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특경법 제4조 제1항의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법령에 위반하여”라는 부분은 법률의 합리적 해석을 통하여 수범자로 하여금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고, 법률에서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입법형식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성된 구성요건을 구비하고 있는 것으로 그 법령의 적용과 관련하여 다른 법령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입법자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도피금액이 형벌의 범위를 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틀림없으므로, 도피금액을 기준으로 한 단계적 가중처벌에는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형벌과 책임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구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1항에서 규정된 신고 및 허가 요건은 법률에 의하여 대통령령에 위임된 부분으로서 대통령령에 의하여 구체화될 것이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재정경제원장관이 신고 및 허가사항으로 정할 수 있는 거래범위를 세 가지 경우로 한정한 후, 그 구체적 경우를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한 위 법률조항은 대통령령이 정할 처벌대상행위의 범위가 어떠한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예측될 수 있다 할 것이고, 위 법률조항이 구성요건을 이루는 특경법 제4조에 의하여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이 명백하므로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반대의견 [ 특경법 제4조 제2항 제1호에 관하여]
특경법 제4조 제2항 제1호는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여 행위자의 책임과 형벌 사이에 비례관계가 준수되지 않게 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실질적 법치국가 이념에 어긋나고,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여 과잉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며,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배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중 ‘법령에 위반하여’ 부분, 같은 법 제4조 제2항 제1호 및 구 외국환관리법(1997. 12. 13. 법률 제54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1996. 5.경부터 ○○은행에서 시설수입대금을 가장하여 총 9회에 걸쳐 미화 합계금 165,926,739.50달러를 해외로 송금하고, 1997. 8.경부터 국제적 조세 회피지역인 영국령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 그랜드 밀레니엄 펀드 명의로 해외에서 지분증권을 발행한 후 위 지분증권 매입을 위하여 총 2회에 걸쳐 1억 달러 상당을 송금함으로써 법령에 위반하여 재산을 해외에 도피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다.
(2) 청구인은 2006. 1. 13.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구 외국환관리규정의 상위법령인 구 외국환관리법(1997. 12. 13. 법률 제54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국환관리법’이라 한다) 제17조 제1항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과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같은 법원에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서울고등법원 2005초기129, 2005초기182)이 같은 날 기각되자, 당해 사건 상고심 계속 중인 같은 해 2. 10.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위 조항들에 대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중 ‘법령에 위반하여’ 부분, 같은 법 제4조 제2항 제1호 및 구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청구인은 특경법 제4조 제1항 및 제2항 전부의 위헌을 구하고 있으나, 청구인의 청구이유와 청구인에게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조항을 살펴보면 위와 같이 심판대상을 한정함이 상당하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특경법 제4조(재산국외도피의 죄) ① 법령에 위반하여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을 국외에 이동하거나 국내에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하여 도피시킨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당해 범죄행위의 목적물의 가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경우 당해 범죄행위의 목적물의 가액(이하 “도피액”이라 한다)이 5억 원 이상인 때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가중 처벌한다.
1.도피액이 50억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구 외국환 관리법(1997. 12. 13. 법률 제5453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제17조(지급 등의 신고 또는 허가)
① 재정경제원장관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국내로부터 외국에 지급하고자 하는 거주자 및 비거주자 또는 비거주자에게 지급하거나 비거주자로부터 영수하고자 하는 거주자로 하여금 당해 지급 또는 영수(이하 “지급등”이라 한다)를 함에 있어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구분에 의하여 재정경제원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거나 재정경제원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할 수 있다.
1. 국제수지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2. 이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3. 조약 및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의 성실한 이행 또는 국제경제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관련조항]
특경법 제4조(재산국외도피의 죄) ② 제1항의 경우 당해 범죄행위의 목적물의 가액(이하 “도피액”이라 한다)이 5억 원 이상인 때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가중 처벌한다.
2. 도피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구 외국환관리법 시행령(1997. 11. 29. 대통령령 제155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지급등의 신고 또는 허가) ① 재정경제원장관은 법 제17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다음 각 호의 기준에 의하여 신고를 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할 지급 또는 영수(이하 “지급등”이라 한다)의 종류와 범위를 정하여 고시하여야 한다.
