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애국지사로 등록되어 예우를 받기 위해서는 독립운동을 한 사실 외에 그 공로로 건국훈장·건국포장 또는 대통령 표창을 받을 것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독립유공자법(2008. 3. 28. 법률 제9083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2호 후단 부분(이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의 사회보장수급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전몰군경 등 상훈 수여를 등록 요건으로 하지 않는 국가유공자와 비교하여 독립유공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함으로써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 독립운동은 오래된 과거의 사실로서 객관적인 사실확인에 어려움이 있고 그 객관적 행위사실에 대한 가치판단이 불가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독립운동에 참가했던 사람 중 사실인정과 가치판단을 거쳐 공로에 따라 상훈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만 애국지사로 등록하게 하는 것에 합리성이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독립유공자 선정에 있어서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나 최소한의 합리적 내용마저 보장하지 아니하였다거나 현저히 자의적으로 행함으로써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의 사회보장수급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전몰군경 등 국가유공자는 직무수행 중 사망 또는 상이라는 객관적 희생에 대한 평가가 중요판단 기준인 반면, 애국지사는 독립운동이라는 공헌에 대한 평가가 중요판단 기준인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전몰군경 등 국가유공자의 경우와 달리 독립유공자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상훈 수여를 요건으로 한 것이 합리성을 결여한 자의적 차별이라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08. 3. 28. 법률 제9083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2호 후단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청구인의 부친인 망 추○경이 일제강점기에 야학교를 설립하고 교사로 근무하면서 민족의식을 고취하였고, 청년회 등에 소속되어 활동하였다는 이유로 복역하는 등 일제 치하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한 공적이 있다면서 망 추○경을 독립유공자로 등록하여 줄 것을 국가보훈처에 신청하였다.
(2) 국가보훈처장은 위 신청에 따라 망인을 2008년도 광복절 계기 독립유공자공적심사에 부의한 결과 독립유공자서훈공적심사위원회는 망인의 위와 같은 활동 이후 면사무소 재직 논란 등 그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포상추천을 할 수 없다고 심의·의결하였고, 국가보훈처는 그 결과를 2008. 8. 5. 청구인에게 ‘독립유공자 공적심사결과 안내’로 통지하였다.
(3) 그러자 청구인은, 망인의 위 면사무소 재직경력은 청구인이 독립유공자 등록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오해하고 허위로 기재한 것이어서 이것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이루어진 국가보훈처장의 위 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며 2008. 9. 3. 서울행정법원에 독립유공자유족등록 및 포상신청거부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4) 또한 청구인은, 위 소송 계속 중 위 처분의 근거규정인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호가 독립운동을 한 사실 외에 건국훈장 등의 수여를 독립유공자등록 요건으로 정하고 있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2008아3431)을 하였으나 2009. 5. 15. 기각되자, 2009. 6. 4.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 심판대상의 확정
먼저, 청구인은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호 전체에 대하여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고 있으나 청구인은 위 제2호 중 상훈수여를 독립유공자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후단 부분만을 문제 삼고 있을 뿐 전단 부분에 대하여는 위헌 주장을 전혀 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함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08. 3. 28. 법률 제9083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2호 후단 부분」(이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고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심판대상조항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08. 3. 28. 법률 제9083호로 개정된 것) 제4조(적용대상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독립유공자, 그 유족 또는 가족은 이 법에 따른 예우를 받는다.
2.애국지사 :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하여 일제에 항거한 사실이 있는 자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건국포장 또는 대통령 표창을 받은 자
(3) 관련조항
별지 기재와 같다.
