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2008헌마430 긴급보호및보호명령집행행위등위헌확인
청구인L. T. 바하두르 외 1인 (대리인 변호사 ○○○ ○ ○○)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 L. T. 바하두르(L. T. Bahadur, 이하 ‘림○○’라 한다)는 네팔인으로 1991. 11. 18. 체류기간 15일의 관광통과 체류자격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하였고, 청구인 S. M. 압두스(S. M. Abdus, 이하 ‘소○○’라 한다)는 방글라데시인으로 1998. 11. 19. 체류기간 90일의 사증면제 체류자격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는데, 청구인들은 각 체류기간 만료 후에도 출국하지 않고 계속해서 대한민국에 체류하다가, 2008. 1. 경부터는 청구인 림○○는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하 “이주노동자조합”이라 한다)의 위원장으로, 청구인 소○○는 부위원장으로 각 활동하여 왔다.
(2)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직원들은 청구인들이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대상자라는 이유로, 2008. 5. 2. 20:20경 서울 중구 예관동 소재 이주노동자조합 사무실 앞에서 청구인 림○○를, 같은 날 21:00경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있는 청구인 소○○의 주거지에서 청구인 소○○를 각 긴급보호한 후 청주외국인보호소로 인치하였다. 그 직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은 청구인들에 대한 2008. 5. 2. 자 보호명령서를 각 발부하였고, 2008. 5. 4. 청구인들에 대한 각 강제퇴거명령서를 발부하였다.
(3)청구인들은 2008. 5. 5. 법무부장관에게 위 각 보호명령 및 강제퇴거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2008. 5. 9.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피고로 하여 위 명령들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 서울행정법원 2008구합19772)을 제기하면서 그 소송의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강제퇴거명령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집행정지신청( 서울행정법원 2008아1278)을 하였다. 또한 청구인들은 2008. 5. 8. 위와 같은 긴급보호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는데,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 5. 15. 위 진정사건의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청구인들에 대한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을 유예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긴급구제조치 결정을 하였다.
(4)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은 2008. 5. 15. 14:00경 청구인들에 대한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을 개시하여 청구인들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송하였는데, 청구인들의 변호인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위와 같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결정이 있는 사실 및 청구인들이 제기한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신청 사건이 계속중인 사실을 들어 강제퇴거의 집행을 정지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은 21:30경 방콕행 비행기편을 이용하여 청구인들을 강제출국시킴으로써 강제퇴거의 집행을 완료하였다.
(5)이에 청구인들은 그 변호인을 통하여 2008. 6. 2. ‘청구인들에 대한 2008. 5. 2. 자 긴급보호 및 보호명령의 집행행위가 헌법상 영장주의원칙과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어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노동3권을 침해하였고, 2008. 5. 15. 자 강제퇴거명령의 집행행위는 재판청구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노동3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였다. ’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심판청구서에 기재된 피청구인이나 청구취지에 구애됨이 없이 청구인의 주장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청구인이 주장하는 침해된 기본권과 침해의 원인이 되는 공권력을 직권으로 조사하여 피청구인과 심판대상을 확정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헌재 1993. 5. 13. 91헌마190, 판례집 5-1, 312, 320).
(2)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과 함께 법무부장관도 피청구인으로 적시하고 있으나, 청구인들이 심판을 구하고 있는 ‘청구인들에 대한 2008. 5. 2. 자 긴급보호 및 보호명령의 집행행위’와 ‘2008. 5. 15. 자 강제퇴거명령의 집행행위’의 주체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일 뿐, 법무부장관은 위와 같은 행위의 주체가 아님이 명백하고 청구인들이 법무부장관의 다른 공권력행사를 심판의 대상으로 구하고 있지도 않으므로, 이 사건의 피청구인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으로 확정함이 상당하다(이하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피청구인’이라 한다).
