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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가.일정 지역 내의 지방자치단체인 시·군을 모두 폐지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중층구조를 단층화하는 것이 헌법상 지방자치제도의 보장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나.제주도의 지방자치단체인 시·군을 모두 폐지하는 제주도 행정체제 등에 관한 특별법(2006. 1. 11. 법률 제7847호, 2006. 7. 1. 시행) 제3조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2006. 2. 21. 법률 제7849호, 2006. 7. 1. 시행) 제15조 제1항· 제2항(위 규정 모두를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제주도민들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의 참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다.제주도의 지방자치단체인 시·군을 폐지하는 입법을 위해 제주도 전체의 주민투표를 실시한 것이 폐지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민들의 청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 헌법 제117조 제2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지방자치단체의 종류 및 구조를 명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에 관한 사항은 기본적으로 입법자에게 위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상 지방자치제도보장의 핵심영역 내지 본질적 부분이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존속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자치행정을 일반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므로, 현행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중층구조 또는 지방자치단체로서 특별시·광역시 및 도와 함께 시·군 및 구를 계속하여 존속하도록 할지 여부는 결국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의 범위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같은 이유로 일정구역에 한하여 당해 지역 내의 지방자치단체인 시·군을 모두 폐지하여 중층구조를 단층화하는 것 역시 입법자의 선택범위에 들어가는 것이다. 나.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은 단순한 산업발전을 위한 정책을 넘어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국제적 기준이 적용되는 지역적 단위를 설정하는 것이다( 국제자유도시조성특별법 제2조).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법령을 개정하여 새로운 기준을 설정하는 것뿐 아니라 도시계획·교통·상하수도·주택 등 기반기설의 확충과 광범위한 개발계획의 시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1도·2시·2군의 기존 제주도 행정체계로는 이와 같은 새로운 행정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력 격차로 인한 지역 간 불균형이 발생하기 쉽고,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의 중층행정계층에 따른 결재단계 등으로 의사결정비용이 크며, 업무상 갈등으로 말미암아 일관된 행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행정수요에 따른 지방행정구조개편이 필요하며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자치단체인 시·군을 폐지하여 행정의 효율화를 달성하고 국제자유도시의 조성을 도모하려는 입법자의 판단이 부정확한 사실인식과 불합리한 예측을 근거로 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게다가 비록 기초자치단체의 폐지로 말미암아 주민들의 자치단체구성에 대한 참여기회가 일부 상실되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광역자치단체 수준의 참여권이 확대되었고, 제주도가 중앙정부의 규율로부터 벗어나 폭넓은 자치권을 가지게 됨에 따라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지역행정에 참여하여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되었으므로, 주민들의 민주적 요구를 수용하는 지방자치제의 기능이 예전에 비하여 축소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청구인들의 참정권인 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이 제한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현저히 자의적이고 불합리하여 기본권 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다.주민투표의 투표대상인 혁신적 대안은 단순히 4개 시ㆍ군을 폐지하는 것뿐 아니라 기존의 자치단체인 제주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며 그 권한과 사무의 확대, 의회규모 확대 등 완전히 새로운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나아가 폐지될 시ㆍ군 주민 전체가 제주도민 전체이기도 한 점에서 제주도에 의하여 투표가 실시된다 하여도 투표의 실질에 있어 차이가 없고, 제주도 전역에서 투표가 행해진다 하더라도 투표결과 집계를 통해 전체 주민의 찬반비율 뿐 아니라 개별 지역별 찬반비율 역시 확인할 수 있으므로 폐지되는 자치단체 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한다는 기능적인 면에서도 차이가 없다. 또한 자치단체의 폐지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즉, 의견개진의 기회부여는 문제가 된 사항의 본질적 내용과 그 근거에 관하여 이해관계인에게 고지하고 그에 관한 의견의 진술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그 진술된 의견이 국회에 입법자료를 제공하는 기능을 하도록 하면 족하며, 입법자가 그 의견에 반드시 구속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제주도 전역에서 행해진 주민투표절차에 의하여 폐지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민들의 청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참조판례

가. 헌재 1995. 3. 23. 94헌마175, 판례집 7-1, 438, 452 나. 헌재 2001. 2. 22. 2000헌마25, 판례집 13-1, 386, 412 다. 헌재 1995. 3. 23. 94헌마175, 판례집 7-1, 438, 451

사건
2005헌마1190 제주특별자치도의설치및국제자유도시조성을위한특별법안제15조제1항등위헌확인
청구인
김○훈외 24인(대리인 법무법인이우 ○당변호사이○○○ ○○)
판결선고
2006. 04. 27.

