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09. 3. 26. 선고 2006헌바57 결정 관세법제22조제2항위헌소원
각하
관세환급청구권 소멸시효 규정의 재판 전제성 부인 사례
결과 요약
- 당사자의 소멸시효 항변이 제기되지 아니한 당해 소송사건에서 관세환급청구가 기각된 이상, 관세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를 규정한 구 관세법 제22조 제2항은 당해 민사재판에 적용될 여지가 없어 재판의 전제성이 결여됨을 이유로 심판청구를 각하함.
사실관계
- 청구인은 2002. 7. 4.부터 2005. 10. 17.까지 총 19회에 걸쳐 이 사건 물품(BTXA)을 수입하며 세율 8%를 적용한 관세를 신고납부함.
- 2005. 11. 3. 경쟁사들이 동일 성분 물품에 대해 0% 관세율을 적용받은 사실을 알게 되어 세번부호 분석을 요청, 관세사의 과실로 잘못된 세율을 적용했음을 인지함.
- 2005. 11. 25. 경정청구기간(최초 납세신고일로부터 2년) 내의 8건에 대해 경정청구하여 과다납부 세액을 환급받음.
- 2006. 1. 2. 나머지 11건 중 경정청구기간이 경과한 9건에 대해 경정청구하였으나 거부됨.
- 2006. 2. 21. 이 사건 신고납부에 관하여 대한민국을 피고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06가소39913)을 제기함.
- 소송 계속 중 구 관세법 제22조 제2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서울중앙지방법원 2006카기4547)을 하였으나 2006. 5. 23. 기각되자, 2006. 7. 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함.
핵심 쟁점, 법리 및 법원의 판단
재판의 전제성
- 법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함.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것은 그 법률이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어야 하고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함.
- 판단: 당해 민사재판에서 당사자가 소멸시효의 항변을 제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기까지 한 점 등을 종합할 때, 법원이 청구기각판결에서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으나 청구인의 관세환급청구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기각된 것이 아니라 청구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음이 명백함. 따라서 관세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당해 민사재판에 적용될 여지는 전혀 없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결여되어 부적법함.
관련 판례 및 법령
- 헌법재판소 2008. 6. 26. 선고 2006헌바62
- 헌법재판소 2008. 7. 31. 선고 2004헌바28
- 구 관세법(2000. 12. 29. 법률 제6305호로 전부 개정되고, 2005. 7. 13. 법률 제75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관세징수권 등의 소멸시효) ② 납세자의 과오납금 기타 관세의 환급청구권은 이를 행사할 수 있는 날부터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 관세법(2005. 7. 13. 법률 제7581호로 개정되고, 2008. 12. 26. 법률 제92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관세징수권 등의 소멸시효) ② 납세자의 과오납금 기타 관세의 환급청구권은 이를 행사할 수 있는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 국세기본법(1974. 12. 21. 법률 제2679호로 제정된 것) 제54조(국세환급금의 소멸시효) ① 납세자의 국세환급금과 국세환급가산금에 관한 권리는 이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 지방세법(1994. 12. 22. 법률 제4794호로 개정된 것) 제30조의5(지방세징수권의 소멸시효 등) ② 지방자치단체의 징수금의 과오납으로 인하여 생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청구권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한 때에는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검토
- 본 판결은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당해 소송에서 해당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심판청구를 각하할 수 있음을 보여줌.
- 특히, 민사소송에서 당사자의 주장 및 소송 경과를 종합하여 법원의 판결 이유를 추론하고, 이를 통해 특정 법률조항의 적용 여부를 판단한 점이 주목됨.
- 소수의견은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완화하여 법률의 위헌성 심판이라는 규범통제 기능을 강조하였으나, 다수의견은 구체적 사건 해결이라는 헌법소원의 목적에 더 중점을 둔 것으로 보임.
판시사항
당해사건에 적용될 법률조항이 아니므로 재판의 전제성을 부인한 사례헌법재판소
결정
사건2006헌바57 관세법 제22조 제2항 위헌소원
청구인○○제약 주식회사
대표이사 김○욱
대리인 변호사 ○○○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의약품의 제조 및 수입, 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인바, 2002. 9. 18. 비티엑스에이(BTXA, 이하 ‘이 사건 물품’이라 한다)를 수입하면서 이 사건 물품의 세번부호가 3004.90-9900(기타 의약품)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세율 8%를 적용하여 계산한 관세 17,614,790원을 신고납부(이하 ‘이 사건 신고납부’라 한다)하는 등, 2002. 7. 4.부터 2005. 10. 17.까지 모두 19회에
걸쳐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하면서 이와 같이 세율 8%를 적용하여 계산한 관세를 신고납부하였다.
