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어재법상 유족보상금 수급권은 사회보장 및 생활보장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법률에 의해 형성된 수익적 권리인바, 입법자에게 요구되는 직접적 규율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므로 입법자는 법률에서 수급자격자에 대한 예측 가능한 기준을 제시하면 족하고 수급자격자의 구체적인 범위 및 순위를 반드시 법률에 직접 정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그 의미의 한계 설정이 가능한 ‘유족’이라는 용어를 통해 유족보상금 수급자격자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어재법상 유족보상금 수급권자인 유족의 범위는 어업에 종사하는 자들의 특수한 현실, 특히 가족 구성원의 생계 및 부양에 관한 상황과 보험 가입률, 국가의 재정적 지원 규모 및 어업인의 재해보상에 관한 다른 법률과의 균형 등을 고려하여 정하여져야 할 사항으로, 이를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는 행정부가 정하도록 하여 위와 같은 가변적인 상황들에 적절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용하고 있는 ‘유족’이라는 용어는 민법상 ‘상속인’과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문언상 그 범위의 한계설정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수범자로서는 어재법과 동일한 입법목적으로 제정되어 유사한 보험관계를 보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5조의 규정을 참고하고, 어선원 등과 그 유족의 생활보장을 목적으로 제정된 어재법의 성격을 고려하여 어선원의 사망 당시 실질적인 가족공동체를 구성하여 망인의 부양을 받던 자가 법률상의 혼인 여부를 불문하고 그 수급권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목영준의 반대의견
어재법상 유족보상금 수급권이 사회보장 및 생활보장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법률에 의해 형성된 수익적 권리임을 부인할 수 없으나, 유족보상금의 수급자인 유족의 범위 및 순위는 수혜의 대상을 확정하는 것으로 유족의 생계와 연결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급권자의 범위에 대하여 단지 ‘유족’이라고만 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수범자는 어재법 제1조의 입법목적에 관한 규정이나 제2조의 정의 규정 등 관련 법조항 전체를 아무리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에 규정될 유족의 범위 및 순위의 기준 등 기본적인 사항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또한 다수의견은 어재법상 보험금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함에 있어 어업에 종사하는 자들의 특수한 현실, 가족 구성원의 생계 및 부양에 관한 상황과 보험 가입률, 국가의 재정적 지원 규모 등 가변적인 상황 등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행정입법에의 위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나, 이는 어재법상 각 보험급여의 보험료 상한이나 산정기준과 관련되는 것일 뿐 유족보상금 수급권자의 구체적인 범위와는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없고 여타의 각종 사회보장적 법률의 입법태도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임의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
구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2003. 3. 19. 법률 제6866호로 제정되고 2009. 5. 27. 법률 제97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 및 제2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청구외 망 이○자와 청구외 고○진 사이에서 태어난 자인바, 망 이○자와 고○진은 1998. 12. 8. 협의이혼을 하였고, 협의이혼시 아버지인 위 고○진이 청구인에 대한 친권행사자 및 양육자로 지정되어 현재까지 청구인을 부양하고 있다. 한편 위 이○자는 잠수부로서 협의이혼 후 청구외 신○상과 사실상 혼인관계를 유지하던 중, 2006. 10. 15.경 잠수기어선 남○호의 잠수부로 승선하여 통영시 한산면 소재 국도 근해에서 잠수기 작업을 하던 도중에 질소마취로 인한 급성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2) 위 남○호는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이하 ‘어재법’이라 약칭한다)에 의거하여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조합중앙회’라 한다)의 공제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청구인은 위 이○자의 사망에 따라 조합중앙회에 대하여 어재법 소정의 유족급여 및 장제비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조합중앙회는 2006. 11. 2. 청구인의 청구서를 반송함으로써 접수를 거부하였고, 제1, 2구잠수기수산업협동조합(이하 ‘제1, 2구 조합’이라 한다)은 2006. 11. 2. 위 신○상에게 어재법 소정의 유족급여 및 장제비 합계 금 121,172,860원을 지급하였다.
