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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가. 재판의 전제성에 관한 제청법원의 법률적 견해가 명백히 유지될 수 없어 재판의 전제성이 부인된 사례 나. 사형제도에 대한 위헌심사의 범위 다. 사형제도의 헌법적 근거 라.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생명권의 제한이 곧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인지 여부(소극) 마. 사형제도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생명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바. 사형제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사. 가석방이 불가능한 이른바 ‘절대적 종신형’이 아니라 가석방이 가능한 이른바 ‘상대적 종신형’만을 규정한 현행 무기징역형제도가 평등원칙이나 책임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아. 형법 제250조 제1항 중 ‘사형, 무기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이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자.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되고 2008. 6. 13. 법률 제91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1항 중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이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 가석방의 요건에 관한 규정은 사법부에 의하여 형이 선고·확정된 이후의 집행에 관한 문제일 뿐 이 사건 당해 재판 단계에서 문제될 이유는 없고, 달리 위 규정이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률조항임을 인정할 자료를 찾아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위헌제청 중 형법 제72조 제1항 중 ‘무기징역’ 부분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사형제도가 위헌인지 여부의 문제는 성문 헌법을 비롯한 헌법의 법원을 토대로 헌법규범의 내용을 밝혀 사형제도가 그러한 헌법규범에 위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서 헌법재판소에 최종적인 결정권한이 있는 반면, 사형제도를 법률상 존치시킬 것인지 또는 폐지할 것인지의 문제는 사형제도의 존치가 필요하거나 유용한지 또는 바람직한지에 관한 평가를 통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입법부가 결정할 입법정책적 문제이지 헌법재판소가 심사할 대상은 아니다. 그리고 극악한 범죄 중 극히 일부에 대하여서라도 헌법질서내에서 사형이 허용될 수 있다고 한다면 사형제도 자체를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고, 사형제도 자체의 합헌성을 전제로 사형이 허용되는 범죄유형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될 뿐이며, 이는 개별 형벌조항의 위헌성 여부의 판단을 통하여 해결할 문제이다. 다. 헌법 제110조 제4항은 법률에 의하여 사형이 형벌로서 규정되고 그 형벌조항의 적용으로 사형이 선고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이라도 단심으로 할 수 없고 사법절차를 통한 불복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으로, 우리 헌법은 문언의 해석상 사형제도를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다. 라. 헌법은 절대적 기본권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비록 생명이 이념적으로 절대적 가치를 지닌 것이라 하더라도 생명에 대한 법적 평가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생명권 역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일반적 법률유보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생명권의 경우, 다른 일반적인 기본권 제한의 구조와는 달리, 생명의 일부 박탈이라는 것을 상정할 수 없기 때문에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필연적으로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하게 되는바, 위와 같이 생명권의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생명권의 박탈이 초래된다 하더라도 곧바로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는 없다. 마. (1) 사형은 일반국민에 대한 심리적 위하를 통하여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며 극악한 범죄에 대한 정당한 응보를 통하여 정의를 실현하고, 당해 범죄인의 재범 가능성을 영구히 차단함으로써 사회를 방어하려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가장 무거운 형벌인 사형은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2) 사형은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보다도 범죄자에 대한 법익침해의 정도가 큰 형벌로서, 인간의 생존본능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까지 고려하면,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보다 더 큰 위하력을 발휘함으로써 가장 강력한 범죄억지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극악한 범죄의 경우에는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의 선고만으로는 범죄자의 책임에 미치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가족 및 일반국민의 정의관념에도 부합하지 못하며, 입법목적의 달성에 있어서 사형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사형보다 범죄자에 대한 법익침해 정도가 작은 다른 형벌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사형제도가 침해최소성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오판가능성은 사법제도의 숙명적 한계이지 사형이라는 형벌제도 자체의 문제로 볼 수 없으며 심급제도, 재심제도 등의 제도적 장치 및 그에 대한 개선을 통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오판가능성을 이유로 사형이라는 형벌의 부과 자체가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3) 사형제도에 의하여 달성되는 범죄예방을 통한 무고한 일반국민의 생명 보호 등 중대한 공익의 보호와 정의의 실현 및 사회방위라는 공익은 사형제도로 발생하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이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인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의 극악한 범죄에 대하여 한정적으로 부과되는 사형이 그 범죄의 잔혹함에 비하여 과도한 형벌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사형제도는 법익균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바. 사형제도는 우리 헌법이 적어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는 형벌의 한 종류일 뿐만 아니라, 사형제도가 생명권 제한에 있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헌법적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범죄자의 생명권 박탈을 내용으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으며, 사형제도는 형벌의 경고기능을 무시하고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하여 그 중한 불법 정도와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서 범죄자가 스스로 선택한 잔악무도한 범죄행위의 결과인바, 범죄자를 오로지 사회방위라는 공익 추구를 위한 객체로만 취급함으로써 범죄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한편 사형을 선고하거나 집행하는 법관 및 교도관 등이 인간적 자책감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제도가 법관 및 교도관 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형벌제도라고 할 수는 없다. 사. 절대적 종신형제도는 사형제도와는 또 다른 위헌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현행 형사법령 하에서도 가석방제도의 운영 여하에 따라 사회로부터의 영구적 격리가 가능한 절대적 종신형과 상대적 종신형의 각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행 무기징역형제도가 상대적 종신형 외에 절대적 종신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은 것이 형벌체계상 정당성과 균형을 상실하여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반한다거나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비례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책임원칙에 반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아. 형법 제250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살인의 죄는 인간 생명을 부정하는 범죄행위의 전형이고, 이러한 범죄에는 행위의 태양이나 결과의 중대성으로 보아 반인륜적 범죄라고 할 수 있는 극악한 유형의 것들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는 범죄행위에 대하여 5년 이상의 징역 외에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규정한 것은 하나의 혹은 다수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수단의 선택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자.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되고 2008. 6. 13. 법률 제91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1항의 범죄구성요건은 살인과 성폭력범죄가 합쳐진 결합범인데, 성폭력범죄자가 타인의 생명까지 침해한 행위에 대하여 행위자의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그 불법효과의 하나로서 규정한 것은 하나의 혹은 다수의 생명과 타인의 성적자기결정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수단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고, 성폭력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개인의 성적자유침해라는 추가적 법익침해를 감안할 때 일반 살인죄의 법정형에서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제외한 것을 가리켜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재판관 이강국의 보충의견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된 생명권과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와의 대립관계는 헌법의 통일성의 원칙이나 실제적 조화의 원칙에 따라 위 2개의 법익이 통일적으로, 그리고 실제적으로 가장 잘 조화되고 비례될 수 있도록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사형제는 헌법 자체가 긍정하고 있는 형(刑)이지만, 동시에 이와 충돌되는 생명권의 높은 이념적 가치때문에 그 규범영역은 상당부분 양보·축소되어야 할 것이므로 사형의 선고는 정의와 형평에 비추어 불가피한 경우에만, 그것도 비례의 원칙과 최소 침해의 원칙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고, 이러한 해석과는 달리, 생명권의 최상위 기본권성만을 내세워 실정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형제를 가볍게 위헌이라고 부정하는 것은 헌법해석의 범위를 벗어나 헌법의 개정이나 헌법의 변질에 이르게 될 수 있다. 재판관 민형기의 보충의견 현행 헌법질서 내에서의 사형제 자체의 존재 이유 및 필요성은 인정될 수 있으나, 사형의 오·남용 소지와 그에 따른 폐해를 최대한 불식시키고, 잔혹하고도 비이성적이라거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도한 형벌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있도록, 그 적용 대상과 범위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원칙적으로 사형 대상 범죄는 인간의 생명을 고의적으로 침해하는 범죄나 생명의 침해를 수반할 개연성이 매우 높거나 흉악한 범죄로 인해 치사의 결과에 이른 범죄, 전쟁의 승패나 국가안보와 직접 관련된 범죄 등으로 한정되어야 한다. 입법자는 외국의 입법례 등을 참고하여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사형제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개선하고 필요한 경우 문제가 되는 법률이나 법률조항을 폐지하는 등의 노력을 게을리 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재판관 송두환의 보충의견 인간의 존엄성 및 인간 생명의 존엄한 가치를 선명하기 위하여, 역설적으로 그 파괴자인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 불가피한 예외적 상황도 있을 수 있으므로,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비하여 사형을 규정한 것으로 한정적으로 이해하는 한 사형제도가 헌법 제10조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한 법정형 범위에 사형을 포함시킨 것 자체를 ‘생명권을 공동화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형제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형제도의 남용 및 오용에 있으므로, 형벌조항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사형이 선택될 수 있는 범죄의 종류를 반인륜적으로 타인의 생명을 해치는 극악범죄로 한정하고, 사회적, 국가적 법익에만 관련된 각종 범죄의 경우 등에는 법정형에서 사형을 삭제하며, 전체 사법절차가 엄격하고 신중한 적법절차에 의하여 진행되고 ‘잔혹하고 이상한 형벌’ 또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거나 해하는 형벌이 되지 않도록 수사 및 재판, 형의 집행 등 모든 절차를 세심하게 다듬고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재판관 조대현의 일부위헌의견 인간의 생명권은 지고(至高)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므로 이를 제한하기 위한 사유도 역시 지고의 가치를 가지는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거나 구원하기 위한 것이라야 하는데, 범죄에 대한 형벌로서 범죄자를 사형시키는 것은 이미 이루어진 법익침해에 대한 응보에 불과하고, 살인자를 사형시킨다고 하여 피살자의 생명이 보호되거나 구원되지 아니하므로, 사형제도는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기에 필요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며, 생명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가 비상계엄 하의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하는 경우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비상계엄 하의 군사재판이라는 특수상황에서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헌법 스스로 예외적으로 허용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사형제도는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에 해당되는 경우에 적용하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지만,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 적용하면 생명권을 침해할 정당한 사유도 없이 생명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 재판관 김희옥의 위헌의견 (1)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의 규정은 그 도입 배경이나 규정의 맥락을 고려할 때, 법률상 존재하는 사형의 선고를 억제하여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하여 규정된 것이므로 간접적으로도 헌법상 사형제도를 인정하는 근거 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2) 사형제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천명하고 생명권을 보장하는 우리 헌법 체계에서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으로 인정할 수 없고, 사형제도를 통하여 확보하고자 하는 형벌로서의 기능을 대체할 만한 가석방 없는 무기자유형 등의 수단을 고려할 수 있으므로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어긋나며, 사형 당시에는 사형을 통해 보호하려는 타인의 생명권이나 중대한 법익은 이미 그 침해가 종료되어 범죄인의 생명이나 신체를 박탈해야 할 긴급성이나 불가피성이 없고 사형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사형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의 비중이 훨씬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또한 사형제도는 이미 중대 범죄가 종료되어 상당 기간이 지난 후 체포되어 수감 중인, 한 인간의 생명을 일정한 절차에 따라 빼앗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생명에 대한 법적 평가가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라고 볼 수 없어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까지도 침해한다. (3) 사형제도는 범죄인을 사회전체의 이익 또는 다른 범죄의 예방을 위한 수단 또는 복수의 대상으로만 취급하고 한 인간으로서 자기의 책임 하에 반성과 개선을 할 최소한의 도덕적 자유조차 남겨주지 아니하는 제도이므로 헌법 제10조가 선언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위배되며, 법관이나 교도관 등 직무상 사형제도의 운영에 관여하여야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간의 생명을 계획적으로 빼앗는 과정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들을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무관하게 국가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또한 침해한다. 재판관 김종대의 위헌의견 (1) 헌법 제37조 제2항 후단은 그 내용이 본질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중층적 구조로 구성된 기본권의 제한에 관한 규정이고, 성질상 본질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구별되지 않는 생명권과 같은 경우에는 그 적용이 없으므로, 생명권에 대해서도 헌법 제37조 제2항 전단에 따라 그 제한이 가능하고 그 제한의 정당화 여부는 비례의 원칙에 따른 심사를 통해 판단하여야 한다. (2) 형벌로서 사형을 부과할 당시에는 국가의 존립이나 피해자의 생명이 범인의 생명과 충돌하는 상황은 이미 존재하지 않으며, 국가가 범인을 교도소에 계속해서 수용하고 있는 한 개인과 사회를 보호하는 목적은 범인을 사형시켰을 때와 똑같이 달성될 수 있다. 사형제도는 범죄억제라는 형사정책적 목적을 위해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으로 그 자체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고, 사형제도를 통해 일반예방의 목적이 달성되는지도 불확실하다. 다만, 지금의 무기징역형은 개인의 생명과 사회의 안전의 방어라는 점에서 사형의 효력을 대체할 수 없으므로, 가석방이나 사면 등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최고의 자유형이 도입되는 것을 조건으로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재판관 목영준의 위헌의견 (1) 생명권은 개념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본질적인 부분을 그렇지 않은 부분과 구분하여 상정할 수 없어 헌법상 제한이 불가능한 절대적 기본권이라고 할 수 밖에 없고, 생명의 박탈은 곧 신체의 박탈도 되므로 사형제도는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2) 사형제도는 사회로부터 범죄인을 영원히 배제한다는 점 이외에는 형벌의 목적에 기여하는 바가 결코 명백하다고 볼 수 없고, 우리나라는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어 사형제도가 실효성을 상실하여 더 이상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으며, 절대적 종신형제 또는 유기징역제도의 개선 등 사형제도를 대체할 만한 수단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어긋나고, 사형을 통해 침해되는 사익은 범죄인에게는 절대적이고 근원적인 기본권인 반면,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다른 형벌에 의하여 상당 수준 달성될 수 있어 공익과 사익 간에 법익의 균형성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없다. (3) 사형은 악성이 극대화된 흥분된 상태의 범죄인에 대하여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이 일부라도 회복된 안정된 상태의 범죄인에 대하여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므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위배되며, 직무상 사형제도의 운영에 관여하여야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양심과 무관하게 인간의 생명을 계획적으로 박탈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가치 또한 침해한다. (4) 사형제도가 헌법에 위반되어 폐지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대신하여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실질적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는바, 가석방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제도를 사형제도를 도입하고, 엄중한 유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경합범합산 규정을 수정하고 유기징역형의 상한을 대폭 상향조정해야 하므로, 형벌의 종류로서 사형을 열거하고 있는 형법 제41조 제1호를 위헌으로 선언함과 동시에, 무기징역형, 경합범 가중규정, 유기징역형 상한 및 가석방에 관한 현행 법규정들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음을 선언하여야 한다.

참조판례

다., 마. 헌재 1996. 11. 28. 95헌바1, 판례집 8-2, 537, 544-545

사건
2008헌가23 형법제41조등위헌제청
제청법원
광주고등법원
제청신청인
오○근 (대리인 변호사 이상갑외 15인)
판결선고
2010. 02. 25.

