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화의법 제61조 중 파산법 제298조 제2항을 준용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외 ○○중공업 주식회사(이하 ‘○○중공업’이라고 한다)는 1998. 4. 14. 청구외 파산전 ○○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생보’라고 한다)와의 사이에 여신한도 28억 원, 거래기간 1998. 4. 14.부터 2000. 8. 31.까지로 하는 여신한도거래약정을 체결하고, 위 여신한도거래약정에 따라 ○○생보로부터 금원을 대출받았는데, 1999. 10. 22. 현재 ○○중공업이 ○○생보에 부담하는 대출금 채무는 18억 원이었다(이하 ○○중공업이 위 여신한도거래약정에 따라 ○○생보에 대하여 부담하는 대출금을 ‘이 사건 대출금’이라고 한다).
(2)청구인은 2000. 3. 3. ○○중공업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생보와의 사이에, ○○중공업이 ○○생보에 대하여 현재 및 장래에 부담하는 모든 채무에 대하여 보증한도 23억 4,000만 원의 한도에서 청구인이 ○○중공업과 연대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하기로 하는 근보증계약을 체결하였다.
(3)○○중공업은 2000. 7. 31. 이 사건 대출금 중 2억 원을 변제하였으나, 2000. 8. 28. 부도가 발생하였고, 2000. 12. 15. 창원지방법원으로부터 화의인가결정( 창원지방법원 2003거13)을 받았는데, 위 화의인가결정에서 정한 화의조건 중 이 사건 대출금 채무에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① 담보권 없는 금융기관에 대한 화의채권의 변제
㉠원금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균등분할 변제한다.
㉡기발생이자 및 장래발생이자 중 2002. 12. 31.까지의 이자는 면제받고, 장래발생이자 중 2003. 1. 1.부터의 이자는 이자율을 연 5%로 하여 변제한다.
②담보권 있는 채권자 중 담보권행사를 포기하고 화의채권으로 신고하는 자에 대한 화의조건
㉠원금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균등분할 변제한다.
㉡ 기발생이자 및 장래발생이자 중 2002. 12. 31.까지의 이자는 면제받고, 장래발생이자 중 2003. 1. 1.부터의 이자는 이자율을 연 7%로 하여 변제한다.
(4) ○○중공업은 위 화의인가결정의 화의조건에 따라 2004. 6. 18.까지 이 사건 대출금 원금 16억 원 및 화의조건에 따른 이자 98,066,607원을 모두 지급하였으며, 한편 2000. 8. 31.부터 2004. 6. 18.까지의 ○○생보의 연체이자율에 따른 연체이자는 961,087,121원이다.
(5) 한편, ○○생보는 2001. 10. 24.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고, 예금보험공사가 ○○생보의 파산관재인이 되었다.
(6) 이에 예금보험공사가 청구인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자(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가합27544호), 청구인은 주채무인 ○○중공업이 예금보험공사에 부담하는 이 사건 대출금채무는 변제로 모두 소멸하였으므로 보증채무인 청구인의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채무도 모두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당해소송의 담당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예금보험공사의 청구의 근거가 되는 파산법 제298조 제2항을 준용하는 화의법 제61조는 청구인의 재산권 및 평등의 원칙 등을 침해하는 조항이라는 이유로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다.
(5) 위 법원은 2004. 11. 9. 청구인의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2004카기9756). 이에 청구인은 같은 달 15.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결정정본을 송달받고, 같은해 12. 1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화의법 제61조 중 파산법 제298조 제2항을 준용하는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화의법 제61조(파산상의 강제화의의 효력에 관한 규정의 준용) 파산법 제297조 내지 제299조 및 제314조의 규정은 화의의 효력에 관하여 이를 준용한다.
파산법 제298조(강제화의의 효력범위)①강제화의는 파산채권자 전원을 위하여 또는 그 전원에 대하여 효력이 있다.
②강제화의는 파산채권자가 파산자의 보증인 기타 파산자와 더불어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 및 파산채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2.청구인의 주장,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생보가 청구인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보증금 채권은 청구인이 ○○중공업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불가피하게 ○○중공업의 ○○생보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연대보증하면서 발생한 것인데, 청구인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아무런 제한없이 적용함으로써, 주채무가 모두 변제될 때까지 이 사건 대출금 채무에 대한 연체이자를 모두 연대보증인인 청구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채무자의 갱생을 통한 관련당사자의 손해를 극소화하고 손해를 공평하게 분담하도록 조정하는 화의법의 기본 목적에 위배되고, 보증인에게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여 보증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며,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화의채무자 및 채권자에 비해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1조, 제23조, 제37조의 규정에 위반된다.
일반적으로 보증인은 주채무자에 비하여 자력이 미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화의가 성립되지 아니하면 채권자의 손실은 오히려 더 커지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고, 화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별도의 보증이나 담보가 추가로 제공될 수도 있어서 채권자의 실효채권액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게 된다. 따라서 보증인 등을 면책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 포함할 경우 화의제도가 유명무실하게 된다는 논거는 합리성이 없다.
보증채무는 일반적으로 이타성, 무상성, 정의성(情意性), 미필성 및 경솔성을 갖고 채권자와 채무자의 거래는 보증인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니며 보증계약의 체결은 채무자의 재정적 파탄으로 인한 파산위험이라는 특수하고도 예외적인 경우를 예상하고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보증인을 종국적이고 최종적인 책임자로 정하고 그에게 화의내용에 따른 면책의 효력이 미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보증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보아도 합리화되지 아니한다.
