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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가. 관세대상 물품의 부정수입예비 또는 관세포탈예비를 한 자를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한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0. 12. 29. 법률 제6305호로 개정되고, 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7항관세법 제270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그 예비를 한 자에 대하여 적용되는 부분(이하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소극) 나. 관세포탈행위에 대하여 벌금형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한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1호로 개정되고, 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6항 제4호(이하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이 관세포탈 등 예비범에 대하여 본죄에 준하여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동 조항이 특정하고 있는 관세포탈죄 등만은 그 특성과 위험성을 고려하여 이를 처벌함에 있어 조세범이나 다른 일반범죄와는 달리함으로써 건전한 사회질서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관세포탈 등의 예비나 미수가 기수에 비하여 위험성이나 법익침해 가능성이 다르다고 할 수 없고, 관세범은 행정범(재정범)으로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조직성과 전문성, 지능성, 국제성을 갖춘 영리범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 쉽게 근절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범행의 인지·범인의 체포 등이 극히 어렵고 특히 기수와 미수, 미수와 예비를 엄격하게 구별하기 어려워 이 범죄에 대하여 철저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법률의 위하적 효과로서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제고할 필요도 있으므로,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은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할 뿐 아니라 그 수단·방법에 있어서 적정하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은, 책임과 형벌 사이에 적정한 비례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하는 과잉형벌이라거나 평등원칙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이미 헌재 2008. 2. 28. 2005헌바88 사건에서 합헌 판단을 한 바 있다. 이 사건에 있어서도 위 선례와 달리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하여야 할 사정의 변경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이중처벌금지의 원칙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한다거나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자의적인 입법 또는 과잉입법이라고 할 수도 없다.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일부반대의견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은 관세포탈죄 등 주요한 관세법위반 사범의 경우 예비죄를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우리 현행 형벌체계상 예비를 기수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유일한 입법례로 보인다. 국민경제의 성장·발전과 국제화의 실현으로 경제적 후진상태에서 벗어나 수많은 국내생산제품이 외국에 수출되고 국내외의 상품가격 및 품질의 격차가 해소되었으며, 외국과의 인적·물적 교류도 빈번하여지고 있는 지금, 관세범은 조세범의 한 형태로서 다른 조세범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해악의 정도에 있어서 별다른 차이가 없게 되었으므로, 특별히 관세범의 경우에만 형벌체계의 정합성을 깨뜨려서 예비죄를 기수죄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해야 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비록 관세포탈범에 대한 규율을 함에 있어서 일반 형사범의 경우에 비하여 합목적성·기술성 및 정책성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하여 형벌을 과함에 있어서는 일반형법의 책임주의원칙을 바탕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 할 것이고, 이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이 기수죄의 법정형과 아무런 차등을 두지 않고 예비죄를 기수죄와 동일하게 처벌하게 하는 것은 명백히 책임의 정도를 초과하는 형벌을 과하는 것이다. 또한, 관세범에 대한 평가가 변화한 지금에도 관세포탈 등의 예비행위를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은 관세포탈 등의 본죄와 비교하여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일반형법 위반범 및 다른 조세범의 예비죄 처벌과 비교하여서도 관세범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대우에 해당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중 예비죄 조항은 헌법상 책임주의원칙 및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참조판례

가. 헌재 1996. 11. 28. 96헌가13, 판례집 8-2, 507, 507-525 나. 헌재 2008. 2. 28. 2005헌바88, 판례집 20-1상, 232, 232-249, 헌재 2005. 7. 21. 2003헌바98, 판례집 17-2, 34, 34-43, 헌재 2009. 3. 26. 2008헌바52, 판례집 21-1상, 434, 434-444

사건
2008헌바88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제6조제7항등위헌소원
청구인
박○성 (대리인 법무법인 ○성 담당변호사 ○○○)
판결선고
2010. 07. 29.