1. 신고대상 지급등:거래가 정형화되어 있어 지급 등의 목적이 분명하고 자본의 불법유출·유입의 가능성이 적다고 인정되는 지급등.
2. 허가대상 지급등:과다한 외화유출 및 자본의 불법유출·유입의 가능성이 큰 지급등으로서 법의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급등.
구 외국환관리규정(1996. 6. 1. 재정경제원 고시 제1996-13호) 제6-15조의3(한국은행 총재의 허가) 거주자 또는 비거주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지급 등을 하는 경우에는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외국인 거주자 또는 비거주자가 제6-4조 제1항 및 제6-5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한도 내에서 지급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외국환 은행의 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15. 당해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채권의 발생 등에 관한 거래와 관련이 없는 지급.
2. 청구인 주장의 요지,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 주장의 요지
(1) 특경법 제4조 제1항의 위헌성
특경법 제4조 제1항에서 ‘법령에 위반하여’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위 법령의 구체적인 범위는 물론 그 범위를 한정할 수 있는 기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고, 예측할 수 있는 어떠한 기준을 정함이 없이 범죄의 요건을 하위의 법규명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이어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포괄위임입법금지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
(2) 특경법 제4조 제2항의 위헌성
특경법 제4조 제2항 제1호는 법령 위반의 가벌성 등에 현저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그 도피액이 50억 원을 넘을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가벌성의 경중이 다른 무수한 행위를 ‘도피액’이라는 하나의 요소로만 파악하여 법령 위반의 태양 및 정도를 구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법정형을 규정함으로써 죄형의 균형을 이루고 있지 못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
(3) 구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1항의 위헌성
구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1항은 처벌법규의 내용이 전혀 구체적으로 법정되어 있지 않고 하위법령에 의하여서도 보충되지 않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1) 특경법 제4조 제1항 및 제2항의 위헌 여부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의하여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법령에 위반하여”라는 부분은 “외국환관리에 관한 법령에 위반하여”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고, 좀 더 넓게 본다고 하더라도 “재산의 국외이동을 금지하는 법령에 위반하여”라는 의미로 한정하여 해석할 수 있을 것이므로 합헌적 법률해석론과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라는 측면에서 볼 때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나) 특경법 제4조 제1항이 포괄적 위임에 해당하는지 살펴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문언 자체에 의하더라도 범죄의 구성요건 중 일부를 대통령 또는 행정부의 명령에 위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 않으므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논할 수 있는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가사 그렇지 아니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위임의 범위는 재산의 국외이동, 보다 구체적으로는 외국환 관리에 관한 것임이 명백하므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초과하지 아니하였다.
(다)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입법자들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고,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 등에 비추어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2) 구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1항의 위헌 여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행위의 태양에 대한 개념이 명확한 점, 입법기술상 어느 정도 포괄적인 개념의 규정을 두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구 외국환관리법의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관련 법률조항들의 전체적·유기적 관계를 종합하여 볼 때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는 하위규범으로 규정할 대상인 행위의 태양이 미리 정해져 있고, 그 위임에 따라 구체적으로 허가 및 신고대상을 규정함에 있어 수임기관이 따라야 할 요건 및 기준도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을 정도로 제시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포괄적 위임입법의 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 특경법 제4조 제1항의 위헌 여부
(1) 명확성원칙의 위반 여부
헌법 제12조 및 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헌재 2006. 7. 27. 2004헌바46, 판례집 18-2, 68, 73).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헌재 1989. 12. 22. 88헌가13, 판례집 1, 357, 383; 헌재 2000. 6. 29. 98헌가10, 판례집 12-1, 741, 748; 헌재 2006. 7. 27. 2004헌바46, 판례집 18-2, 68, 73). 그리고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ㆍ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 다시 말하면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할 수 있는데,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하게 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판례집 17-1, 812, 821-822).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법령에 위반하여”라는 부분이 다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부분이 범죄구성요건 중 행위태양인 “국외 이동 또는 국외 도피” 부분을 수식·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의 합리적 해석을 통하여 이 때의 ‘법령’은 ‘외국환 관리에 관한 법률과 법규명령’이라고 쉽게 예측될 수 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수범자로 하여금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규정되었다 할 것이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2)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위반 여부
