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2010헌마259,281(병합) 공직선거법제60조의3제2항제1호위헌확인
청구인박○필 외 1인 (대리인 변호사 ○○○)
이 유
1. 사건개요와 심판대상
가. 사건개요
지난 해 치러진 제5회 동시지방선거에서, 청구인 박○필은 2. 19. 서울특별시 강북구의원선거(라선거구)에, 청구인 장○영은 4. 5. 대전광역시 시의회의원선거(유성구 제3선거구)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하여 선거운동을 하던 중,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제60조의3 제2항 제1호가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에서 명함을 직접 주거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주체를 예비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으로 제한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배우자가 없거나 직계존·비속이 없는 청구인들의 선거운동의 자유 및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청구인 박○필은 2010. 4. 22., 청구인 장○영은 2010. 5. 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같다) 제60조의3 제2항 제1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고,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 및 관련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제60조의3(예비후보자 등의 선거운동)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위하여 제1항 제2호에 따른 예비후보자의 명함을 직접 주거나 예비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
1. 예비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관련조항]
별지 기재와 같다.
2.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들의 선거운동을 도와 줄 사람의 수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제한하여 그들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청구인들을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있는 예비후보자에 비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여 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3. 권리보호의 이익
가. 청구인들이 예비후보자로 등록하고 출마하였던 제5회 동시지방선거의 절차가 모두 끝나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기본권침해의 상태는 이미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확인을 받는다 하더라도 청구인들의 주관적인 권리의 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나. 그런데 헌법소원은 개인의 주관적인 권리를 구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를 보장하는 기능도 겸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이 청구인들의 주관적인 권리구제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그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의 판단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도 있다( 헌재 1996. 8. 29. 95헌마108, 판례집 8-2, 167, 175-176 참조).
이 사건에서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존속하는 한 앞으로 실시될 각종의 공직선거에서 선거운동의 자유나 평등권과 같은 중요한 기본권에 대한 침해가 반복될 위험이 있어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아직까지 헌법적인 판단이 이루어진 바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인정된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입법 연혁 및 선거운동 허용 범위
(1) 명함교부의 입법 연혁
(가) 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하 ‘구 공직선거법’이라 한다)이 1998. 4. 30. 법률 제5537호로 개정되기 전까지 대통령선거를 제외한 국회의원선거 등에 있어서는 선거운동 방법으로 명함형 소형인쇄물이 허용되다가( 제66조 제1항 제2, 3호), 고비용 정치구조에 대한 개혁의 일환으로 위와 같이 구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모든 선거에 있어 선거운동을 위한 현수막과 명함형 소형인쇄물이 폐지되었다.
(나) 이후 구 공직선거법이 2002. 3. 7. 법률 제6663호로 개정되어,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문서·도화 등의 배부·게시 등을 금지하면서도 선거기간 중후보자의성명·사진·주소·전화번호·학력·경력·현직을 게재한 길이 9센티미터 너비 5센티미터 이내의 명함을 후보자가 직접 주는 경우는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함으로써 명함이 선거운동 방법으로 다시 도입되었다( 제93조 제1항).
(다) 그러다가 선거운동 기회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정치 신인에게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어느 정도 보장하고자 구 공직선거법이 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되어 예비후보자 제도가 도입되면서, 예비후보자가 할 수 있는 선거운동 방법의 하나로 명함교부를 명시하여 선거기간 전 예비후보자에 한하여 명함교부를 통한 선거운동이 허용되었다( 제60조의3 제2호).
(라) 다시 구 공직선거법을 계승한 공직선거법이 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되어, 예비후보자가 그와 함께 다니는 자 중에서 지정한 1인과 예비후보자의 배우자 혹은 예비후보자가 그의 직계존·비속 중에서 신고한 1인도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위하여 명함을 직접 줄 수 있고, 이 경우 예비후보자의 배우자는 예비후보자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제60조의3 제2항).
