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한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2002. 12. 18. 법률 제6799호로 개정된 것)이 자기책임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나. 요양기관이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로부터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받은 요양급여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당해 요양기관으로부터 그 급여비용을 직접 징수하여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지급하도록 한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4항(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제정된 것)이 요양기관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은, 요양기관이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만 징수책임을 지며, 또 요양기관과 아무런 관련 없이 피용자 개인의 잘못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아 그 전액을 환수하는 것이 가혹한 경우라면 금액의 전부 혹은 일부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징수를 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고 있고, 요양기관이 그 피용자를 관리·감독할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하더라도, 보험급여비용이 요양기관에게 일단 귀속되었고 그 요양기관이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지급받은 이상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다는 것이므로 책임주의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
나.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4항은, 요양기관이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요양기관으로부터 이를 징수하여 가입자 등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바,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지출한 요양급여비용을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개별적으로 행사하라고 한다면 요양급여비용의 회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고, 일반인들에게 요양급여비용이 정당하게 지출되었는지에 관한 기술적·전문적인 내용을 파악하도록 요구하기도 어려우며, 요양기관이 부당이득한 법률관계가 요양기관의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에 따른 요양급여비용 청구에 기인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원상회복절차에 있어서도 가입자 등에게 편리한 방법으로써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징수하여 가입자 등에게 지급하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요양기관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국민건강보험법(2002. 12. 18. 법률 제6799호로 개정된 것) 제52조 제1항 중 “공단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는 부분 및 국민건강보험법(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제정된 것) 제52조 제4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1990. 11.경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인 ○○한의원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는 자이다.
(2) 보건복지부장관은 2006. 12. 18.부터 2008. 1. 31.까지 위 한의원의 물리치료사인 김○석이 무면허 진료를 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라 한다)과 수진자들에게 그 비용을 청구하여 공단과 수진자들로부터 요양급여비용 334,724,610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적발하였고, 공단은 2009. 3. 16.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에 근거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위 요양급여비용 334,724,610원의 환수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3) 이에 청구인은 2009. 5. 14. 서울행정법원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서울행정법원은 2009. 10. 9. 그 청구를 기각하였고( 서울행정법원 2009구합18165), 2010. 8. 24. 항소심에서도 기각되었으며( 서울고등법원 2009누36592), 2011. 1. 27. 상고도 기각되었다( 대법원 2010두22184).
(4) 위 항소심 계속중 청구인은 이 사건 처분의 근거 규정인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 및 제4항이 자기책임원칙 등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0. 8. 24. 기각되었고(서울고등법원 2010아227), 2010. 9. 3. 그 기각결정문을 송달받은 후 2010. 9. 2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국민건강보험법(2002. 12. 18. 법률 제6799호로 개정된 것) 제52조 제1항 중 “공단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는 부분 및 국민건강보험법(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52조 제4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법 제52조 제1항의 경우는 아래 밑줄 친 부분, 이하 구별하여 ‘ 법 제52조 제1항’, ‘ 법 제52조 제4항’이라 하고, 합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국민건강보험법(2002. 12. 18. 법률 제6799호로 개정된 것) 제52조(부당이득의 징수) ① 공단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자 또는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급여 또는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
국민건강보험법(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제정된 것)
제52조(부당이득의 징수) ④ 제1항의 경우에 있어 요양기관이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로부터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때에는 공단은 당해 요양기관으로부터 이를 징수하여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지체 없이 지급하여야 한다.
[관련조항]
[별지] 기재와 같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요양기관이 그 피용자의 무면허의료행위에 가담하였는지 여부 등 요양기관의 책임유무나 정도를 묻지 않고 공단이 일률적으로 요양기관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도록 정한 법 제52조 제1항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한다.
또한, 요양기관이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의 반환을 청구 받는 경우 비록 무면허의료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수진자는 진료를 받고 첩약을 제공받는 등 이득을 취하였으므로 그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일부라도 상계할 수 있는데, 법 제52조 제4항은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부담한 요양급여비용을 공단이 직접 당해 요양기관으로부터 징수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그 상계권을 박탈하였으므로, 재산권의 최소침해 원칙에 반한다.
3. 판 단
가.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부당이득 징수제도의 개관
(1)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개관
국민건강보험은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 법 제1조).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에 관하여 사회보험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바, 이 제도 하에서는 법이 정하는 요건을 충족시키는 국민에게 가입의무가 부과됨으로써 보험 가입이 법적으로 강제되며 보험법적 관계가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법률에 의하여 성립한다는 점에서, 보험가입의 여부가 계약자유의 원리에 따라 당사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보험법적 관계가 민·상법상의 계약에 의하여 성립되는 사보험(私保險)과는 크게 다르다.
이와 같은 국민건강보험의 강제가입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건강보험의 문제를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사보험에 맡기면 상대적으로 질병발생위험이 높거나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되어, 국가가 소득수준이나 질병위험도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동질의 의료보장을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31조 제1항· 제2항, 제62조 제1항· 제3항· 제4항은 원칙적으로 전국민을 강제로 보험에 가입시키고 경제적 능력에 비례하여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함으로써 의료보장과 동시에 소득재분배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고, 이와 같이 국가가 국민을 강제로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 경제적 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하는 것은 행복추구권으로부터 파생하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하나인 공법상의 단체에 강제로 가입하지 아니할 자유와 정당한 사유 없는 금전의 납부를 강제당하지 않을 재산권에 대한 제한이 되지만, 이러한 제한은 정당한 국가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부득이한 것이고, 가입강제와 보험료의 차등부과로 인하여 달성되는 공익은 그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에 비하여 월등히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위의 조항들이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이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헌재 2003. 10. 30. 2000헌마801, 판례집 15-2하, 106, 106-107 참조).
