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2010헌마79 공직선거법제56조제1항후문등위헌확인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2008. 4. 9. 실시된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의 서울 관악을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낙선된 바 있고, 2010. 6. 2. 실시될 예정인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관악구청장 선거의 예비후보자로 출마하고자 준비하였다고 주장한다.
청구인은 예비후보자로 등록할 때 해당 선거 기탁금의 100분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탁금으로 납부하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제60조의2 제2항, 예비후보자가 해당 선거의 같은 선거구에 후보자등록을 신청하는 때에는 예비후보자로 등록할 때 납부한 기탁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기탁금으로 납부하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56조 제1항 후문 및 일정한 경우 예비후보자로 등록할 때 납부한 기탁금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57조 제1항 제1호 다목이 청구인의 공무담임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2010. 2. 9.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
청구인은 ‘청구취지’에서 공직선거법 제56조 제1항 후문도 심판대상으로 적고 있으나, 청구이유에 나타난 청구인의 주장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다투고자 하는 조항은 예비후보자에게도 기탁금을 납부하게 하는 공직선거법 제60조의2 제2항 중 후단과 기탁금을 국가 등에 귀속시키는 제57조 제1항 제1호 다목이고 후보자 등록 신청시 기탁금 납부에 관해 규정한 제56조 제1항 후문은 아니며, 이 조항으로 인하여 예비후보자의 기본권이 새로이 침해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공직선거법 제56조 제1항 후문은 심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또한 청구인은 관악구청장 선거의 예비후보자로 출마하고자 준비한 사람이므로 청구인과 관련된 부분은 위 조항 중 기초자치단체의 장 선거와 관련된 부분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심판 대상은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제57조 제1항 제1호 다목과 제60조의2 제2항 후단 중 기초자치단체의 장 선거와 관련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제57조(기탁금의 반환 등) ①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금액을 선거일 후 30일 이내에 기탁자에게 반환한다. 이 경우 반환하지 아니하는 기탁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한다.
1. 대통령선거, 지역구국회의원선거, 지역구지방의회의원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
다. 예비후보자가 사망하거나 제57조의2 제2항 본문에 따라 후보자로 등록될 수 없는 경우에는 제60조의2 제2항에 따라 납부한 기탁금 전액
제60조의2(예비후보자등록) ② 제1항에 따라 예비후보자등록을 신청하는 사람은 다음 각호의 서류를 제출하여야 하며, 제56조 제1항 각 호에 따른 해당 선거 기탁금의 100분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금으로 납부하여야 한다.
[관련조항]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제56조(기탁금) ① 후보자등록을 신청하는 자는 등록신청 시에 후보자 1명마다 다음 각호의 기탁금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에 납부하여야 한다. 이 경우 예비후보자가 해당 선거의 같은 선거구에 후보자등록을 신청하는 때에는 제60조의2 제2항에 따라 납부한 기탁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납부하여야 한다.
5. 자치구·시·군의 장 선거는 1천만 원
③ 제261조에 따른 과태료 및 제271조에 따른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은 제1항의 기탁금( 제60조의2 제2항의 기탁금을 포함한다)에서 부담한다.
제57조(기탁금의 반환 등) ①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금액을 선거일 후 30일 이내에 기탁자에게 반환한다. 이 경우 반환하지 아니하는 기탁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한다.
1. 대통령선거, 지역구국회의원선거, 지역구지방의회의원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
가.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사망한 경우와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에는 기탁금 전액
나. 후보자가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10 이상 100분의 15 미만을 득표한 경우에는 기탁금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
제57조의2(당내경선의 실시) ① 정당은 공직선거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하여 경선(이하 “당내경선”이라 한다)을 실시할 수 있다.
② 정당이 당내경선[당내경선의 후보자로 등재된 자(이하 “경선후보자”라 한다)를 대상으로 정당의 당헌·당규 또는 경선후보자간의 서면 합의에 따라 실시한 당내경선을 대체하는 여론조사를 포함한다.]을 실시하는 경우 경선후보자로서 당해 정당의 후보자로 선출되지 아니한 자는 당해 선거의 같은 선거구에서는 후보자로 등록될 수 없다. 다만, 후보자로 선출된 자가 사퇴·사망·피선거권 상실 또는 당적의 이탈·변경 등으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60조의2(예비후보자등록) ① 예비후보자가 되려는 사람(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및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선거는 제외한다)은 다음 각 호에서 정하는 날(그 날 후에 실시사유가 확정된 보궐선거등에 있어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자등록을 서면으로 신청하여야 한다.