헌법 제75조는 "법률에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도록 하였는바, 이는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이미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 내지 기본적 윤곽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헌재 1996. 8. 29. 95헌바36, 판례집 8-2, 90, 99). 그러나 특경법 제4조 제1항의 "법령에 위반하여"라는 범죄구성요건은 법률에서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입법형식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성된 구성요건을 구비하고 있는 것이고, 다만 그 법령의 적용과 관련하여 다른 법령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위 법률조항은 위임입법이 아니므로 이를 전제로 한 포괄위임입법금지 위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특경법 제4조 제2항 제1호의 위헌 여부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헌재 1992. 4. 28. 90헌바24, 판례집 4, 225, 229; 헌재 1995. 4. 20. 91헌바11, 판례집 7-1, 478, 487; 헌재 1995. 10. 26. 92헌바45, 판례집 7-2, 397, 404; 헌재 1999. 5. 27. 98헌바26, 판례집 11-1, 622, 629).
특경법은, 건전한 국민경제윤리에 반하는 특정경제범죄에 대한 가중처벌을 통하여 경제질서를 확립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법 제1조), 그 중 제4조는 재산국외도피사범에 대한 법정형을 강화하고( 법 제4조 제1항) 그 도피금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법 제4조 제2항 제2호), 도피금액이 50억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같은 항 제1호) 각 처하도록 가중처벌함으로써 국가재산의 국외유출을 차단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와 같이 특경법 제4조 제2항 제1호가 50억 원 이상의 재산국외도피사범에 대하여 특히 가중처벌하고 있다 하더라도, 재산국외도피사범에 대한 처벌규정이 너무 가벼워서 범죄예방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이를 입법하게 된 배경, 현재 우리 나라 국민의 평균적 소득수준에 비추어 볼 때 50억 원의 경제적 가치, 거액의 재산국외도피사범에 대한 국민 일반의 법감정,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위 법률조항의 법정형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것이라거나 범행자를 책임 이상으로 과잉처벌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물론 법정형은 법관으로 하여금 구체적 사건의 정상에 따라 그에 알맞는 적정한 선고형을 이끌어 낼 수 있게끔 되도록 폭넓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입법자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특경법 제4조 제2항 제1호의 경우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게 규정함으로써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법관이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거액의 재산국외도피사범에 대하여 그 위법성과 비난가능성의 정도를 높게 평가하여 징벌의 강도를 높이고자 한 입법자의 결단이라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입법자의 결단은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자의적인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나아가 재산국외도피범은 재정범으로서 일반형사범에 비하여 범행의 동기나 행위의 태양 등이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고, 그것이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와 피해는 도피금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심화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비록 도피금액의 다과만이 죄의 경중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도피금액이 형벌의 범위를 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므로 위 법률조항과 같이 도피금액을 기준으로 한 단계적 가중처벌에는 수긍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형벌과 책임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거나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다. 구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1항의 위헌 여부
(1) 명확성원칙의 위반 여부
구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1항은, “재정경제원장관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국내로부터 외국에 지급하고자 하는 거주자 및 비거주자 또는 비거주자에게 지급하거나 비거주자로부터 영수하고자 하는 거주자로 하여금 당해 지급 또는 영수(이하 “지급등”이라 한다)를 함에 있어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구분에 의하여 재정경제원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거나 재정경제원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할 수 있다. 1. 국제수지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2. 이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3. 조약 및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의 성실한 이행 또는 국제경제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조항은 특경법 제4조 제1항 중 ‘법령에 위반하여’라는 범죄구성요건을 이루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지가 문제된다.살피건대, 위 조항 중 제1호 내지 제3호에 규정된 신고 및 허가 요건이 그 자체로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점은 인정되나, 이는 법률에 의하여 대통령령에 위임된 부분으로서 대통령령에 의하여 구체화 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법률이 신고 및 허가 요건에 관하여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뒤에서 보는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반하였는지에 관한 문제라고 할 것이다).
