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헌법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하였다고 하여 대법원이 곧바로 모든 사건을 상고심으로서 관할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당연히 도출되는 것은 아니며,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거나 또는 상고심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심급제도는 사법에 의한 권리보호에 관하여 한정된 법발견자원의 합리적인 분배의 문제인 동시에 재판의 적정과 신속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의 요청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로 돌아가므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사항이다. 심리불속행제도와 관련된 특례법 제4조 제1항은 비록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약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 심급제도와 대법원의 기능에 비추어 볼 때 헌법이 요구하는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존중하면서 민사, 가사, 행정 등 소송사건에 있어서 상고심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정함에 있어 개별적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보다 법령해석의 통일을 더 우위에 둔 규정으로서 그 합리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판결에 이유를 기재한다고 해도, 당사자의 상고이유가 법률상의 상고이유를 실질적으로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만을 심리하는 심리불속행 재판의 성격 등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특례법 제4조의 심리속행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이유기재에 그칠 수밖에 없고, 나아가 그 이상의 이유기재를 하게 하더라도 이는 법령해석의 통일을 주된 임무로 하는 상고심에게 불필요한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으로서 심리불속행제도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특례법 제5조 제1항은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이정미의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더 이상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 최종적인 판결에 있어서 이유 기재가 없는 재판이 가능하도록 한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은 근대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재판 이념과는 부합하지 아니하며, 법치주의원리에 따른 재판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당사자의 주장에 대해 실질적으로 아무런 대답이 없는 재판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재판의 본질에도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이동흡의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에 대한 보충의견
재판의 성질상 이유기재를 생략할 수 있는 ‘결정’이 아닌 ‘판결’로써 상고를 기각하도록 한 것은 입법론적으로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
1. 청구인
김○형의 심판청구 중 대법원 2011두7694 판결 및 근로복지공단의 요양급여불승인 처분의 각 취소를 구하는 부분을 각 각하한다.
2. 청구인 김○형의 나머지 심판청구 및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10헌마625
(가) 성남시 중원구 ○○동 산 38(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은 청구인 권○인의 소유였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사업을 하면서 2007. 10. 25.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수용개시일: 2007. 12. 13.)에 따라 수용하자, 청구인은 수용보상금의 증액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 법원은 2009. 7. 8. 원고 일부 승소판결(수원지방법원 2007구합10670)을, 항소심 법원은 2010. 5. 6. 항소기각 판결(서울고등법원 2009누23985)을 각 선고하였다.
(나) 대법원이 2010. 9. 9. 청구인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자( 대법원 2010두12217), 청구인은 심리불속행 기각판결의 근거가 된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이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2010. 10. 7.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11헌마393
(가) 청구인 김○형은 1996. 1. 22.부터 2003. 7. 31.까지 ○○도시가스 주식회사에 근무하고 퇴직한 후인 2008. 8.경 ‘경추부 추간판 탈출증, 우측 주관절 외상과염’에 대해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2008. 11. 7. 산업재해보상보험 심사위원회로부터 위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신청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나) 청구인은 위 요양급여불승인처분의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심 및 항소심에서 각 패소판결을 받았고( 서울행정법원 2009구단3340, 서울고등법원 2010누32176), 대법원은 2011. 6. 30. 청구인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 대법원 2011두7694)하였다.
(다) 이에 청구인은 2011. 7. 18. 위 대법원 2011두7694 판결 및 위 요양급여불승인처분의 각 취소를 구하는 동시에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판결의 근거가 된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제5조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3) 2011헌마399
(가) 별지 청구인 목록 기재 청구인들은 서울특별시가 2009. 4. 23. 청구인들 소유이던 서울 서초구 원지동 일대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서울추모공원 및 화장장 조성사업을 위해 수용하자, 수용보상금 증액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0. 5. 28. 기각되었고(서울행정법원 2009구합24412), 이에 대한 항소도 2010. 12. 9. 기각되었으며(서울고등법원 2010누20708), 다시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2011. 5. 13.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11두2859).
(다) 위 청구인들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이 위 청구인들의 재판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1. 7. 20.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4) 2011헌마754
(가) 청구인 조○채는 자신이 경작하던 경남 산청군 신안면 ○○리 925 답 등 농지 9필지에 태풍 피해가 발생한 점 등을 들어 산청군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심 및 항소심에서 각 원고 패소판결(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08가단17997, 창원지방법원 2009나14856)이 선고되었다.