(2) 그후 청구인은 2005. 11. 3. 경쟁관계에 있는 청구외 주식회사 ○○상사와 한국○○ 주식회사가 각각 이 사건 물품과 같은 성분으로 구성된 보톡스와 디스포트의 세번부호를 3002.90-3090(색시토신 및 라이신 이외의 기타 독소, 톡소이드, 크리프독소 및 항독소)로 신고하여 0%의 관세율을 적용받은 사실을 알게 되자 서울세관장에 대하여 이 사건 물품의 세번부호 분석을 요청하였고, 그 결과 청구인이 신고를 의뢰하였던 관세사의 과실로 세번부호를 잘못 파악하여 잘못된 세율을 적용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2005. 11. 25. 위 19건의 신고납부 중 관세법 제38조의 3 제2항의 규정에 따른 경정청구기간인 최초로 납세신고를 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있는 8건에 대하여는 서울세관장에게 경정청구를 한 다음, 같은 해 12. 22.경 과다납부한 세액에 관한 경정처분을 받았다.
(3) 한편, 청구인은 2006. 1. 2. 나머지 신고납부 11건(19건-8건) 중 이 사건 신고납부를 포함하여 경정청구기간이 경과한 9건에 대하여도 서울세관장에게 경정청구를 하였다가 경정청구기간이 경과되었다는 이유로 경정이 거부되자, 2006. 2. 21. 이 사건 신고납부에 관하여 대한민국을 피고로 하여 관세과오납금의 환급금 및 환급가산금 합계 금 19,375,000원 등의 지급을 청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06가소39913호)를 제기하였고, 그 소송계속중 관세법 제22조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서울중앙지방법원 2006카기4547호)을 하였다가 2006. 5. 23. 기각되자, 같은 해 6. 8. 위 기각결정을 통지받고 같은 해 7. 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의 대상으로 납세자의 과오납금 기타 관세의 환급청구권에 관하여 3년의 소멸시효기간을 규정한 ‘관세법(2005. 7. 13. 법률 제7581호로 개정되고, 2008. 12. 26. 법률 제92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신 관세법’이라 한다) 제22조 제2항을 들고 있다.
그러나 신 관세법 부칙 제2항(관세의 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경과조치)에 의하면 제22조 제2항은 신 관세법의 시행일인 2005. 7. 13. 당시 이미 발생한 환급청구권으로서 종전의 ‘관세법(2000. 12. 29. 법률 제6305호로 전부 개정되고, 2005. 7. 13. 법률 제75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관세법’이
라 한다)’ 제22조 제2항에 따른 2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환급청구권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그런데 청구인이 주장하는 관세의 환급청구권은 그 관세의 오납부일인 2002. 9. 18. 이미 권리가 발생하여 그때로부터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고, 신 관세법의 시행일(2005. 7. 13.) 당시에는 이미 2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청구인 주장의 관세환급청구권에는 신 관세법 제22조 제2항(시효기간 3년)의 소멸시효 규정이 아니라 구 관세법 제22조 제2항(시효기간 2년)이 적용되어야 하고, 신 관세법 제22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관세 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 3년에 대하여 국세나 지방세 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5년) 및 관세 징수권의 소멸시효기간(5년)보다 단기로 규정하고 있어 위헌이라는 청구인의 주장 취지에는 당연히 그보다도 단기인 2년의 소멸시효기간을 규정한 구 관세법 제22조 제2항에 대해서도 위헌이라는 주장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와 같은 취지의 위헌제청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 역시 구 관세법 제22조 제2항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관세법 제22조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관세법(2000. 12. 29. 법률 제6305로 전부 개정되고, 2005. 7. 13. 법률 제75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관세징수권 등의 소멸시효) ② 납세자의 과오납금 기타 관세의 환급청구권은 이를 행사할 수 있는 날부터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관련조항]
관세법(2005. 7. 13. 법률 제7581호로 개정되고, 2008. 12. 26. 법률 제92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관세징수권 등의 소멸시효) ② 납세자의 과오납금 기타 관세의 환급청구권은 이를 행사할 수 있는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부 칙
①(시행일)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②(관세의 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경과조치) 이 법 시행 당시 이미 발생한 환급청구권으로서 종전의 규정에 따른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환급청구권에 대하여는 제22조 제2항의 개정규정을 적용한다.
