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2007헌마700 대통령의선거중립의무준수요청등조치취소
청구인노무현(대리인 법무법인 ○민 담당변호사 ○○○○ ○○)
피청구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대리인 김범진외 3인)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지위
청구인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2003. 2. 25.부터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재직 중이다. 피청구인은 헌법 제114조에 근거하여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설치된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장이다.
(2) 피청구인의 2007. 6. 7.자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준수 요청’ 조치의 경위
(가) 청구인은 2007. 6. 2. 토요일 15:00경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참여정부평가포럼 주최 모임(이하 ‘참평포럼 모임’이라고 한다)에 참석하여 ‘21세기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해외신문에서 한국의 지도자가 무슨 독재자의 딸이니 하는 얘기가 나오면 곤란하다’, ‘창조적 전략 없는 대운하, 열차페리공약, 대운하 건설비는 단기간에 회수되지 않는 투자이다. 열차페리는 2000년 해수부장관 시절에 타당성 없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 사업입니다’, ‘한나라당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게 좀 끔찍해요. 무책임한 정당이다. 이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면 지역주의가 강화될 것입니다’ 등과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하였다.
이에 한나라당은 2007. 6. 5. 청구인의 위 참평포럼 모임에서의 강연내용이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 등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청구인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였다.
(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7. 6. 7. 전체 회의를 개최하여 위 참평포럼 모임의 강연내용을 검토한 후 피청구인 명의로 청구인에게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져 오고 있는 시기에 국정의 최고책임자이자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인 대통령께서 다수인이 참석하고 일부 인터넷방송을 통하여 중계된 집회에서 차기 대통령선거에 있어 특정 정당의 집권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단순한 의견개진의 범위를 벗어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공직선거법 제9조가 정한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를 위반하였다고 결정하였습니다.”고 하면서, “앞으로는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어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하여 주시기 바라며, 다가오는 대통령선거가 선거법이 엄정하게 지켜지는 가운데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서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준수 요청’ 조치(이하 ‘1차 조치’라고 한다)를 취한 후 이를 청구인에게 통고하면서 언론사를 통하여 공표하였다.
(3) 피청구인의 2007. 6. 18.자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준수 재촉구’ 조치의 경위
(가) 청구인은 2007. 6. 8. 금요일 오전 익산시 소재 원광대학교에서 명예정치학 박사학위를 수여받는 자리에서 ‘정치·복지·언론후진국에서 벗어나 성숙한 민주주의로’ 라는 주제로 70분 가량 특강을 하면서 “이명박 씨가 내놓은 감세론이요, 6조 8천억 원의 세수 결손을 가져오게 돼 있거든요. 6조 8천억 원이면 우리가 교육혁신을 할 수 있고요, 복지 수준을 한참 끌어올릴 수도 있습니다. 이 감세론, 절대로 속지 마십시오. 대운하, 민자로 한다는데 그거 진짜 누가 민자로 들어오겠어요? 그런 의견을 말하는 것은 정치적 평가 아닙니까? 참여정부 안 그래도 실패했다고 하는데, 내가 이 얘기 아닙니까? 여보시오, 그러지 마시오. 당신보다 내가 나아. 나만큼만 하시오. 그 얘기입니다.”라는 등의 발언을 하였다.
그리고 2007. 6. 10. 일요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20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하여 기념사를 함에 있어, “지난날의 기득권 세력들은 수구언론과 결탁하여 끊임없이 개혁을 반대하고, 진보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국민으로부터 정통성을 부여받은 민주정부를 친북 좌파정권으로 매도하고, 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음으로써 지난날의 안보독재와 부패세력의 본색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민주세력 무능론까지 들고 나와 민주적 가치와 정책이 아니라 지난날 개발독재의 후광을 빌어서 정권을 잡으려 하고 있습니다.”라는 등의 발언을 하였다.
또한 2007. 6. 13. 수요일 오전 청와대접견실에서 한겨레신문사의 요청에 응하여 6월항쟁 20주년 기념 특별대담을 하면서, “참평포럼이 나를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한 것 아닌가? 나는 열린우리당에서 선택된 후보를 지지한다. 불변이다. 열린우리당이 선택한 후보를 지지하고, 그 후보가 또 어디 누구하고 통합해 가지고 단일화하면 그 단일화 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내가 갈 길이다.”라는 등의 발언을 하였다.
(나) 이에 한나라당은 2007. 6. 중순경 청구인의 원광대학교 특강과 6·10민주항쟁 기념사 중 위 발언내용이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 등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청구인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7. 6. 18. 전체회의를 열어 청구인의 6. 8. 원광대학교 특강, 6·10민주항쟁 기념사, 6. 13. 한겨레신문과의 대담 내용을 모두 검토한 후 피청구인 명의로 청구인에게 “이번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고, 특정 정치세력 또는 정당이 집권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취지의 발언을 하였으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과 함께 선거전략 등에 대해서 언급한 것은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9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결정하였습니다.”고 하면서 “대통령께서는 앞으로 연설이나 기자회견 등을 통하여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실 때에는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여야 할 지위에 있음을 유념하시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은 더욱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쪼록 대통령께서 국정을 수행함에 있어서 이번 제17대 대통령선거가 법이 준수되는 가운데 공명정대하게 치러져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국가가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준수 재촉구’ 조치(이하 ‘2차 조치’라고 한다)를 취한 후 이를 청구인에게 통고하면서 언론사를 통하여 공표하였다.
(4) 청구인의 헌법소원심판 청구
청구인은 2007. 6. 21. 피청구인의 위 1차 및 2차 조치(이하 ‘1차 및 2차 조치’를 통틀어 일컬을 때는 ‘이 사건 조치’라고 한다)가 청구인이 개인으로서 가지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과 관련 법규정
(1)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이 사건 조치’를 위헌 여부를 심판대상으로 삼으면서,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광범위한 정치적 활동의 자유를 갖는 최고의 정무직 공무원이므로 선거과정에 있어서도 일정 범위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함에도 이를 부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은 위헌이고 따라서 그 위헌인 규정에 근거한 이 사건 조치도 위헌이며, 만일 위 조항이 합헌이라고 해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 조항의 위헌적인 해석을 하거나 잘못 적용하여 이 사건 조치를 내린 것이므로 위헌이다’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즉 청구인의 주장은, 첫째,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므로 그에 근거한 이 사건 조치는 당연히 위헌이고, 둘째,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합헌이라 하여도 이 사건 조치 자체로도 위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이 사건 조치’이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도 이 사건 조치가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전제가 되므로 그 위헌 여부를 함께 판단하기로 한다.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심사는 이 사건 조치에 대한 심판청구가 적법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적법요건 판단에서는 이 사건 조치에 대한 심판청구의 적법요건만을 심사하고, 본안 판단에 있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먼저 살펴본 후 이 사건 조치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심사하기로 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련 법규정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고 그 밖의 관련 법규정은 [별지 1] 기재와 같다.
공직선거법(1994. 3. 16. 법률 제4739호 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으로 제정되었다가 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법명개정된 것 포함)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 ①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를 포함한다)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요지
[별지 2] 기재와 같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조치에 대한 심판청구의 적법요건에 대하여 본다.
가. 기본권침해 가능성 있는 공권력의 행사인지 여부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공권력’이란 입법권·행정권·사법권을 행사하는 모든 국가기관·공공단체 등의 고권적 작용을 말하고( 헌재 2001. 3. 21. 99헌마139등, 판례집 13-1, 676, 692), 그 행사 또는 불행사로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직접적인 법률효과를 발생시켜 청구인의 법률관계 내지 법적 지위를 불리하게 변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헌재 1993. 11. 25. 92헌마293, 판례집 5-2, 510, 516; 헌재 1998. 2. 27. 97헌가10등, 판례집 10-1, 15, 28; 헌재 2003. 11. 27. 2003헌마694등, 판례집 15-2하, 350, 355).
(2) 이 사건 조치의 근거와 성질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조치는 청구인의 특정한 발언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위반하였음을 확인하고 장래에 이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조치의 발령 당시 그 조치의 근거를 명확하게 밝히지 아니하였으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직후에 제출한 답변서나 석명준비명령에 대한 답변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를 근거로 들었다가, 그 후 제출한 2007. 10. 23.자 준비서면이나 변론에서는 법적 근거로서 헌법 제115조, 공직선거법 제5조, 제272조의2 제5항,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라고 하면서도, 이 사건 조치는 피청구인이 국가기관으로서의 대통령에 대하여 행한 단순한 ‘협조요구’에 불과하다고 한다.
살피건대, 헌법 제115조와 공직선거법 제5조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관계 행정기관에게 선거인명부의 작성 등 선거 사무와 국민투표 사무에 관하여 필요한 지시 또는 협조요청 등을 할 수 있게 한 일반조항이므로 선거법위반행위에 대한 조치의 근거조항으로 보기는 어렵고, 공직선거법 제272조의2 제5항은 선거법 위반행위가 발생하거나 예상되는 경우에 선거관리위원회 위원과 직원이 현장에서 행위의 중단 또는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서 이 사건 조치에서와 같이 위법행위의 사후적 확인과 재발방지 요청의 근거조항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조치는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에 근거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청구인의 과거 발언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였다고 확인한 후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므로 위 조항에 열거된 행위유형 중 ‘경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가 처분의 주체로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 및 직원만을 열거하고 있는 데 반해, 이 사건 조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원회의를 거쳐 발령되었으므로 위 법률조항이 이 사건 조치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의 회의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조치의 명의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되어 있는 이상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위원 중 1인의 지위에서 위 조치를 하였다고 볼 것이다).
설사 피청구인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이 사건 조치를 하였다고 하여도, 공권력의 주체인 피청구인이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처분을 한 것이므로 이는 기본권침해 가능성이 있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조치로 인한 기본권침해 가능성
(가) 피청구인은, 이 사건 조치의 내용은 대통령의 발언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선거중립의무에 위반하였음을 확인함과 동시에 앞으로 선거법 위반 논란이 없도록 협조해 달라는 법령준수 요청인바, 이는 단순한 권고적·비권력적 행위로서 그 행사로 청구인의 법률관계 내지 법적 지위를 불리하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의 ‘경고’는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적 조치의 하나로서 법률에 규정된 것이므로 피경고자는 이러한 경고를 준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비록 피경고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반하더라도 이에 대한 공직선거법상 처벌규정이 없어 종국적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만, 피경고자가 경고를 불이행하는 경우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직원에 의하여 관할수사기관에 수사의뢰 또는 고발되어 피의자 또는 피고발인의 지위에 서게 되므로(위 조항 후문), 위 ‘경고’가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나아가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정한 선거관리 등을 위하여 설립되어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와 병립하는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이고( 헌법 제114조 제1항), 그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위원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3항),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은 대통령, 국회 및 대법원장이 균등하게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조 제2항). 한편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므로( 헌법 제66조 제2항) 다른 헌법기관의 결정을 존중하고 법에 따라 적법하게 권한을 수행할 의무를 지고 있을 뿐 아니라, 만일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탄핵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헌법 제65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48조:실제로 대통령의 특정 발언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위반하였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탄핵사유로 인정되기도 하였다.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669). 그렇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위법사실을 확인한 후 그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이 사건 조치를 청구인인 대통령에 대하여 직접 발령한 것이 단순한 권고적·비권력적 행위라든가 대통령인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불리한 효과를 주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탄핵소추사유는 근본적으로 청구인의 행위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위반되었다는 점이 되지만, 이 사건 조치에 의하여 청구인의 위법사실이 유권적으로 확인됨으로써 탄핵발의의 계기가 부여된다).
(나)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원칙적으로 정치활동이 금지된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 그런데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지만( 헌법 제66조 제4항), 일반적인 공무원과는 달리 정치활동이 허용되고(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의 공무원의 범위에 관한 규정' 제2조 제1호) 정당원이 될 수도 있으므로( 정당법 제22조 제1항 제1호 단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 즉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한편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바( 헌법 제21조), 그 중요성을 고려할 때 형사처벌 등 법적 제재가 수반되지 않더라도 만일 해당 공권력의 행사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상대방으로 하여금 스스로 표현행위를 자제하게 만드는 결과, 이른바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초래한다면 그 공권력 작용은 그 정도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청구인이 이 사건 조치를 따르지 않음으로써 형사적으로 처벌될 가능성은 없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본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조치가 그 자체로 청구인에게 그러한 위축효과를 줄 수 있음은 명백하다고 볼 것이다. 나아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조치에 대하여 법원에서 소송으로 구제받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헌법기관인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위 발언내용이 위법이라고 판단한 이 사건 조치는 최종적·유권적인 판단으로서 기본권제한의 효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4) 2002헌마106 사건과의 차별성
위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인터넷 언론매체인 오마이뉴스는 2002년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 당시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 7명에 대한 ‘열린 인터뷰’를 기획하였다. 이에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2002. 2. 1. 이러한 대담·토론회를 개최하는 행위 등은 공직선거법 제254조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그 중지를 촉구하면서, 만일 위 행사를 개최할 경우 행사진행을 제지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마이뉴스가 2002. 2. 5. 대담·토론회를 감행하려 하자,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관리위원 등 50여 명을 파견하여 오마이뉴스의 사무실을 에워싸고 토론예정자들의 사무실출입을 저지하였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①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의 2002. 2. 1.자 ‘선거법위반행위에 대한 중지촉구’와 ② 2002. 2. 5.자 ‘열린인터뷰를 저지한 행위’ 양자(兩者)를 심판대상으로 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위 심판대상 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시는 다음과 같다(심판대상 ②는 이 사건과 무관하므로 설시하지 않는다). “피청구인(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의 위 공문은 그 형식에 있어서 ‘안내’ 또는 ‘협조요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그 내용에 있어서도 청구인이 계획하는 행위가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는, 현재의 법적 상황에 대한 행정청의 의견을 단지 표명하면서, 청구인이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는 경우 피청구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통고하고 있을 뿐이다. 비록 피청구인의 ‘중지촉구’ 공문에 ‘청구인이 법률에 위반하는 경우 피청구인이 청구인에게 불리한 조치를 취할 것’을 통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피청구인의 ‘중지촉구’ 서한은 행정청의 단순한 의견진술로서, 이로 인하여 그 법적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2002. 2. 1.자 ‘중지촉구’ 공문은 국민에 대하여 직접적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지 않는 단순한 권고적·비권력적 행위로서,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이 될 수 있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선거법위반행위에 대한 중지촉구’에 대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헌재 2003. 3. 27. 2002헌마106, 판례집 15-1, 223-240)
위 선례를 이 사건과 비교하여 보면, 선례상의 중지촉구는 장래에 개최될 예정인 대담·토론회에 관하여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에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될 것이라는 법적 평가를 한 후 그러한 의견을 오마이뉴스에 표명하면서 만일 그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위 선거관리위원회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통고한 것인 데 반하여, 이 사건 조치는 청구인의 과거의 행위가 위법임을 유권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청구인에게 통지하면서 그 재발방지를 촉구한 것이다. 결국 선례상의 중지촉구는 권고적·비권력적 행위인 공명선거 협조요청에 불과하여 피통고자에 대하여 직접적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지만, 이 사건 조치는 위법행위에 대한 유권적인 판단 및 그에 대한 경고를 함으로써 청구인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위 선례의 판시가 이 사건에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나. 기본권 주체성에 대한 판단
(1) 청구인은 국가기관으로서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 또는 자연인으로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개인의 지위를 겸하는 국가기관이 기본권의 주체로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적격이 있는지를 살핀다.