주 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제주도지사에 의하여 설치되어 운영 중이던 제주도행정개혁추진위원회는 현행 도와 시·군의 자치계층 유지,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원의 직접 선출, 도와 시·군의 기능과 역할 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안(“점진적 대안” 또는 “현행유지안”이라고 칭함)과, 도를 하나의 광역자치단체로 개편하고 제주시와 북제주군,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을 통합한 2개시 체제구축, 시장 임명, 시·군의회 폐지 및 도의회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안(“혁신적 대안” 또는 “단일광역자치안”이라고 칭함)의 두 가지 안을 주민투표를 거쳐 최종확정할 것을 결의하였다. 이에 따라 제주도지사는 행정자치부장관에게 제주도 전역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건의하였고, 행정자치부장관이 이를 받아들여 다시 제주도지사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함에 따라 2005. 7. 27. 제주도행정구조개편을 위한 주민투표가 실시되었다. 그 결과 제주도 전체에서 36.7%의 투표율, 그 중 혁신적 대안 57.0%, 현행유지안 43.0%으로 혁신적 대안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주민투표의 결과에 따라 정부는 혁신안을 내용으로 하는 제주도 행정체제 등에 관한 특별법안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하였고 모두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이에 제주도민 및 기초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인 청구인들은 제주시,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을 폐지하는 내용의 제주도 행정체제 등에 관한 특별법 제3조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15조 제1항·제2항에 의하여 선거권 등을 침해받는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제주도 행정체제 등에 관한 특별법(2006. 1. 11. 법률 제7847호, 2006. 7. 1. 시행, 이하 ‘제주도행정특별법’이라 한다) 제3조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2006. 2. 21. 법률 제7849호, 2006. 7. 1. 시행, 이하 ‘국제자유도시조성특별법’이라 한다) 제15조 제1항· 제2항(위 규정 모두를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며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주도 행정체제 등에 관한 특별법 제3조(제주시 등의 폐지) ① 제주도의 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 및 남제주군을 각각 폐지한다. ② 제주도에는 지방자치법 제2조 제1항제3조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관할구역 안에 지방자치단체인 시와 군을 두지 아니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15조(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시 및 읍·면·동의 설치) ① 제주자치도는 지방자치법 제2조 제1항제3조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관할구역 안에 지방자치단체인 시와 군을 두지 아니한다. ② 제주자치도의 관할구역 안에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시(이하 “행정시”라 한다)를 두고, 행정시에는 도시의 형태를 갖춘 지역에는 동을, 그 밖의 지역에는 읍·면을 둔다. ③ 지방자치법의 규정 중 읍·면·동에 관한 사항은 행정시에 두는 읍·면·동에 대하여 적용한다. 다만, 행정시에 두는 읍·면·동의 폐칟분합은 지방자치법 제4조 제3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행정자치부장관의 승인을 요하지 아니하되, 도지사는 그 결과를 행정자치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제도의 취지와 기능은 지역발전의 촉진, 다원적 민주주의의 실현, 기능적 권력통제라 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종류가 다양한 계층구조로 구성되는 것이 필요하다. 주민들은 대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지역 범위 내에서 생활을 영위하여 단일 광역지방자치단체 영역 내에서도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할 수 있으므로 광역자치단체만으로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제주도지역의 모든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는 것은 해당 지역의 풀뿌리 민주주의의 형성과 발전에 불합리한 침해를 가하는 것으로서 지방자치제도의 제도적 본질을 침해·훼손하는 것이다. (2)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주도 주민 전체가 기초지방자치단체 영역에서 참정권을 박탈당하는 등 피해가 크다. 기초자치단체의 폐지에 대해서는 당해 시·군을 단위로 주민투표를 실시하여 스스로 자기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 절차이며, 이미 행해진 제주도 단위의 주민투표에 비하여 이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과 행정적 부담에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해 시·군별로 주민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입법을 한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된다. (3)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은 해당 기초단체의 장이나 의회의원 직에 대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전면적으로 박탈당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입법목적을 발견할 수 없다. 또한 국제자유도시의 건설·발전을 위해서는 오히려 기초자치단체에게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원칙과 본질적 내용 침해원칙에 위반된다. 그밖에 청구인들은 불합리한 이유로 말미암아 제주도 이외의 다른 지역의 주민들에 비하여 차별을 받게 되므로 평등권을 침해받으며, 나아가 행복추구권 및 인간다운 생활권을 침해받는다. 나. 