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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정보 삭제 또는 임시조치에 관하여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44조의2 제1항, 제2항, 제4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가 청구인들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의하여 임시조치를 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당해 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일반적으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사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라고 할 수 없어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할 권한이 없는 일반 당사자로서는 행위 당시의 법률에 따를 수 밖에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행위 근거가 된 법률에 대하여 나중에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하였다는 점을 들어 그 행위 과정에서 행위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인 이상, 당해 사건을 재판하는 법원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위헌 여부에 따라 채무불이행책임의 요건인 귀책사유 유무와 채무불이행 성립 여부 및 불법행위책임의 요건인 고의 또는 과실에 관하여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위헌 여부는 당해 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아니한다.

참조판례

헌재 1995. 7. 21. 93헌바46, 판례집 7-2, 48, 58, 헌재 1997. 11. 27. 92헌바28, 판례집 9-2, 548, 562, 헌재 2011. 9. 29. 2010헌바65, 공보 180, 1431, 1433

사건
2010헌바353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제44조의2제1항등위헌소원
청구인
진○권 외 1인 (대리인 변호사 ○○○ ○ ○○)
판결선고
2011. 11. 24.

주 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 진○권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인 주식회사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주식회사 다음’이라고 한다.)이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 서비스 ‘다음’의 회원으로서 위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던 중, 2009. 6. 3.부터 같은 달 8.까지 자신의 블로그에 변○재의 글을 반박하는 내용으로서 ‘듣보잡’, ‘듣보’, ‘변듣보’ 등이 언급된 14개의 글을 게재하였다. 이에 변○재가 주식회사 다음에게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하여 위 글의 삭제를 요청하였고, 위 회사는 요청을 받은 날 위 글에 대한 접근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2) 청구인 김○은 주식회사 다음이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 ‘티스토리’의 회원으로서 위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던 중, 2009. 1. 23. 자신의 블로그에 장○원의 국회발언에 관한 신문기사를 옮기면서 “인두껍을 쓴 짐승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라는 의견 부분이 포함된 “고의 방화, 도심테러라고? 인두껍을 쓴 이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였다. 이에 장○원이 2009. 4. 29. 주식회사 다음에게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하여 위 글의 삭제를 요청하였고, 위 회사는 같은 날 위 글에 대한 접근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3) 청구인들은 주식회사 다음이 위 글들에 대한 접근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이 사건 임시조치’라고 한다.)를 한 것은 약관을 위반한 채무불이행 또는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가단498090). 청구인들은 그 소송계속중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정보 삭제 또는 임시조치에 관하여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제1항, 제2항, 제4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카기4001), 2010. 7. 28.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각하되자, 2010. 8. 3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44조의2 제1항, 제2항, 제4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 ①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이하 “삭제등”이라 한다)를 요청할 수 있다. ②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해당 정보의 삭제등을 요청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를 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④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임시조치”라 한다)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시조치의 기간은 30일 이내로 한다. [관련조항]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가. 주식회사 다음은 이 사건 임시조치의 근거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들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당해 사건에 적용된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위헌으로 선언된다면, 이 사건 임시조치가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근거가 없어지게 되어 주식회사 다음이 이 사건 임시조치 당시 잘못된 제도라는 점을 알면서도 자신의 편의를 위하여 한 것이라면 고의·과실이 인정될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고의·과실이 부인되어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요건사실 중 하나인 위법성에 관한 판단이 달라지게 되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므로 재판의 전제가 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합법적인 게시물을 정당한 사유 없이 최장 30일간 차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바, 그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권리 침해 여부 판단의 어려움’이나 ‘이해당사자 간의 다툼 예상’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권리침해의 개연성을 요건으로 추가하거나 게시자의 재게시요청권을 인정하는 등 덜 침해적인 수단이 가능함에도 이를 규정한 바 없다. 이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타인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로서의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였거나 적어도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위 자유를 침해하였다. 다. 신문이나 방송 등 다른 매체에게는 보도내용에 의해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주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보도내용을 번복하거나 삭제할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하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와 정보통신망을 통해 소통하는 자에게만 한정하여 그러한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합리적 이유 없이 신문, 방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 및 그러한 매체를 통해 의견을 표현하는 자들과 차별취급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 3. 판 단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의 경우 법원에 계속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 있어야 하고, 이 경우 재판의 전제라 함은 문제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 헌재 1995. 7. 21. 93헌바46, 판례집 7-2, 48, 58; 헌재 1997. 11. 27. 92헌바28, 판례집 9-2, 548, 562 참조). 당해 사건에서 청구인들은 이 사건 임시조치가 주식회사 다음의 서비스제공과 이용에 관한 약정을 위반한 행위이거나 고의·과실로 위법하게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를 선택적인 청구원인으로 하였으므로, 각 청구원인별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나. 우선 채무불이행책임을 묻는 부분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임시조치 당시 주식회사 다음의 약관에서는 “다른 이용자 또는 제3자가 이용자 또는 ‘다음’을 대상으로 한 민형사상의 법적조치(예 : 고소, 가처분신청, 손해배상청구소송)를 취하는 동시에 법적 조치와 관련된 게시물의 삭제를 요청해 오는 경우 ‘다음’은 동 법적 조치의 결과(예 : 검찰의 기소, 법원의 가처분결정, 손해배상판결)가 있을 때까지 관련 게시물에 대한 접근을 잠정적으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약관 제12조 제2항)라고 정하고 있었는바, 이 사건 임시조치 당시 변○재와 장○원이 주식회사 다음에게 삭제요청을 하는 외에 위 약관에 따른 추가적 요건인 민형사상의 법적조치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한 바 없다면, 주식회사 다음이 이 사건 임시조치를 한 것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할 약정상의 의무(약관 제9조 제1항)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한편, 이 사건 임시조치가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근거한 것이라는 주식회사 다음의 주장은 그러한 약정 위반에 귀책사유가 없다는 항변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바, 가사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위헌으로 결정되는 경우를 상정해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사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라고 할 수 없어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할 권한이 없는 일반 당사자로서는 행위 당시의 법률에 따를 수 밖에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주식회사 다음의 행위 근거가 된 법률에 대하여 나중에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하였다는 점을 들어 그 행위 과정에서 행위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헌재 2011. 9. 29. 2010헌바65, 공보 180, 1431, 1433 참조), 당해 사건 법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위헌 여부와 무관하게 귀책사유의 유무 및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위헌 여부에 따라 채무불이행 부분에 관한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진다고는 할 수 없다. 다. 다음으로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부분에 관하여 본다. 불법행위책임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에 기한 손해를 가할 것을 요건으로 하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사후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더라도 행위 당시에 시행되고 있던 법률이었던 이상 그에 따른 행위가 고의 또는 과실에 기한 것임을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위헌 여부에 따라 고의 또는 과실 부분에 관한 판단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 청구인들은 불법행위책임의 요건사실 중 하나인 위법성 부분에 관한 판단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달라지게 되므로 적어도 당해 사건의 재판의 이유를 달라지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나, 가사 이유 중 일부분의 기재가 달라질 수는 있다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계 없이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동일한 이유로 이 부분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동일한 결론에 이를 것인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진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가 불법행위 부분에 관한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할 수도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박한철 이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