(마) 그리고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다 넓게 보장하기 위하여, 공직선거법이 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다시 개정되면서,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모두 예비후보자를 수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명함을 직접 주거나 명함을 주지 아니하더라도 예비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것으로 하고, 예비후보자와 함께 다니는 선거사무장·선거사무원 및 활동보조인, 예비후보자 또는 그의 배우자가 그와 함께 다니는 사람 중에서 지정한 각 1명도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도록 하여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제60조의3 제2항).
(2)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허용 범위
(가)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방법
공직선거법 제60조의3 제1항은 예비후보자가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을 ① 선거사무소 설치 및 그 선거사무소에 간판·현판 또는 현수막을 설치·게시하는 행위 ② 명함을 직접 주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 ③ 전자우편을 이용하여 문자·음성·화상 또는 동영상 기타의 정보를 전송하는 행위 ④ 선거구 안에 있는 세대수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수 이내에서 홍보물 1종을 작성 발송하는 행위 ⑤ 선거운동을 위하여 어깨띠 또는 예비후보자임을 나타내는 표지물을 착용하는 행위 ⑥ 전화를 이용하여 송·수화자 간 직접 통화하는 방식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 및 ⑦ 문자메시지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정보를 전송하는 행위로 엄격하게 한정하고 있다.
명함을 직접 주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는 위와 같이 제한된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방법 중 유일하게 유권자와 직접적인 대면을 통하여 예비후보자를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 예비후보자 등에게 허용되는 명함교부·지지호소의 범위
공직선거법 제60조의3 제1항 제2호는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방법 중 하나로 “자신의 성명·사진·전화번호·학력(정규학력과 이에 준하는 외국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력을 말한다. 이하 제4호에서 같다)·경력, 그 밖에 홍보에 필요한 사항을 게재한 길이 9센티미터 너비 5센티미터 이내의 명함을 직접 주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 다만, 지하철역구내 그 밖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다수인이 왕래하거나 집합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주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공직선거관리규칙 제26조의2 제1항 제1, 2호는 “다수인이 왕래하거나 집합하는 장소”라 함은 선박·여객자동차·열차·전동차·항공기의 안과 그 터미널 구내(지하철역 구내를 포함한다) 및 병원·종교시설·극장의 안을 말한다고 하고 있다.
후보자의 경우에도 예비후보자와 동일하게 명함의 크기, 내용 등의 제한이 적용되나 장소적 제한은 없는바, 예비후보자의 선거기간 전 명함교부의 경우에만 위와 같은 장소제한을 둔 것은 비교적 장기인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기간에 다수인이 왕래하거나 집합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명함을 대량으로 살포함으로써 예비후보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고 선거가 조기에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 할 것이다.
나. 선거운동의 자유 침해 여부
(1) 쟁점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기간 개시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의 배부·게시 등이 금지되는 문서·도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중 명함에 대하여, 예비후보자의 등록기간 중에는 일부 허용하면서도 단독으로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자를 예비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으로 한정하여, 그와 같은 행위를 할 자를 자유롭게 정하고 그를 통하여 명함을 교부하고 지지를 호소할 청구인들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2) 관련 선례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직접 판단한 바는 없지만, 선거운동 기간 여부를 막론하고 명함을 아예 교부할 수 없도록 한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헌재 2001. 8. 30. 99헌바92 등, 판례집 13-2, 174; 헌재 2001. 10. 25. 2000헌마193, 판례집 13-2, 526-527; 헌재 2002. 5. 30. 2001헌바58, 판례집 14-1, 499-500)이나, 선거운동 기간 중 후보자가 직접 명함을 주는 것만 허용하면서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기간 전까지 명함을 교부하는 행위를 일체 금지하고 이에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는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헌재 2006. 5. 25. 2005헌바15, 공보 제116호, 803; 헌재 2008. 10. 31. 2005헌바32, 판례집 20-2 상, 750) 등에서 계속하여 위 조항들이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며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3) 판단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명함은 상대방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소개하고 근황을 전하기 위하여 직접 주는 것이 통례이고,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주체를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선거의 조기과열 및 예비후보자 간의 정치·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등을 초래할 위험이 큰 점 등을 감안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포함하여 공직선거법 제60조의3 제2항은 예비후보자 외에 예비후보자와 함께 다니는 선거사무장·선거사무원 및 활동보조인, 예비후보자와 동일시 할 수 있는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예비후보자 또는 그의 배우자가 그와 함께 다니는 사람 중에서 지정한 각 1명에 한하여 이를 직접 교부하거나 예비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함의 본래의 기능에 충실한 방법으로 명함을 교부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선거의 조기과열을 예방하고 예비후보자 간의 정치·경제력 차이에 따른 기회불균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그와 같이 예비후보자와 동행하지 않고 단독으로 명함교부 또는 지지호소를 할 수 있는 자를 예비후보자와 동일시 할 수 있는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 한정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이 된다 할 것이다.