주 문

1.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41조 제1호, 제41조 제2호 및 제42조 중 각 ‘무기징역’ 부분, 제250조 제1항 중 ‘사형, 무기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되고 2008. 6. 13. 법률 제91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1항 중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은 각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72조 제1항 중 ‘무기징역’ 부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당해 사건의 피고인인 제청신청인 오○근은 2회에 걸쳐 4명을 살해하고 그 중 3명의 여성을 추행한 범죄사실로 구속기소되어, 1심인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2007고합143)에서 형법 제250조 제1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등이 적용되어 사형을 선고받은 후 광주고등법원에 항소하였다. (2) 제청신청인은 항소심 재판 계속 중( 2008노71) 형법 제250조 제1항, 사형제도를 규정한 형법 제41조 제1호 등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2008초기29), 광주고등법원은 2008. 9. 17. 형법 제41조 중 ‘1. 사형 2. 징역’ 부분, 형법 제42조(무기금고, 유기징역, 유기금고 부분 제외), 형법 제72조 제1항(무기금고, 유기징역, 유기금고 부분 제외), 형법 제250조 제1항 중 ‘사형, 무기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중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이 각 위헌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에서 위헌제청이 된 법률조항 표시를 다음과 같이 함이 상당하다.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41조 제1호, 제41조 제2호제42조 중 각 ‘무기징역’ 부분, 제72조 제1항 중 ‘무기징역’ 부분, 제250조 제1항 중 ‘사형, 무기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되고 2008. 6. 13. 법률 제91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성폭력법’이라 한다) 제10조 제1항 중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이 위헌인지 여부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41조(형의 종류) 형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사형 2. 징역 제42조(징역 또는 금고의 기간) 징역 또는 금고 는 무기 또는 유기로 하고 유기는 1월 이상 15년 이하로 한다. 단,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에 대하여 형을 가중하는 때에는 25년까지로 한다. 제72조(가석방의 요건) ① 징역 또는 금고 의 집행 중에 있는 자가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는 무기에 있어서는 10년,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 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 제250조(살인, 존속살해) ①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의 징역에 처한다.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되고 2008. 6. 13. 법률 제91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강간 등 살인·치사) ① 제5조부터 제8조까지, 제8조의2, 제12조( 제5조부터 제8조까지 및 제8조의2의 미수범만 해당한다)의 죄 또는 형법 제297조(강간) 내지 제300조(미수범)까지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살해한 때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관련조항] [별지] 기재와 같다. 2. 위헌제청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광주고등법원의 위헌제청이유 요지 (1) 사형제도의 위헌성 사형제도는 “ 헌법 제12조 제1항, 제110조 제4항이 군사법 분야가 아닌 일반 범죄에서 사형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 사형수에 대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함은 물론이고 법관 등 사형의 선고와 집행에 관여하는 자들의 양심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 잘못된 재판에 의한 사형 판결이 집행된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데다가, 사형제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범인의 영구적 격리나 범죄의 일반예방이라는 공익은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에 의하여도 충분히 달성될 수 있음에도 국민의 기본권 중 가장 기초적인 의미를 갖는 생명권을 최종적으로 박탈하는 사형제도는 피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하여 기본권제한에 있어서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반한다. 범죄인은 자신의 생명이 박탈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더욱 흉포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어 형벌로서의 사형의 일반예방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범죄의 원인에는 국가와 사회 환경적 요인도 적지 않은데 국가가 범죄의 모든 책임을 범죄인에게 돌리고 반성의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형벌에 있어서 책임의 원칙에 반한다.”는 등 여러 점에서 위헌의 의심이 크다. 또한 우리나라는 1997. 12. 30.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 사회·문화적으로 사형집행에 대한 인식이 1996년의 헌법재판소 합헌결정 당시의 상황과는 달라졌다고 할 것이고, 우리나라의 정치·문화 수준이 높아지고 종교와 자선단체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으며, 국제화 및 세계화의 물결 속에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 참가한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고, 이미 전세계적으로 사형폐지가 대세인데 굳이 우리나라가 사형존치국으로 남아 있을 만큼 문화적·사회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2) 무기징역형제도의 문제 현행 무기징역형제도는 “무기징역형의 가석방 요건은 수형자가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는 10년 이상의 수형생활을 한 후에 행정처분으로서 가석방이 되는데, 이는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 및 사법권독립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오늘날의 국민의 평균수명을 감안할 때 적절하지 않으며, 무기수에 대한 가석방 여부가 합법적인 고려보다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 내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루어질 우려가 존재한다. 또한 무기징역형과 유기징역형 사이에 질적·양적인 면에서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무기징역형의 체계는 유기징역형의 체계와 적절한 비례관계에 있지 않다. 즉 무기징역형을 선택받는 자에게는 형벌의 가중사유가 있더라도 더 이상 형벌을 가중하지 못하고, 감경하면 15년을 초과한 유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없는데 반하여, 유기징역형의 경우 가중사유가 존재하면 25년까지의 처단형이 가능하여 감경사유가 존재하더라도 결과적으로 12년 6개월까지 형벌을 선고할 수 있다.”는 등 여러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처럼 우리 형법체계상 사형을 제외한 형 중 가장 무거운 무기징역형은 경우에 따라서는 유기징역형과 다를 바 없는 결론에 이르게 됨으로써 책임의 원칙에 반하고, 사형과 무기징역형 사이에 이와 같이 범죄와 형벌의 균형을 상실할 정도의 간극이 존재하는 것은 위헌적인 상황인데, 그렇다면 형법 제41조 제2호, 제42조가 형벌의 종류로서 무기징역형을 ‘ 형법 제72조 제1항에 의한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징역형’과 ‘ 형법 제72조 제1항에 의한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징역형’으로 세분하지 않음으로써 사형을 대체할 ‘가석방이 불가능한 무기징역형’에 대하여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상실한 것으로서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반하고,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원칙에 반하며, 이에 따라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려는 국가의 의무 및 형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 위반의 의심이 있다. 마찬가지로 형법 제250조 제1항 및 구 성폭력법 제10조 제1항 중 선택형으로 규정되어 있는 무기징역형을 위와 같이 세분하지 않은 것도 동일한 이유로 위헌의 의심이 있다. (3) 형법 제72조 제1항의 가석방 요건의 위헌성 가석방제도의 실질은 형의 집행유예제도와 형사정책적 목적을 같이 하는 것으로서 법원의 재판절차에 의하여 형벌개별화원칙의 영향권 아래 실시되어야 하는데, 형법 제72조 제1항이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의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요건의 검토 없이 단지 수형자가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경우인지를 행정청이 심사하여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권력분립의 원칙, 사법권 독립의 원칙 및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도 어긋나, 헌법 제12조 제1항, 제27조 제1항, 제37조 제1항, 제101조 및 제103조에 각 위반된다는 위헌의 의심이 있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1) 재판의 전제성에 대하여 형법 제41조 제2호, 형법 제42조 중 ‘무기징역’ 부분, 형법 제72조 제1항 중 ‘무기징역’ 부분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모두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다. (2) 사형제도의 위헌성 주장에 대하여 헌법 제110조 제4항이 사형제도의 헌법적 근거이고, 모든 인간의 생명은 자연적 존재로서 동등한 가치를 가지나 그 동등한 가치가 서로 충돌하게 될 때 국가의 근본규범은 어떠한 생명이 보호되어야 할 것인지 그 규준을 제시할 수 있으므로 생명권도 일반의 기본권과 같이 기본권 제한적 법률유보의 제약을 받고 공공복리나 질서유지를 위하여 제약을 면치 못한다. 형벌이 범죄에 대한 응보로서의 본질을 가지는 이상 생명을 침해하거나 그에 준할 정도의 법익침해에 대하여 사형을 부과하는 것은 형벌의 본질에 부합하는 점, 사형의 일반예방적 효과가 없다고 속단할 수 없고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강한 위하력을 가진 다른 마땅한 수단이 존재하지 않으며 사회방위를 위한 적절한 수단인 점, 입법자는 법정형에 사형이 포함되어 있는 사형대상범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점, 사법부가 사형선고의 요건을 제한적으로 해석·적용하고 있어 사형제도가 신중하게 운영되고 있는 점,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의 연간 살인사건은 1,000건 이상, 강간사건은 10,000건 이상이 발생하는 등 강력범죄의 수가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줄지는 아니하였으며 사형제도 존치에 관한 국민 여론이 폐지 여론보다 2배 이상 높은 점 등을 고려하면, 사형제도를 합헌으로 결정한 헌법재판소 95헌바1 결정을 변경하여 위헌으로 판단할 사정변경이 없다. (3) 형법 제250조 제1항, 구 성폭력법 제10조 제1항의 위헌성 주장에 대하여 (가) 형법 제250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살인의 죄는 인간 생명을 부정하는 범죄행위의 전형이고, 이러한 범죄에는 그 행위의 태양이나 결과의 중대성으로 미루어 보아 반인륜적 범죄라고 규정지워질 수 있는 극악한 유형의 것들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형벌의 한 종류로서 합헌이라고 보는 한 그와 같이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는 범죄행위에 대하여 행위자의 생명을 부정하는 사형이나 행위자를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하는 무기징역을 그 불법효과의 하나로서 규정한 것은 행위자의 생명과 그 가치가 동일한 하나의 혹은 다수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의 선택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가리켜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다. (나) 구 성폭력법 제10조 제1항의 범죄구성요건은 살인과 성폭력범죄가 합쳐진 것인데, 살인의 죄는 인간 생명을 부정하는 범죄행위의 전형이고 그 행위의 태양이나 결과의 중대성으로 미루어 보아 반인륜적 범죄라고 규정지워질 수 있는 극악한 유형의 것들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 것이며, 그와 아울러 강간, 강제추행 등의 성폭력범죄가 미치는 법익침해의 중대성, 일단 침해되면 회복될 수 없는 법익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사형을 형벌의 한 종류로서 합헌이라고 보는 이상 성폭력범죄자가 타인의 생명까지 침해한 행위에 대하여 행위자의 생명을 부정하는 사형을 그 불법효과의 하나로서 규정한 것은, 행위자의 생명과 그 가치가 동일한 하나의 혹은 다수의 생명과 타인의 성적자기결정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의 선택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가리켜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다. 다.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장의 의견요지 다음 내용 외에는 법무부장관의 의견과 대체로 같다. 우리 사회에서 사형제도 폐지 논쟁이 시작된 이래 그와 불가분의 관계로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 제도의 도입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2005년 17대 국회에서 제출된 사형제도의 폐지에 관한 법률안에도 사형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라는 광장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헌법상의 대의제 및 권력분립의 원칙에 부합할 것이다. 라.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요지 인간의 생명권은 인간의 존엄성과 분리될 수 없는 기본권이며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는 권리이다. 따라서 사형제도는 근본적인 윤리적 문제, 즉 모든 이에게 살인을 금지하면서 국가가 일정한 공익적인 목적을 달성한다는 명목 아래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살인행위를 한다는 윤리적인 모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사법제도를 갖는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신이 아닌 사람의 영역에 속하는 이상 오판의 가능성을 절대적으로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국가가 이러한 사법제도의 불완전성에 대한 마지막 안전판으로서 비록 범죄자라 하더라도 우주보다도 중하다는 생명이 유지되도록 허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책임지는 자세이다. 국제적으로도 이제 사형제 폐지는 시대의 대세이다. 결국 사형은 헌법과 국제인권규약 등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폐지함이 상당하다. 3. 재판의 전제성에 관한 판단 가. 형법 제72조 제1항 중 ‘무기징역’ 부분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에 있어서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의 여부는 되도록 제청법원의 이에 관한 법률적 견해를 존중”해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헌재 1996. 10. 4. 96헌가6, 판례집 8-2, 308, 321; 헌재 1999. 9. 16. 98헌가6, 판례집 11-2, 228, 235; 헌재 2007. 6. 28. 2006헌가14, 판례집 19-1, 783, 792).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재판의 전제성에 관한 제청법원의 법률적 견해가 명백히 유지될 수 없을 때에는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으며( 헌재 1993. 5. 13. 92헌가10등, 판례집 5-1, 226, 239; 헌재 1999. 9. 16. 99헌가1, 판례집 11-2, 245, 252), 그 결과 전제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 제청을 부적법하다 하여 각하할 수 있다. 형법 제72조 제1항은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수형자 가운데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자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에 있어서 10년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구체적 절차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19조부터 제122조까지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가석방제도는 이미 법원으로부터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확정과 함께 제반 양형요소의 참작과정을 거쳐 그의 위법성 및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에 대하여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경우에 형기만료 전에 행정청의 행정처분으로 석방하는 제도인바, 위와 같은 가석방의 요건에 관한 규정은 사법부에 의하여 형이 선고·확정된 이후의 집행에 관한 문제일 뿐 이 사건 당해 재판 단계에서 문제될 이유는 없고, 달리 위 규정이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률조항임을 인정할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위 규정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게 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위헌제청 중 형법 제72조 제1항 중 ‘무기징역’ 부분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나머지 부분 당해 사건에서 그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경우 제청신청인에게는 형법 제250조 제1항, 구 성폭력법 제10조 제1항이 적용되고 범죄의 중대성에 비추어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가능성이 상당한바, 제청신청인에게 직접 적용되는 형법 제250조 제1항, 구 성폭력법 제10조 제1항 및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형의 종류에 대한 형법 제41조, 제42조의 사형 및 무기징역 부분의 위헌 여부가 당해 사건 재판의 결론과 주문에 영향을 주는 것은 명백하므로, 위 각 해당 법률조항 부분은 당해 사건 재판에 대하여 전제성이 있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형법 제41조 제1호(사형제도)의 위헌 여부 (1) 사형제도의 의의 및 현황 형법 제41조 제1호는 형의 종류의 하나로서 사형을 규정하고 있고, 사형은 인간존재의 바탕인 생명을 빼앗아 사람의 사회적 존재를 말살하는 형벌이므로 생명의 소멸을 가져온다는 의미에서 생명형이자, 성질상 모든 형벌 중에서 가장 무거운 형벌이라는 의미에서 극형인 궁극의 형벌이다. 사형은 국가형사정책적인 측면과 인도적인 측면에서 비판이 되어 오기도 하였으나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형벌의 하나로서 범죄에 대한 근원적인 응보방법이며 또한 가장 효과적인 일반예방법으로 인식되어 왔고, 우리나라에서는 고대의 소위 기자 8조금법(箕子 八條禁法)에 “상살자 이사상(相殺者 以死償)”이라고 규정된 이래 현행의 형법 및 특별형법에 이르기까지 계속하여 하나의 형벌로 인정되어 오고 있다( 헌재 1996. 11. 28. 95헌바1, 판례집 8-2, 537, 544 참조). 우리나라의 현행 형법과 특별형법에는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한 조문들이 있는바, 형법의 경우 각칙에서 21개 조항이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중 여적죄( 형법 제93조)만이 절대적 법정형으로 사형만을 규정하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상대적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특별형법의 경우 20여개의 특별형법에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한 조문들이 있고, 그 가운데에는 절대적 법정형으로 사형을 규정한 것도 있다. 한편, 전세계적으로 보아 2008년 말 기준으로 사형이 존치하는 국가는 미국, 일본, 중국, 대만, 인도 등 105개국으로서 그 중 전쟁범죄를 제외한 일반범죄에 대하여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10개국이고, 최근 10년 이상 사형집행을 하지 않은 국가는 36개국이다.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독일, 프랑스, 스웨덴, 필리핀 등 92개국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형의 집행은 1997. 12. 30. 이후로는 이루어진 적이 없으나, 사형의 선고는 계속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는 사형을 형의 종류의 하나로서 규정한 형법 제41조 제1호(사형제도) 및 사형을 법정형의 하나로 규정한 살인죄 조항인 형법 제250조 제1항에 대하여 1996. 11. 28. 95헌바1 사건에서 합헌결정을 한 바 있다. (2) 생명권의 의의 및 사형제도 자체의 위헌성 심사에 있어서의 쟁점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존재의 근원이다. 이러한 생명에 대한 권리는 비록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 할 것이다( 헌재 1996. 11. 28. 95헌바1, 판례집 8-2, 537, 545 참조). 따라서 인간의 생명권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고, 국가는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정당한 사유 없이 생명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입법 등을 하여서는 아니될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사인의 범죄행위로 인해 일반국민의 생명권이 박탈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입법 등을 함으로써 일반국민의 생명권을 최대한 보호할 의무가 있다. 사형은 이러한 생명권에 대한 박탈을 의미하므로, 만약 그것이 형벌의 목적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면 우리 헌법의 해석상 허용될 수 없는 위헌적인 형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헌재 1996. 11. 28. 95헌바1, 판례집 8-2, 537, 545 참조). 그런데 사형제도가 위헌인지 여부의 문제와 형사정책적인 고려 등에 의하여 사형제도를 법률상 존치시킬 것인지 또는 폐지할 것인지의 문제는 서로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즉, 사형제도가 위헌인지 여부의 문제는 성문 헌법을 비롯한 헌법의 법원(法源)을 토대로 헌법규범의 내용을 밝혀 사형제도가 그러한 헌법규범에 위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서 헌법재판소에 최종적인 결정권한이 있는 반면, 사형제도를 법률상 존치시킬 것인지 또는 폐지할 것인지의 문제는 사형제도의 존치가 필요하거나 유용한지 또는 바람직한지에 관한 평가를 통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입법부가 결정할 입법정책적 문제이지 헌법재판소가 심사할 대상은 아니라 할 것이다. 