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구 문화재보호법(1995. 1. 5. 법률 제4884호로 개정되고, 1999. 1. 29. 법률 제5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 제4항 제2문은 건설공사 과정에서 매장문화재의 발굴로 인하여 문화재 훼손 위험을 야기한 사업시행자에게 원칙적으로 발굴경비를 부담시킴으로써 각종 개발행위로 인한 무분별한 문화재 발굴로부터 매장문화재를 보호하는 것이어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되고, 발굴조사비용 확대에 따른 위험은 사업계획단계나 사업자금의 조달 과정에서 기업적 판단에 의해 위험요인의 하나로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것이고, 사업시행자가 발굴조사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더 이상 사업시행에 나아가지 아니할 선택권 또한 유보되어 있으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국가 등이 발굴조사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완화규정을 두고 있어 최소침해성 원칙, 법익균형성 원칙에도 반하지 아니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나. 구 문화재보호법 제44조 제4항 제3문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항이 아니라, 시행자 비용부담원칙을 완화시켜주는 조항으로서 수혜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바, 수혜대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국가의 예산상황 및 지방자치단체별 경제수준, 개발사업에 미치는 영향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므로 이를 반드시 입법자가 법률로써만 규정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고, 구체적인 발굴조사비용 지원대상의 범위에 관하여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경우에도 그 위임조항의 내재적인 위임 범위나 한계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건설공사의 예정지에 문화재가 매장된 경우에 문화재의 보존상 필요를 이유로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발굴허가를 해주지 않고 국가가 직접 또는 대행자를 시켜 발굴하는 경우에도 그 발굴비용을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부담시키는 규정으로서,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발굴허가를 해주지 않고 국가가 직접 또는 대행자를 시켜 발굴하는 것은 국가의 문화재 보존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헌법상 허용된다고 할 것이나, 그 발굴비용을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부당한 재산상 부담을 지워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구 문화재보호법(1995. 1. 5. 법률 제4884호로 개정되고, 1999. 1. 29. 법률 제5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 제4항 제2문, 제3문 중 ‘ 제44조 제1항 제2호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1994. 4. 19.경 문화체육부장관으로부터 경주 보문단지에서의 경주 경마장 설치계획을 승인받고 1994. 6. 8.경 경주시장에게 경마장 예정부지인 경주시 손곡동 및 천북면 일대의 문화재 매장 가능 여부에 대하여 확인을 요청하여 1994. 6. 11.경 경주시장으로부터 경마장 예정부지에는 신라 요지(窯址)가 소재하지 않아 경마장 건설사업에 지장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으며, 이에 같은 달 16.경 문화체육부장관에게 경주 경마장 건설사업 시행허가신청을 하여 같은 달 28.경 문화체육부장관으로부터 ‘경마장 건설 도중 매장문화재 발견시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문화재 보호조치 철저 시행’을 유의사항으로 하여 경주 경마장 건설사업 시행허가를 받았다.
(2) 문화재관리국장은 1994. 12. 22.경 청구인에게 위 경마장 예정부지 중 ‘유적의 중심연대가 5세기 말에서 6세기 초인 고분군 7개소, 토기 가마터 2개소, 유물 산포지 1개소 등 10개 지역군(건설부지의 약 30% 지역)에 유적이 분포한다.’는 내용의 지표조사결과를 통보하면서 발굴조사를 적법절차에 따라 실시하고 발굴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요 유적 등의 보존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청하였다.
(3) 문화체육부장관은 1995. 3. 3.경 청구인에게 ‘계획대로 부지 매입 등 사업에 조속히 착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이에 청구인은 1995. 8. 1.경 경주시장으로부터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시·발굴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밟은 후 발굴을 시행하여야 하며 발굴된 유물에 대하여는 보존대책을 수립할 것을 인가조건으로 하여 경주 경마장 건설사업 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를 받았으며, 1995. 3. 7.경부터 1996. 4.경까지 경주시를 통하여 경주 경마장 사업부지로 경주시 손곡동 및 천북면 일대 446필지 930,934㎡(이하 ‘이 사건 건설부지’라 한다)를 매수하였다.
(4) 한편, 청구인은 1995. 5. 6.경 경주시장과 경주 경마장 건설을 위한 문화유적 시굴조사 위·수탁 협약을 맺었고, 경주시장은 1995. 5. 9.경 위 협약에 따라 경주문화재연구소에 시굴조사를 의뢰하고, 1995. 5. 19.경 경상북도지사를 통하여 문화재관리국장에게 이 사건 건설부지 내 문화유적을 시굴 조사하고자 한다며 ‘시굴자는 청구인, 소요경비 530,000,000원은 청구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하여 시굴조사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에 문화재관리국장은 1995. 5. 24.경 경상북도지사에게 ‘발굴대상 문화유적에 대하여 시굴조사를 실시하여 문화유적의 규모·분포 범위를 규명한 후 발굴기간, 발굴조사단 구성, 발굴범위 등 발굴계획을 재수립하여 보고하되 발굴조사단은 유적관련 전문가를 충원 조정할 것’을 허가조건으로 하고 ‘발굴경비부담자는 청구인, 발굴기간은 착수일로부터 243일간’으로 하여 시굴허가를 하도록 하였다.