2. 청구인의 주장,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일제의 국권침탈에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항거한 사실이 있더라도 그 공로로 건국훈장·건국포장 또는 대통령 표창(이하 ‘건국훈장 등’이라고 한다)을 받지 못한 자는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08. 3. 28. 법률 제9083호로 개정된 것, 이하 ‘독립유공자법’이라고 한다)상 애국지사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훈장의 수여에 관한 권리는 상훈법에 의하여 대통령의 자유재량행위에 맡겨져 있으므로, 결국 실제로는 애국지사라고 하여도 훈장 등을 수여받지 못하면 독립유공자로 등록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훈장 수여 여부를 독립유공자의 요건으로 하는 것은 청구인의 사회보장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2) 또한 독립유공자법과 입법목적 및 기본이념이 유사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유공자법’이라고 한다)은 전몰군경, 전상군경, 순직군경, 공상군경, 6·25참전재일학도의용군, 4·19혁명사망자, 순직공무원 등(이하 ‘전몰군경 등’이라고 한다)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되기 위해서 건국훈장 등을 수여받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는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전몰군경 등에 비하여 독립유공자를 차별하는 것으로서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제11조에 반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요지
(1) 국가유공자법 제4조는 그 대상자와 행위태양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음에 반해 독립유공자법 제4조 제2호는 건국훈장 등 부분을 제외하면 그 대상자와 행위태양을 특정하기 어렵게 규정되어 있다. 이처럼 건국훈장 등을 받은 사람만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하는 것은, 국가유공자는 그 대상자 및 행위태양을 미리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 대상자도 상대적으로 많으며 사실관계 확인이나 평가가 상대적으로 용이한데 반해, 독립유공자는 그 대상자와 행위태양이 다양하고 사실관계 확인이나 행위에 대한 평가가 그리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대상자 수도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2) 국가가 독립유공자에게 일정한 예우 및 지원을 규정하면서 그 요건에 대통령의 자유재량에 의해 결정되는 건국훈장 등 수여를 요건으로 부가하였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합리적 이유가 있는 이상,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헌법 제37조를 위반하였다거나 헌법 제11조가 규정한 평등권에 반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다. 국가보훈처장의 의견요지
(1)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한 사람 중에는 자의든 타의든 일제에 협력한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이러한 경우까지 존경과 예우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으므로 독립유공자서훈공적심사위원회는 공적과 행적에 하자가 없는 경우만 건국훈장 등의 추천을 하고 있다. 또한 국가유공자법상의 전몰군경 등의 경우에도 같은 법 제10조(품위유지의무), 제78조(보상의 정지) 내지 제79조(이 법 적용 대상으로부터의 배제)의 조항을 통해 특정사유가 발생한 경우 예우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등 유공행위 이후의 행적을 유공자 선정에 반영하고 있다.
(2) 국가유공자법 제4조(적용대상 국가유공자)에 의하면, 군경 중에서도 특정한 행위태양을 가진 자에 한정하고 있고, 부상자의 경우에도 일정 이상의 상이등급을 받은 자에 한정하고 있으며 무공수훈자와 보국수훈자의 경우에는 무공훈장을 받은 자와 보국훈장을 받은 자로 규정하여 군인 중 특별한 공훈을 세워 훈장을 받은 자에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독립유공자의 경우에만 훈장을 요건으로 하여 불합리한 차별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3) 한편 군경 및 공무원들을 심사대상으로 하는 보훈심사위원회는 상이 여부 및 그 정도 판단을 위해 의사, 법률가 등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비해, 독립유공자서훈공적심사위원회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을 필요로 하므로 역사학자 등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양 위원회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 따라서 독립유공자법에서 그 대상자를 서훈자에 한정함으로써 청구인의 사회보장을 받을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3. 판 단
가. 이 사건 규정의 개요
(1) 독립유공자법의 연혁
우리나라의 보훈제도는 1950. 4. 14. 군사원호법과 1951. 4. 12. 경찰원호법이 제정되면서 전몰군경의 유족과 상이군경에게 생활부조 등을 통하여 원호하는 법제가 탄생하였다. 그 후 1961. 11. 1. 군사원호법과 경찰원호법을 통합하여 군사원호보상법이 제정되어 전담기구로서 군사원호청을 설치하고 일제시대 조국광복을 위해 공헌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민주주의를 위해 항거한 4·19혁명 희생자에 대해서도 ‘국가유공자 및 월남귀순자 특별원호법’(1962. 4. 16. 법률 제1053호)을 제정하여 국가보훈제도의 기틀을 다져나갔다.
1984. 8. 2. 제정·공포된 ‘국가유공자예우 등에 관한 법률’은 보훈의 개념을 원호에서 보훈과 예우로 전환하고 호칭도 원호대상자에서 국가유공자로 바꾸면서 각종 시책을 추진하였다. 한편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는 종전에 국가유공자법에서 다른 국가유공자와 함께 규율되다가 독립유공자들의 꾸준한 요구에 힘입어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1994. 12. 31. 법률 제4856호)로 분리·입법되기에 이르렀다.
(2) 입법목적 및 구체적 내용
(가) 입법취지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을 계승하고,……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고 선언하였고, 제34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2항에서는 “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독립유공자를 비롯한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국가의 우선적 보호이념을 명시하고 있다( 헌재 2001. 6. 1. 98헌마216 판례집 12-1, 637-638 ; 헌재 1995. 7. 21. 93헌가14 판례집 7-2, 1, 17 참조).
