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조직법에서 사법보좌관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사법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것으로서 법원의 업무 중 상대적으로 쟁송성이 없거나 희박한 비송적·형식적 절차 업무를 법관이 아닌 자로서 법원일반직 공무원 중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법보좌관에게 맡기는 것이 법관의 업무를 경감시킴과 아울러 전체적인 사법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므로 사법보좌관에 의하여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를 처리하게 하는 이 사건 조항은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 보장과 관련하여 최소한 법관이 사실을 확정하고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이 요구되므로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한 이의절차가 중요하다. 법원조직법 제54조 제3항 등에서는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을 허용함으로써 동일 심급 내에서 법관으로부터 다시 재판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이 사건 조항에 의한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의 경우에도 이러한 이의절차에 의하여 법관에 의한 판단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법관에 의한 사실확정과 법률해석의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조항에 의한 사법보좌관제도는 이의절차 등에 의하여 법관이 사법보좌관의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를 처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적정한 업무처리를 도모함과 아울러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하여 법관에 의한 사실확정과 법률의 해석적용의 기회를 보장하고 있는바, 이는 한정된 사법 인력을 실질적 쟁송에 집중하도록 하면서 궁극적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적절한 수단임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사법보좌관에게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를 처리하도록 한 이 사건 조항이 그 입법재량권을 현저히 불합리하게 또는 자의적으로 행사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헌법 제27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재판관 김희옥의 반대의견
공정성의 핵심적 요건으로서의 ‘법관에 의한 재판’은 그 성질상 재판 형식 일반에 요구되는 것이므로 재판의 형식 또는 절차별로 공정성의 보장의 정도를 미리 등급화하여 상대적으로 공정성의 보장이 완화되는 재판을 자의적으로 상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달리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를 사법보좌관에게 처리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의 ‘법관에 의한 재판’ 및 이에 따르는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 사건 조항의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은 비록 그것이 종국판결에 있어서와 같이 구두변론절차를 요하지 않는 결정·명령 형식의 재판이라 하더라도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분쟁해결절차에 있어서 중요한 쟁송일 수 있으므로, 분쟁해결절차의 유기적 일체성이나 재판 당사자의 입장을 벗어나서 형식적 기준만에 의하여 당해사건을 실질적 쟁송에 관한 업무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한 이의 등 불복절차는 어차피 그 처분의 시정을 위하여 법관의 개입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재판청구인에게 추가적 비용과 불편을 초래하는 이상 실질적으로 재판청구인으로 하여금 사실상 또 하나의 심급을 거치게 하는 문제를 야기하므로, 사법보좌관에 의한 처분에 있어 이러한 이의절차를 두었다 하여 이로써 ‘법관에 의한 재판’에 합치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사법보좌관에 의한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를 규정한 이 사건 조항은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정한 ‘법관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법원조직법(2005. 3. 24. 법률 제7402호로 개정된 것) 제54조 제2항 제1호 중 “「민사소송법」(동법이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상의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에서의 법원의 사무”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07헌바8 사건
청구인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카기5960호와 2006카기6242호 소송비용액확정사건의 피신청인인데, 그 결정의 작성명의자를 법관이 아닌 ‘사법보좌관’으로 각 표시한 결정문을 송달받았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법원조직법 제54조 제3항에 따른 이의신청을 하면서 법관이 아닌 사법보좌관이 소송비용액확정재판을 할 수 있도록 정한 법원조직법 제54조가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2006. 12. 14. 위헌제청신청( 2006카기12014 및 2006카기12015)을 하였으나 같은 달 18. 모두 기각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2007. 1. 10. 및 같은 달 12.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문을 각 송달받은 후 2007. 1. 24. 이 사건 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2) 2007헌바84 사건
청구인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카확682 소송비용액확정사건의 피신청인인데, 그 결정의 작성명의자를 법관이 아닌 ‘사법보좌관’으로 표시한 결정문을 송달받았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법원조직법 제54조 제3항에 따른 이의신청을 하면서 사법보좌관이 소송비용액확정재판을 할 수 있도록 정한 법원조직법 제54조가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2007. 7. 6. 위헌제청신청( 2007카기4913)을 하였으나 같은 달 20. 기각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2007. 8. 9.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문을 송달받은 후 2007. 8. 14. 이 사건 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법원조직법(2005. 3. 24. 법률 제7402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같다) 제54조 제2항 제1호 중 “「민사소송법」(동법이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상의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에서의 법원의 사무”부분(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인바, 그 조항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청구인은 법원조직법 제54조 전체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고 있으나, 소송비용액확정결정절차에 관련한 이 사건에 있어서는 심판대상을 이 사건 조항에 한정하기로 한다.).
[심판대상조항〕
법원조직법(2005. 3. 24. 법률 제7402호로 개정된 것) 제54조(사법보좌관) ② 사법보좌관은 다음 각 호의 업무 중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업무를 할 수 있다.