(나) 침해의 최소성
만일 예비후보자와 함께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자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선거의 조기과열 및 예비후보자 간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등 방지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고,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으로 한정하지 아니하고 숫자만을 제한하여 예비후보자가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게 한다면, 예비후보자가 기존의 현역 국회의원이거나 유력한 명망가일 경우 등 예비후보자들 사이에서 영입능력에 차이가 있는 때에는 기회불균등이 심화되어 정치신인의 참여와 홍보의 기회를 확대하려 한 예비후보자 제도의 취지에 오히려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게 되어, 모두 적절한 대체수단이 된다고 하기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보다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덜 제한하는 합리적 방안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앞서 본 관련 선례들에서 문제된 법률조항과 비교할 때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대폭 확대한 것이므로, 어느 모로 보나 피해최소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다)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 자체가 금지되는 것도 아니고, 예비후보자와 독자적으로 이를 행할 주체가 일정한 범위로 제한되는 것일 뿐이며,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방법 외에도 예비후보자는 자신을 알리기 위하여 선거권자의 컴퓨터에 자신의 정보와 홍보내용이 담긴 문자·음성·화상 또는 동영상을 전송할 수 있고, 홍보물을 선거구 안의 100분의 10세대까지 지정하여 발송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예비후보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받아 자신의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홍보를 충분히 하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이 어느 정도 있다 하더라도, 선거의 조기과열을 예방하고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공익보다 더 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법익균형성의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
(라) 소결론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다. 평등권 침해 여부
(1) 심사 기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예비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 한정하여 단독으로 예비후보자의 명함을 교부하거나 예비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그 외의 자에 대하여는 이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선거운동을 도와줄만한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없는 예비후보자와 그렇지 아니한 예비후보자 사이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차별취급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있는 예비후보자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없는 예비후보자 간의 차별취급은 헌법에서 특히 차별을 금지하는 영역에 속하는 것이 아니고, 입법 형식적으로 볼 때도 모든 예비후보자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어 특정 집단의 차별을 목적으로 한 규정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선거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방법 중 하나로 독자적으로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주체를 제한하는 것이어서 이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에서의 평등심사는 입법자의 차별취급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는 완화된 기준에 의하기로 한다.
(2) 평등권 침해 여부
이 사건의 쟁점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의 유무라는 기준에 따라 예비후보자를 차별하여 취급하는 것이, 이를 정당화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결여되어 자의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선거운동의 부당한 경쟁 및 후보자들 간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이라는 폐해를 차단하고, 선거의 평온과 공정을 해하는 결과의 발생을 방지함으로써 선거의 자유와 공정의 보장을 도모하여 선거관계자를 포함한 선거구민 내지는 국민 전체의 공동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명함을 포함한 문서·도화의 배포·게시 등을 금지하고 있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다 확대하기 위하여 예비후보자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에 대하여는 예비후보자를 수행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단독으로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예비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은 예비후보자와 가장 가까운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로 선거과정에서 예비후보자와 불가분의 선거운명공동체를 형성하여 활동하기 마련으로, 공직선거법은 이러한 관계적 특수성을 반영하여,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중대한 선거범죄를 범함으로 인하여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의 당선을 무효로 하는 등( 공직선거법 제265조) 특별한 규제를 가하는 한편, 예비후보자의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할 주체를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으로 확대한다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선거운동의 부당한 경쟁 및 후보자들 간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이라는 폐해가 발생할 여지는 없다고 보아 이를 허용한 것이다.