유럽의 선진 각국을 비롯하여 사형제도를 폐지한 대다수의 국가에서 헌법해석을 통한 헌법재판기관의 위헌결정이 아닌 헌법개정이나 입법을 통하여 사형제도의 폐지가 이루어졌다는 점은 위와 같은 구분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사형제도 자체의 위헌성 여부를 심사하는 것과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개별 형벌조항의 위헌성 여부를 심사하는 것 역시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즉, 사형제도 자체가 위헌이라고 선언되려면, 잔혹한 방법으로 수많은 인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나 테러범, 대량학살을 주도한 자,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타인의 생명을 박탈한 살인범 등 타인의 생명을 박탈한 범죄 중에서도 극악한 범죄 및 이에 준하는 범죄에 대한 어떠한 사형 선고조차도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만약, 극악한 범죄 중 극히 일부에 대하여서라도 헌법질서내에서 사형이 허용될 수 있다고 한다면, 사형제도 자체가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고, 다만, 사형제도 자체의 합헌성을 전제로 하여 사형이 허용되는 범죄유형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될 뿐이며, 이는 개별 형벌조항의 위헌성 여부의 판단을 통하여 해결할 문제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구분을 전제로 하여, 우리 헌법이 명문으로 사형제도를 인정하고 있는지, 생명권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일반적 법률유보의 대상이 되는지, 사형제도가 생명권 제한에 있어서의 헌법상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사형제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되는지를 차례로 살펴본다. (3) 우리 헌법이 명문으로 사형제도를 인정하고 있는지 여부 우리 헌법은 사형제도에 대하여 그 금지나 허용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헌법 제1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 법률과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헌법 제110조 제4항은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률에 의하여 사형이 형벌로서 규정되고, 그 형벌조항의 적용으로 사형이 선고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이라도 단심으로 할 수 없고, 사법절차를 통한 불복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헌법은 적어도 문언의 해석상 사형제도를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헌재 1996. 11. 28. 95헌바1, 판례집 8-2, 537, 544-545 참조). (4) 생명권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일반적 법률유보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인간의 생명에 대하여는 함부로 사회과학적 혹은 법적인 평가가 행하여져서는 아니되고, 각 개인의 입장에서 그 생명은 절대적 가치를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생명권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제한이 불가능한 절대적 기본권이 아닌지가 문제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헌법은 절대적 기본권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어느 개인의 생명권에 대한 보호가 곧바로 다른 개인의 생명권에 대한 제한이 될 수밖에 없거나, 특정한 인간에 대한 생명권의 제한이 일반국민의 생명 보호나 이에 준하는 매우 중대한 공익을 지키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비록 생명이 이념적으로 절대적 가치를 지닌 것이라 하더라도 생명에 대한 법적 평가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생명권 역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일반적 법률유보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생명에 대한 현재의 급박하고 불법적인 침해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로서 그 침해자의 생명에 제한을 가하여야 하는 경우, 모체의 생명이 상실될 우려가 있어 태아의 생명권을 제한하여야 하는 경우, 국민 전체의 생명에 대하여 위협이 되는 현재적이고 급박한 외적의 침입에 대한 방어를 위하여 부득이하게 국가가 전쟁을 수행하는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거나 그에 못지 아니한 중대한 공공이익을 침해하는 극악한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하여 범죄자에 대한 극형의 부과가 불가피한 경우 등 매우 예외적인 상황 하에서 국가는 생명에 대한 법적인 평가를 통해 특정 개인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다 할 것이다. 한편,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는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생명권의 경우, 다른 일반적인 기본권 제한의 구조와는 달리, 생명의 일부 박탈이라는 것은 상정할 수 없기 때문에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필연적으로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하게 되는바, 이를 이유로 생명권의 제한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곧바로 개인의 생명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 본다면, 이는 생명권을 제한이 불가능한 절대적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생명권 역시 그 제한을 정당화할 수 있는 예외적 상황 하에서는 헌법상 그 제한이 허용되는 기본권인 점 및 생명권 제한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생명권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생명권의 박탈이 초래된다 하더라도 곧바로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사형이 비례의 원칙에 따라 최소한 동등한 가치가 있는 다른 생명 또는 그에 못지 아니한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성이 충족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됨으로써 생명권의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에는, 그것이 비록 생명권의 박탈을 초래하는 형벌이라 하더라도 이를 두고 곧바로 생명권이라는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는 없다. (5) 사형제도가 생명권 제한에 있어서의 헌법상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생명권 역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일반적 법률유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생명권의 제한을 형벌의 내용으로 하는 사형제도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사형제도가 생명권 제한에 있어서의 헌법상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나)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사형은, 이를 형벌의 한 종류로 규정함으로써, 일반국민에 대한 심리적 위하를 통하여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며, 이를 집행함으로써 극악한 범죄에 대한 정당한 응보를 통하여 정의를 실현하고, 당해 범죄인 자신에 의한 재범의 가능성을 영구히 차단함으로써 사회를 방어한다는 공익상의 목적을 가진 형벌인바, 이러한 사형제도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사형은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본능을 이용한 가장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이를 통한 일반적 범죄예방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일반적 범죄예방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 할 것이다. 또한 잔혹한 방법으로 다수의 인명을 살해하는 등의 극악한 범죄의 경우, 그 법익침해의 정도와 범죄자의 책임의 정도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심대하다 할 것이며, 수많은 피해자 가족들의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 분노 및 일반국민이 느낄 불안과 공포, 분노까지 고려한다면, 이러한 극악한 범죄에 대하여는 우리 헌법질서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그 불법정도와 책임에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을 함이 정의의 실현을 위하여 필수불가결하다 할 것인바, 가장 무거운 형벌인 사형은 이러한 정당한 응보를 통한 정의의 실현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 할 것이다. (다) 피해의 최소성 1) 특정 범죄와 그 법정형 사이에 적정한 비례관계가 존재하는 일반적인 상황하에서는, 형벌이 무거울수록, 즉, 형벌 부과에 의한 범죄자의 법익침해 정도가 커질수록 범죄를 실행하려는 자의 입장에서는 범죄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하여 범죄로 인하여 부과될 수 있는 불이익이 보다 커지게 됨으로써 그 범죄행위를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형법체계에 비추어 보면, 일반적으로 벌금형보다는 징역형이, 단기의 징역형보다는 장기의 징역형이, 유기징역형보다는 무기징역형이 범죄억지효과가 크다고 봄이 상당하다. 특히, 무기징역형이나 사형의 대체형벌로 논의될 수 있는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의 경우 사회로부터의 격리라는 자유형의 집행 목적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는 인격권 등의 기본권을 그대로 가지는 반면, 사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는 사형집행으로 인하여 생명을 박탈당함으로써 인간의 생존을 전제로 한 모든 자유와 권리까지 동시에 전면적으로 박탈당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한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생명을 박탈하는 내용의 사형은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보다도 범죄자에 대한 법익침해의 정도가 크다 할 것이다. 여기에다 인간의 생존본능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까지 고려하면, 사형은 잠재적 범죄자를 포함하는 모든 일반국민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보다 더 큰 위하력을 발휘함으로써 가장 강력한 범죄억지력을 가지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입법자가 이러한 범죄와 형벌의 본질 및 그 관계, 인간의 본성 등을 바탕으로 하여 사형이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보다 더 큰 일반적 범죄예방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 형벌의 한 종류로 규정한 이상,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고, 이와 달리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이 사형과 동일한 혹은 오히려 더 큰 일반적 범죄예방효과를 가지므로 사형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없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 나아가 이와 같이 사형이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보다 일반적 범죄예방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는 이상,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보다 사형을 통하여 살인범죄 등 극악한 범죄의 발생을 보다 더 감소시킬 수 있다 할 것이다. 이는 무고하게 살해되는 일반국민의 수가 사형제도의 영향으로 감소될 수 있다는 것, 즉, 무고한 생명의 일부라도 사지(死地)로부터 구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설령 사형과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 사이의 일반적 범죄예방효과 차이가 탁월하게 크지는 아니하여 사형제도로 인하여 보다 더 구제되는 무고한 생명의 수가 월등히 많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구제되는 생명의 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러한 무고한 국민의 생명 보호는 결코 양보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할 것이다. 2) 또한 잔혹한 방법으로 다수의 인명을 살해한 범죄 등 극악한 범죄의 경우에는, 범죄자에 대한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의 선고만으로는 형벌로 인한 범죄자의 법익침해 정도가 당해 범죄로 인한 법익침해의 정도 및 범죄자의 책임에 미치지 못하게 되어 범죄와 형벌 사이의 균형성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피해자들의 가족 및 일반국민의 정의관념에도 부합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극악한 범죄에 대한 정당한 응보를 통한 정의의 실현이라는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서 사형보다 범죄자에 대한 법익침해의 정도가 작은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은 사형만큼의 효과를 나타낸다고 보기 어렵다. 3) 한편,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인 사형은 그 성격상 이미 형이 집행되고 난 후에는 오판임이 밝혀지더라도 범죄자의 기본권 제한을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최소침해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그런데, 인간은 완벽한 존재일 수가 없고 그러한 인간이 만들어낸 어떠한 사법제도 역시 결점이 없을 수는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형사재판에 있어서의 오판가능성은 사법제도가 가지는 숙명적 한계라고 할 것이지 사형이라는 형벌제도 자체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오판가능성 및 그 회복의 문제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엄격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쳐 유죄를 인정하도록 하는 형사공판절차제도와 오판을 한 하급심 판결이나 확정된 판결을 시정할 수 있는 심급제도, 재심제도 등의 제도적 장치 및 그에 대한 개선을 통하여 오판가능성을 최소화함으로써 해결할 문제이지, 이를 이유로 사형이라는 형벌의 부과 자체를 최소침해성원칙에 어긋나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4)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형은 그보다 완화된 형벌인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에 비하여 일반적 범죄예방목적 및 정당한 응보를 통한 정의의 실현이라는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서 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할 것이고, 위와 같은 입법목적의 달성에 있어서 사형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사형보다 범죄자에 대한 법익침해 정도가 작은 다른 형벌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사형제도는 최소침해성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 (라) 법익의 균형성 모든 인간의 생명은 자연적 존재로서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고 할 것이나 그 동등한 가치가 서로 충돌하게 되거나 생명의 침해에 못지 아니한 중대한 공익을 침해하는 등의 경우에는 국민의 생명 등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로서는 어떠한 생명 또는 법익이 보호되어야 할 것인지 그 규준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을 부정하는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불법적 효과로서 지극히 한정적인 경우에만 부과되는 사형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공포심과 범죄에 대한 응보욕구가 서로 맞물려 고안된 “필요악”으로서 불가피하게 선택된 것이며 지금도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헌재 1996. 11. 28. 95헌바1, 판례집 8-2, 537, 547-548 참조). 나아가 사형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은 타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등의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 박탈이라 할 것인바, 이는 범죄자의 자기책임에 기초한 형벌효과에 기인한 것으로서 엄격하고 신중한 형사소송절차를 거쳐 생명이 박탈된다는 점에서,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로 인하여 무고하게 살해당하였거나 살해당할 위험이 있는 일반국민의 생명권 박탈 및 그 위험과는 동일한 성격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고, 두 생명권이 서로 충돌하게 될 경우 범죄행위로 인한 무고한 일반국민의 생명권 박탈의 방지가 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가치라 할 것이다. 따라서 사형제도에 의하여 달성되는 범죄예방을 통한 무고한 일반국민의 생명 보호 등 중대한 공익의 보호와 정의의 실현 및 사회방위라는 공익은 사형제도로 발생하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 박탈이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인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의 극악한 범죄에 대하여 한정적으로 부과되는 사형이 그 범죄의 잔혹함에 비하여 과도한 형벌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사형제도는 법익균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마) 결국 사형이 극악한 범죄에 한정적으로 선고되는 한, 사형제도 자체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입법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균형성 등을 모두 갖추었으므로 생명권 제한에 있어서의 헌법상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6) 사형제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되는지 여부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하여 모든 기본권의 종국적 목적이자 기본이념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조항은 헌법이념의 핵심으로 국가는 헌법에 규정된 개별적 기본권을 비롯하여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자유와 권리까지도 이를 보장하여야 하고, 이를 통하여 개별 국민이 가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확보하여야 한다는 헌법의 기본원리를 선언한 것이라 할 것이다( 헌재 2001. 7. 19. 2000헌마546, 판례집 13-2, 103, 111-111, 헌재 2004. 10. 28. 2002헌마328, 공보 98, 1187, 1193-1194 참조). 그런데 사형제도가 범죄자의 생명권 박탈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형제도 자체는 우리 헌법이 적어도 문언의 해석상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는 형벌의 한 종류일 뿐만 아니라, 사형이 극악한 범죄에 한정적으로 선고되는 한,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할 생명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헌법상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바, 이와 같이 사형제도가 인간존엄성의 활력적인 기초를 의미하는 생명권 제한에 있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헌법적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사형제도가 범죄자의 생명권 박탈을 내용으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일반조항인 헌법 제10조에 위배되어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사형은 형벌의 한 종류로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수의 무고한 생명을 박탈하는 살인범죄 등의 극악한 범죄에 예외적으로 부과되는 한, 그 내용이 생명권 제한에 있어서의 헌법적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형제도는 공익의 달성을 위하여 무고한 국민의 생명을 그 수단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형벌의 경고기능을 무시하고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하여 그 중한 불법 정도와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서 이는 당해 범죄자가 스스로 선택한 잔악무도한 범죄행위의 결과라 할 것인바, 이러한 형벌제도를 두고 범죄자를 오로지 사회방위라는 공익 추구를 위한 객체로만 취급함으로써 범죄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으로 보아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편, 사형을 선고하는 법관이나 이를 집행하여야 하는 교도관 등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을 선고하거나 집행하는 과정에서 인간으로서의 자책감을 가지게 될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나, 이는 사형제도가 본래 목적한 바가 아니고 사형의 적용 및 집행이라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부수적인 결과일 뿐이다. 물론 사형을 직접 집행하는 교도관의 자책감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형집행방법의 개발 등은 필요하다고 할 것이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형제도는 무고한 일반국민의 생명 보호 등 극히 중대한 공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생명권 제한에 있어서의 헌법적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할 수 없는 이상, 이러한 공익을 보호하여야 할 공적 지위에 있는 법관 및 교도관 등은 다른 형벌의 적용, 집행과 마찬가지로 사형의 적용, 집행을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법관 및 교도관 등이 인간적 자책감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제도가 법관 및 교도관 등을 공익 달성을 위한 도구로서만 취급하여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형벌제도라고 할 수는 없다. (7) 소결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형법 제41조 제1호 규정의 사형제도 자체는 우리의 현행 헌법이 스스로 예상하고 있는 형벌의 한 종류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생명권 제한에 있어서의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할 수 없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국가는 때로 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소중한 가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기도 한다. 