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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가.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의 근거가 되는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하 ‘반민규명법‘이라 한다) 관련 법률조항이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을 받은 청구인의 인격권 등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였는지 여부(소극) 나.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의 법적 성격과 반민규명법 제2조 내지 제5조, 제19조 내지 제21조, 제24조 내지 제28조가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소극) 다. 반민규명위원회의 위원이 되기 위한 적극적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청구인이 반민규명위원회의 위원의 소극적 요건을 규정한 반민규명법 제9조 제1항 제5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할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 이 사건에서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을 통한 청구인의 인격권 및 평등권 침해는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의 근거가 된 법률조항, 즉 반민규명법 제2조 제6호, 제13호, 제19호, 제20호, 제19조, 제25조 내지 제28조 등 법률조항 자체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반민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결정과 이에 수반되는 조사 보고서 및 사료의 공개라는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매개로 하여 비로소 발생하게 된 것이고, 이에 대하여는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이라는 구체적 집행행위에 대한 일반 행정쟁송의 방법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다. 나. 친일반민족행위결정으로 인하여 조사 대상자 및 그 후손의 인격권이 제한받게 되더라도 이는 부수적 결과에 불과할 뿐, 이것을 두고 일종의 형벌로서 ‘수치형’이나 ‘명예형’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을 형벌의 일종인 명예형으로 볼 수 없는 이상, 이와는 달리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이 형벌의 일종인 명예형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위 법률조항들이 적법절차의 원칙 등 헌법원리에 위배하여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기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재판청구권 침해의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 다. 반민규명위원회의 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반민규명법 제5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청구인은 반민규명위원회의 위원이 되기 위한 적극적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므로, 반민규명위원회의 위원이 되기 위한 소극적 요건을 규정한 반민규명법 제9조 제1항 제5호에 대해서는 이를 다툴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

참조조문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2006. 4. 28 법률 제7937호로 개정된 것) 제2조 내지 제5조, 제9조 제1항 제5호, 제19조 내지 제21조, 제24조 내지 제28조

참조판례

가. 헌재 2001. 9. 27. 2000헌마238등, 판례집 13-2, 383, 405-406 나. 헌재 2003. 6. 26. 2002헌가14, 판례집 15-1, 640-641 다. 헌재 1997. 1. 16. 90헌마110, 판례집 9-1, 90, 107

사건
2006헌마1298 일제강점하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위헌확인
청구인
이○ (대리인 법무법인 ○ 담당변호사 ○○○○ ○○)
판결선고
2009. 09. 24.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망 이○면(李○冕, 이명 李○)은 1845. 7. 20.경 ○○대원군 이○응의 장남으로 출생하였다가 1912. 9. 9. 사망하였고, 망 이○용(李○鎔, 이명 李○)은 1870. 6. 25. 이○면의 아들로 출생하였다가 1917. 3. 22. 사망하였으며, 청구인은 망 이○면의 증손자, 망 이○용의 손자이다. (2)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하 ‘반민규명법’이라 한다)에 따라 설치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이하 ‘반민규명위원회’라 한다)는 반민규명법에 따른 조사를 거쳐 2006. 9. 11. 아래와 같은 이○면과 이○용의 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 한다)하였다. (가) 이○면은 1910. 8. 22. 한일합병조약 체결에 관한 어전회의에 황족대표로 참석하여 조약 체결에 동의하였고( 반민규명법 제2조 제6호 소정의 행위에 해당함), 일본정부로부터 1911. 1. 13. 83만 원의 은사공채를 수령하고, 1912. 8. 1. 한국병합기념장을 수령하였다( 반민규명법 제2조 제19호 소정의 행위에 해당함). (나) 이○용은 일본의 시조신과 단군을 함께 배양할 신궁을 건설한 목적으로 조직된 ○○봉경회의 총재로 1909. 8.경부터 1910. 8.경까지 활동하면서 그 운영을 주도하였고( 반민규명법 제2조 제13호· 제20호 소정의 행위에 해당함), 신궁건축지에 일선동조론을 주창하는 내용의 상량문을 게재하기도 하였으며( 반민규명법 제2조 제13호, 제20호 소정의 행위에 해당함), 일본정부로부터 1911. 