(3)한편 청구인들은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서 긴급보호 및 보호명령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출입국관리법 제51조의 위헌 여부도 함께 판단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청구인들이 변론에서 이 사건 심판대상을 ‘2008. 5. 2. 자 긴급보호 및 보호명령의 집행행위’ 및 ‘2008. 5. 15. 자 강제퇴거명령의 집행행위’로 명시적으로 한정하였을 뿐 아니라, 출입국관리법 제51조는 긴급보호와 보호명령이라는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예정하고 있어 기본권침해의 직접성도 인정되지 않아 이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함이 명백하므로, 위 법률조항은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4)결국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의 2008. 5. 2. 자 긴급보호 및 보호명령의 집행행위’(이하 ‘이 사건 보호’라 한다)와 ‘피청구인의 2008. 5. 15. 자 강제퇴거명령의 집행행위’(이하 ‘이 사건 강제퇴거’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이다(이하 ‘이 사건 보호 및 이 사건 강제퇴거’를 ‘이 사건 보호 및 강제퇴거’라 한다).
(5)관련 법령조항의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도 노동3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청구인들은 이주노동자조합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이라는 이유로 표적단속되어 강제출국되었으므로 이 사건 보호 및 강제퇴거는 청구인들의 노동3권을 침해하였다.
(2)긴급보호를 위해 요구되는 ‘긴급성’이란 ‘보호대상자를 우연히 발견하여 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로 보아야 하는데, 청구인들에 대한 긴급보호는 사전에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긴급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되고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였다.
(3)청구인 소○○를 긴급보호하는 과정에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직원들이 영장도 없이 청구인 소○○의 주거에 침입한 것은 청구인의 주거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4)피청구인은, 청구인들의 보호 일시, 장소 및 이유를 변호인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고, 청구인들이 제기한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이나 강제퇴거의 집행 개시를 변호인에게 알리지 않은 채 청구인들을 강제출국시킴으로써 청구인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
(5)피청구인의 강제퇴거명령에 대하여 청구인들이 제기한 효력정지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있기도 전에 강제퇴거의 집행을 마친 것은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것이다.
(6)피청구인이,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정 조사 중인 피보호자들에 대해서는 강제퇴거의 집행을 유예하던 것과 달리, 청구인들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가 완료되기도 전에 강제퇴거시키고, 퇴거 대상자가 부담하던 강제퇴거 비용도 국가가 부담하면서 기습적으로 강제퇴거의 집행을 완료한 것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헌법 제10조와 제37조 제1항에서 도출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공정한 조사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
나. 피청구인의 의견
(1)청구인들은 대한민국에 불법체류하고 있는 자들로서 원칙적으로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특히 노동3권은 외국인에게는 기본권으로 인정될 수 없다. 청구인들은 보호명령 및 강제퇴거명령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가 그 소송을 스스로 취하하였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법률에 의한 적법한 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제기된 것이고, 권리보호이익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2)청구인들은 보호명령과 강제퇴거명령에 대해 이미 행정소송과 집행정지신청을 제기하였으므로 청구인들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볼 여지가 없다. 행정소송법은 집행부정지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집행정지신청에 대해 법원이 결정하기 전에 강제퇴거집행을 완료하였다고 해서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직원들이 서울 행당동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하던 중 그 광경을 보고 급히 도주하는 청구인 소○○를 발견하고 추격하여 긴급보호한 것이고 청구인 소○○의 주거에 침입한 사실이 없다.
(4) 청구인들의 변호인 장서연 변호사가 2008. 5. 3. 청구인들을 접견하였고 2008. 5. 13. 청구인들에 대한 진료기록열람등사 및 외부기관 진료신청을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충분히 보장되었다.
(5)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을 보호하고 강제퇴거시킨 것은 청구인들이 장기 불법체류자였기 때문일 뿐, 이주노동자조합의 조합원 또는 그 간부라는 사실과는 관련이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았다.
