따라야만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기존에 유죄판결을 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전과기록 말소 등의 구제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부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자유권규약의 당사국으로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를 존중하고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청구인에게 이 사건 견해에 언급된 구제조치를 그대로 이행하는 법률을 제정할 구체적인 입법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입법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참조조문
헌법 제6조 제1항,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조약 제1007호) 제18조 제1항, 제28조 제1항, 제29조 제1항, 제30조 제4항, 제40조 제4항, 제41조),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 to 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조약 제1008호) 제1조, 제2조, 제4조 제1항, 제5조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2011헌마306,2013헌마431(병합) 입법부작위위헌확인
청구인[별지 1] 명단과 같다. (대리인 변호사 ○○○)
이 유
1. 사건개요
가. 2011헌마306
청구인들은 모두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로서 현역입영통지서 또는 공익근무요원소집통지서 등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병역법위반죄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그 후 청구인들은 자유권규약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에 대한민국을 상대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이하 ‘자유권규약’, 또는 ‘규약’이라 한다) 제18조 등 위반을 이유로 개인통보(Communication)를 제기하였고, 2006. 11. 3. 청구인 윤○범, 최○진이, 2011. 3. 24. 나머지 청구인들이 각각 자유권규약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이 자유권규약 제18조 제1항을 위반하였으며 대한민국은 청구인들에게 전과기록을 말소하고 충분한 보상을 하는 등의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견해(Views)를 받았다.
이에 청구인들은 2011. 6. 3. ‘피청구인이 헌법 제19조 등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 및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의 개인통보에 대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Views)에 따른 구제조치 이행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가, 2012. 10. 19. 후자의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만을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였다.
나. 2013헌마431
청구인들은 모두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로서 현역입영통지서 또는 공익근무요원소집통지서 등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병역법위반죄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그 후 청구인들은 자유권규약위원회에 대한민국을 상대로 자유권규약 제18조 등 위반을 이유로 개인통보를 제기하였고, 2012. 10. 25. 자유권규약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이 자유권규약 제18조 제1항을 위반하였으며 대한민국은 청구인들에게 전과기록을 말소하고 충분한 보상을 하는 등의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견해(Views)를 받았다. 이에 청구인들은 2013. 6. 18.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의 개인통보에 대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Views)에 따른 구제조치 이행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자유권규약위원회가 청구인들의 개인통보에 대하여 2006년 11월 3일, 2011년 3월 24일 및 2012년 10월 25일에 각각 채택한 견해(Views, 이하 위 견해들을 모두 합하여 ‘이 사건 견해’라 한다)에 따른, 전과기록 말소 및 충분한 보상을 포함한 청구인들에 대한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이행하는 법률을 피청구인이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관련조항]
[별지 2] 기재와 같다.
3. 청구인들의 주장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청구인들에 관한 개인통보사건에서 대한민국이 자유권규약 제18조를 위반하였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대한민국은 청구인들에게 전과기록 말소와 적절한 보상을 포함한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는 이 사건 견해를 채택하였다. 우리 정부가 자유권규약 및 선택의정서에 가입하였고, 국제인권규범의 보편성, 국제평화주의에 입각한 국제법 존중주의를 표방한 우리 헌법의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입법자에게 이 사건 견해를 이행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할 입법의무가 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청구인들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헌법 제37조 제1항의 열거되지 아니한 기본권 등이 침해되었다.