1.경 16만 8천엔의 은사금 및 1912. 8. 1. 한국병합기념장을 각 수령하였다( 반민규명법 제2조 제19호 소정의 행위에 해당함). (3) 반민규명위원회는 위와 같이 조사내용을 확정하여 2006. 9. 18. 이를 청구인에게 통지하였고, 이에 청구인은 2006. 11. 17. 반민규명법에 의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당하였다면서 반민규명법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면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서에 기재된 청구취지에 구애됨이 없이 청구인의 주장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심판대상을 확정하여야 한다( 헌재 1998. 10. 15. 98헌마168, 판례집 10-2, 586, 589 참조). 그런데 청구인은 반민규명법(2006. 4. 28. 법률 제7937호로 개정된 것) 전체가 자신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반민규명법 중 제2조 내지 제5조, 제9조 제1항 제5호, 제19조 내지 제21조, 제24조 내지 제28조에 대한 위헌사유만을 주장하고 있을 뿐 나머지 법률조항에 대하여는 구체적 위헌사유를 주장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반민규명법 제2조 내지 제5조, 제9조 제1항 제5호, 제19조 내지 제21조, 제24조 내지 제28조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의 여부로 한정한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헌법 제10조에서 유래하는 인격권의 침해 반민규명법 제2조에서는 행위의 동기나 내용과 무관하게 일정한 행위유형을 열거한 후 이에 해당하면 친일반민족행위로 간주하여 단죄하고 있고, 반민규명법 제25조 내지 제27조는 더 나아가 국가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조사결과를 보고하고 사료를 편찬하여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바, 친일행위규명이라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친일행적에 대하여 객관적인 조사 자체로 충분한 것이므로, 이는 기본권제한에 있어 수단의 적합성 및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따라서 반민규명법 제2조, 제25조 내지 제27조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조사 대상자 및 그 후손이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가지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이다. (2) 적법절차의 원칙, 형벌불소급의 원칙 위배 및 재판청구권의 침해 반민규명위원회에 의한 조사결과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은, 조사 대상자를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결정하는 것으로서 조사 대상자에 대하여 형벌의 성격을 가지는 치욕형으로서의 명예형을 선고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는 사후입법을 통한 형사처벌에 해당하여 반민규명법 제2조, 제19조 내지 제21조, 제25조 내지 제28조는 헌법 제13조 제1항의 형벌불소급 원칙에 반하는 것이고, 또한, 반민규명위원회의 구성과 조직, 조사절차, 이의신청절차 등에 관한 반민규명법 제3조 내지 제5조, 제19조, 제21조, 제24조 내지 제28조는 형벌의 선고를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서 재판절차에 의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의 원리에 위배되고 헌법 제27조 제1항의 법관에 의하여 대심구조에 의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도 침해하는 것이다. (3) 연좌제금지원칙 위배 및 공무담임권 침해 반민규명법 제9조 제1항 제5호는 본인의 부모 또는 조부모가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경우에는 반민규명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연좌제 금지를 규정한 헌법 제13조 제3항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이다. (4) 평등권 침해 및 특수계급의 창설 반민규명법 제2조, 제9조 제1항 제5호, 제19조, 제25조 내지 제28조는 친일반민족 행위자 내지는 그 후손이라는 특수한 신분계급을 창설하여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과 결합하여 그들의 사유재산을 소급입법을 통하여 박탈하고, 반민규명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손”이라는 신분을 설정하는 행위로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임은 물론 헌법 제11조 제2항이 금지하는 특수계급을 창설하는 것이므로 위헌이다. 나. 반민규명위원회위원장의 의견요지 (1) 심판청구의 적법성에 대한 의견 반민규명법은 조사 대상자의 과거행위를 조사하여 그 성격을 평가할 뿐 그 후손인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예정하고 있지 않고, 헌법 제10조의 인격권의 범위에 가문의 명예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며, 반민규명법 제9조 제1항 제5호는 연좌제에 해당하지도 아니하므로, 반민규명법은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청구인과 법적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 또한, 청구인에 대한 기본권침해는 집행행위인 이 사건 결정에 의하여 직접 침해되는 것이고 이는 행정소송을 통하여 다툴 수 있는 것이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직접성의 요건을 결여한 것이다. (2) 본안에 대한 의견 반민규명법은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을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그 