(5)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위 의뢰에 따라 1995. 8. 16.경부터 1996. 6. 15.경까지 이 사건 건설부지 내 문화유적 시굴조사를 하였고, 청구인은 위와 같은 위·수탁협약에따라경주시장에게시굴비용으로 405,581,620원을 지급하였다.
(6) 문화재관리국장은 1996. 8. 31. 경주시 손곡동 64필지 중 청동기-조선시대 유적지 약 21,741평에 대해, 발굴기간은 착수일로부터 600일간으로 하고, ‘발굴완료 후 발굴지 주변정리 및 원상복구를 철저히 할 것’을 허가조건으로 하여 청구인에게 발굴허가를 하였고, 이에 청구인은 경주시와 1996. 10. 31. 일부 지역에 대하여 발굴조사비를 2,421,709,000원으로, 1997. 3. 7. 나머지 지역에 대하여 발굴조사비를 각 676,964,000원, 3,884,729,000원으로 하여 이 사건 건설부지 내 문화유적 발굴조사 위·수탁 협약을 체결하였으며, 그에 따라 경주시장은 경주문화재연구소, 한국문화재보호재단,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박물관에 발굴조사를 의뢰하여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7) 문화재청장(1999. 5. 24. 법률 제5982호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문화재관리국장에서 명칭이 변경되었다)은 2001. 2. 9. 이 사건 건설부지 대부분을 사적으로 가지정하였고, 같은 해 4. 28. 사적 제430호로 지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청구인은 경주시장에게 경주 경마장 건설사업 추진을 포기한다고 밝히고, 2001. 7. 7.경 농림수산부에 경주 경마장 건설사업 폐지승인 신청을 하여 같은 달 11.경 폐지승인을 받았다.
(8) 한편, 문화재청장은 2001. 6. 5.경 청구인에게 위 발굴조사 지역에 대하여 원상복구를 명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이에 청구인은 2001. 6.경부터 2001. 11.경까지 복토, 배수로 및 막음보 설치 등의 원상복구를 하였다.
(9) 청구인은 이 사건 문화재 시·발굴 조사로 인한 비용 4,116,698,698원과 발굴조사지역 원상복구비용 181,514,40원을 부담하는 손해를 입고, 국가는 법률상 원인 없이 위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었으므로 국가는 청구인에게 위 금액 상당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등을 청구원인으로 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가합93132호), 위 소송계속중에 구 문화재보호법(2005. 1. 27. 법률 7365호로 개정되고, 2007. 4. 11. 법률 제83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05. 1. 27. 개정 구 문화재보호법’이라 한다) 제44조 제7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카기8222)을 하였으나, 위 법원이 2008. 5. 28. 위 신청을 기각하고 위 소송의 청구를 기각하자, 2008. 7. 17.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 이 사건 위헌제청신청대상과 당해 사건 법원의 기각결정의 대상은 2005. 1. 27. 개정 구 문화재보호법 제44조 제7항 제2문, 제3문의 위헌 여부이다.
그런데 당해 사건에 있어 청구인이 문화재 시·발굴조사비용을 부담하게 된 것은 1995. 5. 24.자 문화재 시굴허가와 1996. 8. 31.자 문화재발굴허가의 비용부담 조항에 의한 것이고, 위 비용부담에 관한 조항은 그 당시 시행되던 구 문화재보호법(1995. 1. 5. 법률 제4884호로 개정되고, 1999. 1. 29. 법률 제5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 제4항 제2문, 제3문이고, 2005. 1. 27. 개정 구 문화재보호법 제44조 제7항 제2문, 제3문은 당해 사건에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그 위헌 여부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
(2)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이 명시적으로 위헌제청신청을 하고 당해 사건 법원이 위헌 여부를 판단한 2005. 1. 27. 개정 구 문화재보호법 제44조 제7항 제2문, 제3문과 1995. 1. 5. 법률 제4884호로 개정된 구 문화재보호법 제44조 제4항 제2문, 제3문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인바, 이러한 규율 내용에 대한 청구인의 위헌 주장과 당해 사건 법원의 실질적인 판단이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당해 사건 법원이 실질적으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는 구 문화재보호법(1995. 1. 5. 법률 제4884호로 개정되고, 1999. 1. 29. 법률 제5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 제4항 제2문, 제3문으로 직권으로 변경함이 타당하다.
