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2005헌마268 대한민국과미합중국간의미합중국군대의서울지역으로부터의이전에관한협정등위헌확인
청구인이○덕외 1032인 (청구인 명단은 별지 1.과 같다)(대리인 법무법인 ○수외 6인 (대리인 명단은 별지 2.와 같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피청구인은 미합중국과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미합중국 군대의 서울지역으로부터의 이전에 관한 협정’(이하 ‘이전협정’이라 한다)과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미합중국 군대의 서울지역으로부터의 이전에 관한 협정의 이행을 위한 합의권고에 관한 합의서’(이하 ‘이행합의서’라 한다) 및 ‘2002년 3월 29일 서명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에 관한 개정협정’(이하 ‘토지계획협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이하 이들을 ‘이 사건 조약들’이라 한다). 이 사건 조약들은 2004. 10. 26. 각 서명되었고, 이행합의서를 제외한 이전협정과 토지계획협정은 2004. 12. 9. 제250회 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서 비준동의를 받았다. 2004. 12. 17. 이전협정은 조약 제1701호로, 이행합의서는 조약 제1702호로, 토지계획협정은 조약 제1703호로 발효하고, 2004. 12. 22. 모두 관보에 게재되었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조약들과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SOFA)’ 제2조에 따라 미합중국에 평택시 팽성읍에 있는 K-6 기지 부근의 285만 평과 평택시 서탄면에 있는 K-55(오산비행장) 기지 부근의 64만 평 모두 349만 평의 토지를 미군측에 제공하기 위하여 토지매수와 수용절차를 진행 중이다.
(2)청구인 1. 내지 449.는 이 사건 조약들에 따라 수용될 평택시 팽성읍에 있는 K-6 미군기지 인근의 대추리, 도두2리 일대에 토지나 건물을 소유하였거나 거주하는 사람들이고, 청구인 450. 내지 606.은 위 조약들에 따라 평택지역에 미군기지가 확장 이전되면 기지에 바로 인접한 마을이 되는 평택시 팽성읍 도두1리, 함정2리, 신대1리, 신대4리, 내리, 동창리에 거주하는 사람들이고, 청구인 607. 내지 824.는 위 지역을 제외한 평택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고, 청구인 825. 내지 1033.은 평택시 밖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며, 청구인들은 모두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3) 청구인들은 이 사건 조약들이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들의 평등권, 평화적 생존권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005. 3. 1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이전협정, 이행합의서 및 토지계획협정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이 사건 조약들의 내용은 별지 3.과 같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이전협정은 국가에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인데도 재정부담의 정도도 정하여지지 않고 예측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국회의 비준동의가 이루어졌고, 이행합의서는 그 성질상 조약인데도 국회의 비준동의를 위하여 상정조차 되지 않았으므로, 헌법 제60조 제1항에 위반된다.
(2) 전국의 주한미군기지를 통폐합하여 평택지역으로 집중 재배치하는 내용의 이전협정과 이행합의서, 토지계획협정은 평택 일대를 미합중국에 주한미군이 동북아와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면서 무력분쟁을 일으키거나 대응하는데 사용할 기지로 제공하는 것이어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는 헌법 제5조 제1항에 위반되며, 한반도에서 주변국 간의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여 청구인들의 평화적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이전협정은 이전비용을 전부 대한민국이 부담하도록 하여, 청구인들에게 지나친 재정부담을 지도록 하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
(4) 위 각 조약에 의하여 평택시의 미군기지가 늘어나면 평택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임에도 평택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채 각 조약들이 체결됨으로써, 청구인들의 자기결정권과 자치권이 침해당하였고, 미군기지의 대규모 이전에 따라 환경권이 침해될 우려가 높고, 미군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에도 수사권 및 재판권이 제약되므로 재판절차진술권, 행복추구권, 평등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고, 주변토지나 건물이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됨으로써 재산권을 제한받게 된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
국회의 조약에 관한 비준동의를 규정한 헌법 제60조 제1항으로부터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이 도출된다고 볼 수 없다. 이행합의서는 용산기지이전협정에서 위임된 범위 내에서 필요한 기술적·절차적 세부사항을 규정하고 있어 성질상 행정협정에 속하는 것이므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조약에 해당하지 않는다. 용산기지이전계획은 국가안보를 위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것으로서 침략적 전쟁과는 관계가 없고, 미합중국의 해외미군재배치계획(GPR)과도 전혀 무관하게 대한민국의 주도적인 결정에 따라 결정된 사항이다.
행복추구권의 하나로 인정되고 있는 자기결정권은 개인이 결정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까지 자기결정권을 갖는다고 볼 수는 없는바, 청구인들에게 ‘용산기지가 평택지역으로 이전해 오는 것을 허용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기본권으로 인정될 수 없다.