이에 따라 일제로부터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하여 공헌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에게 국가가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함으로써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의 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민의 애국정신을 함양하여 민족정기를 선양함을 목적으로 독립유공자법이 제정되었는바( 제1조), 위 법은 독립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이 자손들에게 숭고한 애국정신의 귀감으로서 항구적으로 존중되고, 그 희생과 공헌의 정도에 상응하여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의 영예로운 생활이 유지·보장되도록 실질적으로 보상하는 것을 예우의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으므로( 제2조), 그 ‘보상원칙’으로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하여 독립유공자의 공헌과 희생의 정도에 따라 보상하되 그 생활정도를 고려하여 보상의 정도를 달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7조).
결국 이 법에 의한 보상은 1차적으로 독립유공자 및 그 유족에 대한 국가보은적 성격을 띠고 있고 2차적으로는 사회보장적 성격을 띤 것이라 볼 수 있다( 헌재 1997. 6. 26. 94헌마52, 판례집 9-1, 658).
(나) 독립유공자의 대상요건
독립유공자법은 순국선열 또는 애국지사에 해당하는 독립유공자, 그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하여는 독립유공자법에 따른 예우를 받도록 하고 있다. 먼저 순국선열은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하여 일제에 항거하다가 그 반대나 항거로 인하여 순국한 자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 등을 받은 자( 제4조 제1호), 애국지사는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하여 일제에 항거한 사실이 있는 자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 등을 받은 자( 독립유공자법 제4조 제2호)이다.
(다) 서훈 확정 절차
1) 일반적 절차
훈장수여에 관하여 헌법 제80조는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훈장 기타의 영전을 수여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상훈법 및 그 시행령은 훈장 및 포장의 종류와 서훈의 기준, 절차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에 의하면 서훈은 대통령의 권한으로서 서훈 여부는 대통령이 그 재량에 의하여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므로, 훈장을 수여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 권리는 없다( 헌재 2005. 6. 30. 2004헌마859, 판례집 17-1, 1021-1022).
따라서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 등 서훈 추천권자가 각 부처 공적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행정안전부에 서훈을 추천하면( 상훈법 제5조)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서훈대상자를 결정하게 된다( 제7조).
2) 독립유공자 포상절차
독립유공자 포상방법에는 정부가 공적을 발굴 조사하여 포상을 실시하는 발굴포상과 독립운동가 본인이나 그 후손 등이 정부에 공적사실을 제출하면 그 사실여부를 검증한 후 독립유공자로 포상하는 신청포상 방법이 있다. 소정의 구비서류가 접수되면 국가보훈처에서 위촉한 위원으로 구성된 독립유공자서훈공적심사위원회의 심사에 부의하여 포상 여부와 훈격을 심의하게 된다.
독립유공자서훈공적심사위원회는 생존애국지사, 독립운동사 관련 전공교수 등 50명 내외로 구성되며 제1공적심사위원회와 제2공적심사위원회로 구분되어 있다. 제1공적심사위원회는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공적심사를 위하여 독립운동분야와 계열 등을 감안하여 2개 이상의 분과위원회로 운영된다. 한편 특별한 사안에 대한 심의를 위해 합동공적심사위원회를 운영한다. 각 분과위원회는 13인 이내로 구성되고 합동공적심사위원회 위원은 30인 이내로 한다. 각 분과위원회 위원과 제2공적심사위원회 위원은 독립운동 관련 분야를 다년간 연구했거나 대학, 연구기관 등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한 사람 및 정치, 사회, 언론분야 등의 전문가 중에서 관련단체, 학회 등의 추천을 받아 매년 위촉된다. 각 분과위원회에서 서훈키로 의결한 사안과 서훈 여부 결정이 어려운 사안은 제2공적심사위원회에서 다시 심사하게 된다. 합동공적심사위원회에서는 각 분과위원회와 제2공적심사위원회의 의결 훈격이 상이한 경우 등과 같이 제2공적심사위원회에서 전체적인 의견을 모아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상정하는 사안을 심사하게 된다.