(3) 이에 청구인은 2007. 1. 17. 조합중앙회와 제1, 2구 조합을 상대로 위 거부 처분 및 금전지급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 부산지방법원 2007구합239)하였고, 그 소송절차에서 유족급여 및 장제비의 대상이 되는 유족의 범위 및 순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어재법 제27조 제1항, 제28조 제1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부산지방법원 2007아35)을 하였으나, 기각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2008. 5. 26.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2003. 3. 19. 법률 제6866호로 제정되고 2009. 5. 27. 법률 제97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 및 제28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2003. 3. 19. 법률 제6866호로 제정되고 2009. 5. 27. 법률 제97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유족급여)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① 유족급여는 어선원 등이 직무상 사망(직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인한 요양중의 사망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한 경우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유족(이하 “유족”이라 한다)에게 승선평균임금의 1천300일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급한다.
② 생략
제28조(장제비) ① 중앙회는 어선원 등이 직무상 사망하거나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에 유족에게 승선평균임금의 120일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장제비로 지급한다.
② 생략
[관련조항]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05. 3. 8. 대통령령 18735호로 개정된 것) 제23조(유족의 범위 및 순위) ① 법 제27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유족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는 유족의 범위에 관하여는 「선원법 시행령」 제29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유족의 순위에 관하여는 「선원법 시행령」 제30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선원법 시행령(2001. 6. 29. 대통령령 제17262호로 개정된 것) 제29조(유족의 범위) 법 제90조 및 법 제91조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유족”이라 함은 다음 각 호의 자를 말한다.
1.선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배우자(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자녀·부모·손 및 조부모
2.선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지 아니한 배우자·자녀·부모·손 및 조부모
3.선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형제자매
4.선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지 아니한 형제자매
5.선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배우자의 부모, 형제자매의 자녀 및 부모의 형제자매
6.선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지 아니한 배우자의 부모, 형제자매의 자녀 및 부모의 형제자매
선원법 시행령(1998. 9. 17. 대통령령 제15892호로 개정된 것) 제30조(유족의 순위) ① 유족보상(장제비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받을 순위는 제29조 각 호의 순서에 의하고, 제29조의 같은 호에 규정된 자 사이에 있어서는 그 기재된 순서에 의하되, 배우자에 있어서는 자녀 또는 부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자녀 또는 부모와 같은 순위로 하며, 부모에 있어서는 양부모를 선순위로 실부모를 후순위로 하고, 조부모에 있어서는 양부모의 부모를 선순위로 실부모의 부모를 후순위로, 부모의 양부모를 선순위로 부모의 실부모를 후순위로 한다.
②∼⑤ 생략
2. 청구인의 주장,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 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유족급여 및 장제비의 수급권자인 유족의 범위 및 순위를 민법상 규정과 달리 정하면서 이를 어재법 자체에 규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전면적으로 위임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 이유의 요지
어재법상 유족급여 및 장제비의 지급대상이 되는 유족의 범위는 어재법의 목적을 고려하여 정해야 할 행정적·전문적 영역에 속한다는 점,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급부행정의 영역에 속하므로 구체성·명확성에 관한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다소 완화된다는 점, 특히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유족급여 및 장제비의 수급권자를 완전히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 아니라, 문언상 그 범위의 한계설정이 가능한 ‘유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유족’의 개념은 민법에 규정된 상속인의 개념과 명확히 구별된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입법자가 직접 규정한 내용만 가지고도 대통령령으로 정할 내용의 대강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농림수산식품부장관 및 수협중앙회의 의견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 이유와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제도의 의의 및 유족보상의 법적 성질
(1) 연근해 어업에 종사하는 어선원 및 어선에 대한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법률로는 이들을 보호함에 어려움이 있었다.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제도는 가해자의 과실을 입증해야만 하는 한계가 있고,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제도는 사용자의 자력이 부족하면 효용을 가질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근해 어업에 종사하는 어선원 및 어선의 경우에는 수협공제를 포함한 보험가입률이 매우 저조하고(2003년 법제정 당시 어선원 21.1%, 어선 6.9%), 어선원보험이 이원화되어 25톤 이상의 어선에 승선하는 어선원의 재해보상에 대해서는 선원법이, 25톤 미만 어선에 대하여는 상시 5인 이상 승선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법 제5조 및 시행령 제3조)이 각각 적용되는 등 보험운영에 혼선이 존재하여 재해보상을 위해 보험제도를 활용함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입법자는 국가가 지원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국가적 정책보험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재해발생시 어선원을 보호하고 어선원 및 어선에 대하여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3. 3. 19. 법률 제6866호로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을 제정하였다.