4. 판 단
가. 자유권규약 및 자유권규약위원회, 개인통보제도 개관
(1)국제연합(UN)이 1966. 12. 16. 채택한 자유권규약은 1976. 3. 23. 발효되었다. 대한민국 국회는 1990. 3. 16. 자유권규약 및 이에 대한 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 to 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이하 ‘선택의정서’라 한다)에 대하여 비준동의를 하였고, 위 규약 및 선택의정서는 1990. 7. 10. 조약 제1007호, 제1008호로 각각 발효되었다. 자유권규약 제18조 제1항은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자유권규약위원회는 자유권규약의 이행을 위하여 만들어진 조약상의 기구이다. 위 위원회는 18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은 규약 당사국들의 투표로 선출된다(규약 제28조 제1항, 제29조 제1항, 제30조 제4항).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자유권규약의 당사국이 규약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하여 취한 조치 등에 관하여 제출한 보고서를 검토하고, 국가 간 통보사건 및 개인통보 사건을 접수·심리하며, 일반논평을 통해 자유권규약에 대한 해석을 제공한다(규약 제40조 제4항, 제41조, 선택의정서 제1조).
(3) 선택의정서에 의한 개인통보제도는 자유권규약상의 권리침해를 주장하는 개인이 국내 권리구제절차를 모두 거쳤음에도 구제를 받지 못한 경우에 자유권규약위원회에 개인통보를 접수하고, 위 위원회는 접수된 통보를 심리 후 해당 국가의 규약 위반 여부 등을 판단하여 당사국과 통보인에게 견해(Views)를 송부하는 제도를 말한다(선택의정서 제1조, 제2조, 제4조 제1항, 제5조 참조).
나.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거하여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해서도 제기할 수 있으며, 공권력 중에는 입법권도 포함되므로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도 허용된다.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에게 이 사건 견해에 따른 구제조치를 이행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할 입법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이는 입법자가 헌법상 입법의무가 있는 어떤 사항에 관하여 전혀 입법을 하지 아니하였다는 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진정입법부작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려면,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해 법률에 명시적으로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경우, 또는 헌법 해석상 특정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헌재 2003. 5. 15. 2000헌마192등 참조).
우리 헌법에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Views)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구제조치를 이행하는 법률을 제정할 것을 위임하는 명문규정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하에서는 헌법해석상 그와 같은 법률을 제정할 입법의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다. 헌법 해석상 입법의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유권규약 및 선택의정서는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이므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견해는 자유권규약이나 선택의정서에 담겨 있는 내용은 아니고 조약상 기구인 자유권규약위원회의 자유권규약에 대한 해석이므로, 이 사건 견해에 따라 피청구인에게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입법의무가 발생하였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이 사건 견해에서, 대한민국이 청구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자유권규약 제18조 제1항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하면서, 대한민국은 청구인들에게 전과기록 말소와 적절한 보상을 포함한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자유권규약의 이행을 위해 만들어진 조약상의 기구이므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는 규약을 해석함에 있어 중요한 참고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고, 규약의 당사국은 그 견해를 존중하여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유권규약을 비준함과 동시에, 개인통보를 접수·심리하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한을 인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선택의정서에 가입하였으므로, 대한민국 국민이 제기한 개인통보에 대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Views)를 존중하고, 그 이행을 위하여 가능한 범위에서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만, 자유권규약이나 선택의정서가 개인통보에 대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Views)의 법적 효력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고, 개인통보에 대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심리는 서면심리로 이루어져 증인신문 등을 하지 않으며 심리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선택의정서 제5조 제1항, 제3항), 개인통보에 대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Views)에 사법적인 판결이나 결정과 같은 법적 구속력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가 그 내용에 따라서는 규약 당사국의 국내법 질서와 충돌할 수 있고, 그 이행을 위해서는 각 당사국의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 등이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입법자가 반드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Views)의 구체적인 내용에 구속되어 그 모든 내용을 그대로 따라야만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8. 6. 28. 선고한 2011헌바379등 사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는 취지로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그 입법시한을 2019. 12. 31.로 하였고, 이에 따라 입법자는 위 시한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입법을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이에 더하여 입법자가 기존에 유죄판결을 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전과기록 말소 등의 구제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부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자유권규약의 당사국으로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를 존중하고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청구인에게 이 사건 견해에 언급된 구제조치를 그대로 이행하는 법률을 제정할 구체적인 입법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소결
헌법의 명문규정이나 헌법해석상 피청구인에게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입법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입법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이진성 김이수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 유남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