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피청구인이 서울서부지방검찰청 2006형제13290호 위증 사건에 관하여 2006. 6. 28. 결정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및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05. 12. 15. 임○진(이하 ‘피고소인’이라 한다)을 위증으로 고소하였고,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소인은 보험모집인으로서, 2005. 9. 2. 청구인과 AIG(American International Group)의 자회사인 아메리칸홈어슈어런스캄파니 사이의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04가합3351·4453 및 2005가합137 보험금청구 등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선서한 후,
(1) 2002. 3. 5.자 상해보험계약 청약서(이하 ‘원청약서’라 한다) 및 2003. 3. 4.자 상해보험계약 청약서(이하 ‘갱신청약서’라 한다)의 내용과 보험가입자인 청구인의 기명은 물론 서명도 피고소인이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원청약서의 내용과 청구인의 기명은 피고소인이 하였으나 서명은 청구인이 직접 하였고,
(2) 피고소인은, 각 청약서 작성 시 청구인의 보험가입의사를 전화로만 확인하고, 청구인을 직접 만나 설문을 실시하면서 이를 작성한 적이 없음에도,
(가) 원청약서 작성시, 영등포 부근 식당에서 청구인을 만나 점심식사를 하면서 원청약서를 보여주고 물음에 답변한 내용을 기재하였고, 이때 청구인은 기능장애가 있는지 물음에 건강하고 다른 병도 없었다는 등의 말을 하였고,
(나) 갱신청약서 작성 시, 청구인이 서울 중구 충무로 3가 소재 피고소인의 사무실이 있는 극동빌딩에 직접 찾아와 상해보험에 재가입하였으며, 이때 청구인에게 갱신청약서를 보여주었고, AIG 대리점 코드번호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피고소인의 코드번호로 갱신청약서를 처리하였다고 하는 등,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
나. 이를 수사한 피청구인은 2006. 6. 28. 서울서부지방검찰청 2006형제13290호로 피고소인에 대하여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고,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검찰청법이 정한 항고·재항고를 거쳐 2007. 1. 8. 위 불기소처분으로 청구인의 평등권 등이 침해되었다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가. 고소사실(1)항 원청약서 서명 부분
(1) 피고소인은 2006. 1. 17. 경찰 제1회 피의자신문에서 “이○구의 인적사항을 모르는데 어떻게 청약서에 기재를 합니까. 청약서의 내용도 이성구가 기재하였고, 서명도 이○구가 하였습니다. 신규계약을 할 때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서명을 청약자로부터 받고 갱신계약을 할 때는 보험설계사들이 서명을 포함 전부 대필하는 것이 관례입니다.”라고 진술하고 2006. 1. 17. 경찰 제2회 대질 피의자신문에서도 이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런데 위 2004가합3351 소송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2005나86585 소송 과정에서 필적감정촉탁이 실시될 무렵인 2006. 9. 27.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뚜렷한 이유도 없이 원청약서의 서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피고소인이 직접 기재한 것이라며 이를 번복하였고(수사기록 189쪽, 이하 쪽수만을 표시한다), 필적감정 결과 기명 부분은 피고소인의 필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서명 부분은 복사가 불완전하여 감정불능으로 회신되었다.
위와 같이 피고소인이 경찰에서 2차례에 걸쳐 관례를 들어가며 확신이 있는 것처럼 진술하다가 필적 감정을 앞두고 진술을 번복하였고, 필적감정 결과 청구인의 기명 부분은 피고소인의 필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감정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소인은 경찰에서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원청약서의 청구인의 서명까지도 대필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허위로 진술하였다가 민사재판에서 필적감정으로 사실이 밝혀질 것을 우려하여, 감정불능인 서명 부분을 제외하고는 어쩔 수 없이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할 것이다.
(2) 그리고 이 사건 수사기록에 첨부된 이 사건 각 청약서와 이○섭, 최○영의 각 상해보험계약 청약서(61 내지 64쪽)에 의하면, 위 4장의 청약서 서명은 모두 청약자의 성명을 영문의 대·소문자를 섞어 기재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는데, 이 사건 각 청약서와 피고소인이 서명을 대신하였다고 자인하는(191쪽) 이○섭의 상해보험계약 청약서의 성 부분은 유사한 필적으로 영문인 ‘Lee’로 기재된 반면, 청구인이 다른 보험회사와 사이에 작성한 여러 장의 보험계약서 및 신용카드전표 등에서 한 청구인의 서명은 모두 한자인 ‘李’ 자를 쓴 것으로서 영문으로 된 서명은 없다.
즉, 피고소인의 주장대로라면 청구인이 자신의 ‘李’ 서명 대신 피고소인의 서명 방법인 위 ‘Lee’를 굳이 흉내 내어 서명하였다는 것인바, 피고소인이 그에 대하여 납득할 만한 사정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 이는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 할 것이다.