3.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가. 외국인의 기본권주체성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헌법소원은 기본권의 주체이어야만 청구할 수 있는데, 단순히 ‘국민의 권리’가 아니라 ‘인간의 권리’로 볼 수 있는 기본권에 대해서는 외국인도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 헌재 2001. 11. 29. 99헌마494, 판례집 13-2, 714, 724; 헌재 2007. 8. 30. 2004헌마670, 판례집 19-2, 297, 304; 헌재 2011. 9. 29. 2007헌마1083, 판례집 23-2상, 623, 638 참조). 나아가 청구인들이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들이라 하더라도, 불법체류라는 것은 관련 법령에 의하여 체류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므로, ‘인간의 권리’로서 외국인에게도 주체성이 인정되는 일정한 기본권에 관하여 불법체류 여부에 따라 그 인정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2) 청구인들이 침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재판청구권 등은 성질상 인간의 권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 기본권들에 관하여는 청구인들의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공정한 조사를 받을 권리’는 헌법상 인정되는 기본권이라고 하기 어렵고, 이 사건 보호 및 강제퇴거가 청구인들의 노동3권을 직접 제한하거나 침해한 바 없음이 명백하므로, 위 기본권들에 대하여는 본안판단에 나아가지 아니한다.
나. 보충성 및 권리보호이익
이 사건 보호 및 강제퇴거는 이미 종료한 권력적 사실행위로서 행정소송을 통해 구제될 가능성이 거의 없고 헌법소원심판 이외에 달리 효과적인 구제방법을 찾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가 보충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보호 및 강제퇴거는 이미 집행이 모두 종료하였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가 인용되더라도 청구인들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보호 및 강제퇴거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 예상되어 이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필요하므로,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된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보호가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헌법 제12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원칙은 형사소송절차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국가작용에 적용되며 행정작용에 있어서도 적법절차원칙은 준수되어야 하는바( 헌재 2007. 10. 4. 2006헌바91, 판례집 19-2, 396, 408 참조),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보호 또는 긴급보호의 경우에도 출입국관리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법률이 정한 절차를 위반하는 때에는 적법절차원칙에 반하여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게 된다.
(1) 청구인들이 구 출입국관리법상 ‘보호’의 대상인지 여부
(가) 구 출입국관리법(2010. 5. 14. 법률 제102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에 의하면 외국인은 그 체류자격과 체류기간의 범위 내에서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고( 법 제17조 제1항), 이에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관할출입국관리사무소장·관할출입국관리사무소출장소장 또는 외국인보호소장(이하 ‘사무소장등’이라 한다)이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퇴거시킬 수 있다( 법 제46조 제1항 제7호). 출입국관리공무원은 외국인이 강제퇴거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는 경우 사무소장등으로부터 보호명령서를 발부받아 그 외국인을 보호할 수 있는데( 법 제51조 제1항), 긴급을 요하여 사무소장등으로부터 보호명령서를 발부받을 여유가 없는 때에는 출입국관리공무원은 그 취지를 알리고 출입국관리공무원의 명의로 긴급보호서를 발부하여 그 외국인을 보호할 수 있다( 같은 조 제3항).
(나) 청구인 림○○는 관광통과 체류자격(체류기간 15일)으로 1991. 11. 18. 입국하였고 청구인 소○○는 사증면제 체류자격(체류기간 90일)으로 1998. 11. 19. 입국하였으나, 청구인들 모두 그 체류기간이 만료하고도 출국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보호가 이루어진 2008. 5. 2. 당시까지 계속해서 대한민국에 체류하고 있었으므로 강제퇴거의 대상에 해당되었다. 그리고 법무부장관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청구인들은 2002. 5. 경에 2003. 8. 31. 까지 출국기한의 유예를 받았으나 그 기간 내에 출국하지 아니하였고, 청구인들 스스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보호가 행해질 시점에는 이주노동자조합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각 활동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보호가 행해질 당시 청구인들은 스스로 출국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만약 사무소장등이 퇴거절차를 진행하고자 할 경우 청구인들이 순순히 응하지 않고 도주할 염려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다) 따라서 청구인들은 출입국관리법이 정한 보호의 대상에 해당한다.