사형제도 역시, 무고한 일반국민의 생명이나 이에 준하는 중대한 공익을 지키기 위하여 이를 파괴하는 잔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을 박탈할 수밖에 없는 국가의 불가피한 선택의 산물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사형이란 형벌이 무엇보다 고귀한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극형임에 비추어, 우리의 형사관계법령에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률조항들이 과연 행위의 불법과 형벌 사이에 적정한 비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따져 보아야 할 것임은 물론 나아가 비록 법정형으로서의 사형이 적정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선고함에 있어서는 특히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나. 형법 제41조 제2호, 제42조 중 각 ‘무기징역’ 부분(무기징역형제도)의 위헌 여부 (1) 형법 제42조는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형벌인( 형법 제50조 제1항, 제41조 참조) 징역과 금고에 대해 그 기간을 무기 또는 유기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무기형(무기징역과 무기금고)을 규정하고 있다. 무기형, 이른바 ‘종신형’은 수형자가 자연사할 때까지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이지만, 이는 가석방의 가능성이 없는 ‘절대적 종신형’과 가석방이 가능한 ‘상대적 종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무기수형자라 하더라도 10년을 복역한 이후에는 유기수형자의 경우와 비교하여 요건의 차별 없이 가석방이 가능하고( 형법 제72조 제1항), 사면법에 따라 사면이나 감형도 가능하다( 사면법 제3조 참조).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조는 “이 법은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고...”라고 명시하고 있어 어떠한 무기형도 가석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사실상 ‘가석방이 가능한 무기형’을 채택하되 ‘가석방이 불가능한 무기형’은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있다고 볼 것이다. (2) 사형에 비하면 절대적 종신형이 생명을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인도적이라고 할 수는 있으나, 절대적 종신형 역시 자연사할 때까지 수용자를 구금한다는 점에서 사형에 못지 않은 형벌이고, 수형자와 공동체의 연대성을 영원히 단절시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형벌의 종류에 대해서는 입법자의 형성권이 존중되어야 할 것인데 위와 같은 이유가 존재하는 한 입법자가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지 않은 것이 헌법적 정당성을 문제삼을 정도로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3) 한편 우리 형법이 가석방이 가능한 무기형, 즉 상대적 종신형만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현행 무기징역형제도의 형집행 실무는 사실상 절대적 종신형을 본위로 운용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형법은 무기수형자의 경우 10년이 지난 후에 가석방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기한이 된 모든 무기수형자에게 가석방을 허가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무기수형자들에게 가석방신청권을 부여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무기징역형이 ‘무기’라는 표현에 걸맞지 않게 운용되고 있는 부분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형집행 실무상의 문제라고 볼 것이고, 한편으로는 무기수형자에 대한 현재의 가석방요건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절대적 종신형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사면에 의한 석방이나 감형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이상, 현재의 무기형에 대하여 가석방이 가능한 것을 문제삼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다. (4)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사형제도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우리 형벌체계상 절대적 종신형을 반드시 도입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현행 무기징역형제도의 위헌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5)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절대적 종신형제도가 우리 헌법 하에서 사형제도와는 또 다른 위헌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현행 형사법령 하에서도 가석방제도의 운영 여하에 따라 사회로부터의 영구적 격리가 가능한 절대적 종신형과 상대적 종신형의 각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우리 형벌법규체계에 상대적 종신형 외에 무기수형자에게 더 가혹한 절대적 종신형을 따로 두어야 할 절박한 필요성도 없고 그 도입으로 인하여 무기수형자들 사이 또는 무기수형자와 유기수형자 사이의 형평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다고 볼 객관적 자료도 없다. 또한 무기징역이라는 형벌의 특징상 범행의 편차가 커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어, 그 제도를 두어야만 평등원칙 등에 부합되는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현행 무기징역형제도가 상대적 종신형 외에 절대적 종신형을 따로 두고 있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무기수형자들에 대하여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상실한 것으로서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반하고 무기징역형제도가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책임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 형법 제250조 제1항 중 ‘사형, 무기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의 위헌 여부 사형제도 자체가 합헌이라고 하더라도 형법 제250조 제1항이 지나치게 과도하거나 평등원칙에 반하는 법정형인지 여부를 살펴본다. 비록 형벌로서의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이 그 자체로서 위헌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250조 제1항이 살인이라는 구체적인 범죄구성요건에 대한 불법효과의 하나로서 사형과 무기징역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행위의 불법과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현저히 균형을 잃음으로써 책임원칙 등에 반한다고 평가된다면, 형법 제250조 제1항은 사형제도나 무기징역형제도 자체의 위헌 여부와는 관계없이 위헌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형법 제250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살인의 죄는 인간 생명을 부정하는 범죄행위의 전형이고, 이러한 범죄에는 그 행위의 태양이나 결과의 중대성으로 미루어 보아 반인륜적 범죄라고 규정지워질 수 있는 극악한 유형의 것들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형벌의 한 종류로서 합헌이라고 보는 한 그와 같이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는 범죄행위에 대하여 5년 이상의 징역 외에 행위자의 생명을 부정하는 사형이나 행위자를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하는 무기징역을 그 불법효과의 하나로서 규정한 것은 행위자의 생명과 그 가치가 동일한 하나의 혹은 다수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수단의 선택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가리켜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다. 라. 구 성폭력법 제10조 제1항 중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의 위헌 여부 구 성폭력법 제10조 제1항의 범죄구성요건은 살인과 성폭력범죄가 합쳐진 결합범인데, 구 성폭력법 제10조 제1항은 성폭력법이 1994. 1. 5. 법률 제4702호로 제정될 때부터 존재하였던 규정으로 제정 당시의 법정형도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었고, 이후 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일부 개정되면서 일부 미수범이 살인을 하는 경우도 포함되었다. 이는 형법상의 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 및 그 미수 뿐만 아니라 그에 준할 정도로 개인의 성적자유를 침해하는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범죄를 형법 제301조의2 본문의 ‘강간 등의 살인’( 형법 제297조 내지 제300조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살해한 때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으로 규율하는 것에 대한 특별규정으로서 사람의 생명을 침해한 성폭력범죄를 통일적으로 규율함과 동시에 단순살인보다 가중처벌하여 성폭력범죄의 발생 및 법익침해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취지의 규정이다. 즉 단순살인을 규정한 형법 제250조 제1항의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임에 비해, 구 성폭력법 제10조 제1항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제외하여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라는 가중된 법정형으로 의율하는 것은 사람의 생명침해에 더하여 성폭력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개인의 성적자유침해라는 추가적 법익침해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살인의 죄는 인간생명을 부정하는 범죄행위의 전형이고 그 행위의 태양이나 결과의 중대성으로 미루어 보아 반인륜적 범죄라고 규정지워질 수 있는 극악한 유형의 것들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와 아울러 강간, 강제추행 등의 성폭력범죄가 미치는 법익침해의 중대성, 일단 침해되면 회복될 수 없는 법익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사형, 무기징역을 형벌의 한 종류로서 합헌이라고 보는 이상 성폭력범죄자가 타인의 생명까지 침해한 행위에 대하여 행위자의 생명을 부정하는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그 불법효과의 하나로서 규정한 것은 행위자의 생명과 그 가치가 동일한 하나의 혹은 다수의 생명과 타인의 성적자기결정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수단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고, 살인죄에 비하여 성폭력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개인의 성적자유침해라는 추가적 법익침해를 감안할 때 일반 살인죄의 법정형에서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제외하는 것을 가리켜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5.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심판대상 중 형법 제72조 제1항 중 ‘무기징역’ 부분은 부적법하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재판관 이강국의 형법 제41조 제1호에 대한 다음 6.과 같은 보충의견, 재판관 민형기의 형법 제41조 제1호에 대한 다음 7.과 같은 보충의견, 재판관 송두환의 형법 제41조 제1호에 대한 다음 8.과 같은 보충의견, 재판관 조대현의 형법 제41조 제1호에 대한 다음 9.와 같은 일부위헌의견, 재판관 김희옥의 형법 제41조 제1호에 대한 다음 10.과 같은 위헌의견, 재판관 김종대의 형법 제41조 제1호에 대한 다음 11.과 같은 위헌의견, 재판관 목영준의 형법 제41조 제1호, 제41조 제2호제42조 중 각 ‘무기징역’ 부분에 대한 다음 12.와 같은 위헌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이강국의 합헌의견에 대한 보충 의견 가. 서론 나는 우리 현행헌법이 사형제에 관하여 그 허용 여부를 정면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가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불복 상소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이상, 사형제는 헌법 자체가 이를 긍정한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힌다. 나. 위헌법률심판절차에서의 ‘헌법’의 해석 (1) 위헌법률심판절차는 법률이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를 심판하는 규범통제절차이고 이 절차에서는 당연히 헌법 자체와 하위규범인 대상 법률의 해석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리고 규범통제절차에서는 헌법은 인식규범으로서 보다는 통제규범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고 심사기준이 되는 것이어서, 통제 기준인 헌법규범을 임의로 확대·축소하는 것은 헌법의 해석이 아니라 헌법의 개정이나 헌법의 변질에 해당하게 될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규범통제절차에서 심판의 대상인 법률에 대한 해석방법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2) 규범통제절차에서 헌법규범 자체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우선 당해 규범에 대한 해석과 그것의 규범영역을 찾아내고 구체적 문제해결에 적합한 관점들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심사·평가하여 가장 적절한 관점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바, 이러한 선택기준으로서는 우선 헌법의 통일성의 원칙과 실제적 조화의 원칙이 중요시 되어야 하는 것이다. 헌법의 통일성의 원칙에 의하면, 헌법의 개별 요소들은 서로 관련되고 서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규범을 해석하는 경우에는 개별 헌법규범만을 고찰하여서는 안되고 항상 전체적 관련성을 함께 고찰하여 모든 헌법규범이 다른 헌법규범과 상호모순되지 않도록 해석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또한 실제적 조화의 원칙은, 헌법을 해석함에 있어 헌법상 보호되는 법익 상호간에 충돌이 생기는 경우에는 성급한 법익형량이나 추상적 이익형량에 의하여 양자택일적으로 하나의 법익만을 실현하고 다른 법익을 희생시켜서는 안되고 관련되는 모든 법익들이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조화롭게 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 헌법 제110조 제4항과 그 단서에 대한 해석 헌법 제10조 제4항은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110조 제4항 본문은 1962년 제5차 개정에서 도입되어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계속하여 규정되어 왔고, 그 단서규정은 1987년 개정시에 추가로 신설된 것이다. 헌법 제110조 제4항 본문에 위 단서가 신설된 이유는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이라고 하는 비상적, 예외적 상황에서는 그 소정 범죄에 대하여 단심으로 처리하도록 하였으나, 다만 사형이 선고된 경우에도 단심으로 확정시키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는 인권침해가 심각하고 사형의 회복불가능성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불복상소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규정된 것이다. 따라서 위 단서 규정의 신설 취지가 주로 사형이 선고된 피고인의 상소권을 보장하려는데 그 중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개정권력자인 국민은 이미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형이 선고된 경우의 피고인 보호를 위하여 위와 같은 단서를 신설한 것이어서 사형은 헌법자체가 규정하고 있는 형(刑)으로 법정 되었으므로,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에서는 사형제가 실정 헌법에 위반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게 되었다. 라.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는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에만 한정 적용되는 것인가? 우리나라의 과거나 현재의 헌법과 형법·군형법 등을 포함한 전체 국법질서 속에서 사형은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에서만 선고할 수 있고 그 이외의 민간재판에서는 이를 선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거나 그렇게 해석할 만한 아무런 법적근거가 없다(사형 뿐만 아니라 징역형 등 다른 형의 경우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뿐만 아니라, 헌법개정권력자인 국민은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에서뿐만 아니라 민간재판에서도 사형이 선고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즉 사형제에 대한 이러한 선이해(先理解)를 기초로 하여,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된 피고인의 상소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사형에 관하여 규정한 것 뿐이므로 헌법이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에서 사형의 선고를 인정하고 있다면, 마찬가지로 민간재판에서도 사형의 선고를 용인하고 있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마. 헌법 제10조와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와의 관계 (1) 헌법 제10조가 보장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우리나라 기본권의 이념적·정신적 출발점이며 모든 기본권의 가치적인 핵심규정인바, 사형제와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생명권도 여기에서 도출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헌법 제10조의 최고 규범성에 비추어 볼 때 국가가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빼앗는 사형제가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되는바, 헌법 제10조와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와의 관계를 기본권 상호간의 충돌 또는 상충관계로 보기 보다는 헌법이 최상위의 기본권으로서 보장하고 있는 생명권과 헌법이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사형제와의 대립관계로서 파악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2) 우리 헌법은 절대적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생명권과 같은 최상위의 기본권 조차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헌법은 한편으로는 헌법 제10조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등을 규정함으로써 그로부터 도출된 생명권을 최상위의 기본권 즉 모(母) 기본권으로서 선언하면서도, 다른 한편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에서는 인간의 생명을 제한하는 사형제를 비록 간접적인 방식이지만 헌법 자체에서 함께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헌법해석의 방법인 헌법의 통일성의 원칙이나 실제적 조화의 원칙에 따라 위 2개의 법익이 통일적으로, 그리고 실제적으로 가장 잘 조화되고 비례될 수 있도록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이 과정에서 생명권의 근본적이고도 높은 가치만을 내세워 성급한 법익형량이나 심지어 추상적 가치교량에 의하여 양자택일적으로 생명권만을 선택하고 다른 하나의 법익인 위 단서 규정의 의미나 내용을 무가치한 것으로 쉽게 희생시키거나 간단하게 양보하게 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헌법규정 자체나 헌법상의 기본권들 사이에서도 일정한 위계질서가 있을 수 있는 것이지만 위 단서규정이 단순한 법률규정이 아니라 최고규범이며 통제규범인 헌법규정임을 상기한다면, 그와 충돌되거나 비교되는 기본권이 비록 모(母) 기본권이라 하더라도 위 단서 규정의 취지나 내용을 가볍게 평가절하하거나 일방적으로 후퇴시켜 실정 헌법에는 사형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는 것처럼 해석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의 생명권 보장과 위 단서규정을 헌법의 통일성의 원칙과 실제적 조화의 원칙에 따라 관계되는 법익들을 비교·형량한다면, 생명권은 최상위의 기본권이므로 최대한 그리고 충분하게 보장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지만 다른 한편,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생명권조차도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기본권인 점, 이 사건 단서규정에서 표현되고 있는 사형제(死刑制)도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할 헌법적 질서인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사형제는 헌법 자체가 긍정하고 있는 형(刑)이지만 이와 충돌되는 생명권의 높은 이념적 가치때문에 그 규범영역은 상당부분 양보·축소되어야 할 것이므로 사형의 선고는 정의와 형평에 비추어 불가피한 경우에만, 그것도 비례의 원칙과 최소 침해의 원칙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 따라서 그렇게 제한된 범위 내에서 사형제는 실정 헌법내에서 헌법 제10조와 함께 공존할 수 있고 그 존재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므로, 생명권의 최상위 기본권성만을 내세워 실정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형제를 가볍게 위헌이라고 부정하는 것은 헌법해석의 범위를 벗어나 헌법의 개정이나 헌법의 변질에 이르게 될 수 있음을 지적해 둔다. 바. 결어 그러므로, 현행의 실정 헌법은 간접적이지만 사형제를 긍정하고 있으므로 사형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7. 재판관 민형기의 합헌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가. 사형제의 필요성과 한계 인간의 생명에 관한 권리는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고,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구적으로 박탈하는 냉엄하고도 궁극적인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법제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념적으로 비록 인간의 생명에 관한 권리라 하더라도 그것을 헌법상의 기본권 중의 하나라고 한다면, 이는 모든 규범체계와 무관하다거나 타인의 기본권을 초월하여 무제한으로 타당한 절대적인 권리라 할 수 없는 것이고, 현실적으로도 사형제가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흉악범죄 등으로부터 사회를 방어하고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으로서 일반예방적인 효과를 기하고 있다 할 것이므로, 현행 헌법질서 내에서의 사형제 자체의 존재 이유 및 필요성은 최소한 그 범위 내에서 인정될 수 있다 할 것이다. 