조사절차도 객관적이고도 공정하게 규율되어 있는 점, 친일반민족행위라는 조사결과의 확정이 형사처벌이 될 수도 없는 것임은 물론 이에 대한 이의신청절차 및 법원에의 불복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점, 반민규명위원회의 위원은 일정한 자격 및 선출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고 조사 대상자와 친족관계가 있는 경우 등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제척, 기피, 회피제도가 규정되어 있으며, 설사 공무담임권의 일부 제한이라고 본다 하더라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이라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합리적인 기본권제한인 점, 반민규명법 어디에도 특수계급을 창설하거나 특혜나 특권, 차별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하면, 반민규명법은 청구인의 인격권, 재판청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거나 연좌제금지조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3. 반민규명법의 제·개정 경과와 다른 법률과의 관계 등 가. 반민규명법은 친일반민족행위에 관한 진상을 정부차원에서 규명하기 위하여 특별법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반민족행위의 진상을 조사한 후 그 결과를 사료로 남겨둠으로써 왜곡된 역사와 민족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고 이를 후세의 교훈으로 삼으려는 목적 하에 2003. 8. 14. 국회의원 김희선 등 155인이 발의하여 2004. 3. 2. 국회본회의에서 재석 163인 중 찬성 151인으로 수정가결되고, 2004. 3. 22. 법률 제7203호로 제정, 공포되었다. 그런데 위 법률안의 통과과정에서 반민규명법이 친일반민족행위의 진상을 규명하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음에 따라 반민규명법의 시행일 이전에 여야로부터 각기 개정안이 발의되어 공청회 및 토론회 등을 거쳐 마련된 개정안이 2004. 12. 29. 국회본회의에서 재석 226인 중 찬성 167인으로 수정가결되어 2005. 1. 27. 법률 제7361호로 공포, 시행되었고, 이에 근거하여 2005. 5. 31. 반민규명위원회가 발족하였다. 나. 반민규명법은 제2조에서 친일반민족행위에 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를 제1호에서 제20호까지 열거하고 있고, 친일반민족행위의 진상규명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반민규명위원회를 설치하며( 반민규명법 제3조), 반민규명위원회에서는 조사 대상자를 선정하고 필요한 조사를 거쳐 조사 대상자의 친일반민족행위 여부를 결정한다( 반민규명법 제4조, 제19조 등). 또한, 반민규명위원회는 위원회 활동을 조사보고서로 작성하여 매년 대통령 및 국회에 보고하고( 반민규명법 제25조),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사료를 편찬하며( 반민규명법 제26조), 위 조사보고서와 사료를 공개하여야 한다( 반민규명법 제27조). 따라서, 반민규명법은 친일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친일행위자에 대한 처벌과 재산을 몰수하는 내용을 규정하였던 반민족행위처벌법(1948. 9. 22. 법률 제3호로 제정된 것)과는 그 법적평가 또는 법률효과의 차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 한편, 국회는 반민규명법과는 별도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2005. 12. 29. 법률 제7769호로 제정된 것, 이하 ‘친일재산귀속법’이라고만 한다)을 제정하였다. 친일재산귀속법에서는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대상인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첫째, 반민규명법 제2조 제6호 내지 제9호의 행위를 한 자( 제9호에 규정된 참의에는 찬의와 부찬의를 포함한다). 다만, 이에 해당하는 자라 하더라도 작위를 거부·반납하거나 후에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한 자 등으로 제4조의 규정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결정한 자는 예외로 한다. 둘째, 반민규명법 제2조의 규정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자 중 제4조의 규정에 따른 반민규명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독립운동 또는 항일운동에 참여한 자 및 그 가족을 살상·처형·학대 또는 체포하거나 이를 지시 또는 명령한 자 등 친일의 정도가 지극히 중대하다고 인정된 자」로 정의하고(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 이들이 친일의 대가로 취득하거나 상속받은 재산 또는 친일재산임을 알면서 유증·증여를 받은 재산은 친일재산으로 규정하며(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2호),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조사 및 선정,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조사 및 친일재산 여부의 결정 등 친일재산의 조사 및 처리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하여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친일재산귀속법 제4조, 제5조)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입법자는 반민규명법과는 별도로 친일재산귀속법을 마련한 것인바, 친일재산귀속법에서는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대상인 친일반민족행위자를 규정함에 있어 반민규명법에서 정한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자를 기본 전제로 하고 