다만, 1995. 5. 24. 시굴허가와 관련하여서는 1995. 1. 5. 개정되기 전의 구 문화재보호법 제44조 제4항이 적용되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는 위헌심판제청신청대상과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 조항이어서, 심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청구인은 이 사건 헌법소원 계속중 2005. 1. 27. 개정 구 문화재보호법 제44조 제7항에서, 1995. 1. 5. 법률 제48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문화재보호법 제44조 제4항으로 심판대상 변경신청을 하였으나, 이 조항은 1995. 1. 5. 개정된 구 문화재보호법 제44조 제4항과는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조항이며, 청구인이 이 조항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한 바도 없고, 당해 사건 법원에서 이에 관하여 판단한 바도 없어 결국 1995. 1. 5. 개정 전 구 문화재보호법 제44조 제4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부적법하여 각하될 것이므로, 청구인의 위 심판대상 변경신청은 이유 없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문화재보호법(1995. 1. 5. 법률 제4884호로 개정되고, 1999. 1. 29. 법률 제5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 제4항 제2문, 제3문 중 ‘ 제44조 제1항 제2호에 관한 부분’(이하 합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밑줄부분)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문화재보호법(1995. 1. 5. 법률 제4884호로 개정되고, 1999. 1. 29. 법률 제5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발굴의 제한) ④ 문화체육부장관은 제1항 제2호 또는 제3호의 경우에 그 문화재의 보존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직접 발굴하거나 그가 지정하는 자로 하여금 발굴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발굴에 소요되는 경비는 그 공사의 시행자가 부담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건설공사 시행중의 발굴에 소요되는 경비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수 있다.
[관련조항]
구 문화재보호법(1993. 3. 6. 법률 제4541호로 개정되고, 1999. 1. 29. 법률 제5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발굴의 제한) ① 패총·고분 기타 매장문화재가 포장되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토지 및 해저는 이를 발굴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문화체육부장관의 허가를 받은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연구의 목적으로 발굴하는 경우
2.건설공사(토목공사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를 위하여 부득이 발굴할 필요가 있는 경우
3.건설공사 시행중 그 토지 및 해저에 매장문화재가 포장된 것으로 인정된 경우로서 그 공사를 계속하기 위하여 부득이 발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제48조(국가귀속과 보상금) ② 제1항의 경우에는 문화체육부장관은 당해문화재의 발견자·습득자 및 발견된 토지·건조물 등의 소유자에 대하여 유실물법 제13조의 규정에 의하여 보상금을 지급한다. (이하 생략)
구 문화재보호법 시행령(1995. 8. 17. 대통령령 제14750호로 개정되고, 1999. 6. 30. 대통령령 제164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의2(건설공사의 범위) 법 제44조 제4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건설공사”라 함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갖춘 건축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13호의 규정에 의한 단독주택(이하 “단독주택”이라 한다)의 건축공사를 말한다. 다만,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한 주택건설사업자가 시행하는 단독주택의 건축공사를 제외한다.
1.대지 면적이 330제곱미터 이하일 것
2.건축연면적(지하층의 면적을 제외한다)이 165제곱미터 이하일 것
구 문화재보호법(1993. 3. 6. 법률 제4541호로 개정되고, 1995. 1. 5. 법률 제48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발굴의 제한) ④ 문화체육부장관은 제1항 제2호 또는 제3호의 경우에 그 문화재의 보존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직접 발굴하거나 그가 지정하는 자로 하여금 발굴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발굴에 소요되는 경비는 그 공사의 시행자가 부담한다.
구 문화재보호법(2005. 1. 27 법률 제7365호로 개정되고, 2007. 4. 11. 법률 제83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발굴의 제한) ⑦ 문화재청장은 제1항 제2호 또는 제3호에 해당하는 경우에 그 문화재의 보존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직접 발굴하거나 문화재청장이 지정하는 자로 하여금 발굴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발굴에 소요되는 경비는 그 공사의 시행자가 부담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건설공사로 인한 발굴에 소요되는 경비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수 있다.