원칙적으로 국가나 국가기관 또는 국가조직의 일부나 공법인은 공권력 행사의 주체이자 기본권의 ‘수범자’로서 기본권의 ‘소지자’인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을 뿐이므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청구인적격이 없다( 헌재 1994. 12. 29. 93헌마120, 판례집 6-2, 477, 480; 헌재 2001. 1. 18. 2000헌마149, 판례집 13-1, 178, 185). 그러나 국가기관의 직무를 담당하는 자연인이 제기한 헌법소원이 언제나 부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만일 심판대상 조항이나 공권력 작용이 넓은 의미의 국가 조직영역 내에서 공적 과제를 수행하는 주체의 권한 내지 직무영역을 제약하는 성격이 강한 경우에는 그 기본권 주체성이 부정될 것이지만, 그것이 일반 국민으로서 국가에 대하여 가지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성격이 강한 경우에는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 헌재 1995. 3. 23. 95헌마53, 판례집 7-1, 463; 헌재 1998. 4. 30. 97헌마100, 판례집 10-1, 480; 헌재 1999. 5. 27. 98헌마214, 판례집 11-1, 675; 헌재 2006. 7. 27. 2003헌마758등, 판례집 18-2, 190 참조). 결국 개인의 지위를 겸하는 국가기관이 기본권의 주체로서 헌법소원의 청구적격을 가지는지 여부는,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는 기본권의 성격, 국가기관으로서의 직무와 제한되는 기본권 간의 밀접성과 관련성, 직무상 행위와 사적인 행위 간의 구별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대통령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제한적으로나마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바, 대통령은 소속 정당을 위하여 정당활동을 할 수 있는 사인으로서의 지위와 국민 모두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익실현의 의무가 있는 헌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동시에 갖는데 최소한 전자의 지위와 관련하여는 기본권 주체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8 참조).
(2) 이러한 기준을 전제로 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조치는 청구인의 참평포럼 모임에서의 강연, 원광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서의 특강,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의 기념사 및 한겨레신문과의 대담 내용 중에서 일부 정당 및 정치인들에 대한 청구인 개인의 정치적인 의견이나 비판, 야당 정치인이 주장하는 정책에 대한 비판 등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참평포럼 모임 및 원광대 박사학위 수여식은 사적인 성격이 강한 행사이어서 그곳에서의 발언이 엄밀한 의미에서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하여 행해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조치의 대상이 된 발언내용 중 상당 부분이 청구인 개인의 정치적 발언들로서 그 전부가 대통령의 권한이나 직무영역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피청구인이 이 사건 조치가 사인이 아닌 대통령에 대한 조치임을 명시적으로 표시하였다 하더라도 기본권 주체성을 판단하기 위하여는 조치의 형식이 아닌 실질을 살펴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조치의 대상이 된 청구인의 행위는 순전히 공적인 직무영역에서 보다는 어느 정도 공·사가 혼재된 영역에서 나온 것이라 할 것이다. 결국 표현의 자유가 헌법상 강하게 보장되고 있는 기본권인 점을 고려할 때, 대통령인 청구인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본권 주체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청구인은 이 사건 조치로 인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조치로 청구인 개인으로서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헌법소원에 있어서 청구인의 기본권 주체성 내지 청구인적격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다. 기타 적법요건
(1)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조치는 개인으로서의 기본권침해를 주장하는 청구인과 법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므로 자기관련성이 인정된다.
(2) 헌법소원은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심판청구를 하여야 하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다만 청구인이 그의 불이익으로 돌릴 수 없는 정당한 이유 있는 착오로 전심절차를 밟지 않은 경우, 전심절차로 권리가 구제될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권리구제절차가 허용되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불확실하여 전심절차 이행의 기대가능성이 없을 때에는 보충성의 예외로서 바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헌재 1995. 12. 28. 91헌마80, 판례집 7-2, 851, 865 등).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금지의무만이 있을 뿐 그 위반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는 경우, 이를 위반하였다는 내용의 이 사건 조치가 법원에서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인정받은 바 없을 뿐 아니라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결국 청구인에게 항고소송에 의한 권리구제절차를 거치도록 요구하거나 기대할 수 없으므로 보충성의 예외를 인정하여 헌법소원을 허용함이 상당하다.
(3)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하여 행해지는 국가작용에 대하여 헌법소원이 제기되었을 경우 대통령과 국회의 판단이 극히 존중되어야 한다면 그 심판청구가 부적법한 경우도 있으나( 헌재 2004. 4. 29. 2003헌마814, 판례집 16-1, 601),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침해와 관련되는 경우에는 심판대상이 된다( 헌재 1996. 2. 29. 93헌마186, 판례집 8-1, 111). 그런데 이 사건 조치는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행위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한 것이어서 이를 통치행위와 유사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거나 권력분립의 원칙상 그 판단을 극히 존중해야 할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조치가 정치적 문제로서 헌법재판소가 사법적 판단을 자제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라. 소 결
따라서 이 사건 조치에 대한 심판청구는 적법요건을 갖추었다. 다만, 재판관 김종대는 이 사건 조치가 공권력행사성이 없다는 이유로, 재판관 이동흡은 이 사건 조치의 공권력행사성이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적격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조치에 대한 심판청구가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각 반대의견을 아래 7., 8.과 같이 표시하였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가. 총 설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 연혁과 취지
1994년 이전에는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에 관한 선거법이 별개로 제정되어 시행되어 왔으나, 1994년 제14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에 따라 이전의 각종 선거법을 통합한 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1994. 3. 16. 법률 제4739호)이 제정되었고, 같은 법은 선거운동의 규제방법에 있어서 과거의 ‘포괄적 제한·금지’ 방식에서 ‘개별적 제한·금지’ 방식으로 전환하여 금지·제한되지 아니한 선거운동은 모두 허용되도록 함으로써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였다. 또한 우리 선거사에서 문제되었던 행정기관의 선거개입이나 선거에서의 부정·부패를 근절시켜 공정한 선거를 이루기 위하여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이 사건 법률조항을 새로 신설하였다.
(2) 제한되는 기본권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와 관련하여 대통령이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등으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인바, 그것이 대통령인 청구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지 여부와 대통령을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의무가 부과되지 아니한 정무직 공무원과 차별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한편 정당활동의 자유에 관하여는, 선거과정에서도 통상적인 정당활동이 제한되지 아니하고(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 제4호) 그 범위 외의 정당활동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포섭될 것이므로 이를 별도로 판단할 필요성이 없다. 또한 선거운동의 자유는 널리 선거과정에서 자유로이 의사를 표현할 자유의 일환으로서 헌법 제21조의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받으므로( 헌재 1995. 4. 20. 92헌바29, 판례집 7-1, 499, 507; 헌재 2007. 1. 17. 2004헌바82, 공보 124, 123, 126 등 참조) 이를 따로이 판단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과 성격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
(가)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법원의 확립된 해석이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 그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것이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는 법원에서의 해석사례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판단을 위하여는 헌법재판소가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법률해석을 한 후 이를 전제로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수범자인 행위주체 부분을 살펴보면, 주체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 때 ‘공무원’은 자유선거원칙과 선거에서의 정당의 기회균등을 수호하여야 하는 모든 공무원을 의미한다. 그런데 사실상 모든 공무원이 그 직무의 행사를 통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여기서의 공무원이란 원칙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공무원 즉 좁은 의미의 직업공무원은 물론이고,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통하여 국가에 봉사하는 정치적 공무원(예컨대,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포함하며, 특히 직무의 기능이나 영향력을 이용하여 선거에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정당간의 경쟁관계를 왜곡할 가능성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에 있어서 더욱 크다고 판단되므로, 대통령,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에게는 다른 공무원보다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특히 요구된다(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6). 다만 공무원 중에서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은 정치활동의 자유가 보장되고(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 제65조,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의 공무원의 범위에 관한 규정’ 제2조 제4호) 선거에서의 중립의무 없이 선거운동이 가능하므로(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4호, 정당법 제22조 제1항 제1호 단서)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은 위 공무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6 참조).
이와 같이 선거에서의 중립을 요구하는 내용의 이 사건 법률조항의 행위주체에 대통령이 포함된다고 볼 때,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조항(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 제65조,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의 공무원범위에 관한 규정’ 제2조)과 상호 저촉되는 듯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인사행정에 관한 근본기준을 설정한 법으로서( 제1조) 원칙적으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되( 제65조), 다만 대통령 등 정무직 공무원의 특성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있는 데 반하여, 공직선거법은 선거의 공정을 위하여 제정된 법으로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들로 하여금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이외에도 정무직 공무원의 선거와 관련된 정치활동을 상당 부분 제한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137조 내지 제145조). 결국 위 국가공무원법 조항은 정무직 공무원들의 일반적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데 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들로 하여금 정치활동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만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위 법률조항은 선거영역에서의 특별법으로서 일반법인 국가공무원법 조항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행위 부분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인바,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시로서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직자가 공직상 부여되는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국민 모두에 대하여 봉사하고 책임을 지는 그의 과제와 부합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용하여 선거에서의 득표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9 참조).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선언적·주의적 규정인지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 내용의 추상성·포괄성·지침성으로 말미암아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의무를 포함하고 있지 않은 점, 공직선거법 제1장 총칙의 장에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그 주변조항인 제5조, 제6조, 제7조, 제8조, 제10조도 추상적·지침적 강령조항의 성격을 띠고 있는 점 및 그 위반행위에 대해 형벌이나 과태료와 같은 공직선거법상의 제재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법률조항은 선거에 있어서 공무원의 행위에 관한 선언적 주의조항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행위’를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구체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 공무원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직무상의 의무(다른 법령에서 공무원의 신분으로 인하여 부과된 의무 포함) 위반이나 직무태만으로 징계사유가 되고(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1항 제2호), 대통령의 경우 탄핵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2004헌나1 참조) 위 법률조항의 위반에 대한 제재가 전혀 없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구체적 법률효과를 발생시키지 않는 단순한 선언적·주의적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다. 명확성의 원칙 위반 여부
(1)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하여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인바, 만일 법규범의 의미내용이 불확실하다면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고 법집행 당국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법규범의 문언은 어느 정도 일반적·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법문언이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1-342; 헌재 2005. 12. 22. 2004헌바45, 판례집 17-2, 712, 721 참조).
나아가 법규범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경우에는 명확성의 요구가 보다 강화된다. 즉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 불명확한 경우에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 주체는 대체로 규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요구된다( 헌재 2002. 6. 27. 99헌마480, 판례집 14-1, 616, 628).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개인으로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위 법률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엄격한 심사기준에 의하여야 할 것이되, 다만 형벌 등 제재규정이 없는 점과 수범자의 범위가 공무원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그 심사기준을 다소 완화하기로 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를 포함한다)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먼저 위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다른 조항들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위 법률조항의 행위주체인 ‘공무원’에 좁은 의미의 직업공무원은 물론, 대통령과 같이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통하여 국가에 봉사하는 정치적 공무원이 포함되는 반면,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요구할 수 없는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이 제외되는 것으로 보는 데 어려움이 없다. 나아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부분은 그 의미에 있어서 다소 광범위한 해석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입법취지를 고려한 법률의 합리적 해석에 의하면 ‘공직자가 공직상 부여되는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국민 모두에 대하여 봉사하고 책임을 지는 그의 과제와 부합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용하여 선거에서의 득표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9 참조; 헌법재판소는 2001. 8. 30. 99헌바92사건에서 위 문언보다 더 포괄적인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부분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더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수범자는 법을 숙지하고 집행하여야 하는 공무원 등으로 한정되어 있고, 특히 대통령의 경우에는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그리고 산하 공무원조직의 도움과 자문을 통해 이러한 내용의 파악이나 예측에 더욱 유리한 지위에 있으므로 일반 국민이 수범자인 경우와는 달리 그 명확성의 요구가 완화될 수 있다( 헌재 2007. 7. 26. 2006헌가9, 공보 130, 819, 822 참조).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주체나 행위에 대한 제한적인 해석이 가능하여 그 범위를 한정할 수 있고, 나아가 위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입법경위, 수범자의 범위 및 선거과정의 특징 등을 고려할 때, 그 수범자가 통상의 법감정과 합리적 상식에 기하여 그 구체적 의미를 충분히 예측하고 해석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라.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1) 총 설
(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보장
표현의 자유는 개인이 언론 활동을 통하여 자기의 인격을 형성하는 개인적 가치인 자기실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회적 가치인 자기통치를 실현하는 수단이다( 헌재 1999. 6. 24. 97헌마265, 판례집 11-1, 768, 775 참조). 그러므로 선거에 있어서도 그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원칙적으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한껏 보장되어야 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이러한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도출되는 과잉금지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헌재 1994. 7. 29. 93헌가4등, 판례집 6-2, 15, 29; 헌재 2003. 1. 30. 2001헌가4, 판례집 15-1, 7, 17 참조).
