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업자가 토지를 감정평가하는 경우 “당해 토지(평가대상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표준지”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구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본문과 제2항(이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과 상호관계가 있는 다른 규정의 내용, 그리고 대법원 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당해 토지 또는 평가대상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표준지”란 공부상의 지목과는 관계없이 토지이용상황이나 주변환경 기타 자연적·사회적 조건이 같거나 유사하다고 인정되는 표준지를 의미한다고 일반국민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수범자와 법집행자에게 적정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또 법적용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가능성도 없다고 할 것이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구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2000. 1. 28. 법률 제6237호로 개정되고, 2005. 1. 14. 법률 제733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 본문과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제1구역도시재개발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은 2000. 6. 27. 서울특별시 고시 제2000-167호로 주택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동 54 일대 40,128㎡를 사업시행구역으로 하는 주택재개발사업을 시행할 목적으로 2000. 9. 27.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01. 10. 16. 서울특별시 종로구 고시 제2001-109호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2) 청구인 김○주, 정○우, 정○혜, 정○진, 정○수, 정○혜는 서울 종로구 ○○동 150 대 451.7㎡ 및 그 지상의 연면적 980.76㎡인 상가건물 중 각 6분의 1 지분을, 청구인 이○규는 같은 동 36-1 대 313.2㎡ 및 그 지상의 연면적 798.3.㎡의 상가건물을 각 소유하다가 위 각 부동산을 이 사건 조합에 현물출자한 조합원들이다.
(3) 이 사건 조합은 2003. 6. 27.경 주식회사 한국감정원(이하 ‘한국감정원’이라 한다)과 주식회사 새한감정평가법인(이하 ‘새한감정평가법인’이라 한다)에게 사업시행인가고시일인 2001. 10. 16.을 기준으로 청구인들 소유 토지 및 지상 건물을 포함하여 사업시행구역 내의 모든 토지와 건물에 대한 감정평가를 의뢰하였고, 한국감정원과 새한감정평가법인이 각 감정평가한 사업시행구역 내의 토지 및 건물의 가액을 산술평균한 가격으로 청구인들을 포함한 조합원들의 권리가액을 확정한 다음 이를 기초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2004. 5. 8. 조합원 정기총회에서 승인을 받았는데, 위 관리처분계획은 2004. 10. 6. 종로구청장으로부터 인가를 받아 고시된 뒤 60일간 이에 불복하는 조합원들이 없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4) 청구인들은 이 사건 조합이 감정인들에게 감정을 의뢰하면서 일반 주거용 부동산을 소유한 조합원들에 비해 상가용 부동산을 소유한 청구인들에게 불리한 평가방법을 적용하도록 지시, 공모하여, ① 감정인들이 표준지를 선정하거나 특정하지 아니한 채 간접적으로 품등비교를 하였고, ② 청구인들이 출자한 토지는 임대용 상가 건물의 부지로서 일반 주거용 부동산과는 달리 임대수익을 실현하고 있었으므로 그러한 현실적 이용상황 및 객관적 거래가치 등을 중점으로 평가하여야 함에도 감정인들이 이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일반 주거용 부동산과 같이 평가하는 등 위법, 부당하게 시가보다 낮게 감정평가하여 청구인들 소유의 각 해당 토지 및 건물에 대한 적정감정액에서 한국감정원과 새한감정평가법인이 감정한 평균 감정액을 제한 나머지 차액에 상당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 사건 조합과 감정인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2005가합19274).
(5)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6. 7. 11. 청구인들에 대하여 패소판결을 선고하였는데, 청구인들은 이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하였고( 2006나71269), 위 소송계속중 위 법원에 구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본문과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06카기1236), 위 법원이 2007. 6. 12. 위 제청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7. 6.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2000. 1. 28. 법률 제6237호로 개정되고, 2005. 1. 14. 법률 제733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지가공시법’이라 한다) 제9조 제1항 본문과 제2항의 위헌 여부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2000. 1. 28. 법률 제6237호로 개정되고, 2005. 1. 14. 법률 제733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토지의 감정평가) ① 감정평가업자가 타인의 의뢰에 의하여 토지를 개별적으로 감정평가하는 경우에는 당해 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표준지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다만, 담보권의 설정·경매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감정평가를 하는 경우에는 당해 토지의 임대료·조성비용 등을 고려하여 감정평가를 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에 감정평가업자는 평가대상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하나 또는 둘 이상의 표준지와 평가대상토지와의 위치·지형·환경 등 토지의 객관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제요인을 비교하여 평가대상토지의 가격과 표준지의 공시지가가 균형을 유지하도록 감정평가하여야 한다.