제주도지사 및 행정자치부장관의 의견요지 (1) 헌법상 지방자치제도의 보장은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자치행정을 일반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일 뿐 특정자치단체의 존속을 보장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헌법상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계층구조에 관하여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부여되어 있고, 제주도의 자연적, 사회적, 행정적 특성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자의적으로 위헌적인 입법이라 볼 수 없다. (2)지방자치법상 주민투표의 실시 여부는 중앙행정기관장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다. 제주도행정특별법 등에 의하면 기초자치단체와 함께 종전의 광역자치단체인 제주도도 같이 폐지되고 제주도 전체의 행정구조가 개편되므로, 그 입법을 위해 제주도 전체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하였더라도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3)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들의 참정권을 직접적으로 제약하는 것이 아니며 지방자치에 관한 제도의 변경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간접적, 반사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을 뿐이다. 설사 참정권이 제한된다 하더라도 제주도를 단일 광역자치체제로 개편하는 것은 예산절감을 통해 지역경쟁력을 제고하고, 도시계획·교통·상수도·환경 등 광역행정 수행상의 애로를 해소하여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헌법의 가치질서에 위배되거나 그 필요성에 대한 국회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합리적인 범위 안의 입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제주지역 주민들과 제주 이외 지역의 주민들을 구분하는 것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 3.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과 심사기준 (1)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제주도의 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 및 남제주군이 폐지되며 대신 그 지역에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시가 설치되므로 당해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는 특별자치도인 제주도만이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제주도민인 청구인들은 지방자치단체인 시와 군의 장 및 의회의원선거에 후보자로 출마하거나 선거에 참여하여 투표할 수 없게 되므로 그러한 범위에서 헌법상의 기본권인 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을 제한받는다. 또한 제주도가 아닌 다른 지역의 경우 시·도 뿐 아니라 시·군 및 구의 경우에도 자치단체로서 의회의 의원과 그 장을 주민들이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할 수 있으므로 제주도민들인 청구인들은 그에 비하여 선거권 및 피선거권이 제약되는 불이익을 받아 평등권을 제한받는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청구인들은 적법절차원칙의 위반을 주장하나 이는 부적절한 절차에 의하여 입법이 이루어짐으로써 헌법상 보장되는 청문권을 침해받았다는 주장으로 볼 수 있다. 청구인들은 그 밖에 행복추구권 및 인간다운 생활권의 침해를 주장한다. 그러나 제주도 지역 지방자치제도의 개혁이 청구인들의 개별적인 행복추구 및 인간다운 생활의 향유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없고, 이러한 기본권들은 보충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선거권 및 피선거권, 평등권 등의 제한이 인정되는 이상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2) 헌법 제117조 제2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지방자치단체의 종류 및 구조를 명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에 관한 사항은 기본적으로 입법자에게 위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헌법상 지방자치제도의 보장은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존속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지방자치단체의 폐칟분합은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우리 재판소도 ‘자치제도의 보장은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자치행정을 일반적으로 보장한다는 것뿐이고 특정자치단체의 존속을 보장한다는 것은 아니며 지방자치단체의 폐칟분합에 있어 지방자치권의 존중은 법정절차의 준수로 족하다’고 판시( 헌재 1995. 3. 23. 94헌마175, 판례집 7-1, 438, 452)하여 이러한 취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같이 헌법상 지방자치제도보장의 핵심영역 내지 본질적 부분이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자치행정을 일반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라면, 현행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중층구조 또는 지방자치단체로서 특별시·광역시 및 도와 함께 시·군 및 구를 계속하여 존속하도록 할지 여부는 결국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의 범위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같은 이유로 일정구역에 한하여 모든 자치단체를 전면적으로 폐지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인 시·군이 수행해온 자치사무를 국가의 사무로 이관하는 것이 아니라 당해 지역 내의 지방자치단체인 시·군을 모두 폐지하여 중층구조를 단층화하는 것 역시 입법자의 선택범위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치단체의 구조에 대한 개편을 입법자의 형성에 맡긴 헌법규정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청구인들의 참정권과 평등권 등 기본권이 제한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제주도 지역에서 중층으로 구성된 지방자치단체를 단층화하는 제도의 개편에 의하여 발생한 결과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그 위헌성 판단은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자의적이어서 기본권 제한의 합리적인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나. 