(나) 공무원으로서의 대통령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고( 헌법 제66조 제4항)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공무원이다( 국가공무원법 제2조 제3항 제1호 가목). 이러한 공무원은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의무를 지고 있는바, 이는 공무원의 지위를 규정하는 헌법 제7조 제1항, 자유선거원칙을 규정하는 헌법 제47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 정당의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헌법 제116조 제1항에서 나오는 헌법적 요청이다(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레집 16-1, 609, 634-635).
(다) 정치인으로서의 대통령
현대 민주주의는 종래의 순수한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당국가적 민주주의로 변화하였는바, 정당은 국민과 국가의 중개자로서 정치적 도관(導管)의 기능을 수행하여 주체적·능동적으로 국민의 다원적 정치의사를 유도·통합함으로써 국가정책의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정당은 각종 선거에서의 입후보자 추천과 선거활동, 의회에서의 입법활동, 정부의 정치적 중요결정에의 영향력 행사, 대중운동의 지도 등의 과정에 실질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함으로써( 헌재 2003. 10. 30. 2002헌라1, 판례집 15-2하, 17, 32) 정치과정은 물론 선거과정에서도 실질적인 주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우리 헌법도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 제8조 제1· 2항). 이러한 정당민주주의하에서 대통령후보자는 정당의 당원으로서 정당의 공천을 받아 선거운동을 거쳐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에도 정당의 당원으로 남아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 제65조,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의 공무원의 범위에 관한 규정’ 제2조 제1호, 정당법 제22조 제1항 제1호 단서). 이러한 점에서 대통령은 ‘정치적 헌법기관’ 혹은 ‘정치인’의 지위를 갖고 특정 정파의 정책이나 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될 가능성이 존재하게 된다.
(라)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이와 같이 정당원으로서 정치활동이 가능한 대통령이 다른 한편으로는 공무원으로서 선거중립의무를 지게 됨으로써 대통령의 정치활동의 자유와 선거중립의무가 상호 충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오늘날의 대의민주주의하에서 선거는 국민이 통치기관을 결정·구성하는 방법이고 선출된 대표자에게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 원리를 실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선거에서의 공정성 요청은 매우 중요하고 필연적인바, 공명선거의 책무는 우선적으로 국정의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있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소속 정당의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정권을 총괄하는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공익실현의 의무가 있는 헌법기관이고, 지난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한 국민 일부나 정치적 세력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로서 조직된 공동체 및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며,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범위를 초월하여 국민 전체에 대하여 봉사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7). 또한 선거에 관한 사무는 행정부와는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게 되어 있지만( 헌법 제114조 제1항), 선거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데 있어서 행정부 공무원의 지원과 협조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선거중립이 매우 긴요하다. 나아가 공무원들이 직업공무원제에 의하여 신분을 보장받고 있다 하여도, 최종적인 인사권과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대통령의 선거개입은 선거의 공정을 해할 우려가 무척 높다.
결국 선거활동에 관하여 대통령의 정치활동의 자유와 선거중립의무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후자가 강조되고 우선되어야 한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목적의 정당성
선거의 공정은 물론 헌법상 자유선거의 원칙과 정당의 기회균등원칙을 지키기 위하여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자유선거원칙이란, 유권자의 투표행위가 국가나 사회로부터의 강제나 부당한 압력의 행사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유권자가 자유롭고 공개적인 의사형성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와 일체감을 가지고 선거에서 그들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요구하게 된다.
또한 선거에 있어서 공무원의 중립의무는 정당의 기회균등의 관점에서도 헌법적으로 요청된다. 정당의 기회균등의 원칙은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는 헌법 제8조 제1항 및 평등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1조의 연관관계에서 도출되는 헌법적 원칙이며, 특히 헌법 제116조 제1항은 ‘선거운동은 ……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여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정당의 기회균등의 원칙’을 구체화하고 있다. 정당의 기회균등의 원칙은 국가기관에 대하여 선거에서의 정당 간의 경쟁에서 중립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청하므로, 국가기관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한다(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5).
공직선거법은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의한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도록 하고, 선거와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바( 공직선거법 제1조), 그 중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의무를 부과하여 선거의 공정이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선거를 통한 국민주권원리가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의 공정이라는 공공복리를 위한 정당한 입법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수단의 적정성
대통령은 정당에 가입할 수 있고 정치활동이 허용되는 정무직 공무원이므로 대통령의 정치적 주장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민주적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선거의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바, 대통령의 선거활동을 막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오히려 ‘선거의 공정성 확보’라는 입법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이유는 자유선거의 원칙, 즉 유권자가 국가기관 기타 외부 세력으로부터 어떠한 영향을 받음이 없이 자유롭고 공개된 과정을 거쳐 그의 의사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국가기관을 구성하는 공무원은 실질적·현실적으로 선거과정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특히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자유선거의 원칙을 해칠 우려가 농후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의 공정성 확보’라는 입법목적에 적정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다) 피해의 최소성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필요성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규제하기 위하여 제85조(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금지)와 제86조(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에서 금지되는 공무원의 행위를 나열하고 이에 대한 벌칙규정( 제255조)을 두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적 벌칙규정에서 일정한 유형의 선거관련 행위들을 처벌하면서 공무원의 경우에는 가중처벌하는 규정들을 두고 있다( 제232조, 제237조, 제238조 내지 제243조, 제247조 내지 제249조). 그러므로 이러한 금지규정 및 벌칙규정과 별도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규정한 것이 피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있다.
그러나 우리 입법부가 관권에 의한 부정선거를 규제하고자 수차 선거법을 개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선거개입행위가 근절되지 않자,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를 포괄적이고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1994년 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1994. 3. 16. 법률 제4739호)을 제정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신설한 것인바, 이러한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공직선거법이 제85조, 제86조, 제255조 및 위 공무원가중처벌 규정과 별도로 위 법률조항을 규정한 것이 피해최소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2) 제한의 범위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상시적으로 모든 영역에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표현행위만을 규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소속 정당원으로서 정치적 의견을 표시할 수 있지만, 국가의 원수 및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때에는 원칙적으로 정당정치적 의견표명을 삼가야 하며, 나아가 대통령이 국가기관의 신분에서 선거관련 발언을 하는 경우에는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의무의 구속을 받는다(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8).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관련된 공적인 행위만을 규제하는 것이고 대통령의 순수한 개인적인 영역까지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통령의 절대적인 지명도 및 그 지위와 업무의 성질로 말미암아 그의 ‘사인으로서의 기본권행사’와 ‘직무범위 내에서의 활동’의 구분이 불명확하므로(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3, 638), 순수한 개인적 영역은 매우 협소해질 가능성이 높다.
청구인은, 대통령에 대하여는 ‘선거관리’에서의 중립을 요구하면 족한바, 이 사건 법률조항이 대통령으로 하여금 야당의 비판에 대하여 직접 해명하지 못하게 하므로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정한 선거관리’는 물론 ‘선거중립의무’도 ‘공정한 선거’를 위하여 모두 필요한 것이고, 정부·여당의 정책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대하여는 정부나 소속 정당에 의한 다양한 반박수단이 있을 것이므로 청구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제재의 완화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반에 대한 제재조항이 없어 위 조항을 위반한다고 하여도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성이 없다. 특히 대통령에 대하여는 징계 등 신분상의 불이익도 없이, 다만 탄핵소추의 사유만이 될 수 있을 뿐이다.
4) 피해최소성 충족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대통령의 표현의 자유는 시기·방법·영역에 의하여 일부분에 한정될 뿐 아니라, 이를 위반하였을 때의 제재도 과중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해최소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라)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이루고자 하는 공익은 ‘선거의 공정성’이고, 이로 인하여 공무원이 입을 불이익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제한’이다. 그런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무원 특히 대통령의 선거중립으로 인하여 얻게 될 ‘선거의 공정성’은 매우 크고 중요한 반면, 대통령이 감수하여야 할 ‘표현의 자유 제한’은 상당히 한정적이므로, 위 법률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할 것이다.
(마) 소 결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마.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1)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정당의 추천을 받아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선출직 공무원인데, 관계 법령의 해석상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음으로써, 대통령과의 사이에 차별이 발생한다.
(2) 헌법 제11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적용이나 입법에 있어서 불합리한 조건에 의한 차별을 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뜻하고, 따라서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는 경우에 한하여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헌재 1994. 2. 24. 92헌바43, 판례집 6-1, 72, 75; 헌재 1998. 9. 30. 98헌가7등, 판례집 10-2, 484, 504; 헌재 2001. 11. 29. 99헌마494, 판례집 13-2, 714, 726 참조). 한편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나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있는 경우에는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되고 그 외에는 완화된 심사척도가 적용된다( 헌재 1999. 12. 23. 98헌마363, 판례집 11-2, 770, 787 등 참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는 부분이 아니다. 또한 일정한 시기에 부당한 방법에 의한 선거활동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형벌 등 제재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평등권심사에 있어서의 완화된 심사기준인 자의(恣意)금지 원칙에 따라 판단하기로 한다.
(3) 대통령은 국정의 책임자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므로 공명선거에 대한 궁극적 책무를 지고 있다. 또한 선거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데 있어서 행정부 공무원의 지원과 협조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바, 공무원들은 최종적인 인사권과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대통령의 선거개입은 선거의 공정을 해칠 우려가 높다. 이에 반하여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의원은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그 지휘·감독을 받는 공무원 조직이 없어 공무원의 선거관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나아가 국회의원은 국회의 구성원임과 동시에 정당소속원으로서 선거에 직접 참여하는 당사자가 될 수도 있고, 복수정당제나 자유선거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하여 정책홍보 등 광범위한 선거운동의 주체가 될 필요도 있으므로 선거에서의 중립성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4) 결국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이 대통령과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은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할 것이므로, 위 법률조항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바. 결 어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므로 그에 근거하는 이 사건 조치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5. 이 사건 조치의 위헌 여부
가. 명확성의 원칙 위반 여부
(1)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청구인은, 이 사건 조치는 청구인의 발언 중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반하였는지 적시하지 않아 불명확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반하여 부당하다고 주장하므로, 청구인의 주장을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이 사건 조치로 인하여 청구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었다는 주장으로 선해하기로 한다.
(2) 그러므로 살피건대, 이 사건 1차 조치에는 대통령이 2007. 6. 2. 참평포럼 모임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에 있어 특정 정당의 집권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는 취지로 한 발언, 2차 조치에는 대통령이 6. 8. 원광대학교 강연, 6·10. 민주항쟁기념사, 6. 13. 한겨레신문과의 대담에서 이번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고 특정 정치세력 또는 정당이 집권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취지의 발언을 하였으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과 함께 선거전략 등에 대하여 언급한 것이 위반행위라고 지적하였는바, 이러한 정도의 내용이면 발언의 당사자인 청구인으로서는 각 조치에서 언급하는 ‘선거법 위반행위’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만큼 특정되었다고 할 것이다.
(3) 결국 이 사건 조치는 그 내용이 명확하다고 할 것이므로 청구인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적법절차원칙 위반 여부
(1) 우리 헌법 제12조 제1항은 “……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적법절차원칙을 천명하고 있는데, 이 원칙은 형사소송절차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국가작용 전반에 대하여 적용된다( 헌재 1992. 12. 24. 92헌가8, 판례집 4, 853, 876-877; 헌재 1998. 5. 28. 96헌바4, 판례집 10-1, 610, 618; 헌재 2007. 4. 26. 2006헌바10, 공보 127, 503, 508). 이러한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할 수 있는 중요한 절차적 요청 중의 하나로,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를 행할 것 및 당사자에게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를 부여할 것 등이 있으나( 헌재 1994. 7. 29. 93헌가3등, 판례집 6-2, 1, 11; 헌재 1996. 1. 25. 95헌가5, 판례집 8-1, 1, 16-17; 헌재 2002. 6. 27. 99헌마480, 판례집 14-1, 616, 634 참조), 이 원칙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절차를 어느 정도로 요구하는지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규율되는 사항의 성질, 관련 당사자의 사익(私益), 절차의 이행으로 제고될 가치, 국가작용의 효율성,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 불복의 기회 등 다양한 요소들을 형량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헌재 2003. 7. 28. 2001헌가25, 판례집 15-2상, 1, 18; 헌재 2005. 12. 22. 2005헌마19, 판례집 17-2, 785, 796; 헌재 2006. 5. 25. 2004헌바12, 판례집 18-1하, 58, 67).
(2) 먼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행하는 사항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행정절차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바( 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 제4호), 이는 권력분립의 원리와 선거관리위원회 의결절차의 합리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거운동의 특성상 선거법 위반행위인지 여부와 그에 대한 조치는 가능하면 신속하게 결정되어야 할 뿐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의 조치가 위반행위자에 대하여 종국적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것도 아니므로, 위반행위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거나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이와 같이 선거관리의 특성, 이 사건 조치가 규율하는 행위의 성격, 위 조치의 제재효과 및 기본권침해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청구인에게 위 조치 전에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이 적법절차원칙에 어긋나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다. 법령 해석의 잘못 여부
(1) 일반적으로는 행정청이 한 법률의 잘못된 해석·적용은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이 될 수 없으나 법적용기관이 법률에 미치는 헌법 내지 기본권규정의 영향을 간과하거나 또는 오인하여 피처분자에게 불리하게 판단함으로써 헌법의 정신을 고려하지 않은 법적용을 통하여 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바로 이러한 경우에 법률의 해석·적용은 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이 된다( 헌재 2003. 2. 27. 2002헌마106, 판례집 15-1, 223, 237-238 참조).