3. 지역구시·도의회의원선거, 자치구·시의 지역구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
선거기간개시일 전 90일
③ 제1항의 등록신청을 받은 선거관리위원회는 지체없이 이를 수리하되, 제2항에 따른 기탁금과 전과기록에 관한 증명서류를 갖추지 아니한 등록신청은 수리할 수 없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직선거의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려는 사람에게 해당 선거 기탁금의 100분의 20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탁금으로 납부하도록 하고, 예비후보자가 사망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납부한 기탁금을 반환하도록 하고 있어, 일반적인 예비후보자나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공천에서 탈락한 예비후보자가 후보자등록을 신청하지 않는 때에는 납부한 기탁금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도록 함으로써 인지도와 자력, 정치적 기반이 없는 정치 신인으로 하여금 공직선거의 예비후보자 등록 자체를 포기하게 할 정도로 과도하게 공무담임권을 제한하고, 공천받을 가능성이 적지만 정당 공천을 신청하고자 하는 예비후보자의 공무담임권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기탁금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귀속 규정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까지 침해하고 있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정당 소속 예비후보자가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납부한 기탁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데, 청구인과 같은 무소속 후보자가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납부한 기탁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되므로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이 침해된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연혁
(1) 예비후보자제도는 공식적인 선거운동기간 이전이라도 일정한 날(자치구·시의 장 선거의 경우 선거기간 개시일 전 90일)부터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치 신인에게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어느 정도 보장해 주기 위하여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공직선거법 개정 시 처음 도입되었다.
2005. 8. 4. 및 2008. 2. 29.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예비후보자가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의 범위를 확대하였으나 예비후보자의 기탁금제도는 없었다. 이후 2010. 1. 25.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예비후보자의 기탁금 납부 및 반환에 관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신설하였다.
(2) 예비후보자의 기탁금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의 역대 선거에서 예비후보자 수 및 후보자 수는 아래 표와 같다.
구 분 최초 예비후보자수 최종 예비후보자수(주 1) 예비후보자 중 후보자 등록수 2006. 5. 31. 제4회 지방선거 13,680 11,608 10,991 2007. 12. 19. 제17대 대선 186 152 11 2008. 4. 9. 제18대 총선 2,593 2,024 1,072
예비후보자수
위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예비후보자의 기탁금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인 2006. 5. 31. 제4회 지방선거에서는 예비후보자 중 후보자로 등록한 비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으나, 2007. 12. 19. 대통령 선거와 2008. 4. 9.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예비후보자 중 후보자로 등록한 비율이 많이 떨어졌다.
이에 무분별한 예비후보자의 난립을 막고 그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2010. 1. 25.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제한되는 기본권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공무담임권,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공무담임권 제한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예비후보자 등록은 강제되는 것이 아니고 후보자로 등록하여야 공직에 취임할 가능성이 생기며, 예비후보자의 기탁금은 후보자 기탁금에 합산되는 등 예비후보자로서 기탁금을 납부하여야 한다는 사실로 인하여 후보자로 등록하여 공직에 취임할 기회를 얻을 권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청구인은 예비후보자가 되려고 준비하던 중 2010. 1. 25. 신설된 예비후보자의 기탁금 납부 및 반환에 관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예비후보자는 후보자가 되는 과정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직선거에서 일정한 선거운동을 통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인 예비후보자 등록을 기탁금 납부 여부에 의하여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담임권을 제한한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예비후보자 등록에 기탁금을 요구함으로써 재산에 따라 공직선거에 출마할 기회를 제한하고 있고, 예비후보자가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의 기탁금 반환과 관련하여 정당의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예비후보자와 그렇지 않은 예비후보자를 차별하고 있으므로 재산권, 평등권과도 관련된다.
다만, 청구인이 주장한 기본권 중 직업선택의 자유는 직접적으로 문제되는 공무담임권에 관하여 판단을 하는 이상 별도의 심판대상으로 삼지 아니하기로 한다 ( 헌재 1999. 12. 23. 99헌마135, 판례집 11-2, 800, 811 참조).
(2) 공무담임권의 침해 여부
(가)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합성
예비후보자제도는 공식적인 선거운동기간 이전이라도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면 일정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허용해 줌으로써 정치 신인에게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어느 정도 보장해 주기 위해 2004년 처음 도입되었고, 그 후 3회에 걸쳐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예비후보자가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의 범위가 확대되어 왔다.