있고, 나아가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에서는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조사 및 선정에 있어 반민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를 원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친일재산귀속법 제5조 제4항), 친일재산귀속법과 반민규명법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한편,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이라는 법적 효과는 반민규명법의 법률조항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반민규명법과는 별개인 친일재산귀속법의 법률조항에 의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4.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헌법 제10조에서 유래하는 인격권의 침해 주장 부분- 반민규명법 제2조, 제25조 내지 제27조에 대한 청구 (1)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인격권(명예권)의 제한 여부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에는 개인의 명예에 관한 권리도 포함된다( 헌재 1999. 6. 24. 97헌마265, 판례집 11-1, 768, 774; 헌재 2005. 10. 27. 2002헌마425, 판례집 17-2, 311, 319). 심판대상조항인 반민규명법 제2조에 근거하여 반민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이 이루어지고 반민규명법 제25조 내지 제27조에 따라 반민규명위원회가 작성한 조사보고서 및 사료가 일반에 공개되면, 조사 대상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침해되어 조사 대상자는 헌법 제10조에서 유래하는 일반적 인격권을 제한받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 결정의 조사 대상자인 이○면, 이○용은 이미 모두 사망하였지만, 사자(死者)의 경우에도 인격적 가치에 대한 중대한 왜곡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하고, 이와 같은 사자인 조사 대상자에 대한 사회적 명예와 평가의 훼손은 사자와의 관계를 통하여 스스로의 인격상을 형성하고 명예를 지켜온 그들의 후손의 인격권, 즉 유족의 명예 또는 유족의 사자에 대한 경애추모의 정을 침해한다고 할 것이므로, 반민규명위원회에 의하여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것으로 결정된 망 이○면, 이○용의 직계비속인 청구인은 헌법 제10조에서 유래하는 인격권을 제한받는다고 할 것이다. (2)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 청구인은 공권력작용에 대하여 자신이 스스로 법적으로 관련되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자만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제3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본권침해에 직접 관련되었다고 볼 수 없다( 헌재 1997. 3. 27. 94헌마277, 판례집 9-1, 404, 409). 그런데 반민규명법 제2조 중 제1호 내지 제5호, 제7호 내지 제12호, 제14호 내지 제18호는 청구인의 직계존속인 이○면, 이○용에 대한 반민규명위원회의 이 사건 결정과는 무관한 것이므로(이 사건 결정은 반민규명법 제2조 중 제6호, 제13호, 제19호, 제20호를 근거로 한 것이다), 반민규명법 제2조 중 제1호 내지 제5호, 제7호 내지 제12호, 제14호 내지 제18호에 대해서는 청구인의 기본권침해와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 (3) 기본권침해의 직접성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란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률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를 뜻한다( 헌재 1992. 11. 12. 91헌마192, 판례집 4, 813, 823).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에 있어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법령은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매개로 하여 비로소 기본권을 침해하게 되므로, 기본권‘기본권를 받은 개인은 먼저 일반쟁송의 방법으로 집행행위를 대상으로 하여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절차를 밟는 것이 헌법소원의 성격상 요청되기 때문이다( 헌재 1998. 4. 30. 97헌마141, 판례집 10-1, 496, 504). 그런데 이 사건에서 청구인의 인격권 침해는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의 근거가 된 법률조항, 즉 반민규명법 제2조 제6호, 제13호, 제19호, 제20호, 제25조 내지 제27조 등 법률조항 자체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반민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결정과 이에 수반되는 조사보고서 및 사료의 공개라는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매개로 하여 비로소 발생한 것이고, 이에 대하여는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이라는 구체적 집행행위에 대한 일반 행정쟁송의 방법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결국 청구인의 이 부분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다( 헌재 2001. 9. 27. 2000헌마238등, 판례집 13-2, 383, 405-406 참조). 