어재법은 재해보험을 어선원재해보상보험과 어선재해보상보험으로 나누어 어선의 소유자를 보험의 가입자로 하고( 법 제16조 제1항, 제49조 제1항) 각각의 보험관계( 법 제17조 내지 20조, 법 제50조) 및 보험급여( 법 제21조 내지 30조, 법 제51조 내지 52조)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또한 어재법의 적용을 받는 어선에 대하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법 제6조 제2항), 수급권자가 어재법의 규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았거나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동일한 사유에 대한 선원법 및 근로기준법에 의한 재해보상책임을 면제( 법 제31조 제1항)하여 주는 등 어선원 등의 재해에 대한 통일적 보상을 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어재법상의 재해보상은 사회보장의 성격과 함께 생활보장의 성격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
(2) 특히 어재법상 유족보상금(유족급여 및 장제비를 포함한다)의 지급을 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어선원이 직무상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에 일정 금액을 지급함으로써 어선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유족의 생활보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유족보상금 수급권은 어재법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화되는 법률상의 권리로서( 헌재 2003. 7. 24. 2002헌바51, 판례집 15-2상, 103, 107-109 참조), 수급권자인 유족은 사망한 사람이 지고 있던 권리를 민법에 따라 상속하는 것이 아니라, 어재법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직접 자기의 고유의 권리로서 수급권을 취득한다( 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두11845 판결 등 참조).
나. 법률유보원칙 위배 여부
(1) 헌법은 법치주의를 그 기본원리의 하나로 하고 있고, 법치주의는 법률유보 원칙, 즉 행정작용에는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법률의 근거가 요청된다는 원칙을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고 있다. 나아가 오늘날의 법률유보 원칙은 단순히 행정작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국민의 기본권 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행정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 즉 의회유보 원칙까지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때 입법자가 형식적 법률로 스스로 규율하여야 하는 사항이 어떤 것인지는 일률적으로 획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사례에서 관련된 이익 내지 가치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헌재 2008. 2. 28. 2006헌바70, 판례집 20-1상, 250, 261 등 참조).
(2) 어재법상 유족급여 수급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보장 및 생활보장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법률에 의해 형성된 수익적 권리인바, 입법자에게 요구되는 직접적 규율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유족급여 및 장제비의 지급에 있어 그 수급권이 ‘유족’에게 있음을 정하고 있는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유족’의 의미를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유족보상금의 수급자격자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어재법상 유족보상금 수급권의 수혜적 권리로서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입법자는 법률에서 수급자격자에 대하여 예측 가능한 기준을 제시하면 족하고, 수급자격자의 구체적인 범위 및 순위를 반드시 법률에 직접 정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어재법 외에도 근로기준법 제82조 제2항, 선원법 제90조 제1항, 구 선원보험법 제24조 등은 유족의 범위 및 순위에 대하여 법률에서 직접 정하지 아니한 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입법의 태도는 유족보상금의 수급권자가 누구인가 하는 점은 수혜의 대상을 확정하는 것으로서 그 범위 및 순위가 반드시 법률로서 정하여져야 하는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은 아니라는 전제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3) 이처럼 유족보상금의 수급권자의 범위 및 순위를 반드시 법률로써 정하여야만 하는 사항으로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위배 여부
(1)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일정한 사항에 대하여 법집행자인 행정부에게 위임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여 위임의 헌법상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위임은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하도록 하여 그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법률에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는데( 헌재 1999. 1. 28. 97헌바90, 판례집 11-1, 19, 28-29 등 참조), 이러한 위임의 구체성·명확성 내지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위임된 사항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헌재 2002. 3. 28. 2001헌바24등, 판례집 14-1, 174, 183 등 참조). 특히 급부행정 법규의 경우 또는 규율대상이 지극히 다양하거나 수시로 변화하는 성질의 것일 때에는 위임의 구체성·명확성 요건이 완화될 수 있다.( 헌재 2007. 4. 26. 2004헌가29, 2007헌바4, 판례집 19-1, 349, 365-366 등 참조).
