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2007헌마1285 정신질환수용자를위한치료감호소미설치위헌확인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2005. 4. 22.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업무상횡령죄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어 공주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2005. 10. 21. 외부병원 진료에서 전치 6개월 이상을 요하는 ‘비특이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고, ‘수용자의료관리지침’에 의하여 2005. 11. 28. 정신질환자 집결 수용기관인 진주교도소로 이송되어 약 1년 6개월 정도 치료를 받은 후 2007. 4. 3. 정신과적 증상이 호전되었다는 진주교도소 소속 정신과 의무관의 진단에 따라 2007. 5. 14. 다시 공주교도소로 환소되어 2008. 4. 22. 만기출소하였다.
청구인은 위와 같이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국가가 정신질환 수용자를 위한 전문적인 치료시설인 치료감호소를 설치하지 않아 충분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여 행복추구권, 평등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보건권 등을 침해당하였다면서 2007. 11. 12. 이에 대한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국가가 정신질환 수용자를 위한 전문적인 치료시설인 치료감호소를 설치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관련규정의 내용은 [별지]와 같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은 업무상횡령죄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고 공주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중 정신질환이 발생하였으나 전문치료인력과 의료설비가 부족한 진주교도소로 이송되어 투약치료 이외에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는 현재 국가에서 형사피의자와 피고인들의 정신감정과 마약사범의 치료를 위해서는 별도로 전문치료시설인 국립법무병원을 설치·운영하고 있는 점과 비교할 때 정신질환 수용자를 차별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정신질환 수용자들도 충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적인 치료시설인 치료감호소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입법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청구인과 같은 정신질환 수용자의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보건권,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1) 적법성 요건에 대하여
(가) 청구인의 이사건 심판청구를 ‘진정입법부작위’로 본다면, 정신질환이 발생한 수용자를 위한 치료감호소를 설치하여야 할 헌법상의 명시적인 입법의무나 헌법 해석상 입법의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각하되어야 하고, 만약 ‘부진정입법부작위’로 본다면, 청구인은 2005. 10. 21.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 같은 해 11. 28. 진주교도소로 이송되었으므로 최소한 이 때에 청구인 주장의 기본권 침해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알았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심판청구는 그때부터 90일 또는 1년이 도과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한 2007. 11. 12.에 제기되었으므로 부적법하다.
(나) 청구인은 2008. 4. 22. 출소하여 현재는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를 받고 있지 않고,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 당시에는 진주교도소에서 약 1년 6개월 동안 치료를 받고 증상이 호전되어 공주교도소로 환소되었으므로 정신질환을 가진 수용자라고 볼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설령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종료되어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2) 본안에 대하여
(가) 국가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가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국가가 입법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다든가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한 경우에 한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있는데, 현재 국가는 정신질환 수용자의 치료를 위하여 의료교도소의 역할을 하고 있는 진주교도소를 설치·운영하고 있고, 행형법과 수용자 의료관리지침 등에서 필요한 규정들을 이미 두고 있으므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정신질환 수용자를 위하여 어떠한 방법을 사용할지 여부는 입법자의 재량영역에 속하는 문제이고, 정신질환 전문 치료감호소를 통한 치료청구권도 그와 같은 입법재량권의 행사에 의하여 제정된 법령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화되는 ‘법률상의 권리’이므로 청구인에게 정신질환 수용자의 치료감호소를 통한 치료청구권과 같은 적극적인 급부청구권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 정신질환 수용자와 심신장애 또는 약물중독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형사피의자 등은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비교의 대상이 되기 어렵고 설사 비교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차별이 자의적이지 않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라) 행복추구권은 국민이 국가권력의 간섭 없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의미의 자유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국가의 적극적인 급부행위인 정신질환 수용자를 위한 치료감호소를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3. 판 단
가. 넓은 의미의 입법부작위에는, 입법자가 헌법상 입법의무가 있는 어떤 사항에 관하여 전혀 입법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입법행위의 흠결이 있는 경우와 입법자가 어떤 사항에 관하여 입법은 하였으나 그 입법의 내용·범위·절차 등이 당해 사항을 불완전, 불충분 또는 불공정하게 규율함으로써 입법행위에 결함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전자를 진정입법부작위, 후자를 부진정입법부작위라고 한다( 헌재 1996. 10. 31. 94헌마108, 판례집 8-2, 480, 489; 헌재 2001. 6. 28., 2000헌마735, 판례집 13-1, 1431, 1437).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은 특정한 법률조항의 불완전성을 다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감생활 중 정신질환이 발생한 수용자를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 치료감호소를 설치하기 위한 입법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다투고 있으므로, 이는 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나. 어떠한 사항을 법규로 규율할 것인가의 여부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입법자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각종 고려하에서 정하여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므로, 국민이 국회에 대하여 일정한 입법을 해달라는 청원을 함은 별론으로 하고( 헌재 1992. 12. 24. 90헌마174, 판례집 4, 930, 938),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이거나,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 헌재 1989. 9. 29. 89헌마13, 판례집 1, 294, 296; 헌재 1994. 12. 29. 89헌마2, 판례집 6-2, 395, 405; 헌재 1996. 11. 28. 93헌마258, 판례집 8-2, 636, 643).