그런데, 이러한 예비후보자제도를 이용하여 진지하지 못한 예비후보자들이 선거에 난립할 경우 선거운동이 과열·혼탁해지고, 불법선거운동의 감시 등 선거관리에 지장이 초래되며, 선거에 관한 국가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예비후보자들에게 불법선거에 대한 과태료나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기탁금을 예납하게 할 필요성도 있다.
따라서 예비후보자의 무분별한 난립으로 인한 폐단을 예방하고 과태료 등의 비용을 미리 확보하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예비후보자에게 일정액의 기탁금을 납부하게 하고 후보자등록을 하지 않으면 기탁금을 반환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라 할 것이므로 방법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나) 침해의 최소성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예비후보자를 적정한 범위로 제한하는 또다른 방법으로는 유권자의 추천을 받도록 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정치문화와 선거풍토에서는 선거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이며, 이를 위해서는 선거운동의 과열을 막는 것이 필요한데, 유권자 추천제도는 유권자의 추천을 받는 과정에서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이 행해져 선거가 과열 또는 혼탁하게 될 위험성이 크고, 진지하지 못한 추천이 남발될 경우에는 애당초 후보자를 적절한 범위로 제한하려는 목적이 달성될 가능성이 없게 된다. 또한, 상당한 수의 유권자로부터 추천을 받는 데에는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므로 유권자의 추천을 받도록 하는 것이 크지 않은 금액의 기탁금을 내는 것보다 반드시 덜 침해적인 방법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예비후보자에 대한 기탁금제도보다 덜 침해적인 다른 방법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하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한 기탁금의 액수와 국고귀속 요건이 적정한지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2) 예비후보자 등록 시 납부하여야 할 기탁금의 액수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기탁금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탁금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요건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의 문제는 우리의 선거문화, 정치풍토, 국민경제적 여건, 그리고 국민의 법감정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 할 것이나, 기탁금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야 한다.
우선, 기탁금액이 지나치게 과다하거나 기탁금 반환의 요건이 너무 엄격하여 당선가능성이 있는 자로 하여금 예비후보자로 등록도 하지 못하게 한다면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자의 공무담임권 등이 침해될 수 있으므로, 기탁금액 및 그 반환 요건은 기탁금제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목적과 그로 인한 기본권 제한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적정하게 책정되어야 하는 헌법적 한계가 있다{ 헌재 2003. 8. 21. 2001헌마687·691(병합), 판례집 15-2, 214, 223 참조}.
그러나 기탁금의 액수가 너무 적거나 기탁금 반환조건이 매우 용이하여 실제로 예비후보자들이 기탁금을 납부하는 것에 대하여 아무런 부담도 느끼지 않는다면, 이는 기탁금제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입법목적에 전혀 기여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기탁금의 액수는 예비후보자의 난립을 방지하고 선거의 신뢰성과 선거운동의 성실성을 담보할 정도에 이르는 수준의 금액이어야 하는데, 이에 관하여 분명하고 일의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우리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평균적인 생활인이 그의 소득조건에서 입후보하는 데 어느 정도 부담을 느껴 입후보할 것인지의 여부를 신중하고 진지하게 고려할 정도의 수준에는 머물러야 하고, 불성실한 예비후보자에게는 실질적인 제재효과가 미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할 것이며, 기탁금 반환조건도 기탁금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도라야 한다{ 헌재 2003. 8. 21. 2001헌마687·691(병합), 판례집 15-2, 214, 225 참조}.
3)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이 관악구청장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려고 할 때 납부하여야 하는 기탁금의 액수는 해당 선거의 후보자등록 시 납부해야 하는 기탁금의 100분의 20에 해당하는 200만 원인바, 일정한 범위의 선거운동이 허용된 예비후보자의 기탁금 액수를 해당 선거의 후보자등록 시 납부해야 하는 기탁금의 100분의 20으로 설정한 것은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고, 200만 원은 통상적인 평균임금을 수령하는 도시근로자의 1개월 정도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이므로 우리의 경제현실에서 일반인이 기탁금 200만 원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어렵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자치구의 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예비후보자에게 200만 원의 기탁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 지나치게 과다한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4) 예비후보자가 납부한 기탁금은 후보자등록을 할 수 있음에도 후보자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지만, 예비후보자가 사망하거나 공직선거법 제57조의2 제2항 본문에 따라 당내경선에서 정당의 후보자로 선출되지 않아 후보자등록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기탁금을 반환받을 수 있고, 예비후보자가 후보자 등록을 한 후 선거에서 당선되거나 유효득표총수의 100분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에는 선거종료 후 기탁금 전액을 반환받게 되므로 당선가능성이 있는 자에게는 사후반환이 보장된 일시적 예납금이라고 할 수 있다.