어재법상 유족보상금 제도는 어선원 등이 재해를 당한 때 어선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보험제도의 일종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은혜적 급여 또는 사회보장적 급여의 성격이 강한 유족급여 및 장제비의 지급에 관한 내용을 형성하는 규정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임입법으로서 갖추어야 할 구체성, 명확성의 요구는 상당부분 완화된다고 할 것이다( 헌재 2004. 11. 25. 2002헌바52, 판례집 16-1하, 297, 310 참조).
(2) 우리나라의 어업은 가족 중심의 생계형 어업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2006년도 기준으로 전체 어가(漁家) 중 2인 가구가 45.2%, 3인 가구가 20.6%에 달하여 어선원 1인의 사망이 가족 전체의 생계에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어재법상 보험은 어업인의 복지향상 및 수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도입된 정책보험으로서, 그 재원은 어선주가 부담하는 보험료와 정부의 보조금으로 마련되기 때문에 재원의 규모는 보험의 가입률이나 국가의 재정적 상황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결국 어재법상 유족보상금의 수급권자인 유족의 범위는 어업에 종사하는 자들의 특수한 현실, 특히 가족 구성원의 생계 및 부양에 관한 상황과 보험 가입률, 국가의 재정적 지원 규모 등을 고려하여 정해져야 할 사항인바, 이러한 가변적 상황들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있는 행정부가 이를 정하도록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뿐만 아니라 어재법 제31조 제1항은 “수급권자가 이 장의 규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았거나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보험가입자는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선원법 및 근로기준법에 의한 재해보상책임이 면제된다.”고 정하고 있는데, 만일 선원법과 어재법 상의 유족의 범위 및 그 순위가 서로 다르게 규정되어 있어 각각의 법에 의할 경우 수급권자가 서로 달라진다고 한다면 위 면제 조항의 실효성이 적어지게 되고, 어업인의 재해에 대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통일적인 보상규정을 제정하고자 했던 어재법의 입법목적이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수급권자인 유족의 범위와 순위에 대하여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하고 어재법 시행령 제23조는 이에 관하여 선원법 시행령 제29조를 준용하도록 한 것인바, 이러한 필요성 역시 충분히 인정된다 할 것이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유족급여 및 장제비의 지급대상을 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 아니라, 문언상 그 범위의 한계설정이 가능한 ‘유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유족’이라는 용어는 민법상 ‘상속인’과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속인이 아닌 유족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민법과는 다른 입장에서 수급권자를 정할 것이라는 의사를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또한 수범자로서는 어재법과 동일한 입법목적으로 제정되어 유사한 보험관계를 보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5조의 규정을 참조하여 유족의 범위 및 순위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어선원 등과 그 유족의 생활 보장을 목적으로 제정된 어재법의 성격을 고려할 때 어선원의 사망 당시 실질적인 가족공동체를 구성하여 망인의 부양을 받던 자는 법률상의 혼인 여부를 불문하고 그 수급권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할 것이다.(4) 이처럼 법 전체의 체계 및 관련규정을 종합하면 대통령령으로 정할 내용의 대강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 제27조 제1항 및 제2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재판관 목영준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목영준의 반대의견
나는 다수의견과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상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이 사건 법률조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이하 ‘어재법’이라고 한다)상 유족급여 및 장제비의 수급권자에 대하여 단순히 ‘대통령령이 정하는 유족’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유족급여 등의 수급권자를 확정함에 있어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유족의 정의, 범위 및 순위 등에 관하여는 전부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나. 위임입법의 예측가능성
법률은 규정할 내용의 일부를 대통령령에 위임할 수 있으나( 헌법 제75조), 이 경우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이미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 내지 기본적 윤곽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헌재 1996. 8. 29. 95헌바36, 판례집 8-2, 90, 99; 헌재 1999. 1. 28. 97헌바90, 판례집 11-1, 19, 28-29 등 참조).