(2) 이 사건 긴급보호가 긴급성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
(가) 청구인들은, 그들에 대한 긴급보호가 있었던 2008. 5. 2. 아침에 전국 출입국관리기관장 및 해외기관장 회의가 열려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대책이 논의되고 그날 저녁 청구인들에 대한 긴급보호가 있었던 점, 청구인들이 비슷한 시간대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각각 긴급보호된 점, 청구인들과 다른 한 명의 불법체류 외국인만을 단속한 후 곧바로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이 종료된 점, 청구인들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가 아닌 청주외국인보호소로 인치한 점 등을 들어, 청구인들에 대한 긴급보호는 이주노동자조합의 간부들인 청구인들에 대하여 사전에 준비하여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표적단속으로서 긴급보호에 필요한 긴급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 그러나 설사 위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청구인들에 대한 긴급보호가 ‘긴급을 요하여 사무소장등으로부터 보호명령서를 발부받을 여유가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입국한 날부터 90일을 초과하여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성명·성별·생년월일 및 국적, 여권의 번호·발급일자 및 유효기간, 근무처와 직위 또는 담당업무, 본국의 주소와 국내체류지, 체류자격과 체류기간, 입국일자와 입국항, 사증에 관한 사항, 동반자에 관한 사항, 세대주 및 세대주와의 관계, 사업자 등록번호 등을 등록하여야 하는데( 법 제31조 제1항, 제32조, 시행규칙 제47조), 이와 같은 외국인등록을 하지 않은 외국인에 대해서는 인적 동일성이나 주거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으므로, 외국인등록을 하지 않은 강제퇴거 대상자를 사전에 특정하여 보호명령서를 발부받은 후 집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 그러므로 외국인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오랜 기간 불법적으로 체류하면서 스스로 출국할 의사가 없는 청구인들을 사무소장등의 보호명령서가 아닌 출입국관리공무원의 긴급보호서를 발부하여 보호한 것이 이에 필요한 긴급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소결
결국 이 사건 보호가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 보호가 청구인 소○○의 주거의 자유를 침해하였는지 여부
(1) 청구인 소○○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직원 10명이 청구인 소○○의 주거지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청구인 소○○의 주거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피청구인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외국인 주거 밀집 지역에 대한 단속을 벌이는 과정에서 방글라데시인 여성 불법체류자(호○○)를 조사하고 있었는데, 골목에서 나오다가 그 광경을 보고 도주하는 청구인 소○○를 검거한 것으로, 그 검거 장소는 청구인 소○○의 주거지 앞이었다고 다툰다.
(2) 수사절차에서 피의자를 영장에 의해 체포·구속하거나 영장없이 긴급체포 또는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는 경우,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인의 주거 내에서 피의자를 수사할 수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참조),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보호에 있어서도 용의자에 대한 긴급보호를 위해 그의 주거에 들어간 것이라면, 그 긴급보호가 적법한 이상 주거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3)따라서 청구인 소○○의 주장대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직원들이 위 청구인을 긴급보호하는 과정에서 위 청구인의 주거지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 청구인에 대한 긴급보호를 위해 필요한 행위로서, 그 긴급보호가 적법한 이상 청구인 소○○의 주거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이 사건 보호 및 강제퇴거가 청구인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는지 여부
(1)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의 보호 일시, 장소 및 이유를 변호인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고, 청구인들의 보호명령 및 강제퇴거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이나 강제퇴거의 집행개시도 변호인에게 알리지 않은 채 강제출국시킴으로써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한다.