주 문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0. 12. 29. 법률 제6305호로 개정되고, 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7항 중 관세법 제270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그 예비를 한 자에 대하여 적용되는 부분 및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1호로 개정되고, 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6항 제4호는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수차례에 걸쳐 중국산 호두를 베트남산으로 가장하여 수입하고, 수입신고가격을 실제 매입가격보다 낮게 신고하는 등으로 부정수입, 수입금지품 수입, 원산지 허위표시, 관세포탈, 관세포탈예비, 부정수입예비, 외국환거래법위반 행위 등을 하였다.”는 내용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관세) 등의 공소사실로 구속 기소되어 부산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 및 벌금 993,668,680원을 선고받고( 2008고합44), 이에 불복하여 부산고등법원에 항소하는 한편( 2008노334)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6항 제4호, 제6조 제7항, 관세법 제271조 제2항에 대하여 동 법원에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08초기156), 2008. 7. 30. 기각되자 2008. 8. 19. 위 법률조항들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그 후 청구인은 2008. 10. 2. 위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 및 벌금 993,668,680원을 선고받고, 이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2009. 2. 26. 대법원에서 상고기각판결을 받았다(2008도9293).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0. 12. 29. 법률 제6305호로 개정되고, 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7항(이하 ‘ 구 특가법 제6조 제7항’이라고 한다) 중 관세법 제270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그 예비를 한 자에 대하여 적용되는 부분{청구인은 구 특가법 제6조 제7항 전체와 함께 구 관세법(2002. 12. 18. 법률 제6777호로 개정되고, 2010. 1. 1. 법률 제99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관세법’이라고 한다) 제271조 제2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나 당해 사건은 관세대상 물품의 관세포탈예비 또는 부정수입예비로 인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가 문제되는 경우이므로 심판의 대상을 이 부분의 위헌 여부로 한정하기로 하고, 이하 이 부분을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이라고 한다} 및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1호로 개정되고, 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6항 제4호(이하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0. 12. 29. 법률 제6305호로 개정되고, 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관세법위반행위의 가중처벌) ⑦ 관세법 제271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제1항 내지 제6항의 예에 의한 그 정범 또는 본죄에 준하여 처벌한다.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1호로 개정되고, 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관세법위반행위의 가중처벌) ⑥ 제1항 내지 제5항의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1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한다. 4. 제4항의 경우에는 포탈·감면·면탈 또는 환급받은 세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 [관련조항] 구 관세법(2010. 1. 1. 법률 제99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1조(미수범 등) ② 제268조의2· 제269조 및 제270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그 예비를 한 자 와 미수범은 본죄에 준하여 처벌한다. 관세법(2000. 12. 29. 법률 제6305호로 개정된 것) 제241조(수출·수입 또는 반송의 신고) ① 물품을 수출·수입 또는 반송하고자 하는 때에는 당해 물품의 품명·규격·수량 및 가격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세관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제270조(관세포탈죄 등) ① 제241조 제1항 및 제2항 또는 제24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수입신고를 한 자 중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한 관세액의 5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제1호의 물품원가는 전체물품 중 포탈한 세액의 전체세액에 대한 비율에 해당하는 물품만의 원가로 한다. 1. 