문화재보호법(2007. 4. 11. 법률 제8346호로 개정된 것) 제55조(발굴의 제한) ⑦ 문화재청장은 제1항 제2호 또는 제3호에 해당하는 경우에 그 문화재의 보존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직접 발굴하거나 문화재청장이 지정하는 자에게 발굴하도록 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발굴에 드는 경비는 그 공사의 시행자가 부담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설 공사로 인한 발굴에 소요되는 경비는 예산의 범위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 위헌심판 제청신청 기각결정 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건설공사를 위하여 문화재 발굴이 필요한 경우 문화재청장이 이를 직접 발굴하거나 문화재청장이 지정하는 자로 하여금 발굴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원칙적으로 그 발굴에 소요되는 경비를 그 공사의 시행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고 이에 대한 보상청구나 비용상환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여 청구인의 재산권인 보상청구권 내지 비용상환청구권을 침해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건설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완료되었는지, 건설공사로 인하여 시행자가 얼마만큼의 개발이익을 얻었는지를 묻지 않고 무조건 공사의 시행자가 발굴에 소요되는 비용 전부를 부담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청구인과 같이 건설부지의 대부분이 사적으로 지정되어 어쩔 수 없이 건설사업을 포기한 자도 발굴에 소요된 비용 전부를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발굴조사비용을 사업시행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개발로 인하여 파괴되는 공공자산에 대한 보상의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발이익을 환원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청구인의 경우와 같이 건설공사가 중도에 무산되고 시행자가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한 경우에 대해서까지 시행자에게 발굴조사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사업시행자인 청구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은 발굴조사비용을 원칙적으로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으면서 그 단서에서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건설공사로 인한 발굴에 소요되는 경비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수 있다.”고 하여 발굴조사비용 시행자 부담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으며, 구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제31조의2는 건축연면적이 일정 기준 이하인 소규모 건설공사에 대하여는 발굴조사비용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 이처럼 대규모 건설공사를 시행하는 시행자에 비하여 소규모 건설공사의 시행자를 우대하는 것에는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므로, 대규모 건설공사를 시행하는 시행자를 차별대우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나. 위헌심판 제청신청 기각이유 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매장문화재 발굴에 대하여 건설공사를 위하여 부득이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 그 발굴을 허가하되, 원칙적으로 그 발굴로 인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 하는 공사의 시행자에게 경비를 부담시키고, 다만 일정한 예외적인 경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경비를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인바,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1조 제1항,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 제23조 제1항 및 기본권 제한의 최소침해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37조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다. 문화재청장의 의견요지
문화재보호법은 국가가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문화재보호의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구체화된 입법이라 할 것이므로,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과 충돌하는 경우에는 기본권의 제한 정도를 심사함에 있어서 문화재 보호가 국가의 헌법적 책무이고 동시에 국민의 헌법적 의무가 된다는 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문화재보호법 제3조는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은 원형 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원형보존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며, 문화재보호법은 매장문화재의 보존에 관해서도 원형 보존을 원칙으로 하여 매장문화재에 대한 발굴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한 예외적으로 발굴을 허용하는 경우에도 법률이 정하는 사유로 제한하며, 반드시 허가받은 전문 발굴기관으로 하여금 발굴하게 하여야 하고, 발굴을 허가한 이후에도 문화재의 보존을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언제든지 발굴의 중지를 명하거나 발굴허가를 취소할 수 있고, 발굴 도중 또는 발굴이 완료된 이후에도 출토 유물의 보존을 위한 각종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매장문화재가 포장되어 있는 토지를 개발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매장문화재의 발굴을 허용하되, 다만 발굴에 소요되는 경비는 원인제공자의 비용부담 원칙(PPP, Polluter Pays Principle)에 따라 문화재 훼손의 원인을 제공한 사업시행자에게 부담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이는 재산권의 내재적 한계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 있고, 헌법 제23조 제3항에서 말하는 특별한 희생에 해당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의 내재적 한계를 정한 규정이므로 기본권의 제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어서, 기본권제한의 한계에 관한 법리인 과잉금지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설령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보아 기본권제한의 목적과 청구인의 수인가능 정도를 비교형량하더라도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발굴조사비용의 부담은 청구인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것으로, 청구인은 매장문화재의 발굴을 포기함으로써 얼마든지 비용부담을 면할 수 있었으며, 매장문화재의 발굴은 오로지 청구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루어졌다. 청구인은 개발이익을 얻고자 매장문화재가 포장되어 있는 토지를 개발함으로써 개발이익을 얻고자 문화재 출토의 위험을 부담하고 개발에 착수하였으나 결과적으로 개발에 실패하였을 뿐이며, 이러한 사업 실패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 국가보상청구권을 주장하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한편, 평등의 판단 기준은 입법자의 자의적 차별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이 소규모 주택의 신축과 개량, 농어민 또는 개인 사업자들의 소규모 공사와 관련하여서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으로 발굴조사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합리적인 차별이라 할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 한다.
3.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그 적법요건으로 문제된 법률규정의 위헌 여부에 대하여 재판의 전제성이 요구되는바,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려면, 첫째 그 법률이 법원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고, 둘째 그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이어야 한다( 헌재 2008. 4. 24. 2007헌바33, 공보 139, 587, 589 참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2문 부분에 대하여 위헌이 선언되면 문화재발굴조사비용 부담조건부 문화재 발굴 허가처분이나, 문화재발굴조사 비용부담 부분이 당연무효로 될 여지가 있어, 그 위헌 여부에 따라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등의 존부에 영향을 미쳐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질 여지가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3문 부분의 경우, 청구인의 평등원칙 위반 주장은 궁극적으로 청구인과 같은 대규모 사업시행자도 위 조항의 적용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것으로 그 내용상 부진정입법부작위에 관한 헌법소원이라 할 것인바, 청구인과 같은 대규모 사업시행자까지 포함되는 입법개선 결과를 가져오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상정한다면 당해 사건 판결의 주문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 또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어 이에 대한 헌법소원은 적법하다고 할 것이고, 다른 적법요건상의 문제점도 보이지 아니하므로 본안판단으로 나아감이 상당하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국가의 문화재 보호의무와 문화재 원형보존의 원칙
헌법 제9조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문화국가의 이념을 천명함과 동시에 국가에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및 민족문화의 창달을 위한 노력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바, 이러한 헌법적 요청에 따라 국가는 문화재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이에 문화재보호법은 국가의 이같은 헌법상 의무를 구체화하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개발사업을 계획·시행할 경우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 문화재보호법 제75조의2).