(2)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형사절차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것으로서 출입국관리법상 보호 또는 강제퇴거의 절차에도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출입국관리법은 출입국관리공무원이 강제퇴거대상 용의자를 보호한 때에는 국내에 있는 그의 법정대리인·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가족·변호인 또는 용의자가 지정하는 자에게 3일 이내에 보호의 일시·장소 및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 제54조 본문),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는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변호인에 대한 통지 의무’가 있다. 그런데 청구인들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더라도(강제퇴거명령·보호에 대한 이의신청서), 청구인들이 2008. 5. 2. 긴급보호된 후 바로 그 다음날인 2008. 5. 3. 변호사 장서연과 접견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에 비추어 볼 때, 피청구인이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변호인에 대한 통지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3)한편 출입국관리공무원이 강제퇴거명령서를 집행할 때에는 그 명령을 받은 자에게 강제퇴거명령서를 내보여야 하지만( 법 제62조 제3항) 강제퇴거의 집행 사실을 변호인에게 통지할 의무는 없으며,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이 내려진 경우 사무소장등이 지체없이 용의자에게 그 뜻을 알려야 하지만( 법 제60조 제4항, 제5항) 역시 변호인에게 통지할 의무는 없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에 대한 강제퇴거의 집행 사실이나 청구인들의 이의신청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기각결정을 변호인에게 통지하지 않은 채 강제퇴거의 집행을 개시하고 완료하였다고 하더라도, 피청구인이 ‘변호인에 대한 통지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오히려 기록에 의하면, 피청구인은 변호인에게 강제퇴거의 집행 사실을 2008. 5. 15. 16:10경에, 이의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을 같은 날 17:29경에 각 통지한 사실이 인정된다).
(4)따라서 이 사건 보호 및 강제퇴거가 청구인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라. 이 사건 강제퇴거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1)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이 다른 강제퇴거 대상자들과는 달리 청구인들에 대해서만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가 진행중임에도 강제퇴거를 집행하고, 그 비용도 퇴거 대상자 부담으로 하던 것과 달리 국가의 부담으로 하여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강제퇴거의 집행을 완료한 것은, 청구인들이 이주노동자조합의 간부라는 이유에서 이루어진 차별취급이어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한다.
(2)살피건대, 청구인들은 강제퇴거의 대상자로서 2008. 5. 2. 보호되어 2008. 5. 4.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2008. 5. 15. 강제퇴거되었는데, 불법체류 외국인의 평균 보호기간이 7∼8일(법무부장관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08년 7. 2일, 2009년 8. 6일, 2010년 8. 5일이었다)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들에 대한 강제퇴거의 집행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집행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절차가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피청구인이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강제퇴거의 집행을 정지하여야 할 의무는 없을 뿐 아니라, 청구인들의 경우를 제외한 모든 경우에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절차가 진행중임을 이유로 강제퇴거의 집행을 유예하였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으므로,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을 부당하게 차별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나아가 강제퇴거의 집행 비용은 주로 외국인의 국외 송환에 필요한 항공 또는 선박의 운임을 의미하는데, 그 비용의 부담에 관해서는 법령에 명문의 규정이 없고, 실무상 원칙적으로 퇴거대상자의 부담으로 하되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국가가 부담하는데, 강제퇴거의 비용을 퇴거 대상자에게 부담시키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퇴거 대상자를 부당하게 차별취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법무부장관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청구인들이 강제퇴거된 2008년에만 모두 30,576명의 불법체류 외국인이 강제퇴거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청구인들이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의 대상자임이 인정되는 이상, 청구인들이 이주노동자조합의 간부들이었기 때문에 강제퇴거되었다고 하기도 어렵다.
(3)그러므로 이 사건 강제퇴거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마. 이 사건 강제퇴거가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청구인들은, 강제퇴거명령에 대한 취소소송과 강제퇴거명령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집행정지신청이 법원에 계속중이었는데도, 피청구인이 강제퇴거의 집행을 종료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신청에 있어서 소의 이익 또는 신청의 이익이 소멸하게 되어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취소소송의 제기는 처분 등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에 영향을 주지 아니하므로( 행정소송법 제23조 제1항), 청구인들의 취소소송이나 집행정지신청에 관한 법원의 판단이 있기 전에 피청구인이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하였다고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청구인들이 취소소송과 집행정지신청을 제기한 사실을 피청구인이 미리 알고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방해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강제퇴거의 집행을 개시한 것으로 볼 만한 자료도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강제퇴거가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바. 소결
결국 이 사건 보호 및 강제퇴거가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다음 6. 과 같은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각하의견) 및 다음 7. 과 같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인용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6.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나는 헌법재판소가 2011. 9. 29. 선고한 2007헌마1083등 사건의 결정에서, 우리 헌법상 외국인은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만이 제기할 수 있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판례집 23-2상, 653면 이하). 이 사건 역시 외국인으로서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는 자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으로서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한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은 반대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가. 현재 학계의 통설적 견해와 우리 재판소의 선례는 기본권을 ‘인간의 권리’와 ‘국민의 권리’로 나누어 외국인도 ‘인간의 권리’에 속하는 기본권의 주체는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이는 아래와 같은 점에서 부당하다(다만, 그 자세한 이유는 위 2007헌마1083등 사건의 반대의견 중 해당 부분을 원용하기로 한다).
