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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일정한 범죄행위를 할 경우 그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구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2000. 1. 28. 법률 제6233호로 개정되고, 2009. 4. 22. 법률 제962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50조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책임주의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법인은 기관을 통하여 행위를 하므로 법인이 대표자를 선임한 이상 그의 행위로 인한 법률효과는 법인에게 귀속되어야 하고, 법인 대표자의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법인 자신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바, 법인 대표자의 법규위반행위에 대한 법인의 책임은 법인 자신의 법규위반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인의 직접책임으로서, 대표자의 고의에 의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법인 자신의 고의에 의한 책임을, 대표자의 과실에 의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법인 자신의 과실에 의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표자의 책임을 요건으로 하여 법인을 처벌하므로 책임주의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재판관 이공현의 별개의견 법인의 경영방침이나 주요의사를 결정하거나 그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기관은 대외적으로 법인의 의사를 표명하고 대내적으로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이므로, 그의 행위는 법인의 행위로 볼 수 있어 그가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한 범법행위에 대하여 법인에게 형사책임을 귀속시키더라도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조대현의 별개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법행위를 한 경우 그 법인도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법인이 그 대표자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대표자의 업무상 위법행위를 막지 못한 경우에 처벌하는 것이므로 책임주의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인 대표자의 일정한 범죄행위가 있으면 법인이 그와 같은 대표자의 범죄에 대해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를 전혀 묻지 않고 곧바로 법인에게 대표자와 같은 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무조건 다른 사람의 범죄행위를 이유로 처벌하는 것으로서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

참조조문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2000. 1. 28. 법률 제6233호로 개정되고, 2009. 4. 22. 법률 제962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50조 중 ‘법인의 대표자가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46조 제1항 제1호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동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

참조판례

헌재 2010. 7. 29. 2010헌가25등, 공보 166, 1343

사건
2010헌가61 구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제50조위헌제청
제청법원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제청신청인
주식회사 ○○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이민종)
판결선고
2010. 09. 30.