다만, 동서고금을 통하여 종교적·정치적인 반대자를 제거하거나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형제가 악용된 역사적인 경험을 고려할 때, 형벌로서의 사형에 대한 오·남용의 소지와 그에 따른 폐해를 최대한 불식시키고, 나아가 사형이 인간의 존엄성 및 책임주의에 반하는 잔혹하고도 비이성적이라거나 형벌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도한 형벌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있도록, 그 적용 대상과 범위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나. 사형 대상 범죄별 검토 (1) 현행 형사법 체계상 사형을 법정형으로 하는 범죄는 총 20여 개의 법률에 110여 개의 조문, 160여 개의 구성요건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를 구체적인 행위의 태양이나 침해 결과 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① 형법 제250조(살인, 존속살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강간 등 살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2항 제2호(약취·유인죄의 가중처벌) 등 고의적 살인범에 한하여 사형을 규정한 경우, ② 형법 제164조 제2항(현주건조물 등에의 방화치사), 군형법 제52조 제1항(상관에 대한 폭행치사),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2항(장기 등 불법적출·이식치사),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 제47조 제4항 후단(핵물질 불법이전치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2항 제1호(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 등 결과적 가중범으로서 생명의 침해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 ③ 군형법 제27조 제1호(지휘관의 수소이탈), 전투경찰대 설치법 제9조 제5항 단서(근무기피 목적 상해) 등 생명·신체에 대한 침해가 없고, 방화·파괴·폭행 등 적극적 침해행위도 없으나, 전투의 승패나 국가안보와 관련한 범죄를 “적전(敵前)”에 범한 경우, ④ 군형법 제42조 제2항(유해음식물 공급치상),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2조 제1항 제3호(부정식품 제조 등의 처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특수강도강간 등) 등 생명의 침해 없이 상해나 강간 등 신체적 법익의 침해가 포함된 경우, ⑤ 형법 제119조(폭발물사용), 군형법 제6조(반란 목적의 군용물 탈취),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1항(항공기 손괴죄) 등 생명·신체에 대한 침해가 없고, “적전(敵前)”에 범한 경우도 아니지만, 폭행 등 적극적 침해행위로 국가 또는 공공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를 범한 경우, ⑥ 형법 제87조(내란), 군형법 제5조(반란), 국가보안법 제3조 제1항(반국가단체의 구성 등) 등 생명·신체에 대한 침해가 없고, 폭행 등 적극적 침해행위도 없으며, 적전(敵前)도 아닌 경우로서, 내란, 외환, 간첩 등 국가 또는 공공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를 범한 경우, ⑦ 군형법 제75조 제1항(군용물 등 범죄에 대한 형의 가중),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통화위조의 가중처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1호(단체 등의 구성·활동) 등 생명·신체에 대한 침해가 없고, 폭행 등 적극적 침해행위도 없으며, 국가 또는 공공의 안전 이외의 국가적·사회적 법익을 침해한 경우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2) 그 중 ①, ②, ③과 같이 인간의 생명을 고의적으로 침해하는 범죄나, 비록 고의적인 살인범은 아니지만 생명의 침해를 수반할 개연성이 매우 높거나 흉악한 범죄로 인하여 치사의 결과에 이른 범죄, 또는 개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침해나 폭행 등 적극적 침해행위는 없으나, 전쟁의 승패나 국가안보와 직접 관련된 범죄를 “적전(敵前)”이나 그에 준하는 국가적 위기 및 비상사태가 발생한 시기에 범한 범죄에 대하여는 법정형으로서 사형이 허용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④, ⑤, ⑥, ⑦과 같이 흉악범에 해당하거나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개연성이 큰 범죄라고 하더라도 생명에 대한 침해 없이 신체적 법익의 침해만 포함된 경우이거나, 방화, 파괴, 폭행 등 적극적 침해행위로 국가 또는 공공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라고 하더라도 생명·신체에 대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설령 그 범죄로 인한 공공의 위험성이 크더라도 이에 대해 사형을 규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과잉형벌에 해당할 여지가 있으므로, 이러한 범죄 유형에 대하여 사형을 유지하는 데에는 극히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3) 또한 현행 사형 대상 범죄 중 대부분은 그 미수범도 처벌하고 있는데, 법리상 이들 또한 사형에 처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는 책임주의나 비례의 원칙과 조화되기 어렵다 할 것이어서, 이 또한 사형 대상 범죄로 분류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4) 한편 앞서 본 사형 대상 범죄 중 형법의 경우 총 21개의 범죄 구성요건 중 7개만이 개인적 법익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14개는 사회적·국가적 법익에 관한 범죄로서, 그 사형 대상 범죄가 과거 전쟁이나 외환 등 비상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 구시대적인 형법 체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사회적·국가적 법익에 관한 죄에 편중되어 있다는 비판이 가해질 수 있다. 그리고 특별형법의 경우에도 정치적·정책적 목적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양산되는 가중처벌 조항의 상당 부분이 법정형으로 사형을 규정하고 있고, 이렇듯 사형 대상 범죄를 양산하는 것은 전체적인 형벌 체계나 책임주의와 관련하여 형법과의 조화를 깨뜨림으로써 당초 입법자가 의도한 것과는 달리 중벌에 대한 면역효과와 무감각성을 초래하며, 범죄의 예방이나 법질서의 수호가 아닌 법에 대한 권위의 실추나 법질서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마저 있다 할 것이다. 다. 위헌론과 입법적 폐지론 (1) 이렇듯 유형을 달리하는 다양한 범죄에 대하여 그 법정형으로 사형을 존치시키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는데도, 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살피지 아니한 채 사형제 자체만에 대하여 일률적·추상적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하지 않을 수 없고, 현행법상 사형이 법정형으로 규정된 형벌조항 중 상당수가 책임주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는 이상, 현행 사형제 자체가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고 쉽게 단정하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2)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사형제 자체나 개별적인 사형 조항이 헌법질서나 헌법규범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규범적 내지 사법적인 판단을 할 뿐이고, 이러한 판단은 국민적 여론이나 시대적 가치관 등 제반요소를 고려하여 사형제나 개별적 사형 조항의 존치 또는 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입법자의 정책적인 판단과는 구별되는 것으로서, 결국 사형제나 개별적인 사형 조항의 존치나 폐지는 입법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성질의 문제라 할 것이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세계적인 입법의 추세이기도 하다.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사형제 자체는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이지만 그 안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므로, 입법자로서는 사형제 자체의 전면적인 폐지나 전면적인 존치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보다는, 사형제 자체를 존치시키면서도 형벌체계상 조화되기 어려운 대상 범죄를 축소하고 존치된 사형 조항에 대해서도 최대한 문제의 소지를 제거하는 등 점진적인 방법을 통하여 제도를 개선해 나아가고 있는 외국의 입법례 등을 참고하여, 진정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시대상황의 변천에 맞게 현행의 사형제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개선하고, 필요한 경우 문제가 되는 법률이나 법률조항을 폐지하는 등 입법적인 노력을 게을리 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8. 재판관 송두환의 합헌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사형제도의 폐지 또는 존치 여부를 둘러싼 오랜 논쟁과 관련하여 한편으로 사형제도 폐지론의 여러 논거들에 대하여 깊이 공감하는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사형 관련 형벌조항들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판단에 동참하는 이유를 보충의견으로 표시하여 두고자 한다. 가. 사형은 인간 존재의 바탕을 이루는 생명을 박탈하는 극단적 형벌이라는 점에서 헌법 제10조가 선언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문제된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최고의 가치이고 모든 기본권의 이념적 기초이므로, 형사처벌에 관한 조항을 비롯하여 어떠한 법률규정도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내용이 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역사적 경험에 의하면, 때로는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 능멸하는 극악하고 잔인무도한 범죄, 존엄한 인간의 행위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야만적인 행각으로 일반국민을 경악, 전율케 하는 반인륜적인 범죄가 드물게나마 간혹 발생하여 온 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근래 일각의 황폐한 세태에 비추어 장래의 어느 시점엔가 또 그와 유사한 또는 그를 능가하는 극악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는바, 이와 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있어서까지 우리가 만약 범죄인의 인간 존엄권 또는 생명권만을 내세워 관용과 일정 기간의 교화로써 족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이 그 희생자는 물론 일반적 인간의 존엄성 내지 고귀한 생명권을 무시, 모독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하는 결과가 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를 염두에 둔다면, 인간의 존엄성 및 인간 생명의 존엄한 가치를 선명하기 위하여 역설적으로 그 파괴자인 인간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이 불가피한 예외적 상황도 있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 형법 제41조 제1호는 이와 같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해하는 반인륜적인 범죄가 발생하는 극히 한정적이고 예외적인 경우에 대비하여 여러 형종 중 하나로서의 사형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것이고, 이 사건 나머지 형벌조항들도 마찬가지의 취지에서 법정형 중에 사형을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볼 것이다. 이 사건 형벌조항들의 취지와 그 적용대상을 이와 같이 한정적으로 이해하는 조건과 전제 하에서, 위 조항들은 헌법 제10조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나. 이 사건 형벌조항들이 헌법 제37조 제2항 후단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규정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문제된다. 일반적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 또는 ‘입법자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칙’을 규정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한편 위 조항 후단의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규정이 도입되게 된 연혁적 배경 또는 근본취지는 ‘입법자에 의한 기본권의 공동화(空洞化)를 방지’하고자 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입법자가 이 사건 형벌조항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해하는 반인륜적인 범죄가 발생하는 극히 한정적이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될 것을 전제로 하여 형벌의 종류에 사형을 포함시키거나 당해 사건과 같은 유형의 범죄에 적용될 조항의 법정형 범위에 사형 형종을 포함시킨 것 자체만을 가지고, 그로써 ‘헌법상 인정되는 생명권이 입법에 의하여 그 내용이 공허하게 되거나 형해화되기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형벌조항들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다. 이 사건 형벌조항들에 대한 비례원칙에 의한 심사, 그중에서도 피해의 최소성원칙과 관련하여 감형, 사면 및 가석방이 모두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 제도로써 사형제도를 대체하는 방안이 주장되고 있기도 하나, 절대적 종신형 제도가 일반적 정의관념의 측면에서 또는 일반예방적 목적의 측면에서 사형제도와 동등한 수단이 된다고는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사형에 버금가거나 또는 그보다 더 잔인한 형이 아닌가 생각되는 측면도 있어서 이로써 ‘덜 기본권 침해적인 대체수단’으로 삼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라. 근본적인 문제는 사형제도의 남용 및 오용의 가능성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몇몇 정치적 성격의 사건에서 사형이 선고되고 집행되어 후일 정치적 사법살인으로 평가되는 사례가 있었고, 이것이 사형제도의 폐해를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폐해의 소지를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하여 형법전에서 사형제도 자체를 전면 삭제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나, 이는 예외적인 다른 경우, 즉 위에서 언급한 바 있는 극악하고 잔인무도한 반인륜적 범죄의 경우에 관용과 일정 기간의 교화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으므로 다른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즉, 위와 같은 사형제도 오남용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 우선 첫째로, 법정형의 범위에 사형을 규정하고 있는 개별 형벌조항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그 범위를 대폭 축소하여야 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검토하건대, 입법자가 선택한 사형제도가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속성에도 불구하고 그 적정성과 필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논거는 역설적으로 또 다른 인간의 생명권, 즉 일반 기본권주체의 생명권을 보호, 보장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므로, 사형이 선택될 수 있는 범죄의 종류는 반인륜적으로 타인의 생명을 해치는 극악범죄의 경우로 한정되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아니한 경우 및 사회적, 국가적 법익에만 관련된 각종 범죄의 경우 등에는 법정형에서 사형이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유무죄의 심리와 판단, 법정형 중의 형종 선택 및 형의 선고와 그 확정 등 전체 사법절차가 엄격하고 신중한 적법절차에 의하여 진행되고, 유죄판결이 최종확정된 후의 집행과정에서 혹여 ‘잔혹하고 이상한 형벌’이 되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 또는 해하는 것이 되지 아니하도록 엄숙하고 경건한 절차를 확립, 보장하기 위하여, 수사 및 재판, 형의 집행 등 모든 절차를 세심하게 다듬고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마. 부연하건대, 사형제도의 폐지 또는 유지의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사를 통하여 해결되는 것보다는 향후 입법자에 의한 입법의 개폐 여부에 의하여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할 것이다. 위헌법률심사는 입법자가 국민의 대표로서 선택한 결과인 입법을 헌법적 관점에서 용인할 것인지 여부의 문제이고, 입법자가 내외의 의견수렴과 토론을 거쳐 입법적으로 개폐하는 것은 입법부를 통한 국민의 선택과 결단이기 때문이다. 9. 재판관 조대현의 일부위헌의견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들 중에서 사형을 형벌로 규정하고 있는 조항들은 헌법 제110조 제4항의 경우에 적용하면 헌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헌법 제110조 제4항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도 적용하면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생명은 인간이 존재하고 존엄과 가치를 누리기 위한 근본조건으로서 가장 근원적이고 신성하고 고귀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든지 생명을 유지하고 생명의 안전을 위협받지 아니하며 국가에게 생명의 안전을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생명권이 우리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이 없다. 국가는 인간의 생명을 침해하거나 생명의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인간의 생명은 그 자체로서 고유의 존재목적과 최고의 존재가치를 가지는 것이므로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권을 헌법질서의 차원에서 기본권으로 다루는 이상, 인간의 생명권이라는 기본권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생명권의 보호범위 안에서도 생명유지권과 생명안전권은 보호의 정도와 제한가능성의 정도를 달리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안보를 방위하기 위하여 군인에게 목숨을 건 전투행위를 수행하도록 명령할 수 있고, 재난에 빠진 사람의 생명을 구원하기 위하여 경찰공무원에게 생명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활동을 감행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타인의 생명을 해친 경우에도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균형을 따져서 생명침해행위의 위법성을 부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인간의 생명권은 지고(至高)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므로 이를 제한하기 위한 사유도 역시 지고의 가치를 가지는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거나 구원하기 위한 것이라야 한다. 범죄에 대한 형벌로서 범죄자를 사형시키는 것은 이미 이루어진 법익침해에 대한 응보에 불과하고, 살인자를 사형시킨다고 하여 피살자의 생명이 보호되거나 구원되지 아니한다. 이처럼 사형제도는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거나 구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지고의 가치를 가지는 인간의 생명을 박탈해야 할 만큼의 필요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중대범죄자를 사형시킴으로써 다른 사람의 중대범죄도 일반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아직껏 실증되지 못했다. 그리고 중대범죄자를 사형시키면 그 범죄자가 다시 범죄할 수 없게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그러한 효과는 무기징역형이나 종신형에 의해서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므로, 중대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하여 사형이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사형제도는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기에 필요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사형제도는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므로 생명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사형제도는 헌법 제37조 제2항 후단[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다만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가 비상계엄 하의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하는 경우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비상계엄 하의 군사재판이라는 특수상황에서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헌법이 스스로 예외적으로 허용하였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는 재판청구권 및 사형제도에 관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는 규정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형벌의 종류로서 사형을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에 해당되는 경우이든 아니든 모두 적용된다고 해석되는바, 그 적용범위 전부가 위헌이라거나 합헌이라고 볼 수는 없고,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에 해당되는 경우에 적용하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지만,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 적용하면 생명권을 침해할 정당한 사유도 없이 생명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10. 재판관 김희옥의 위헌의견 가. 사형제도의 위헌 여부에 관한 쟁점 형법 제41조 제1호가 형의 종류의 하나로서 규정하고 있는 사형은 인간 존재의 바탕인 생명을 빼앗아 사람의 사회적 존재를 말살하는 형벌이다. 