첫째, 기본권의 주체를 ‘모든 국민’으로 명시한 우리 헌법의 문언상 외국인은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둘째, ‘인권 내지 인간의 권리’가 헌법 이전에 이미 존재하여 생래적·천부적인 것으로도 명칭 된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헌법에 수용되었기 때문에 비로소 우리 국가권력의 기본권에의 기속을 규범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정당성이 부여되고, 우리 정부를 구속하는 주관적 공권으로서의 규범적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므로 대한민국이라는 정치적 공동체의 구성원인 우리 국민만이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셋째, 국민의 헌법상 기본적 권리는 헌법상 기본적 의무와 표리를 이루므로 양자는 그 주체가 같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주권주의 헌법의 기본적 요청이므로, 기본권의 주체는 기본의무의 주체와 동일해야 한다.
넷째, 청구인이 어느 나라 국민인지 그 나라의 헌법은 우리 국민을 어떻게 처우하는지를 묻지 않고 널리 외국인에게도 기본권의 성질에 따라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겠다는 것은, 국제관계에서의 상호주의 원칙을 취한 우리 헌법(제6조 제2항)에 어긋난다.
다섯째, 헌법재판 실무처리의 관점에서 보아도, 헌법상 기본권들을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국민으로서의 권리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객관성이 없고 명확하지 않은데다가,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일반적·추상적 자격이라고 할 기본권 주체성 문제를 청구인이 주장하는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 그 성질을 검토해 본 후에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판단의 순서가 역행되어 부당하다.
여섯째, 외국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부인하는 것이 외국인을 헌법상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뜻은 아니다. 외국인은 국제법이나 조약 등에 의하여 충분히 그 지위가 보장되며 법률상의 권리주체로서의 권리의 침해가 있는 경우에 그 회복을 위하여 일반법원에 권리구제를 청구할 수 있고 그 소송 계속 중 당해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절차(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68조 제2항)를 통해 헌법재판소에 그 법률의 위헌여부에 대한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나. 한편 우리 헌법상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지만 국적법상 우리 국민이 아닌 외국인이라도 우리나라에 입국하여 상당기간 거주해 오면서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생활을 계속해 온 자라면(예컨대 귀화할 수 있는 실체적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경우) 사실상 국민으로 취급해 예외적으로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을 수는 있으나(위 2007헌마1083등 결정의 반대의견 참조, 판례집 23-2상, 657면), 대한민국에 적법하게 체류할 수 있는 법률상 자격도 갖추지 못한 이 사건 청구인들의 경우 그러한 예외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결국 이 사건 청구인들의 경우, 우리 헌법상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되지 않는 외국인들로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 수단인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이 제기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7.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보호 및 강제퇴거가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은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청구인들에 대한 긴급보호의 문제점
(1) 출입국관리법에 의하면, 강제퇴거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는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보호명령서에 의해 보호하되, 긴급을 요하여 보호명령서를 발부받을 여유가 없는 때에 한하여 긴급보호할 수 있다( 법 제51조 제1항, 제3항). 따라서 긴급보호는 강제퇴거의 대상이 되는 외국인을 우연히 발견하여 즉시 신병을 확보할 필요가 있음에도 보호명령서를 발부받을 수 없는 경우와 같이 보호명령서를 사전에 발부받을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그런데 청구인들에 대한 긴급보호가 이루어진 경위와 그 전후의 정황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들에 대하여 사전에 보호명령서를 발부받을 여유가 과연 없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먼저, 청구인들은 2002. 5. 경에 2003. 8. 31. 까지 출국기한의 유예를 받은 사실이 있고 2008. 1. 