국세기본법(1974. 12. 21. 법률 제2679호로 제정된 것) 제54조(국세환급금의 소멸시효) ① 납세자의 국세환급금과 국세환급가산금에 관한 권리는 이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지방세법(1994. 12. 22. 법률 제4794호로 개정된 것) 제30조의5(지방세징수권의 소멸시효 등) ② 지방자치단체의 징수금의 과오납으로 인하여 생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청구권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한 때에는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 이유 및 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납세자의 과오납금 기타 관세의 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을 국세나 지방세 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5년) 및 관세 징수권의 소멸시효기간(5년)보다 단기로 규정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관세납세자를 차별하여 평등원칙 및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고 또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관세납세자의 재산권 및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있다.
나. 법원의 제청신청기각결정의 이유요지
당해 사건은 소액사건으로 별다른 이유의 설시 없이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고 있다.
다. 재정경제부장관의 의견요지
청구인이 이 사건 신고납부를 하면서 이 사건 물품의 품목번호로 잘못 분류하여 세율적용을 그르친 하자가 있으나 이는 중대한 하자이기는 하지만 외형상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까지는 볼 수 없어서 당연 무효에 이를 정도의 하자라고 할 수 없고, 그 밖에 청구인의 이 사건 신고납부가 경정청구기간 내에 경정되었거나 직권 또는 쟁송에 의하여 관세부과처분이 취소된 바도 없어 청구인에게는 관세법 제22조 제2항 소정의 과오납금 기타 관세의 환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관세환급청구권이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적용될 뿐인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서 부적법하다.
3. 재판의 전제성에 관한 판단
가. 원 칙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하는바,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것은 그 법률이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어
야 하고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헌재 2008. 6. 26. 2006헌바62, 판례집 20-1하, 368, 372;헌재 2008. 7. 31. 2004헌바28, 공보 142, 1028, 1030)
나. 판 단
(1) 당해 사건에서 청구인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이 사건 신고납부가 중대 ㆍ명백한 하자로 당연 무효이므로 오납한 관세의 환급청구권이 발생하였음을 청구원인으로 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다음, 그 소송계속중에 역시 관세환급청구권이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그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제청을 신청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한민국이 이 사건 신고납부의 하자가 비록 중대하다고 할지라도 외형상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아 당연 무효라 할 수 없어 관세환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청구인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하고, 또한 관세환급청구권의 발생을 전제로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해 사건의 재판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자, 법원은 원고의 청구 및 위헌제청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다.
(2) 이와 같이 변론주의가 적용되는 당해 민사재판에서 당사자가 소멸시효의 항변을 제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당해 사건 재판에 대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기까지 하였던 점 등 당사자의 주장 및 소송경과를 종합하여 볼 때, 법원이 청구기각판결에서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청구인의 관세환급청구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기각된 것이 아니라 청구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음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당사자의 소멸시효 항변이 제기되지 아니한 당해 소송사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계없이 청구인의 관세환급청구가 기각된 이상, 관세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당해 민사재판에 적용될 여지는 전혀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해 사건의 재판과 관련하여 적용되는 법률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결여되어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재판관 조대현의 아래와 같은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가. 재판의 전제성에 관하여
헌법이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제도를 마련한 것은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을 실효시켜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위헌법률심판에 관하여 구체적 규범통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법원이 제청하거나 헌법소원의 형태로 청구할 때에 재판의 전제성을 요구하는 것은 구체적 규범통제제도의 요청이다.
헌법이 위헌법률심판의 요건으로 재판의 전제성을 요구하는 것은 법률의 위헌성이 구체적 사건에서 문제된 때에 비로소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위헌법률심판을 개시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것일 뿐, 위헌법률심판제도가 구체적인 분쟁의 해결이나 개인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위헌법률심판제도의 근본적인 목적은 어디까지나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을 제거하여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보장하는 것이지, 구체적인 분쟁 해결이나 개인의 권리보호에 있는 것이 아니다.