주 문

구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2000. 1. 28. 법률 제6233호로 개정되고, 2009. 4. 22. 법률 제962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50조 중 ‘법인의 대표자가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46조 제1항 제1호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동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및 심판대상 가. 사건개요 (1) 당해 사건의 피고인인 제청신청인은 ‘대표이사인 류○욱이 그 업무에 관하여 2003. 1.경부터 2009. 6. 5.경까지 사이에 안산시 상록구 ○○테크노파크 5층에 있는 제청신청인의 사무실에서, 정당한 권한 없이 피해자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가 창작한 ‘OneNote 2003’ 1개 등 총 27개의 프로그램을 복제하고, 업무상 이를 사용함으로써 위 피해자 등의 프로그램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약식명령이 고지되자(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09고약19262)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09고정2649). (2) 제청신청인은 그 소송 계속중 법원에 구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제50조 중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46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에 대하여도 동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대상 제청법원은 구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제50조 중 개인 관련 부분을 제외한 법인 관련 부분 전체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으나, 당해 사건은 법인의 대표자가 같은 법 제46조 제1항 제1호의 위반행위를 한 사안이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제50조 중 ‘법인의 대표자’가 ‘ 제46조 제1항 제1호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 관한 부분으로 한정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2000. 1. 28. 법률 제6233호로 개정되고, 2009. 4. 22. 법률 제962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50조 중 ‘법인의 대표자가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46조 제1항 제1호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동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아래 밑줄 친 부분)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2000. 1. 28. 법률 제6233호로 개정되고, 2009. 4. 22. 법률 제962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50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 종업원 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46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 에 대하여도 동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관련조항] 구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2006. 10. 4. 법률 제80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6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1. 제29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자 구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2009. 4. 22. 법률 제962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46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1. 제29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자 제29조(프로그램저작권 침해행위 등) ① 누구든지 정당한 권원 없이 다른 사람의 프로그램저작권을 복제·개작·번역·배포·발행 및 전송의 방법으로 침해하거나 다른 사람의 프로그램배타적발행권 등을 복제·배포 및 전송의 방법으로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 이유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한 경우 그와 같은 대표자의 범죄행위에 대해 영업주인 법인이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 여부와는 전혀 관계없이 대표자의 범죄행위가 있으면 곧바로 영업주인 법인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 3. 판 단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일정한 위반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그 종업원 등을 고용한 영업주인 법인에게도 종업원 등에 대한 처벌조항에 규정된 벌금형을 과하도록 하고 있는 법인의 종업원 등 관련 양벌규정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인의 대표자가 일정한 위반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영업주인 법인에게도 대표자에 대한 처벌조항에 규정된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인의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가 인정되면 곧바로 영업주인 그 법인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양벌규정은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어서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의 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지만, 법인의 대표자의 위반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영업주인 그 법인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양벌규정을 이와 같이 볼 수는 없다. 법인의 대표자의 행위와 종업원 등의 행위는 달리 보아야 한다. 법인의 행위는 법인을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른 행위에 의하여 실현되므로,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 및 행위에 따라 법인의 책임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 즉, 법인은 기관을 통하여 행위를 하므로 법인이 대표자를 선임한 이상 그의 행위로 인한 법률효과는 법인에게 귀속되어야 하고, 법인 대표자의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법인 자신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당해 사건에서도, 법인은 직접 정당한 권원 없이 복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프로그램저작권을 침해하는 범행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대표자의 행위를 매개로 하여서만 범행을 실현할 수 있으므로, 대표자의 행위를 곧 법인의 행위로 보고 법인을 처벌하는 것이다. 더욱이 더 이상의 감독기관이 없는 대표자의 행위에 대하여 누군가의 감독상 과실을 인정할 수도 없고, 달리 대표자의 책임과 분리된 법인만의 책임을 상정하기도 어렵다. 결국, 법인 대표자의 법규위반행위에 대한 법인의 책임은, 법인 자신의 법규위반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인의 직접책임으로서, 대표자의 고의에 의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법인 자신의 고의에 의한 책임을, 대표자의 과실에 의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법인 자신의 과실에 의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표자의 책임을 요건으로 하여 법인을 처벌하므로 책임주의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이공현의 별개의견,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조대현의 별개의견 및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이공현의 별개의견 법인의 경영방침이나 주요의사를 결정하거나 그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기관(또한 위와 같은 지위에 있는 종업원 혹은 그와 같은 지위에 있는 자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인도 마찬가지이다. 헌재 2009. 7. 30. 2008헌가14 결정 중 재판관 이공현의 별개 위헌의견 참조)은 대외적으로 법인의 의사를 표명하고 대내적으로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이므로, 그의 행위는 법인의 행위로 볼 수 있어 그가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한 범법행위에 대하여 법인에게 형사책임을 귀속시키더라도 책임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6. 재판관 조대현의 별개의견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자신의 행동을 규율하고 책임지는 자율적 활동주체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 존엄과 가치를 가지는 자율적 활동주체로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질 뿐 타인의 행위로 인하여 처벌받지 않으며, 자기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하여 처벌받지 아니한다(책임주의의 원칙). 