(2) 먼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공무원’에 대통령이 포함되지 않음에도 이 사건 조치는 대통령이 이에 해당한다고 해석하여 위 법률조항을 적용하였다고 주장하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대통령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공무원’에 해당되므로, 청구인의 주장은 받아 들이지 않는다.
(3) 다음으로 청구인은, 그 발언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선거에 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이를 잘못 해석·적용하여 이 사건 조치를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청구인인 대통령의 발언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반했는지의 여부는 발언의 구체적 내용, 그 시기, 빈도수, 발언 당시의 상황 등에 비추어 ‘대통령이 발언을 통하여 공직상 부여되는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국민 모두에 대하여 봉사하는 그의 지위와 부합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용함으로써 선거득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9 참조).
(가) 발언의 주요 내용
청구인의 이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별지 3] 기재와 같다.
(나) 발언의 시기
청구인의 이 사건 발언 중 참평포럼 모임의 발언은 2007. 6. 2.(토요일), 원광대학교에서의 발언은 6. 8.(금요일),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의 발언은 6. 10.(일요일), 한겨레신문과의 대담은 6. 13.(수요일)에 행해졌고, 매우 근접한 시기에 연속적으로 이루어진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시기는 대통령선거일(2007. 12. 19.)로부터 6개월 이전이므로 정당별로 특정 후보자가 정하여지거나 그들이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때는 아니지만,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는 이미 경선후보자 등록이 이루어져서 대선후보자로 나설 유력 후보자군이 밝혀진 상태이고, 이들은 후보자가 되기 위해 사실상 당내 선거운동을 시작하였으며 각 경선후보자가 내세우는 주요한 정책들도 이미 어느 정도 제시된 상태였다. 다만 여당은 그 내부 사정으로 경선후보자 선출에 대한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시기였다.
한편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대통령 선거일 전 240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신청을 할 수 있고( 제60조의2 제1항 제1호), 그 때부터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이 일부 허용되며( 제60조의3), 정당은 선거일 전 240일부터 정당선거사무소의 설치가 가능하다( 제61조의2 제1항 제1호). 더구나 대통령선거의 중대성 때문에 정당이나 후보자들은 법정 선거운동기간 훨씬 이전부터 사실상 선거운동의 준비를 하고, 언론에서도 이에 관련된 보도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청구인의 발언이 이루어진 시기는 선거와의 근접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시기라고 할 것이다.
(다) 모임의 규모와 성격
1) 참평포럼은 주로 참여정부에 참여했거나 동조하는 사람들이 참여정부의 국정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목적에서 2007. 4.경 설립한 전국적 민간 조직인바, 청구인은 2007. 6. 2. 서울 양재동 소재 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 회원과 시민 수백명이 모인 가운데에서 위 모임의 강사 자격으로 참석하여 발언하였고 당시 오마이뉴스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하였다. 한편 원광대학교는 2007. 4.경 청구인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겠다고 제안하였고 청구인은 지방대학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목적에서 학위를 수여받겠다고 승락하였는바, 청구인은 2007. 6. 8. 원광대학교 대강당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수여받으면서 학교관계자와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특강을 하였다. 또한 청구인은 2007. 6. 10. 정부의 공식적인 행사인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국가 주요인사, 공무원 및 시민 약 3,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사를 하였고, 당시 한국방송공사(KBS)가 중계방송하였다. 나아가 한겨레신문과의 대담은 2007. 6. 13. 청와대 접견실에서 청와대와 한겨레신문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2) 6·10민주항쟁 기념식은 국가의 공식행사이고, 한겨레신문과의 대담도 대통령의 업무시간 중에 대통령의 지위에서 보도를 전제로 이루어졌으므로, 위 두 경우는 대통령의 직무수행 범위 내의 또는 직무수행과 관련된 모임 또는 만남이라고 할 것이다.
3) 참평포럼 모임이나 원광대학교 학위수여식은 국가의 공식적 행사가 아닐 뿐 아니라, 청구인도 대통령으로서가 아닌 사인의 지위에서 위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절대적 지명도와 신분의 중대성 때문에 두 모임 모두에 다수의 청중들이 참석하였고, 참평포럼 모임은 인터넷언론에 의하여 중계되었으며, 원광대학교 학위수여식의 발언 일부도 후에 언론에 의하여 보도되었다. 또한 청구인은 위 모임의 참석을 통하여 그가 추구하는 국정 목적, 즉 참여정부의 업적 평가 및 지방분권화를 우회적으로나마 달성하려고 하였으므로 위 모임들이 청구인의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도 볼 수 없다. 결국 위 두 모임은 청구인의 직무부분과 사적 부분이 경합하는 영역으로 볼 수 있다.
(라) 발언에 대한 평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야당의 당내 경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에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공공의 모임들에서 주로 야당의 유력 후보자들을 비난하고 그들의 정책을 지속적·반복적으로 비판하였으며 한겨레신문과의 대담에서는 자신의 출신당 후보자를 지지하겠다는 적극적인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청구인의 이러한 발언은 공직상 부여되는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국민 모두에 대하여 봉사하는 그의 지위와 부합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용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마) 소 결
결국 청구인의 위 발언들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선거의 득표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위 각 발언들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위반되었다고 본 피청구인의 이 사건 조치가 위 법률조항을 잘못 해석·적용한 결과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를 전제로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라. 결 어
따라서 이 사건 조치가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6.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나아가 이 사건 조치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7., 8.과 같은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이동흡의 각 반대의견(각하의견)과 아래 9., 10.과 같은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송두환의 각 반대의견(인용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7.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각하의견)
나는 피청구인의 이 사건 조치가 기본권침해 가능성이 있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가. 공권력 행사의 개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인 ‘공권력의 행사’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직접적인 법률효과를 발생시켜야 하고 청구인의 법적인 지위를 그에게 불리하게 변화시키기에 적합해야 한다( 헌재 1994. 8. 31. 92헌마174, 판례집 6-2, 249, 264 참조). 공권력 행사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면 청구인에게 아무런 법적 부담을 주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은 기본권침해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기관 간의 내부적 행위나 행정청의 지침, 의견진술 등은 법적 구속력이나 외부효과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사건 조치의 경우 과연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나. 이 사건 조치의 주체
이 사건 조치는 2차에 걸쳐 이루어졌고 그 상세한 내용은 다수의견에서 판시한 바와 같으나 그 조치의 대강은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준수요청’이라는 제목으로 청구인이 참여정부평가포럼 등에서 행한 일정한 발언이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에 위반된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청구인에 대하여 그러한 행위의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사건 조치를 내리기 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개최하여 청구인 발언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심도 있게 논의하였고 그 결과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피청구인 명의로 청구인에게 통보하였다. 위와 같이 이 사건 조치가 행해진 경위, 절차, 공문의 형식 및 내용 등을 종합하면, 비록 피청구인 명의로 이 사건 조치가 통보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청구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표자 자격에서 동 위원회의 결정을 전달한 것으로 이 사건 조치의 궁극적인 주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보아야 한다. 이는 피청구인 스스로 이 사건 조치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결정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치라고 명언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명백하다.
다. 이 사건 조치의 법률적 근거
(1) 국민의 기본권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제한할 수 있으나 그 제한은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가능하다. 따라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의하거나 법률의 근거가 있어야 하므로 이 사건 조치의 법률적 근거가 무엇인지 밝힐 필요가 있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조치의 주된 근거로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를 들고 있는 한편, 부수적으로 위 조항이 아니라도 헌법과 선거관리위원회법 등에 의하여 공정한 선거관리 책임을 담당하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고유권한으로써 이 같은 조치는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 먼저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가 이 사건 조치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동 조항이 이 사건 조치의 근거가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 조항에서 열거한 조치들의 행위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하고, 조치의 내용 또한 위 조항이 예정하는 유형에 속해야 한다. 그런데 동 조항은 그 행위주체를 명문으로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이나 ‘직원’으로 한정하고 있고, 그 조치 내용은 중지·경고·시정명령에서부터 수사의뢰·고발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이를 유형화시켜서 규정해 놓고 있다.
먼저 국회가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에서 행위의 주체를 ‘위원’ 또는 ‘직원’으로 한정하여 입법하고 있는 것은 위원 또는 직원과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위와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위원회나 직원 또는 위원의 구분을 모른 채 이를 무시하고 입법했다고는 볼 수 없다. 이 점은 국회가 공직선거법 제10조 제3항을 만들 때는 위원 또는 직원 대신에 위원회를 그 행위주체로 명언하고 있는 점을 보아서도 분명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의 행위주체는 위 규정의 문언에 따라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이나 ‘직원’으로 한정해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를 예시규정으로 보아 ‘선거관리위원회’로까지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
다음으로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 소정의 조치를 발하는 경우에는 중지·경고·시정명령의 각종 조치와 그 위반에 대한 고발 등 같은 조항이 정해 둔 소정의 유형에 따른 조치만 할 수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동 조항에 의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치는 상대방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엄격한 법적 근거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피청구인이 제출한 석명준비답변자료에 의하면, 선거관리위원회의 업무 관행상으로도 동 위원회가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 소정의 조치를 발하는 경우에는 ‘경고’, ‘중지명령’, ‘이행명령’ 등 위 제14조의2 소정의 조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그 내용에서도 ‘경고’, ‘즉시삭제’, ‘즉시중지’, ‘자진철거’ 등 그 명칭에 부합하는 표현이 들어가며, 위반 시에도 ‘고발’, ‘형사처벌’ 등 같은 조항이 정해 놓은 구체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표현을 명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에 반하여 위 법 소정의 조치 이외에 경미한 주의성 조치는 이와는 분명하게 차별화하여 공문의 제목도 이 사건과 유사하게 ‘선거중립의무 준수요청’, ‘선거법 준수촉구’, ‘선거법 준수 협조요청’, ‘공명선거 협조요청’ 등으로 하고 있고 그 내용에서도 자진하여 선거법을 준수하여 달라는 취지의 비권력적 표현을 쓰며 위반 시에 선거관리위원회가 취할 구체적인 조치인 ‘고발’, ‘형사처벌’ 등의 표현이 들어간 경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조치는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 소정의 조치 유형에 해당하지 않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으로 보아서도 동 조항이 이 사건 조치의 근거조항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3) 다음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구체적인 법 규정상의 근거 없이도 그 고유권한으로 이 사건 처분을 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우리 헌법은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가 민주정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고려하여 다른 나라와는 달리 선거관리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공정한 선거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역사적으로 경험한 우리 국민의 헌법적 결단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헌법 취지를 반영하여 선거관리위원회법과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취할 수 있는 각종 조치의 근거규정들을 두고 있지만, 설사 그러한 구체적 법률의 근거가 없다 하더라도, 공정한 선거관리라는 민주정치의 핵심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헌법적 지위에 의거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정선거를 위한 예방차원에서 선거법위반이 우려되는 기관이나 개인에 대해 선거중립에 대한 견해를 표명한 뒤 선거법을 준수하여 줄 것을 협조 요청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4) 결국 이 사건 조치는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에 의거하여 이루어진 조치가 아니고, 헌법, 공직선거법, 선거관리위원회법 등의 여러 규정에 의하여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부여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위와 그 포괄적 권한에 근거하여 행해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라. 이 사건 조치의 법적 성격
(1)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조치의 주체와 형식, 내용, 법적 근거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조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청구인의 일정한 행위들이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보고 청구인에 대해 선거중립의무의 준수를 요청하거나 또는 그 준수를 재촉구하는 것에 불과하여 행정청의 단순한 의견표명 또는 협조요청의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이 사건 조치는 ‘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을 내세워 이를 잘 지켜 달라는 취지로서, 그 실체적 근거로 삼은 동 조항은 그 위반에 대해 어떤 법적 제재를 가하는 규정이 아닌 만큼 피청구인이 이 조항을 이 사건 조치의 실체적 근거로 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조치가 청구인의 기본권침해와는 무관함을 알 수 있다.
(2)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 조치에 대해서는 그에 위반한다고 하더라도,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에 규정된 것처럼, 위반에 대한 조치의 강도를 점점 높여 형사고발로까지 나아갈 수 없거니와 법상의 다른 제재를 가할 수도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청구인의 중복적 위반에 대하여 고발로 나아가지 않고 향후 구체적으로 취할 조치조차 명시하지 않은 채 단지 선거법을 위반하지 말고 공명선거 구현에 협조하여 달라는 취지로 재촉구함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또한 이 사건 조치의 법적 성격이 이와 같으므로 피청구인은 이 사건 조치를 함에 있어 사전에 청구인의 변소를 들을 필요가 없으며, 이 사건 조치를 한 서면에 그 조치를 한 법률적 근거를 명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비록 이 사건 조치로 청구인의 기본권이 사실상 위축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이는 법률상의 효과라기보다는 사실상의 효과 내지 정치적 효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마. 결 론
결국, 이 사건 조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청구인에게 그 자체로 일정한 의무를 부담하게 하거나 그 밖의 법률상의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부적절한 발언을 자제하여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하여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함으로써 장래 이를 시정토록 하는 일종의 임의적 협력을 기대하고 행한 조치에 해당하므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 청구는 각하되어야 한다.