그런데 문화재는 국가적·민족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경관적 가치가 크고, 한번 훼손되면 그 회복 자체가 곤란한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회복이 가능하더라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을 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문화재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 요구되는바, 이러한 취지에서 문화재보호법 제3조는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은 원형 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원형보존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 문화재보호법 제44조 제1항은 매장문화재 원형보존의 원칙에 입각하여, 연구 목적으로 발굴하는 경우(학술발굴), 건설공사를 위하여 부득이 발굴할 필요가 있는 경우와 건설공사 시행 중 그 토지와 해저에 매장문화재가 포장된 것으로 인정되어 부득이 발굴할 필요가 있는 경우(구제발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매장문화재의 발굴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연혁 및 입법취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연혁에 대하여 살펴보면, 문화재보호법은 1995. 1. 5. 법률 제4884호로 개정되기 전에는 제44조 제4항에서 구제발굴의 경우에 어떠한 예외도 없이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매장문화재의 발굴조사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하였다가, 법 개정을 통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건설공사 시행 중의 발굴에 소요되는 경비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수 있다.”라는 단서를 추가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변경되었다.
이후 1999. 1. 29. 법률 제5719호, 1999. 5. 24. 법률 제5982호, 2001. 3. 28. 법률 제6443호의 개정을 통하여 약간의 자구 수정을 거친 점을 제외하고는, 이 사건 법률조항과 동일한 내용이 제44조 제4항에 위치하고 있다가, 2005. 1. 27. 법률 제7365호 개정을 통하여 같은 내용이 제44조 제7항에, 2007. 4. 11. 법률 제8346호 전부 개정을 통하여 같은 내용이 제55조 제7항에 각 규정되었으며, 2010. 2. 4. 법률 제10001호에 의하여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이와 유사한 내용이 같은 법 제11조 제3항에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건설공사·토목공사를 위하여 부득이 발굴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원칙적으로 발굴에 소요되는 경비는 그 공사의 시행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건설공사로 인한 발굴에 소요되는 경비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구제발굴에 소요되는 발굴조사 경비에 대한 시행자 부담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무분별한 개발사업에 따른 문화재훼손을 막기 위하여 원칙적으로 개발사업의 시행자에게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비용을 부담시킴으로써, 문화재 보존지역의 개발유인을 가급적 억제하여 매장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되었다고 할 것이다.
다. 재산권 침해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사업시행자인 청구인은 이 사건 건설부지상의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비용 전부를 부담해야 하므로 헌법 제23조의 재산권을 제한받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제한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 제9조는 문화국가의 이념을 천명함과 동시에 국가에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및 민족문화의 창달을 위한 노력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개발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각종 개발사업이 전 국토에 걸쳐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면, 토지의 현상변경으로 인하여 매장문화재가 훼손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규제하지 않을 경우, 장기적인 연구와 계획 및 현재의 발굴기술 상황에 대한 고려도 없이 사업시행 일자에만 맞추어 함부로 매장문화재의 발굴에 착수함으로써, 원형으로 보존되어 있던 매장문화재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을 야기하게 된다. 비록 건설공사 시행자가 아니라 국가가 직접 매장문화재를 발굴하거나 문화체육부장관이 지정하는 자로 하여금 발굴하게 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이는 장기적인 연구와 계획이 뒷받침된 후에 문화재위원회의 조사·심의를 거쳐 발굴에 착수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공사의 시행에 의해 매장문화재의 훼손 위험이 발생한 상황에서 그 발굴이 사실상 유도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문화재의 훼손 위험은 마찬가지로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이처럼 이 사건 법률조항은 건설공사 과정에서 매장문화재의 발굴로 인하여 문화재 훼손 위험을 야기한 사업시행자에게 원칙적으로 발굴경비를 부담시킴으로써, 각종 개발행위로 인한 무분별한 문화재 발굴로부터 매장문화재를 보호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하는바, 이는 문화재 보호라는 헌법적 요청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오로지 경제적 동기에 의하여 매장문화재를 발굴하려는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비용을 부담시킴으로써, 문화재 보존지역에 있어서만큼은 가급적 사업시행자의 개발유인을 억지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매장문화재 보호라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 할 것이다.