당내경선 방법이 아닌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예비후보자는 후보자등록을 하지 않으면 기탁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게 되지만,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예비후보자는 당내경선에서 탈락한 예비후보자와 달리 다른 정당의 추천을 받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후보자등록을 할 수 있으므로 적어도 공무담임권은 침해되지 않는 것이다.
5)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형성권의 범위와 한계 내에서 기탁금액과 반환 요건을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명백히 덜 침해적인 방법이 존재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최소 침해성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에게 제한되는 이익은 후보자로 등록하지 아니할 경우 기탁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됨으로 인하여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는 것을 꺼려하는 정도임에 반하여, 이를 통해 예비후보자의 성실성을 담보하고 적정한 선거관리를 하려는 공익이 더 크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 제한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라) 소결론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3) 평등권의 침해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당내 경선에 참가한 정당 소속 예비후보자는 불출마하더라도 기탁금을 반환받을 수 있으나 무소속 예비후보자가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에 기탁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당내 경선에 참가한 정당 소속 예비후보자는 경선에서 당해 정당의 후보자로 선출되지 않으면 공직선거법 제57조의2 제2항의 규정에 따라 당해 선거의 같은 선거구에는 후보자로 등록될 수 없지만, 청구인과 같은 무소속 예비후보자는 후보자로 등록하는 데 아무런 법률상 장애가 없다.
이와 같이 법률상 장애로 인하여 후보자로 등록하지 못하는 자에 대해서는 기탁금을 반환하는 한편, 법률상 장애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의로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기탁금을 반환하지 않는 것이 불합리한 차별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4) 재산권의 침해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예비후보자 등록 시 일정액의 기탁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예비후보자가 후보자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납부한 기탁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예비후보자로 출마하려는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한 기탁금제도는 예비후보자의 무분별한 난립을 방지하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한 것으로서 적절한 수단이라 할 수 있고, 기탁금의 액수가 지나치게 크다든가 기탁금 반환에 관한 규정이 너무 엄격하다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은 위에서 이미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공직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절차이고, 예비후보자는 후보자가 되는 과정에 있는 자로서 공직선거의 예비후보자로 되는 것은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헌법이 보장하는 공무담임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구현하는 수단이다. 공직선거의 예비후보자 등록요건으로서 기탁금의 납부를 요구하고 예비후보자가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에 기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하도록 하는 것은 선거제도의 민주주의 실현 기능을 억제하고 공무담임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며, 기탁금을 납부하거나 포기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국민의 예비후보자 등록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탁금제도에 의하여 공직선거의 예비후보자로 되는 것을 제한하려면, 공무담임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이 있어야 하고, 공직선거의 예비후보자 등록에 관하여 경제적 능력이 없는 국민을 차별하여야 할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예비후보자의 기탁금제도는 예비후보자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공직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절차이고 예비후보자 등록은 공무담임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구현하는 수단인 점에 비추어 보면, 공직선거의 예비후보자가 가급적 많이 등록하도록 유도함이 마땅하다고 할 것이고, 공직선거의 예비후보자가 난립할 우려가 있다고 하여 정식 후보자가 아닌 예비후보자 단계에서부터 그 등록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헌법 제8조 제1항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정당 소속 예비후보자의 난립을 막기 위하여 기탁금제도를 두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다. 무소속 예비후보자가 난립하는 것을 굳이 막고자 한다면 무소속 후보자의 경우처럼 일정한 수 이상의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도록 하면 될 것이다.
기탁금은 선거비용에 충당되는 것이 아니라 과태료나 불법선거에 대한 대집행비용으로 충당되는데, 기탁금제도가 매우 중요한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제재수단을 위법행위가 있기도 전에 미리 확보하기 위하여 기탁금을 예납하게 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공직선거의 기탁금제도와 그 몰수제도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요구하는 기본권 제한사유도 없이 공무담임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고, 합리적 사유도 없이 기탁금을 납부하거나 포기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국민의 예비후보자 등록을 어렵게 하여 차별하는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