8.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각하의견)
나는 이 사건 조치의 공권력 행사성이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청구인의 헌법소원 청구인적격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므로 다수의견에 반대하여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가. 이 사건 조치의 공권력 행사성 판단
(1) 일반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에서 그 심판대상인 ‘공권력의 행사’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직접적인 법률효과를 발생시켜야 하고 청구인의 법적 지위를 그에게 불리하게 변화시키기에 적합해야 한다( 헌재 1994. 8. 31. 92헌마174, 판례집 6-2, 249, 264 등 참조). 따라서 행정청의 협조요청이나 의견진술, 권고적·비권력적 행위, 법령해석과 관련한 통보나 고지, 유도적 기준에 관한 통지, 기본권을 새로이 침해한다고 볼 수 없는 확인적 의미를 가지는 공고, 법률적 문제에 대한 회신, 국가기관 상호간의 행위 등은 국민에 대한 법적 효과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 헌재 1999. 11. 30. 99헌마625, 공보 40, 940, 941; 헌재 2001. 3. 21. 2000헌마37, 판례집 13-1, 752, 757-758; 헌재 2003. 2. 27. 2002헌마106, 판례집 15-1, 223, 236 등 참조).
(2) 이 사건 조치의 본질과 법적 성격
(가) 우선 특정한 국가작용의 공권력 행사성 여부를 파악하는데 있어서는 그러한 국가작용의 형식과 내용 및 관련 법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헌재 2001. 9. 27. 2000헌마159, 판례집 13-2, 353, 359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조치는 그 제목 및 내용에 ‘요청’, ‘촉구’, ‘유의’, ‘유감’, ‘유념’, ‘자제’ 등의 비권력적, 의견진술적인 표현을 주로 쓰고 있으며, 그 전체적인 취지 역시 현재의 법적 상황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8.항에서는 ‘중앙선관위’라 하고, 그 밖에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관위’로, ‘선거관리위원장’은 ‘선관위원장’으로 각 약칭한다) 차원의 법적 가치판단을 고지하면서 장래 선거법 위반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협조하여 달라는 취지로 일관하고 있다.
각급 선관위가 현재 처리하는 실무관행을 살펴보면, 각급 선관위는 선거관리위원회법(이하 8.항에서는 ‘선관위법’이라 한다) 제14조의2 소정의 ‘경고’와 구별되면서 그보다 경미한 ‘공명선거 협조요청’을 발하고 있다(중앙선관위 내부자료인 ‘선거·정치자금범죄 조사사무편람’ 및 피청구인의 석명준비답변 [별첨 5], [별첨 6], [별첨 7] 자료 참조). 이러한 조치들은 모두 선관위법 제14조의2 소정의 ‘경고’, ‘시정명령’, ‘중지명령’과는 달리 조치 제목에서 ‘경고’나 ‘중지명령’, ‘시정명령’ 등의 법문상의 용어를 쓰지 않고 이 사건 조치와 마찬가지로 ‘준수요청’, ‘준수촉구’, ‘협조요청’ 등의 용어를 쓰면서 그 내용에서도 위반시 선관위가 취할 강제적이고 제재적인 조치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주로 법령을 준수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사건 조치는 위와 같은 실무관행에 비추어 보면 선관위의 전형적인 공명선거 협조요청의 하나이며 피청구인 역시 그와 같이 밝히고 있다.
한편 각급 선관위는 헌법 제114조(선거관리위원회), 선관위법 제1조(목적), 제3조(위원회의 직무), 제114조(선거계도) 등에 따라 선거의 공정한 관리업무와 선거계도업무를 수행할 지위와 의무가 있고, 그에 따라 특별한 법령상의 근거가 없더라도 선거관리에 있어서 선관위 차원의 의사결정을 표명하면서 개인이나 국가기관에 대하여 선거법을 준수할 것을 요청할 수 있는 다양한 협조요청을 발할 수 있는바, 이 사건 조치 역시 그와 같은 선관위 차원의 공명선거 협조요청 내지 법령준수 촉구조치의 하나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치가 선관위 위원이 선관위법 제14조의2에 근거하여 한 것이고, 위 조항에 열거된 행위 중 ‘경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으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조치 당시 근거 법조항이 명시된 바도 없거니와 이후 피청구인은 이 사건 조치가 선관위법 제14조의2 소정의 경고는 아니라고 하고 있다. 선관위법 제14조의2 소정의 경고는 그 주체가 선관위 위원이나 직원이 되어야 하나, 이 사건 조치의 형식과 절차,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치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중앙선관위이고 중앙선관위원장은 그 대표자로서 청구인에게 이를 통지한 것에 불과하다(그 밖에 이 사건 조치의 주체와 법적 근거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중 해당 부분 기재를 원용한다).
이와 같이 조치의 형식과 내용, 관련 법령의 규정, 피청구인의 실무관행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치는 중앙선관위의 공명선거 협조요청 내지 법령준수 촉구조치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나) 이 사건 조치는 선거법 조항이나 특정한 법적 상황에 대한 해석을 하고 있으나 청구인에게 법적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가 처한 현재의 사실관계나 법률관계를 적극적으로 변경시키거나 당사자에게 특별한 부담이나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아니어서 구체적, 직접적으로 법적 불이익을 내포한다고 할 수 없으며, 현재 선거법 위반상태가 지속되거나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와 같은 상태의 즉각적인 시정이나 중지를 요구하는 권력적 사실행위의 속성을 갖는 것도 아니어서 사실상 현상의 적극적인 변화나 법적 지위의 불안을 동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 법률효과를 규정한 법령도 없거니와 그 밖에 조치의 공권력 행사성을 인정할 만한 어떠한 징표도 없다.
그런데 이 사건 조치를 불이행하는 경우 청구인이 탄핵소추를 받을 수 있으므로 공권력 행사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탄핵사유는 헌법 제65조에서 규정하듯이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며 ‘그 위반이 중대한 경우’라야 한다(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54-658). 청구인이 이 사건 조치 이후 이를 위반한다면 탄핵소추나 탄핵심판시 고려되어야 할 요소는 ‘조치 자체의 형식적인 위반 여부’가 아니라 ‘ 공직선거법(이하 8.항에서는 ‘공선법’이라 한다) 제9조 제1항의 위반 여부’가 될 수밖에 없다. 청구인이 주장하듯이 만약 이 사건 조치가 위헌, 위법적인 조치라면 이를 위반하는 것이 탄핵소추사유가 될 수도 없다. 헌재 2004헌나1 사건(대통령 탄핵사건)에서, 선관위 조치의 위반 여부가 쟁점이 아니라 공선법 제9조 제1항 위반 여부가 쟁점이었던 것도 그와 같은 이유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치에 의하여 청구인의 위법사실이 유권적으로 확인됨으로써 탄핵발의의 계기가 부여될 수 있으므로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불리한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하나, 다수의견이 거론하는 ‘유권적’이라는 의미는 이 사건 조치가 가지는 사실상 효과나 정치적 무게에 기반한 것이지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 국민들이 행정청의 법률해석에 대하여 ‘유권적’인 해석이라고 말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적인 의미에서의 표현일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조치의 유무에 따라 탄핵발의의 현실적인 가능성이 반드시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도 없다. 탄핵발의의 계기는 너무나 다양하고 비정형적이며 경우에 따라 정치적인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인데, 그러한 탄핵발의의 계기를 근거로 특정한 조치의 공권력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치가 선관위법 제14조의2 소정의 경고임을 전제로 하여 청구인이 이를 준수하여야 하고 만일 이를 불이행하는 경우 관할수사기관에 수사의뢰 또는 고발될 수 있으므로, 공권력 행사성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선 이 사건 조치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선관위법 제14조의2에 근거하여 선관위 위원이나 직원이 내린 조치가 아니라 선관위가 자신의 고유권한에 기하여 특별한 법령상의 근거 없이 내린 법령준수 협조요청 내지 비권력적인 의견진술의 일종이다. 따라서 이 사건 조치가 선관위법 제14조의2 소정의 경고임을 전제로 이 사건 조치의 공권력 행사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더구나 선관 위법 제14조의2 후문에서 “중지·경고 또는 시정명령을 불이행하는 때에는 관할수사기관에 수사의뢰 또는 고발할 수 있다.”는 의미는 다수의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사의뢰 및 고발의 요건으로서의 경고를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경고위반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는 이상 경고위반을 이유로 한 수사의뢰나 고발은 법적으로 상정할 수 없는 개념이다. 결국 위 문언상의 ‘경고 불이행’이라는 의미는 ‘경고에서 거론된 선거법 위반행위를 한 경우’라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 행위자가 수사의뢰나 고발 또는 처벌을 받는 것은 선관위법 제14조의2 소정 경고와 그 위반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경고의 근거인 특정한 선거법 조항과 그 위반행위가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으로서는 독자적으로 선거법 위반행위와 관련한 사실인정 및 법률적용을 하여야 하고 선관위의 조치에 구속되지 않는다. 피청구인 역시 경고 위반이 있다는 이유로 수사의뢰나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가 선거법에 위반되는지를 실제로 검토하여 행위 자체의 선거법위반 여부에 따라 수사의뢰나 고발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실제로 피청구인이 수사의뢰나 고발을 하더라도 그 사유는 ‘경고 위반’이 아니라 ‘특정한 선거법 조항의 위반’이 될 수밖에 없고, 실무상으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따라서 청구인이 수사의뢰 및 고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이 사건 조치의 공권력 행사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라) 한편 이 사건 조치 공문의 수신기관 및 참조기관의 ‘대통령’ 및 ‘대통령비서실장’이라는 명칭, ‘요청’, ‘요청의 재촉구’라는 조치 제목, ‘대통령의 발언이 공선법상의 선거중립의무에 위반되었다는 사실을 알림과 동시에 앞으로 대통령으로서 선거법 위반논란이 없도록 유의하여 달라’는 서면의 내용, 그 밖에 조치의 경위와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이 사건 조치는 본질적으로 일반 국민이 아닌 대통령이라는 국가기관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국가기관이나 행정기관에 대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국민 개인의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공권력 행사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헌재 1993. 11. 25. 92헌마293, 판례집 5-2, 510, 517-518; 헌재 1994. 4. 28. 91헌마55, 판례집 6-1, 409, 413; 헌재 1994. 8. 31. 92헌마174, 판례집 6-2, 249, 265 등 참조).
그러므로 다수의견이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조치의 상대방이 법령준수의무를 부담하는 대통령이라거나 그로 인하여 청구인이 입게 되는 위축효과가 크다고 하는 것은 모두 이 사건 조치의 사실적, 정치적 효과 측면에서 고려되는 것이지 법적 효과 측면에서 고려될 수 있는 사정은 아니다. 모든 국가기관은 법률질서를 존중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이다. 공권력 행사성에서 논의되는 법적 효과는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의 일정한 제약을 전제로 하는 개념으로서, 상대방이 대통령이라는 국가기관임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정치적인 파급력이나 영향력까지 고려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조치의 상대방이 국가기관인 대통령이라는 점은 오히려 조치의 공권력성을 그만큼 약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마)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치는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원장이 대통령의 위법행위라고 판단한 것으로서 법원에서 소송으로 구제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최종적, 유권적 판단이고 기본권 제한효과를 발생한다고 보고 있으나, 타당하지 아니하다. 우선 선관위가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헌법기관이고( 헌법 제114조 제1항), 그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위원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으며( 제3항), 중앙선관위의 위원은 대통령, 국회 및 대법원장이 균등하게 구성하도록 하고 있으나( 제2항),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적, 제재적 결정을 주로 내리는 사법기관이나 준사법기관은 아니다. 선관위가 그 권한이 광범위하고 선거·국민투표 관리 및 정당사무에 관한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하여 선관위가 내린 조치나 결정에 대하여 ‘유권적’이라는 표현을 쓸 수는 없다. 한편 법적 효과가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여 법원에서 소송으로 구제받기 어려운 여러 행정작용들이 단지 사실상의 구속력이나 심리적인 위축감이 강하다고 하여 최종적 판단이라 할 수는 없다. 현행 헌법재판제도와 공법질서는 당사자에게 미치는 법적 효과와 사실적·간접적·정치적 효과를 명백하게 구분하고 있다.
(바)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불이익 즉 이 사건 조치에서 요청받은 바와 같은 대통령으로서 선거중립의무에 위배되는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불이익은 이 사건 조치에 따라 비로소 생긴 것이 아니라 공선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직접적으로 생긴 것이다. 이 사건 조치는 단지 공선법 제9조 제1항의 해석을 하면서 그 조항을 준수하라고 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만약 본안판단을 한다면 그 실질적인 내용은 이 사건 조치에 대한 위헌성 판단이 아니라 공선법 제9조 제1항에 대한 위헌성 판단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이 사건 조치 자체의 법적 효과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다수의견이 본안판단에서 설시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더욱 명확해 진다. 다수의견은 공선법 제9조 제1항의 위헌 여부 판단 다음에 이 사건 조치의 위헌 여부 판단을 하면서, 명확성의 원칙 위반 여부, 적법절차 위반 여부, 선관위원이 법령의 해석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
우선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은 법규범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일 뿐, 행정청의 구체적인 조치에 대하여도 적용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제한입법에 대하여 요구되는바, 규범의 의미내용으로부터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수범자가 알 수 없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될 것이고, 또한 법집행 당국에 의한 자의적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1). 그런데 행정청의 조치도 명확하여야 한다는 논리는 규범통제와 관련한 헌법상의 명확성의 원칙 문제가 아니라 그와 같은 행정처분이 무효인지 여부나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관한 법률적 판단이나 행정쟁송의 영역에서 논의되는 문제일 따름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 조치 시 청구인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적법절차 부분 역시 다수의견이 보듯이 청구인의 불이익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 사건 조치 단계에서 헌법적으로 어떠한 독자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보기 어렵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조치와 관련한 법률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한 위법성 여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다수의견이 이 사건 조치의 위헌 여부에서 주로 판단하고 있는 내용은 선관위가 공선법 제9조의 해석을 잘못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므로, 이 부분에 대하여 살펴본다.