선거권, 피선거권 및 평등권의 침해 여부 (1) 제주도는 지정학적으로 중국, 일본의 주요도시들과 인접해 있어 동북아시아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전략적 위치에 있으며, 뛰어난 자연환경 및 기후조건과 함께 국제수준의 편의시설 등을 갖추어 관광산업 등의 발전에 좋은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다. 또한 도서지역으로서 국내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법령 및 계획의 적용이 가능하다. 제주도의 이러한 지역적, 인문적 특성에 맞는 발전을 위해, 종래 많은 개발계획이 만들어졌고, 그 연장선에서 제주도를 국제적인 관광·휴양도시, 첨단지식산업도시 등의 복합적인 기능을 갖춘 국제자유도시로 육성·발전시키기 위한 구상이 이루어졌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와 같은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행정체제를 개편하는 규정의 하나이다. 국가가 제주도 발전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것은 국토와 자원의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해 필요한 계획을 세우고 지역 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하는 헌법상의 임무( 헌법 제120조 제2항, 제123조 제2항)를 수행하는 것이므로 공공복리를 위한 정당한 목적이 있을 것이라 할 수 있다. (2)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은 단순한 산업발전을 위한 정책을 넘어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국제적 기준이 적용되는 지역적 단위를 설정하는 것이다( 국제자유도시조성특별법 제2조).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법령을 개정하여 새로운 기준을 설정하는 것뿐 아니라 도시계획·교통·상하수도·주택 등 기반기설의 확충과 광범위한 개발계획의 시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국제기준에 맞는 각종 규제의 시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주도 전역에 통일된 규범이 일관된 해석을 통해 적용될 것이 요구되며, 각종 개발사업 역시 균형있고 효율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제주도 전체를 포괄하는 통합계획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도·2시·2군의 기존 제주도 행정체계로는 이와 같은 새로운 행정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력 격차로 인한 지역 간 불균형이 발생하기 쉽고,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의 중층행정계층에 따른 결재단계 등으로 의사결정비용이 크며, 업무상 갈등으로 말미암아 일관된 행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행정수요에 따른 지방행정구조개편이 필요하게 된다. 제주도행정개혁추진위원회는 이를 위해 기존의 자치단체들을 유지하면서 상호 기능과 역할 및 구역을 개편·조정하는 점진적 방안과 단일광역자치구역을 설정하여 단층구조의 지방자치제를 구현하는 혁신적 방안의 두 가지 안을 제시하였다. 이들은 모두 새로운 행정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방법상의 차이가 있을 뿐 행정의 효율화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후자의 방안에 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자치단체인 시·군을 폐지하여 행정의 효율화를 달성하고 국제자유도시의 조성을 도모하려는 입법자의 판단이 부정확한 사실인식과 불합리한 예측을 근거로 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자치단체인 시·군이 폐지되고 행정시가 설치되면 해당 지역의 지방의회가 해산되고 지역주민에 의하여 선출되는 자치단체장 대신 임명직 시장이 행정을 담당하게 되므로, 폐지된 자치단체의 경우 주민들이 그 구성에 참여할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행정구역이 주민들의 생활권을 넘어 광역화되면 동일한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렵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주민들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민주적 의사를 정책의 수립과 실행에 반영하는 지방자치제의 민주주의적 기능을 일부 훼손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민주주의적 기능의 훼손에 대한 보완책으로, 입법자는 제주도의회의 의원정수에 대한 특례를 두어 조례에 의한 의원수확대가 가능하게 하였고( 제주도행정특별법 제12조) 다른 지방자치단체와는 달리 주민투표의 확대, 주민의 조례제정·개폐 청구권( 국제자유도시조성특별법 제23조, 제24조), 주민소환제( 같은 법 제25조)를 규정하여 광역자치단체의 수준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주민참여의 방법과 범위를 확대하였다. 또한 자체적인 직군·직렬 통합신설 및 직위분류( 같은 법 제49조, 제51조), 개방형직위의 도입( 같은 법 제50조 제5항), 인건비 예산에 관한 특례( 같은 법 제52조)를 통해 인사제도 및 운영의 자율성을 향상시키는 등 자치인사권을 확대하였고, 지방재정과 지방교육에 관하여 특례를 두고 자치경찰을 설치하는 등 자치분권을 강화하였다. 또한 외국교육기관이나 의료기관의 설립에 관한 특례를 두는 등 환경, 교통, 보건복지 분야의 많은 사항을 도지사의 권한으로 이양하고 조례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자율적인 행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비록 기초자치단체의 폐지로 말미암아 주민들의 자치단체구성에 대한 참여기회가 일부 상실되었다 하더라도 광역자치단체 수준의 참여권이 확대되었고, 제주도가 중앙정부의 규율로부터 벗어나 폭넓은 자치권을 가지게 됨에 따라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지역행정에 참여하여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 역시 확대되었으므로, 주민들의 민주적 요구를 수용하는 지방자치제의 기능이 예전에 비하여 축소되었다고 볼 수만은 없다. (4)특히 공무담임권은 국민이 국갇공공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로서 모든 국민이 누구나 그 능력과 적성에 따라 공직에 취임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보장함을 내용으로 한다( 헌재 2001. 2. 22. 2000헌마25, 판례집 13-1, 386, 412). 