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의 행위가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인지, 직권의 남용에 해당하는지,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 등에 대한 수사미진과 법리오해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사례
재판요지
청구인은 아프가니스탄 재건지원단 본부 지원과장으로, 하급자들에게 자신의 퇴근 등 사적 용무를 위해 군용차량을 운전하도록 지시하고, 점심도시락을 가져오도록 지시한 사실은 인정되나,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고려할 때 하급자들에게 군용차량을 운전하도록 지시한 것은 그 필요성 내지 상당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형법 제123조의 권한의 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하거나,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되고, 점심도시락을 가져오도록 지시한 것은 청구인의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포함되지 아니하여 형법 제123조의 직권의 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피청구인이 청구인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에는, 수사미진의 위법이나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한 육군교육사령부 보통검찰부 2011형제15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사건에서 2011. 4. 25.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에 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2010. 9. 초순경부터 2010. 12. 중순경까지 하급자인 김○성이나 최○진에게 개인적인 용무를 위하여 사무실에서 자신의 숙소까지 군용차량을 운전하도록 하고, 소속부대의 미군식당에서 자신의 점심도시락을 가져오도록 하는 등 상관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하였다는 혐의로 2011. 4. 25.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육군교육사령부 보통검찰부 2011형제15호 사건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 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이에 청구인은 이 사건 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2011. 5. 11.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이 부하인 김○성이나 최○진에게 퇴근 등 개인적인 용무를 위하여 군용차량을 운전하도록 하거나, 소속부대의 미군식당에서 자신의 점심도시락을 가져오도록 한 것은 상관으로서의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 할 수 없으므로,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서 말하는 ‘직권의 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가사 그것이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부대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할 것인데도,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혐의를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3. 판 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아프가니스탄 재건지원단 본부 지원과장으로, 2010. 9. 초순부터 2010. 12. 중순까지 부하인 인사장교 김○성에게 약 5회, 군수장교 최○진에게 약 10회 정도 퇴근 등 개인적인 용무를 위하여 야간에 자신의 숙소까지 군용차량을 운전하도록 하거나, 부대 내에 있는 미군식당에서 자신의 점심도시락을 가져오도록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군용차량을 운전하도록 지시한 부분
(1) 상관은 부하에게 직무상의 지시를 할 수 있으므로( 군인복무규율 제19조), 별도의 운전병이 없는 상황에서 공적인 임무를 위하여 차량 운행이 필요한 경우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군용차량의 운전을 지시할 수 있는 일반적인 직무권한을 가진다 할 것이고, 따라서 청구인이 김○성이나 최○진에게 군용차량을 운전하도록 지시한 것은 형식적·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의 범위에 포함된다 할 수 있으나, 그 목적이 공무수행이 아닌 퇴근이나 샤워 등 개인적인 용무를 처리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2) 다만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이처럼 정당한 권한 외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직무행위가 그 목적이나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필요성·상당성을 가지거나, 직권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권한의 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3766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① 당시 아프가니스탄은 부대원들이 총기와 탄약을 상시 휴대한 채 3인 이상 조별로 행동하고, 야간에는 적대세력이 수시로 로켓 및 박격포 등 공격을 하여 도보 이동이 통제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고, ② 아프가니스탄 재건지원단장은 혼자 행동할 경우 납치당하거나, 포탄공격으로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야간의 단독이동을 금지하였으며, ③ 특히 지휘관에 대해서는 항상 2인 이상이 함께 다니도록 통제하여 다른 간부들 역시 야간에 퇴근하는 경우 반드시 2인 1조로 행동하였고, ④ 야간에는 참모부에 별도의 운전병이 편성되지 아니하여 청구인이 참모부 소속 군용차량을 운전하여 숙소로 복귀할 경우 참모부 인원들은 청구인이 사무실에 복귀할 때까지 그 차량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뿐만 아니라, ⑤ 운전병과 군용차량의 부족으로 당시 부대에서는 편의제공의 차원에서 운전이 가능한 사람이 숙소까지 운전하여 주는 일이 빈번하였다는 것이므로, 이러한 여러 가지 현지의 상황들을 고려할 때, 청구인이 김○성이나 최○진에게 퇴근 등 개인적인 용무를 위하여 군용차량을 운전하도록 지시한 것은 야간에 단독으로 행동하지 말고, 도보 이동을 자제하라는 지시내용을 준수하면서 다른 참모들의 군용차량 이용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서 그 필요성 내지 상당성이 인정되어 권한의 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3) 가사 청구인이 그와 같이 운전하도록 지시한 행위가 형법 제123조의 권한의 남용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위험 상황, 야간의 단독행동을 금지한 재건지원단장의 지시, 운전병의 미배치 및 군용차량의 부족 등과 같은 특수한 사정을 고려할 때 청구인이 퇴근 등의 개인적인 용무를 위하여 운전을 하도록 지시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 있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할 것이다.
다. 점심도시락을 가져오도록 지시한 부분
(1)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서 말하는 ‘직권의 남용’이란 형식적·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공무원이 그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경우인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와는 엄연히 구별된다( 대법원 1991. 12. 27. 90도2800 판결).
(2)청구인은 아프가니스탄 재건위원단에서 비품을 관리하고 통신시설 등을 설치하는 지원과장, 김○성은 인사장교, 최○진은 군수장교이었는바, 이러한 지위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이 김○성이나 최○진에게 자신의 점심도시락을 가져오도록 지시할 일반적인 직무권한을 가진다거나, 이러한 지시가 형식적·외형적으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청구인 역시 당시 부대에서는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할 수 없는 동료를 위하여 도시락을 가져다주는 일이 자주 있었고, 자신도 김○성이나 최○진이 식사를 하러 갈 때 점심도시락을 가져다 달라고 개인적으로 부탁한 것일 뿐, 이것이 직무상 지시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며(수사기록 제142쪽, 제144쪽), 김○성이나 최○진 역시 청구인의 이러한 지시가 직무상 지시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응하지 아니할 경우 평정 등에서 불이익을 입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점심도시락을 가지고 온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수사기록 제25쪽, 제47쪽).
(3) 이처럼 점심도시락을 가져오도록 한 것이 청구인의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보는 이상, 청구인이 상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점심도시락을 가져오도록 하였다 할지라도 이것을 들어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서 말하는 ‘직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라. 소결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이 김○성이나 최○진에게 군용차량을 운전하도록 지시한 것이 직권의 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하거나,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되고, 점심도시락을 가져오도록 지시한 것이 청구인의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면, 이 사건을 수사한 피청구인으로서는 당시의 부대 주변 상황이나 이 사건에 적용할 법리에 관하여 세심히 살피고, 달리 청구인이 김○성이나 최○진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평정과 관련하여 협박을 한 사실 등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여 이러한 지시가 형법 제324조의 강요죄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검토한 다음,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처분을 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곧바로 청구인에 대한 피의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이 사건 처분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 할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