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2009헌바95 공직선거법제9조제2항위헌소원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2007. 12. 19. 실시 예정인 제17대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2007. 6. 22.경부터 2007. 9. 23.경까지 대통령선거 입후보 예정자인 박근혜가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의 ‘네티즌 정치 갤러리’에 대통령선거 입후보 예정자인 이명박을 반대하거나 박근혜를 지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사진과 글을 게시하여 공직선거법 제255조 제2항 제5호, 제93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청구인은 1심 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2008고합33)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08노1185)을 거쳐 상고심( 대법원 2008도11434) 계속중, 2008. 12.경 ‘검사 또는 국가경찰공무원 등은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하여 신속·공정하게 단속·수사를 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9조 제2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09. 2. 12. 기각되자( 대법원 2008초기447), 2009. 3. 3. 국선대리인선임 신청을 하고( 헌재 2009헌사104) 선임된 국선대리인을 통하여 2009. 5. 15. 위 법률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공직선거법(2006. 2. 21. 법률 제7849호로 개정된 것) 제9조 제2항의 위헌 여부이다.
심판대상 및 관련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 법률조항]
공직선거법(2006. 2. 21. 법률 제7849호로 개정된 것)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
② 검사(군검찰관을 포함한다) 또는 국가경찰공무원(검찰수사관 및 군사법경찰관리를 포함한다)은 이 법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신속·공정하게 단속·수사를 하여야 한다.
[관련 법률조항]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 ①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를 포함한다)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검찰청법 제4조(검사의 직무) ①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 각 호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
1.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2.범죄수사에 관한 사법경찰관리 지휘·감독
②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형사소송법 제195조(검사의 수사)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
제196조(사법경찰관리) ①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여야 한다.
② 경사, 순경은 사법경찰리로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지휘를 받아 수사의 보조를 하여야 한다.
제246조(국가소추주의)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직무의 범위) 경찰관은 다음 각 호의 직무를 행한다.
1.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2. 청구이유 및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가. 청구이유의 요지
선거는 정권을 획득하고자 하는 정당 및 선거에서 당선되고자 하는 후보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바, 헌법 제114조는 선거 상황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선거관리에서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독립된 기관으로서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라고 한다)를 따로 두고 있다.
이러한 헌법 규정의 취지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선관위가 먼저 단속·조사할 권한을 행사하고, 행정부 소속 공무원으로서 수사의 공정성에 의심받기 쉬운 검사 및 국가경찰공무원 등 일반 수사기관은 선관위의 사전 조사 후 고발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추가 수사하여 기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런데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검사 및 국가경찰공무원 등이 선관위의 사전 조사 없이 독자적으로 공직선거법 위반행위를 단속·수사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선거관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별도의 독립기관인 선관위를 둔 헌법 규정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의 요지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신속·공정한 단속·수사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검사가 선관위의 조사 및 수사의뢰·고발을 거치지 아니한 사안에 대해 수사와 기소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공정한 선거관리가 훼손된다거나 관권선거가 초래될 우려가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이 행사된 결과로서 그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아무런 이유나 근거가 없다.
3.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청구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외형상 특정 법률조항을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그 위헌성에 관하여, ‘선관위를 둔 헌법 규정에 비추어 볼 때, 공직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하여는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 선관위가 먼저 조사하고, 행정부 소속이어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기 쉬운 검사나 국가경찰공무원 등 일반 수사기관은 선관위의 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받은 뒤에야 비로소 수사나 공소제기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청구인의 주장은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공직선거법위반죄에 대한 수사나 공소제기에 관하여 위와 같이 특별 입법을 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가 위헌이라는 취지이다.
나. 넓은 의미의 입법부작위에는, 입법자가 헌법상 입법의무가 있는 어떤 사항에 관하여 전혀 입법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입법행위의 흠결이 있는 경우(입법권의 불행사)와 입법자가 어떤 사항에 관하여 입법은 하였으나 그 입법의 내용·범위·절차 등이 당해 사항을 불완전, 불충분 또는 불공정하게 규율함으로써 입법행위에 결함이 있는 경우(즉, 결함이 있는 입법권의 행사)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전자를 진정입법부작위, 후자를 부진정입법부작위라고 부르고 있다( 헌재 1996. 10. 31. 94헌마108, 판례집 8-2, 480, 489 참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은 ‘법률’의 위헌성을 적극적으로 다투는 제도이므로 ‘법률의 부존재’ 즉, 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은 그 자체로 허용되지 아니하고( 헌재 2000. 1. 27. 98헌바12, 공보 42, 136, 140), 다만 법률이 불완전·불충분하게 규정되었음을 근거로 법률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취지로 이해될 경우에는 그 법률이 당해 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것을 요건으로 허용될 수 있다( 헌재 2004. 1. 29. 2002헌바36등, 판례집 16-1, 87, 95-96 참조).
따라서 청구인의 주장을 살펴볼 때 이 사건 심판청구가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청구라고 본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그 자체로 부적법할 것이고, 부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청구라고 본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것을 요건으로 허용될 수 있을 것이다( 헌재 2008. 10. 30. 2006헌바80, 판례집 20-2상, 806, 821-822 참조).
다.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형사소송법 제195조, 제196조, 제246조 등에 의하면, 검사나 국가경찰공무원은 공직선거법위반죄를 포함한 범죄 일반에 대하여 수사할 권한과 책무가 있고, 검사는 그 결과에 따라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수사 등의 권한에 관한 근거 규정이 따로 있음에도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검사(군검찰관을 포함한다) 또는 국가경찰공무원(검찰수사관 및 군사법경찰관리를 포함한다)은 이 법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신속·공정하게 단속·수사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 것은 검사 또는 국가경찰공무원 등이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수사의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특히 신속·공정하게 하여야 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다.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수사 권한에 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청구인이 주장하는 입법부작위의 내용은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에 관하여는 검사 또는 국가경찰공무원 등의 범죄수사 등에 관한 권한을 선관위의 선행 조사를 거친 뒤 선관위의 고발 등이 있을 경우로 제한하는 취지의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것은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수사 권한의 배분에 관한 문제이다.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단지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수사를 신속·공정히 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뿐이므로, 청구인이 주장하는 입법사항은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규율하고자 하는 대상과 무관하다.
따라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입법부작위는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불완전·불충분한 입법부작위’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수사 권한에 관한 특별 규정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취지로서 ‘진정입법부작위’에 관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라.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외형상 특정 법률조항을 심판대상으로 삼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제기하였으나 실질적으로 특정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법률의 부존재를 다투는 것이므로 그 자체로 부적법하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