1. 「민사소송법」(동법이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상의 소송비용액·집행비용액 확정결정절차, 독촉절차, 공시최고절차 에서의 법원의 사무
[관련조항〕
[별지] 기재와 같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가.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조항은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에 관하여 법관이 아닌 사법보좌관에 의한 재판을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당해 사건에서도 작성명의자가 “사법보좌관”으로 기재되어 있는바, 이는 명백하게 법관이 아닌 자에 의한 재판을 규정한 것으로서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정하는 청구인의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법원조직법 제54조에서는 사법보좌관의 자격, 직제, 업무 등에 관련하여 이 사건 조항 등에서 법관이 아닌 사법보좌관으로 하여금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 등을 처리하도록 하는 한편, 같은 조 제3항에서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관하여는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법관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항이 헌법 제27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3. 판 단
가. 사법보좌관제도 및 이 사건 조항의 내용
(1) 사법보좌관제도 개관
(가) 사법보좌관제도의 의의 및 입법취지
우리나라는 2005. 3. 24. 법률 제7402호로 법원조직법 제54조를 개정하면서 처음으로 사법보좌관제도를 도입하여 2005. 7. 1.부터 시행하고 있다. 법원조직법 제54조에 의하면, 대법원과 각급 법원에 사법보좌관을 둘 수 있고( 제1항), 민사소송법상의 소송비용액·집행비용액 확정결정절차, 독촉절차, 공시최고절차에서의 법원의 사무 중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업무는 사법보좌관이 할 수 있으며( 제2항 제1호),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하여는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법관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제3항), 사법보좌관의 직제 및 인원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것으로( 제4항)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사법보좌관규칙(2005. 6. 3. 대법원규칙 제1939호로 제정된 후 2005. 7. 6 대법원규칙 제1946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같다)에 의하면, 법원조직법 제54조의 규정에 따라 사법보좌관이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업무의 감독, 사법보좌관의 자격 및 선발, 직제, 교육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사법보좌관제도를 입법화하여 실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법제를 참고하여 제정된 우리나라의 사법보좌관제도는 법원의 업무 중 법률과 대법원규칙에서 정하는 실질적 쟁송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부수적인 업무와 공증적 성격의 사법업무를 담당하는 일종의 사법관(judicial officer)이며, 이러한 사법보좌관제도는 사법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고자 판사로 하여금 실질적 쟁송에 관한 업무에 집중하도록 하고 그 외 부수적인 업무는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법원 일반직공무원이 처리하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한편 일본의 경우 사법보좌관제도를 두고 있지는 않으나 그 대신 법원서기관에게 소송비용액확정결정절차, 공시송달절차, 독촉절차 등을 담당하도록 하면서 최근에는 부동산 강제집행에 관한 절차적 업무로 그 범위를 확대한 바 있다.
(나) 사법보좌관의 자격 및 지위 등
사법보좌관의 자격은 법원조직법과 사법보좌관규칙에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① 법원사무직렬·등기사무직렬에 대하여 실시하는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에 합격한 후 5년 이상 근무한 법원이사관·법원부이사관·법원서기관·법원사무관·등기사무관과 ② 법원주사보나 등기주사보 이상의 직급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법원이사관·법원부이사관·법원서기관·법원사무관·등기사무관 중에서 법원공무원중앙인사위원회에서 선발되어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교육을 마친 사람을 사법보좌관으로 선발하도록 하였다( 법원조직법 제54조 제4항, 사법보좌관규칙 제10, 11, 12조).
한편, 사법보좌관은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에서의 법원의 사무를 비롯한 사법보좌관규칙 제2조 제1항 각 호의 업무를 독립하여 처리하면서도( 사법보좌관규칙 제2조 제2항), 법관의 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법원조직법 제54조 제3항). 나아가 업무에 관한 문서에 기명날인을 하는 경우 ‘사법보좌관’이라는 직위를 표시하여야 하고( 사법보좌관규칙 제8조), 업무감독을 지정받은 판사에게 업무현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여야 하며( 같은 규칙 제6조 제2항), 소속 법원장 및 업무감독을 지정받은 판사는 사법보좌관에 대하여 구체적 사건의 처리경과 및 처리결과를 보고할 것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같은 규칙 제6조 제3항), 사법보좌관이 배당받은 사건에 대하여 소속 법원장 또는 업무감독을 지정받은 판사가 판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하여 사건의 송부를 명하는 경우에는 사건을 소속 법원의 판사에게 송부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규칙 제7조 제1항). 또한 사법보좌관에 대한 제척·기피·회피에 관하여는 법원사무관 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민사소송법」 제41조 내지 제49조의 규정을 준용하고 그 재판은 소속 법원의 단독판사가 결정으로 하도록 하였다( 같은 규칙 제9조).
