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06형제131149호 공무집행방해 사건에서 피청구인이 2006. 12. 28.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피청구인은 2006. 12. 28. 청구인에 대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06형제131149호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관하여,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이 택시 승강장에 자신의 택시를 정차하였다가 경찰관으로부터 차를 빼달라는 요구를 받고 이에 불응하였다는 이유로 반말을 듣게 되자 이에 격분하여 우발적으로 본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경위에 참작할 바가 있고 사안이 그리 중하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영업용 택시를 운전하는 자로서, 2006. 6. 15. 12:10경 서울 중구 다동 95 소재 택시 승강장에서, 서울남대문경찰서 ○○파출소 소속 경장 정○기가 112 순찰근무를 하던 중 청구인이 운행하는 서울330000호 택시가 하위차로를 막고 있어 차량소통이 원활히 되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청구인에게 차량진행을 요구하자, 청구인이 택시에서 내려 손가락질을 하면서 “여기가 택시 승강장인데 왜 차를 진행하라고 명령이냐. 경찰이면 무조건 진행하라고 명령하느냐.”며 큰소리로 항의를 하여 동석해있던 경사 이○희와 함께 하차하여 청구인에게 “차량 진행이 원활하지 않으니 진행해 주세요.”라고 하자 “왜 반말을 하냐”면서 경사 이○희에게 달려들어 위협을 하여 경장 정○기가 청구인에게 도로교통법 제35조 제1항 주정차위반에 대한 조치불응으로 범칙금 납부 고지서를 발부하기 위해 운전면허증 제시를 요구하였으나, “내가 왜 면허증을 주냐”며 경장 정○기의 가슴을 양손으로 밀치고 멱살을 잡아 흔들며 “야 이 개새끼들아, 경찰이면 다냐”고 욕설을 하면서 순경 서○환의 계급장을 잡아 뜯어 폭행하고 행인들에게 “경찰관이 사람을 때린다”며 큰 소리로 떠들고 자신의 선그라스를 바닥에 집어던지는 등 소란을 피워 약 50분 동안 경찰관의 교통단속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다.
나. 청구인은 혐의없음을 주장하면서 피청구인의 위 기소유예처분이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 등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2007. 1. 1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가.청구인이 먼저 경찰공무원인 정○기의 가슴을 양손으로 밀치는 등의 공무집행방해 행위를 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1) 청구인은, 자신이 택시 승강장에 택시를 잠시 정차하였을 뿐인데도 교통경찰관이 차량이동을 명하여 그 당부를 따지면서 차량이동에 불응하자 위 정○기가 먼저 자신의 가슴을 밀치고 체포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대항하였을 뿐, 위 정○기로부터 운전면허증의 제시를 요구받거나 위 정○기를 먼저 밀친 사실이 없다며 이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만일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경찰공무원인 위 정○기가 자신의 차량이동명령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청구인을 밀치는 등 먼저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라면 이를 적법한 직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어 이에 대항한 청구인의 행위를 두고 공무집행방해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청구인이 위 정○기의 직무집행을 방해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청구인에 대한 현행범체포행위 또한 그 직무의 적법성이 부인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2) 청구인이 위 정○기에게 먼저 유형력을 행사하였다는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증거자료로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공무원인 정○기, 이○희 및 목격자 김○훈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의 진술기재를 들 수 있다. 즉, 위 정○기와 이○희는 청구인이 위 정○기의 면허증제시요구에 불응하여 위 정○기가 범칙금납부통지서의 발부를 위하여 청구인의 차량번호를 적는 과정에서 청구인이 정○기의 가슴을 양손으로 밀치면서 욕설을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또한 현장 목격자인 김○훈은, 택시기사와 경찰관들이 시비를 하고 있던 중 청구인이 욕설을 하면서 머리가 짧은 경찰관의 가슴을 밀치고 욕설을 하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3) 이에 대하여 청구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자료로는, 청구인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와 서○란의 진술서 기재를 들 수 있다. 즉, 청구인은 위 정○기가 차량이동지시의 정당성을 따지는 자신에게 먼저 폭력을 행사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목격자인 서○란은 당시 순찰차에서 하차한 교통경찰관이 청구인을 먼저 택시 쪽으로 밀쳤고, 이에 청구인이 대항하여 교통경찰관을 밀치자 다른 경찰관이 합세하여 청구인을 제압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4) 이 사건 수사기록에는 위에서 언급한 증거자료 이외에도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공무원인 서○환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고○순 등의 진술서가 있긴 하나, 위 증거자료들은 위 정○기 등 경찰공무원들이 청구인을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을 목격한 내용의 진술로 보일 뿐, 그 이전에 발생한 청구인의 공무집행방해 행위에 관한 증거자료로는 보이지 않는다.
(5)그런데 현장 목격자로서 제3자적 지위에 있는 김○훈, 서○란은 그 진술내용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바, 김○훈은 교통경찰관들과 청구인 간에 시비가 발생하여 사람들이 모여든 이후에야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는 것이어서 초기 상황을 목격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반면, 서○란은 당시 택시 승강장 부근에서 ○○텔레콤 판매사원으로 근무 중이어서 교통경찰관이 청구인에게 차량이동을 명하였을 때부터 교통경찰관들이 청구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줄곧 현장을 목격한 것으로 보임에도, 경찰은 서○란에 대한 조사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6) 사정이 그러하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유력한 목격자인 서○란을 소환조사하여 진술조서를 작성하는 등 당사자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청구인이 경찰공무원인 정○기에게 먼저 유형력을 행사하였는지, 아니면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위 정○기가 먼저 청구인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였고 청구인은 이에 대항한 것에 불과한 것인지를 명백히 하여 위 정○기가 적법한 직무집행 중에 있었는지를 가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아니한 채(서○란의 진술서에는 주민등록번호와 주소가 기재되어 있었던 만큼 그 조사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정○기, 이○희 등의 진술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성급히 수사를 종결하고 청구인에 대한 피의사실을 인정한 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나. 더욱이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정○기, 이○희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청구인은 경찰공무원인 정○기로부터 3회에 걸쳐 범칙금납부통고서의 발부를 위한 운전면허증의 제시를 요구받았으나 이를 거부하였다는 것이고, 이에 정○기가 청구인의 차량번호를 적고 통고처분을 강행하려하자 이에 대항하여 정○기를 밀치는 등으로 위 정○기를 폭행하였다는 것인바, 교통경찰관으로서는 교통단속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범칙자가 범칙금납부통고서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도로교통법 제165조 제1항, 제163조에 따라 지체 없이 즉결심판 출석통지서를 교부 또는 발송하고 즉결심판청구서를 작성하여 관할 법원에 제출하는 등 즉결심판의 절차로 나아가야 하고,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아니한 채 범칙금납부 통고처분을 강행할 목적으로 무리하게 운전면허증을 제시할 것을 계속 요구한 것은 적법한 교통단속 업무라고 할 수 없는 점(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도8336 판결 참조)에 비추어, 피청구인으로서는 경찰공무원인 정○기의 청구인에 대한 계속된 운전면허증 제시요구가 통고처분을 강행하기 위한 절차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즉결심판절차로 나아가기 위하여 청구인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것인지 등을 철저히 조사하여 당시 경찰공무원인 정○기 등이 청구인에게 행한 운전면허증 제시요구를 비롯한 일련의 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의 범위 내에 있었는지에 관하여도 규명하였어야 할 것이다.
다. 결국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증거가치의 판단 잘못 또는 중대한 수사미진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주심)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