(2)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위반 여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 제75조는 위임입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 범위와 한계를 정하고 있다. 즉 법률의 대통령령에 대한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하여져야 하고 일반적·포괄적인 위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특히 우리 헌법 제12조 및 제13조에서 천명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처벌법규에 관한 위임입법은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수권법률에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일 거라고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규정되고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이 명백하여야만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헌재 2004. 9. 23. 2002헌가26 판례집 16-2, 394, 399; 헌재 1995. 10. 26. 93헌바62, 판례집 7-2, 419, 429; 헌재 1996. 2. 29. 94헌마213, 판례집 8-1, 147, 158-159).
외국환의 지급과 영수는 그 행위의 원인이 되는 거래형태와 방법이 다양할 뿐 아니라 외국환거래시장 자체가 유동적이고 급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바, 이러한 상태에서 규제의 대상과 범위를 모두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두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고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비효율적이다. 그러므로 급변하는 국제통화시장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는 행정권에 대한 위임입법은 불가피하다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재정경제원장관이 신고 및 허가사항으로 정할 수 있는 거래범위를 세 가지 경우로 한정한 후, 그 구체적 경우를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였는바, 이로써 대통령령이 정할 처벌대상행위의 범위가 어떠한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예측될 수 있다 할 것이고, 위 법률조항이 구성요건을 이루는 특경법 제4조에 의하여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이 명백하므로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 특경법 제4조 제2항 제1호 부분”에 관한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아래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 중 “ 특경법 제4조 제2항 제1호”(이하 ‘위 조항’이라 한다)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위헌의견을 밝힌다.
가. 형벌의 한계
(1)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작용인 형벌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바, 이를 위하여 책임 없이는 형벌을 받지 아니한다는 책임원칙에 구속되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후·보충적으로 발동되어야 하며, 실효성을 넘는 과중한 형벌이 부과되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2) 물론 형벌에 대한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가 입법재량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입법재량은 위와 같은 한계를 넘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으므로,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에는 헌법 제10조에 의한 내재적 한계 이외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합리적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고,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하며, 헌법 제11조의 실질적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여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위 조항을 포함한 특별형벌법과 같이 중벌(重罰)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헌재 2006. 4. 27. 2006헌가5, 판례집 18-1상, 491, 497 참조).
(3) 우리 재판소도 이러한 이유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2항 제1호에 대한 헌법소원사건( 헌재 1992. 4. 28. 90헌바24, 판례집 4, 225-254),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위헌소원사건( 헌재 2003. 11. 27. 2002헌바24, 판례집 15-2하, 242-257), ‘폭력행위등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항 중 협박죄 부분에 대한 위헌제청사건( 헌재 2004. 12. 16. 2003헌가12, 판례집 16-2하, 446-460),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4항 제1호 등 위헌제청사건( 위 2006헌가5 결정, 판례집 18-1상, 491-502) 등에서 해당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을 선언한 바 있다.
(4) 그러므로 위 조항이 위헌인지 여부는 위와 같은 헌법상 원리와 우리 재판소 선례의 진정한 취지에 비추어 판단되어야 한다.
나. 책임과 형벌 간 비례의 원칙 준수 여부
(1) 범죄와 형벌의 균형은 헌법질서에 기초한 그 시대의 가치체계와 일치되어야 하고, 특별한 이유로 형을 가중하는 경우에도 형벌의 양은 책임의 정도를 초과해서는 아니된다( 헌재 2004. 12. 16. 2003헌가12, 판례집 16-2하, 446, 457-458 참조).