살피건대, 어재법상의 유족급여 및 장제비 수급권은 사회보장 및 생활보장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법률에 의하여 형성된 수익적 권리임을 부인할 수 없으나, 생계형 어업의 성격이 강한 우리나라 어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어선원 사망시 지급되는 유족급여 및 장제비의 수급권자인 유족의 범위 및 순위는 수혜의 대상을 확정하는 것으로 유족의 생계와 연결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이라 할 것이므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유족의 범위 및 순위에 관한 기준 등 기본적인 사항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재법상 유족급여 및 장제비에 관한 규정은 물론 어재법 제1조의 입법목적에 관한 규정이나 제2조의 정의 규정 등 관련 법조항 전체를 아무리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른 대통령령에 규정될 유족의 범위 및 순위의 기준 등 기본적 사항을 예측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민법상 ‘상속인’과 구별되는 ‘유족’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문언상 그 범위의 한계설정이 가능하고, 어재법과 입법목적이 유사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에 관한 규정을 통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대통령령에 위임한 유족의 범위 및 순위에 관한 대략적인 내용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선, 위 법률조항이 민법상 ‘상속인’과 구별되는 ‘유족’이라는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일반 국민은 물론 법률가까지도 그 유족의 범위 및 순위에 관한 대강의 내용에 대하여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나아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의 범위 및 순위( 제5조 제3호, 제63조 내지 제65조)가 어재법상의 유족 범위 및 순위와 일치한다고 예상할 수 없을 뿐 아니라(실제에 있어서도 어재법 시행령 제23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선원법 시행령 제29조와 제30조의 유족 범위 및 순위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그것과 일치하지 않는다), 공무원연금법 등 유족연금이나 유족보상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다른 법률들에서의 유족의 범위 및 순위가 각 상이하므로, ‘유족’이라는 용어만으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른 대통령령에서 규정될 ‘유족’의 범위 및 순위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도출해내기 힘들다.
다. 위임의 필요성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써 규정함이 원칙이나,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거나 규율대상이 지극히 다양하거나 수시로 변화하는 성질의 것이어서 일일이 법률로 규정할 경우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처할 수 없다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행정부로 하여금 이를 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위임입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헌재 2007. 4. 26. 2004헌가29, 2007헌바4, 판례집 19-1, 349, 365-366 참조).
그러나 어재법상 유족급여 및 장제비 수급권자의 범위 및 순위를 정하는 것이 미리 법률로써 정할 수 없을 정도로 긴급한 필요가 있는 사항이라거나 지극히 다양한 사실관계를 규율하는 내용이거나 수시로 변화하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에 있어서도 동종의 내용에 관하여,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위험직무 관련 순직공무원의 보상에 관한 법률 등은 유족의 개념을 법률 자체에서 정의하고 있고, 고용보험법, 5·18 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국가유공자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국민연금법 등은 정의규정 없이 수급자격자의 범위 및 순위에 대하여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어업에 종사하는 자들의 특수한 현실, 특히 가족 구성원의 생계 및 부양에 관한 상황과 보험 가입률, 국가의 재정적 지원 규모 등 가변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행정부에의 위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은 어재법상 각 보험급여나 보험료의 상한이나 산정기준과 관련되는 사항일 뿐 유족급여 및 장제비의 수급권자를 정하는 유족의 범위 및 순위와 관련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앞에서 본 각종 사회보장적 법률들도 위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여 수급권자의 범위 및 기준을 오히려 법률에서 직접 규정한 것이므로,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임입법의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또한, 선원법과 어재법 상의 유족의 범위 및 순위가 서로 달라지면 어재법 제31조 제1항의 ‘면제조항’의 실효성이 적어지므로 시행령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선원법과 어재법 상의 유족의 범위 및 순위를 동일하게 하려면 양자를 모두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면 되므로, 위와 같은 사유는 수급권자의 범위와 기준을 행정입법에 위임할 이유가 될 수 없다.
라. 소결
결국 어재법상 유족급여 및 장제비의 수급권자의 범위와 기준을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하위규범에 위임할 필요성이 없을 뿐 아니라, 위 법률조항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유족’의 범위 및 순위 등에 대하여 예측할 만한 기본적 기준과 범위도 없이 전부 그 내용을 하위법령에 위임하였으므로, 헌법상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