(2) 이 사건 조항의 의의 및 내용
(가) 이 사건 조항은 법원조직법 제54조 제2항 제1호의 사법보좌관이 행할 수 있는 여러 업무 가운데 민사소송법 제110조 내지 제115조의 규정이 준용되는 경우 또는 그 규정에 따른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에서의 법원의 사무를 사법보좌관이 행할 수 있는 업무의 하나로 규정한 것이다. 이러한 사법보좌관의 업무에 관하여는 사법보좌관규칙에서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데( 제2조), 이에 따른 업무는 소송비용액·집행비용액 확정절차, 독촉절차, 공시최고절차 등 종래 판사가 담당해 왔던 사무이기는 하나 실질적 쟁송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무를 그 내용으로 한다.
(나) 이 사건 조항에서 문제되는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의 경우 소송비용의 재판을 보충하고 상환청구권의 수액을 확정짓는 데 불과하고 권리의무의 존부를 확정하지 않는 것으로서, 민사소송법에 의하면 소송비용의 부담을 정하는 재판에서 그 액수가 정해지지 아니한 경우에 제1심 법원은 그 재판이 확정되거나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이 집행력을 갖게 된 후에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결정으로 소송비용액을 확정하고( 제110조 제1항), 이러한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신청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법원사무관 등에게 소송비용액을 계산하게 하며( 제115조), 법원사무관 등이 소송비용액을 계산하여 올 경우 제1심 법원이 그 비용액을 확정하는 재판을 결정에 의하여 하도록 되어 있다( 제110조 제1항). 그런데 이 사건 조항은 이러한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를 사법보좌관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사법보좌관규칙에 의하면 민사소송법 제110조 내지 제115조가 준용되는 가사소송( 가사소송법 제12조), 행정소송(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집행 및 보전처분절차( 민사집행법 제23조 제1항)에서의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도 포함한다( 제2조 제1항 제1호).
(다) 나아가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는 사법보좌관의 처분 중 판사가 처리하는 경우 즉시항고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서( 민사소송법 제110조 제3항), 사법보좌관규칙에 의하면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 소속 법원의 판사가 심사하여 경정하거나 인가 후 항고법원에 보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사법보좌관이 한 소송비용액확정결정에 대하여 이를 고지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제4조 제3항), 이의신청을 하는 때에는 민사소송 등 인지법 또는 해당 법률에서 정하는 인지, 보증서류 등을 붙일 필요는 없으며( 제4조 제4항), 이의신청이 있으면 사법보좌관은 이의신청사건을 지체 없이 소속 법원의 판사에게 송부하여야 하고( 제4조 제5항), 사건을 송부받은 판사는 이의신청이 이유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사법보좌관의 처분을 경정하며( 제4조 제6항 제3호), 이의신청이 이유 없다고 인정되면 사법보좌관의 처분을 인가하되 이의신청을 즉시항고로 보아 항고법원으로 송부하고 항고법원은 판사의 인가처분에 대한 즉시항고로 보아 재판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제4조 제6항 제5호, 제9항).
나. 이 사건 조항의 위헌 여부
(1)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청구인은 이 사건 조항에서 사법보좌관이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을 하도록 한 것이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소송비용액확정 결정절차를 법관이 아닌 사법보좌관에게 처리하도록 한 것이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정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헌법 제101조 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을 비롯한 헌법 규정들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되고( 헌법 제101조 제3항, 제104조, 법원조직법 제41조 내지 제43조), 물적독립( 헌법 제103조)과 인적독립( 헌법 제106조, 법원조직법 제46조)이 보장된 법관에 의하여 합헌적인 법률이 정한 내용과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재판이라 함은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사실의 확정과 그에 대한 법률의 해석적용을 그 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일련의 과정이므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고 함은 법관이 사실을 확정하고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뜻이고, 만일 그러한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한다면, 헌법상 보장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우리 헌법상 허용되지 아니한다( 헌재 2002. 2. 28. 2001헌가18, 판례집 14-1, 98, 103 참조). 나아가 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하는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입법자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이 불가피하므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된다고 할 것인바( 헌재 1996. 8. 29. 93헌바57, 판례집 8-2, 46, 60 참조), 이 사건의 쟁점은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에 있어서 법관과 사법보좌관 사이의 업무분장 등과 관련된 문제로서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하에서는 그와 관련한 입법재량을 현저히 불합리하게 또는 자의적으로 행사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기로 한다.