세액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과세가격 또는 관세율 등을 허위로 신고하거나 신고하지 아니하고 수입한 자 ② 제241조 제1항 및 제2항 또는 제24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수입신고를 한 자 중 법령에 의하여 수입에 필요한 허가·승인·추천·증명 기타 조건을 구비하지 아니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구비하여 수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28조(예비, 음모) 범죄의 음모 또는 예비행위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관세법위반행위의 가중처벌) ④ 관세법 제270조 제1항 제1호· 제4항 또는 동 조 제5항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포탈·감면·면탈 또는 환급받은 세액이 2억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포탈·감면·면탈 또는 환급받은 세액이 5천만 원 이상 2억 원 미만인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 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이 사건 예비죄 조항에 대하여 범죄의 예비행위는 범죄의 실행의 착수에 이르기 전의 준비행위로서 법익침해의 위험이 적을 뿐 아니라 실행의 착수 이전에 행위자의 번의에 의하여 철회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형법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예비행위를 처벌하지 아니하고 중대한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처벌하되, 이 경우에도 예비죄의 법정형은 본죄의 법정형에 비하여 아주 가볍게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구 관세법 제271조 제2항은 관세대상 물품의 관세포탈예비 또는 부정수입예비를 한 자를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하고 있고, 구 특가법 제6조 제7항은 구 관세법 제271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를 구 특가법 제1항 내지 제6항의 예에 의한 본죄에 준하여 처벌한다고 함으로써 관세대상 물품의 관세포탈예비 또는 부정수입예비를 한 자를 본죄의 형과 동일하게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은 법정형이 그 가중의 정도가 지나쳐 행위자를 귀책사유 이상으로 과잉처벌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 (2)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에 대하여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은 수많은 양형인자 가운데 법익침해의 정도라는 불법요소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결과 포탈세액 하나만으로 법정형을 고정시켜 법관으로 하여금 나머지 양형인자를 양형에 반영할 수 없도록 하여 책임에 상응한 적절한 형벌을 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징역형 외에 위와 같은 벌금형의 필요적 병과는 포탈행위자로부터 포탈세액의 몇 배로 이득을 박탈하는 것이 되며, 과중한 벌금액의 미납으로 인한 노역장유치로 이중의 징역형을 선고받는 결과가 되어 그 제재가 너무나 가혹하다. 따라서 위와 같이 지나치게 무거운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은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 이유 (1) 이 사건 예비죄 조항에 대하여 관세포탈죄를 비롯한 관세범은 재정범으로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조직성, 전문성, 지능성, 국제성을 갖춘 영리범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범행의 인지, 범인의 체포 등이 극히 어렵고, 기수와 미수, 미수와 예비를 엄격히 구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익침해 가능성이나 위험성에 있어서도 크게 차이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이 그 입법목적 달성 및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하여 예비범을 기수범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그 수단·방법에 있어서 적정하다고 인정되고, 합리적 근거 없이 어느 특정인을 일반 국민과 차별하거나 다른 특정범죄와 차별하여 특별히 엄단하려 하는 것은 아니므로, 관세대상 물품의 관세포탈예비 및 부정수입예비 행위를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한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이 헌법 제10조, 제11조,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2)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에 대하여 관세포탈범에 대한 벌금형의 필요적 병과 여부는 원칙적으로 입법정책의 문제이고,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에 의한 벌금형의 필요적 병과는 관세포탈행위의 반사회성, 반윤리성에 터잡아 거액의 관세포탈자에 대하여 경제적인 불이익을 가하고, 처벌수위를 높임과 아울러 그가 부정하게 취한 이득을 박탈함으로써 관세징수 및 수출입통관의 적절한 관리를 확립하고 건전한 경제질서의 유지와 국가의 재정수입 확보에 기여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에서 비롯된 것인바, 법관은 정상에 따라 벌금형만의 선고유예도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위와 같이 입법자의 결단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자의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이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과 관세청장의 의견요지 대체로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 이유와 같다. 3. 판 단 가.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의 위헌 여부 (1) 책임주의원칙의 위반 여부 (가) 책임주의원칙 및 법정형의 선택에 관한 입법형성권 1)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에 내재하는 원리인 동시에 헌법 제10조의 취지로부터 도출되는 원리이고( 헌재 2009. 7. 30. 2008헌가10, 공보 154, 1395, 1397-1398 참조), 책임의 정도를 초과하는 형벌을 과할 수 없다는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은 과잉금지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7조 제2항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다. 2)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및 보호법익 그리고 범죄 예방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 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헌재 2001. 