[관련규정]
구 도시재개발법(2002. 12. 30. 법률 제6852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4조(관리처분계획의 인가 등) ④ 관리처분계획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정하여야 한다.
3. 분양대상자별로 분양예정의 대지 또는 건축시설의 추산액과 종전의 토지 및 건축물의 명세와 사업시행고시가 있은 날을 기준으로 한 가격
구 도시재개발법시행령(2003. 6. 30. 대통령령 제18044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40조(분양예정대지 등의 가격평가) ① 법 제34조 제4항 제3호에 규정된 사항 중 종전의 토지 및 건축물의 가격은 사업시행고시가 있은 날을 기준으로 지가공시및토지등의평가에관한법률에 의한 감정평가업자 2인 이상이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하여 산정한다.
구 지가공시법 제3조(공시지가의 효력) 공시지가는 토지시장의 지가정보를 제공하고 일반적인 토지거래의 지표가 되며,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이 그 업무와 관련하여 지가를 산정하거나 감정평가업자가 개별적으로 토지를 감정평가하는 경우에 그 기준이 된다.
제4조(지가의 공시) ① 건설교통부장관은 토지이용상황이나 주변환경 기타 자연적·사회적 조건이 일반적으로 유사하다고 인정되는 일단의 토지 중에서 선정한 표준지에 대하여 매년 공시기준일 현재의 적정가격을 조사·평가하고, 제12조의 규정에 의한 중앙토지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를 공시하여야 한다.
제5조(조사·평가의 기준) ① 건설교통부장관이 제4조의 규정에 따라 표준지의 적정가격을 조사·평가하는 경우에는 인근유사토지의 거래가격·임료 및 당해 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토지의 조성에 필요한 비용추정액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한다.
제10조(공시지가의 적용) ① 국가·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 의한 정부투자기관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공단체가 다음 각 호의 목적을 위하여 토지의 가격을 산정하는 경우에는 당해 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하나 또는 둘 이상의 표준지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여 당해 토지의 가격과 표준지의 공시지가가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다만,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산정된 지가를 다음 각 호의 목적에 따라 가감조정하여 적용할 수 있다.
1. 공공용지의 매수 및 토지의 수용·사용에 대한 보상
제12조(중앙토지평가위원회) ①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하게 하기 위하여 건설교통부장관 소속하에 중앙토지평가위원회(이하 이 조에서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2. 제4조의 규정에 의한 표준지의 선정 및 관리지침
3. 제4조의 규정에 의하여 조사·평가된 표준지의 가격
2. 청구인들의 주장,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 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 주장의 요지
(1)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감정평가업자가 토지를 감정평가하는 경우 기준으로 삼아야 할 표준지의 선정에 관하여 단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표준지’라고 표현하고 있을 뿐 ‘유사한 이용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유사한 이용가치’라는 문구만으로는 그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운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상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2) 또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이 사건 조합과 같이 개인의 토지를 필요에 의하여 강제로 수용 또는 매수할 때 적용되는 기준으로서 그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개인의 재산권을 심대하게 침해할 수 있는바, 제23조 제1항, 제3항에 어긋나 헌법상의 재산권보장의 원칙에도 반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 이유의 요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하고 있는 ‘유사한 이용가치’에 관하여는 대법원이 ‘평가의 대상이 된 당해 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표준지라 함은 공부상의 지목과는 관계없이 현실적인 이용상황이 같거나 유사한 표준지를 의미하는 것’( 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누15215 판결 참조)으로 해석해 오고 있고, 표준지의 구체적인 선정기준과 관련하여서도 용도지역을 우선하되, 실제이용현황, 공부상 지목 등을 보충적인 기준으로 고려하는 원칙이 판례상 확립되어 있다고 할 것인바, 이와 같이 구체적 사건에서 법원의 사법적 심사의 결과가 집적되면서 구체적인 기준을 결정함에 필요한 판단요소들이 점차 드러나게 되고 이런 과정을 거쳐 구체성을 띠는 기준이 형성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입법기술적으로도 보다 확정적인 문구의 선택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결국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다. 건설교통부장관(건설교통부는 2008. 2. 29. 정부조직법의 개정으로 국토해양부로 변경되었으나, 편의상 건설교통부장관으로 표시한다) 의견의 요지
(1) 구 지가공시법 제9조 제1항, 제2항에 규정된 ‘유사한 이용가치’는 같은 법 제10조 제1항에서도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고, 제9조와 제10조는 모두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토지가격을 산정하는 절차의 근거가 되는 규정인데, 헌법재판소는 2001. 4. 26. 선고한 2000헌바31 결정 등에서 제10조 제1항이 헌법 제23조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바, 이 사건에도 위 선례가 적용되어야 한다.
