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헌법재판소는 99헌바74사건 등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을 정하고 있던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8조 제1항 단서에 대하여, 소송구조는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국가가 일정한 조력을 제공하는 제도로서, 소송구조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소멸되거나 그 행사가 직접 제한되지는 않으며 다만 권리구제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라도 존재하는 경우에 간접적인 제한이 될 수 있는 것인데, 그러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 즉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재판청구권의 본질을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는바, 이러한 이유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다.
나. 형벌권의 적정한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형사소송절차와 대등한 주체 사이의 민사분쟁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소송절차는 그 목적과 수단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자력이 없는 형사피고인에 대한 국가의 보호체계가 자력이 없는 민사소송 당사자에 대한 보호체계와 차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자력이 없는 민사소송 당사자의 평등권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128조 제1항 단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 정○명은 2010. 6. 23. 서울행정법원에 기초생활보장급여거부처분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면서( 2010구합26247) 소송구조신청을 하였다가( 2010아2142) 기각되자 즉시항고하였고( 서울고등법원 2010루239), 항고심에서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단서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2010. 9. 16. 항고가 기각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기각되자( 2010아30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 이○기는 종합소득세 등 부과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하였고 2012. 3. 13. 그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한 다음( 대법원 2012재두107), 재판비용 납입유예를 위한 소송구조 신청( 대법원 2012아30)과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단서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대법원 2012아34)을 하였다. 그런데 2012. 4. 30.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단서의 위헌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128조(구조의 요건) ① 법원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소송구조(訴訟救助)를 할 수 있다. 다만,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소송구조제도는 소송비용 부담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사법기관을 통해 법에 의한 해결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상 명확한 근거 없이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추가함으로써, 신청인이 제출한 소명만으로 패소할 것이라는 본안의 결론까지 예측하여 재판을 통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하므로 평등원칙을 위반함과 아울러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특히 이러한 요건이 추가되어 있지 않은 형사피고인의 변호인 선정 절차에 비하여 청구인과 같은 민사소송의 당사자를 차별하고 있는데, 당해 사건과 같은 행정소송의 경우 일반 개인인 당사자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장의 위법한 처분에 대하여 다툴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수단이라는 점에서 소송비용 부담능력 이외에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아니할 것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3. 판 단
가.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정○명이 제기한 99헌바74, 2001헌바100, 2002헌바7 사건에서 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구 민사소송법 제118조 제1항 단서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요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헌재 2001. 2. 22. 99헌바74, 판례집 13-1, 250, 256-257; 헌재 2002. 6. 27. 2001헌바100등, 공보 70, 556, 559).
『헌법상의 재판청구권은 권리·의무에 관하여 분쟁이 있는 경우에 재판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그 한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편 소송구조는 민사재판에 의한 권리구제절차에서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소송비용의 납입 유예, 변호사 보수 등의 지급 유예, 소송비용의 담보 면제 등의 도움을 주어 재판을 하는 국민에게 국가가 일정한 조력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소송구조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소멸되거나 그 행사가 직접 제한되지는 않으므로, 소송구조의 거부 자체가 국민의 재판청구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다만,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없는 국민이 적절한 소송구조를 받기만 한다면 훨씬 쉽게 재판을 받아서 권리구제를 받거나 적어도 권리의 유무에 관한 정당한 의혹을 풀어 볼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소송구조의 거부가 재판청구권 행사에 대한 ‘간접적인 제한’이 될 수 있으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이 재판청구권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로까지 확대 평가될 여지가 있다.그러나 이러한 ‘간접적인 제한’의 여부가 논의될 수 있는 경우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재판에 의한 권리구제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와 같은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 바꾸어 말하면 패소의 가능성이 명백한 경우는 애당초 여기에 해당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민사소송법 제118조 제1항 단서가 “다만,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소송구조의 불허가 요건을 정하고 있는 것은 재판청구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더 나아가 위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평등권, 생존권 및 행복추구권과는 실질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이 조항이 이들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
위 결정이 있은 뒤 민사소송법이 전면 개정되어 구 민사소송법 제118조 제1항 단서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으로 바뀌었으나, 그 내용은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를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로 고쳐 용어를 순화한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없다. 한편 위 결정 선고 이후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소송구조 신청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보아야 하는 것으로 고쳐 판단하여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으므로, 위 사건에서 표명된 합헌결정의 이유는 이 사건에서도 여전히 타당하다.
나. 한편,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으로 말미암아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형사피고인과 다른 취급을 받으므로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형벌권의 적정한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형사소송절차와 대등한 주체 사이의 민사 분쟁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소송절차는 그 목적과 수단 등에 있어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절차에서 자력이 없는 피고인에 대한 국가의 보호체계가 민사소송절차에서 자력이 없는 당사자에 대한 보호체계와 차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민사소송에서 자력이 없는 당사자의 평등권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청구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