11. 29. 2001헌가16, 판례집 13-2, 570, 578-579 ; 헌재 2001. 11. 29. 2000헌바37, 판례집 13-2, 632, 637 ; 헌재 2001. 11. 29. 2001헌바4, 판례집 13-2, 678, 688 참조). 관세범은 자연범인 형사범과 달리 재정범이자 행정범의 일종으로서 관세징수의 확보와 통관질서의 유지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행정의 합목적성이 강조되는 특질을 가진다( 헌재 2008. 12. 26. 2005헌바30, 판례집 20-2하, 580, 587 참조). 그리고 관세형벌은 그 시대의 국가경제 및 수출입 정책, 국민들의 수출입에 관한 질서의식 등을 고려하여 그 시대의 경제적·사회적 상황에 맞추어 국가 재정권과 통관질서의 유지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형벌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수밖에 없는 제재이므로 그 제재의 정도는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의 범위 내에 속한다( 헌재 1998. 2. 5. 96헌바96, 판례집 10-1, 4, 12 ; 헌재 1998. 11. 26. 97헌바67, 판례집 10-2, 701, 710-711 참조). (나) 목적의 정당성 구 특가법 제6조 제7항이 관세포탈 등 예비범에 대하여 본죄에 준하여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동 조항이 특정하고 있는 관세포탈죄 등만은 그 특성과 위험성을 고려하여 이를 처벌함에 있어 조세범이나 다른 일반범죄와는 달리함으로써 건전한 사회질서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동법 제1조 참조). 이와 같은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의 입법목적은 우리나라의 경제질서에 관한 헌법 제119조 제2항(경제의 규제·조정), 제125조(무역의 규제·조정) 규정의 정신에 부합하여 정당하다고 인정된다. (다) 수단과 방법의 적정성, 필요성 및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 기수와 미수 및 예비의 법익침해 가능성 내지 위험성의 차이를 살펴보면, 관세포탈죄 및 부정수입죄는 수입신고를 한 때 실행의 착수가 있고( 대법원 1983. 8. 23. 선고 83도1496 판결 등 참조), 수입(통관)한 때 기수가 되며( 대법원 1976. 11. 23. 선고 75도363 판결 ; 대법원 1985. 4. 9. 선고 85도225 판결 등 참조), 수입품을 보세구역에 반입한 자가 반입 당시부터 관세포탈 의사를 가졌다 하더라도 보세구역에 반입한 사실만으로는 관세포탈의 미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수입물품을 보세구역 안에서 보세창고에 예치시키기 전후에 수차 면세통관시켜 줄 세관원을 물색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관세포탈의 실행의 착수에 나아간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대법원 1982. 6. 22. 선고 82도898 판결 참조)는 것이 대법원 판례인바, 수입신고 이전 단계인 예비나 수입신고 후 수입 이전 단계인 미수는 모두 명백한 범의를 가지고 진행되는 일련의 절차에 불과하므로 예비나 미수가 기수에 비하여 위험성이나 법익침해 가능성이 다르다고 할 수는 없다( 헌재 1996. 11. 28. 96헌가13, 판례집 8-2, 507, 518-519 참조). 그리고 관세범은 행정범(재정범)으로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조직성과 전문성, 지능성, 국제성을 갖춘 영리범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 쉽게 근절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범행의 인지·범인의 체포 등이 극히 어렵고 특히 기수와 미수, 미수와 예비를 엄격하게 구별하기는 어려우므로, 이 범죄에 대하여 철저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법률의 위하적 효과로서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제고할 필요도 있다. (라) 따라서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은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할 뿐 아니라 그 수단·방법에 있어서 적정하다고 인정되고, 책임과 형벌 사이에 적정한 비례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하는 과잉형벌이라고 할 수는 없다. (2)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평등원칙 위반 여부 살피건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의 입법목적과 관세범의 특징 및 관세포탈 등 예비죄의 법익침해 가능성·위험성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이 다른 범죄와 달리 관세포탈 등의 예비범에 대하여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 자의적인 입법이라거나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은 특수한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는 자에 한하여 특별히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어느 특정인에 대하여 그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며, 위와 같이 특수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특별하게 처벌하는 이유가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함에 있을 뿐, 합리적 근거 없이 어느 특정인을 일반국민과 차별하거나 다른 특정범죄와 차별하여 특별히 엄단하려 함에 있지 아니하므로( 헌재 1996. 11. 28. 