경부터는 이주노동자조합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집회와 행사에 공개적으로 참석하였고 그 활동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을 긴급보호하기 전부터 불법체류자로서 강제퇴거 대상인 청구인들의 소재나 활동 등에 관하여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피청구인은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단속과정에서 청구인들을 우연히 발견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단속하려면 통상적으로 사람들의 활동과 이동이 많은 시간대에 하였어야 할 것인데, 피청구인은 청구인 림○○를 2008. 5. 2. 20:20경, 청구인 소○○를 같은 날 21:00경 각 긴급보호하였는바, 그 시간대는 모두 야간으로서 사람들의 활동과 이동이 적은 시간대였다. 그리고 청구인 림○○는 서울 중구 예관동에 있는 이주노동자조합 사무실 앞에서, 청구인 소○○는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각 긴급보호되어 서로 다른 장소에서 긴급보호되었으나 긴급보호된 시간대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비슷한 시간대였으며, 당시 청구인들 이외에는 단 한 명의 불법체류자만이 단속된 상태였으나 피청구인은 곧바로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을 종료하였고, 긴급보호서에 기재된 장소인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실’이 아닌 멀리 떨어진 청주시에 있는 청주외국인보호소로 청구인들을 야간에 이송하여 보호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할 때,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을 긴급보호하기 이전에 미리 청구인들의 인적 사항과 소재를 파악한 후 계획적으로 신병 확보에 나섰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3) 따라서 청구인들에 대한 긴급보호가 긴급성 요건을 갖추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나. 이 사건 강제퇴거의 문제점
(1) 자의적이고 선별적인 집행 가능성
(가)법무부장관이제출한자료에의하면,국내에 거주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의 수는 2008년 222,489명, 2009년 177,955명, 2010년 168,515명이었는데, 단속된 불법체류자의 수는 2008년 32,591명, 2009년 30,299명, 2010년 22,139명이며, 그 중 강제퇴거가 집행된 숫자는 2008년에 30,576명, 2009년 29,043명, 2010년 21,339명이다. 즉 전체 불법체류자 중 약 15%에 못 미치는 숫자의 불법체류 외국인만이 단속되고 그 중에서도 다시 5% 내외의 사람들은 강제퇴거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 청구인 림○○는 15일간의 체류자격으로 입국하여 약 16년 6개월간 체류하였고, 청구인 소○○는 90일간의 체류자격으로 입국하여 약 9년 6개월간을 체류하였으나, 청구인들은 위와 같이 불법체류자임에도 2002. 5. 경에 1년 3개월 후인 2003. 8. 31. 까지 출국기한의 유예를 받았고, 그 이후에도 출국하지 않았음에도 강제퇴거의 집행을 당하지 않고 있다가, 청구인들이 이주노동자조합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활동한 이후에야 강제퇴거가 집행되었다. 한편, 청구인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주노동자조합의 초대 위원장은 2005. 5. 3. 경 이주노동자조합 설립신고서를 노동부에 제출하고 그로부터 약 열흘 후에 청주외국인보호소에 보호되었고, 2대 위원장과 부위원장, 사무국장 역시 이주노동자조합의 활동을 하던 중 2007. 11. 27. 경 긴급보호되어 2007. 12. 13. 강제퇴거가 집행되었다고 한다.
(다) 이와 같이 전체 불법체류자 중 강제퇴거가 집행되는 외국인들은 소수에 불과한 상황에서, 오랜 기간 불법체류가 묵인되어 온 청구인들이 이주노동자조합의 간부로 활동하자마자 곧 강제퇴거가 집행되었다면, 이주노동자조합의 간부로 활동한 것과 강제퇴거의 집행이 전혀 무관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특히 강제퇴거의 비용은 퇴거대상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원칙임에도 이 사건 강제퇴거에서는 일반적인 강제퇴거의 경우와 달리 국가가 그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서둘러 청구인들을 강제퇴거시켰으나, 그와 같은 비용 부담 문제에 관해서도 피청구인은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이 사건 강제퇴거가 형식적으로는 출입국관리법에 근거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이주노동자조합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청구인들을 하루 빨리 국외로 추방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선별적이고 자의적인 법집행이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2) 적정한 청문 기회 흠결
(가)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되는 가장 중요한 절차적 요청 중의 하나가,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를 행할 것과 당사자에게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어떠한 절차가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는 규율되는 사항의 성질, 관련 당사자의 사익, 절차의 이행으로 제고될 가치, 국가작용의 효율성,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 불복의 기회 등 다양한 요소들을 형량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판례집 15-2상, 1, 18 참조).