(나) 대법원이 2011. 11. 10. 청구인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 대법원 2011다65167)하자, 청구인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판결의 근거가 된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와 제5조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1. 11. 25.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2010헌마625 사건과 2011헌마399 사건의 심판대상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이고, 2011헌마393 사건의 심판대상은 위 법 제4조 제1항,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 및 위 대법원 2011두7694 판결과 근로복지공단의 요양급여불승인처분이며, 2011헌마754 사건의 심판대상은 위 법 제4조 제1항,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2009. 11. 2. 법률 제9816호로 개정된 것, 이하 ‘특례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②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 ③ 청구인 김○형에 대한 대법원 2011두7694 판결(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 ④ 청구인 김○형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요양급여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이 각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위 심판대상 조항들( 특례법 제5조 제1항의 경우 밑줄 친 부분에 한함)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2009. 11. 2. 법률 제9816호로 개정된 것)
제4조(심리의 불속행) ①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인정하면 더 나아가 심리(審理)를 하지 아니하고 판결로 상고를 기각(棄却)한다.
1.원심판결(原審判決)이 헌법에 위반되거나, 헌법을 부당하게 해석한 경우
2.원심판결이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하여 부당하게 판단한 경우
3.원심판결이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경우
4.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한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가 없거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5.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규정 외에 중대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항이 있는 경우
6. 「민사소송법」제424조 제1항 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규정된 사유가 있는 경우
제5조(판결의 특례) ① 제4조 및 「민사소송법」제429조 본 문에 따른 판결에는 이유를 적지 아니할 수 있다.
2.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대법원이 청구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아무런 이유도 기재함이 없이 심리불속행 기각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청구인의 재판청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이 사건 판결 및 그 대상인 이 사건 처분은 헌법에 위반된 법령을 적용한 것으로서 취소되어야 한다( 2011헌마393).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판결에 대한 청구 부분
법원의 재판 자체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이 원칙이고, 다만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대하여만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인데( 헌재 1997. 12. 24. 96헌마172등, 판례집 9-2, 842, 854-862 참조), 이 사건 판결은 이와 같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나.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청구 부분
(1) 법원의 재판을 거쳐 확정된 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그 행정처분을 대상으로 한 재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결과 헌법소원심판에 의하여 취소되는 경우가 아니면 허용되지 아니한다( 헌재 1998. 5. 28. 91헌마98등 참조).
(2) 청구인 김○형이 심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 사건 처분은 법원의 재판을 거쳐 확정되었으며, 위와 같이 예외적으로 그 재판이 취소되는 경우도 아니므로 이를 대상으로 하는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4. 본안 판단
가. 특례법 제4조 제1항의 위헌 여부
헌법재판소는 2007. 7. 26. 선고한 2006헌마551 등 결정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심리불속행제도를 규정한 위 조항이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법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하였다고 하여 대법원이 곧바로 모든 사건을 상고심으로서 관할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당연히 도출되는 것은 아니며,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에 의한 균등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거나 또는 상고심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심급제도는 사법에 의한 권리보호에 관하여 한정된 법발견자원의 합리적인 분배의 문제인 동시에 재판의 적정과 신속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의 요청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로 돌아가므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사항이다. 심리불속행 조항은 비록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약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 심급제도와 대법원의 기능에 비추어 볼 때 헌법이 요구하는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존중하면서 민사, 가사, 행정 등 소송사건에서 상고심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정함에 있어 개별적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보다 법령해석의 통일을 더 우위에 둔 규정으로서 그 합리성이 있다. 특히 이 사건 법률 제4조 제1항 각 호에서는 심리불속행의 예외사유를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구체적 사건의 상고이유와 관계없는 우연한 사정이나 법원의 자의에 의한 결정을 배제하고 있다. 그러므로 특례법 제4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종전 결정과 달리 판단하여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도 없는바, 그렇다면 심리불속행제도와 관련된 특례법 제4조 제1항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나.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
헌법재판소는 심리불속행 제도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하면서, 심리불속행 재판의 판결 이유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한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도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여러 차례 합헌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 헌재 2007. 7. 26. 2006헌마551 등 결정 참조).
“심리불속행제도는 남상고 사건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통하여 정당한 당사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충실히 하기 위한 제도로서 그 입법취지 및 규정내용 등에 비추어 충분히 합리성이 인정된다. 이러한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여 특례법 제5조 제1항에서는 판결에 이유를 기재하여야 한다는 민사소송법 제208조의 특칙으로서 심리불속행 재판의 판결이유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심리불속행 상고기각판결에 이유를 기재한다고 해도, 당사자의 상고이유가 법률상의 상고이유를 실질적으로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만을 심리하는 심리불속행 재판의 성격 등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특례법 제4조의 심리속행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이유기재에 그칠 수밖에 없고, 나아가 그 이상의 이유기재를 하게 하더라도 이는 법령해석의 통일을 주된 임무로 하는 상고심에게 불필요한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으로서 심리불속행제도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특례법 제5조 제1항이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도 위 결정과 달리 판단하여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으므로, 심리불속행제도와 관련한 위 조항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 김○형의 심판청구 중 이 사건 판결 및 이 사건 처분의 각 취소를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각 각하하고, 청구인 김○형의 나머지 심판청구 및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이 사건 심판청구 중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에 관하여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동흡의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이정미의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심판대상 중 심리불속행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특례법 제4조 자체가 위헌이라고는 보지 않으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에 있어서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같은 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헌재 2007. 7. 26. 2006헌마551등, 판례집 19-2, 164, 183-187; 헌재 2010. 12. 28. 2009헌바410, 공보 171, 172, 174-175, 헌재 2012. 3. 29. 2010헌마693 등 참조).