96헌가13, 판례집 8-2, 507, 520 참조),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이나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지 아니한다. (3) 소결 그렇다면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은 책임주의원칙, 평등원칙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의 위헌 여부 (1)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의 입법목적과 연혁 (가) 원래 어떤 범죄를 특별법의 제정을 통하여 가중처벌하는 것은, 그 법률로 대응하고자 하는 사회현상에 큰 변화가 생겨서 일반법의 특정형으로는 처벌의 실효가 없게 되었거나, 종래에는 단순한 행정범으로 인식되던 것이 사회사정의 변화에 따라 형사범으로 인식되게 된 경우와 같이 그 범죄의 성격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었거나, 또 경우에 따라서는 선고형이 너무 낮아서 입법으로 일정 한도 이상의 양형의 선택을 제한하게 하는 등의 경우에 흔히 사용되는 법률정책이다( 헌재 1998. 5. 28. 97헌바68, 판례집 10-1, 640, 649 참조). (나)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은 관세법 제270조(관세포탈죄 등) 제1항 제1호, 제4항제5항의 죄를 범한 경우 벌금형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는 조항이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밀수행위가 날로 성행하고 그 수법이 더욱 대담, 지능화되면서 폭력을 수반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국가재정수입과 국민경제의 안정적인 발전이 저해되는 등 밀수행위가 고질적인 사회악의 하나로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관세범에 대한 가중처벌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그 결과 1966. 2. 23.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이라고 한다)이 신규 제정되면서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이 도입되었는바, ‘관세법을 위반하여 물품을 수출입하거나 관세를 포탈한 경우에는 가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면서 벌금형을 필요적으로 병과’하자는 데 그 입법목적이 있었다. (다) 특가법 제정 당시에는 포탈세액이 ‘500만 원 이상인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100만 원 이상 500만 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각 처하도록 하면서 각 ‘포탈세액의 5배 이상 10배 이하의 벌금형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규정하였으나, 그 후 국가경제규모의 확대, 물가상승, 사회적 가치관 및 국민 법감정의 변천에 따라 가중처벌의 기준이 되는 포탈세액 등 구성요건 해당금액 및 법정형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여 왔으며, 1997. 8. 22. 법률 제5341호로 특가법이 개정되면서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과 같은 내용을 갖게 되었다. 위 조항은 제정 당시부터 줄곧 제6조 제3항(벌금형의 필요적 병과 규정)에 위치하다가, 1997. 8. 22. 법률 제5341호로 제6조가 전부 개정되면서 제6조 제6항 제4호로 그 위치가 조정된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2010. 3. 31. 특가법이 전부 개정되면서도 일부 자구가 수정되었을 뿐 내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바, 포탈세액 등이 ‘2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천만 원 이상 2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함으로써( 제6조 제4항 제1호, 제2호) 포탈세액 등의 한도를 상향하고 있으며, 필요적으로 병과되는 벌금형은 ‘2배 이상 10배 이하’를 그대로 유지( 제6조 제6항 제4호)하고 있다. (2) 헌법재판소의 선례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이미 헌재 2008. 2. 28. 2005헌바88 사건(판례집 20-1상, 232)에서 합헌 판단을 한 바 있고, 그 판단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특가법 제6조 제6항 제4호는 관세포탈자에 대하여 포탈관세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을 필요적으로 병과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조세포탈범에 대한 벌금의 필요적 병과 여부는 원칙적으로 입법정책의 문제이고, 이 사건 규정의 벌금형의 필요적 병과는 조세포탈행위의 반사회성, 반윤리성에 터잡아 거액의 조세포탈자에 대하여 경제적인 불이익을 가하고, 아울러 그가 부정하게 취한 이득을 박탈함으로써 국민의 납세윤리를 확립하여 건전한 사회질서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힌 바 있다( 헌재 2005. 7. 21. 2003헌바98, 판례집 17-2, 34, 40 ; 헌재 1998. 5. 28. 97헌바68, 판례집 10-1, 640, 653 참조).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이 벌금형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관세포탈행위의 반사회성, 반윤리성에 터잡아 거액의 관세포탈자에 대하여 경제적인 불이익을 가하고, 아울러 그가 부정하게 취한 이득을 박탈함으로써 관세징수 및 수출입통관의 적절한 관리를 확립하고, 건전한 경제질서의 유지와 국가의 재정수입 확보에 기여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조세포탈자에 대한 벌금형의 필요적 병과의 경우와 달리 볼 바 아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 특가법 조항에 따른 벌금형의 필요적 병과를 두고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것이라거나 범행자를 과잉처벌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이 사건에 있어서도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의 변경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위 결정이유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유지함이 타당하다. (3) 기타 주장에 관한 판단 청구인은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은 관세포탈행위자로부터 포탈세액의 몇 배로 이득을 박탈하는 것이 되고, 과중한 벌금액의 미납으로 인하여 노역장유치를 받게 되면 이중의 징역형을 선고받는 결과가 되어 그 제재가 너무나 가혹하므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평등원칙에 반하는 과잉입법이라고 주장한다. 