(2) 그 외에는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 이유의 요지와 대체로 같다.
라. 당해 사건 피고 한국감정원 의견의 요지
이 사건 심판대항조항은 토지가격 감정평가의 적정성 등을 위한 기준으로서 적정하고 명확하다.
3. 판 단
가. 이 사건의 법률상 쟁점
구 지가공시법 제9조 제1항 본문은 “감정평가업자가 타인의 의뢰에 의하여 토지를 개별적으로 감정평가하는 경우에는 당해 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표준지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라고, 같은 법 제9조 제2항은 “ 제1항의 경우에 감정평가업자는 평가대상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하나 또는 둘 이상의 표준지와 평가대상토지와의 위치·지형·환경 등 토지의 객관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제요인을 비교하여 평가대상토지의 가격과 표준지의 공시지가가 균형을 유지하도록 감정평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의 핵심적 쟁점은 구 지가공시법 제9조 제1항 본문과 제2항이 “유사한 이용가치”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표준지 선정기준을 규정한 것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이다. 청구인들은 재산권 침해 주장도 하고 있으나,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재산권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므로, 이 사건에서는 재산권 침해 여부는 별도로 판단할 필요 없이 명확성의 원칙 위배 여부만을 판단하면 족하다.
나. 관련 선례의 소개
헌법재판소는 1995. 4. 20. 93헌바20등(판례집 7-1, 519) 결정, 1999. 12. 23. 98헌바13등(판례집 11-2, 721) 결정 및 2001. 4. 26. 2000헌바31(판례집 13-1, 932) 결정에서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수용된 토지에 대한 보상액을 산정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고하였는바, 그 결정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 헌법 제23조 제3항이 규정하는 정당한 보상이란 원칙적으로 피수용재산의 객관적인 재산가치를 완전하게 보상하는 완전보상을 의미하는바, 구 토지수용법 제46조 제2항 및 지가공시법 제10조 제1항 제1호가 토지수용으로 인한 손실보상액의 산정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되 개발이익을 배제하고, 공시기준일부터 재결시까지의 시점보정을 인근 토지의 가격변동률과 도매물가상승률 등에 의하여 행하도록 규정한 것은 위 각 법률의 규정에 의한 공시지가가 공시기준일 당시의 표준지의 객관적 가치를 정당하게 반영하는 것이고, 표준지와 지가산정 대상토지 사이에 가격의 유사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표준지의 선정이 적정하며, 공시기준일 이후 수용시까지 시가변동을 산출하는 시점보정의 방법이 적정한 것으로 보이므로, 헌법 제23조 제3항이 규정한 정당보상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위 헌법조항의 법률유보를 넘어섰다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1) 명확성의 원칙의 일반적인 내용
명확성의 원칙은 헌법상 내재하는 법치국가원리로부터 파생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기본권보장으로부터도 나온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거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은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법률은 법치국가원칙에 속하는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행정과 사법에 의한 법적용의 기준으로서 명확해야 한다. 법률의 명확성의 원칙은 행정부가 법률에 근거하여 국민의 자유와 재산을 침해하는 경우 법률이 수권의 범위를 명확하게 확정해야 하고, 법원이 공권력의 행사를 심사할 때에는 법률이 그 심사의 기준으로서 충분히 명확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법률은 명확한 용어로 규정함으로써 적용대상자에게 그 규제내용을 미리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장래의 행동지침을 제공하고, 동시에 법집행자에게 객관적 판단지침을 주어 차별적이거나 자의적인 법해석을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법률은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되도록 명확한 용어로 규정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법규범의 의미내용으로부터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수범자가 알 수 없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은 확보될 수 없게 될 것이고, 법집행 당국에 의한 자의적 집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헌재 1992. 4. 28. 90헌바27등, 판례집 4, 255, 268-269; 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1-342; 헌재 2000. 2. 24. 98헌바37, 판례집 12-1, 169, 179 참조).