(2) 침해의 최소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업완료 후에 사업주체가 얻은 개발이익 유무와 매장문화재의 발굴조사비용 등을 구체적으로 형량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비용을 사업시행자에게 부담시키고 있으며, 개별적인 발굴조사비용의 약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사업주체의 의사와 무관하게 모든 매장문화재의 발굴조사비용을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부담하게 한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되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사업시행자인 청구인이 문화재 발굴조사비용을 원칙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매장문화재의 경우 미발굴 상태에서는 아직 문화재로 명확하게 인식되지 못하는 것이고, 발굴을 통하여 명확하게 문화재로 인식되기 전까지는 문화재로 볼 것인지 여부와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진 것인지를 알기 어렵다. 이에 따라 국가는 문화재보호 예산을 사업시행자의 사업시행 일자에 맞추어 제때 확보하지 못하게 되는바,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그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문화재 보호보다는 사업시행자의 사업편의에 무게를 두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문화재 보존지역에 있어 개발이익에 따라 무분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각종 개발사업을 억지함으로써 매장문화재를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
또한 매장문화재의 발굴조사비용과 사업시행자의 개발이익을 비교형량하여 사업시행자에게 개발이익이 발생하거나 그 이익의 규모가 큰 경우에만 그로 하여금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개발이익의 유무에 따라 그 비용부담 여부를 사후에 결정하겠다는 것이어서, 이는 사업시행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하여 무분별한 개발행위를 억지하고자 하는 당초의 입법목적과도 배치되므로, 이를 보다 덜 침해적인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매장문화재가 포장되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토지로서 문화체육부장관의 발굴허가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인바, 사업시행자는 적어도 발굴허가신청을 할 것인지 협의하거나 결정하는 단계에서 매장문화재의 발굴조사비용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예측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사업승인 과정에서 매장문화재의 발굴조사에 관한 사항이 미리 계획되고 준비될 것이 요구되어( 구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제30조), 발굴조사비용의 부담 과정에서 충분한 적법절차의 보장도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므로, 사업시행자가 부담하게 되는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비용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현저히 결여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다) 사업시행자가 발굴허가 단계에서 발굴조사비용 부담의무를 감수했다고 하더라도, 사후에 발굴조사비용이 사업시행자의 예상을 넘어 현저히 확대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발굴조사비용 확대에 따른 위험은 사업계획단계나 사업자금의 조달 과정에서 기업적 판단에 의해 위험요인의 하나로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것이고, 사업시행자가 발굴조사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더 이상 사업시행에 나아가지 아니할 선택권 또한 유보되어 있다. 즉, 사업시행자가 사업시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문화재 발굴조사비용을 부담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사업시행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발굴조사비용을 부담하게 한다는 것만으로 이를 과도한 재산권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라)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업시행자에게 발굴조사비용을 부담시킴에 따라, 이러한 부담을 피하려는 사업시행자에 의한 불법적인 문화재 파괴가 행해질 우려가 없지 않으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굴조사비용을 부담하거나 이를 일부 보조해 준다고 하더라도, 경제논리를 앞세우는 사업시행자의 입장에서는 발굴조사에 따른 공사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불법행위를 저지를 유인을 여전히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경제적 동기에 의한 문화재 파괴행위에 대하여는 별도의 제재를 통해 엄격히 규제해야 할 것이지, 단지 발굴조사비용을 면하게 해 주는 것만으로 그러한 불법행위 가능성을 없앨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마)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국가 등이 발굴조사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완화규정을 두고 있으며, 발굴 문화재가 국가에 귀속되는 경우에는 문화재의 발견자, 습득자 및 발견된 토지나 건조물 등의 소유자에게 유실물법 제13조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토록 함으로써( 구 문화재보호법 제48조 제2항), 사업시행자의 발굴조사비용의 부담을 사실상 완화하는 등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도 마련해 놓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3) 법익균형성
문화재는 국가적·민족적 유산으로서, 한번 훼손되면 그 회복 자체가 곤란한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회복이 가능하더라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각종 개발행위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함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공익이 상당함에 반하여, 사업시행자인 청구인이 받게 되는 불이익은 문화재 보존이 필요한 사업지에 대한 문화재발굴허가의 대가로 문화재발굴조사비용 부담을 지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보다 크다고 할 수 없다.
발굴조사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되었거나 결과적으로 개발이익이 없게 되었다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도, 이는 개발이익을 크게 얻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업주체의 기업적 판단 결과에 따른 것이므로 수인 가능한 기본권 제한으로 볼 수 있는바, 사업주체에 대한 이와 같은 기본권의 제한과 그로 인한 공익목적의 달성 사이에는 법익의 형량에 있어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유지된다고 할 것이다.
라.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위배 여부
(1) 심사기준의 확장
위헌소원절차는 법원에 계속된 구체적 사건에서 적용될 법률이나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가 문제되는 객관소송의 일종이므로, 헌법의 모든 규정이 법률의 합헌성 심사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헌재 1997. 1. 16. 90헌마110등, 판례집 9-1, 90, 111).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3문 부분이 대통령령과 합쳐져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는데, 위 조항과 관련하여서는 헌법 제75조가 정하고 있는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의 위배 여부가 문제된다고 할 것이므로 직권으로 이에 대해 살펴본다.