법인도 그 대표자·대리인·사용인·종업원〈임원·직원〉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주체성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것이고 법인도 법질서를 준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법인도 자율적 활동주체로서 법인의 업무활동에 대하여 책임주의의 원칙에 따라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법인은 다수인의 능력을 조직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그 활동 영역과 규모와 영향력이 개인 활동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고, 그로 인하여 현대사회에서 법인의 활동영역이 모든 영역에 걸쳐 확산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법인의 업무에 관한 위법행위도 빈발하게 되고, 그 피해 규모가 크기 때문에 법인을 처벌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법인의 업무에 관한 위법행위가 법인의 업무지침에 기한 것이면 법인 자체를 위법행위자로 보아 처벌할 필요가 있고, 임원·직원에 대한 감독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에도 그에 상응한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임원·직원의 위법행위에 관하여 그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것은 임원·직원의 업무상 활동을 법인의 행위로 볼 수 있거나 법인에게 임원·직원을 지휘·감독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는 것이고, 법인의 임원·직원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은 임원·직원이 법인의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에만 인정되는 것이므로, 법인의 임원·직원이 법인의 업무와 무관하게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 위법행위에 관하여 법인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법인의 임원·직원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법인이 임원·직원의 행위를 이용하여 위법행위를 하였거나 임원·직원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업무상 위법행위를 막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임원·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법인을 함께 처벌하더라도 책임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법인의 임원·직원이 법인의 업무와 무관하게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법인에게 임원·직원에 대한 지휘·감독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경우에도 법인을 임원·직원과 함께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 그 법인도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인이 그 대표자의 업무에 관한 지휘·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대표자의 업무상 위법행위를 막지 못한 경우에 처벌하는 것이므로 책임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7.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반대의견 가. 법인과 개인의 구별 우리 법상 법인에는 사단법인·재단법인과 같은 민사상 법인, 회사와 같은 상법상 법인 및 특별법상 법인 등이 있는바, 우리 법체계는 법인과 개인을 엄격히 분리하여 규정하고 있다. 즉, 법인은 인적 구성원과 물적 구성분자를 가지고 구성원인 개인의 의사와는 독립된 일정한 방침과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명의로 사회적 기능을 하는 존재이므로, 특정 개인의 의사와 행위가 아닌 법인 고유의 독자적인 의사결정과정과 행위방식에 의하여 법인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예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법인의 책임은 형사상은 물론 민사상으로도 그 구성원인 개인의 책임과 엄격히 구별되어 판단되고 있다. 나. 책임주의원칙 위반 여부 법인의 대표자가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한 때 그 대표자를 처벌하는 이외에 당해 법인에 대하여도 동등한 벌금형을 과하는 양벌규정은, 법인이 범죄능력을 가지는지의 문제와는 별도로, 법인의 반사회적 법익침해 활동에 대처하기 위하여 정책적 필요에 따라 법인의 수형능력을 인정한 입법조치이다. 이처럼 입법자가 법인에 대하여 양벌규정이라는 입법수단을 선택하였고 그 법률효과가 형벌인 이상, 그 경우에도 형벌에 관한 헌법상 기본원리, 즉 죄형법정주의상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이 점에서 민법 제35조 제1항이 법인 대표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법인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과 구별된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인 대표자의 일정한 범죄행위가 있으면 법인이 그와 같은 대표자의 범죄에 대해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를 전혀 묻지 않고 곧바로 법인에게 대표자와 같은 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대표자의 범죄행위에 대한 법인의 가담 여부나 대표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 여부를 묻지 않고, 달리 법인이 면책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다수의견은, 법인의 행위는 법인을 대표하는 자연인의 의사와 행위에 의하여 실현되므로, 자연인의 의사 및 행위에 따라 법인의 책임 유무를 판단할 수 있고, 따라서 대표자의 고의에 의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법인 자신의 고의에 의한 책임을, 대표자의 과실에 의한 위반행위는 법인 자신의 과실에 의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법인과 개인을 준별하는 우리 법체계에 반할 뿐 아니라 법인의 독자적인 의사결정과정 및 행위방식을 외면하고 있다. 즉, 법률은 법인의 형태에 따라 독자적인 의사결정구조와 행위방식을 규정하고 있으므로{예를 들어, 주식회사의 경우, 이사회의 결의로 대표이사를 선정하지만( 상법 제389조 제1항) 이사회는 주요한 업무집행을 결의하고, 대표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하며( 제393조 제1항, 제3항), 감사는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사하는 등( 제412조 제1항) 대표이사가 독자적으로 회사의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승인이 있는 때에 한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를 할 수 있는 등( 제398조) 대표이사 개인의 행위가 당연히 회사의 행위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자의 의사와 행위를 일률적으로 당해 법인의 의사와 행위라고 보는 것은 대표자의 ‘자연인으로서의 지위’와 ‘법인의 기관으로서의 지위’를 혼동함으로써, 법인의 법적 독자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때 “대표자”에는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당해 법인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면서 사실상 대표하고 있는 자도 포함되는바( 대법원 1997. 6. 13. 선고 96도1703 판결), 이러한 대표자가 오로지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률상 요구되는 법인의 의사결정과정과 행위방식을 무시한 채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까지도 대표자의 행위를 법인의 행위와 동일시한다면 이는 오히려 피해자인 법인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부당한 결과를 낳게 된다(이러한 부당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인에게 대표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있는지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구나 다수의견과 같이, 대표자 개인의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법인 자신의 고의에 의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고의 범죄에 대한 법인의 범죄능력을 당연히 인정하는 것이 된다. 결국 법인 대표자의 일정한 범죄행위가 있으면 법인 자신이 그와 같은 대표자의 범죄에 대해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를 전혀 묻지 않고 곧바로 법인을 대표자 본인과 동등하게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무조건 다른 사람의 범죄행위를 이유로 처벌하는 것으로서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에 반하는 것이다(현실적으로 법인이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에 대하여 보다 “법인의 대표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지만, 그러한 이유만으로 “법인의 대표자”의 범죄행위가 당연히 법인의 범죄행위로 간주되어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