행정청이 법률을 단순히 잘못 해석·적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하여, 행정청의 그러한 행위가 모두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그러한 경우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면, 오늘날 다수의 법률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고, 침익적(侵益的) 법률을 청구인에게 불리하게 잘못 해석·적용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청구인 기본권의 침해를 결과로 가져온다는 점에서, 결국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거의 모든 해석과 적용에 대하여 그 타당성을 심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관계의 확정과 평가, 법률을 해석하고 개별사건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법원의 고유한 과제로서, 헌법재판소에 의한 심사의 대상이 아니다. 행정청은 법률, 특히 사법상의 일반조항, 불확정 법개념이나 행정청의 재량행사규정 등을 해석을 통하여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기본권을 비롯한 헌법의 기본결정을 내용적 지침으로서 고려해야 하는데, 법적용기관이 법률에 미치는 헌법의 영향을 간과하거나 또는 오인하여 소송당사자에게 불리하게 판단함으로써 헌법의 정신을 고려하지 않은 법적용을 통하여 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바로 이러한 경우에 법률의 해석·적용은 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청이 법률을 잘못 해석·적용하였는지의 여부가 헌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적용된 법률에 근거하여 판단된다면, 즉 헌법이 아니라 법률이 행정청에 의한 해석·적용의 타당성을 심사하는 규범이 된다면, 이 경우 법률의 해석·적용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관할에 속하는 것일 뿐 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이 될 수 없다( 헌재 2003. 2. 27. 2002헌마106, 판례집 15-1, 223, 237-238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조치와 관련한 청구인의 주장 및 그에 대한 다수의견의 본안판단은, 청구인 발언의 주요 내용, 발언의 시기, 발언한 모임의 규모와 성격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후, 위와 같은 발언들이 과연 공선법 제9조 제1항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관한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 피청구인이 법률을 잘못 해석·적용하였는지의 여부가 헌법규범이 아닌 적용된 법률에 근거하여 판단된다는 점에서, 행위의 위헌성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행위의 위법성의 문제를 따지고 있을 뿐이다( 헌재 2003. 2. 27. 2002헌마106, 판례집 15-1, 223, 238 참조). 선거법위반행위에 대한 중지촉구 등 위헌확인 사건에 대한 2002헌마106 결정에서, ‘사전선거운동’의 개념과 범위를 정하는 문제,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상의 ‘정기간행물’의 개념과 범위를 정하는 문제,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서울시선관위원장 ‘권한’의 범위와 한계를 정하는 문제는 모두 법률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문제로서 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으로 삼기에 부적당하다고 본 것도 그와 같은 이유이다( 헌재 2003. 2. 27. 2002헌마106, 판례집 15-1, 223, 238 참조).
그렇다면 다수의견이 본안판단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 중 헌법적으로 의미 있는 부분은 공선법 제9조 제1항의 위헌성 여부라고 할 수 있는바, 이 사건 조치가 심판의 대상인 사건에서 실질적인 판단의 대상은 공선법 제9조 제1항이 되는 결과가 된다. 이와 같이 심판의 대상과 실질적인 판단의 대상이 다르게 되는 것은 특정한 조치가 위헌이라고 판단되고 그러한 위헌성이 근거 법조항에서 직접적으로 기인하여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5항에 따라 부수적 규범통제가 이루어지는 경우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상정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특정한 조치가 법률조항의 해석을 넘어 그 자체적으로 독자적인 법적 효과를 가질 수 없거나 헌법상 의미 있는 기본권 관련성을 가질 수 없는 경우 그러한 조치를 심판대상으로 삼아 본안판단을 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법령에 대한 해석이나 의견진술에 대하여 심판대상성을 부정하는 것도 결국 위와 같은 결과를 피하고자 하는데 있다고도 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판례에서 법적 효과가 명백하게 있는 수사기관의 불기소처분이 심판대상이 된 경우 이외에는 구체적 처분이 심판대상인 사건에서 그 근거 법조항의 합헌성 논증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 조치가 합헌이라고 하면서도 실질적인 판단의 대상이 공선법 제9조 제1항이 되는 다수의견의 문제점은 결국 법령준수 촉구조치로서 독자적인 법적 효과를 가질 수 없는 이 사건 조치를 심판대상으로 삼아 본안판단을 한 것에서 연유한다고 할 것이다.
(사) 따라서 이 사건 조치는 청구인에게 직접적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거나 법률관계 내지 법적 지위를 그에게 불리하게 변화시키는 조치가 아니어서 공권력 행사성이 없다.
(3) 헌재 2002헌마106 결정(이른바 ‘오마이뉴스’ 사건)의 선례로서의 의미
(가) 헌법재판소는 2003. 2. 27. 선고 2002헌마106 결정(이른바 ‘오마이뉴스’ 사건)에서, 인터넷미디어 업체가 개최하려고 한 대선후보자 간 대담토론회가 선거운동기간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서울시선관위원장이 내린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중지촉구’ 조치에 대하여 공권력 행사성을 부정한 바 있다( 헌재 2003. 2. 27. 2002헌마106, 판례집 15-1, 223, 235-236).
그런데 이 사건 조치와 위 판례에서 문제되었던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중지촉구’(이하 ‘판례상 조치’라고 한다)는 공권력 행사성 판단에서 달리 취급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나) 우선 이 사건 조치나 판례상 조치 모두 그 형식이나 내용, 전체적인 취지, 기존의 선관위 실무관행 등에 비추어 보면 공명선거 협조요청 내지 법령준수 요청의 한 형태이다. 오히려 판례상 조치는 처벌조항이 있는 선거운동기간위반죄에 대한 것이어서 그 위반 시 행위자가 실제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어 주관적, 심리적 위축감이 더 크다고 할 여지도 있다.
(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치가 위법행위에 대한 유권적인 판단 및 그에 대한 경고를 함으로써 청구인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위 선례의 판시가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없다고 보고 있으나, 타당하지 않다.
판례상 조치 역시 그 공문에서 ‘열린 인터뷰 행사가 공선법 제254조에 저촉됨’을 선언하면서 특정한 행위에 대한 선관위 차원의 위법성 판단을 명백히 하고 있으며(다수의견이 유권적 판단이라는 부분임), ‘향후 그러한 행사를 개최할 경우 선거법 위반행위로 엄중 대처할 것’임을 알리는 내용(다수의견이 경고라고 하는 부분임)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치는 과거 위반행위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으므로 선관위법 제14조의2 소정의 경고이고, 판례상 조치는 장래 위반행위에 대한 것이므로 단순한 공명선거 협조요청이라고 하나, 타당하지 않다. 우선 선관위법 제14조의2 소정의 경고는 과거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적·제재적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사법기관이나 준사법기관의 결정이 아니다. 선관위법 제14조의2는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는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선관위 위원이나 직원으로 하여금 그때그때 탄력적으로 대응하도록 함으로써 선관위의 선거감시·단속업무와 선거계도업무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규정인바, 애초부터 과거행위에 대한 회고적인 처벌만으로는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마련된 조항이다. 따라서 어떠한 조치가 선관위법 제14조의2 소정의 경고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그것이 과거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인지에 따라 나눌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어떤 행위자가 선거법 위반행위를 하고 향후 그러한 행위를 다시 할 우려가 있어 그와 같은 행위의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조치를 취하는 경우와 어떤 행위자가 선거법 위반행위를 할 것이라고 명백하게 공표한 경우에 그와 같은 행위는 선거법에 위반되는 행위이니 그러한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조치를 취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면, 전자가 과거행위에 대한 위법판단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여 후자보다 당사자에게 미치는 법적 불이익이 더 크다거나 공권력성이 더 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청구인의 행위가 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한 선관위의 판단은 결국 그와 같은 행위를 다시 하지 못하도록 촉구하기 위한 근거로 필요했던 것이다. 위와 같은 사정들은 기본적으로 조치에 이르게 된 경위나 연유의 문제일 뿐 당사자에게 미치는 법적 효과에서 고려될 것은 아니다. 만약 이 사건 조치의 공권력성을 인정한다면 그것은 과거 행위에 대한 회고적 처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청구인이 향후 위법 판단을 받은 것과 같은 행위를 다시 할 수 없다는 불이익을 근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판례상 조치 역시 그와 같은 불이익을 당연히 내포하고 있다. 판례상 조치와 이 사건 조치는 청구인의 특정한 행위에 대한 위법성 판단과 장래 그와 같은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 법령준수 협조요청으로서 그 구조와 의미가 동일하다.
(라)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공권력 행사성 측면에서, 판례상 조치와 이 사건 조치를 달리 볼 여지는 없다. 따라서 2002헌마106 결정(이른바 ‘오마이뉴스’ 사건)은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 선례로서의 가치가 있으며, 이를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마) 소 결
조치 자체의 본질과 법적 성격에 비추어 이 사건 조치는 중앙선관위의 비권력적인 법령준수 협조요청 내지 법률해석과 관련한 의견진술에 불과하다. 더구나 같은 성격의 선관위 조치에 대하여 이미 헌법재판소가 2002헌마106 결정에서 공권력 행사성을 부정한 바도 있다. 어느 모로 보나 이 사건 조치의 공권력 행사성은 부정되어야 한다.
나. 헌법소원 청구인적격에 대한 판단
(1) 기본권 보장에 관한 각 헌법규정의 해석상 국가나 국가기관 또는 국가조직의 일부나 공법인은 원칙적으로 기본권의 ‘수범자’이지 기본권의 주체로서 그 ‘소지자’가 아니며,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는 지위에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위에 있는 국가기관은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고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청구인적격이 없다( 헌재 1994. 12. 29. 93헌마120, 판례집 6-2, 477, 480 등). 이와 같이 국가기관의 헌법소원 청구인적격을 부정하는 논거는 그 국가기관이 여러 명의 자연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일반적인 국가기관이거나 1인의 자연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독임제 관청(1인 국가기관)이거나 특별히 달리 적용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2) 그런데 국가기관의 지위를 겸하는 개인이 자연인 개인의 이름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경우 그러한 청구인을 국가기관으로서의 청구인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자연인 개인으로서의 청구인으로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 사건에서도 청구인은 대통령이라는 국가기관과 자연인 노무현을 분리하여 일반 국민으로서의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자연인 노무현의 이름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경우 청구인이 심판청구서에 기재한 형식적인 청구인 명칭이나 청구인의 주장내용에만 좌우되어 판단할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하다. 결국 심판대상인 이 사건 조치가 사적 영역에서 일반 개인이 국가에 대하여 가지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성격이 강한 것인지 아니면 공적 영역에서 공권력 주체가 행사하는 권한 또는 직무영역을 제약하는 성격이 강한 것인지에 따라 전자의 경우에는 그 심판청구인을 일반 국민으로 보아 청구인적격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그 심판청구인을 국가기관으로 보아 청구인적격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의 객관적인 규율대상과 규율내용을 먼저 확정함으로써 그와 관련한 심판청구인의 성격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헌법소원 심판대상이 법령조항일 경우에는 당해 규정의 의미와 내용을 확정하는 것으로 족하지만,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국가기관의 구체적인 조치라는 특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 조치의 목적·의도, 경위, 형식 및 내용,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조치 상대방인 심판청구인의 법적 성격과 규율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여야 한다.
(3) 이 사건 조치는 청구인의 참평포럼 강연, 원광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의 특강, 6·10 항쟁 기념식에서의 기념사,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일련의 정치적 발언과 관련한 것이다. 그와 같은 발언이 ‘대통령으로서의 선거중립의무에 위배되므로 향후 그러한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고 특히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여야 할 지위에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수행함에 있어 또다시 선거법 위반시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바, 자연인 노무현의 사적 영역에서의 기본권 행사에 관련된 것이라기보다는 대통령 노무현의 공적 영역에서의 직무수행에 보다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다.
(4) 물론 어떤 국가작용이 대통령의 사적 영역에서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성격이 보다 강한 경우 그와 관련한 자연인 대통령의 헌법소원적격을 인정하는 데 별다른 문제는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일반적인 국가기관이 아닌 대통령이라는 국가기관의 헌법상 지위, 대통령의 권한 및 특권, 의무와 책무, 대통령이라는 지위가 주는 상징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공권력의 최정점으로서 국가의 원수, 행정권의 최고수반, 주권의 행사기관, 국가수호자로서의 지위를 가지며, 행정, 입법, 사법 등의 국정 전반에 대하여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공·사 영역을 가리지 않고 재직 중 형사상 특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도 위와 같은 대통령 직무영역의 포괄성과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극히 개인적·신변적인 영역을 벗어나면 그 자체가 국정의 전반적인 수행으로서 국가적·정책적 목표 관철을 위한 수단의 성격이 강하며, 그리하여 대통령으로서의 권한행사 및 직무집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직무상 행위에 관하여 “법령에 근거한 행위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지위에서 국정수행과 관련하여 행하는 모든 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예컨대 각종 단체·산업현장 등 방문행위, 준공식·공식만찬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행위, 대통령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국가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방송에 출연하여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는 행위, 기자회견에 응하는 행위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3).