한편, 청구인은 자신이 반민규명위원회를 상대로 이 사건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그 소송계속 중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으로부터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까지 받은 만큼, 직접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하자는 사후에 치유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있어서 직접성 요건의 불비는 사후에 치유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 볼 수 없다. (4) 소결론 따라서 반민규명법 제2조, 제25조 내지 제27조가 청구인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기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 내지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다. 나. 적법절차의 원칙, 형벌불소급의 원칙 위배 및 재판청구권의 침해 주장 부분- 반민규명법 제2조 내지 제5조, 제19조 내지 제21조, 제24조 내지 제28조에 대한 청구 (1)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은 반민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이 일종의 형벌(명예형)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 반민규명법 제2조 내지 제5조, 제19조 내지 제21조, 제24조 내지 제28조는 ① 형벌을 부과하는 절차임에도 재판절차와 무관한 심판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 규정한 누구든지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을 받지 아니한다는 적법절차의 원리에 위배되고, ② 행위시에 존재하지 아니하던 범죄구성요건을 창설하는 입법이므로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규정한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는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되며, ③ 비록 반민규명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형벌을 부과하는 형사재판절차를 사법기관이 아닌 위원회의 일방적 조사·결정에 따르도록 함으로써 헌법 제27조 제1항의 적법한 절차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2) 청구인의 주장과 기본권 관련성 청구인은 위 법률조항들이 적법절차의 원칙, 형벌불소급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단순히 일반 헌법규정이나 헌법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만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지만( 헌재 2006. 2. 23. 2005헌마268, 판례집 18-1상, 298, 304; 헌재 2008. 12. 26. 2008헌마423, 판례집 15-1, 640-641 참조), 청구인의 이 부분 주장은 곧 반민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이 일종의 형벌(명예형)에 해당함을 전제로 적법절차의 원칙,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적법한 절차에 의한 형사재판을 받을 권리, 즉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였다는 주장으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주장은 아래 재판청구권 등의 침해 주장과 관련된 범위에서만 살펴보기로 한다. (3) 재판청구권의 침해 가능성 여부 청구인은 반민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은 일종의 명예형 선고로서 형벌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대심구조에 의한 형사재판절차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위 법률조항들은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므로, 먼저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이 형벌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반민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결정 자체가 형의 종류를 정하고 있는 형법 제41조에 해당하지 않음은 명백하지만,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이 조사 대상자 및 그 후손의 인격권을 제한하는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러한 불이익이 실질적으로 수치형이나 명예형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살펴봄에 있어서는 반민규명법의 입법목적, 반민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의 효과 등이 두루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헌재 2003. 6. 26. 2002헌가14, 판례집 15-1, 640-641 참조).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반민규명법은 정부차원에서 친일반민족행위의 진상을 조사한 후 그 결과를 사료로 남겨둠으로써 왜곡된 역사와 민족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고 이를 후세의 교훈으로 삼으려는 목적 하에 제정된 것이지,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자 또는 그 후손에게 수치심을 주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이에 따라 반민규명법에서는 친일반민족행위결정과 이에 관한 조사보고서 및 사료를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이외에 이전의 반민족행위처벌법과 같이 친일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고 현행 친일재산귀속법과 같이 친일재산의 국가귀속과 같은 불이익 규정을 두고 있지도 않다. 