독립유공자서훈공적심사위원회에서는 심사대상의 공적사항과 독립운동에 미친 기여도 및 희생도, 독립운동 당시의 지위, 사망시까지의 행적 등 다양한 요소를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와 국가보훈처에서 발굴해낸 관련 자료 등에 근거하여 개개인에 대한 검증을 거쳐 포상여부와 훈격을 심사한다. 이렇게 심사를 거쳐 훈격이 부여된 자는 정부 포상을 위해 상훈법 제5조, 그 시행령 제12조 및 정부표창규정 제14조에 따라 행정안전부에 추천을 하여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의 재가로 서훈이 확정되어 포상이 이루어진다.
(3)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의미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독립유공자법 적용대상자 중 하나인 애국지사의 요건으로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하여 일제에 항거한 사실’이 있는 자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 등’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 법 제정 당시에는 적용대상자의 상훈과 관련하여 건국훈장을 받은 자에 한정하여 규정하였으나, 2000. 12. 30. 제3차 개정 당시 건국훈장은 물론 건국포장, 대통령 표창을 받은 자까지 그 상훈의 범위를 확대한 후 국어순화작업의 일환으로 자구의 수정만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설사 독립운동을 한 사실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 공로로 건국훈장 등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독립유공자법의 적용대상자로 등록되지 못하게 되므로 그에 따른 예우를 받을 수 없게 된다.
한편 상훈법을 보면, 대한민국훈장 및 포장은 대한민국국민이나 우방국민으로서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을 세운 자에게 수여한다고 서훈의 원칙을 천명하고( 제2조) 서훈의 기준은 서훈대상자의 공적내용, 그 공적이 국가사회에 미친 효과의 정도 및 지위 기타 사항을 참작하여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제3조) 상훈법과 그 시행령의 규정들을 살펴보아도 ‘공적이 국가사회에 미친 효과의 정도 및 지위’ 및 ‘기타사항’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이것은 입법의 불비라기보다는 서훈심사기준의 성격이 포괄적, 종합적, 비획일적임을 말하는 것으로 특히 독립유공자에 대한 공적심사는 그 심사대상이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개별적 사안마다 고려해야 할 특수한 사항이 다양하여 획일적·산술적 기준으로만 평가하기가 곤란한 특성이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헌재 1997. 4. 24. 92헌마47 판례집 9-1, 456-457 참조).
나. 독립유공자 및 그 유족의 예우에 대한 국가의 입법형성의 범위 및 한계
(1)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자유재량행위인 훈장 등의 수여를 독립유공자 등록의 요건으로 규정함으로써 독립운동을 한 청구인의 망부가 상훈을 수여받지 못하게 되었고, 그 결과 독립유공자로 등록되지 못하여 독립유공자로서 예우받을 사회적 기본권을 침해받았으며, 나아가 그 유족인 청구인도 독립유공자법에 따른 예우를 받을 사회적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한다.
(2) 심사기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에 대한 보상의 원칙은 일반적으로 ‘공헌’과 ‘희생’의 두 가지에 의해 설정된다. 보훈의 대상인 국가유공자에는 독립유공자뿐만 아니라 전몰군경 등 다양한 유형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보훈도 공헌도와 희생도에 따라 차별화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공헌도와 희생도에 따른 보훈의 원칙은 국가보훈기본법의 목적과 기본이념에도 잘 나타나 있다( 제1조, 제2조).
공헌도의 측면에서 독립유공자를 보면, ‘국권의 회복’이라는 공헌은 어느 유형의 국가유공에 못지 않게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국권의 수호와 회복을 위한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희생이 갖는 역사적 의의, 사회적 영향 및 후세대에 대한 교육적 효과 등에 있어서도 독립유공은 높은 가치를 갖는다.