당해 사건의 경우와 같이 극단적인 사례로, 채무자의 이행지체 직후에 화의인가가 있고 그 인가된 내용에 의하여 변제기 유예와 이자채무탕감이 있은 후에 주채무자가 이를 이행하였다 하더라도 채권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기하여 보증인에 대하여 본래의 보증책임을 물어 고율의 지연손해금 지급을 요구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 및 신의성실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에 비추어 부당함의 극치이다.
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화의법 및 화의법상의 면책제도의 목적 및 성질에 비추어 화의채권자의 희생과 보증인이나 담보제공자 등이 부담하는 채무 및 책임의 성질을 실질적·합리적으로 고려하여, 부종성에 관한 민법상 원칙의 예외로서 화의결정의 효력에 관하여 채무자와 보증인 또는 담보제공자 등과의 사이에 차이를 두어 화의 결정의 효력이 보증인 등에 대한 채권자의 권리나 물적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것으로 정한 것으로 볼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화의채권자가 채무자의 보증인 등에 대하여 갖는 권리나 물적 담보를 화의인가에 따른 면책 등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서 제외한 것은, 화의절차상 화의인가에 따른 면책제도의 목적, 화의의 성립형식상의 특성 및 화의절차에 있어서의 이해관계인의 조정 등 모든 관점에서 그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등의 합리적인 근거를 가진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헌재 2000. 8. 31. 98헌바27, 99헌바13(병합)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화의채무자의 보증인이나 담보제공자 등이 민법상의 부종성원칙에 의한다면 가질 수 있었던 채무의 감면 등을 향유할 수 없게 된 재산상의 이익은 헌법 제23조에 의하여 보호되는 재산가치 있는 구체적 권리가 아니라 단순한 사실적·경제적 이익에 불과하다. 따라서 “부종성원칙에 따라 채무면책을 주장할 수 있는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하여 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가사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이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화의채권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여 화의의 성립을 위태롭게 하기보다는 보증인이나 담보제공자에게 화의채무자의 변제능력상실에 따른 손실을 부담시킴으로써 다수채권자의 이해를 조정하고 채무자의 파산을 예방하려는 정당한 입법목적이 있고, 보증인의 입장에서도 당초에 부담하고 있던 채무나 책임 이상의 다른 채무 등이 가중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내용에 따른 채무나 책임을 지게 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그 방법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또한 화의법 제49조에서는 보증인이나 담보제공자도 장래의 구상권을 파산채권으로 신고하고 파산절차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파산법 제21조를 준용하고 있어 보증인이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법상 한정상속의 경우 주채무자의 책임이 상속재산의 한도 내로 감축됨에도 불구하고 보증인 등의 책임에는 아무런 변경이 없는 것에 비추어 보아도 민법상 보증채무의 부종성원칙이 어떠한 예외도 인정되지 아니하는 절대적인 원칙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이는 민법상의 원리에 불과할 뿐 헌법상의 원칙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보증인 등의 재산권과 그에 의하여 추구되는 화의채권자들 및 화의채무자의 공익 사이에는 상당한 비례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보증인 및 담보제공자를 화의채무자나 화의채권자에 비하여 차별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예금보험공사의 의견요지
우선 화의채권자인 ○○생보는 청구인 등 보증인에 대한 권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화의절차에 동의한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책임이 연대보증 당시보다 더 무거워지는 것도 아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화의채권자가 채무자의 보증인 등에 대하여 갖는 권리나 물적 담보를 화의인가에 따른 면책 등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서 제외한 것은, 화의절차상 화의인가에 따른 면책제도의 목적, 화의의 성립형식상의 특성 및 화의절차에 있어서 이해관계인의 이해조정 등 모든 관점에서 그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등의 합리적인 근거를 가진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록 화의인가결정의 효력을 보증인이나 물적 담보 등에 미치지 않게 함으로써 화의채무자에 비하여 보증인이나 담보제공자 등을 차별하여 그들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하여도 이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1조, 제23조, 제37조에 위반되지 않는다.
3. 판 단
헌법재판소는 2000. 8. 31. 선고 98헌바27·99헌바13(병합) 결정(판례집 12-2, 190, 210)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이미 합헌의 견해를 밝힌 바 있는데,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화의채권자가 채무자의 보증인 등에 대하여 갖는 권리나 물적 담보를 화의인가에 따른 면책 등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서 제외한 것은, 화의절차상 화의인가에 따른 면책제도의 목적, 화의의 성립형식상의 특성 및 화의절차에 있어서 이해관계인의 이해조정 등 모든 관점에서 그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등의 합리적인 근거를 가진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록 화의인가결정의 효력을 보증인이나 물적 담보 등에 미치지 않게 함으로써 화의채무자에 비하여 보증인이나 담보제공자 등을 차별하여 그들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하여도 이는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으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함은 물론 재산권보장에 관한 헌법 제23조 제1항이나 경제질서에 관한 헌법 제119조 제1항 및 제2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위 결정의 판시 이유는 이 사건 심판에서도 그대로 타당하고 위 결정의 선고 이후에 그 판단을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따라서 위 견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공현(주심) 조대현