(2)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연혁 및 취지
연혁과 관련하여, 법 제52조 제1항은 국민건강보험법이 제정된 1999. 2. 8.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같은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었고, 나아가 그 이전에 국민건강보험법으로 폐지된 의료보험법에서도 같은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었다. 한편, 법 제52조 제4항은 국민건강보험법이 1999. 2. 8. 제정되면서 신설된 조항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취지는 건강보험 수급청구권을 보장하고 바람직한 보험급여체계의 유지를 통한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 확보에 있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법 제52조 제4항은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함에 있어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편의를 위하여 둔 조항으로서, 가입자 등에게 반환청구권을 맡겨 두는 경우에는 실효성 있게 집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이유로 집행의 효율성을 위해 둔 조항이다.
나. 자기책임원칙의 위배 여부 ( 법 제52조 제1항에 대한 판단)
헌법 제10조가 정하고 있는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의 자기 운명에 대한 결정·선택을 존중하되 그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자기책임의 원리는 이와 같이 자기결정권의 한계논리로서 책임부담의 근거로 기능하는 동시에,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것이나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않고, 책임부담의 범위도 스스로 결정한 결과 내지 그와 상관관계가 있는 부분에 국한됨을 의미하는 책임의 한정원리로 기능한다고 할 것이다( 헌재 2004. 6. 24. 2002헌가27, 판례집 16-1, 706, 715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요양기관의 사업등록자 내지 개설자에게 아무런 책임요소가 없이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그 받은 보험급여비용을 반환케하는 것이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단컨대, 법 제52조 제1항은 보험급여비용을 과다하게 받은 모든 요양기관에 대해 징수하는 것이 아니라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서만 징수하는 것이다.더구나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인지 여부는 법원이 사실인정 과정을 거쳐 판단되며, 만약 요양기관과 아무런 관련 없이 피용자 개인의 잘못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아 그 전액을 환수하는 것이 가혹한 경우라면 금액의 전부 혹은 일부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징수를 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따라서 위 법 제52조 제1항이 자기책임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그리고 위 조항은 특수한 형태의 부당이득반환의무에 대한 규정이지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규정이 아니다.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 자기책임유무에 관한 판단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았는지 여부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지 요양기관이 피용자의 관리·감독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그러므로 요양기관이 그 피용자를 관리·감독할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하더라도, 보험급여비용이 요양기관에게 일단 귀속되었고 그 요양기관이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지급받은 이상 그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운다해서 책임주의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법 제52조 제1항은 자기책임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다. 재산권 침해 여부 ( 법 제52조 제4항에 대한 판단)
(1) 심사방법의 선택
헌법은 재산권을 보장하지만 다른 기본권과는 달리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입법자에게 재산권에 관한 규율권한을 유보하고 있다. 그러므로 재산권을 형성하거나 제한하는 입법에 대한 위헌심사에 있어서는 입법자의 재량이 고려되어야 한다. 재산권의 제한에 대하여는 재산권 행사의 대상이 되는 객체가 지닌 사회적인 연관성과 사회적 기능이 크면 클수록 입법자에 의한 보다 광범위한 제한이 허용되며, 한편 개별 재산권이 갖는 자유보장적 기능, 즉 국민 개개인의 자유실현의 물질적 바탕이 되는 정도가 강할수록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헌재 2005. 5. 26. 2004헌가10, 판례집 17-1, 608 참조).
청구인은 법 제52조 제4항에 대하여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로부터 받은 요양급여비용을 반환한다고 하더라도, 직접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반환한다면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받은 이익과 상계할 수 있는데, 공단이 직접 청구함으로써 그 상계를 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재산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요양기관이 갖는 가입자 등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자체는 위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소멸되거나 제한받는 것은 아니고, 다만 상계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 권리행사의 방법을 제한하고 있을 뿐이고, 또 그 재산권은 사회적 연관성과 기능이 큰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입법자에 의한 보다 광범위한 제한이 허용되어, 다소 완화된 심사를 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할 것이다.(2) 판단
요양기관이 가입자 등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되는 경우 요양기관과 가입자 사이에 발생한 법률관계도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함은 당연하다.그러나 요양급여비용이 정당한지 여부는 국민건강보험법 및 그 시행령, 시행규칙,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비로소 알 수 있는데, 일반인들에게 이러한 기술적·전문적인 내용을 파악하도록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단이 직접 요양급여비용이 정당한지 여부를 심사하여 그 법률관계를 정리해 줄 필요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지출한 요양급여비용을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개별적으로 행사하라고 한다면, 요양급여비용의 회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즉 개별 가입자 등의 각자의 입장에서는 청구할 요양급여액이 극히 소액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요양기관이 임의반환하지 않는 경우에 가입자 등이 개별적으로 소를 제기하여 반환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결국 가입자 등이 반환받지 못한 요양급여비를 요양기관이 부당이득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나아가, 위 법률조항은 요양기관이 부당이득한 요양급여비용의 원상회복방법을 정하고 있는데, 그러한 부당이득의 법률관계가 발생한 것은 요양기관의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에 따른 요양급여비용 청구에 기인한 것이고, 가입자 등이 관여한 바는 거의 없다고 할 것이므로, 그 부당이득한 금액을 원상회복하는 절차에 있어서도 가입자 등에게 편리한 방법으로써 공단이 요양기관으로부터 징수하여 직접 가입자 등에게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따라서, 법 제52조 제4항에서 공단이 직접 요양기관으로부터 사위 기타 부당하게 받은 요양급여비용을 징수하여 가입자 등에게 지급하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요양기관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