사형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형벌의 하나로서 범죄에 대한 근원적인 응보방법이며 효과적인 일반예방법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사형제도는 잔혹하고 이상한 형벌의 금지와 적법절차의 정신에 따라 그 선고 및 집행의 절차와 방법을 정함에 있어 인간의 존엄성을 신중히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 왔고 그 대상 범죄의 범위도 축소되어 왔으며, 나아가 인간의 생명을 국가권력의 힘으로 빼앗는다는 일종의 제도살인(制度殺人)의 속성을 가지고 있음에 비추어 사형제도 그 자체의 폐지 여부에 관한 진지한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계속되어 왔고,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사형제도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형사정책적인 고려 또는 인권 향상을 위한 형사법 제도의 개선이라는 입장에서 이를 폐지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 헌법의 규정과 헌법정신에 위배되는지 여부의 문제이다. 즉, 헌법의 명문 규정에 사형제도를 인정 또는 부정하는 내용이 존재하는지,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한다는 기본권 제한의 측면과 형벌의 일종이라는 제도의 속성에 비추어 사형제도가 범죄인의 생명권을 비례원칙에 어긋나게 제한하거나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인지, 또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헌법의 기본정신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고 할 것이다. 나. 헌법상 사형제도를 인정하는 규정이 존재하는지 여부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는 ‘처벌’, 즉 형벌의 종류에 대하여 법률로 정하도록 유보하고 있을 뿐, 우리 헌법은 국가가 개별 국민의 생명을 빼앗는 사형제도를 형벌로서 명시적으로 허용하거나 부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다만, 헌법 제110조 제4항에서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 규정이 간접적으로나마 헌법상 사형제도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가 문제된다. 헌법 제110조 제4항 본문은 1962년 제5차 개정 헌법에서 도입된 것으로, 이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전제로 하는 비상계엄 하의 군사재판이라는 긴급하고 특수한 상황에서 군인·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 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 등 특정한 종류의 범죄에 대한 신속한 처단을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위 조항 단서는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에서 도입된 것으로, 이는 비록 위와 같은 예외적 상황이라 할지라도 사형에 따른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적어도 사형선고에 대하여만은 사법절차를 통한 불복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와 같이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는 그 도입 배경이나 규정의 맥락을 고려할 때, 법률상 존재하는 사형의 선고를 억제하여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하여 규정된 것이므로, 이를 사형제도의 헌법적 근거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헌법의 명문 규정들은 서로 모순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통일적, 조화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이 경우 특히 보다 근본적인 의미를 가지는 헌법규범에 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헌법 제10조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하고 있고 이는 우리 헌법의 기본권보장 체계에 있어서 근본적인 규범의 의미를 가지는바, 만약 법률상의 형벌제도인 사형제도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된다면,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는 그러한 사형의 선고에 대하여는 사법절차에 따른 불복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점에만 그 의의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만약 이러한 경우에도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에 대하여 간접적으로 사형제도를 인정하는 근거라는 적극적 의미를 부여한다면, 반대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근본적인 규정인 헌법 제10조의 의의를 축소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의 규정은 간접적으로도 헌법상 사형제도를 인정하는 근거 규정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헌법상 사형제도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 이는 헌법상의 생명권 보장과 형벌제도의 목적, 그리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에 대한 해석과 평가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다. 사형제도가 그 선고를 받은 범죄인의 생명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1) 헌법이 보장하는 생명권 생명은 죽음에 대칭되는 인간의 생존 자체를 의미하는 순수한 자연적 개념이나, 이는 인간 존재의 근원이라 할 것이므로 생명권은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 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다. 우리 헌법에는 생명권에 관한 명문규정은 없지만,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고, 헌법 제12조 제1항이 정하는 신체의 자유는 생명이 있는 신체를 전제로 하며, 헌법 제37조 제1항에 따라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자유와 권리도 경시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생명권이 우리 헌법상 인정되는 기본권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생명권은 생명에 대한 모든 형태의 국가적 침해에 대한 방어를 그 내용으로 하며, 이에 따라 국가는 원칙적으로 생명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명을 국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없다. 나아가 생명권은 생명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그 내용으로 하고, 개별 국민은 적극적으로 국가에 대하여 생명의 보호와 유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인간의 생명에 대하여는 함부로 사회과학적 또는 법적인 평가가 행하여져서는 아니 된다. 즉, 모든 개인의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가지며, 각 개인에게 그 생명은 절대적 의미를 가진다. 여기에서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곧 생명의 박탈을 의미하므로, 생명권은 헌법상 제한이 불가능한 절대적 기본권이 아닌지가 문제될 수 있다. 우리 헌법은 절대적 기본권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는바, 이는 생명권의 경우에도 예외라고 보기 어렵다. 헌법상 생명권에 대한 제한이 가능하다는 점은 생명권 그 자체의 속성으로부터도 도출된다. 즉, 어느 개인의 생명권에 대한 보호가 곧 다른 개인의 생명권에 대한 제한이 될 수밖에 없거나, 특정한 인간에 대한 생명권의 제한이 다수 국민의 생명에 대한 급박한 위험의 보호라는 매우 중대한 공익을 위하여 불가피한 긴급한 경우에는 생명권에 대한 제한도 용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렇게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 국가는 부득이하게 생명의 가치에 대한 법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생명의 가치에 대한 법적 평가가 허용될 수밖에 없는 예외적이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생명권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률유보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에는 생명의 박탈이 곧 생명권에 대한 본질적 내용의 침해라고 바로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법률유보는 생명권이 다른 생명권과 충돌하거나 그에 못지 않은 매우 중대한 공익과 충돌하여 그에 대한 법적인 평가가 허용되지 않으면 안되는 긴급하고 불가피한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에 관한 비례의 원칙은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며, 결코 입법재량이 넓게 인정될 수 없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생명권의 제한은 곧 법적인 평가가 허용되지 아니하는 생명의 박탈을 의미하므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고 그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하여 그 생명을 빼앗는 형벌인 사형제도가 범죄자의 생명권을 침해하는지는, 생명권의 위와 같은 성격을 전제로 하여 그 제한에 있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는 비례의 원칙 및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 원칙에 위반되는지를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2) 비례의 원칙 위반 여부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사형제도는 법률상의 형벌제도의 일종으로서 그 입법목적은 형벌 일반의 입법목적과 다르지 않다. 형벌은 범죄에 대한 국가 사회적인 응보로서, 범죄인에 대한 일정한 기본권의 제한을 통하여 그 범죄인의 교화 개선을 도모하는 이른바 특별예방과 일반인에 대한 형벌의 위하를 통하여 범죄를 억제하도록 하는 일반예방 등을 그 목적으로 한다. 형벌의 일종으로 사형이라는 생명형을 두는 것은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거나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중대한 흉악 범죄 및 이에 준할 정도의 중대한 공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범죄에 대한 응보와 특별예방 및 일반예방 등이 그 입법의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에 있어서 형벌의 목적이 응보에 있는지, 특별예방에 있는지, 아니면 일반예방에 있는지에 관하여는 형사정책적으로 많은 논의가 있으나, 이러한 입법목적들의 정당성은 일응 헌법적으로 인정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 과거의 역사적 경험이 있었던 것과 같이 예컨대 정치적인 범죄에까지 사형제도가 남용된다면 그 입법목적에 있어서도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나, 이에 관하여는 적어도 현 시점에서 사형제도 그 자체의 위헌 여부만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더 이상의 검토를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 (나) 수단의 적합성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그 개선 교화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므로 특별예방이라는 형벌의 목적에는 전혀 기여할 수 없다. 또한 사형제도가 죽음에 대한 공포를 통하여 중대 범죄의 일반예방에 기여한다는 점에 대하여도 그 위하력에 대한 실증적인 근거가 없다는 견해와, 반대로 사형제도가 위하력이 없다는 증거 또한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견해만 대립하고 있을 뿐, 사형제도가 일반적으로 흉악범죄를 억지하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하여 명백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과거 사형의 집행 방식이 공개적이고 잔혹하였던 것에 비하여 현재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사형제도를 두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 집행이 일반에 공개되지 아니하고 죽음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인도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형에 일반예방적인 효과가 있다고 볼 경우에도 이는 특정한 범죄에 대하여 법률상 사형이라는 형벌이 예정되어 있음으로 인한 형사법규의 규범력에 따르는 것일 뿐, 그 집행을 통한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위하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한편 형벌을 통한 응보가 동해보복(同害報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사적인 복수를 금하고 이를 대신하는 국가 사회의 공분(公憤)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타인의 생명 또는 그에 준하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침해에 대한 응보로서 반드시 그 침해자의 생명에 대한 제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인 이유가 없다. 오히려 국가가 이미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수감된 범죄자의 생명을 의도적·계획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형법에서 살인을 범죄로 규정하고 금지하는 사상과 모순되는 것으로 정당한 응보의 관념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사형제도는 사형이 법정될 정도로 매우 중대한 범죄에 대한 응보와 특별예방 및 일반예방이라는 목적에 있어 그 어느 것에 대하여도 명백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일반 중범죄인과 달리 사형에 처해질 정도로 극악한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형법상의 사형제 규정이 과연 얼마나 일반예방효과를 미칠 것인가는 쉽게 가늠할 수 없다. 사형제도의 기능으로 명백히 인정될 수 있는 것은 단지 당해 범죄인 자신에 의한 재범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점 뿐이다. 국가가 법률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 그 제한되는 기본권이 우리 헌법상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생명권 보장의 측면에서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면, 그 제한 수단이 입법목적에 기여한다는 점이 명백한 경우에만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사형제도의 경우 그 제한되는 기본권은 인간 존재의 근원인 생명을 내용으로 하고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는 생명권임에도 불구하고, 형벌의 하나로서 이를 박탈하는 것이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는 등의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한 응보나 특별예방 또는 일반예방이라는 형벌의 목적에 기여하는 바는 결코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사형제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천명하고 생명권을 보장하는 우리 헌법 체계에서는 그 입법목적에 대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 (다) 피해의 최소성 형벌로써 중대 범죄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그 범죄인을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킴으로써 그 자신에 의한 재범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에 틀림이 없고, 일응 이는 응보사상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적 입증이 아닌 인간의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에 근거하여 그 위하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봄으로써 그 일반예방적 기능을 인정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러한 형벌의 기능은 굳이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하지 않더라도 예컨대 가석방이 불가능한 무기형 등의 자유형을 통하여도 달성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아무리 신중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고 훌륭한 법관이 판단한다 하더라도 인간이 하는 재판인 한 오판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런데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은 이러한 오판의 위험에 대하여 그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완화나 회복을 위한 어떠한 수단도 없으며 그 침해의 정도가 궁극적이고 전면적이다. 이는 오판의 효과적인 시정을 통한 형사사법적 정의의 실현을 포기하는 것이 되므로 인권과 정의를 보장하고자 하는 실질적 법치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형제도는 이를 통하여 확보하고자 하는 중대 범죄에 대한 형벌로서의 기능을 대체할 만한 무기자유형 등의 수단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범죄인의 근원적인 기본권인 생명권을 전면적이고 궁극적으로 박탈하는 지나친 제도이므로 피해의 최소성원칙에도 어긋난다. (라) 법익의 균형성 사형을 통하여 침해되는 사익은 개인의 생명 및 신체의 박탈로서 이는 범죄인에게는 절대적이고 근원적인 기본권의 상실을 의미한다. 반면에 이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타인의 생명 또는 이에 준하는 매우 중대한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한 사회방위와 그러한 범죄의 예방이다. 그런데 사형은 언제나 범죄가 이미 종료된 이후에 수사 및 재판을 받고 형이 선고되어 수감 중인 개인에 대한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생명의 박탈인 반면, 사형을 통하여 보호하려는 타인의 생명권이나 이에 준하는 중대한 법익은 이미 그 침해가 종료됨으로써 범죄인의 생명이나 신체를 박탈해야만 하는 긴급성이나 불가피성이 없는 상태이고, 사형제도가 추구하는 사회방위와 범죄예방이라는 공익이 어느 정도 실효성을 지닌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그렇다면 이미 그 자체로서 공익의 비중에 비하여 사형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의 비중이 훨씬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3) 본질적 내용의 침해 여부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곧 생명의 박탈을 의미하며, 그것이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생명권과 생명권 또는 이에 준하는 중대한 공익이 현재적으로 충돌하여 부득이하게 생명에 대한 법적인 평가가 허용될 수밖에 없는 긴급성과 불가피성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상황에 따른 것인지 여부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형제도는 이미 중대 범죄가 종료되어 상당 기간이 지난 후 체포되어 수감 중인, 한 인간의 생명을 일정한 절차에 따라 빼앗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이는 그가 저지른 중대 범죄로 인하여 침해된 타인의 생명이나 이에 준하는 공익에 대한 급박한 위협이 있어 생명에 대한 법적 평가가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국가가 인간의 생명의 가치에 대한 법적인 평가를 통하여 그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제도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 또한 생명의 박탈은 곧 신체의 박탈이므로 이는 헌법 제12조 제1항이 정하는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까지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라. 사형제도가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지 여부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짐을 선언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최고의 가치이며 모든 기본권의 이념적 기초이고, 다른 기본권 규정들에 대한 해석의 지침임과 동시에 그 제한의 한계를 이룬다. 또한 헌법이 선언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모든 국가작용에 있어서 인간의 존엄성 보장이 그 목적이 되어야 하고 인간을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켜서는 아니 된다는 요청을 내포하고 있다. 헌법 제10조에 선언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과 보호의 요청은 형사입법 및 그 적용과 집행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도 지도적 원리로서 작용한다.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는 인간은 “모든 국민”이라고 하고 있고, 이는 극악무도한 범죄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 이전에 존재하는 상위의 헌법적 가치질서이다. 또한 인간을 오로지 다른 목적에 대한 수단으로만 보아서는 아니 된다는 의미에서 형벌제도는 범죄행위와 그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범죄인의 악성에 대응하여 그를 오로지 사회방위라는 공적인 이익 추구를 위한 객체로만 취급하는 관점을 배제한다. 그러므로 비록 타인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하고 훼손하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가지는 것이며, 그를 단순히 사회방위에 위협이 되는 장애물로서만 취급할 수는 없다. 그런데 사형제도는 범죄인을 예외적으로 인간으로 보지 않고, 단지 재범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사회전체의 이익 또는 다른 범죄의 예방을 위한 수단 또는 복수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것으로서, 그로 하여금 한 인간으로서 자기의 책임 하에 반성과 개선을 할 최소한의 도덕적 자유조차 남겨주지 아니하는 제도이므로, 헌법 제10조가 선언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위배된다. 나아가 사형제도는 법률에 따라 사형을 선고하여야 하는 법관, 이를 집행하여야 하는 교도관 등 직무상 사형제도의 운영에 관여하여야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적·법적 평가가 용인되지 아니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생명을 계획적으로 빼앗는 과정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들 역시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무관하게 단지 국가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전락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가치 또한 침해하는 제도이다. 그러므로 사형제도는 형사법의 영역에서도 지도적 원리로 작용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 제도라고 아니할 수 없다. 마. 소결론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헌법 제10조, 제12조 제1항, 제37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생명권이 비록 제한이 불가능한 절대적 기본권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중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형벌로서의 사형제도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는 비례의 원칙 및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의 원칙에 반하여 범죄자의 생명권을 침해하며, 헌법 제10조가 선언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헌법규범에 위배되는 것이다. 