가.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에 있어서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에 대해서 그 이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판결이 과연 적정한 것이었는지, 혹시 상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였거나 잘못 판단한 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 살펴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으므로, 상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더 이상 불복할 수 없는 최종적인 판결을 하면서 아무런 이유를 기재하지 않은 채 재판의 결론만을 알리고, 송달과 동시에 재판이 확정되었으니 그 결과에 대해 승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 권력관계를 기초로 한 과거의 전제군주 통치체제하에서라면 몰라도, 근대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재판 이념과는 부합하지 아니하며, 사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여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이 되는 사법제도의 존립 근거를 위협할 우려마저 없지 않다.
또한, 더 이상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 최종적인 판결에 있어서 이유의 기재를 전혀 아니함으로써 당사자의 주장에 대해 실질적으로 아무런 대답이 없는 재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법치주의원리에 따른 재판의 본질에도 반한다.
특히, 심리불속행 판결에 대해서도 재심은 가능한 것이므로, 적어도 상고인이 판단유탈(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 등 재심사유가 있는지 여부만이라도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이유 기재는 필요하다.
따라서 일체의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여 재심청구권마저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명백한 재판청구권의 침해에 해당한다.
나. 한편, 심리불속행 판결에 이유를 기재하도록 하더라도, 심리불속행 기각이라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면 되는 것이고(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2항), 그 기재내용도 본안의 당부를 반드시 세세하게 판단하라는 것이 아니라 심리불속행사유의 존부를 기초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빠뜨리지 않게 하는 정도일 것이므로, 그로 인하여 신속한 재판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다. 결국,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은 근대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재판 이념과 부합하지 아니하며, 법치주의원리에 따른 재판의 본질에도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7. 재판관 이동흡의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에 대한 보충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2007. 7. 26. 선고한 2006헌마551등 결정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그 이유 중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과 관련하여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보충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판결서에는 원칙적으로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 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여야 하고(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2항), 만약 판결에 이유를 밝히지 않거나 이유에 모순이 있는 때에는 절대적 상고이유가 된다(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6호). 그렇다면 판결로 상고기각을 하는 심리불속행 재판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다른 판결들과 마찬가지로 심리불속행 재판에 이르게 된 이유와 관련하여 당사자의 주장 등에 대한 판단을 표시하여야 마땅하다.
그런데 심리불속행 재판의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208조의 특칙인 특례법 제5조 제1항에 의하여 판결에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는바, 이는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남상고 사건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통하여 정당한 당사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충실히 하기 위한 심리불속행제도의 입법취지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미 심리를 개시하였다가 판결의 형식으로 종결하는 특수성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사정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판결에 이유기재를 요구하는 목적은 당사자에게 법원의 판단과정을 납득시키고 불복수단을 강구하도록 하려는 것이나 간이한 사건처리를 위하여 판결이유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한 소액사건의 경우(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에서 보듯이 그 이유기재 여부는 입법재량권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고, 더구나 심리불속행 재판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심급제도와 관련하여 입법화된 사항인 만큼 판결이유 기재를 비롯한 재판과정에 대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입법형성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그런데 판단대상이 심리불속행사유의 존부에 국한된 심리불속행 재판의 경우 판결이유의 기재내용도 본안의 당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불속행사유의 존부에 그치는 것이므로 그 판결이유의 기재 목적 역시 다른 경우와 달리 볼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심리불속행 재판이 최종심으로서 심리불속행사유의 존부만을 판단대상으로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특례법 제5조 제1항에서 그 판결이유의 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고 하여 재판의 본질에 위배된다거나 입법형성권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상고제한에 관한 외국의 여러 입법례 등에 비추어 특례법 제4조 소정의 심리불속행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재판의 성질상 이유기재를 생략할 수 있는 ‘결정’이 아닌 ‘판결’로써 상고를 기각하도록 한 것은 입법론적으로 재검토할 여지가 있음을 지적해 둔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심리불속행 재판의 판결이유를 생략하도록 규정한 특례법 제5조 제1항은 당사자에게 법원의 판단과정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없는 측면이 있기는 하나, 심리불속행제도의 여러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입법형성권을 벗어날 정도로 합리성을 상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이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
[[별지] 청구인 목록( 2011헌마399):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