평등권은 동일한 법체계 내에 있는 국민들 사이에 차별대우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지, 우리 나라와 다른 나라 사이의 평등을 의미하거나, 국가 간에 체결된 조약이 당사국 사이에 경제적 부담비율을 동등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의미로는 볼 수 없다.
청구인들은 평화적 생존권, 행복추구권, 환경기본권, 자기결정권, 자치권 등을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조약들은 청구인들을 공권력 행사의 직접적인 상대방으로 삼고 있지 아니하여 용산기지이전계획이 시행됨으로써 청구인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은 간접적·사실적 또는 경제적 불이익에 지나지 않는다.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불이익의 발생 여부는 불투명한 가정에 기초한 것으로서 기본권침해의 현재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국방 및 외교에 관련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이 사건 조약들의 내용에 대한 사법심사는 최대한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다. 외교통상부장관 및 국방부장관의 의견
대체로 법무부장관의 의견과 같다.
3. 판 단
가. 헌법소원의 일반적 적법요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그 심판을 구하는 제도로서, 심판을 구하는 자는 심판의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자기의 기본권이 현재 그리고 직접적으로 침해받고 있어야 한다( 헌재 1992. 9. 4. 92헌마175, 판례집 4, 579, 580; 1995. 3. 23. 93헌마12, 판례집 7-1, 416, 421).
여기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라 함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자기의 기본권이 현재 그리고 직접적으로 침해받은 자를 의미하며 단순히 간접적, 사실적 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뿐인 제3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헌재 1992. 9. 4. 92헌마175, 판례집 4, 579, 580; 1993. 3. 11. 91헌마233, 판례집 5-1, 104, 111).
나. 기본권 침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청구인들은 이 사건 조약들에 의하여 평택시의 미군기지가 늘어나면 평택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임에도 평택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조약들이 체결됨으로써, 청구인들의 자기결정권과 자치권이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가진다( 헌재 1990. 9. 10. 89헌마82, 판례집 2, 306, 310). 그런데 미군기지의 평택이전은 공공정책의 결정 내지 시행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결정함에 있어서 사회적 영향을 미치게 됨은 부인할 수 없으나, 이것이 개인의 인격이나 운명에 관한 사항은 아니며 또한 각자의 개성에 따른 개인적 선택에 직접적인 제한을 가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항은 헌법상 자기결정권의 보호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자치권은 원칙적으로 개별 주민들에게 인정된 권리라 볼 수 없으며, 청구인들의 주장을 주민들의 지역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 내지 주민투표에 관한 권리침해로 이해하더라도 이러한 권리를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헌재 2001. 6. 28. 2000헌마735, 판례집 13-1, 1431, 1439-1440). 따라서 국가는 입법이나 조약체결을 통하여 특정 지역주민들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당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사전에 충분히 수렴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는 하나, 지방자치단체의 폐치·분합 등과 같은 예외적인 사항이 아닌 한, 그것이 헌법상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2) 청구인들은 이 사건 조약들에 따른 미군부대의 이전은 주한미군을 방어적 군사력에서 공세적 군사력으로 변경하기 위한 것이고, 따라서 이는 행복추구권으로부터 인정되는 평화적 생존권, 즉 각 개인이 무력충돌과 살상에 휘말리지 않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전쟁과 테러 혹은 무력행위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기본 전제가 되는 것이므로, 달리 이를 보호하는 명시적 기본권이 없다면 헌법 제10조와 제37조 제1항으로부터 평화적 생존권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기본 내용은 침략전쟁에 강제되지 않고 평화적 생존을 할 수 있도록 국가에 요청할 수 있는 권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조약들은 미군기지의 이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고, 그 내용만으로는 장차 우리 나라가 침략적 전쟁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을 인정하기 곤란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평화적 생존권의 침해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청구인들은 미군기지의 대규모 이전에 따라 환경권이 침해될 우려가 높고, 미군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에도 수사권 및 재판권이 제약되므로 재판절차진술권, 행복추구권, 평등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고, 주변 토지나 건물이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됨으로써 재산권을 제한받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조약들은 평택지역으로 미군부대가 이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을 뿐이므로 이에 의하여 청구인들의 환경권, 재판절차진술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재산권이 바로 침해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미군부대의 이전 후에 권리침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권리침해의 우려는 다른 법률에 의하여 장래에 잠재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조약들에 대하여 환경권 등의 권리침해의 ‘직접성’이나 ‘현재성’을 인정할 수 없다.
다. 헌법규정위반 주장에 대한 판단
청구인들은 기본권 침해주장 이외에 이 사건 조약들이 일반 헌법규정( 제5조, 제60조)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이 없이 단순히 일반 헌법규정이나 헌법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라는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 론
따라서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 등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