(2)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아울러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그 한계를 제시하고 있는바, ‘법률에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란 법률에 이미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헌재 1996. 8. 29. 95헌바36, 판례집 8-2, 90, 99; 헌재 1999. 1. 28. 97헌바90, 판례집 11-1, 19, 28-29; 헌재 2010. 2. 25. 2007헌바131 등, 공보 161, 456, 473 참조).
그런데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요구 정도는 그 규율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달라질 것인데, 처벌법규나 조세법규와 같이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규에서는 구체성·명확성의 요구가 강화되어 그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일반적인 급부행정의 경우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규정되어야 하는 반면에, 규율대상이 지극히 다양하거나 수시로 변화하는 성질의 것일 때에는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요건이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헌재 1997. 2. 20. 95헌바27, 판례집 9-1, 156, 164; 헌재 2010. 2. 25. 2007헌바131등, 공보 161, 456, 473 참조).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3문 부분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항이 아니라, 시행자 비용부담원칙을 완화시켜주는 조항, 즉 발굴조사비용 시행자부담원칙에 대한 예외조항으로서 수혜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바, 수혜대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국가의 예산상황 및 지방자치단체별 경제수준, 개발사업에 미치는 영향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므로, 이를 반드시 입법자가 법률로써만 규정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또한 이러한 수혜적 성격을 가진 조항에 대하여는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판단에서 요구되는 구체성의 요구 정도도 상대적으로 약화된다고 봄이 상당한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구제발굴의 경우 처음에는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모든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비용을 부담하게 하여 오다가, 이후 국가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규모가 작은 건축공사에 대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비용을 부담하게 할 필요에서 단서조항이 추가된 사실을 알 수 있는바,법률의 전반적인 체계와 입법목적 및 그 연혁을 통하여 볼 때, 매장문화재의 발굴조사비용을 국가 등이 지원할 수 있는 경우는 국가 예산상 그다지 문제되지 아니하는 소규모 공사에 한함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이처럼 구체적인 발굴조사비용 지원대상의 범위에 관하여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경우에도 그 위임조항의 내재적인 위임 범위나 한계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마. 평등원칙 위배 여부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의 대상이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고, 법률의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규정한 내용이 헌법에 위반되더라도 그 대통령령이 위헌으로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로 인하여 바로 수권법률까지 위헌으로 되는 것은 아니므로 어떤 사항에 관하여 법률조항 자체에서 직접 규정하지 않고 그 구체적 내용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경우, 그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그 위임을 받은 대통령령의 내용까지 포함한 규범상태의 위헌 여부와는 구별되어야 하므로 그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는 그 위임이 합헌적인 것인지만 문제된다( 헌재 2007. 8. 30. 2006헌바9, 판례집 19-2, 270, 285-286).
(2)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3문 부분이 발굴조사비용의 시행자 부담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으면서, 그 예외인정의 범위에 대하여 구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제31조의2는 건축연면적이 일정 기준 이하인 소규모 건설공사에 한정하고 있으므로, 합리적 이유 없이 대규모 건설공사를 시행하는 시행자를 차별대우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청구인의 위와 같은 주장은 기본적으로 위 시행령조항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고,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가 청구인을 차별적으로 취급한다는 주장이 아니므로, 청구인의 평등원칙 위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할 것이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6.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구 문화재보호법(1995. 1. 5. 개정된 것, 이하 “95년법”이라 쓴다)에 의하면, 문화재가 토지 속에 매장되어 있는 경우에, 문화체육부장관은 문화재위원회의 조사·심의( 제3조 제1항 제8호)를 거쳐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발굴할 수 있고( 제45조 제1항) 문화체육부장관이 문화재가 매장된 토지를 발굴할 경우에는 토지소유자 등은 이를 용인(容認)하여야 하고 거부하거나 방해할 수 없다( 제45조 제3항). 그리고 건설공사(토목공사 포함)의 시행자가 건설공사의 예정지 안에 문화재 매장사실을 발견한 때에는 그 사실을 문화체육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고( 법 제43조) 스스로 발굴할 수 없으며, 건설공사를 위하여 부득이 발굴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문화체육부장관의 발굴허가를 받아야 비로소 발굴할 수 있고( 제44조 제1항 제2호), 이 경우에도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문화재 전문가로 하여금 발굴하게 하고 그 발굴행위에 지장을 주는 건설공사를 중지하는 것 등)의 지시를 받으면 이를 준수하여야 하고( 제44조 제2항), 발굴을 완료한 때에는 지체없이 그 결과를 문화체육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고 문화체육부장관은 발굴된 문화재의 보존·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시할 수 있다( 제44조 제3항).