또한 공직선거법은 선거기간 중에는 누구든지 후보자의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도록 하고 시간적·장소적으로도 전혀 제한을 하지 않는 반면, 선거기간 전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에서는 원칙적으로 예비후보자와 함께 하는 일정한 사람에게만 명함을 교부하거나 이에 수반하여 지지를 호소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다수인이 왕래하거나 집합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명함을 대량으로 살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명함이 통상 상대방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소개와 근황을 전하기 위하여 직접 주는 것이 통례라는 점을 고려하여, 선거기간 전에는 그 속성에 부합하는 한도에서만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방법의 하나로 인정함으로써 선거가 조기에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예비후보자와 함께 하지 않는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명함을 교부하거나 예비후보자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주체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도 예비후보자와 동일시 할 수 있는 관계에 있는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 한정함이 상당하고, 이는 예비후보자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예비후보자의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처벌하는 것이 사회통념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한편, 예비후보자와 동행하지 않은 경우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할 주체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으로 한정하지 아니하고 인원수만을 제한하여 예비후보자가 자유롭게 지정하도록 하거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대신하여 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정하게 하는 것은, 명함의 고유한 속성에 부합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선거의 조기과열 및 유급 선거운동원의 고용에 따른 폐해를 피하기 어렵다.
그리고 예비후보자가 현역 국회의원이거나 유력한 명망가인 경우, 예비후보자들 사이에 선거운동원을 영입하는 데 있어 정치적·경제적 능력에 차이가 나 오히려 기회불균등의 심화가 초래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과는 정치신인의 참여와 홍보기회를 확대하려는 예비후보자 제도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할 것이다.
나아가 선거운동을 도울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이 없는 경우 일정한 범위의 친족에서 이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상정할 수 있으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아닌 친족을 일반적으로 예비후보자와 동일시 할 수 있는 선거운명공동체라고 보기 어렵고, 그 범위를 확장하는 객관적인 기준의 설정 또한 마련하기 어렵다.
위와 같은 점과 아울러, 입법자는 예비후보자라면 모두 그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으로 하여금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는 일반적인 가족관계를 반영한 것으로서 입법자에게 귀책사유를 묻기가 어려운 규범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게는 독자적으로 예비후보자의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를 허용하고 그 외의 자에 대하여는 이를 제한한 것은, 선거의 조기과열을 방지하고 예비후보자간의 정치·경제력 차이에 따른 기회불균등을 차단함과 동시에 명함교부에 의한 선거운동에 있어 명함의 본래의 기능에 충실한 방법으로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것으로서, 이를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 할 것이고,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선거운동을 할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없는 예외적인 경우까지 고려하지 않았다고 하여 명백히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입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차별취급은 자의적인 것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로써 청구인들의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6.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리적 근거 없이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없는 청구인들을 불리하게 대우함으로써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힌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차별취급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대상과 차별취급의 효과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명함이라는 것이 일상적으로는 상대방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소개하고 근황을 전하기 위하여 직접 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율하고 있는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예비후보자가 자신에 대한 정보와 다가오는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가장 간명하면서도 정확하게 알리는 선거운동방법으로서 훨씬 의미가 있는 것이고,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지극히 제한된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방법 중에서도 유권자와의 직접적 대면을 통하여 후보자를 소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서 그 중요성이 배가되는 것이다.