위헌법률심판 개시의 요건인 재판의 전제성을 엄격하게 요구하면, 법률에 대한 규범통제의 기능은 그만큼 축소되고, 헌법에 어긋나는 법률을 통제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범위가 커지게 된다. 법률에 대한 규범통제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위헌법률을 실효시켜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보장하려는 헌법의 기본정신에 부합된다고 보기 어렵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된 경우”(헌법 제107조 제1항)라 함은 어느 법률이 구체적인 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관계에 있고 그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논리적·추상적으로 재판의 의미와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와 같은 재판의 전제성이 있으면 헌법에서 정하는 위헌법률심판을 개시하기 위한 요건은 충족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위헌법률심판이 제청신청인이나 헌법소원 청구인을 유리하게 하거나 재심의 기회를 주는 경우라야 비로소 위헌법률심판을 개시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 위헌법률심판제도의 본질을 왜곡시켜 객관적인 규범통제보다도 주관적인 권리보호에 치중하는 제도로 변질시키게 될 것이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종래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는 재판의 전제성만 인정되면 더 나아가 심판청구의 이익이나 심판의 필요성에 관하여 따지지 않고 심판대상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여 왔던 것이다. 거꾸로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할 이익이 있어야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 사건 당해 소송에서 관세의 신고납부가 당연무효인지 여부와 관세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 여부는 모두 재판의 쟁점으로 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후자의 쟁점을 판단하는데 영향을 준다. 따라서 관세의 신고납부가 당연무효인지 여부에 대한 결론의 여하에 상관없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로 된다고 보아야 한다.
관세의 신고납부가 당연무효인지 여부는 당해 사건을 재판하는 법원의 몫이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법원이 관세의 신고납부가 당연무효인지 여부를 먼저 판단할지, 아니면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를 먼저 판단할지 여부도 법원의 판단에 맡겨진 사항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관세의 신고납부가 당연무효인지 여부를 따져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되는지 유무를 따지는 것은 부당하다.
다수의견은 당해 사건에서 관세청이 관세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항변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서 관세의 신고납부가 당연무효인지 여부가 쟁점이었다고 보지만, 당해 사건에서 소멸시효의 항변이 있었는지 여부는 헌법재판에서 살펴야 할 사항이 아닐 뿐만 아니라, 당해 사건의 판결에는 이유가 기재되지 아니하여 관세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가 쟁점이 아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당해 사건은 청구인이 신고납부한 관세 중에서 관세청이 관세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부분만 환급하고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한 부분은 환급하지 아니한 탓으로 소송으로 번진 사건이므로, 관세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가 처음부터 쟁점으로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로 된다고 보고, 본안에 들어가 심판하여야 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관세를 과오납한 경우에 그 환급을 청구할 수 있는데, 그 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가, 2005. 7. 13. 개정되어 3년으로 늘어났고, 2008. 12. 26. 개정되어 5년으로 늘어났다.
이에 비하여 관세징수권의 소멸시효기간은 5년(관세법 제22조 제1항)이고, 국세나 지방세의 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도 5년(국세기본법 제54조 제1항, 지방세법 제30조의5 제2항)이다.
관세의 부과징수나 신고납부는 납세의무자에게 아무런 대가도 없이 국가권력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금전적 손실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법률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하고(조세법률주의), 관세의 부과징수나 신고납부가 법률의 근거 없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러한 잘못이 중대하거나 명백한 것인지의 여부를 따지지 말고 환급하여야 한다. 환급청구가 없더라도 빠짐없이 환급함이 마땅하다. 과오납 관세의 환급의무는 조세행정에 관하여 엄격한 법치행정을 요구하는 조세법률주의의 요구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여야 하는 국가의 의무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따라서 관세가 과오납된 경우에 그 환급청구권을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세법률주의의 요청에 어긋나고 관세를 과오납한 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관세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을 관세징수권의 소멸시효기간보다 짧게 규정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국세·지방세 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보다 짧게 규정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관세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것은 과오납된 관세의 환급을 요구하는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헌법 제37조 제2항이 요구하는 기본권 제한사유(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도 없이 관세환급청구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