그런데 건설공사를 위하여 부득이 문화재가 매장된 토지를 발굴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문화체육부장관은 문화재의 보존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건설공사의 시행자에게 발굴허가를 해주지 아니하고 직접 발굴하거나 그가 지정하는 자로 하여금 발굴하게 할 수 있는데( 95년법 제44조 제4항 제1문), 이 경우에도 그 발굴비용은 소규모 단독주택 건설공사가 아니면 건설공사 시행자가 부담하여야 한다( 95년법 제44조 제4항 제2문, 제3문 ― 이 사건 법률조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건설공사의 예정지에 문화재가 매장된 경우에 문화재의 보존상 필요를 이유로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발굴허가를 해주지 않고 국가가 직접 또는 대행자를 시켜 발굴하는 경우에도 그 발굴비용을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부담시키는 규정으로서,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발굴허가를 해주지 않고 국가가 직접 또는 대행자를 시켜 발굴하는 것은 국가의 문화재 보존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헌법상 허용된다고 할 것이나, 그 발굴비용을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부당한 재산상 부담을 지워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문화체육부장관이 문화재를 발굴하는 것은 문화재의 보존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이다. 그러한 발굴행위는 문화재를 보존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비용은 국가가 스스로 부담함이 마땅하고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부담시킬 이유가 없다.
문화재는 원래의 모습대로 보존하여야 하므로, 건설공사 예정지 안에 문화재가 매장되어 있는 경우에는 문화재를 덮고 있는 흙을 파내고 문화재를 원래의 모습대로 드러내어 보존하여야 한다. 유형문화재이든 기념물이든 문화재를 땅 속에 매장된 채로 방치하는 것은 문화재를 보존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 매장된 문화재가 고분이나 가마터인 경우에도 고분이나 가마터 자체를 훼손하거나 변형시키는 것은 허용될 수 없지만, 고분이나 가마터를 원래의 모습대로 드러내기 위하여 그것을 덮고 있는 흙을 파내야 한다. 이러한 발굴행위는 땅속에 묻혀 있는 문화재를 찾아내 원래의 모습대로 드러내는 행위이고 문화재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며 보존하고자 하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따라서 문화재가 땅속에 묻혀 있는 경우에는 국가는 그 문화재를 원래의 모습대로 보존하기 위하여 그것을 발굴하여 원형을 드러내어 보존하여야 하고, 이러한 행위는 국가가 문화재 보존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마땅히 하여야 할 활동이므로, 건설공사의 추진이 매장문화재의 발견 및 발굴의 원인이었다고 하여 그 발굴비용을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국가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건설공사 예정지에서 매장문화재를 발굴하는 것은 그 문화재의 보존상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고, 국가의 문화재 보존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며 건설공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건설공사 시행자는 건설공사 예정지에서 국가가 문화재를 발굴함으로 인하여 어떠한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 발굴행위에 지장을 주는 건설공사를 중지하여야 하는 불이익을 입을 뿐이다.그리고 문화재 발굴의 이익은 국가에게 귀속되는 것이지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다.그러므로 매장된 문화재의 발굴비용은 당연히 국가가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필요성과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다.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② 이 사건 법률조항이 건설공사 시행자가 발굴허가를 받아 문화재를 발굴한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이를 수긍하는 경우에도 건설공사 시행자가 발굴허가를 받아 문화재를 발굴하는 것은 그러한 발굴행위가 건설공사에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하여 법률에 의하여 강요되기 때문이므로 그 발굴비용을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문화재 보존을 위하여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다. 법률로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한 조치를 강제하면서, 그러한 법률에 따라 부득이 발굴허가를 신청하였다고 하여 건설공사 시행자가 자진하여 발굴비용을 감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진실을 왜곡시키는 억지이다.
더구나 그 발굴 결과에 따라 건설공사 예정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건설공사를 추진할 수 없게 된 경우에도 그 문화재 발굴비용을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법률의 횡포이고 국가권력의 남용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건설공사 시행자가 발굴허가를 받아 문화재를 발굴한 경우에는 건설공사 시행자가 국가의 문화재 보존의무를 대행한 것이므로, 국가가 문화재 발견자에 대한 보상과는 별도로 그 발굴비용을 보상함이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 95년법 제48조 제2항은 발굴된 문화재가 국가에 귀속하는 경우에 문화체육부장관이 발견자와 토지소유자 등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발견 또는 발굴의 경비를 지출한 경우에는 보상금 지급액의 분배에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재산권 침해의 최소성도 인정하기 어렵다.
③ 건설공사 예정지 안에서 문화재가 발견된 경우에 문화체육부장관이 직접 또는 대행시켜 발굴한 경우는 물론이고 건설공사 시행자가 허가받아 발굴한 경우에도, 발굴된 문화재의 소유자가 판명되지 않으면 그 문화재의 소유권은 국가에게 귀속되고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귀속되지 아니한다( 95년법 제48조 제1항).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그 발굴비용을 전부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문화재 보존을 위하여 건설공사 시행자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재산권 제한의 법익균형성도 인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