(2) 위 조항은 1983. 12. 31. 건전한 국민경제윤리에 반하는 재산국외도피사범에 대한 법정형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경제질서의 확립을 도모한다는 일반예방적 목적으로 제정되었는바, 도피액이 1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일 때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10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때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에, 50억 원 이상일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각 처하도록 하였다( 구 특경법 제4조 제2항). 그 후 국민경제규모의 확대와 외환거래량의 증가에 따라 가중대상금액과 법정형이 너무 지나치다는 인식 아래 이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기 위하여 1990. 12. 31. 법률 제4292호로 위 조항을 현행과 같이 개정하였다. 즉 재산국외도피액이 50억 원 이상인 경우에 사형을 삭제하여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였고, 도피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였으며, 도피액이 5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가중처벌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이 개정된 이후 17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우리 나라의 경제규모와 외환거래규모는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또한 그 기간 동안의 물가 상승, 환율의 변동, 우리 나라의 외환보유고 증가, 해외자본의 국내유입과 우리 자본의 해외투자 활성화 등 외국환에 관한 제반 환경의 변동을 고려할 때, 외환사범에 관한 1990년 당시의 비난가능성이 현재까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는 없다할 것이다.
(3) 우선 형사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위 조항의 입법취지, 즉 강한 엄벌주의를 통하여 달성하려고 했던 일반예방의 목적이 달성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양형실무상 위와 같은 엄벌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작량감경이 일상화되어 있어 감경없이 선고되는 사례가 극히 이례적인 실정이다. 실효성 없는 형벌은 법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법질서의 영속성과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뿐 아니라, 형벌의 일반예방적 기능까지 해치게 되는 것이다.
(4) 한편 위 조항은 법익침해의 정도, 즉 재산국외도피액만을 지나치게 중시하여 법관의 양형선택 및 판단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즉 입법자는, 법관이 구체적 사건에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합리적이고 적정한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법정형을 정하여야 하는데, 위 조항에 의하면 만일 도피액이 50억 원 이상이고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법관이 법령위반사항이 허가사항인지 신고사항인지(현행 외국환관리법 시행령에 의하면, 거래가 정형화되어 있어 지급 등의 목적이 분명하고 자본의 불법유출·유입의 가능성이 적다고 인정되는 지급 등을 ‘신고대상’으로, 과다한 외화유출 및 자본의 불법유출·유입의 가능성이 큰 지급 등으로서 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급 등을 ‘허가대상’으로 규정하여 양자간 가벌성의 차이를 명백히 하고 있다), 범행의 동기, 범인의 성행, 전과 유무 등을 고려할 여지도 없이 집행유예조차 선고할 수 없게 함으로써 법관의 양형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5) 결국 위 조항은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도한 법정형을 규정함으로써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에 반하고, 법관의 양형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 할 것이다.
다. 형벌체계상 균형성 및 평등원칙 위반 여부
(1) 외환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외환거래의 경우 위 조항의 구성요건이 되는 재산국외도피액은 당해 외환의 환율에 따라 연동(連動)되어 항상 유동적이고 불확정적이라 할 것이나, 위 조항과 같이 도피액만을 기준으로 차등적 처벌을 하다 보니 동일한 죄질의 범죄가 시기에 따라 위 조항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결정되는 차별이 발생하게 된다.
(2) 또한 위 조항이 재산국외도피액만을 기준으로 법정형을 정하다 보니, 동일한 범죄가 포괄일죄로 의율(擬律)되는지 혹은 경합범으로 의율되는지에 따라 지나치게 현저한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10억 원 미만의 여러 차례 재산 도피를 하여 그 합계가 50억 원에 이른 경우에, 만일 경합범으로 의율되면 처단형이 7년 6월 이하의 징역형인 반면, 포괄일죄로 의율되면 법정형이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되는바, 공소제기기관에 의하여 어떻게 의율되는지에 따라 생기는 이러한 차이는 헌법이 허용하는 합리적 범위를 초과한다 할 것이다.
(3) 결국 위 조항은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하게’라는 실질적 평등원칙에 어긋나고,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은 입법형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라. 결 론
따라서 우리는, 위 조항이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여 행위자의 책임과 형벌 사이에 비례관계가 준수되지 않게 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실질적 법치국가 이념에 어긋나고,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여 과잉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며,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등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