먼저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이 이중의 징역형을 선고받는 결과가 되어 이중처벌금지원칙에 반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보면, 이미 헌법재판소는 헌재 2005. 7. 21. 2003헌바98 사건(판례집 17-2, 34, 34-43), 헌재 2009. 3. 26. 2008헌바52 사건(판례집 21-1상, 434, 434-444) 등에서 「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이른바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 원칙은 한 번 판결이 확정되면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심판할 수 없다는 것으로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헌재 1994. 6. 30. 92헌바38, 판례집 6-1, 619, 627 참조). 그런데 이러한 이중처벌은 처벌 또는 제재가 동일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여 거듭 행해질 때 발생하는 문제로 이 사건과 같이 벌금형을 선고받는 자가 그 벌금을 납입하지 않은 때에 그 집행 방법의 변경으로 하게 되는 노역장 유치와는 관련이 없다. 벌금형에 대한 노역장 유치는 이미 형벌을 받은 사건에 대해 또 다시 형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형벌 집행 방법의 변경에 불과한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가 있고, 이러한 판단은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에 관하여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의 입법목적과 관세포탈죄의 보호법익, 죄질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이 다른 범죄와 달리 관세포탈죄 등에 대하여 벌금형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하는 것이 평등원칙,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어긋난다거나 과잉입법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청구인의 이 부분 주장도 모두 이유가 없다. (4) 소결 그렇다면 이 사건 벌금형 병과 조항은 평등원칙, 이중처벌금지의 원칙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한다거나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자의적인 입법 또는 과잉입법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중 예비죄 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이 아래 5.와 같이 위헌의견을 표시하였다. 그 밖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일부위헌의견 우리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중 예비죄 조항이 책임주의원칙과 평등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책임주의원칙의 위반 여부 (1) 책임주의원칙 및 예비행위의 예외적 처벌 (가)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서, 헌법상 법치국가 원리에 내재하는 동시에 헌법 제10조의 취지로부터 도출되는 원리이고, 책임의 정도를 초과하는 형벌을 과할 수 없다는 ‘책임과 형벌 간 비례의 원칙’은 과잉금지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7조 제2항으로부터 도출되는 중요한 원칙이다. (나) 형법상 예비행위란 특정의 범죄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준비행위로서 아직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바, 우리 형법 제28조는 ‘범죄의 음모 또는 예비행위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예비행위는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않음을 밝히고 있다. 다만 예비행위가 그 자체만으로도 범죄의 완성행위에 상당하는 실질적인 위험성을 가지고 있거나, 또는 본범이 매우 중대한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특히 형벌권의 발동을 앞당길 필요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특별한 규정을 둠으로써 비로소 처벌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이와 같이 예외적으로 예비행위를 처벌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형법은 이미 범죄 실행의 착수에 들어간 미수범에 대하여 본범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되 다만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한 것과는 달리, 예비죄의 법정형 자체를 본범과 달리하여 별도의 보다 가벼운 처벌조항을 두도록 하고 있다. (다) 이처럼 우리 형법이 예비행위를 본범과 엄격히 구별하여 다루는 것은 예비행위는 그 본범에 해당하는 경우와 형사상 책임이 동일할 수 없고, 그 죄책에 상응한 별도의 가벌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데에 근거를 둔 것으로서, 법치국가 원리에 내재하는 원리인 동시에 헌법 제10조의 취지, 헌법 제37조 제2항 등으로부터 도출되는 원리인 책임주의원칙의 형법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2) 책임과 형벌의 비례성 (가)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은 관세포탈죄 등 주요한 관세법위반 사범의 경우 예비죄를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우리 현행 형벌체계상 예비를 기수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유일한 입법례로 보인다. 