(나)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강제퇴거의 집행은 국외로의 강제추방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로 인해 강제퇴거의 대상자는 일거에 국내에 있는 모든 인적, 물적 관계로부터 단절되고 생활의 기반을 상실하게 된다. 그리고 국내에 체류하였던 기간이 길면 길수록 강제퇴거가 그 대상자에게 미치는 충격과 불이익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서는 비록 불법체류자로서 강제퇴거의 대상자라고 하더라도 강제퇴거의 집행을 정지하거나 상당기간 그 집행을 유예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출입국관리법이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출국한 자에 대해 5년 동안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11조 제1항 제6호)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점에서 강제퇴거의 집행에 있어서는 그 대상자가 자신의 현재 상황과 강제퇴거로 인해 발생할 문제들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의견을 진술하고 자료를 제출할 청문의 기회가 실질적이고도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은 각 16년 6개월, 9년 6개월을 국내에서 체류하였다. 따라서 그 체류가 비록 불법적인 것이었다고는 하더라도, 이미 무수한 인적, 물적 관계가 국내에서 형성되고 자리 잡았을 것임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한편, 청구인들이 위와 같이 오랜 기간 체류하였다는 사실은, 청구인들에 대한 강제퇴거의 필요성이 그리 급박한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에 대한 강제퇴거를 집행함에 있어서 청구인들의 구체적인 사정들에 관한 청문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 다만, 청구인들이 강제퇴거명령에 대하여 출입국관리법상의 이의신청을 제기한 바 있으나, 그 이의신청은 출입국관리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장관에게, 그것도 서면을 통해 제기하는 것이어서 실효성 있는 청문절차로 보기 어렵다(법무부장관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11년 2월까지의 이의신청 사건 중 인용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오히려 피청구인은, 이 사건 강제퇴거와 관련하여 청구인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한 진정 사건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를 마칠 때까지 강제퇴거의 집행을 유예할 것을 권고하는 긴급구제조치 결정을 하였음에도 강제퇴거의 집행을 그대로 진행하였을 뿐 아니라, 청구인들이 강제퇴거명령의 효력을 다투며 제기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신청의 재판이 진행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퇴거의 집행을 완료하여 청구인들이 그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박탈하였다. 물론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 결정을 하였다거나 행정소송이 계속중에 있다고 해서 피청구인이 강제퇴거의 집행을 정지하여야 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고 할 것이지만, 출입국관리법 기타 법령에 의하더라도 강제퇴거의 집행 절차에서 그 대상자의 청문 기회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청구인이 직접 청문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국가인권위원회의 최종 결정이나 법원의 재판 결과를 기다려 볼 필요는 있었다고 할 것이다. 반면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에 대한 강제퇴거를 이 사건에서와 같이 신속하게 집행을 마쳤어야 할 사정도 발견하기 어렵다.
(라) 결국 이 사건 강제퇴거의 집행은 적법절차원칙이 요구하는 청문의 기회를 청구인들에게 충분히 보장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것이라 하겠다.
다. 소결
그렇다면 앞서 살핀 청구인들에 대한 긴급보호 및 강제퇴거가 이루어진 구체적인 경위와 그 전후의 정황들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들에 대한 긴급보호는 긴급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청구인들에 대한 강제퇴거는 선별적이고 자의적인 법집행으로 보이며, 청구인들에 대하여 청문의 기회도 충분히 부여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 사건 보호 및 강제퇴거는 적법절차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박한철 이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