다. 이 사건에서 과연 입법자가 정신질환 수용자를 위해서 치료감호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입법을 하여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우선 헌법상 그러한 입법의무를 명시한 규정이 없다. 헌법 제36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하여, 국민이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국가적 급부와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이른바 ‘보건에 관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소극적으로 침해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보건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기는 하나( 헌재 1995. 4. 20. 91헌바11, 판례집 7-1, 478, 491; 헌재 1998. 7. 16. 96헌마246, 판례집 10-2, 283, 310 참조) 위 규정만으로는 헌법이 정신질환 수용자를 위하여 치료감호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법률을 만들어야 할 명시적인 입법의무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헌법해석상 그러한 입법의무도 인정할 수 없다. 헌법 제36조 제3항의 규정에 따라 국가는 정신질환 수용자를 비롯하여 교정시설에 수용된 국민에 대해서도 보건을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하지만, 정신질환 수용자를 위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치료체계를 갖출 것인지는 국가의 재정부담 능력, 국민감정 및 여러 가지 사회적, 경제적 사정 등을 참작하여 보건권의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입법자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정신질환 수용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별도의 치료감호시설을 설치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와 같이 진주교도소와 같은 특정교도소를 사실상의 의료교도소로 운영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더구나 현재도 정신질환 수용자를 위한 입법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구 행형법 제6장 “위생과 의료”의 장에서는 수용자의 위생과 의료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들을 두고 있고, 구 행형법시행령에서도 제103조(치료상의 조치), 제105조(일반병원이송의 조치) 등에서 정신질환 수용자를 포함한 질병이 발생한 수용자의 치료를 위해서 필요한 규정들을 두고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법령상의 규정 이외에도 ‘교도관직무규칙’, ‘수용자의료관리지침’ 등에서 각 교정시설에서는 정신질환 수용자가 발생하였을 경우 의료교도소 역할을 하는 진주교도소로 이송하여 집중적인 치료를 받도록 하는 등 정신질환 수용자를 위한 이송 및 치료체계가 이미 갖추어져 있다. 그리고 진주교도소에서는 정신질환 수용자의 진료와 관리를 위해 의무관 3명(신경정신과 전문의, 내과 전문의, 일반의 각 1명), 공중보건의사 3명(일반의 2명, 치과의 1명), 의료관련 직원 5명 등이 근무하면서 정신질환자 상담 등 진료를 화요일과 금요일 주 2회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외부병원과 계약을 맺고 약물치료와 종교치료, 음악치료, 원예치료 등 다양한 치료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실제로 청구인도 이러한 절차에 따라 진주교도소로 이송되어 약 1년 6개월 동안 치료를 받고 호전되었다는 진단에 따라 공주교도소로 환소 조치된 바 있다.
따라서 정신질환 수용자를 위하여 치료감호시설을 설치·운영하기 위한 근거 법률을 만들어야 할 입법의무가 헌법해석상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그렇다면, 정신질환수용자를 위한 치료감호시설 설치와 관련하여 헌법의 명시적인 입법위임도 존재하지 아니하고, 헌법해석상 그러한 입법의무가 새롭게 발생하는 것도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정신질환 수용자를 위한 치료감호소 미설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은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없어 허용되지 아니한다.
4. 결 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