이와 같이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의 특성상 신변적인 사적 영역을 제외하고는 대통령으로서의 공적 영역과 개인의 사적 영역이 명확히 구분될 수 없다. 대통령의 일상은 헌법기관으로서의 대통령이라는 지위와 그에 따르는 광범위한 권한과 특권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그에 상응한 무거운 책임과 의무도 따른다. 이러한 점에서 평소에는 대통령 노무현이었다가 어느 한 순간을 떼어내어 그 순간은 바로 자연인 노무현이라고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상정할 수 없는 논리이다. 청구인이 주장하듯이 참평포럼 강연이나 원광대 강연의 대상이 특정단체의 회원들이나 행사참여자에 국한되었다고 하더라도 자연인 노무현의 사적 영역에서의 발언일 수는 없다. 위와 같은 행사는 모두 대통령의 공식일정 중에 포함되어 있으며, 청구인이 한 발언들이 언론에 보도되어 결국 모든 국민들에게 공개되고 현직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해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청구인의 발언은 일부 정당이나 정치인들에 대한 정치적인 의견이나 비판, 야당 정치인이 주장하는 정책에 대한 비판 등을 포함하고 있는바, 그것이 청구인 개인의 사적인 발언이라거나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영역과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한 발언들은 모두 대통령이라는 지위에서 행한 것이며, 대통령의 공적인 직무집행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대통령 직무영역에서의 정치적·정책적 목표 관철의 수단을 동시에 지니기도 한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6·10 항쟁 기념사, 언론기관 인터뷰는 물론 참평포럼 강연이나 원광대 강연 역시 대통령의 공적인 직무집행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며 적어도 국가에 대한 개인의 기본권-정치적 표현의 자유-을 행사하는 차원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은 청구인의 행위는 어느 정도 공·사가 혼재된 영역에서 나온 것이어서 사적 영역에서는 여전히 청구인이 헌법소원적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국가기관에 대한 조치도 그 국가기관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나 구성원에 대하여 어떤 방식으로라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모든 경우에 있어 공·사가 혼재된 영역이라 하여 국가기관의 지위에 있는 개인에게 헌법소원 청구인적격을 부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이를 허용한다면 실질적으로 국가기관이 개인의 이름을 빌려 헌법소원제도를 부당하게 이용하고 그 취지를 왜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 다수의견에서 거론하는 공·사가 혼재된 영역이라 하더라도 결국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 조치가 공적 영역에서 공권력 주체가 행사하는 권한 또는 직무영역을 제약하는 성격이 보다 강한 것이라면 심판청구인의 청구인적격을 부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사건은 바로 그와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
(5) 현실적으로 공·사 영역의 구분이 힘든 대통령 지위의 특성에 비추어 본다면 대통령이 그에 대한 직무제약의 성격을 지니는 모든 국가작용에 대하여 그것이 동시에 개인의 기본권을 제약한다고 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면 이로써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부작용을 무시할 수도 없다. 청구인이 국가 공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있는 이상 단순히 개인의 기본권침해와 그 회복 여부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개념의 유희나 논리의 조작으로부터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부작용도 헌법소원의 적법요건 판단에서 고려되어야 하며, 이는 원래 헌법소원제도가 국가공권력에 의한 국민의 권리구제수단으로서 ‘공권력에 대한 헌법적 통제’를 본질로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더구나 이 사건 조치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일반 국민에 대한 전형적인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라 국가조직 내의 권력분립에 기한 견제와 균형의 틀 속에서 행해진 정치적 의미가 매우 깊은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조치 자체적으로 직접적인 법적 효과를 수반하는 것이 아닌 법령준수 협조요청이라는 것도 앞에서 본 바와 같다. 한편 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조치의 근거가 된 공선법 제9조가 문제 있다면 대통령으로서 가지는 정당한 법적 권한이나 정치적 역량을 동원하여 법률의 개정을 시도할 수도 있다. 만약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정치의 영역이다. 이러한 모든 측면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청구인에게 헌법소원적격을 인정할 당위성은 없어 보인다.
(6) 소 결
따라서 이 사건 청구인은 국가기관인 대통령으로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청구인적격이 없다.
다. 결 론
이 사건 조치는 헌법소원 대상으로서의 공권력 행사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청구인은 국가기관인 대통령이므로 헌법소원 청구인적격이 없다. 어느 모로 보나 이 사건 헌법소원은 부적법하다고 보이므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각하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9.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가. 이 사건 조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된다.
이 사건 조치는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선거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인 피청구인이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에 따라 청구인의 일정한 발언 내용이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유권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청구인에게 통지하면서 위법행위의 재발방지를 촉구한 것으로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규정된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 이 점은 다수의견이 설시하는 바와 같다. 다만, 청구인의 일정한 발언 내용이 법률에 위반된다는 유권적인 판단만으로도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고, 더 나아가 위법행위의 재발방지를 촉구한 조치 역시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조치는 청구인의 개인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청구인은 대통령의 지위에서든 개인의 지위에서든, 피청구인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청구인의 일정한 발언이 법률에 위반된다는 유권적 판단과 위법행위의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조치를 존중하고 준수하여야 한다. 그 결과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일정한 내용의 발언을 하지 못하게 되는 제한을 받는다. 피청구인의 이 사건 조치에 의하여 금지되는 발언의 내용이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관한 것이라면, 그러한 조치는 청구인의 개인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통치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여야 할 의무자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지위에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권의 주체로 된다. 대통령의 직위에 있는 사람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개인적인 활동의 자유를 가지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언론의 자유를 가진다.
대통령은 대통령의 지위에서도 정치적 활동을 하지만 개인의 지위에서도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다. 국가의 미래를 구상하고 정부의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홍보하는 것은 전자에 해당하고, 정당에 가입하여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은 후자에 속한다. 대통령의 지위에서 정치적 활동을 할 경우에는, 헌법 제7조 제1항에 따라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고, 그러한 활동이 제한되더라도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개인의 지위에서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개인의 기본권으로서 보장되어야 하므로, 그러한 활동이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침해될 경우에는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구제받기 위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사건 발언은 정치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발언 내용 중 정부의 정책과 성과를 설명한 부분은 대통령의 지위에서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겠지만, 이 사건 조치가 문제삼은 부분(한나라당과 그 후보자를 비판한 부분)은 정치적 반대자의 입장에서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한 것으로서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개인의 언론의 자유로서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청구인의 발언이 대통령의 지위에서 한 내용과 개인의 지위에서 한 내용이 섞여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표현행위에 대해서는 개인의 기본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개인적인 정치적 견해 표현에 대하여 공직선거법 제9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하고 그러한 위법행위의 재발방지를 촉구한 것은 청구인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다.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수범자(受範者)가 아니다.
(1) 피청구인의 이 사건 조치는 대통령도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이 사건 법률조항)을 준수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다.
(2)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은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를 포함한다)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을 지켜야 하는 자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이고, 여기의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의 예시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모든 공무원이 수범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만 수범자로 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의 범위는 공무원의 신분과 지위를 규율하는 헌법과 법률에 비추어 전체적인 규범체계에 맞도록 해석하여야 한다.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거나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공무원은 모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에 해당된다고 해석하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는 공무원은 모두 이 사건 법률조항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에 해당된다고 해석하는 것에 불과하다.
(3) 헌법 제7조 제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정권이 교체되어도 공무원의 신분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이고, 모든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의무를 부과하는 취지가 아니다. 국민의 보통선거로 취임하는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이나 선거운동의 중립을 요구하는 입법례는 거의 없다.
그리고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면서, 제3조 제3항에서 “ 제65조의 규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무원에게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그 대통령령은 국가공무원법 제65조가 적용되지 않는 공무원으로서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국회의원·행정부 차관 등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 제65조 제2항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무직 공무원에게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의 지지나 반대를 하기 위한 행위’를 허용하면서, 그러한 행위가 허용되는 시기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의 지지나 반대를 하기 위한 행위’는 특정의 선거와 관련하여 하는 경우에도 허용된다.
따라서 대통령을 포함한 정무직 공무원에게 허용되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2항의 정치활동은 단순히 정치적 중립의무를 면제하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선거운동까지 허용하는 수준의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이 규정하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이라고 볼 수 없다.
(4)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을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2항의 특별규정이라고 해석할 필요도 없다.
(가) 우선 대통령은 선거관리업무의 책임자도 아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관리업무에 간섭하거나 영향을 줄 수도 없으므로, 선거관리의 공정을 위하여 대통령에게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을 준수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없다. 지방공무원이나 교육공무원이 선거관리업무를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정치적 활동이 그들의 선거관리업무에 불공정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나) 대통령은 정당활동이 허용되고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2항의 정치적 활동도 허용되므로, 대통령의 그러한 활동이 정당의 기회균등원칙에 위반된다거나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저해한다고 볼 수 없다.
(다) 그리고 대통령도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85조 제1항, 제86조 제1항에 의하여 구체적인 선거에 관하여, 일정한 선거운동과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및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행위가 금지된다.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과 제86조 제1항은 대통령도 그 수범자에 포함됨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85조 제1항은 수범자를 단순히 공무원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정무직 공무원이라 하여도 허용될 수 없는 것이므로, 대통령도 수범자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대통령이 선거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는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85조 제1항, 제86조 제1항이 구체적으로 열거하여 금지시키고 있으므로,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의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을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2항의 특별규정이라고 해석하여 대통령에게 적용시킬 필요가 없다.
(라) 그리고 정무직 공무원 중에서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공무원에 해당되지 않고 다른 정무직 공무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공무원에 해당된다고 구분하여 해석할 근거도 없고 그렇게 해석해야 할 당위성이나 합리성도 찾기 어렵다.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과 달리, 대통령은 그 지휘·감독을 받는 공무원들이 많아서 그러한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할 경우에는 선거의 공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점은 공직선거법 제85조 제1항에 의하여 규제되기 때문에, 이 사건 법률조항의 수범자에 대통령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거로 삼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2항은 정치적 활동을 허용하는 범위에 관하여 대통령과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을 구분하지 아니한다.
(5) 따라서 정무직 공무원에게 정치적 활동을 허용하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2항과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85조 제1항, 제86조 제1항의 취지를 종합하여 규범조화적으로 해석하면, 대통령과 같은 정무직 공무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수범자에 포함되지 않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대통령과 같은 정무직 공무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면 그들의 개인적인 정치활동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게 된다.
라. 결 론
따라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인 피청구인이 대통령도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수범자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이 사건 조치를 한 것은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을 잘못 해석·적용한 것이다. 피청구인의 이 사건 조치는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 없고, 달리 이를 정당화할 법적 근거가 없다.
결국 이 사건 조치는 정당한 법적 근거도 없이 청구인의 개인적 표현행위가 위법하다고 유권적으로 판단하고 그러한 위법행위의 재발방지를 촉구함으로써 청구인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 제21조 제1항,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 조치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게 된 원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인 피청구인이 사건 법률조항의 ‘공무원’에 대통령도 포함된다고 잘못 해석하여 적용하였기 때문이고, 그러한 해석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무직 공무원의 개인적 정치활동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5항을 적용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공무원’에 대통령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10. 재판관 송두환의 반대의견
나는 다수의견의 논지 중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미와 법적 성격, 적용대상의 범위 및 이 사건 조치의 기본권 침해 여부 등에 대하여는 견해를 달리하므로 이를 밝혀두고자 한다.
이 사건은 직접적으로는 청구인의 이 사건 각 발언들에 대한 피청구인의 이 사건 조치의 위헌 여부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법리적 쟁점은 특정한 대통령이 특정 시점에 한 특정의 발언에 대하여 그 표현의 품격 여하, 발언내용의 당부나 그에 대한 찬동 여부를 논하는 것이 아니고, 그와는 별개의 것이며, 오히려 현행 헌법 및 법률이 정하고 있는 대통령제 내지 선거제도가 지속되는 한 언제든지 다시 제기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개인적, 정치적 의사표현 자유의 허용 여부 및 그 범위와 한계에 관한 헌법적 논점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혀두지 않을 수 없다.
가.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법적 성격(선언적 규정)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직선거법 내에서의 체계상 위치, 그 내용 자체의 추상성, 제재규정의 부존재 등에 비추어, 공무원의 선거에 관한 중립 원칙을 일반적, 추상적으로 선언하는 규정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다른 개별적, 구체적인 금지규정 및 행위규범의 모태가 되는 총론적 규정일 뿐, 직접 구체적인 제재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는, ①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공직선거법 ‘제1장 총칙’의 장에 위치해 있고, ② 구체적인 금지 또는 행위규범으로서는 공직선거법의 각칙, 즉 제7장에서 제60조(선거운동금지), 제85조(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금지), 제86조(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 등 개별적 규제조항들을 따로 두고 있는 점, ③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언을 보더라도 “……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추상적,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④ 위에서 본 각칙 제7장의 개별 조항과는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 위반 시의 형사처벌에 관한 조항을 규정하지 않고 있는 점, ⑤ 이와 같은 점들은 공직선거법의 다른 일반적, 추상적, 선언적 규정인 제6조 제3항(‘선거권자는 성실하게 선거에 참여하여 선거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제7조(정당·후보자 등은 ‘이 법을 준수하고 공정하게 경쟁하여야 한다’), 제8조(언론기관은 보도, 논평, 대담·토론의 방송·보도 등을 하는 경우 ‘공정하게 하여야 한다’) 등 조항과 그 법리적 구조가 전적으로 동일한 점 등을 종합하면 분명하다 할 것이다.
(2)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의 선거에 관한 중립의 원칙을 일반적, 추상적으로 선언하는 규정으로서, 공직선거법 각칙의 제60조, 제85조, 제86조 등 개별적, 구체적인 금지, 규제조항들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화되는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가 독자적으로 구체적 제재조치의 근거로 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3) 그런데, 피청구인은 이와 같이 추상적, 선언적인 성격의 이 사건 법률조항을 직접 실체적 근거로 삼아 ‘기본권 침해 가능성 있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이 점은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므로 상론하지 아니한다) 이 사건 제재조치를 하였는바, 이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적 성격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 할 것이고, 결국 법률상 근거 없이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조치는 취소되어야 할 것이다.