다음으로 희생도 측면에서 보면, 다른 국가유공자들 대부분이 군인 혹은 공직의 신분을 가진 자로서 국가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희생된 의무적 희생이라고 한다면, 독립유공자는 신분적 의무도 없이 국권수호를 위해 공헌한 자발적 희생이므로, 그 희생도에 있어서도 다른 국가유공자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할 것이다. 희생이 이루어질 당시의 상황적 배경이 1910년 소위 한일합방 이전부터로서 국권상실로 인하여 국가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시기였던 점을 고려해 보면, 독립유공자에 대한 보훈은 다른 국가유공자와 비교하여 적어도 같은 수준으로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
이처럼 국가는 일제로부터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하여 공헌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하여 응분의 예우를 해 주어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닌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다만 그러한 의무는 국가가 독립유공자의 인정절차를 합리적으로 마련하고 독립유공자에 대한 기본적 예우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뜻할 뿐이며, 당사자가 주장하는 특정인을 반드시 독립유공자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을 뜻할 수는 없다( 헌재 2005. 6. 30. 2004헌마859, 판례집 17-1, 1016, 1020 참조). 즉, 독립유공자의 구체적 인정절차는 입법자가 헌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 한 입법재량을 가지는 영역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헌법이 국가에게 위와 같은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이상 만일 국가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위 헌법규정들에 의하여 도출되는 독립유공자 및 그 유족의 사회보장수급권은 소권(訴權)으로서 작용한다고 볼 것이다. 즉, 위 사회보장수급권은 사회적 기본권의 하나로서 헌법 규정만으로는 이를 실현할 수 없고 법률에 의한 형성을 필요로 하므로 입법자가 국가의 재정능력, 국민 전체의 소득 및 생활수준, 기타 여러 가지 사회적·경제적 여건 등을 종합하여 합리적인 수준에서 그 내용을 결정할 수 있지만, 그 결정이 현저히 자의적이거나, 사회적 기본권의 최소한도의 내용마저 보장하지 않으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다( 헌재 2001. 9. 27. 2000헌마342, 판례집 13-2, 422, 433 참조).
결국 국가가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예우에 있어서 최소한의 합리적인 내용도 이행하지 않거나 현저히 자의적으로 의무를 이행한다면, 그러한 국가의 작위 또는 부작위는 헌법이 보장한 사회보장수급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것이다.
(3) 판단
독립유공자법은 위와 같은 헌법적 취지에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한 예우를 정하고 있는바, 같은 법은 순국선열이나 애국지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독립운동을 한 공로로 ‘건국훈장 등을 받은 자’일 것을 요구한다( 제4조). 한편 상훈법은 훈장이나 포장의 수여는 공적심사를 거친 후 국가보훈처장 등의 서훈 추천에 따라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하고( 제5조 제1항, 제7조), 대통령 표창을 받기 위해서도 중앙행정기관의 장 등의 추천이 필요하다(정부표창규정 제14조).
앞에서 보았듯이 국가는 독립유공자를 제대로 가려내어 마땅히 그 공헌도에 상응하는 예우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나, 독립유공자의 구체적 인정절차는 입법자가 헌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 한 입법재량을 가지는 영역에 해당된다. 그런데 앞의 ‘독립유공자 포상절차’ 항목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그 구체적 인정절차는 독립유공자 선정에 있어서 나름대로 합리적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하여 일제에 항거한 사실은 오래된 과거의 사실로서 그 객관적인 사실확인도 어려울 뿐더러 일제의 국권침탈이 오랜 기간 전면적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위 기간 동안의 객관적 행위사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가치판단의 문제가 불가피하게 남게 된다. 그러므로 독립운동에 참가했던 사람들 중 사실인정과 가치판단을 거쳐 공로에 따라 상훈을 받은 자에 대해서만 순국선열 또는 애국지사로 등록하게 하는 것은 나름대로 합리성이 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독립유공자의 등록요건으로 건국훈장 등을 수여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독립유공자 선정에 있어서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나 최소한의 합리적 내용마저 보장하지 아니하였다거나 현저히 자의적으로 행함으로써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의 사회보장수급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평등권 침해 여부
(1)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과 입법목적 및 기본이념이 유사한 국가유공자법이 전몰군경 등의 국가유공자 등록요건으로 건국훈장 등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데 반하여,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독립유공자 등록요건으로 건국훈장 등을 수여받을 것을 요구하여 독립유공자를 전몰군경 등 국가유공자에 비하여 차별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 심사기준
사회보장법 분야에서 분쟁의 대상이 급부의 여부 혹은 그 정도일 때 해당 헌법규범의 실현은 국가재정 등 주변 여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구체적으로 국가가 독립유공자로서 예우할 보훈의 대상, 범위 및 내용 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국가의 경제수준, 재정능력, 전체적인 사회보장의 수준, 국민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헌법상의 사회보장·사회복지 증진의 이념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우선적 보호 이념에 명백히 어긋나는 것이 아닌 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입법정책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또한 헌법상 평등의 원칙은 국가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기본권에 관한 사항이나 제도의 개선을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국가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법적 가치의 상향적 구현을 위한 제도의 단계적인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모든 사항과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동시에 제도의 개선을 추진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제도의 개선도 허용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헌재 2006. 6. 29. 2006헌마87 판례집 18-1하, 510, 524 참조).