그런데 명확성의 원칙에서 명확성의 정도는 모든 법률에 있어서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개개의 법률이나 법조항의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정도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각각의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률이 제정되게 된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일반론으로는 어떠한 법규정이 부담적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는 수익적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 비하여 명확성의 정도가 더욱 엄격하게 요구된다( 헌재 1992. 2. 25. 89헌가104, 판례집 4, 64, 78; 헌재 2002. 1. 31. 2000헌가8, 판례집 14-1, 1, 8).
법률에서 일반적이거나 불확정된 개념이 사용된 경우에는 당해 법률의 입법목적과 당해 법률의 다른 규정들을 원용하거나 다른 규정과의 상호관계를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명확성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헌재 2001. 6. 28. 99헌바34, 판례집 13-1, 1255, 1265). 따라서 일반적 또는 불확정 개념의 용어가 사용된 경우에도 동일한 법률의 다른 규정들을 원용하거나 다른 규정과의 상호관계를 고려하거나 이미 확립된 판례를 근거로 하는 등 정당한 해석방법을 통하여 그 규정의 해석 및 적용에 대한 신뢰성이 있는 원칙을 도출할 수 있어, 그 결과 개개인이 법률이 보호하려고 하는 가치 및 금지되는 행위의 태양과 이러한 행위에 대한 국가의 대응책을 예견할 수 있고 그 예측에 따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의를 할 수 있는 정도라면 그 범위 내에서 명확성의 원칙은 유지된다( 헌재 1992. 2. 25. 89헌가104, 판례집 4, 64, 79).
(2)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이 사건 조합과 같은 재개발조합이 개인의 토지를 필요에 의하여 수용 또는 매수할 때 적용되는 기준으로 재산권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부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명확성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강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아래에서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서 요구되는 조건들을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이 규정한 ‘정당한 보상’이란 원칙적으로 당해 재산의 객관적인 재산가치를 완전하게 보상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완전보상을 뜻하는 것으로서 보상금액 뿐만 아니라 보상의 시기나 방법 등에 있어서도 어떠한 제한을 두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며, 재산권의 객체가 갖는 객관적 가치란 그 물건의 성질에 정통한 사람들의 자유로운 거래에 의하여 도달할 수 있는 합리적인 매매가능가격 즉 시가에 의하여 산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토지의 경우에는 위치·면적·지형·환경 및 용도 등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요소가 서로 흡사한 다른 토지를 목적물로 하여 다수의 공급자나 수요자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거래한 경우를 상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그 시가를 곧바로 산정하기가 곤란하다. 따라서 토지의 경우 시가의 산정은 부득이 위치나 용도가 비슷하여 가장 근사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예상되는 인근유사토지의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추산하는 방법에 의할 수밖에 없다. 인근유사토지의 거래가격은 수용되거나 재개발사업에 편입된 당해 토지의 객관적 가치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이를 기준으로 하여 양 토지간의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제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인 조정을 거쳐야 비로소 수용되거나 재개발사업에 편입된 당해 토지의 객관적 가치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는 수용되거나 재개발사업에 편입된 당해 토지와 인근유사토지의 일반적인 이용방법에 의한 객관적 상황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며, 소유자가 갖는 주관적 가치, 투기적 성격을 띠고 우연히 결정된 거래가격, 객관적 가치의 증가에 기여하지 못한 투자비용 등에 좌우되어서는 아니된다( 헌재 1990. 6. 25. 89헌마107, 판례집 2, 178, 188-189 참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감정평가업자가 토지를 감정평가하는 경우에 당해 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표준지”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평가대상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표준지”와 평가대상토지와의 위치·지형·환경 등 토지의 객관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제요인을 비교하여 평가대상토지와 표준지의 공시지가가 균형을 유지하도록 감정평가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바로 이러한 시가의 산정방법을 규정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는 토지의 감정평가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이의 적정한 가격형성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입법목적을 추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구 지가공시법 제1조).