더욱이,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기간은 짧게는 선거기간개시일 전 60일(군의 지역구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 길게는 선거일 전 240일(대통령선거)부터 선거기간 전일까지이고, 청구인들과 같이 지역구 시·도의회의원선거, 자치구·시의 지역구의회의원선거의 경우는 선거기간개시일 전 90일부터 선거기간 전일까지로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을 포함한 공직선거법 제60조의3 제2항에 의하면, 예비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예비후보자와 함께 다니는 선거사무장·선거사무원 및 활동보조인, 예비후보자 또는 그의 배우자가 그와 함께 다니는 사람 중에서 지정한 각 1명은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위하여 예비후보자의 명함을 직접 주거나 예비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예비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제외하면 모두 예비후보자 혹은 배우자를 수행한 상태에서만 명함교부·지지호소를 할 수 있고, 단독으로 이를 행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짧지 않은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유권자와 직접적 대면을 통하여 후보자를 소개할 수 있는 유일한 선거운동방법인 명함교부·지지호소 행위를 예비후보자를 수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주체에 대하여 규율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미에다가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도록 규정한 헌법 제116조 제1항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선거운동의 과열방지 및 공정성 유지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예비후보자의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사람을 일정한 범위로 제한한다 하더라도, 그 기준은 모든 예비후보자가 추상적으로나마 상황을 지배할 가능성이 있어 균등하게 기회가 보장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어야만 최소한의 합리성을 가진다 할 것이다.
그런데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도와줄 만한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의 유무’라는 기준은 형식적으로는 모든 예비후보자에게 중립적으로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기간이라는 시점에서 예비후보자의 혼인 여부, 직계존·비속의 생존이나 활동가능성, 거주지역 등 예비후보자의 능력이나 선택과는 무관한 지극히 개인적이며 우연적인 사정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고, 이는 예비후보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도 없는 사유로서,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할 선거운동 주체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으로서는 결코 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예비후보자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은 예비후보자와 동일시할 수 있는 사람들로 예비후보자와 선거운명공동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고 하나, 선거에 있어서 예비후보자와 동일시할 수 있는 자란 그와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면서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도와주고자 하는 사람이라 할 것이고, 예비후보자와 가까운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적으로 선거운명공동체를 이룬다거나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없다. 이러한 생각은 그 자체로 가부장적·수직적인 전근대적 가족개념에 기초한 것으로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를 지향하는 현대사회에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직자를 선출하고자 하는 선거과정에 적용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외에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원을 별도로 두도록 하는 것은 선거의 조기과열이나 예비후보자의 정치력·경제력에 따른 불균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선거운동을 도와줄 만한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의 평균적 인원 혹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제한하여 규정한다면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무제한적으로 명함교부·지지호소를 허용하는 것보다 더 선거의 조기과열을 가져온다고 할 수 없으며, 예비후보자의 정치력에 따른 불균등이란 민주정치의 발전을 위하여 규제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없고, 경제력에 따른 불균등은 선거운동원 고용에 따른 비용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해결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예비후보자와 친족관계에 있지 않더라도 자신과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는 후보자에 대해서라면 얼마든지 대가를 받지 않고 명함을 교부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에 동참할 생각을 가진 민주시민의 능동성에 기대어 볼 수도 있으며,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의 경우에도 현실적으로 이들이 지속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예비후보자나 그 가족들의 경제력에 많은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어 경제력에 따른 불평등의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가사 선거의 조기과열 및 경제력에 따른 불균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 그 주체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입법자로서는 적어도 선거운동을 도와줄 만한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없는 예비후보자에게 이들을 대신하여 명함교부를 할 수 있는 자를 지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렇지 아니한 예비후보자와 어느 정도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였어야 한다.
이와 같이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없는 예비후보자를 위하여 대체적인 선거운동 방법을 전혀 마련해주지 않은 채,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유무라는 우연적인 사정에 근거하여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없는 예비후보자 집단을 불리하게 취급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의 실질적 자유와 공정의 확보라는 입법목적에 비추어보더라도 합리성을 벗어난 것으로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재판관 이강국(재판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박한철 이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