(3) 한편, 피고소인 측은 위 항소심에서 원청약서는 원본을 제출한 반면 갱신청약서는 원본이 분실되었다는 이유로 서명의 일부만 복사된 사본을 제출하였는바, 위와 같은 서명 부분에 대한 감정불능은 서명의 일부만 복사되었다는 이유였고, 위 항소심은 나머지 필적감정결과 등의 증거를 종합하여 원청약서의 서명을 피고소인의 것으로 인정하였다.
따라서 청구인은 서명 부분이 완전한 갱신청약서 사본을 고소장에 첨부하여 제출한 바 있고(62쪽),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민사소송의 필적감정이 진행 중이라고 진술한 바 있으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민사소송의 필적감정 결과를 기다려보거나 사본이라 할지라도 필적감정을 시도하여 보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경찰에서 한 피고소인의 위와 같은 진술을 만연히 받아들여 이 부분에 대하여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증거의 판단을 그르치거나 수사를 다하지 아니하여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
나. 고소사실(2)의(가)항 설문 실시 부분
청구인의 서명이 피고소인에 의하여 대필된 것으로 인정된다면, 청구인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설문을 실시하고도 특별한 이유 없이 청구인의 서명을 대필한다는 것은 경험칙상 이례적인 일이라 할 것이어서, 설문을 실시하지 아니하였거나 적어도 청구인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원청약서를 작성하는 가운데 설문을 실시하지 아니하였을 개연성이 높다 할 것이므로, 피고소인이 청구인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설문을 실시하고 원청약서를 작성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이 부분 증언에 대하여도 다시 조사하여 그 진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다. 고소사실(2)의(나)항 갱신청약서 부분
(1) 피고소인은, 청구인이 갱신청약서 작성일인 2003. 3. 4. 피고소인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충무로 3가 극동빌딩에서 AIG 보험회사의 대리점 교육을 받던 중, 피고소인을 직접 찾아와 청구인이 대리점 코드번호를 부여받지 못하였다고 하여 피고소인의 코드번호로 갱신청약서를 처리하였다고 진술하고, 이에 반하여 청구인은, 코드번호는 2002. 10. 19. 청구인이 AIG 보험회사 대리점을 개설하고 등록할 무렵 이미 부여받았고, 그럼에도 갱신청약서를 피고소인의 코드번호로 처리한 이유는 당시 발목 골절로 입원 중이었고 실제로 대리점 업무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며, 전화로만 피고소인에게 갱신청약 의사만을 밝히고 피고소인이 갱신청약서의 서명을 포함한 일체의 내용을 기재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2) 우선, 피고소인은 2003. 3. 4. 갱신청약서의 서명을 포함한 일체의 내용을 자신이 대필하였음을 인정하면서 당시 청구인을 직접 만나 갱신청약서를 작성하고 청구인의 얼굴이 좋아 보여 경기가 좋으냐고 물어보았다고 하나, 갱신청약서 작성시 청구인이 찾아와 대면하였다면 건강상태도 정상인 상황에서 갱신청약서의 서명까지 대필하여 주었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고, 오히려 병원에 입원 중이라서 갱신청약서 작성 시 피고소인을 직접 찾아가지 못하였고 그리하여 피고소인이 갱신청약서 작성을 비롯하여 코드번호의 입력처리를 해주었다는 청구인의 진술이 더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3) 위와 같은 사정에 더하여, 등록일자가 2002. 10. 19.인 AIG 대리점 등록증, 2003. 1. 3.부터 2003. 5. 15.까지 왼 발목 골절 등으로 입원하였다는 입원확인서, 2003. 1. 3. 오토바이 운전 중 사고로 왼 발목 골절을 당하였다며 AIG 보험회사에 접수시킨 상해사고·질병보고서 등 청구인의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제출되어 있으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AIG 대리점 코드번호가 부여된 날을 확인하고 갱신청약서가 작성된 2003. 3. 4.경 청구인의 치료 정도에 따른 외출 가능성 및 외출 자료를 확인하는 등 방법으로 당사자들 진술의 진위를 쉽게 가려볼 수 있음에도, 갱신청약서가 피고소인의 코드번호로 처리된 사실이 인정되고, 따라서 그 무렵 이미 대리점 코드번호를 취득하였다는 청구인의 진술이 허위라고 판단된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소인의 변소를 만연히 받아들여 더 이상의 조사를 하지 아니하고 이 부분에 대하여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수사상 형평성을 잃었거나 증거판단을 그르쳐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청구인이 서울서부지방검찰청 2006형제13290호 피고소인 임○진에 대한 위증 사건에 관하여 2006. 6. 28. 결정한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및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