헌법 제110조 제4항은 간접적으로도 사형제도의 근거 규정이 될 수 없으며, 이는 단지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도 만약 사형이 선고된다면 그에 대한 사법절차에 따른 불복은 예외 없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로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11. 재판관 김종대의 위헌의견 가. 생명권과 헌법 제37조 제2항의 관계 (1) 헌법 제37조 제2항의 의미 헌법 제37조 제2항은 전단에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후단에서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제한의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여기서의 기본권 제한의 한계인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이란 자유와 권리의 핵이 되는 실질적 요소 내지 근본요소로서( 헌재 1989. 12. 22. 88헌가13, 판례집 1, 357, 373 참조) 만약 이것까지를 제한 한다면 자유와 권리 그 자체가 형해화되고 무의미하여지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헌재 1995. 4. 20. 92헌바29, 판례집 7-1, 499, 509 참조). 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구성을 살펴보면 그 전단에서는 비례심사를 통한 모든 기본권의 제한을 허용하고 있고, 그 후단에서는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더 이상 제한해 갈 수 없는 허용 한계가 있음을 정해놓음으로써, 기본권의 내용을 제한이 불가능한 핵심요소와 그렇지 않은 일반내용으로 나누는 중층적 구조로 구성하고 있다. 동항 전단에 의해 일반적으로 기본권의 제한이 허용된다는 것은 그 제한이 다른 헌법적 가치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면 기본권의 제한은 헌법상 정당화되므로 비록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기본권이 제한되더라도 결론적으로 헌법에 위반되지는 않는다. 이에 반해 동항 후단에 의하면 기본권의 핵이 되는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제한할 수 없으며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의 제한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서 이미 헌법적으로 부정적인 가치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다른 헌법적 가치에 의해 정당화될 수 없다. (2) 생명권의 특성과 제37조 제2항과의 관계 (가) 삶과 죽음 사이의 중간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은 제한되는 순간 사라지므로 생명을 제한하는 것은 곧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권은 그 내용이 본질적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으로 구별될 수 없는 단층구조를 취하고 있으므로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언제나 생명권의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침해로 연결된다. 생명권의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생명권의 제한에 있어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 전단과 후단 사이에 모순이 생기게 된다. 헌법 제37조 제2항 전단은 예외를 두지 않은 채 “모든” 자유와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생명권 역시 제한될 수 있으며, 다만 그 제한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것인지 여부만이 문제될 뿐이다. 반면 헌법 제37조 제2항 후단에서는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생명권에 대해서도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는데, 생명권은 제한하는 순간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므로 생명권은 제한할 수가 없게 된다. 결국 헌법 제37조 제2항의 전단에 의하면 생명권도 제한할 수 있지만 그 후단에 의하면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불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모순은 합리적 헌법해석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것인바, 생명권에 대해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 후단을 내세워 그 제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생명권도 동항 전단에 의해 그 제한이 가능한 이상, 동항 후단의 적용은 없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인가? (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후단을 생명권에 대해서도 그대로 관철시켜야 한다는 견해에 의하면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야 한다. 물론 윤리적, 종교적 관점에서 보면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고귀한 가치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생명의 박탈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이라는 법규범적 관점에서 보면 모든 기본권이 국가와 헌법의 존재 위에서만 인정되므로 또 다른 중요한 헌법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생명권을 제한하는 것도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음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국가공동체의 존립과 그 구성원의 생존이 급박한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그 위험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수단으로서 불가피하게 행해지는 생명의 박탈마저도 헌법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면, 국민 개인의 생명권의 보장을 위해 다른 모든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이 모든 기본권에 대한 제한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으면서 특히 생명권은 제한할 수 없다고 명시하지 않은 한, 생명권에 대한 제한도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 또 이와 달리 생명권의 제한에 대해서도 헌법 제37조 제2항 전단뿐만 아니라 후단의 적용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에서, 전단과 후단을 모두 적용하여 생명권의 제한이 동항 전단의 비례심사를 한 결과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동항 후단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가 없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으나, 그리되면 기본권 제한의 최종적 한계를 규정한 동항 후단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게 되고, 기본권 제한이 본질적 내용에 이르렀으나 본질적 내용의 침해는 아니라는 논리적 모순을 초래하고 만다. (라) 그렇다면 결국 헌법 제37조 제2항 후단은 그 내용이 본질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중층적 구조로 구성된 일반적 기본권의 제한에 관한 규정으로 보아야 하고, 성질상 본질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구별되지 않는 생명권과 같은 경우에는 동항 후단의 적용은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생명권의 제한에 관해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 전단에 따라서 그 제한이 가능하며, 그 제한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지 여부는 비례의 원칙에 따른 심사를 통해 판단하면 된다고 본다. 나. 사형제도가 생명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사형제도가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생명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재판관 김희옥의 위헌의견 중 해당 부분을 원용하는 이외에 다음과 같은 이유를 보충한다. (1) 입법목적의 정당성에 관해 헌법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는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인간 존재의 근원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을 헌법이 용인한다면 이는 헌법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국가가 사람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을 헌법이 용인하는 상황이란 국가의 존립과 개인의 생명이 충돌하거나 서로 다른 생명이 충돌하여, 국가 또는 다른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부득이한 경우 이외에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데 사형은 범죄에 대한 형벌로서 국가가 범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다. 형벌은 범행 후의 재판을 통하여 이루어지므로 국가가 존속하고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고, 또 이미 저질러진 범죄를 이유로 사후에 그 범인에게 가해지는 것이므로, 사형이 부과될 당시에는 국가의 존립이나 피해자의 생명이 범인의 생명과 충돌하는 상황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극악무도한 살인범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하더라도 국가가 피해자의 생명을 범죄로부터 보호하지 못한 잘못은 이미 현실화된 비극일 뿐, 범인에 대한 사형의 선고나 집행을 통해 피해자의 생명을 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국가가 사형을 통해 범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이미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범죄에 대한 비난으로서의 응보의 기능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범죄에 대한 보복으로서 국가가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2) 수단의 적합성에 관해 한편 사형의 목적이 과거의 범죄에 대한 응보로서가 아니라 그 범인에 의하여 장래 발생할 수 있는 범죄로부터 개인의 생명과 사회의 안전을 방어하기 위한 것, 이른바 특별예방의 목적에 의한 것으로 보더라도, 사형제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사형보다 완화된 수단을 통해서도 사형제도가 달성하려는 목적으로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형은 범인의 생명을 박탈함으로써 그 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범인이 이미 범한 범죄 이외에도 다시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면 국가가 그 범인을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하여 둠으로써 개인과 사회를 얼마든지 보호할 수 있다. 즉 굳이 범인의 생명을 박탈하지 않고서도 국가가 범인을 교도소에 계속해서 수용하고 있는 한 개인과 사회를 보호하는 목적은 그 범인을 사형시켰을 때와 똑같이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형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을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완화된 수단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사형을 통해 범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하게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3) 사형제도의 일반예방적 기능과 관련하여 범인 그 자신에 의한 재범의 억제가 아니라 일반 국민의 범죄를 억제하는, 이른바 일방예방의 관점에서도 사형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일반예방적 효과를 위해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일반 국민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한다는 형사정책적 목적을 위해 한 사람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인데, 이는 사람의 생명을 범죄 억제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정면으로 반한다. 설사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 일반예방이라는 형사정책적 목적에 부합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피해 최소성과 법익 균형성의 관점에서 볼 때 헌법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사형제도가 일반예방이라는 형사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형제도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일방예방의 효과는 다른 대체수단으로는 달성될 수 없어야 하고, 사형제도를 두는 것이 사형제도를 두지 않는 것에 비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점이 실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반예방의 효과, 즉 일반인에 의한 범죄의 억제라는 것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관념으로 그 실체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거나 계량할 수 없고, 사형제도를 두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범죄 억제의 효과가 더 크다거나 크다면 그 차이는 과연 한 사람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을 감수할 정도로 큰 것인지 등에 관하여 그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하거나 확인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1997. 12. 30. 사형을 집행한 이래로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로 인해 사형을 집행하던 때보다 개인과 사회가 범죄로부터 더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었다고는 볼 수 없고, 이 사회는 사형제가 시행되던 때에 못지 않게 안정적인 국법질서가 유지되고 있음이 실증되고 있다. 따라서 사형제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이유로 사형제의 합헌성을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형제도의 폐지에 이어 범죄의 발생이 증가한 사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범죄의 증가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상황 전반의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므로 사형제도의 폐지와 범죄의 증가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도 어렵다. 결국 일반예방을 위해 사형제도를 두는 것은 그 존재와 정도를 파악하거나 측정할 수도 없는 막연하고 불확실한 이익을 위해 사람의 생명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으로서 정당화될 수 없다. (4) 사형제도의 폐지와 새로운 최고형의 도입 이와 같이 사형제도는 생명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지만, 개인의 생명과 사회의 안전의 방어라는 점에서 사형이 가지는 효과에 버금가는 효과를 가지는 최고 형벌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사형을 폐지만 하게 되면, 범죄로부터 개인의 생명과 사회를 방어하는 국가·사회의 안전망에 결함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행 형벌체계에는 사형제도에 버금가는 효과를 가지는 형벌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예컨대 사형제도가 위헌으로 선언되어 무효가 되면 현행 형법상 무기징역형이 최고형으로서 기능하게 되는데, 지금의 무기징역형은 사면이나 형의 감경이 가능할 뿐 아니라 복역 후 10년이 경과하면 가석방도 가능하다. 이러한 내용의 무기징역형만으로는 사형이 갖는 최고형으로서의 효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사형은 범인을 사회로부터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효과를 가지는데, 사형이 형벌로서 가지는 이러한 영구격리의 효과만은 개인과 사회의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사람의 생명을 박탈하지 않으면서도, 그 범인으로부터의 사회안전의 보장이 확실해졌다고 객관적으로 명백히 판단되는 경우가 아닌 한, 범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수 있는 형벌, 즉 가석방이나 사면 등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최고의 자유형(自由刑)이 필요하다 할 것이고, 이러한 새로운 최고형 제도가 도입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사형제도는 위헌적 제도로서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12. 재판관 목영준의 위헌의견 가. 사형제도의 위헌 여부에 관한 쟁점 형법 제41조 제1호가 형의 종류의 하나로서 규정하고 있는 사형은 인간 존재의 바탕인 생명을 빼앗아 사람의 사회적 존재를 말살하는 형벌이다. 사형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형벌의 하나로서 범죄에 대한 근원적인 응보수단이고 가장 효과적인 일반예방수단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사형제도는 잔혹하고 이상한 형벌의 금지와 적법절차의 정신에 따라 그 선고 및 집행의 절차와 방법을 정함에 있어 인간의 존엄성을 신중히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 왔고 그 대상 범죄의 범위도 축소되어 왔으며, 나아가 인간의 생명을 국가권력의 힘으로 빼앗는다는 일종의 제도살인(制度殺人)의 속성을 가지고 있음에 비추어 사형제도 자체의 폐지 여부에 관한 진지한 논의가 전세계적으로 계속되어 오고 있다. 다만 사형제도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사형제를 인권 보장 및 형사정책적 고려에서 폐지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 헌법의 규정과 헌법정신에 위배되는지 여부의 문제이다. 즉, 우리 헌법에 사형제도를 인정 또는 부정하는 내용이 존재하는지, 우리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생명권을 상정할 수 있는지, 사형제도가 범죄인의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인지, 아니면 비례원칙에 반하여 과도하게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및 사형제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나. 우리 헌법의 규정 (1) 헌법 제12조 제1항 헌법 제1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처벌’, 즉 형벌의 종류에 대하여 법률로 정하도록 유보하고 있을 뿐, 사형제도를 명시적으로 허용하거나 부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2) 헌법 제110조 제4항 한편 비상계엄 하의 군사재판에 관한 헌법 제110조 제4항은, “비상계엄 하의 군사재판은 군인·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다수의견은 이 규정이 헌법상 사형제도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규정이라고 주장한다.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고( 헌법 제77조 제1항), 계엄 중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는바( 헌법 제77조 제3항), 비상계엄 하의 군사재판은 군인·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헌법 제110조 제4항 본문). 위 헌법 제110조 제4항 본문은 1962년 제5차 개정 헌법에서 도입된 것으로서 비상계엄이라는 긴급하고 특수한 예외적 상황에서 위와 같은 특정한 종류의 범죄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하여 마련되었다. 그런데 1987년 현행 헌법으로 개정되면서 사형에 따른 인권침해의 심각성과 사형의 회복불가능성을 고려하여 비록 위와 같이 긴박하고 예외적인 상황이라 할지라도 사형선고에 대하여만은 사법절차를 통한 불복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하여 위 조항 단서, 즉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를 도입한 것이다. 이와 같이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의 도입 배경이나 문언상 맥락에 비추어 볼 때, 위 단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사형선고에 대한 불복절차를 인정하여 법률상 존재하는 사형의 선고를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오히려 사형제도의 심각성을 부각시킨 조항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헌법의 명문 규정들이 서로 모순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이를 통일적·조화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특히 보다 근본적인 의미를 가지는 헌법규범에 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헌법 제10조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하고 있고 이는 우리 헌법의 기본권 보장 체계에 있어서 근본적인 규범의 의미를 가지는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법률상의 사형제도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명백히 반하므로,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는 사형의 선고에 대하여는 예외없이 불복절차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일 뿐, 사형제도를 허용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가 간접적으로나마 헌법상 사형제도를 인정하는 근거 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3) 생명권 생명은 죽음에 대칭되는 인간의 생존 자체를 의미하는 순수한 자연적 개념으로서 인간 존재의 근원이라 할 것이므로, 인간의 생명에 대하여는 함부로 사회과학적 또는 법적인 평가가 행하여져서는 아니 된다. 즉, 모든 개인의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가지며, 각 개인에게 그 생명은 절대적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생명권은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 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다. 우리 헌법에는 생명권에 관한 명문규정은 없지만,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고, 헌법 제12조 제1항이 정하는 신체의 자유는 생명이 있는 신체를 전제로 하며, 헌법 제37조 제1항에 따라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자유와 권리도 경시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생명권은 우리 헌법상 인정되는 기본권 중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할 것이다. 