나.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적용대상(대통령이 수범자에 포함되는지)
가사 이 사건 법률조항을 단순히 일반·추상적인 선언적 규정으로 보지 아니하고 구체적 행위규범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에는 대통령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1)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의 의미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를 포함한다)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수범자(受範者)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인데, 이 부분의 핵심적 개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이고 그 앞에 기술된 ‘공무원’은 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의 예시라고 보아야 한다. 즉, 모든 공무원이 수범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만 수범자로 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인바, 이 점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우리 헌법이 정하고 있는 정치적 표현 자유의 의의 및 규제한계, 대통령의 헌법상 지위, 정당제도와의 관계, 공무원제도에 관한 헌법 규정에 터잡아 국가공무원제도의 기본적 체제를 정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의 규정 등을 폭넓게 고찰한 다음, 규범조화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가) 헌법상 정치적 표현 자유의 의의 및 규제한계
우리 헌법이 제1조 제2항, 제24조에서 주권자인 국민에게 부여한 선거권이 제대로 행사되기 위해서는 선거에 관한 정보의 자유교환 및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보장이 필연적으로 요청되며, 이는 한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는 물론, 주권자인 국민이 그 권한을 온전하게 행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가 된다( 헌재 1996. 3. 28. 96헌마9등, 판례집 8-1, 289, 305 참조).
그런데, 민주적 의회정치의 기초인 선거는 자유로워야 할 뿐 아니라 동시에 공정하게 행하여지지 않으면 안되고,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정치활동 내지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가 행하여지지 않을 수 없으므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정한 제한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과잉금지원칙이라는 한계는 준수되어야 하며( 헌재 1999. 5. 27. 98헌마214, 판례집 11-1, 675, 713 등 참조), 그 중에서도 표현의 ‘방법’만을 규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공익상 이유로 폭넓은 제한이 가능한 반면, 표현의 ‘내용’ 내지 ‘주제’에 관한 규제는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엄격한 요건하에서 허용되어야 한다( 헌재 1995. 4. 20. 92헌바29, 판례집 7-1, 499, 513-514; 헌재 2002. 12. 18. 2000헌마764, 판례집 14-2, 856, 869 참조).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표현의 ‘내용’ 내지 ‘주제’에 관한 규제에 해당한다.
(나) 정치적 공무원으로서의 대통령의 헌법상 지위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
위에서 본 정치적 표현 자유의 보장과 한계에 관한 일반론은 이 사건에서와 같이 대통령의 지위에 있는 개인에 대한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다수의견도 지적하는 바와 같이, 대통령은 ‘국가에 대하여 자신의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는 국민이자 기본권의 주체로서 소속정당을 위하여 정당활동을 할 수 있는 사인으로서의 지위’와 ‘국민 모두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익실현의 의무가 있는 헌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겸유하고 있다고 볼 것이기 때문이다(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8 참조).
그런데, 이 사건은 청구인이 대통령의 지위에 있다는 점이 논란의 근본적 배경으로 되어있으므로 대통령의 헌법상 지위가 어떠한지 검토하여야 할 것인바, 헌법상 대통령의 국가원수로서의 지위, 집행부 수반으로서의 지위 등 여러 중첩적 지위 중에서도, 이 사건과 관련하여서는 특히 정치적 지도자로서의 대통령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1)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선거라는 정치과정을 통하여 직접 통치권의 정당성을 부여받으며, 단순한 정책집행 기능을 넘어 정치적 지도자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한다. 대통령의 이러한 정치적 역할은 일반적으로 정당을 매개로 수행되며, 대통령은 정당조직과 정당활동, 그리고 정당을 매개로 한 원내활동을 통하여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수렴하고 실현시켜 나간다.
정당법상 대통령의 정당가입이 허용되고( 정당법 제22조 제1항), 공직선거법상 대통령선거에 있어 정당추천이 인정되며( 공직선거법 제47조 제1항, 제49조 제2항), 국가공무원법상 대통령의 일정한 정치활동이 허용되는 점(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2항 제1호, 제3조 제3항) 등은 우리 헌법이 대통령의 정치적 지도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2) 우리 헌법의 대의제 민주주의와 정당제도하에서 선거과정을 통하여 선출되는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같이 태생적으로 정치적 존재이며, 따라서 대통령이 선거를 포함한 국정 전반에 관련하여 정치적 입장과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필요한 것이라 하여야 한다.
3) 이러한 대통령의 정치적 지도자로서의 지위와 성격이 대통령의 당적 보유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으나, 대통령이 어느 시점 현재 당적을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정당 가입 및 활동이 허용되고, 어느 경우에도 의회 내 특정 정파와의 정치적 유대를 통하여 정책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보면, 특정 시점의 당적 보유 여부에 따라 달라질 문제는 아니다.
한편, 우리 헌법상 대통령 단임제( 헌법 제70조)를 이유로 차기 대선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대통령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표현을 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대통령선거든 국회의원선거든 여당 내지 집권세력에게는 그동안의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이, 야당에게는 국정비판 내지 대안개발능력에 대한 심판이 이루어져서 집권세력에 대한 계속 신임 여부 또는 야당의 집권 여부가 선거를 통해 결정될 것이고, 따라서 대통령은 비록 차기 대선에 직접 출마할 수 없는 경우에도 ‘소속 정당이나 정파에 대한 심판을 통하여’ 그간의 정책에 대한 심판을 받게 되는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필요한 정치적 견해를 밝힐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연임 가능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문제는 아니다.
(다) 국가공무원법 관련규정 등과의 체계적, 조화적 해석
1)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1항, 제2항, 제3조 제3항,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의 공무원의 범위에 관한 규정’ 제2조를 살펴보면 ‘공무원은 정당 기타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다’( 제65조 제1항)고, ‘선거에 있어 특정정당 또는 특정인의 지지나 반대를 하기 위하여 …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65조 제2항)고 규정하면서, 대통령 등 이른바 정치적 공무원에 대하여는 위 제한, 규제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즉, 대통령 등에 대해서는 선거와 관련된 위와 같은 행위들을 허용하고 있다.
2) 위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2항은 공무원의 ‘선거에 있어서’의 의사표현 기타 행위에 관하여 실질적인 규제를 하고 있고, 그 규제내용 중의 행위요건은 공직선거법 조항들(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 제60조 제1항, 제85조, 제86조 등)과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위 조항은 비록 국가공무원법에 위치하고 있지만 실질적 내용상으로는 선거법이라고 보아야 하며, 위 공직선거법 조항들과 함께 공무원에 관한 선거관련 정치활동 규제체계의 중요한 일부를 이루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위 국가공무원법 조항의 취지와 내용에 조화되도록 해석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할 것이다.
3) 이 점과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일반법인 국가공무원법 규정에 대한 특별규정이라고 보아, 위 국가공무원법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와 같이 보는 것은 각 법률규정의 문언상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공무원법이 공직선거법과는 별개로 선거와 관련하여 나름대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다.
4)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과 함께 ① 공직선거법 제85조 제1항[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모든 공무원에 해당, 5년 이하의 징역( 제255조 제3항)], ② 같은 법 제60조 제1항[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 대통령 해당, 국회의원 불해당,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 제255조 제1항)] 및 ③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2항 제1호[선거에 있어서 특정 정당 등 지지·반대활동 금지, 대통령·국회의원 불해당,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 제84조)] 등을 비교, 대조하여 보면, 위 조항들은 각 위반행위의 성질, 그에 대한 처벌의 정도 등에 맞추어 수범자(의무의 주체)의 범위를 상호 연계하여 획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에 대통령 등 정치적 공무원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경우에는, 보다 더 불법성이 중한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2항 각호의 의무는 부담하지 않으면서, 보다 느슨하고 포괄적인 이 사건 법률조항의 금지의무는 부담하게 되어, 심한 체계부조화를 야기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는 대통령 등 정치적 공무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수범자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는 점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라) 소 결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헌법상 정치적 표현 자유의 의의 및 규제한계, 대통령의 정치적 지도자로서의 헌법상 지위, 국가공무원법의 관련규정 내용 등을 모두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에 대통령 등 정치적 공무원은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2)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성
대통령 등 정치적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 자유와 관련하여, 만약 대통령 등에게 표현자유를 넓게 허용하는 경우에는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게 되고, 나아가 과거의 관권, 부정선거가 재발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통령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서는 아니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가) 선거의 공정성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과는 또다른 중요한 가치임에 틀림없고, 일반적으로 선거의 공정성이 선거의 자유 내지 정치적 표현의 제한을 통해서 도모될 수 있는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면에, 표현 자유의 제한에 의하여 진정한 의미의 선거의 공정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간과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선거제도 및 선거과정이 어떻게 조직되고 진행되는가에 따라서, 대의제 민주주의는 국민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명목적으로 보장하면서 실질적으로는 형해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나) ‘선거의 공정성 확보’라는 목표를 위하여 선거법을 규제중심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입장도 있을 수 있으나, 그렇게 되면 유권자로 하여금 정당과 후보자간의 정책이나 능력에 대한 자유로운 판단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유권자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의사의 형성은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과 후보자뿐만 아니라 주요 정치적 지도자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게 될 것이다.
(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통령 등 정치적 공무원들도 반드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에 포함시켜야 ‘선거의 공정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예컨대, 선거에서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파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정심판론을 내세울 것인데,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그의 정책과 활동에 대하여 적극적인 반론 기타 의견표명을 할 수 없다면, 과연 그로써 실질적인 선거의 공정성이 도모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라) 대통령의 정치적 혹은 정파적인 ‘발언’이 국민의 판단을 오도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인식 내지 우려는 과거 권위주의적 대통령제하의 시대적 경험에 근거하고 있는 것인바, 비록 오늘날 정당민주주의 및 선거문화가 완전히 정착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하더라도, 권력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과 여론의 상시적 감시대상이 되고 민주적 시민의식이 상당한 정도 성숙되었다고 평가되는 오늘날에는 더 이상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 자유의 제한을 정당화할 사유로 삼기는 어렵다고 본다.
(마) 한편, 위와 같은 우려는 비교적 엄격한 구성요건하에 선거운동 등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의 개별적 규정들, 예컨대 공직선거법 제60조(선거운동금지), 제85조(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금지), 제86조(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 등의 적용을 통하여 거의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소 결
이상의 여러 점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에는 대통령이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만약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공무원’에 대통령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이와 달리 대통령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수범자(의무의 주체)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 피청구인이 한 이 사건 조치는 다른 점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위헌적 법해석에 근거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취소되어야 할 것이다.
다. 추가적 문제점(명확성의 문제)
위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반·추상적인 선언적 규정이므로 직접 구체적인 제재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점, 나아가 가사 그렇지 않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에는 대통령 등 정치적 공무원이 포함되지 아니하며, 그렇게 해석하지 아니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볼 것이라는 점을 살펴보았으나, 실은 그 밖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무규범 내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헌법적합 여부에 관한 강한 의문이 있다.
(1)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는 명확성의 원칙이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국민주권주의 이념의 실현에 불가결한 존재인바,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위축효과).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 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2; 헌재 2002. 6. 27. 99헌마480, 판례집 14-1, 616, 628; 헌재 2003. 1. 30. 2001헌가4, 판례집 15-1, 7, 19 참조).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위 문언을 살펴보면, 그 중심이 되는 개념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고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의 예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만 하여서는 실제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는 행위인지를 알거나 예측하기 어렵다. 위 문언만에 의하면 금지되는 행위의 해당 여부에 대하여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주장이 가능하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사실상 모든 정치적 의사표현, 나아가 거의 모든 정치적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예컨대 현실정치에서 문제된 바 있는 행정수도이전 추진, 대통령의 탈당 또는 입당, 야당에 대한 연정의 제안,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이 과연 이에 해당하는 것인지 어떤지를 상정하더라도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실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와 같은 모든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니라면,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만으로는 무엇이 어느 한도까지 금지되는 것인지 예측하기 힘들고, 따라서 법집행기관의 자의적 해석운용의 위험성까지 제공하고 있으므로, 위헌의 의심이 매우 짙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이와 같은 불명확성의 문제점을 법률해석에 의한 보충을 통하여 해결해보고자 하는 시도는 물론 가능하다. 그러한 맥락에서 다수의견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의 의미를 ‘공직자가 공직상 부여되는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국민 모두에 대하여 봉사하고 책임을 지는 그의 과제와 부합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용하여 선거에서의 득표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결정 참조)라고 이해함으로써 명확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해석에 의하더라도 그 의미는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하지 않을 수 없고, 보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해석이 헌법상 허용되는 합헌적 법률해석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4) 한편, 다수의견이 소개하고 있는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과 유사한 표현이 들어있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동 조항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라는 부분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헌재 2001. 8. 30. 99헌바92, 판례집 13-2, 174, 202 참조). 그러나 동 조항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라는 부분은 행위의 목적에 관한 주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이라는 부분은 행위 자체에 관한 객관적 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양자는 그 성격을 달리하며, 특히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의 경우에는 규제대상이 되는 행위가 동 조항에 구체적으로 열거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 선례가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5)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와 같이 그 행위요건의 규정에 있어서 불명확성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고, 그 결과 선거관리위원회조차 청구인의 이 사건 발언과 유사한 성격의 발언들에 대한 법 위반 여부 판단의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더구나 바로 이 사건에서와 같이 그 적용대상에 대통령 등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반드시 명확하지 아니한 점까지 가중되어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표현이나 활동의 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끊임없는 정치적 논쟁이 일어나도록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향후에도 정치적 불안정, 그리하여 정치과정의 사법의존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6)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내포하고 있는 불명확성의 문제점을 고려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반·추상적인 선언적 규정으로 이해하여야 하고, 가사 구체적 행위규범으로 보는 경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에는 대통령 등 정치적 공무원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라. 결 론
결국,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개인적, 정치적 의견표명에 대하여 위법판단 및 경고조치를 한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적 성격과 적용대상 범위를 오해한 가운데 이 사건 법률조항을 잘못 해석,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조치는 정당한 법적 근거 없이 청구인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 제21조 제1항,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아가, 피청구인이 이 사건 조치로써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게 된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공무원’에 대통령이 포함된다고 잘못 해석한 것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5항에 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공무원’에 대통령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