(3) 우선 법원조직법에서 사법보좌관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사법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법관으로 하여금 실질적 쟁송에 관한 업무에 집중하도록 하고 그 외 부수적인 업무는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법원일반직 공무원으로 하여금 처리하도록 하는 데 있다. 현재 구두변론주의와 공판중심주의에 따른 재판의 충실화 요청 등으로 법관이 실질적 쟁송에 해당하는 재판업무에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나 한정된 재원만으로는 법관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법원의 업무 중 상대적으로 쟁송성이 없거나 희박한 비송적·형식적 절차 업무를 법관이 아닌 자로서 법원일반직 공무원 중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법보좌관에게 맡기는 것이 법관의 업무를 경감시킴과 아울러 전체적인 사법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한다면 사법보좌관에 의하여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를 처리하게 하는 이 사건 조항의 경우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의 경우 대체로 법원사무관 등의 소송비용액 계산결과를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서 그 업무의 내용과 성격에 비추어 이를 사법보좌관이 처리하게 하는 것이 적절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업무의 전문성을 제고시키면서 사법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4) 한편, 법원조직법 제54조에서는 사법보좌관제도를 두면서도 그로 인한 불합리한 측면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사법보좌관규칙을 통하여 사법보좌관의 업무 감독( 제6조), 사건의 송부절차( 제7조), 사법보좌관 처분에 대한 이의절차( 제4조) 및 사법보좌관에 대한 제척, 기피, 회피절차( 제9조) 등과 같은 여러 보장 장치를 규정하고 있다. 특히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 보장과 관련하여 최소한 법관이 사실을 확정하고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이 요구되므로 사법보좌관 처분에 대한 이의절차가 중요하다고 할 것인바, 법원조직법 제54조 제3항 및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에서는 사법보좌관 처분에 대한 이의절차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즉, 이 규정에 의한 이의절차는 일반 재판절차에서의 불복과 달리 같은 심급 내에서 법관의 재심사를 요청하는 절차로서 사법보좌관에 대하여 법관의 감독 하에 그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한편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을 허용함으로써 동일 심급 내에서 법관으로부터 다시 재판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이 사건 조항에 의한 소송비용액 확정 결정절차의 경우에도 이러한 이의절차에 의하여 법관에 의한 판단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법관에 의한 사실확정과 법률해석의 기회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5) 위와 같이 이 사건 조항에 의한 사법보좌관제도는 이의절차 등에 의하여 법관이 사법보좌관의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를 처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적정한 업무처리를 도모함과 아울러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하여 법관에 의한 사실확정과 법률의 해석적용의 기회를 보장하고 있는바,이는 한정된 사법 인력을 실질적 쟁송에 집중하도록 하면서 궁극적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적절한 수단임을 인정할 수 있다.따라서 사법보좌관에게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절차를 처리하도록 한 이 사건 조항이 그 입법재량권을 현저히 불합리하게 또는 자의적으로 행사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헌법 제27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재판관 김희옥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김희옥의 반대의견
나는 다수의견과 달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밝힌다.
가. 먼저, 우리 헌법은 제101조 제1항에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제2항에서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제106조 제1항에서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삼권분립에 의한 재판의 정치적 중립성, 법관자격의 법정화 및 신분보장을 명시하고 있고, 제103조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있는바,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중립성, 신분 및 인적 독립이 보장된 법관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정성의 핵심적 요건으로서의 ‘법관에 의한 재판’은 그 성질상 재판 형식 일반에 요구되는 것이므로 재판의 형식 또는 절차별로 공정성의 보장의 정도를 미리 등급화하여 상대적으로 공정성의 보장이 완화되는 재판을 자의적으로 상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달리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소송비용액확정결정재판을 사법보좌관에게 처리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의 ‘법관에 의한 재판’ 및 이에 따르는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한편, 분쟁의 실질적 해결은 권리의 확인·이행·형성의 종국판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 판결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반 결정·명령 및 권리의 사실적 형성에 해당하는 강제집행절차상의 각종 재판과 불가분적으로 결합된 유기적 절차를 통하여 실현되는 것이다.이 사건 조항의 소송비용액확정결정은 비록 그것이 종국판결에 있어서와 같이 구두변론절차를 요하지 않는 결정·명령 형식의 재판이라 하더라도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분쟁해결절차에 있어서 중요한 쟁송일 수 있다.따라서 위와 같은 분쟁해결절차의 유기적 일체성이나 재판 당사자의 입장을 벗어나서 형식적 기준만에 의하여 당해 사건을 실질적 쟁송에 관한 업무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다. 또한,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한 이의 등 불복절차는 어차피 그 처분의 시정을 위하여 법관의 개입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재판청구인에게 추가적 비용과 불편을 초래하는 이상 실질적으로 재판청구인으로 하여금 사실상 또 하나의 심급을 거치게 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사법보좌관에 의한 재판에 있어 이러한 이의절차를 두었다 하여 이로써 ‘법관에 의한 재판’에 합치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그렇다면 사법보좌관에 의한 소송비용액확정재판을 규정한 이 사건 조항은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정한 ‘법관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