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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형법 제246조의 도박죄상 일시적 오락에 대한 증거가치의 판단 잘못 또는 수사미진으로 인하여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사례

재판요지

형법 제246조의 도박죄는 제1항에서 “재물로써 도박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단, 일시오락정도에 불과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청구인 등이 이 사건 도박에 이른 경위, 청구인 등 상호간의 관계, 도박이 이루어진 시간과 장소, 도박에 제공된 가액 정도, 도박횟수, 사회적 지위나 연령, 재산 정도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도박행위는 일시적 오락의 정도에 지나지 아니하여 형법상의 도박죄로는 처벌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보여지는데, 수사검사는 도박을 하게 된 경위, 그곳에서 자주 도박을 하여왔는지 여부 등의 조사를 통하여 일시적 오락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지 아니하여 결국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위와 같은 증거가치의 판단 잘못 또는 수사미진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다. 재판관 조대현의 별개의견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는 피의자가 무죄임을 주장하여 불복할 수 있는 절차가 없다. 이는 형사상 불이익한 처분에 대하여 불복절차가 마련되지 아니한 것으로서 적법절차원칙 및 혐의없음을 주장하는 피의자가 법관에 의한 재판에 의하여 무죄를 밝힐 수 있는 재판청구권을 부인한 채 유죄라고 단정하여 명예를 저하시키는 점에서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 피의자가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헌법 제12조 제1항(‘적법한 절차’ 부분)과 제27조 제1항(‘법관에 의한 재판’ 부분)에 위반된다.

사건
2007헌마684 기소유예처분취소
청구인
서○의(대리인 변호사 ○○○○ ○○)
피청구인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 검사
판결선고
2007. 10. 25.

주 문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 2007년 형제5854호 도박 피의사건에서 피청구인이 2007. 5. 25.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피청구인은 천안경찰서에서 인지한 청구인에 대한 도박 피의사건을 송치받아 수사한 후 2007. 5. 25.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07. 2. 9. 14:10경부터 같은 날 14:45경까지 천안시 ○○동 소재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청구외 최○식 등 3인과 52매의 카드(트럼프)를 이용하여 9회에 걸쳐 판돈 92,000원을 가지고 속칭 ‘훌라’ 도박을 하였다.』 나. 청구인은 청구외 3인(이하 이 4인을 ‘청구인 등’이라 한다)과 속칭 ‘훌라’ 도박을 한 것은 일시 오락에 불과하여 죄가 되지 않는데도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혐의가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부당하며 따라서 위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07. 6. 19. 위 ‘기소유예’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주장요지와 판단 가. 주장요지 청구인은 이 사건 청구인 등의 속칭 ‘훌라’ 도박 행위는 일시적 오락에 불과하여 형법상 도박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이 사건 도박이 행하여진 시간과 장소, 도박에 이르게 된 경위, 익명의 신고로 단속된 점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 등의 행위가 일시적 오락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되, 사안이 경미하고, 동종전과가 없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적정하다고 답변한다. 나. 사실관계 수사기록에 나타난 증거자료를 종합하여 청구인 등의 이 사건 도박행위와 관련된 제반 사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청구인 등은 모두 도박전과가 없는 사람들로서, 먼저 그들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정도를 보면, 청구인은 ○○신문사 대표이사, ○○경영인 중앙연합회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재)○○복지재단 이사 등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07. 1. 23. ○○장관으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등 크고 작은 수상경력도 있고 자신과 처 명의로 8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등 재산이 있다. 또한 최○식도 부동산, 은행예탁금 등 상당한 재산이 있는 등 사회통념상 중산층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2) 다음 청구인 등이 이 사건 도박에 이른 경위를 살펴보면 이들은 천안시 ○○동 ○○부락에 이웃으로 살다가 위 부락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천안시내로 흩어져 살게 되어 자주 못 만나던 중 설날이 지난 후 연락이 되어 위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위 범행일에 만난 것으로, 지난 이야기를 하던 중 저녁내기도박을 하자고 합의가 되어서 속칭 ‘고리’를 한판에 1,000원씩 떼어서 2만 원이 될 때까지 속칭 ‘훌라’를 하기로 한 후(수사기록 34면) 이 사건 도박을 한 점이 인정된다. (3) 한편 청구인 등이 이 사건 도박행위에 건 도금의 액수와 방법을 보면 압수된 도금의 총액은 92,000원이었고, 방법은 패자가 순서대로 1,000원에서 3,000원씩 승자에게 주는 방식이었다. (4) 그런데 청구인은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천안경찰서 남산지구대 경찰관에게 도박을 한 사실은 자인하면서, 친분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한 것이라며 훈방을 요구하며 지문채취를 거부(수사기록 9면)하는 등 시종일관 일시오락임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이들이 위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도박을 하게 된 경위, 그곳에서 자주 도박을 하여왔는지 여부 등의 조사는 하지 아니하였다. 다. 판 단 위와 같이 청구인 등이 이 사건 도박에 이른 경위, 청구인 등 상호간의 관계, 도박이 이루어진 시간과 장소, 도박에 제공된 가액 정도, 도박횟수, 사회적 지위나 연령, 재산 정도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도박행위는 일시적 오락의 정도에 지나지 아니하여 형법상의 도박죄로는 처벌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보여지는바, 수사검사로서는 위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도박을 하게 된 경위, 그곳에서 자주 도박을 하여왔는지 여부 등의 조사를 통하여 일시적 오락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는 최소한의 수사상 노력을 하였어야 할 것이다. 라. 소 결 결국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위와 같은 증거가치의 판단 잘못 또는 중대한 수사미진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4.와 같은 재판관 조대현의 별개의견이 있다. 4. 재판관 조대현의 별개의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동의하면서, 그 취소의 헌법적 근거에 관하여 다른 의견을 표시한다. 기소유예처분은 피의자의 범죄혐의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는 처분으로서 피의자의 명예와 사회생활에 불리한 영향을 준다. 그런데도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는 피의자가 무죄임을 주장하여 불복할 수 있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검사의 단심(單審) 판단에 의하여 유죄로 결정되고 만다. 이는 형사상 불이익한 처분에 대하여 불복절차가 마련되지 아니한 것으로서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한 절차”가 미비된 것이고, 범죄혐의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주장하는 피의자가 “법관에 의한 재판”에 의하여 무죄를 밝힐 수 있는 재판청구권( 헌법 제27조 제1항)을 부인한 채 유죄라고 단정하여 명예를 저하시키는 점에서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한 위헌성은 이 사건과 같이 피의자의 무죄 주장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 불복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복할 수 없는 경우에 현실화되어 피의자의 재판청구권을 구체적으로 침해하게 된다( 헌재 2000. 6. 29. 선고 99헌가9 결정). 따라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피의자가 무죄를 주장하고 그 주장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사실관계나 법령해석에 관하여 불복하여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불복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경우의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이 허용된다고 하여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불복절차가 충족된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소원은 헌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구제수단으로서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헌법적 평가에 그치는 것이 원칙이고,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사실관계나 법령해석에 관한 불복사유를 모두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인격권(명예권)과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취소하는 외에,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불복절차를 마련하게 하기 위하여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5항을 적용하여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 피의자가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헌법 제12조 제1항(‘적법한 절차’ 부분)과 제27조 제1항(‘법관에 의한 재판’ 부분)에 위반된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주심)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