(나) 다른 규정과의 상호관계를 고려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문구적 해석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감정평가업자가 토지를 감정평가하는 경우에 당해 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표준지”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평가대상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표준지”와 평가대상토지와의 위치·지형·환경 등 토지의 객관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제요인을 비교하여 평가대상토지와 표준지의 공시지가가 균형을 유지하도록 감정평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유사한 이용가치”에 대하여 개념규정을 하고 있지 않으며 구 지가공시법의 어디에도 별도의 개념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구 지가공시법은 공시지가는 구 지가공시법의 규정에 의한 절차에 따라 건설교통부장관이 조사·평가하여 공시한 표준지의 단위면적당 가격이고( 제2조 제1호), 건설교통부장관은 토지이용상황이나 주변환경 기타 자연적·사회적 조건이 일반적으로 유사하다고 인정되는 일단의 토지 중에서 선정한 표준지에 대하여 매년 공시기준일 현재의 적정가격, 즉 당해 토지에 대하여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합리적으로 성립한다고 인정되는 가격을 조사·평가하여야 하며( 제4조 제1항, 제2조 제2호), 이러한 표준지의 적정가격을 조사·평가하는 경우에 인근 유사토지의 거래가격·임료 및 당해 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토지의 조성에 필요한 비용추정액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도록 규정하여( 제5조 제1항), 공시지가가 대상지역 공고일 당시 표준지의 시가로서 당해 표준지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는 가격이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구 지가공시법은 토지이용상황이나 주변환경 기타 자연적ㆍ사회적 조건이 일반적으로 유사하다고 인정되는 일단의 토지 중에서 토지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표준지를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제4조 제1항, 제12조 제1항 제2호, 제3호).
이에 비추어 볼 때 당해 토지 또는 평가대상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표준지”란 당해 토지 또는 평가대상토지와 토지이용상황이나 주변환경 기타 자연적·사회적 조건이 일반적으로 유사하다고 인정되는 일단의 토지 중에서 건설교통부장관이 토지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선정한 토지를 의미한다고 논리적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다) 대법원 판례를 통하여 본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해석
대법원도 구 토지수용법 제46조 제2항, 구 지가공시법 제10조 제1항 소정의 “유사한 이용가치” 개념을 해석·적용하면서 대체로 위와 동일한 의미로 그 개념을 파악하여 왔고, 그 판단을 위한 구체적 기준을 거의 일관되게 제시하여 왔다. 즉, “당해 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표준지라 함은 공부상의 지목과는 관계없이 현실적인 이용상황이 같거나 유사한 표준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1991. 1. 15. 선고 90누3126 판결; 대법원 1992. 1. 17. 선고 91누1127 판결; 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누15215 판결 참조).
나아가 대법원은 “수용대상토지에 대한 표준지를 선정함에 있어 인근에 용도, 지목, 주변환경 등이 동일한 표준지가 있으면 이를 표준지로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용도지역이 같은 표준지를 선정함이 상당하고, 그 경우 표준지와 당해 수용대상토지와의 위치, 이용상황, 주변환경 등에 다소 상이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점은 지역요인이나 개별요인의 분석 등 품등비교에서 참작하면 된다.”( 대법원 1993. 11. 12. 선고 93누8344 판결), “비교표준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시계획구역 내에서는 용도지역을 우선으로 하고, 도시계획구역 외에서는 현실적 이용상황에 따른 실제 지목을 우선으로 하여 선정하여야 할 것이나, 이러한 토지가 없다면 지목, 용도, 주위환경, 위치 등의 제반 특성을 참작하여 그 자연적, 사회적 조건이 수용대상토지와 동일 또는 가장 유사한 토지를 선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1. 3. 27. 선고 99두7968 판결)라고 판시하여 당해 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표준지”의 해석을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라) 소 결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당해 토지 또는 평가대상토지의 감정평가와 관련하여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표준지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규정하면서 “유사한 이용가치”가 어떠한 경우를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과 상호관계가 있는 다른 규정의 내용, 그리고 대법원의 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당해 토지 또는 평가대상토지와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표준지”란 공부상의 지목과는 관계없이 토지이용상황이나 주변환경 기타 자연적·사회적 조건이 같거나 유사하다고 인정되는 표준지를 의미한다고 일반 국민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수범자와 법집행자에게 적정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또 법적용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도 없다고 할 것이다.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그것이 모호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