이와 같은 점 등을 종합해보면, 비록 친일반민족행위결정으로 인하여 조사 대상자 및 그 후손의 인격권이 제한받게 되더라도 이는 부수적 결과에 불과할 뿐, 이것을 두고 일종의 형벌로서 ‘수치형’이나 ‘명예형’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4) 소결론 따라서 반민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을 형벌의 일종인 명예형으로 볼 수 없는 이상, 이와는 달리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이 형벌의 일종인 명예형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위 법률조항들이 적법절차의 원칙 등 헌법원리에 위배하여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기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기본권(재판청구권) 침해의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다. 다. 연좌제금지원칙 위배 및 공무담임권, 평등권 침해 주장 부분- 반민규명법 제9조 제1항 제5호에 대한 청구 (1)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은 반민규명법 제9조 제1항 제5호는 본인의 부모 또는 조부모가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경우에는 반민규명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헌법에서 금지된 연좌제를 규정한 것이고 이로 인하여 자신이 반민규명위원회의 위원으로 취임할 수 없게 되어 공무담임권 및 평등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한다. (2) 권리보호이익 헌법소원제도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구제해 주는 제도이므로, 그 제도의 목적상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이를 제기할 수 있고,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는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헌재 1997. 1. 16. 90헌마110, 판례집 9-1, 90, 107). 반민규명법 제5조 제2항에 의하면, 반민규명위원회의 위원은 대통령이, 1. 역사고증·사료편찬 등의 연구활동에 10년 이상 종사한 자, 2. 공인된 대학에서 전임교수 이상의 직에 10년 이상 재직한 자, 3. 판사·검사·군법무관 또는 변호사의 직에 10년 이상 재직한 자, 4. 3급 이상 공무원 또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으로서 공무원의 직에 10년 이상 재직한 자 중에서 임명하도록 되어 있고, 위원 11인 중 4인은 국회가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반민규명위원회 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청구인이 반민규명위원회의 위원이 되기 위한 자격요건을 갖추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으므로, 청구인은 반민규명위원회의 위원이 되기 위한 적극적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청구인이 반민규명위원회의 위원이 되기 위한 적극적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지 아니한 이상, 반민규명위원회 위원이 되기 위한 소극적 요건을 규정한 반민규명법 제9조 제1항 제5호에 대해서는 이를 다툴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 (3) 소결론 그렇다면, 반민규명법 제9조 제1항 제5호가 청구인의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기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을 인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다. 라. 평등권 침해 주장 부분- 반민규명법 제2조, 제19조, 제25조 내지 제28조에 대한 청구 (1)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은 반민규명법 제2조, 제19조, 제25조 내지 제28조는 반민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을 통하여 친일반민족행위자 및 그 후손들로 구성된 사회적 특수계급을 창설하고 그 재산을 소급입법을 통하여 박탈함으로써, 헌법 제11조 제2항이 금지하는 특수계급을 창설할 뿐 아니라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2) 기본권침해의 직접성 그런데 청구인이 주장하는 평등권 침해의 문제는 앞서 청구인의 인격권 침해 주장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법률조항들 자체에 의하여 직접 기본권(평등권) 침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민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이라는 구체적 집행행위를 통하여 비로소 야기되는 것이므로, 결국 이 부분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다. 나아가 반민규명법 제2조, 제19조, 제25조 내지 제28조는 그 입법취지가 반민족행위의 진상을 조사한 후 그 결과를 사료로 남겨둠으로써 왜곡된 역사와 민족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고 이를 후세의 교훈으로 삼으려는 데에 있는 것이고, 그 규정내용도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자나 그 후손에 대하여 어떠한 구체적인 불이익을 규정하고 있는 것도 아니므로, 위 법률조항들이 헌법 제11조 제2항에서 금지한 사회적 특수계급을 창설하였다고 볼 여지도 없는 것이다. (3) 소결론 따라서 반민규명법 제2조, 제19조, 제25조 내지 제28조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기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