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2010헌바65,408(병합)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제20조의2제1항위헌소원
청구인임○철 외 23인 (대리인 법무법인 ○고스 담당변호사 ○○○ ○ ○○)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서울 도봉구 ○○동 626-19 대 19,291.8㎡ 및 같은 동 626-20 대 1,992.9㎡는 원래 망 임○호의 소유였고, 같은 동 626-9 대 466.6㎡는 청구인 문○용의 소유였으며, 같은 동 626-14 대 5,366.3㎡ 및 같은 동 626-151 대 2,230㎡는 망 임○원의 소유였다(이하 위 토지들을 통칭하여 ‘이 사건 토지들’이라 한다).
(2) 대한민국은 1954.경 이 사건 토지들을 징발한 후 군사시설인 국군창동병원 부지로 사용하다가, 1970. 1. 1. 제정된 ‘징발재산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징특법’이라 한다)에 따라 군사상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1972. 1. 8.부터 6. 13.까지 사이에 위 소유자들로부터 이 사건 토지들을 매수하면서 징특법 제9조에 의하여 징발보상증권을 발행하고, 그 무렵 이 사건 토지들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모두 경료받았다.
(3) 그 후 국군창동병원의 이전계획(1998. 3. 5.)이 서게 되자, 서울특별시 도봉구청장은 2003. 6. 5. 이 사건 토지들을 주민편익시설인 공공공지, 사회복지시설, 도서관 등의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여 고시하였다가, 이 사건 토지들 위에 서울북부지방법원 및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의 청사를 이전하기 위한 도시관리계획변경 입안절차를 진행하였다. 그 후, 대한민국은 2004. 5. 20. 국군창동병원의 이전을 완료하였고, 서울특별시장은 2005. 8. 25. 이 사건 토지들을 도시계획시설 중 공공청사로 결정하여 고시하였으며, 서울특별시 도봉구청장은 같은 날 이 사건 토지들을 주민편익시설인 공공공지, 사회복지시설, 도서관 등의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한 고시를 폐지하였다.
(4) 청구인 문○용 및 위 망 임○호, 임○원의 상속인들인 나머지 청구인들은 국군창동병원의 이전계획이 수립되자 1999. 3. 9. 및 2003. 4. 28. 대한민국에 대하여 징특법 제20조의2에 따라 군사상 필요가 없게 된 이 사건 토지들을 청구인들에게 수의매각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한민국은 2003. 5. 19. 및 2003. 7. 1. 청구인들에게 ‘이 사건 토지들이 아직 군병원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각예정된 2004년 2/4분기 이후에는 서울특별시 도봉구청장에 의하여 공공용지로 활용될 계획이고, 이 경우 징특법 제20조의2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공공사업 시행자에게 이 사건 토지들을 매각할 수 있다.’라고 회신하여, 위 수의매각 요청에 대한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였다.
(5) 이에 청구인들은, 국가가 위와 같은 수의매각 요청에 응하여 수의매각 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수의매각 요청을 거절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토지들의 매입기회를 박탈당하는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들을 제기하였다.
(6) 2010헌바65 사건의 청구인들은 당해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34748) 계속중 징특법 제20조의2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 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09. 12. 30. 기각되자, 2010. 1. 29.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010헌바408 사건의 청구인들은 당해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가합87275) 계속중 징특법 제20조의2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0. 9. 16. 기각되자, 2010. 10. 22.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징발재산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1989. 12. 21. 법률 제4144호로 개정된 것) 제20조의2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징발재산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1989. 12. 21. 법률 제4144호로 개정된 것)
제20조의2(매수한 징발재산의 처리) ① 이 법에 의하여 매수한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된 날부터 5년이 경과한 후 당해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가 군사상 필요없게 된 때에는 국가는 국유재산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수의계약에 의하여 매각 당시의 시가로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 매각할 수 있다.
[관련조항]
징발재산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1993. 12. 27. 법률 제4618호로 개정된 것)
제20조의2(매수한 징발재산의 처리)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매각대상재산이 공공사업지역에 편입되어 다른 법률에서 그 공공사업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의 처분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국가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 매각하지 아니하고 당해 공공사업시행자에게 이를 매각할 수 있다.