생명권은 한편으로는 국가의 생명에 대한 모든 형태의 침해에 대하여 방어할 수 있는 권리를 내용으로 하므로, 국가는 원칙적으로 생명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명을 국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생명권은 생명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그 내용으로 하므로, 국민은 국가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생명의 보호와 유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4) 헌법 제37조 제2항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서도, “이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 사형제도와 생명권 (1)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 제37조 제2항은 어떠한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생명권은 각 개인에게 절대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므로 개념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본질적인 부분을 그렇지 않은 부분과 구분하여 상정할 수 없다. 결국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곧 생명의 전부 박탈을 의미하므로, 생명권은 헌법상 제한이 불가능한 절대적 기본권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나아가 생명의 박탈은 곧 신체의 박탈이므로 사형은 헌법 제12조 제1항이 정하는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까지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사형제도는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우리 헌법의 규정상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 비례의 원칙 설사 국민 전체의 생명을 위협하는 외적의 침입에 대하여 방어하기 위하거나 흉포한 조직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는 등 매우 예외적이고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을 제한하는 것이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가정하더라도, 생명권의 존엄성에 비추어 볼 때, 생명권의 박탈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매우 엄격한 기준에 따라 심사되어야 할 것이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거나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중대한 흉악 범죄 및 이에 준할 정도의 중대한 공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범죄에 대하여, 그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하여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함으로써 사회를 방위하고자 하는 사형제도의 입법목적은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나) 수단의 적합성 다수의견은, 사형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공포심과 범죄에 대한 응보욕구가 서로 맞물려 고안된 필요악으로서 불가피하게 선택된 것이고, 다른 형벌에 비하여 일반예방적 효과가 크다고 추정되므로,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사형은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으로서 그 개선 교화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므로 특별예방이라는 형벌의 목적에는 전혀 기여할 수 없다. 또한 사형제도가 죽음에 대한 공포를 통하여 잠재적 범죄인을 위하함으로써 중대 범죄의 방지에 기여하는지 여부, 즉 사형제도의 일반예방적 효과에 관하여는, 사형제도의 폐지 또는 존치에 따른 범죄발생통계 등 실증적 자료에 의한 과학적 입증이 사실상 어려우므로, 사형제도의 존치가 여전히 중범죄를 억지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거나 사형을 폐지한 후에 중범죄의 발생율이 높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한편 형벌을 통한 응보가 동해보복(同害報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사적인 복수를 금하고 이를 대신하는 국가 사회의 공분(公憤)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전제에 선다면, 타인의 생명 또는 그에 준하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침해에 대한 응보로서 반드시 그 침해자의 생명을 박탈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결국 사형제도의 기능으로 명백히 인정될 수 있는 것은 당해 범죄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여 피해자에 대한 보복 및 재범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점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 절대적 종신형이나 유기징역의 형기제한 폐지에 의하여도 상당 부분 달성될 수 있다. 국가가 법률로써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는 생명권을 박탈함에 있어서는 그 수단이 입법목적에 기여한다는 점이 명백한 경우에만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형제도의 경우 사회로부터 범죄인을 영원히 배제한다는 점 이외에는 형벌의 목적에 기여하는 바가 결코 명백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형제도의 입법목적에 대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 나아가 사형제도가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바와 같은 위하적 효과를 거두기 위하여는 형벌의 실효성(實效性)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997. 12. 30. 사형을 집행한 이래 12년이 지나도록 선고된 사형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는바, 그 결과 사형제도가 실효성을 상실하여 더 이상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다) 피해의 최소성 설사 사형제도가 그 범죄인을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킴으로써 그 자신에 의한 재범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 이외에, 그 위하력에 의한 일반예방적 기능을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처럼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보다 덜 제한적인 수단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우선 형사재판에서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고( 형사소송법 제307조), 그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다( 같은 법 제308조). 이같은 증거재판주의와 자유심증주의 하에서, 훌륭한 법관이 아무리 신중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판단한다 하더라도 인간이 하는 재판인 이상 실체관계와 일치하지 않을 재판, 즉 오판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런데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은 그 침해의 정도가 궁극적이고 전면적이어서, 오판임이 발견되었을 때 이를 회복할 수 있는 어떠한 수단도 없다. 반면 사형제도에 의한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이러한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한 형벌수단이 없지 아니하다. 즉,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가석방이나 사면·감형이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제 또는 유기징역의 경합범 가중시 형기를 단순합산시키고 유기징역의 상한을 폐지하거나 올리는 방안 등 사형제도를 대체할 만한 수단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범죄인의 근원적인 기본권인 생명권을 전면적이고 궁극적으로 박탈하는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원칙에도 어긋난다. (라) 법익의 균형성 사형을 통하여 침해되는 사익은 개인의 생명 및 신체의 박탈로서 이는 범죄인에게는 절대적이고 근원적인 기본권의 상실을 의미한다. 반면에 이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타인의 생명 또는 이에 준하는 매우 중대한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한 사회방위와 그러한 범죄의 일반적 예방이다. 그런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사형을 통하여 이루려는 공익은 다른 대체적 형벌에 의하여 상당 수준 달성될 수 있으므로, 공익과 사익 간에 법익의 균형성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없다. (3) 소결 그렇다면 생명권은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도 침해될 수 없으므로, 이를 박탈하는 사형제도는 우리 헌법상 허용될 수 없고, 설사 그 제한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라. 사형제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지 여부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짐을 선언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최고의 가치이며 모든 기본권의 이념적 기초이고, 다른 기본권 규정들에 대한 해석의 지침임과 동시에 그 제한의 한계를 이룬다. 또한 헌법이 선언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모든 국가작용에 있어서 인간의 존엄성 보장이 그 목적이 되어야 하고 인간을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켜서는 아니된다는 요청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요청은 형사입법 및 그 적용과 집행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도 지도적 원리로서 작용한다.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는 인간을 “모든 국민”이라고 하고 있으므로, 비록 타인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하고 훼손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물론 그러한 범죄자는 고도의 악성을 가지고 사회 전체의 위협이 되는 존재이며,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사형은 범죄가 이미 종료된 이후에 상당 기간에 걸쳐 수사 및 재판을 받고 형이 확정되어 수감 중인 인간에 대하여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이 선악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범행 당시 극도의 악성이 발현되었던 범죄인도 위와 같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인간의 본성을 일부라도 회복하여 반성과 회개를 할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또한 범죄인은 교도소 수감 중의 제한되고 절제된 생활 속에서 삶의 안정을 찾아가면서 삶에 대한 애착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심화되게 된다. 즉, 사형은 악성이 극대화된 흥분된 상태의 범죄인에 대하여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이성이 일부라도 회복된 안정된 상태의 범죄인에 대하여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므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사형의 집행을 위하여는 법관의 사형판결 이외에도, 법무부장관의 명령이 필요하고, 사형의 집행에는 이를 직접 집행하여야 하는 실무자는 물론, 검사, 검찰청서기관, 교도소장 또는 구치소장이나 그 대리자가 참여하여야 하는바( 형사소송법 제463조, 제467조), 사형제도는 직무상 사형제도의 운영에 관여하여야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양심과 무관하게 인간의 생명을 계획적으로 박탈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가치 또한 침해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형제도는 형사법의 영역에서도 지도적 원리로 작용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 제도라고 아니할 수 없다. 마. 사형제도에 관한 입법례와 실효성 우리 재판소는 1996. 11. 28. 95헌바1 결정에서 형법 제41조 제1호가 정하는 사형제도는 필요악으로서 불가피하게 선택된 것이고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으므로 헌법상 비례원칙이나 헌법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도, “나라의 문화가 고도로 발전하고 인지가 발달하여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가 실현되는 등 시대상황이 바뀌어 생명을 빼앗는 사형이 가진 위하에 의한 범죄예방의 필요성이 거의 없게 된다거나 국민의 법감정이 그렇다고 인식하는 시기에 이르면 사형은 곧바로 폐지되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벌로서 사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당연히 헌법에도 위반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위와 같은 시기가 도래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 사회의 생존을 위한 극심한 경쟁 속에서 기존의 사회적 가치가 붕괴되고 정신적으로 피폐(疲弊)하여지다 보니, 그로 인한 범죄도 지능화·흉포화될 수밖에 없고, 정신병질환자(psychopath)에 의한 엽기적 범죄도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 범죄예방의 필요성은 점차 증가되고 흉악범죄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은 더욱 부정적이 되었다. 그러므로 이제 이러한 범죄로부터 우리 사회를 강력하게 보호하면서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최소한이나마 보존할 수 있는 형벌제도를 강구하여야 한다. 사형제도에 관한 세계 각국의 입법례를 보면, 2008년 말 기준으로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한 국가가 92개국이고, 전쟁범죄를 제외한 일반범죄에 대하여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10개국이며, 사형제도는 존치하나 최근 10년 이상 사형집행을 하지 않은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36개국이고, 일반범죄에 대하여 사형제도가 존치되고 집행되고 있는 국가는 59개국이다(사형존치 및 집행국 중 5개국의 사형집행자 수가 전세계 사형집행자수의 약 93%에 이른다). 사형제도가 위하적 효과에 의하여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는 국민들로부터 그 실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우리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사형선고가 확정된 후 6월 이내에 법무부장관이 사형집행을 명하여야 하고( 제465조 제1항), 위 집행명령이 발령된 후 5일 이내에 집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제466조).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형선고가 확정되었으나 집행되지 않은 사형수가 2008년 말 기준 59명인바(모두 이른바 흉악범이고, 1989년 이후 이른바 정치범으로서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은 없다), 1997. 12. 30. 사형을 집행한 이래 12년이 지나도록 선고된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등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법률상 사형이라는 형벌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장기간 실행되지 않음으로써 그 형벌은 명목화·회화화(戱畵化)되어 결과적으로 형벌로서의 실효성을 상실하였다고 할 것이다. 바. 형벌제도의 보완 극악무도한 범죄로부터 우리 사회를 방어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국민에 대한 의무이다. 그러므로 잠재적 범죄인의 범죄실행을 억지하고 범죄인이 출소후 보복범죄를 저지르거나 재범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고도의 악성을 가진 흉악범에 대하여 엄중한 형벌로 단죄하여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따라서 비록 사형제도가 위와 같이 우리 헌법에 위반되고 그 실효성을 상실하여 폐지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대신하여 그러한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실질적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1) 절대적 종신형의 도입 우리 형법 제41조 제2호는 형벌의 종류로서 ‘징역’을 열거하면서, 제42조는 “징역은 무기 또는 유기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무기징역형을 형벌의 종류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72조 제1항은 무기징역도 가석방의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복역후 10년이 경과하면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무기징역형을 받은 범죄인이 사면된 경우 형의 선고의 효력이 상실되거나 형의 집행이 면제되고, 감경된 경우 형이 변경되거나 형의 집행이 경감된다( 사면법 제5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4호). 따라서 현행 형법사면법 규정에 의하면, 무기징역형을 받은 모든 범죄인이 가석방 또는 사면·감형에 의하여 출소할 가능성이 부여되어 있다. 그러나 사형제도를 폐지하면서도 사형제도를 유지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는, 고도의 흉악범이 어떠한 경우에도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서는 아니된다. 그러므로 일반적 무기징역과는 달리, 가석방, 사면, 감형에 의하여도 형의 집행이 면제되거나 감경되지 않는 무기징역형, 즉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여야 한다. 다만, 위와 같은 절대적 종신형 또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사형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단계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2) 경합범가중규정의 수정과 유기징역형의 상한 조정 우리 형법 제42조는 “유기징역은 1월 이상 15년 이하로 한다. 단 유기징역에 형을 가중하는 때에는 25년까지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경합범 가중에 관한 형법 제38조 제1항은,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금고인 때에는 가장 중한 형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고( 제1호), 각죄에 정한 형이 그 이외의 동종의 형일 때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다( 제2호)”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1)항과 같은 절대적 종신형이 도입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중한 범죄를 수차에 걸쳐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법관이 무기징역형을 선택하면 위 (1)항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이를 피하기 위하여 유기징역형을 선택한다고 하여도 형기가 25년을 초과하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 그런데 유기징역을 받은 자가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에는 가석방을 받을 수 있으므로( 형법 제72조 제1항), 25년의 유기징역형을 받은 범죄인도 극단적으로는 8년여를 복역하고 나면 가석방을 받을 수 있게 된다(다만 제73조의2 제1항에 의하여 가석방기간이 10년을 초과할 수 없으므로 실제에 있어서는 15년이 경과되어야만 가석방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러한 유기징역형 제도로는 중범죄의 억지와 범죄인의 영구적 격리라는 사형제도의 입법목적을 충족시킬 수 없으므로, 법관이 고도의 중범죄에 대하여는 가석방제도나 형의 감경제도에도 불구하고 범죄인을 사회로부터 실질적으로 격리할 수 있을 만큼 엄중한 유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어야 하는바, 이를 위하여는 경합범합산 규정을 ‘중한 형에 대한 2분의 1 가중’에서 ‘형의 병과’로 수정하고(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병과주의 원칙을 택하여 각 죄에 대한 형을 합산하여 누적된 형이 부과된다), 유기징역형의 상한을 현행 ‘25년’에서 대폭 상향조정해야 할 것이다(유기징역형의 상한을 둔 대부분의 국가가 우리나라 보다 높은 상한선을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하여는 흉포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시킬 필요가 없다라는 반론이 있으나, 사회방위의 필요성과 생명권의 존엄 모두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용인될 수 있다고 본다. 사. 소결론 결국 생명권은 우리 헌법 제10조, 제12조 제1항, 제37조 제1항에 의하여 인정되는 국민의 기본권이고, 생명권 자체가 본질적 부분이므로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이를 박탈할 수 없다. 설사 생명권도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는 비례의 원칙에 따라 제한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제도는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여 국민의 생명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고, 헌법 제10조가 선언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다. 다만 흉악무도한 범죄로부터 국민과 사회 전체를 방어하여야 하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으므로, 그러한 범죄인들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절대적 종신형 제도를 도입하여야 하고, 아니면 경합법가중규정이나 유기징역형의 상한 규정을 개정하여 흉악범들이 사회로 복귀하여 재범이나 보복범죄를 할 수 없도록 장기간 격리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형벌의 종류로서 사형을 열거하고 있는 형법 제41조 제1호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함과 아울러, 절대적 종신형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형법 제41조 제2호, 유기징역형의 상한을 규정한 형법 제42조 단서, 경합법 가중규정인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 모든 징역형에 대하여 가석방을 허용하는 형법 제72조 제1항 등을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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