이는 우리 형법이 예비죄를 기수·미수죄와 구분하여 처벌함으로써 책임주의를 구현하고 있는 것과는 명백히 배치되는 것으로, 비록 관세범의 경우에는 기수 및 미수와 예비행위의 구분이 명료하지 아니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법규정상 기수 및 미수와 예비행위의 구분을 포기할 것은 아니다. 또한, 관세범의 경우에도 예비행위는 미수행위에 앞서는 선행단계로서 아직 실행의 착수에 들어가지 아니한 상태에 불과하고, 이러한 경우 범행의사를 철회하고 실행의 착수에 나아가지 아니한다면 그에 상응한 책임의 경감 혹은 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합리적이라 할 것이며, 이 점은 조세범죄를 포함한 다른 일반 범죄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이 이제까지 유효하게 존재하여 온 것은 관세범죄에 대한 특별한 대처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던 것에 기인한다. 즉, 관세형벌은 그 시대의 국가 경제정책, 수출입정책, 국민들의 수출입에 관한 질서의식 등을 고려하고 그 시대의 경제적·사회적 상황에 맞추어 국가재정권과 통관질서의 유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적절한 형벌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바( 헌재 1998. 11. 26. 97헌바67, 판례집 10-2, 701, 710-711 참조), 이를 전제로 하여 헌법재판소가 1996. 11. 28. 96헌가13 사건에서 구 관세법(1996. 12. 30. 법률 제51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2조 제2항에 대하여 합헌 판단을 한 것은 관세율이 높고 밀수행위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였던 당시의 시대상황에 비추어 볼 때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회사정은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의 제정 당시인 1968년 무렵 또는 위 헌법재판소 결정 당시인 1996년 무렵에 비하여 크게 변화하여, 관세범의 예비행위에 대하여 특별히 엄하게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 현저히 감소되었다. 즉,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이나 경제규모 면에서 크게 성장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는 등 여건이 변화하였고,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출범과 더불어 무역자유화의 추세 속에서 우리 정부도 세계화 정책을 추진하여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어 이미 발효되거나 그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국내의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국민경제의 규모가 작았던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의 제정 당시 및 위 헌법재판소 결정 당시까지만 해도 밀수행위를 중심으로 한 관세범들을 엄히 처벌하는 것이 국내산업과 경제 보호를 위하여 절실히 요청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그 이후 국민경제의 성장·발전과 국제화의 실현으로 경제적 후진상태에서 벗어나 수많은 국내생산제품이 외국에 수출되고 국내외의 상품가격 및 품질의 격차가 해소되었으며, 외국과의 인적·물적 교류도 빈번하여지고 있는 지금, 관세범은 조세범의 한 형태로서 다른 조세범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해악의 정도에 있어서 별다른 차이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특별히 관세범의 경우에만 형벌체계의 정합성을 깨뜨려서 예비죄를 기수죄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해야 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 따라서, 비록 관세포탈범에 대한 규율을 함에 있어서 일반 형사범의 경우에 비하여 합목적성·기술성 및 정책성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하여 형벌을 과함에 있어서는 일반형법의 책임주의원칙을 바탕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 할 것이고, 이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이 기수죄의 법정형과 아무런 차등을 두지 않고 예비죄를 기수죄와 동일하게 처벌하게 하는 것은 명백히 책임의 정도를 초과하는 형벌을 과하는 것이다. 한편 이 사건 예비죄 조항과 관련하여, 2010. 1. 1. 법률 제9910호로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관세법 제271조 제3항은 “ 제268조의2, 제269조 및 제270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그 예비를 한 자는 본죄의 2분의 1을 감경하여 처벌한다.”라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는바, 이는 위와 같이 관세범의 경우에도 범죄에 대한 책임의 정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반성적 고려의 결과라 할 것이다. (3) 소결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은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된다. 나. 평등원칙 위반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관세범에 대한 평가가 변화한 지금에도 관세포탈 등의 예비행위를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은 관세포탈 등의 본죄와 비교하여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일반형법 위반범 및 다른 조세범의 예비죄 처벌과 비교하여서도 관세범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대우에 해당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예비죄 조항은 헌법상 책임주의원칙 및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