따라서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자치단체인 시·군이 폐지되어 그 장이나 의회의원으로 출마할 수 없다 하더라도, 제주도에 행정시가 새로 설치되고 종래의 읍·면·동이 그대로 유지되므로( 제주도행정특별법 부칙 제4조 제1항) 달리 그 구성원인 공직에 취임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가 제한되지 않는다면 이로써 공무담임권이 침해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게다가 행정시의 읍·면·동에는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하고 주민자치위원회를 두어 주민자치에 관한 사항을 처리하도록 하였고( 제주도행정특별법 제10조, 제11조), 업무의 승계나 조례·규칙의 유지 등 각종 경과조치를 통하여 행정체제의 개편에 따른 행정상 또는 재정상의 불이익이 발생하거나 그 지역주민에게 새로운 부담이 추가되지 않도록 하였으므로( 같은 법 제15조) 청구인들을 포함한 주민들에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지방자치단체의 개편으로 말미암아 달리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청구인들의 참정권인 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이 제한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현저히 자의적이고 불합리하여 기본권 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6) 그 밖에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다른 지역의 주민들에 비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의회의원에 대한 선거권 및 피선거권의 행사가 제약되는 불리한 취급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주도의 고유한 역사적·지리적 특성에 따른 개발과 국제자유도시의 조성을 위한 행정구조개편의 필요성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인 시·군을 폐지하였고, 각종 보완제도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주민참여의 범위가 축소되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그에 관한 입법자의 판단이 자의적이거나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다른 지역에 비하여 참정권의 행사에 다소 차이가 있다 하여도 이로써 청구인들이 평등권을 침해받는다고 할 수는 없다. 다. 청문권의 침해 여부 (1) 청구인들은 헌법상의 적법절차의 원칙에 의하면 자치단체인 시·군이 폐지될 경우 폐지되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주민투표가 실시되어야 하며 입법자는 반드시 그 결과에 따라 입법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 의하여 그 전역에서 실시된 투표결과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되었으므로 청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민투표의 투표대상인 혁신적 대안은 단순히 4개 시ㆍ군을 폐지하는 것뿐 아니라 기존의 자치단체인 제주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며 그 권한과 사무의 확대, 의회규모 확대 등 완전히 새로운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제주도가 위 개편안의 내용과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나아가 폐지될 시ㆍ군 주민 전체가 제주도민 전체이기도 한 점에서 제주도에 의하여 투표가 실시된다 하여도 투표의 실질에 있어 차이가 없고, 제주도 전역에서 투표가 행해진다 하더라도 투표결과 집계를 통해 전체 주민의 찬반비율 뿐 아니라 개별 지역별 찬반비율 역시 확인할 수 있으므로 폐지되는 자치단체 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한다는 기능적인 면에서도 차이가 없다. 따라서 자치단체와 그 주민이 자신의 이해관계와 관련하여 그 법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행정구조개편계획에 의견을 표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청문권의 요청에 제주도 전역에서의 투표가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2) 이에 대하여 설사 제주도에 의하여 그 전역에서 투표가 실시되는 것이 적법절차상의 청문권의 요청에 부합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결과 일부 폐지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면 입법자는 이에 구속되므로 당해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적법절차에 위반하여 청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폐지와 관련한 입법절차에 청문절차가 요구되는 것은 입법자가 공공복리를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의 폐지결정을 내리기 전에 일반적으로 상반되는 이익들 간의 형량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러한 이익형량은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없이는 적정하게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는 이러한 절차를 통하여 비로소 자신의 결정에 앞서 중요한 사항들에 관한 포괄적이고 신빙성 있는 지식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치단체의 폐지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즉, 의견개진의 기회부여는 문제가 된 사항의 본질적 내용과 그 근거에 관하여 이해관계인에게 고지하고 그에 관한 의견의 진술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그 진술된 의견이 국회에 입법자료를 제공하는 기능을 하도록 하면 족하며, 입법자가 그 의견에 반드시 구속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헌재 1995. 3. 23. 94헌마175, 판례집 7-1, 438, 451 참조). 만약 국회가 이러한 주민투표의 결과에 구속된다면 기본적인 지방자치제도의 형성을 입법자에게 맡겨두고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3)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과 관련하여 제주도에 의하여 그 전역에서 주민투표를 행한 것으로도 헌법상의 적법절차원칙은 준수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로써 청구인들의 청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별 지〕 청구인 명단:생략]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성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공현(주심) 조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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