한편 평등권 위반여부의 심사에 있어서 엄격심사에 의할 것인지, 완화된 심사에 의할 것인지는 입법자 내지 입법의 위임을 받은 행정부에게 인정되는 형성의 자유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할 것인데( 헌재 2008. 12. 26. 2007헌마444, 판례집 20-2하 831 ; 헌재 2004. 10. 28. 2002헌마328, 판례집 16-2하, 195, 210 참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차별대상은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독립유공자 선정의 구체적 방법에 대하여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부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에 대한 평등심사는 완화된 심사기준인 자의금지원칙을 적용함이 상당하다.
자의금지원칙에 관한 심사요건은 첫째,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는지에 관한 차별취급의 존재 여부, 둘째, 이러한 차별취급이 존재한다면 이를 자의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요건과 관련하여 두 개의 비교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가의 판단은 일반적으로 관련 헌법규정과 당해 법 규정의 의미와 목적에 달려 있고, 둘째 요건과 관련하여 차별취급의 자의성은 합리적인 이유가 결여된 것을 의미하므로, 차별대우를 정당화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면 차별대우는 자의적인 것이 아니게 된다( 헌재 2003. 1. 30. 2001헌마64, 판례집 15-1, 48-49 참조).
(3) 구체적 검토
(가) 차별의 발생
독립유공자와 전몰군경 등은 국가에 대한 공헌과 희생을 근거로 예우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유사한 집단이라고 할 것인바, 전몰군경 등은 사망이나 신체장애 등을 등록요건으로 하고 있을 뿐 상훈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아니한 반면, 독립유공자법상 애국지사는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항거한 사실이 있는 자로서 그 공로로 상훈을 받을 것을 등록요건으로 하고 있으므로, 대상 선정 방법에 있어 차별이 발생한다.
(나) 차별취급의 합리성
‘전몰군경 등’ 중 전몰군경은 군인이나 경찰공무원으로서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사망한 자 및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상이를 입고 전역 또는 퇴직한 후 그 상이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자, 전상군경은 전투 또는 직무수행 중 상이를 입고 전역하거나 퇴직한 자로서 그 상이정도가 일정 상이등급에 해당하는 신체의 장애를 입은 것으로 판정된 자, 순직군경은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사망하였거나 상이를 입고 전역하거나 퇴직한 후 그 상이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자, 공상군경은 그 상이정도가 일정 등급에 해당하는 신체장애를 입은 것으로 판정된 자, 순직공무원은 공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상이를 입고 퇴직한 후 그 상이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자이다.
이처럼 전몰군경 등은 독립유공자와 구체적 유공 내용에 있어서 차이가 존재한다. 애국지사는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하여 일제에 항거한 사실이라는 ‘공헌’에 그 예우의 핵심이 있는 반면, 전몰군경 등은 직무수행 중 사망 또는 상이라는 ‘희생’에 그 예우의 핵심이 있다. 따라서 사망 또는 상이라는 보다 객관적인 희생을 평가함에 있어서는 직무로 인한 사망 또는 상이 사실, 상이정도의 객관적 평가 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또한 전몰군경 등의 경우에는 독립유공자보다 사망·상이로 인한 본인 또는 유가족의 생활의 어려움이 현재적·직접적으로 발생하므로 국가가 별도의 상훈절차 없이 객관적 사망 또는 상이정도에 따라 예우하는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
나아가 전몰군경 등에 관하여는 대상자 및 행위태양을 미리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고 사실관계 확인이나 평가가 상대적으로 용이한데 반하여, 독립유공자는 대상자와 행위 태양이 다양하고 사실관계 확인이나 평가가 그리 쉽지 아니하므로 독립유공자로 인정하기 전에 상훈 수여를 위한 일정한 심사와 평가를 거치도록 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한편 국가유공자 중 무공수훈자와 보국수훈자의 경우에는 ‘무공훈장을 받은 자’ 및 ‘보국훈장을 받은 자’로 규정하여(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1항 제7호, 제8호) 군인 중 특별한 공훈을 세워 상훈을 받은 자에 한정하고 있으므로, 독립유공자의 경우에만 상훈을 요건으로 유공자등록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위와 같은 점을 종합해 보면, 독립유공자의 등록요건으로 건국훈장 등을 수여받을 것을 요구함으로써 독립유공자를 전몰군경 등 국가유공자와 차별하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4) 소결
결국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독립유공자를 전몰군경 등 국가유공자에 비하여 자의적으로 차별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