2. 청구인들의 주장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한 수의매각제도는 징발재산에 대한 소유권 회복이라는 헌법적 권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환매기한이 경과하여 환매권이 소멸되었더라도 징발매수재산의 군사상 필요가 소멸된 경우에는 피징발자에게 징발재산을 돌려주는 제도이다. 따라서 피징발자 또는 상속인의 수의매각청구권은 헌법상의 구체적인 권리로서, 국가는 수의매각요청을 받아들여 수의매각계약을 체결하고 징발매수재산을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 매각할 구체적인 의무를 부담한다.
이와 달리 국가가 수의매각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있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징발자의 소유권 회복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서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 피징발자에 비하여 환매권이 소멸한 피징발자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이다.
3. 판 단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에서는 일반법원에 계속중인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당해 사건의 재판의 전제로 되어야 한다. 우선 그 법률이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어야 하고, 그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져야 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가 환매권이 소멸한 징발매수재산의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 수의계약에 의한 매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근거규정으로서, 당해 사건의 내용에 일정한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사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할 경우, 이 사건 법률조항이 피징발자 등의 우선매수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라는 전제 하에 수의매각청구를 거절한 당해 공무원에게 불법행위 성립요건으로서의 고의, 과실이 있었다고 할 것인지는 따로 검토되어야 한다.
다. 일반적으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사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할 권한이 없는 공무원으로서는 그 법률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률에 근거한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사후에 그 근거가 되는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에 이르는 과정에 있어서 공무원의 고의, 과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 헌재 2008. 4. 24. 2006헌바72, 판례집 20-1상, 585, 590; 헌재 2009. 9. 24. 2008헌바23, 판례집 21-2상, 599, 604 참조).
그렇다면, 헌법재판소가 가사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근거하여 행한 공무원의 직무집행 행위인 수의매각계약 체결 거절행위가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된다 하더라도, 법률의 헌법 위반 여부를 심사할 권한이 없는 당해 공무원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 징발재산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 대법원 1991. 10. 22. 선고 91다26690 판결;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5다5622 판결; 대법원 1996. 9. 6. 선고 95다56408 판결; 대법원 1998. 3. 10. 선고 98다208 판결 등)의 취지에 따라 수의매각계약 체결을 거절한 것에 불법행위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거나 그로써 국가의 청구인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는 볼 수 없다.
라. 따라서, 이 사건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재판에서의 법률의 적용은 모든 사실관계와 증거관계를 고려한 법관의 고유권한이며, 이러한 법관의 권한은 상급심은 물론 헌법재판소의 간섭도 받지 아니하는 헌법상의 권한( 헌법 제103조)이므로, 당해 사건에서의 법관의 판단을 헌법재판소가 미리 대신하여 재판의 전제성을 부정할 일은 아니다. 당해 사건 법원이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보고 위헌여부 심판을 제청한 경우를 상정하면, 당해 사건에서의 법관의 판단을 대체하여 헌법재판소가 재판의 전제성을 부정하는 것의 부당성이 더욱 명백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당해 사건에서 그 직무집행의 근거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직무집행 당시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음을 들어 전면적으로 재판의 전제성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근거법률의 위헌결정이 손해배상청구의 다른 요건인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사건을 재판하는 법원의 판단에 맡긴 다음, 일응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고 본안 판단에 나아가야 할 것이다.
공무원의 직무집행의 근거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하자는 중대하며, 공무원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상위규범인 헌법에 합치되는 법률을 적용할 책임이 있으므로, 예컨대 직무집행의 근거법률의 위헌성이 지적되어 국회에서 그 법률의 개정을 논의하고 있었다거나, 헌법재판소에서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하고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었다면, 당해 사건 법원이 직무집행의 근거법률이 위헌인 경우 그 직무를 집행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해 사건에서 공무원이 징발재산의 수의매각계약 체결을 거절한 직무집행의 근거가 되는 법률조항으로서,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결정할 경우 징발재산의 수의매각계약 체결을 거절한 공무원에게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위반한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당해 사건 법원들이 판단할 사항이다. 실제로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청구의 당해 사건 법원들은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됨을 전제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마땅히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고 본안 판단에 나아가야 할 것이다.재판관 이강국(재판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박한철 이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